바리톤 김기훈 "성악가 성대모사가 제 업이 될 줄 몰랐죠"

BBC 카디프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
내달 영국 위그모어 홀서 단독 리사이틀
한국 가곡 대거 선곡 "아름다움 알릴 것"
"팔새조처럼 '믿고 보는 오페라 가수' 꿈"
  • 등록 2023-10-25 오후 7:30:00

    수정 2023-10-25 오후 7: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어릴 때 ‘열린음악회’를 보면서 성악가들의 성대모사를 하는 걸 좋아했어요. 개인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 재능일 줄은 몰랐습니다.”

바리톤 김기훈이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 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아트앤아티스트)
바리톤 김기훈(32)은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클래식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고등학교 2학년, 노래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정 광주로 가서 음악학원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 홀에서 만난 김기훈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성악가 성대모사가 제 업(業)이 됐다”며 웃었다. 우연히 교회 성가대 세미나에서 만난 선생님이 재능을 발견해 준 덕분이다. 김기훈은 “그 말을 듣고 부모님을 설득해서 진지하게 성악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선택이 지금의 김기훈을 만들었다. 성악 콩쿠르 중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이하 카디프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로 말이다.

김기훈이 이번엔 영국에서 단독 리사이틀로 현지 관객과 만난다. 오는 11월 26일 영국 런던의 실내악 대표 공연장 위그모어 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기훈이 해외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 리사이틀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 카디프 콩쿠르 우승 이후 위그모어 홀 측의 초청을 받아 성사된 공연이다. 이를 기념해 오는 11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위그모어 홀 공연 프로그램을 국내 관객에게 미리 소개하는 무대를 갖는다.

바리톤 김기훈이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 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아트앤아티스트)
특히 이번 공연에선 한국 가곡을 대거 부를 예정이다. 이원주의 ‘연’, ‘묵향’, 조혜영의 ‘못잊어’ 등을 선보인다. 김기훈은 카디프 콩쿠르에서도 가곡 경연 무대에서 김주원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불러 현지 관객과 관계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외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우리 가곡을 부르는데 관객들이 무척 좋아해요. 어떤 의미의 가곡인지, 한국 가곡은 어떤 노래들이 있는지 많이 궁금해하죠. 이번에도 아름다운 한국 가곡을 알리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했습니다.”

2부는 김기훈이 존경하는 러시아 성악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1962~2017)에 대한 헌정 무대로 꾸민다. 두 사람은 모두 바리톤이면서 카디프 콩쿠르 우승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흐보로스토프스키가 ‘러시아 로망스’ 앨범에 수록했던 라흐마니노프의 가곡 ‘아름다운 여인이여 노래하지 마오’, ‘꿈’, ‘대낮처럼 아름다운 그녀’ 등을 부른다. 김기훈은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러시아 특유의 어두움과 감성적인 면을 모두 지닌 성악가라 좋아한다”며 “그의 음악도 좋지만, 갈등을 중재할 줄 알고 예민함 없이 모두에게 따뜻하게 대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무엇보다 존경한다”고 말했다.

바리톤 김기훈이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 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아트앤아티스트)
김기훈의 강점은 웃는 얼굴이다. 성악가들은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인상을 쓰는 경우가 많다. 반면 김기훈은 즐거운 감정을 노래할 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보는 이마저 기분 좋게 만든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감정 덕분에 그는 세계 유수의 오페라단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있다. 김기훈은 “무대에선 누구보다 멋있어 보이고 감동을 선사해야 하지만, 그것만을 위해 노래한다면 본질을 잃어버린다”며 “인위적이지 않게 노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엔 오페라 무대에서 ‘꿈의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다. 미국 댈러스 오페라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 역을 맡아 생애 첫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김기훈은 “현지 관객과 언론 반응이 좋아 만족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도 영국 코벤트가든 오페라 ‘라보엠’의 마르첼로 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보엠’의 쇼나르 역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기훈은 “‘팔색조’라는 말처럼 다양한 역할을 잘하는 ‘믿고 볼 수 있는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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