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와 함께 가볍게 한 잔, 떠오르는 반주문화

  • 등록 2016-12-21 오후 5:01:59

    수정 2016-12-21 오후 5:01:59

[이데일리 e뉴스 정시내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술자리 문화는 ‘소맥’, ‘폭탄주’ 등의 모습들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담스러운 술자리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맥’ 대신 가벼운 저도주를, ‘2차’ 대신 집에서 편하게 혼자 마시는 ‘혼술’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술자리를 넘어서 점심, 저녁식사 풍경까지도 달라지고 있다. 바로 식사 때 술을 곁들여 먹는 ‘반주’ 문화가 덩달아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8월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주류 소비·섭취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폭탄주 경험자의 비율은 55.8%에서 45.7%로 크게 줄어든 반면,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3년 20.2%에서 2016년 41%로 두 배나 늘었다.

과거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반주문화

사실 반주문화는 통일신라부터 그 기록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오랜 술 문화였다. 당시에는 매 끼니마다 술을 곁들여 먹었으므로, 양반가는 물론 민가에서도 저마다 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술 빚는 법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이런 반주용 술들은 집에서 빚어 집에서 마신다는 의미로 ‘가양주(家釀酒)’라고 불렸는데, 이 가양주들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전통주들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맥이 끊겼거나, 한국전쟁 이후 식량위기에 따른 양곡관리법에 의해 가비양주가 밀주로 취급되며 자취를 감췄고, 이로 인해 반주문화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반주문화가 없어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과거와 지금의 반주문화 사이의 비슷한 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반주문화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가 ‘취하기 위한 술’에서 ‘즐기기 위한 술’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인 것처럼, 과거 조상들도 취기 때문이 아니라 풍류를 즐기며 철학적인 사색을 하기 위해 술을 마셨었다.

또한 조상들은 술을 빚을 때 좋은 향과 단맛을 내고자 노력했는데, 이를 위해 배, 앵두 등 다양한 과실을 사용했다. 이는 최근 인기를 끈 과일향이 첨가된 소주나, 여성들이 자주 찾는 매실주 등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전통 반주문화를 재현하려는 사람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전통문화복합공간 한국의집(관장 한운기)은 신선로꿩떡국, 효종갱 등 다양한 오찬메뉴들과 함께, 식사에 곁들일 문배주, 소곡주와 같은 증류주, 복분자·오미자로 맛을 낸 과실주들을 내어 옛 선조들의 반주문화를 보급하고 있다.

남산의 산록 아래 위치한 운치 있는 한옥에서 우리 소리와 함께 즐기는 전통 궁중음식과 곁들이는 반주 한 잔은 옛 조상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신선로·구절판·전유화 등의 일품 궁중 요리부터 한식 뷔페, 코스 요리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의집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진귀한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경주 법주·진도 홍주·전주 이강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특산품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가 전통방식으로 증류한 한주, 당진 해나루 쌀에 백련잎을 넣어 발효시킨 백련 맑은술 등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반주로 손색없는 곁들임 술을 선보인다.

과음을 막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

우리 전통주는 대부분 향이 좋고 단 맛이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을 음미하면 천천히 마시게 되고, 단맛이 강하다보니 2~3잔만 마시면 자연스레 잔을 놓을 수밖에 없다. 주량이 많은 사람도 서너 잔을 넘길 수 없고 술을 못하더라도 한두 잔은 비우게 되니, 반주문화가 건강한 식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식사와 곁들이는 반주는 식사 후의 소화를 돕고, 입맛을 돋우어 주는 효과가 있다. 매일 저녁 과음으로 몸을 상하게 하는 것 보단, 하루 한두 잔의 적절한 반주로 조금씩 주량을 줄여나가며 건강을 챙기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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