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적으로도 내부적인 정책 검토와 내년도 계획을 세워야 하는 때인 만큼 북미 모두 짐짓 여유를 가장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北 “비핵화 영원히 막힐 수 있다” 美 “김정은, 약속 지켜야”
북한은 16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의 개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최근 대북제재 조치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에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비핵화 진전과 제재조치 완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먼저 성의를 보이라”며 원론적인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해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북미 협상이 공전하면서 이달 중반으로 들어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 “서두를 게 없다”고 밝혔다.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하지만 이전에 비해 협상보다 인내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비핵화 달성·경제발전 이뤄야…장기전은 ‘글쎄’
대북 제재의 효과만을 놓고 보면 시간은 미국 편인 듯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북핵은 미국에 실존하는 위협이고 트럼프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북한 비핵화는 눈에 띄는 외교적인 업적이어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내년에 본격적으로 재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외교 부문에서 성과가 필요할 것”이라며 “여기까지 이끌어온 북한 비핵화 협상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겠냐”고 봤다.
장기전으로 갈 경우 일이 되는 방향 보다는 안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미 양측이 판 자체를 깨지 않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에따라 연초에 나올 양 정상의 일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외 정책을 비롯한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방향을 밝힐 것이고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1~2월로 언급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대북협상 동력을 재점화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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