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응책 마련에 고심…기금 마련 방안도 검토

한일 지금 상태론 갈등 속 평행선만 달릴 뿐
피해자 배상금 부분 우리정부서 부담 방안도 거론
일본측 '사과' 이끌어낼지 여부가 관건
  • 등록 2019-01-09 오후 5:02:01

    수정 2019-01-09 오후 5:02:01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 정부는 그야말로 신중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인데다 1965년 양국 정부가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이하 청구권협정)이라는 거대한 암초가 있어서다.

정부로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일본과의 외교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외교부가 일본 지도부의 비(非) 외교적인 언사에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최대한 로우키(Low-Key)로 대응하는 이유다.

국제사법재판소行 가능성 낮고 실익도 없어

일본은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이 신일철주금의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로 줄곧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최근 배상 판결에 응하지 않는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PNR 주식)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자 ‘즉각 조치’를 언급한데 이어, 실제로 9일 법원에서 자산압류 승인 결정이 나자 우리 정부에 중재위원회 전 단계로 협의를 요청키로 하는 등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청구권협정 위반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거나 청구권협정에 명시한 대로 한국 정부에 중재위원회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가지 방안 모두 한국 정부가 응해야 재판이 성립이 된다는 점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재위원회, 사실상 중재 재판소인데 이것이 성립되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이 각각 1명씩을 추천하고, 중립적인 위원 1명을 해서 총 3명으로 구성이 된다. 한국이 재판관을 추천하지 않으면 애초에 구성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도 한일 양측이 모두 재판에 동의해야만 한다.

결국 우리 정부의 대응이 없으면 애초에 판이 만들어지지 않는 국제법적인 판결을 언급하는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일종의 압박이자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여론전이다.

日에만 기대해선 해법 요원…한일관계 근본적 훼손 우려도

국제법적인 다툼으로 가지 않는다 해도 이대로라면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의 공방전은 자칫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우선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해 실제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일본 정부가 맞대응으로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 이기범 연구위원은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제법은 ‘대항조치’를 허용하고 있다”며 “국내 피해자들의 강제집행에 대해 일본측이 한국 기업의 자산 압류 등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강제집행과 대항조치로 한일간 맞대응이 이뤄질 경우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측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개인간에도 법적으로 해결하자고 하면 거의 막장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하물며 국가간에, 그것도 이웃국가 사이에서 외교적인 해결을 못하고 법적으로 갈 데까지 간다면 근본적인 부분에서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 주도로 배상금 지급하는 방안 검토해야”

현재로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합리적이면서도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한국 정부와 기업, 일본 기업이 참여해 기금을 조성하고 여기서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피해자들이 불법으로 강제 동원돼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대법원의 배상 판결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청구권협정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참여 대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국 정부 △일본이 낸 청구권 자금으로 수혜를 입은 한국 기업 △강제노동을 시킨 일본 기업 혹은 자발적인 배상 의사를 밝힌 일본 기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주도해 한일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배상금 마련 방안에 대해 “다른 여러 방안들과 함께 검토 중이기는 하다”며 “지난해 이낙연 총리 주재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때도 그와 관련된 제언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일본측으로부터 ‘사과의 뜻’을 받아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죄의 뜻을 밝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책임있는 당국자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 내는 방안은 추진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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