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임원 늘려라" 아베에 답없던 日재계…후생연금 CIO가 바꿔놨다

[민간기업 유리천장 깨기]③이웃국 일본의 사례
아베 "2020년까지 여성 임원 10%로"…日기업들에 압박
미즈노 후생연금 CIO 취임후 ESG 투자로 선봉장 자임
ESG 투자 3대지수중 MSCI JEWI 산출 ·`30%클럽` 가입
"여성비율 20%이상…무모해 보여도 변화 출발점될 것"
  • 등록 2019-02-18 오후 5:22:00

    수정 2019-02-18 오후 5:22:00

미즈노 히로미치 후생연금 CIO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파른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줄어드는 경제활동인구를 보충하고 떨어지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시도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가 집권한 지난 2012년 이후부터 본격화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상장기업 임원 중 최소한 한 명씩은 반드시 여성으로 기용하도록 경제계에 요청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5년엔 상장사의 유가증권 보고서에 여성 임원 비율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아베 정부는 이같은 노력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여성 이사가 늘어나면 이사회 구성이 다양해지는 동시에 기업 의사결정 과정이 유연하고 투명해지는 등 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 이사진이 늘면 오랜 관습과 구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일본 기업들의 변화가 본격화한 건 아베 총리가 미즈노 히로미치라는 인물을 영국에서 일본으로 데려온 직후부터였다. 미국에서 교육받아 영어에 능통하고 일본 스미토모 트러스트앤뱅킹에서 일하다 2003년부터 11년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사모투자펀드(PEF)인 콜러캐피털에서 파트너로 활약했던 미즈노는 운용자산규모만 1조4500억달러(원화 약 1640조원)로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후생연금(GPIF)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부임했고, 이후 후생연금이 여성 인력 확충의 선봉장을 자임하고 나섰다.

CIO로 취임한 뒤 미즈노 CIO는 곧바로 국채 위주의 안전자산에 집중돼 있던 후생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줘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기대되는 국내외 주식과 사모투자(PEF)나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비중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특히 주식 운용 100%를 외부위탁으로 돌리면서 운용사인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연금의 지속적인 투자 수익 확대와 경직된 일본기업 문화 개선에 본격 나섰다.

미즈노 CIO는 “후생연금은 자산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전세계에 다변화된 운용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투자자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며 “그런 면에서 후생연금 CIO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목표는 연금의 장기 지속 가능성인 동시에 미래 세대의 복지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부담을 낮추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미즈노 CIO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야말로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미즈노 CIO의 진두지휘로 후생연금은 지난 2017년 7월에 1조엔(원화 약 10조2000억원) 투입을 시작으로 ESG 투자에 나섰다. 이 덕에 ESG 투자가 본격적으로 열렸고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부 기업은 ESG관련 정보를 해마다 공개하고 있다. 실제 일본은 지난해 FTSE와 MSCI의 ESG부문에서 각각 글로벌 8위와 5위를 기록했다. 미즈노 CIO는 “일본은 ESG 투자에서 전세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개선되는 국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생연금은 현재 FTSE블로섬재편인덱스(FTSE Blossom Japan Index), MSCI재팬ESG셀렉트리더스인덱스(MSCI Japan ESG Select Leaders Index)와 함께 MSCI재팬임파워링위민인덱스(MSCI Japan Empowering Women Index)를 만들어 ESG 투자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MSCI JEWI는 여성 임원 비율과 여성 직원 채용 비율, 여성과 남성의 출산 및 육아휴직 등을 기준으로 여성 인력 활용도가 높은 기업을 찾아내 만든 지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즈노 CIO는 기업들의 이사회와 임원들 가운데 30%를 여성으로 기용하자는 글로벌 운동인 `30% 클럽 이니셔티브`에 공식 가입하며 일본 기업들의 여성 임원 기용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이 덕에 작년 5월엔 일반 자산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노무라자산운용이 MSCI재팬임파워링위민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고 그 이후 일본은행(BOJ)은 이 ETF를 양적완화 자산매입 대상에 편입해 사실상의 시장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3.5%가 여성이지만 관리직 비율은 13%에 불과해 40% 안팎인 서구권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게 일본이다. 또 기업들의 이사회 멤버 중 여성 비율은 작년말 기준으로 겨우 6%를 넘었을 뿐이다. 미즈노 CIO는 아베 총리가 세운 `202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 10% 이상`이라는 목표치를 `20% 이상`으로 더 높게 잡고 있다. 미즈노 CIO는 “일본인들은 이 목표가 너무 높다고 아우성이지만, 늘상 변화는 이처럼 무모해 보이는 목표에서 출발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 꼼짝 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