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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빨간불’이 켜진 것은 우리 금융시장이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1.00~1.25%) 상단이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25%)와 같아졌을 뿐 아니라 곧 역전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미국이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가 역전됐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자금을 굴리는 입장에서 볼 때 한국 금리와 미국 금리가 같다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미국에 투자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자금은 이자를 좇아 움직인다”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국내 주식이 더 오를 여지가 있든지, 혹은 원화 가치가 절상될 수 있어야 자금 빠져나갈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보다 괜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종전 한·미 금리 역전 시기를 봐도 외국인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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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자본 유출을 결정 짓는 것은 금리차만이 아니라 환율 부도위험 경기 물가 등 여러 요인이 있다”며 “더욱이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나라는 외환건전성을 염려할 정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은 또한 지난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우리나라에서 대규모로 자본이 빠져나간 때는 △아시아 외환위기 1997~9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8~09년 △중국·자원수출국의 경제불안기 2015~16년 등 세 차례였는데 이들 시기의 공통점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안이 전이됐고 국내 경제도 취약했다는 점이 꼽혔다. 한·미 금리 역전차가 결정적이진 않았다는 얘기다.
당장 올해만 보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미 연준이 세 차례 인상했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각각 91억6000만달러, 113억4000만달러로 총 205억달러(한국은행 집계)에 이른다. 그 동안 코스피는 15.8%, 원화는 달러화 대비 7.3% 각각 올랐다.
‘주식·채권·신흥통화, 트리플 강세’…“비관적 공포 단계 아냐”
시장에 풀려있는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미 연준 또한 유동성 축소를 우려하며 ‘양적 긴축으로 시장이 절대 놀라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신익 신한은행 리서치팀장은 “주식이 좋고 채권은 안정됐고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트리플 강세’ 속에 미 국채로 유동성이 흘러가면서 미 국채금리가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 연준의 점진적 자산축소와 최소 수준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에서는 한국에 대해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30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순유입액 85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금리차가 역전된 상황에서 대외충격이 발생하면 일시적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자본 유출입이 빈번해질 수 있다”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