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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굿 뉴스’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너무 큰 폭 내릴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수출 단가가 떨어지며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이다. 유가 폭락이 세계 경기 둔화를 반영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갑작스런 低유가, 수출 악재 우려
19일 한국석유공사와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7.30% 하락한 배럴당 46.24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8월30일(45.96달러) 이후 거의 1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50달러가 깨진 이후 하루 만에 40달러 중반대까지 내린 것이다.
이 정도 폭락은 당초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WTI 가격은 연고점이었던 10월3일(76.41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39.48% 급락했다.
유가는 너무 내려도 문제고, 너무 올라도 문제다. 예상을 벗어난 갑작스러운 저유가는 더 반갑지 않다. 금융시장과 경제계는 적정한 유가 수준, 이른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배럴당 50~60달러로 보고 있다. 현재 유가는 적정 수준을 하회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정책당국이 특히 주목하는 건 유가 흐름이 수출에 미칠 영향이다. 불과 몇 년 전인 2014~2016년 당시 유가 폭락장과 함께 수출이 고꾸라졌던 경험 때문이다. 저유가로 기업의 생산 부담은 줄었지만, 수출 단가가 하락한 정도가 더 컸던 것이다. 2015년 말~2016년 초 월 수출 감소율은 -20%에 육박했다. 2016년 1월에는 19.6% 감소했다. WTI 가격이 20달러대(2016년 1월20일 배럴당 27.88달러)까지 곤두박질했던 때다. 직전 달인 2015년 12월의 경우 -14.3%였는데, 이때는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최근 수출 호조인 것은 지난해 초부터 유가가 반등한 영향이 작지 않았다. 지난해 초부터 50~60달러대로 올라서자, 수출 전선도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지난해 1월 수출 증가율은 11.0%까지 상승했고, 이후 9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세계경기 둔화 우려 점점 커져”
기름값 하락세가 세계 경기 둔화를 암시한다는 점도 반갑지 않은 신호다. 미국 CNBC가 경제·금융 전문가 48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11명(23%)은 12개월 내에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지난 설문조사(19%)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에 대한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좋은 게 하나라도 있을까 하는 게 요즘 시장 분위기”라면서 “호재는 찾기 힘든 반면 악재에는 크게 반응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