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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증가세도 15%를 넘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은행권보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영업 대출이 빠르게 증가해 주목된다. 향후 업황 부진 등에 맞닥뜨리면 대출부실 위험이 경제 전반에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영업 취약차주 위험 커질수도”
한국은행이 20일 내놓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549조2000억원) 대비 41조5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DB(약 100만명)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그 증가 폭은 전년 동기 대비 15.6%에 달했다. 지난해(14.4%)보다 확대됐다. 문재인정부의 대출 규제에 지난해 이후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과는 다른 기류다.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도 2014년 말 3억원에서 올해 2분기 3억5000만원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LTI)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9%까지 상승했다. 2013년 당시에는 167% 정도였다.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규모(DSR) 역시 2013년 이후 계속 상승해 지난해 기준 42%에 달했다.
부동산업(임대업 포함, 40.9%)의 대출 비중이 가장 컸다. 도소매업(13.2%), 음식숙박업(8.8%), 제조업(7.9%)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자영업 대출이 급증하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손에 꼽히는 게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된 때문이다. 임대주택 등록 수는 2014년 46만호 정도였지만, 2분기 현재 116만호에 이르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창업 증가도 한 원인이다. 자영업자 대출 중 60대 이상 차주 비중은 2014년 말 20.7%에서 2분기 현재 24.2%로 증가했다. 3.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40대(-1.8%포인트)와 50대(-2.9%포인트)의 대출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향후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과다 채무 보유자, 음식숙박·부동산업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다. 전체 가계대출도 늘고 있다. 2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1%로 지난해 말(159.8%)과 비교해 상승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상회한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부채 증가율-소득 증가율)는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3.1%포인트였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0.4%포인트에 불과했다. OECD 국가들의 가계부채는 소득과 비슷한 속도로 불어났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의 OECD의 7.75배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이자 못내는 좀비기업 3천개 넘어
한은 관계자는 “한계기업이 계속 증가할 경우 위기시 금융시스템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