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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총 3000여명 이상의 조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과 정·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종일 끊이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의 빈소는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뿐만 아니라 국내외 5곳에 따로 마련돼 고인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관계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베트남 하노이 해외 4개 거점과 국내 지방에는 거제도 대우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조문소를 설치해 대우에 몸담았던 임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숙원 사업으로 강조했던 글로벌 청년 사업가(GYBM) 과정을 밟고 있는 청년 20여명이 베트남 하노이와 미얀마 등에서 김 전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귀국했다. 대우 세계경영연구회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에서 터전을 두고 있는 미래 청년 사업가들이 김우중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온 점이 뜻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청년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GYBM 교육사업의 발전적 계승과 함께 연수생들이 현지 취업을 넘어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체계화해줄 것을 유지(遺志)로 남겼다. 이에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오는 13~15일 2박 3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GYBM 총동문회를 결성해 총회 등을 개최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해 고인의 뜻을 기린다는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의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영결식에서 조사는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이 맡고 추도사는 손병두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한다. 영결식 이후에 김 전 회장의 운구를 실은 운구차가 아주대학교 본관 등 교정을 돌고 장지인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으로 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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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회장의 장례 첫날인 이날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다녀갔다.
특히 재계 인사들은 1990년대 해외 시장 개척을 기치로 선언한 ‘세계경영’에 앞장섰던 고인에 대한 존경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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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도전정신’은 재계 3세 경영인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조문을 마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안타깝다”고 울먹거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조문 뒤 울먹이는 모습을 보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도 빈소에 30여분 머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조문해 “(김 전 회장의) 작은아들(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이랑 친구”라며 “고인과의 평소 인연은 없지만 예를 갖추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해외출장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우중 키즈’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김우중 회장은) 아직까지 지금 세대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떠나신 회장님이 역사에서 궁극적으로 좋은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과 대우그룹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서 회장은 “전 세계에서 큰 사업을 하기에 당시 우리나라 금융환경이 받쳐주지 않았고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가 아니었다”며 “혹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없었더라면 대우가 나아갈 수 있었더라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월등히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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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에서는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등이 빈소를 찾았다. 홍 전 원내대표는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아울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홍사덕 전 국회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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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내실에는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보낸 조화가 놓였다.
이 밖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정몽규 HDC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들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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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빈소에는 대우그룹 해체 후 뿔뿔히 흩어졌던 ‘대우맨’들이 총집결해 ‘의리’를 보여줬다. 2009년 김 전 회장을 중심으로 모여 설립한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장례 절차 전반을 맡았다. 대우맨 출신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비롯해 이경훈 전 대우 회장,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 장병주 전 ㈜대우 사장, 장영수·홍성부 전 대우건설 회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우자동차 노조 위원장 출신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계 인사도 조문했다. 대우그룹은 41조원 규모 분식회계로 불미스럽게 해체됐지만, 몸 담았던 대우맨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당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삼성과 현대 등 다른 그룹보다 높기로 유명하다.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은 “김우중 회장님은 저희와 평생을 함께한 가족이자 큰 스승님이었다”며 “엄격하지만 동시에 자상했고, 부하들을 아주 끔찍이 사랑하셨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대우그룹 최연소 임원으로 김 전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백기승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사실 제가 ‘세계경영’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그 단어를 보고는 어린애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당시 5~8년만 추진하면 대한민국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전을 탱크처럼 견고하게 만든다는 ‘탱크주의’로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은 “김 전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 이렇게까지 발전하는 동력을 제공한 분”이라며 “IMF 때 정부와 잘 타협했으면 해체까지 안 해도 됐을 텐데 그 공로를 세상 사람들이 별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우맨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리틀 김우중’을 양성하는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의 마지막 사장이자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인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를 중심으로 김 전 회장 주변인들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해외 청년 사업가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세계경영회는 현재 회원 4700여명, 해외 지회 37개소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