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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예전엔 지독하고 격한 사랑의 드라마가 많았다. 지금은 이런 농도 짙은 에너지를 오히려 힘겨워하는 시대인 것 같다.” (연출가 조광화)
헤어진 연인에게 집착하는 남자, 현재가 늘 불안한 여자,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욕망 앞에서 허무함을 느끼는 현대인의 이야기. 연극 ‘미친키스’가 지난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약 10년 만에 재공연을 하고 있다.
연출가 조광화가 1998년 초연한 ‘미친키스’는 사랑과 욕망 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다섯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위 높은 애정 신, 불안과 허무함을 드러내는 극단적인 감정 표현 등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조광화 연출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조광화전(展)’의 두 번째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가장 큰 변화는 ‘이미지’와 ‘스타일’에 방점을 둔 연출이다. 다섯 주인공과 함께 음악감독 겸 아코디언 연주자 미미와 안무가 심새인이 각각 악사와 히스 역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이들은 음악과 몸짓으로 장면 전환을 이끈다. 조 연출은 “악사와 히스의 역할을 부각시켜 작품의 주제를 ‘이미지’와 ‘분위기’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이전보다 힘을 뺐다. 과거 공연은 배우들이 마치 창자까지 끄집어내듯 강하게 연기했다. 조 연출은 “이번 공연에선 각각의 배우가 지닌 성격과 기질에 맞춘 연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아코디언 음악을 사용한 것도 작품에 변화를 주기 위한 요소다. 조 연출은 “아코디언 음악은 쿵짝쿵짝 신나지만 잘 들어보면 쓸쓸하다. 이중적인 음감을 작품 분위기로 이용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배우 조동혁, 이상이가 주인공 장정을 연기한다. 조동혁은 7년 만의 연극 무대이며 이상이는 첫 연극 도전이다. 조 연출은 “조동혁은 배우로서 갖고 있는 진심으로 장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상이는 20대지만 젊은이에게서 볼 수 없는 감성을 갖고 있어 욕심이 났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미친키스’는 오는 5월 2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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