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도 없고 당국도 없다‥원화 추락하는 이유

원·달러 환율 한 달새 56원 상승..주요국중 최고 급등
'안전 통화' 대접 받았는데..원화 속절없이 추락
수출 부진에 기업 보유 달러 부족..당국도 적극 개입 꺼려
  • 등록 2019-05-15 오후 4:16:49

    수정 2019-05-15 오후 4:16:49

사진=AFP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 수출이 부진해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물량 자체가 많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누가 조금만 원화를 팔아도 원화 값이 자꾸 떨어지는 거죠. 당국의 개입이 없으면 원화 값은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시중의 A 외환 딜러)

총알도 없고 당국도 안 보인다. 수출 부진과 소극적인 외환 당국의 태도가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는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달러 값이 아무리 오르더라도(원·달러 환율이 상승해도) 팔 달러가 없으면 원화 가격이 올라기가 어렵다. 실수요가 부진한 만큼 불안한 시장 참여자들의 차익 매물로 원·달러 환율이 더 크게 요동치는 분위기다.

총알이 없다..수출부진에 네고물량 ‘뚝’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4월15일~5월15일) 원·달러 환율은 55.5원(1133.10원→1188.60원) 급등했다. 한 달간 원화 가치가 거의 5% 절하된 것이다. 여타 주요 신흥 통화들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3% 정도 하락했고 호주 달러화 가치도 대략 3% 내렸다.

원·달러 환율의 일간 변동폭도 확대됐다. 이번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일평균 4.4원 변동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의 일간 변동 폭은 1월~4월 일제히 2~3원대에 그쳤는데, 이번달 들어 거의 5원까지 훌쩍 뛴 것이다. 지난해 12월(4.6원) 이후 변동폭이 가장 컸다.

올해 초반만 해도 분위기가 달랐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 움직임을 지속하면서 원화가 안전 통화로 대접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 초반까지 거의 10개월 동안 원·달러 환율이 1120~1140원 박스권에서 등락하면서다.

그러나 상황이 급반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이슈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1분기 ‘역성장’ 쇼크가 나오면서 원화 약세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불과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이 50원 넘게 올랐다.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모두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화 가격이 빠졌다.

수출부진 여파로 네고물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원화의 추가 약세 요인 중 하나다. 네고물량이란 수출업체가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 자금을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을 때(달러화 가치가 올랐을 때) 네고물량이 유입된다. 가지고 있는 달러를 비싸게 팔겠다는 심리다. 수출업체들이 외환시장의 ‘큰손’인 만큼, 이들이 움직이면 환율은 하락한다.

한 달 새 원·달러 환율이 50원 넘게 올랐다면 네고물량이 대거 유입되고도 남을 만하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네고물량이 실종되다시피 했다고 입을 모은다. 통관 기준 수출액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이 부진한 탓에 가지고 있는 달러 대금 자체가 적다. 원화 가격을 끌어올릴 총알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지난 3월 네고물량이 대거 나왔다”고 설명했다. 가지고 있던 달러 자금이 이미 상당수 소진됐다는 거다. 일부 남은 물량도 추후 환율이 오를 것을 예상해 내놓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국도 없다..자본유출 없어 안심했나?

시장에 당국이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 급등의 또 다른 요소다. 수출업체를 제외하면 남는 ‘큰손’은 외환 당국이다. 당국이 ‘쏠림’을 포착하고 가지고 있는 달러 자금을 매도하는 식의 개입을 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복수의 시장 인사들에 따르면 최근 외환당국의 움직임은 제한되고 있다. 지난 10일 5억~10억달러 가량의 매도 개입이 유입됐다는 분석이 있긴 하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50원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개입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원·달러 환율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수출과 환율과의 관계가 희미해졌다고는 하지만, 반도체 같은 고도 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원화 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은 국내 수출업계에 도움이 된다. 상승하는 원·달러 환율(원화 가치 하락)을 굳이 막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유출 부담도 거의 없는 상태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하겠다”면서도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인사들도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이구동성 말한다. 지난 13일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다른 주변국과 비교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당분간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200선을 넘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장은 정부가 1200원선을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환율이) 시장 흐름에서 결정되는 것도 있지만 일부 급격한 쏠림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일방적·비정상적 쏠림 현상은 정부가 모니터링하면서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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