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전까지도 총부리 겨누던 고성GP, 금강산 구경하는 관광지 될까

시범철수 GP 중 보존키로 한 고성 GP 언론 공개
정전협정 후 남측에 설치된 최초의 감시초소
문화재청, 문화재 지정 위한 현지조사 시작
  • 등록 2019-02-14 오후 6:02:00

    수정 2019-02-14 오후 6:02:00

강원도 고성 GP에서 군 관계자들이 지난 ‘9·19 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인원과 장비는 철수하고 원형은 보존된 고성GP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원래는 1개 소대 규모 30~40명 병력이 주둔했던 곳이다. 그러나 불과 세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언제 사람이 살기나 했냐는 듯 차가운 콘크리트 덩어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철수 대상 감시초소(GP) 중 원형을 보존키로 한 고성 GP 모습이다. 국방부는 14일 언론에 강원도 고성의 우리측 GP 모습을 공개했다. 정전 직후 1953년 7월부터 임무를 시작한 이 곳은 최초의 우리 군 GP다. 한 번도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다. 지난 해 12월 북한군 1명이 이 곳 GP 인근으로 귀순한바 있다. GP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녹슨 철조망은 65년여 세월에 삭을대로 삭아 더이상 날카롭지 않았다.

남·북은 지난 해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DMZ의 평화지대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 GP를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시범적으로 남·북 각각 1Km 이내에 있는 GP 11개를 우선 철수키로 하고, 이중 1곳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키로 했다. 보존이 확정된 이 곳 고성 GP는 남측 최동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2일부터 11월5일까지 화기와 장비를 철수하고 병력도 이 곳을 떠났다. 전기와 수도는 모두 끊겼다. 벽에 붙어 있던 전기 스위치도 다 뜯겨져 전선만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철수 이전까지 나란히 펄럭이던 태극기과 유엔사 깃발도 모두 사라졌다. 탄약과 기름탱크가 있던 자리는 휑한 모습이었다. 모든 방의 문이 활짝 열려 있어 텅 빈 모습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강원도 고성 GP에서 관측된 북한군 GP 철수 자리 [사진공동취재단]
병사들이 사용하던 생활관 1층을 지나 계단을 통해 바깥으로 연결되는 곳에 올라서니 며칠 전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취재진이 방문하기 전까지는 인적이 없었음을 대변했다. 여기에는 더이상 쓸모가 없어진 공용화기 진지 등이 형태만 남아 있었다. 이 GP에는 모두 6개의 화기진지가 있었다고 한다. 기관총 등 중화기가 거치돼 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콘크리트 벽만 남아 있는 상태다. 모래주머니 10여개가 널부러져 있었다.

GP에서 북쪽으로 10시 방향에 금강산 채하봉과 백마봉이 보였다. 비로봉은 그 뒤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에는 해금강이 흐른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전해지는 ‘감호’(북한 강원도 고성군 고성읍 구선봉 앞에 자리한 호수)도 볼 수 있었다. 과거엔 이 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불과 580m 전방에 북측 GP가 있었다. 현재는 해당 북측 GP가 철거돼 공터만 남아 있다. 군 관계자는 “가끔 북측 군인들이 순찰을 위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북측 GP 뒤로는 월비산 고지가 보인다. 6.25 전쟁 당시 우리 군이 빼앗았다가 다시 북측에 뺏긴 곳이다. 월비산 고지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조금 옮기면 덕무현 전망대가 있다.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방문해 방사포 사격을 지휘했던 곳이다.

강원도 고성 GP 내부 모습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곳과 북측 사라진 GP 공터 사이에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었다. ‘평화의 오솔길’이라고 불린 이 길은 지난해 12월 12일 남과 북이 상호 GP 철수 상태를 검증하기 위해 낸 길이다. 이 길로 북측 군인들이 남측으로, 남측 군인들은 북측으로 오가며 서로 약속을 잘 지켰는지 확인했다. 오솔길엔 며칠 전 내린 하얀 눈이 내려 앉아 있었다. 문화재청은 이날 여기 고성 GP의 문화재적 가치를 검토하기 위해 관계 전문가 현지조사를 시작했다.

국방부는 GP의 감시장비를 조정하고 DMZ 수색·매복 등 작전활동을 통해 시범철수 GP에 대한 경계를 보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 GP 철수 이후에도 우리 군은 GP 후방 남방한계선 상 GOP에 구축된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통해 인접지역과 상호 중첩된 감시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며 “상당수의 소대급 부대가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고성 GP 외관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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