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北 과학 중시 인상적”, 현정은 “금강산 사업 재개 희망”
이들을 만난 이용남 부총리는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여러분들과 다시 한번 마주앉는 계기가 생겼다”면서 “우리가 손을 잡고 지혜와 힘을 합쳐나간다면 얼마든지 경제 협력 사업에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총수일가 최초로 북한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북한의 과학과 인재 중시 분위기를 언급하는가 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숙원인 금강산 사업 재개 의지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 와서 이렇게 경험하고 (북측 인사들을) 뵙고 하니까 (인상적)”이라면서 “과학과 인재 중시라고 (적혀 있더라)”고 말했다. 과학분야의 경제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현 회장은 “남북정상회담 뿐 아니라 북미정상회담도 잘 돼서 빨리 금강산도 풀리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자가 “현정은 회장님은 소개를 안드려도 되지 않느냐”고 하자 북측 인사들은 환하게 웃으며 호감을 표하기도 했다.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자신을 “민과 관에서 일하고 있고, IT 쪽 전문가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고 소개하자 북측 한 인사가 “새 시대 사람이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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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남 부총리는 북한의 대외 경제협력 분야를 책임지는 ‘실세’다. 현재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은 박봉주 내각 총리가 총책임자지만, 이 부총리가 북한의 외자 유치와 대외 경제협력 분야를 총괄하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인들과 향후 남북 경협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이 부총리는 이날 우리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 철도, 도로,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 및 경제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원산과 금강산 등 국제관광지대와 평양·남포 등 첨단기술개발구역 등에 대한 투자 논의 역시 이뤄졌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신경제구상 역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해안·동해안·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 형태로 동시에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 관련 자료를 건넨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미국의 대북제재와 유엔 제재가 풀린 이후에야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 남북정상회담 직전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 이행 의무를 상기시킨바 있다. 이와 관련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브리핑을 통해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 경제인들의 이번 수행단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지금 남북간에 이제 막 시작한 협력 분야에 대한 대화들을 진척시키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상황들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고 북미간에 대화 여건들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면서 “새로운 조건들이 만들어지면 변화들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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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공식수행단과 특별수행단 일부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했다. 또 우리 측 시민사회 대표들은 김영대 북한 사회민주당 중앙위원장을 만났다. 북한 사회민주당은 형식적이나마 북한의 ‘소수정당’ 지위를 갖고 있고 김영대 위원장이 남북교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온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만남은 우리측 실수로 불발됐다. “일정에 착오가 있었다”는 설명이지만, 적지 않은 비판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