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안정성’ 우선에 뒀다
19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맥쿼리인프라펀드 임시 주주총회에서 맥쿼리인프라펀드 운용사를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안건인 ‘법인이사인 집합투자업자 변경’이 최종 부결됐다. 이날 서면과 전자투표를 포함해 전체주주의 74%가 출석했다. 이중 31.1%에 해당하는 주주들이 운용사 교체에 찬성했지만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백철흠 맥쿼리자산운용 대표는 “주주들의 결정은 맥쿼리자산운용이 지난 16년간 주주들께 제공한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 생각한다”며 “어려운 자산운용시장에서도 MKIF가 지금까지 거둔 투자 성과와 맥쿼리의 역량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수익을 돌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보다 성실하게 경청하며 주주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건설적인 발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 기관 관계자는 “펀드산업은 신뢰산업이라는 점에서 운용의 지속가능성이 관건이었다”며 “지금 수익을 잘 내고 있지만 앞으로도 돈을 잘 벌어다줄 것인지가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수료를 10분의 1로 낮추는 것은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수료만 낮춘다고 좋은 펀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인프라펀드는 일반 사모펀드(PEF)와 달리 정부와의 협상력이 중요한 데 이에 맞서 주주들의 이익을 지켜줄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플랫폼은 ‘숨겨진 승자’
당초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은 운용사 교체를 주장했던 플랫폼에 다소 유리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은 찬성이 세곳, 반대가 2곳으로 찬성이 우세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가 운용사 교체 안건에 대한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 대신지배연구소는 반대를 권고했다.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은 운용의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기관투자가는 “맥쿼리운용 수수료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지금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운용사 교체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운용사 교체 안건은 부결됐지만 토종 행동주의 헤지펀드로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플랫폼 역시 숨겨진 승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생 행동주의 헤지펀드로써 영향력을 인정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맥쿼리인프라는 국내 유일의 상장 인프라펀드로서 서울-춘천고속도로, 마창대교, 우면산터널 등 총 12개의 SOC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MKIF 투자수익율은 2006년 상장 이후 연 9.2%(같은 기간 코스피 평균 6.7%)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했고 배당수익률이 평균 5~7%에 달해 투자자들이 배당주로 투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