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돈줄 죄기 임박했나…한은 "자본유출 우려"(종합)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원화로 5000조원이 넘는 돈줄을 죄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평가가 나왔다.

이는 미국 연준이 지난 2008년 이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완화’로 매입한 채권을 팔겠다는 것이다. 현재 4조5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연준이 채권을 시중에 팔면 유동성은 더 줄어들게 된다. 이른바 ‘양적긴축’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자본유출 압력도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美 양적긴축 임박했나

한은 뉴욕사무소가 5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주요 투자은행(IB) 16곳 중 8곳(50%)은 미국 연준이 지난달(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비친 보유자산 축소에 대한 발표를 오는 9월 FOMC에서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SBC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RBC 등이다.

5월 FOMC가 열리기 전 이같은 전망을 했던 IB는 2곳(13%)에 불과했다.

시장은 양적긴축 발표 시기를 당초 오는 12월로 예상했는데,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럿이다. 올해 중 양적긴축을 시작하려면 9월께 미리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첫 손에 꼽힌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9월 FOMC 때는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어 보유자산을 줄이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공표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부쩍 높아진 정책 불확실성을 낮추고자, 내년도 예산안 논의 전에 양적긴축 계획을 공개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한은은 이같은 시장 동향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 연준의 보유자산 규모 축소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긴축 정도가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축소 방침을 앞당겨 발표하고 점진적으로 시행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조절하는 의미”라고 봤다.

◇"韓 자본유출 압력 우려"

한은은 다만 시장 충격 가능성은 우려했다. “예측하지 못한 장기금리 상승 등 금융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은 1조5000억달러의 자산 축소시 25bp(1bp=0.01%포인트, 0.25%포인트), 그러니까 한 차례 금리 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자료에서도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진행된다면 시중 유동성 감소를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또 “이는 미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입장에서는 내외금리차 축소 또는 역전으로 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한은 뉴욕사무소 관계자는 “(양적긴축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물가 등 미국 경제 상황, 6월 FOMC 결과, 8월 잭슨홀 회의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