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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14건

푸바오 돌아간 쓰촨성...둥둥 떠다니는 판다 사체 발견
  • 푸바오 돌아간 쓰촨성...둥둥 떠다니는 판다 사체 발견 [영상]
  •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판다의 고향’ 중국 쓰촨성 야안시 바오싱현의 하천에서 자이언트 판다 사체가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쓰촨성은 한국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머무는 워룽 선수핑 기지가 있는 곳이다.11일 쓰촨성 야안시 바오싱현 강가에서 어린 자이언트 판다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강 위에 떠다니는 모습을 관광객이 발견했다고 이튿날 중국 국가 기간방송 CCTV가 보도했다. (사진=더우인)12일 중국 CC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관광객 A씨는 전날 쓰촨성 야안시 바오싱현 강가에서 야생 자이언트 판다로 추정되는 사체를 발견해 촬영했다. A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더우인 계정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판다 머리와 팔다리 부분이 물에 잠겨 있고 등과 엉덩이 부분이 수면 위로 떠올라 있는 모습이 나온다. 주변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판다 사체가 나온 이곳은 인류가 최초로 자이언트 판다를 목격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일행과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을 지나다 죽은 판다를 발견했다고 한다. 11일 쓰촨성 야안시 바오싱현 강가에서 어린 자이언트 판다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강 위에 떠다니는 모습을 관광객이 발견했다고 이튿날 중국 국가 기간방송 CCTV가 보도했다. (영상=더우인)영상에도 이들이 “저것 좀 봐라. 자이언트 판다다”라고 말하는 음성이 나온다. 게시물에도 “조난당한 자이언트 판다를 발견했다” “나무에서 떨어져 익사한 것 같다”는 내용이 덧붙어져 있다.A씨는 처음에는 강아지가 물에 빠진 줄 알고 구해주려 했는데, 자세히 보니 어린 자이언트 판다가 미동도 없이 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A씨 일행은 즉시 마을위원회에 판다 사체를 발견한 사실을 알렸고, 바오싱현 산림국은 현장에 직원을 내보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당국은 현지 언론에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모든 관리와 보호 현장 직원에게 조사를 지원하도록 했다”고 말했다.바오싱현 관계자는 “판다 몸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초기 조사 결과 사인은 익사”라며 “익사 전 판다의 질병 여부는 추가 부검을 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 전문가가 해당 판다 부검을 진행하고 있다.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건강하게 여름을 보낸 꼬마 판다 푸바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사진=연합뉴스).한편 전 세계 판다 수는 2천500마리가량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에서 야생 판다는 1천800마리에 불과하다. 쓰촨성 바오싱현에는 180여 마리의 야생 판다가 서식하고 있다. 이 지역의 야생 판다는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이나 번식기인 봄철에는 깊은 숲속에서 나와 민가와 가까운 지역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024.04.12 I 홍수현 기자
출근길 도로 막은 고장난 버스…경찰 밀어도 소용없자 시민들은
  • 출근길 도로 막은 고장난 버스…경찰 밀어도 소용없자 시민들은
  •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출근 시간대 수원의 한 경사진 도로 한가운데 고장 나 멈춰 선 버스를 경찰과 시민들이 합심해 안전하게 이동시킨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고장난 버스를 함께 밀고 있는 시민과 경찰의 모습. (사진=경찰청 유튜브 영상 캡처)11일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전 9시께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왕복 8차선 경사진 도로에서 “버스가 고장 나 멈춰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당시 현장은 주행하던 마을버스가 고장으로 멈추면서 좌회전·유턴 차선을 가로막은 상태였다. 출동한 경찰관 3명이 버스를 옮기기 위해 뒷쪽에서 20분가량 밀었지만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인근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까지 합류했지만 버스는 미동도 없었다.경찰 관계자는 “정차된 버스로 인해 장시간 차량 정체 및 교통사고의 위험이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이때 시민들이 나섰다. 신호 대기 중 이 모습을 본 한 운전자가 차량 밖으로 나와 버스를 밀던 경찰관 옆에 서서 손바닥을 맞댔다. 곧이어 배달 기사와 다른 차량 운전자도 아무 말 없이 버스 뒷 쪽에 자리를 잡았다.힘을 모은 이들은 천천히 버스를 밀어 근처 갓길까지 옮겼다. 조치를 마친 시민들은 경찰관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다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 관계자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었고 시민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며 “도움을 주신 시민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2023.09.11 I 이로원 기자
 빗소리·바람소리·새소리 들으며 짙은 댓잎향에 ‘숲’며들다
  • [여행] 빗소리·바람소리·새소리 들으며 짙은 댓잎향에 ‘숲’며들다
  •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이 있다.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 이 마을에는 한 일가가 무려 400여 년간 길러온 숲이 있다. 이 숲이 자리한 곳은 철마면 연구리와 이곡리, 일광면 용천리와 경계를 이루는 아홉산. 이 자락 아래에는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그리고 지키고 있는 ‘숲’이 있다. 금강송이며, 참나무며, 편백이며, 맹종죽이 뒤덮고 있는 숲이다. 분수도, 인공적인 꽃길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숲. 규모도 자그마치 52만㎡(15만 7000여평). 나무를 스치는 바람, 점점 짙어지는 나무향과 풀향, 새들의 소리와 댓잎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가득한 곳이다. 긴 세월 지키고 가꿔 온 문씨 일가의 고된 노동의 흔적도 있다. 이 모든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숲으로 비를 맞으며 들어간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특히 비오는 초여름 대숲을 거닐때는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임진왜란 피해 들어와 일제강점기에도 지켜온 숲아니나 다를까. 주말이 가까워 오자, 어김없이 비가 또 내린다. 비 내리는 날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두가지. 비를 피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실내로 들어가거나, 또는 비 내리는 풍경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이다. 부산 기장의 아홉산을 찾은 이유는 후자다. 비 오는 날의 숲은 짙어진다. 숲의 색도, 향기도, 그리고 빗속을 걸어가는 연인의 마음도…. 그래서 비 오는 대숲에서는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댓잎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와 조심스레 소리를 내어서다. 때로는 교향악단의 웅장한 행진곡처럼, 아니면 경쾌한 왈츠마냥, 어느 재즈바의 몽환적인 선율처럼… 그렇게 습기 머금은 대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조금씩 풍경의 일부가 되어 간다.여행길은 혼자여도 좋지만, 때로는 동행자가 있는 것도 좋은 법. 오랜 지인이자, 부산관광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부산 지리와 역사에 밝은 최부림 씨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그는 퇴직 후 ‘재미난투어’라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그에게 이 숲이 가진 이야기를 청했다. 이 숲의 시작은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에서 살던 남평 문씨 일가는 난리를 피해 철마면 웅천 미동마을로 옮겨와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에 대숲을 일구고 금강송·편백·참나무 등을 심었다. 그렇게 40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큰 위기도 여러차례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들이 아홉산 숲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이닥쳤다. 일제가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나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남평 문씨의 일가 어른들은 일부러 놋그릇을 숨기다 들켰다. 일제는 놋그릇을 뺏었고, 남평 문씨 어른들은 조상들 제사를 어떻게 모시냐며 땅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 이에 일본 순사들은 놋그릇만 가지고 슬며시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고 했다.최근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숲을 관통하는 임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장군이 아홉산을 홍보하면서 여행객들이 몰려서다. 이후 반세기의 고요를 간직했던 아홉산 숲은 고기 굽는 냄새와 행락객들의 음주·가무로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 트럭을 몰고 와 대나무를 베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야생난은 자취를 감췄고, 희귀식물은 뿌리째 뽑혀 갔다. 결국,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에 철조망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2년여에 걸쳐 숲 둘레에 2.5km 길이의 철조망을 세웠다. 이후 숲은 조금씩 살아났다. 문씨 일가는 2003년 3월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학술적 목적으로만 민간의 입장을 허락했다. 같은 해 9월 아홉산 숲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아홉산 숲사랑 시민모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최근 이 숲에서는 맹종죽 숲을 배경으로 드라마 ‘더 킹 영원한 군주’를 촬영하기도 했다.◇맹종죽·금강송·편백…숲의 향연에 빠져들다이제 아홉산 숲을 본격적으로 걸어볼 차례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숲의 향연이 시작된다. 조금 걷자 가장 먼저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선 금강소나무는 두 팔 벌려 안아도 부족하다. 남평 문씨 가족 묘역을 지나면 금강소나무가 또 한 번 장관을 이루며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영남 일원에 수령 400년에 이르는 금강소나무가 드물 뿐더러,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채취한 흔적 하나 없이 잘 가꿔 116그루나 보호수로 지정됐다.금강소나무 군락지 앞으로는 맹종죽 숲이다. 굿터와 평지대밭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최근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를 촬영했다. 드라마에서 평행 세계로 넘나들던 차원의 문(당간지주)이 맹종죽 숲을 배경으로 한 넓은 터에 있다. 포토존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대호’, ‘협녀, 칼의 기억’ 등이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지대밭은 별도의 이름을 붙인 맹종죽 숲으로,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걸을 만한 오솔길이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굿터를 지나면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마주 보는 ‘바람의길’을 지난다. 아홉산숲에서 가장 시원한 길이다. 이 길을 지나면 ‘대호’를 촬영한 서낭당.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과 삼나무 숲을 거쳐 평지대밭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참나무 숲을 지나자마자 평지대밭이다.‘평지대밭’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인 이 맹종죽 숲은 1960~70년대 부산 동래지역 식당에서 잔반을 얻고 분뇨차를 불러 거름을 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오솔길만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더 킹’에서 주인공 이곤(이민호 분)이 말을 타고 달리던 곳이 바로 ‘평지대밭’이다. 좁은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큰 맹종죽이 3만 3000㎡(약 1만 평)가 넘는 공간에 빼곡하다. 맹종죽 단일 종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숲이라고 한다. 이 길을 걸으면 평행 세계로 들어가는 듯 신비롭다. 대숲을 가득 채우는 빗소리도 너무 좋고, 비좁은 대숲을 딱 붙어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도 애틋하다.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 소리와 댓잎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결혼 행진곡마냥 경건하다. 평지대밭을 지나면 굿터 맹종죽 숲 입구에서 지름길을 따라 내려갈 수 있다.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는 마음으로 아홉산숲을 조성한 남평 문씨 일가의 종택(관미헌), 거북 등딱지처럼 생긴 희귀 대나무(구갑죽), 여름이면 분홍빛 꽃을 피우는 100년 된 배롱나무 등도 만나볼 수 있다.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는 한 일가가 400여년 간 길러온 ‘아홉산 숲’. 이 숲에는 맹종죽 숲을 비롯해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지대밭은 별도의 이름을 붙인 맹종죽 숲으로, 어둑어둑한 대나무 밀림에 두 사람이 걸을 만한 오솔길이 나 있어서 잠시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여행메모△부산의 특급호텔들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운대나 서면, 기장 쪽에 대부분 몰려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은 금정구에 자리한 농심호텔이다. 역사만 무려 50년이 넘었을 정도. 한강 이남 최초의 호텔이라고도 부른다. 농심호텔로 이름을 바꿔 단 것은 지난 2002년 8월. 이전까지는 1970~80년대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던 ‘동래관광호텔’이었다. 지금은 디럭스, 럭셔리, 스위트 룸 등 240실을 보유한 특급호텔로 변신했다. 이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세 곳. 하나는 동래온천을 즐길 수 있는 ‘허심청’과 독일 전통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허심청브로이’, 제철 식재료로 한식 정찬을 맛볼 수 있는 ‘내당’ 등이다. 특히 호텔 투숙객(2인)에게는 허심청 온천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2021.06.11 I 강경록 기자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와요?”
  • [김기자의 속살]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와요?”
  •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우리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지 않습니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고 믿고요. 우리도 모르게 익숙해진 속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속설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고 우리가 왜 믿어야 하는지를요. 김 기자의 ‘속살’(속설을 살펴보는)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리코더와 단소는 값이 싸고 연주가 쉬워 초등학교 수업 때 배우는 필수 악기다. 자연스러운 연결음을 내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과 후 집에서 밤늦게까지 연습은 계속된다.유튜브 SBS ‘TV동물농장X애니멀봐’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부모들은 유명 색소포니스트인 케니지(Kenny G)캐니지로 빙의한 자녀의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하지만 아주 가끔 리코더·단소 소리가 듣기 힘들 때도 있다. 이웃 주민에게 소음처럼 들릴까 괜히 미안한 마음과 함께다.그때마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다”라고 겁을 줬다. 여기에 TV 광고까지 쐐기를 박았다. 1994년에 출시된 해태제과 ‘피리껌바’ 광고에서 개그맨 박명수씨는 아이스크림을 잘 먹다가 “남들 자는데 피리 불지 말아요. 뱀 나와요”라고 말해 아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피리껌바’의 막대기 끝에는 피리를 불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다. 또 TV 인도여행기에서 인도 남성이 피리를 연주하며 광주리에서 코브라를 불러내는 모습도 한 몫했다. 해태 ‘피리껌바’ 광고.◇뱀은 정말 관악기 소리에 춤을 출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18년 SBS ‘TV동물농장’에서는 하루에 뱀 한마리는 볼 수 있다는 시골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 한밤 중 리코더 버스킹이 펼쳐졌다. 하지만 뱀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동물원 뱀들을 모아놓고 리코더를 연주했지만 미동도 없었다.사육사의 리코더 연주에 춤을 춘다는 코브라도 찾아갔다. 하지만 코브라는 악기 소리에 몸을 흔드는 것이아니라 사육사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사육사가 리코더 대신 대파를 입에 대고 연주하는 척을 하자 코브라는 사육사 움직임에 따라 몸을 흔들었다. 유튜브 SBS ‘TV동물농장X애니멀봐’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아무리 봐도 뱀의 귀가 보이지 않는데?혹시 뱀에 귀를 본 적이 있는가? 뱀은 사람처럼 외관에 보이는 귀는 없으나 소리를 감지하는 기관은 갖고 있다. 사람이나 포유류의 경우 음파가 고막(tympanic membrane)을 진동시켜 망치뼈(malleus)→모루뼈(incus)→등자뼈(stapes)→내이로 전달돼 소리를 인식한다. 하지만 뱀은 따로 고막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방골(quadrate bone)이 고막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 민감한 방골은 음파의 진동을 인식한 뒤 등자뼈→내이로 전달되어 소리를 인식한다.◇뱀은 리코더, 단소 소리를 들을 수 있나?유튜브 ‘도닥붕’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 김용호 씨는 “뱀의 경우 사람과 달리 가청주파수 범위가 낮아 저음역대 일부와 중음역대 일부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사람은 20~2만㎐ 영역을 소리로 느끼고 뱀이 소리로 느끼는 음역대는 150~600 ㎐다. 따라서 관악기의 소리도 고음역대만 있는 게 아니기에 뱀도 피리의 소리를 듣고 반응을 할 수 있긴 하다”라고 설명했다.여러 사실을 종합해보면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나타난다’는 완전히 거짓은 아니다. 뱀 역시 낮은 음역대의 피리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뱀이 피리 소리를 좋아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또한 피리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움직이거나 춤을 추는 것도 불확실하다. 이 속설은 ‘밤에 피리 부는 것’이 듣기 싫고 이웃에 예의 없다고 판단한 어른들이 뱀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2020.04.18 I 김소정 기자
경기도교육청, 고교학점제 시행 대비 지역사회와 협력
  • 경기도교육청, 고교학점제 시행 대비 지역사회와 협력
  • (사진=경기도교육청북부청사)[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비해 지역 내 공동체 간 협력체계 구축에 나선다.경기도교육청은 2022년에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안착을 위해 ‘2020년 경기 교육과정 마을 캠퍼스’ 10개 지구를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이번 사업은 교육지원청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대학 등의 인적·물적 자원을 상호 공유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는 학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했다.교육과정 마을 캠퍼스 10개 지구는 고교학점제 선도지구 8개와 교육 소외지역 교육여건 개선지구 2개로 운영된다.‘고교학점제 선도지구’는 고양, 광명, 광주·하남, 김포, 부천, 안성, 안양·과천, 평택이고 ‘교육 소외지역 교육여건 개선지구’는 포천·연천·가평, 여주·양평·이천이다.교육과정 마을 캠퍼스는 △학교 간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 마련 △학교 간 통학여건 개선 △소수 선택과목 순회교사 배치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교실 시설 구축 △일반고-특성화고교-대학의 연계 직업교육 운영 모델 개발 △도농 간 강좌 교류 △지역 대학 인프라 연계 등의 운영 과제를 지역사회 여건에 맞게 실행할 예정이다.황미동 학교교육과정과장은 “교육과정 마을 캠퍼스는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고교 교육 혁신모델이 될 것”이라며 “도교육청은 내실있는 교육과정 캠퍼스 지구 운영을 위해 정책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문가 컨설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0.03.22 I 정재훈 기자
  • [환경의 날] 사람이 없앤 바다, ‘아랄해’를 아시나요?
  • ‘창해상전(滄海桑田)’. 푸른 바다가 변해서 뽕나무 밭이 된다는 말로, 몰라볼 정도로 세상이 크게 변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푸른 바다가 사막으로 변한 곳이 있다. 바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걸쳐 있는 '아랄해(Aral Sea)'다. 사막이 되기 전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랄해에 일어난 비극을 직접 보기 위해 아랄해의 항구 도시였던 우즈베키스탄 '무이낙(Muynak)'으로 가봤다. 한때 바다였던 아랄해는 소금 사막으로 변했다. 무이낙 부근 옛 아랄해의 모습. (사진=공태영 인턴기자)사라진 바다, 사라진 마을무이낙은 우즈베키스탄 북서쪽의 도시 누쿠스(Nukus)에서 차로 200km를 달리면 나오는 곳이다. 이곳은 과거 우즈베키스탄 유일의 항구 도시로 시내에 생선 통조림 공장이 있을 만큼 어업이 활발했었다. 하지만 소련이 대규모 목화 재배를 위해 아랄해로 들어가는 강의 물줄기를 바꾸면서 아랄해의 수량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먹고살 길이 없어진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무이낙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직접 찾은 무이낙의 첫인상은 을씨년스러웠다. 날이 흐리기도 했지만 사람과 차가 많이 없어서 마을에선 활기가 느껴지지 않고 휑했다. 어업이 중심이던 도시에서 바다가 없어지면 이렇게 되는 걸까. 도시가 번성하던 시절을 상상해봤을 때 지금의 마을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아랄해가 말라 없어질 때 마을의 생명도 함께 말라버린 듯했다. 문 닫은 지 수십 년은 된 듯한 옛 통조림 공장의 잔해에서 예전 활기찼을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마을의 비극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옛 통조림 공장이었다. 과거에 꽤 큰 규모를 자랑했을 공장은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진 채 폐허로 남아 있었다. 아직까지 서 있는 건물도 외관상으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내부엔 예전에 쓰던 기계들과 컨베이어 벨트가 녹슨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수많은 직원들이 북적였을 텐데 무엇이 이 공장, 이 도시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무섭고 오싹해서 공장엔 오래 있지 못하고 나왔다. 넓은 바다는 넓은 사막이 됐고, 버려진 배들은 오갈 데 없이 서 있다. 배의 무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엔 ‘배의 무덤(Ship Graveyard)’이란 곳이 있다. 한때 바다였던 곳이 넓은 소금 사막이 돼서 펼쳐져 있는데, 그곳에 십여 척의 어선들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버려진 지 수십 년은 족히 된 듯 녹슬지 않은 배가 없었고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물 위를 떠다녀야 할 배들이 모래 위에 선 풍경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사람에게 버려진 배는 다른 주인을 찾으면 되겠지만, 바다로부터 버려진 배는 갈 곳이 없었다.수량이 풍부하던 시절 잉어부터 철갑상어까지 다양한 어종이 살던 아랄해는 이제 없다. 사람을 먹여 살리던 바다는 사람의 손에 사라졌다. ‘바다가 육지라면’은 이곳에서 노래 제목이 아닌 현실이었는데 그걸 직접 마주한 느낌은 충격적이었다. 왼쪽부터 1989년, 2014년, 2019년 아랄해의 모습. 아랄해 중앙 부분에 물이 완전히 말랐던 2014년에 비해 지금은 물이 조금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내셔널지오그래픽)Back to 1960, ‘아랄해 수역 계획’무이낙에 다녀온 뒤 아랄해 관련 자료를 찾다가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요지는 아랄해 복구를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아랄해 문제는 무이낙뿐만 아니라 아랄해 근방의 모든 도시와 자연, 생태계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쳤다. 숲이 황폐화되고, 호흡기 질환이 퍼지고, 도시는 쇠퇴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범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했는데, 그 결과 아랄해 근방 5개국(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함께 ‘아랄해 수역 계획’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1992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덕분에 카자흐스탄 쪽에 남아 있던 북아랄해의 수위는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다. 물론 기존 아랄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남아랄해를 회복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더불어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랄해의 수역이 조금씩이라도 복구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아랄해가 다시 1960년대의 제 모습을 되찾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사람이 파괴한 자연에는 사람이 머물 수 없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자연이 필수적이다. 말라버린 아랄해를 보며 비싼 교훈을 얻는다./스냅타임
2019.06.05 I 공태영 기자
세부 여행을 떠난다면, 이것만은 꼭 해보자.
  • 세부 여행을 떠난다면, 이것만은 꼭 해보자.
  •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여름 시즌에 마쳐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해가 거듭될수록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3~4시간 이상 걸리는 장소를 찾아가듯, 친숙한 거리가 되었다. 국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보라카이 해안이 4월 26일부터 6개월간 폐쇄로 세부로 여행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세부 국제공항 제 2터미널이 운항을 시작하면서 연간 최소 1250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늘어나는 관광객 수용뿐 아니라 안전한 공항 관리를 위해 세부 국제공항은 e-ticket을 소지하고 여권을 가진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 최근 공항세도 850페소로 인상되었다. 국내에서 4시간이면 도착하는 세부는 육상투어, 호핑투어, 휴양형 투어로 개성 있는 여행코스가 많아 졌다. 특히 패키지여행이 아닌 원하는 곳만 선택하는 자유 여행자들이 늘어난 추세다. 무리한 패키지 투어를 신청 하거나, 사전 준비 없이 자유 여행을 계획한다면 현지에서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여름철 자녀를 동반한 해외여행일 경우 안전이 가장 최우선 되어야 하기에 세부 현지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특별한 로맨스투어를 계획해 보았다. 기억에 남을만한 가족 여행을 위해 세부에서 꼭 해봐야 할 리스트를 정리해 본다. 제1탄 필리핀 보홀 육상투어 Best 1. 여행은 새로운 도전이다. 짚라인 타고 협곡 위를 슈퍼맨처럼 날아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보홀 로복강 협곡을 내려다보며 왕복 800m를 날아가는 짚라인을 강력히 추천한다. 처음 시도해 보는 아이도 부모와 함께 탈 수 있어, 서로를 의지하며, 첫 도전에 성공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왕복코스로 처음은 눈을 감고 소리를 지르며, 울먹이던 아이도, 되돌아오는 짚라인에서 좀 더 자유로워진다. 활짝 웃으며, 로봇강의 산세도 감상할 수 있게 되고, 부모와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하늘 위를 나는 기분을 만끽한다. 짜릿한 전율에 가슴은 곤두박질치겠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값진 떨림을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 명당 짚라인 비용은 약 8,000천원 정도라 두 세번 타는 사람도 많다. Best 2. 로복강 선상 투어, 원주민을 만나러 간다.보홀 여행코스에 빠질 수 없는 선상 투어는 배에서 식사하며, 로복강 투어를 시작해 원주민 마을을 거쳐 되돌아오는 코스다. 선상 뷔페는 현지식이라 많이 먹지는 못할 수 있으나, 과일과 망고 주스, 치킨, 꼬지 등이 있어 한 끼 식사는 가능하다. 이곳에서의 음식이 맞는다면 먹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선상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분이 있다. 팝송과 함께 한국노래도 잘한다.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어깨는 절로 들썩이고, 노래는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된다. 흥에 겨워 박수가 절로 나오고, 괜히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배에서 내려 10여 분간 원주민 마을을 돌아보고, 원주민과 악수하고, 현지에 사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특별한 춤과 공연을 보게 된다. 짧은 만남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Best 3. 멸종위기 타르시어 안경원숭이숲속 나뭇가지 사이에 아이 주먹보다 작은 안경원숭이가 곤히 자고 있다. 눈이 안경처럼 둥글고 몸에 비해 큰 편이다. 간혹 잠에서 깬 원숭이는 사람과 시선을 마주하며, 졸린 눈꺼풀을 떴다, 감았다 하며, 다시 잠을 청한다. 아이들이 유독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작기도 하고,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다. 못내 아쉬운 점은 안경원숭이가 나뭇가지를 붙들고 미동도 안 하고 잠만 잔다는 점이다. 원숭이를 만질 수 없었지만, 안경원숭이 캐릭터 기념품이라도 가지고 와야 서운함이 덜할 것 같아 다들 기념품 가게를 들리게 된다. Best 4 . 어떤이는 경주와 비슷하다고 하고, 키세스 초코렛 같다고 하는 그곳 초코렛 힐이다.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214개다.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초코렛을 주고 받는 발렌타인데이 2월 14일에서 그 의미에 착안해 계단도 214를 마쳤다는 곳이다. 전망대 정상에 올라서면 이색적인 진풍경이 펼쳐진다. 볼록 볼록한 언덕이 넓은 초원 위에 수없이 많이 보인다. 전망대 사방으로 약 1700여개로 불가사의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초코렛 힐의 유래는 미국의 한 정치인이 건기가 끝날 시점 9월달 즈음에 초코렛처럼 갈색을 띠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초코렛힐’ 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사랑에 관련된 설도 있으니 현지에 가시면 가이드에게 직접 들어보시길.
2018.07.31 I 심보배 기자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대숲을 거닐다
  • [여행] 시간이 정성으로 쌓인 대숲을 거닐다
  • 아홉산 숲의 탐방로 가운데 맹족죽 숲이 그야말로 수를 놓은 제일의 명소 ‘굿터’(제1 맹종죽 숲). 약 100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족죽을 처음 심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랜 세월 마을의 굿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바로 이곳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가 탄생했다.[부산 기장=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어두컴컴하다. 대나무 숲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바람이 분다. 저마다 이야기를 주고받듯 댓잎이 바스락거린다. 울창한 대숲을 할퀴며 부는 바람도 깨끗하다.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선 대숲을 자분자분 걷기만 해도 가슴 저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시름이 삽시간에 씻겨 내리는 듯하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마을에 자리한 아홉산 숲. 문씨 일가가 400여 년에 걸쳐 길러낸 숲이다. 여기에는 분수도, 인공적인 꽃길도 없다. 다만 나무를 스쳐 가는 바람, 풀과 나무의 향기, 새들의 소리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 긴 세월 문씨 일가의 고된 노동의 흔적이 있다. 시간이 정성으로 쌓여 숲이 되었다. 대숲에는 봄바람이 가득하다. 바람 불어올 때마다 조심조심 소리 낸다. 되도록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푹신한 흙을 밟고, 촉촉하게 습기 머금은 대숲을 거닐어본다.아홉산 숲 평지대밭◇수백 년의 세월이 기른 ‘아홉산 숲’부산의 청정지역 기장군 철마면. 그곳에는 4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품숲이 있다. 철마면에서 정관읍으로 향하는 옛 도로변(웅천리 480번지)에 야트막하게 위치한 아홉산 자락 아래 남평 문씨 일가가 무려 9대에 걸쳐 지켜온, 그리고 지키고 있는 ‘아홉산 숲’이다. 금강송, 참나무, 편백, 대나무가 뒤덮고 있는 이 숲의 규모는 자그마치 52만㎡(15만7000여 평). 숲에는 아름드리 거목들이 울창하다.아홉산 숲 평지대밭잠시 숲이 가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이 숲의 시작은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살던 남평문씨 일가는 난리를 피해 철마면 웅천 미동마을로 옮겨와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일가는 이곳에 대숲과 금강송·편백숲·편백·참나무 등을 심었다. 지금껏 3~4차례 큰 위기도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일제강점기였다. 일제가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집안의 쇠젓가락까지 공출해 가고, 그도 떨어지자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일본 순사들은 아홉산 숲 뒷산의 나무를 베기 위해 들이닥쳤다. 이때 일가 어른이 일종의 ‘쇼’를 했다. 일부러 놋그릇을 숨기다 들킨 것이었다. 놋그릇을 뺏긴 어른은 조상들 제사를 어떻게 모시느냐며 땅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고, 순사들은 놋그릇만 갖고 슬며시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을 목숨처럼 가꾸고, 관리했다. 최근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 숲을 관통하는 임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장군은 ‘테마가 있는 임도’를 내걸고 홍보를 시작했고, 행락객들이 몰려들었다. 반세기의 고요를 간직한 아홉산 숲은 고기 굽는 냄새와 행락객들의 음주·가무로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 트럭을 몰고 와 대나무를 베어가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야생난은 자취를 감췄고, 희귀식물은 뿌리째 뽑혀 갔다. 결국, 문씨 일가는 아홉산 숲에 철조망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2년여에 걸쳐 숲 주위에 둘레 2.5km의 철조망을 세웠다. 비용만 1억 5천만 원이 들었다. 숲은 조금씩 살아났다. 문씨 일가는 2003년 3월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학술적 목적만 민간의 입장을 허락했다. 같은 해 9월 지난해 9월 아홉산 숲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아홉산 숲사랑 시민모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10여 년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생태치유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 것도 이때였다. 일반에 공개한 지 3년. 다시 아홉산 숲은 고민에 빠졌다. 관람객이 늘면서 숲이 훼손되고 있어서다. 문씨 일가는 다시 관람객을 제한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그보다 관람객 스스로가 숲을 사랑하고, 아끼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아홉산 숲 매표안내소 앞 구갑죽 마당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한 구갑죽과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빽빽하게 늘어선 대숲을 걷다탐방로의 시작은 아홉산 숲 매표소부터다. 매표소 앞 계단을 오르면 구갑죽(龜甲竹)마당와 관미헌(觀薇軒)이다. 구갑죽은 나무껍질 문양이 거북 등처럼 생긴 대나무를 일컫는다. 1950년대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여온 뿌리를 이식한 것이 작은 정원을 이룰 만큼 번졌다. 1990년대 중국과 본격적으로 교류하기 전만 해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홉산 숲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대나무였다. 구갑죽은 맹종죽과는 아주 다르다. 맹종죽이 길고 날씬하다면, 구갑죽은 짧고 굵다. 맹종죽은 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한다면, 구갑죽은 무릎을 굽혀 낮은 자세로 봐야 한다. 스스로 겸손해지는 법을 깨우치게 하는 나무다. 구갑죽 정원 뒤편이 문씨 일가 종택 관미헌이다. ‘고사리조차 귀하게 여긴다’라는 뜻으로, 문씨 일가의 자연철학을 담았다. 60여 년 전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아홉산의 나무로만 지은 한옥이다. 지금도 산주 일가와 직원들의 생활공간으로 쓰인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바람의 길에는 개잎갈나무와 앵종죽이 양쪽에 마주보고 있다. 아홉산 숲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어서 바람의 길로 불린다.관미헌을 나와 본격 숲 탐방에 나선다. 관미헌 왼편 오솔길을 따라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엄청난 규모의 대숲이 펼쳐진다. 대나무 중에서도 가장 굵은 맹종죽 숲, ‘굿터’다. 100여 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을 처음 심은 곳이다. 오랜 세월 마을 굿터의 역할을 했다고 해 지금도 굿터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 영화 ‘군도’, ‘협녀, 칼의 기억’, ‘대호’의 명장면이 여기서 탄생했다.굿터를 나오면 아홉산 숲의 또 다른 자랑인 ‘금강소나무 숲’이다. 수령 약 400년의 금강송 군락이다. 아홉산 숲에는 무려 11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금강소나무 숲에서 조금 더 오르면 바람의 길이다. 깻잎 나무와 맹종죽이 양쪽으로 마주 보고 있다. 아홉산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다. 두 손으로 움켜쥐기 벅찰 정도로 굵은 대나무가 끝없이 이어진다. 연둣빛부터 시퍼런 초록빛까지 제각각의 색을 띤 대나무가 마치 하늘을 막으려는 듯 빼곡히 늘어서 있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진달래 군락이 있는 꽃밭등을 거닐고 있는 방문객바람의 길 끝에 영화 대화 촬영 때 지은 서낭당이 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숲으로, 오른쪽 길은 평지대밭으로 이어진다. 평지대밭으로 향한다. 짙은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면 길을 지나면 다시 울창한 맹종죽 숲인 평지대밭이다. 약 1만 평 규모다. 아홉산 숲에서 가장 큰 맹종죽 숲이다. 1960~70년대 부산 동래지역 식당에서 남은 밥을 걷고 분뇨차를 불러 거름을 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2016년 방영한 ‘달의 연인 보보경심’을 촬영한 곳이다. 바닥에서 솟구친 초록이 하늘까지 뒤덮어 볕이 들지 않는다. 빼곡히 들어선 대나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코와 잎, 그리고 허파까지 모든 게 자동문처럼 열린다. 형언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와 대나무향이 온몸에 배도록 날갯짓을 할 정도다. 평지대숲을 한 바퀴 돌면 길은 다시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온다.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숲속 산책이 짧게만 느껴진다.부산 기장 아홉산 숲 참나무 군락◇여행메모△가는 길= 부산 시내에서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타고 가다 기장 철마나들목에서 나와 곰내길을 따라가면 아홉산 숲이다. 대중교통으로는 부산지하철 1호선 노포역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2~3번 기장군 마을버스를 타고 미동마을에서 하차하면 된다.△잠잘 곳= 부산에서 숙소 선택권이 가장 넓은 곳은 해운대다. 해운대에서 가장 입지 조건이 좋은 곳이라면 단연 파라다이스 부산이다. 해운대해수욕장 최적의 자리에 호텔이 들어서 있어 객실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먹을 곳= 기장 철마를 대표하는 음식은 ‘철마한우’다. 한우가 부담스럽다면 부산 동구 초량동 ‘원조불백’도 좋은 선택이다. 1986년 고(故) 권소선 씨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불고기백반을 볶아 만들어 오던 곳으로, 지금은 권 할머니의 손녀딸인 오재영 씨가 전통방식 그대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대구 좌동 재래시장 인근에 자리한 ‘달해’는 최근 부산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곳에서 꼭 맛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10년산 자연산 바위굴이다. 담백함은 물론, 입안 가득 풍미가 넘친다.부산 해운대구에서 최근 입소문이 자자한 달해의 ‘바위굴’
2018.04.06 I 강경록 기자
③한적함을 친구삼아 걷기좋은길
  • [이야기 있는 길]③한적함을 친구삼아 걷기좋은길
  • 가좌동을 지켜 온 느티나무 고목. 수령 480년을 넘겼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국에 걸쳐 며칠간 눈이 내렸다. 서해안쪽은 폭설이 온 듯하고, 때맞춰 한파도 닥쳐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은 날 길을 나섰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하늘은 짙푸르다 못해 한기까지 느껴질 만큼 쨍하다. 미쉐린타이어 심벌처럼 꽁꽁 싸매고 나왔는데도 드러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매섭다. 부천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출발지인 애기봉 입구다. 바로 옆인 김포여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교통수단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 했고, 이곳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엔 만만찮은 오지인 ‘전방’이기 때문이리라. 가좌동의 느티나무. 사이에 평상이 있어서 여름과 가을에 쉬어가기 딱 좋다.◇너무 멋진 가좌동의 느티나무 두 그루택시에서 내리기 전부터 차창을 통해 반한 풍경, 가좌동을 지키고 선 두 느티나무 고목 때문이다. 조그만 마을의 모퉁이 언덕배기에 비슷한 덩치와 품을 가진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로 뻗친 가지를 맞닿은 채 마치 연인처럼 정겹게 서 있다.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리고 숨김없이 드러낸 몸뚱이도 저리 아름답다. 여름 내내 저 몸매를 어찌 감추고 살았을까! 두 느티나무 사이엔 몇 개의 평상이 놓여 있다. 여름과 가을엔 더할 나위 없는 쉼터겠다.길은 차 한 대가 다닐만한 넓이로,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길 가장자리 한쪽으로 하늘색 선이 그어져 있는데, 아마 ‘DMZ 자전거길’ 표시인 듯하다. 곧 애기봉목장을 지난 길은 야트막한 산자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추수가 끝난 논엔 하얀 눈이 덮여 벼 그루터기만 줄지어 늘어서며 묘한 무늬를 만들어놓고, 누렇게 변한 산사면의 양지바른 곳곳엔 해묵은 무덤들이 훤하다. 1km쯤 간 곳에서 멋들어진 향나무 두 그루를 만난다. 이만큼 크게 자란 향나무를 보는 게 쉽지 않은 터라 가까이 가보니 조선초 영의정을 지낸 박신이란 분이 마음수양을 위해 심은 것이란다. 선비란 나 같은 속물은 이해치 못할 까마득한 세계 같다. 이곳은 운봉박씨세장지(雲峯朴氏世葬地1))로, 향나무 바로 뒤에 2015년 새로 지은 화헌재라는 사당이 있다. 근데 이 화헌재라는 글자가 아리송하다. 100m 전에 세워진 표석에서는 ‘가죽나무 저’를 쓴 ‘樗軒齋’라고 적어두고 아래엔 한글로 ‘화헌재’라고 음을 달아둔 것이다. 내가 잘못 알고 있나 해서 아무리 자전을 뒤져도 저 글자를 ‘화’로 읽지는 않는다. 석공이 실수로 잘못 판 것일까? 뼈대 있는 가문에서 저런 실수를 놓칠 리가 없을 테니 아마 나의 무지이리라.향나무 맞은편 언덕에 문신상이 지키는 무덤이 보인다. 근데 무덤 형태가 일반적인 둥근 모양이 아닌 네모에, 아래로 돌을 쌓아 봉분을 올렸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고려시대의 양식인데, 자세히 둘러보기엔 남은 길이 멀어 걸음을 재촉한다.후평리를 지나다가 본 한강 건너 북녘의 산하. 저 얼어붙은 땅에도 자유의 봄이 오기를….◇평범한 시골풍광의 편안함이 일대에 흩어져 있는 작은 마을들을 모두 가금리라 부르는데, 마을 곳곳엔 문짝이 떨어져나간 빈 집들이 여러 채 보인다.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마음이 씁쓸하다. 굵은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산엔 참나무와 밤나무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평범하고 편안한 시골풍광을 따라 길은 휘적휘적 지나간다. 목축을 하는 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돼지축사는 없고 전부 젖소나 한우를 키운다. 그리고 또 개가 많다.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느라 짖는 소리가 릴레이를 하듯 이 동네, 저 동네로 메아리치며 이어진다. 가금리와 마근포리 일대의 마을에서는 60~70년대의 흔적이 자주 보인다. 바로 ‘4H운동’의 일환으로 세운 4H탑이다. 녹색의 클로버 이파리 모양에 각각 영어 대문자 ‘H’를 써놓은 시멘트 구조물. 페인트 색이 바래고, 깨진 모양이 많은데도 아직도 보존되고 있는 게 신기하다.애기봉 건너편의 북한 땅. 저곳에도 곧 봄이 올 테지◇사라진 포구, 마근포가금리를 벗어나 마근포리로 이어진 한적한 논길을 걷다보니 너른 논 여기저기서 철새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00마리는 넘어 보이는 이 철새들이 궁금해 찾아보니 큰기러기다. 추운 날씨 탓인지 먹이활동은 않고 날개 사이에 주둥이를 파묻고 같은 방향으로 앉아 미동도 않는다.‘마근포(麻近浦)’는 강녕포구, 조강포구와 함께 한국전쟁 후 포구에 살던 이들이 이주하며 사라진 한강하구의 포구중 하나로, 마근포리라는 이름으로만 남았다. 마근포리 일대도 가금리와 마찬가지로 들판은 넓고, 산은 야트막하다. 논밭 사이로 이어진 길 따라 얼마쯤 가자 오른쪽으로 나눔교회가 보인다. 패널로 지은 작은 예배당 지붕 끝엔 그에 어울리는 아담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마근포리에서도 가금리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풍광이 이어진다. 가금리에서 보았던 24번 마을버스가 이곳 마근포리도 구석구석 드나들고 있다.곧 만난 마근포리 마을회관. 경로당을 겸하는 2층 규모의 벽돌건물은 매우 세련되어 눈길을 끈다. 이곳 마을회관 건너편 밭에도 4H 구조물이 보인다. ‘지덕노체’라고 쓴 글씨까지 남아 있다. 마근포리를 벗어나면서 길은 야트막한 산 사이로 들어선다. 어떤 밭은 벌써 갈아엎어 봄 농사 준비를 하고 있고, 어떤 밭뙈기엔 지난해의 고춧대가 아직 그대로 남았다. 그러나 눈은 공평히 내려 온 천지가 하얗다. ‘청정장수마을 마조2리’라고 새겨진 갈림길의 빗돌을 지나 무인지경의 산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이정표엔 ‘후평리’라는 이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후평리의 마을들의 뒤로 돌아가거나 살짝 걸치기만 할 뿐, 교묘히 피해가며 산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길은 한적하고, 인적도 드물다. 이윽고 도착한 연화사. 1972년에 지어졌다는 절은 좀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파에 대한 정보가 없이 ‘연화산 연화사’라는 화강암으로 만든 어마어마한 석문이 서 있다. 절 입구 건너편에 화장실이 있으나 동파방지를 위해 3월까지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출입문에 붙었고, 문은 굳게 잠겼다.겨울철새인 큰기러기. 저녁 무렵,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결코 공짜기 아니다연화사를 지나 산모퉁이를 돌자 포도밭이 나타난다. 꽤 널찍한 몇 개의 밭이 붙어 있다.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지난해의 묵은 가지를 모두 정리해놓았다. 이 부근이 전체 코스의 절반쯤에 해당한다. 얼마 후 길은 시암리로 접어든다. 철조망을 두른 군 시설물이 나오고, 곧 작은 수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며 한강둑길이 나타난다.친근한 한강의 강둑에 3중으로 설치된 철조망이 쳐져 있다는 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철조망 너머 강 건너편으로 파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보인다. 통일전망대의 맞은편인 임진강 건너, 그러니까 여기서 보이는 북서쪽은 북한 땅이다. 그러니까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이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최전방인 셈이다. 새삼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임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후평리 너른 논의 철새도래지를 오가는 새들은 자유로이 넘나들어도 사람은 갈 수 없는 땅, 이 무시무시한 철조망은 언제쯤 걷힐까?철책을 따르는 길에 서너 곳의 철새조망소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철새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석탄배수펌프장 건너편의 후평리 재두루미 도래지 탐조대엔 대형 현수막 두 개가 붙어 있다.한때는 관광상품이자 깨끗한 환경의 지표로 환영받던 철새가 언제부턴가 미운 오리새끼가 되었다. 이 상황을 철새들도 아는 것일까? 재두루미는 한 마리도 안 보이고, 가끔씩 큰 기러기만 몇 마리씩 텅 빈 하늘을 날고 있다.평화누리길 3코스에서 철책을 끼고 걷는 구간은 7km다. 이 구간의 왼쪽은 철책이 전류리포구를 만나기까지 이어지고, 오른쪽은 후포리 일대 평야지대의 평화로운 풍광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안전함과 자유가 저 철책과 저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수고와 희생 때문임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길이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무게가 저 철조망의 무게와 비례하는 게 아닐까.◇여행메모△코스 요약= 애기봉 입구→화헌재→마근포리 마을회관→마조2리 입구→연화사→후평리 철새도래지→석탄배수펌프장→전류리포구 (17km, 5시간)△대중교통= 지하철 5호선 송정역 1번 출구(김포·강화 방면)로 나와 경기버스 88번을 타고 군하리까지 간다. 1시간 남짓 걸린다. 군하리에서 한강철책길 출발지인 애기봉 입구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서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요금은 6000원쯤이다. 송정역 1번 출구를 나와 경기버스 2번을 타고 종점인 하성까지 간다. 하성면사무소 앞에서 101번 버스가 애기봉 입구까지 간다. 15분쯤 걸린다. 하성면사무소 건너편 편의점 앞에서 24번 마을버스를 타도 애기봉 입구로 갈 수 있다. 20분쯤 걸린다. 전류포구에서는 풍천민물장어 앞에서 23번 마을버스를 이용해 종점인 하성까지 간 후 경기버스 2번으로 바꿔 타면 송정역과 계화역, 김포공항역으로 갈 수 있다. 23번 마을버스는 1시간에 한 대꼴로 다닌다.△먹을곳= 애기봉 입구에는 식당이 없다. 날머리인 전류리포구에 각종 회와 매운탕을 파는 ‘전류리포구 직판장(031-981-4115)’과 24시간 문을 여는 양평해장국전문점인 ‘여명(031-982-8116)’, 풍천민물장어 직판장인 횟집 ‘한강어촌체험마을(031-998-9770)’이 있다.
2018.01.20 I 강경록 기자
김제동 “오월이면 왜 그 분이 생각나는지…”
  • 김제동 “오월이면 왜 그 분이 생각나는지…”
  •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나라. 꼭... 대통령님께 보여드리겠습니다.” (방송인 김제동) “잘 지내나요. 모르겠어요. 왜 비가 오면 당신 생각이 나는지.” (만화가 강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3주기를 앞두고 문화예술인들의 재능기부가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웹툰작가, 판화가, 카피라이터, 캘리그래퍼, 방송인 등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재능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3주기 추모행사 재능기부에 참여한 문화예술인 중 가장 잘 알려진 인사는 방송인 김제동씨다. 김씨의 재능기부는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김씨는 과거 영결식 노제, 1주기 추도식 및 추모콘서트, 2주기 봉하 토크콘서트 등에서 진행을 맡았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미공개 사진 보기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노무현 3주기 추모 전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차분하게 전시회를 둘러보던 그는 추모전시장 마지막 순서인 ‘봉하마을 영상’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김 씨는 특집영상 ‘봉하, 그 운명 같은 마을이야기’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관람객들은 영상 코너에서 노 대통령의 생전 육성과 김제동의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유투브, SNS 등 온라인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김씨는 이와 관련, “오늘은 밥값을 한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만화가 강풀씨의 그림 기부도 유명하다. 강씨의 그림기부는 문화예술인들의 추모행사 재능기부가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다. 특히 강풀 특유의 감성 카피와 정겨운 그림으로 화제를 모은 티셔츠, 스마트폰 케이스, 에코백 등 기획상품은 상품이 나오자마자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추가 주문제작 행진을 이어갔다. 강풀 디자인 기획상품 구입 문의로 노무현재단은 물론 대통령 기념품을 판매하는 봉하 생가쉼터까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아울러 윤태호 작가의 기부작품도 눈길을 끌고 있다. 웹툰 ‘이끼’에 이어 ‘수상한 아이들’ ‘미생’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윤 작가는 추모문화제 포스터를 그렸다. 2009년 노 대통령 영결식에 담긴 시민들 염원을 그만의 색깔로 재현했다. 윤 작가는 “3년 전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을 기억하며 그렸다”면서 “(그때)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대한민국이 우는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세력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들뿐만 아니라 정철의 카피, 정찬민의 판화, 허수연의 글씨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편, 노무현재단은 19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추모문화제에서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마음과 열정으로 재능을 기부한 이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미공개 사진 보기
2012.05.18 I 김성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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