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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둘러 AI 챗봇 내놓는 구글…MS 테이 막말 옛말, 빅테크 신중 모드 탈피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이데일리 김국배 함정선 기자]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신드롬에 가까운 파문을 일으키자, 글로벌 빅테크들이 서둘러 AI 챗봇을 내놓고 있다. 불완전한 AI를 내놨다가 논란이 생기는 것을 우려했던 빅테크들이 챗GPT의 출현에 신중 모드를 버리고, 빠르게 AI를 내놓아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해석된다.◇챗GPT, AI 챗봇 경쟁 촉발구글은 6일(현지시간) ‘바드(Bard·시인)’라는 이름의 AI 챗봇을 몇 주 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챗GPT가 구글 검색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코드 레드’ 경보까지 발령했던 구글이 챗GPT의 라이벌 AI 챗봇을 내놓는 것이다.바드는 챗GPT와 유사한 대화형 AI로, 구글의 AI 언어 모델 ‘람다’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은 바드를 ‘신뢰할 수 있는 테스터’들에게 개방한 이후 일반인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바드는 복잡한 주제를 단순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글은 “바드를 사용해 나사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을 9세 어린이에게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구글은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핵심 임원들이 나와 차린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도 4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앤스로픽은 ‘클로드’라는 새로운 AI 챗봇을 개발 중이다.구글이 바드 AI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이 나온 직후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도 챗GPT 같은 AI 챗봇 ‘어니봇’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다음 달 내부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출시할 예정이다. 이 소식에 바이두 주가도 급등했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바이두는 이날 오전 11시25분(현지시간) 기준 전거래일 대비 14% 넘게 상승 중이다. 영국 BBC는 “구글 킬러 챗GPT가 AI 경쟁을 촉발했다”고 전했다.다만 이런 기류에 편승하지 않고 있는 기업도 있다. IBM의 경우 AI 왓슨에 언어 AI 기능이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기업용(B2B)으로만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원성식 한국IBM 대표는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왓슨의 보조 프로그램으로 언어 AI가 있지만 개방형 데이터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기업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쳐 사용하는 고객사 특화 AI”라고 설명했다.마이크로소프트(MS) 인공지능(AI) 챗봇 ‘테이(Tay)’ 서비스 당시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쳐.[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AI 공개 주저하던 모습 온데간데 없다…그간 빅테크들은 앞선 AI 기술을 갖고도 내놓기를 주저했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AI 챗봇 ‘테이’가 인종 차별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후부터다.2016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테이 서비스를 내놓은 지 16시간 만에 중단했고, 메타도 지난해 11월 ‘갤럭티카’라는 AI 언어모델을 내놓았다가 부정확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사흘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국내에선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개발한 ‘이루다 1.0’이 성차별과 소수자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고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스타트업보다 재무·평판 리스크가 크다고 본 빅테크들은 보수적으로 움직여왔다.하지만 오픈AI가 챗GPT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이젠 빅테크들도 달라지고 있다.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챗GPT는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가 1억명을 넘어가고, 하루 500만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픈AI는 월 20달러 구독 방식의 유료 서비스 계획까지 발표했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 내부에서도 자사의 AI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결국 이대로라면 AI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위기를 느끼자, 구글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오픈AI에 ‘베팅’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빙’ 검색엔진과 오피스 등에 통합할 것으로 예상돼 ‘구글 킬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구글은 2020년 기준 검색만으로 104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일각에선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윤리 문제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AI 군비 경쟁에서 윤리가 첫 번째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테슬라, 모델Y 가격 소폭 인상 소식에 주가↑(영상)
-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지난 3일 공개된 1월 고용보고서 충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경계감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신규 일자리가 예상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한 만큼 제롬 파월 의장이 매파성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날 2년물 및 10년물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긴축 공포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이날 특징주 흐름은 다음과 같다. ◇테슬라(TSLA, 194.76 ▲2.52%)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2.5% 넘게 상승했다. 모델 Y의 가격을 1000~1500달러(2~2.7%) 인상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지난 3일 미국 국세청(IRS)은 SUV 차량 인정 기준을 보다 완화하는 방식으로 업데이트했다. 이는 전기차 세액공제와 영향이 있는 사안으로 전기차 업계가 주목한 이슈다. 당초 테슬라의 모델Y 7인승 모델만 SUV로 분류됐지만 이번 조치로 모델Y 5인승 모델도 SUV로 분류될 수 있게 됐다. 세단 세액 공제 가격 상한은 5만5000만달러, SUV는 8만달러인 만큼 테슬라가 일정부분 가격을 인상할 수 있게 된 것. 한편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0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서만 58% 급등했다. ◇핀터레스트(PINS, 27.890 ▲1.49% ▼2.01%*) 이미지 기반 SNS플랫폼 운영기업 핀터레스트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2% 넘게 하락했다. 실적 실망감으로 투자심리가 약화된 영향이다. 다만 실적 발표 직후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지만 낙폭을 상당 부분 줄였다. 이날 핀터레스트는 장마감 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4% 증가한 8억7700만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8억8700만달러에 미달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29달러로 예상치 0.27달러를 상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9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핀터레스트는 1분기 매출 성장률이 낮은 한자릿수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6.9% 성장을 예상했던 만큼 실망감이 컸다. 한편 핀터레스트는 5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델(JWN, 40.96 ▼3.03%) PC제조업체 델 주가가 3% 넘게 하락했다. 직원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진 여파다. 이날 델은 그동안 PC수요 급감 등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다양한 비용 절감 조치를 했음에도 한계가 있음을 밝히며 665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직원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측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선제적인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캐털란트(CTLT, 67.00 ▲19.54%) 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 캐털란트 주가가 20% 가까이 폭등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다나허로의 피인수 가능성이 제기된 영향이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다나허가 캐털란트 인수에 관심이 있으며,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한 인수 가격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캐털란트의 제안 수용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다나허의 인수 제안으로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베드배스앤비욘드(BBBY, 5.86 ▲92.13% ▼36.86%*) 가정용품 소매업체 베드배스앤비욘드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최근 밈주식 열풍 속에서 장중 120%(종가 기준 92%) 급등하기도 했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37% 급락했다. 베드배스앤비욘드는 보유 현금 소진 및 채무 이자 미지급 등으로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회사측은 주식 공모(전환우선주 발행 등)를 통해 최대 10억2500만달러 자금 조달에 나선다고 밝혔다.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드배스앤비욘드 주가는 파산 우려에도 올 들어 130% 넘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밈주식 게임스탑(GME)과 AMC엔터(AMC)도 이날 각각 7.2%, 11.8% 급등했다. 올 들어서만 29%, 67% 올랐다.
- 포스코, 마케팅 메타버스 추진 TF 발족…“마케팅 디지털 전환”
-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포스코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3일 마케팅 메타버스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철강 산업과 기업 간 거래(B2B) 영업에 특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마케팅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마케팅본부를 주축으로 경영지원본부, 기술연구원 등 유관부서와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AI 연구소, 포스코ICT 등 포스코그룹에서도 참여한다. 포스코가 설계하는 메타버스 공간은 △사내 부서 간 협업 공간 △ 포스코와 고객 간 소통 공간 △ 고객과 고객 간 교류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먼저 포스코는 인공지능(AI) 등 메타버스 솔루션을 활용해 마케팅본부 내 제품별 마케팅실의 판매 전략, 고객별 구매 특성, 미래 산업 트렌드 등 마케팅 데이터 분석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부서·개인 간 업무를 상호 연결하는 등 협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해 고객 요구사항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 고객 응대 플랫폼(e-Sales)을 전면 개선하고, 포스코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디지털 쇼룸을 만들어 전 세계에 있는 고객과 시·공간을 초월한 비즈니스 편의성을 올리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맞춤형 제품 추천, 주문·생산·출하 정보 제공, 시황 전망 등을 통해 고객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실시간으로 응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아울러 중장기적으로 포스코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고객과 고객이 서로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고객사는 포스코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고, 다른 고객사를 초대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를 비즈니스까지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포스코는 해외 법인, 국내·외 가공센터, 고객사 등 전후방 철강공급 가치사슬이 연결된 메타버스 모델을 구축해 철강 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디지털 철강 생태계를 조성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이날 마케팅 메타버스 추진 TF 발족식에 참석해 “고객사와 이해관계자들이 쉽고 빠르게 포스코와 비즈니스를 하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해 달라”고 주문하며 “이번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전환을 시작으로 미래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한 2022 친환경소재포럼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체험존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관람객들은 AI 챗봇과 대화하는 디지털 시뮬레이터를 통해 고객사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고객사 클레임을 해결하는 시연 장면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학동(맨 오른쪽) 포스코 부회장이 지난 3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마케팅 메타버스 추진 TF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 증권사도 뛰어든 STO 23조 시장…키움증권 선두-대신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토큰 증권 발행(STO)으로 증권사 수혜주가 뜨고, 현재로선 키움 증권이 선두권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박혜진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7일 ‘STO, 뭐든 쪼개서 팝니다’ 보고서에서 “증권형 토큰의 거래가 기관투자자보다는 개인투자자가 주가 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키움증권(039490)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김일환 기자)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 국정과제를 반영해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달 19일 제6차 금융규제 혁신회의에서 STO 전면 허용 방침을 밝힌 뒤 후속 가이드라인을 담은 것이다.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에 따라 토큰 증권을 발행하고, 발행·유통 관련한 계좌관리기관·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발행’ 부문의 경우, 자사가 발행한 토큰 증권을 스스로 유통하는 것은 금지하되 지분 투자·인수는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대신증권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 인수를 추진한 방식처럼 증권사가 발행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셈이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에 관련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도 보완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STO 관련해 “2월 중으로 금감원에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논의를 예고했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새해 업무보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토큰 증권에 대한 감독 방향’에 대해 질문을 받자 “금융위 중심으로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2월 중으로 닥사(DAXA·디지털 자산 거래소 협의체), 증권업계 등 이해 관계자로부터 판단이 필요한 질의를 받게 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관련해 박혜진 연구원은 “2022년 7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발행된 증권형 토큰의 시가총액은 약 23조원”이라며 “STO사례는 증가하고 있으며 사실상 투자자산의 다양화라는 관점에서 STO시장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STO의 장점은 높은 유동성, 낮은 거래비용, 거래 편의성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증권업의 시작과 본질은 중개여서 STO는 이러한 증권사의 핵심 취지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 골동품, 미술품, 인프라, 선박, 비행기 더 나아가 무형자산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하고 거래가 합법화된다면 상품 공급 및 거래의 핵심은 증권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SK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다수의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에 투자 및 업무협약, 더 나아가 인수를 추진 중”이라며 “키움증권이 가장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HTS, MTS거래 플랫폼 사용자수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국내 주식 약정 기준 개인 점유율은 30% 수준으로 225만명이 사용 중”이라며 “키움증권은 지난해 뮤직카우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비브릭, 펀블, 카사, 테사 등 총 8개 기업과 협업해 증권형 토큰 유통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 “토종 나가신다”…실탄 장전한 K사모펀드, M&A 본격 시동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 사무소에는 의사결정권이 없어서 본사와 의견을 주고 받는 데에만 몇 주가 걸리고 무리한 조건을 요구해오기도 한다. 반면 토종 PE들은 실탄도 늘고 있고 심플한 의사결정 구조와 실행력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몸값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간 곳들을 ‘줍줍’하겠다는 곳들이 많다”외국계 PE와 최근 딜을 추진했다가 포기한 국내 한 PE 대표는 다시는 외국계와 일하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국내 유수의 토종 PE들과 딜을 하는 게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킹달러(달러의 강세 현상)를 등에 업고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던 외국계 PE들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둥지를 틀었지만, 우량기업 M&A에 있어 넉넉한 실탄과 빠른 실행력을 보이는 토종 PE들에 밀리면서다. 특히 올해는 1조 원 이상의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집하는 것) 결성을 앞둔 국내 PE가 수두룩해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토종 PE의 존재감이 보다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기업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토종 PE에게 지난해부터 시작된 통화 긴축 정책으로 기업들의 몸값이 빠진 지금이 투자 적기다. 이들이 주도하는 M&A가 봇물을 이룰 것이란 기대가 높다. ◇ 토종 PE는 몸집 키우는데 외국계는 어수선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와 스틱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 등 국내 주요 PE들은 1조 원 혹은 그 이상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북미와 유럽발 자금뿐 아니라 중동 오일머니까지 국내로 속속 유입되면서 전무후무한 규모의 실탄을 장전하게 된 셈이다.국내 PE가 막대한 실탄을 장전하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자본력’을 앞세웠던 외국계 PE들의 전성시대가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국내 PE들의 자본력도 해외 못지않은데다 본사를 거치며 최소 수 주에서 최대 수개월까지 걸리는 외국계 PE 의사결정 구조와 달리 재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딜을 성사시키는 사례가 쌓이면서다. 과거에는 소통이 복잡하더라도 높은 몸값을 부를 수 있는 외국계 PE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더 이상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외국계 PE들이 ‘현지화’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은 토종 PE에 경쟁력이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일각의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초대형 빅딜로 꼽힌 메디트의 경우 외국계 PE인 칼라일그룹과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블랙스톤 등이 잠재적 매수자로 거론됐지만, 글로벌 본사와의 의사소통이 길어지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GS그룹과 손잡았던 칼라일은 메디트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음에도 글로벌 본사의 투자 의지가 약해지면서 인수를 결국 포기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 주도의 컨소시엄이 인수 의지를 드러낸 오스템임플란트 딜도 마찬가지다. 횡령 사태가 발생한 이후 외국계 PE들은 국내 PE보다도 먼저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위해 회사를 찾아간 것으로 전해지지만,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로 본사와 한국 사무소 간의 의견충돌이 일면서 무산된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IB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PE가) 잇따른 수장 교체와 복잡한 의사소통 방식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한 분위기는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글로벌 본사와의 소통이 필수적인 한국 사무소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딜에 대한 외국계 PE의 참여도는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토종 PE, 실탄·실행력 기반 활약 기대외국계 PE와 달리 토종 PE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글로벌 PE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넉넉한데다 신속한 소통이 관건인 세컨더리딜(Secondary Deal, PEF 운용사 간 거래)도 유행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광폭 행보를 보이는 토종 PE는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MBK다. 지난해 말 3D 구강 스캐너 업체 메디트를 2조 4600억 원에 인수한 MBK는 최근 오스템임플란트에 이어 스마트폰용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생산 국내 1위 업체 네스플렉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약 세 달 만에 3개의 빅딜을 연속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괄목할 만한 점은 MBK가 진행한 딜 모두 글로벌 PE들이 큰 관심을 드러냈던 세컨더리 딜이라는 것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한국 법인에게 의사결정권이 없어 본사와 논의하는 데에만 몇 주가 소요되는 글로벌 PE들과 달리 MBK의 경우 원활하고 신속한 소통 능력, 실행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전해진다.이 밖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자회사 SK온 딜도 칼라일과 블랙록, KKR 등 글로벌 PE들이 투자하겠다고 나서왔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며 국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IB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국계 PE가 한국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여겨졌다”며 “막대한 자본과 체계적 시스템을 앞세워 한국 M&A 시장에서 독주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자금 유동성이나 의사결정 구조, 실행력 측면에서 한국 PE들이 뒤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메디트와 같은 대형 딜뿐 아니라 알짜배기 딜도 속속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외국계 PE들도 현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반등장서 돈 빼는 투자자들…국내 주식형 펀드 '썰물'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국내 증시가 연초 날아오르자 국내 주식형 펀드도 견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자금은 오히려 빠져나갔다. 지난해 ‘바이 더 딥(Buy the dip·저가 매수)’을 보였던 투자자들의 기조가 바뀐 것이다. 반등장을 타고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11.71%를 기록했다. 해외 주식형(9.53%)을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설정액은 2418억원이 감소했다. 국내 주식형 상품별로 살펴보면 국내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설정액 감소 상위 10위권 주요 상품을 살펴보면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펀드’, ‘교보악사파워인덱스펀드’,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펀드’, ’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펀드’, ‘NH-Amundi코스닥2배레버리지펀드’ 등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덱스펀드 중에서 코스피 200, 국내 증시 레버리지 상품에서 자금이 나간 것을 보면 차익실현성 환매로 보인다”며 “지난해 증시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저가 매수 자금이 들어왔던 펀드 유형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외국인 수급을 발판 삼아 강하게 반등했지만, 개인의 위험회피 심리가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1월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외국인이 약 6조5000억원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5조7000억원 순매도했다. 채권은 순매수세가 두드러졌다. 개인의 채권 순매수는 2조8000억원 규모다. 송태헌 신한자산운용 상품전략센터 수석부장은 “국내 증시의 상승은 외국인 순매수에 의한 영향이 크고, 외국인 외 개인 등의 자금은 위험회피 성향이 지배적이었다”며 “개인의 채권 순매수세는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긍정적·부정적인 매크로(거시경제) 요인이 혼재돼 있는 점에 유의해 접근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는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10.91% 상승했고, 이날은 1.70% 하락했다. 지난주 미국 고용 서프라이즈 영향에 미국채 금리 급등, 달러 강세 전개 전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다. 기업 실적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도 증시에서 유의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송 수석부장은 “거시환경은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와 강력한 고용지표 등이 혼재돼 있는데, 고용지표가 후행지표라는 것을 고려하면 경기침체 시그널이 우려했던 것만큼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실적은 산업별로 차별화되고 있고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리오프닝은 호재이면서, 에너지 가격을 자극할 수 있고 미국 부채 한도 상향 이슈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리크스가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연초 증시 랠리에 따른 단기 ‘되돌림 현상’을 예상하면서도, 연간 눈높이는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자기자본비용(COE)을 감안해 2200~28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하반기 각국 경기부양책과 통화긴축 불확실성 해소로 상승 추세 가능성이 있어 주식 비중 확대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송 수석부장은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1월에 주가 랠리가 있었듯, 올해에는 특히 정확한 타이밍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환경으로 시간을 분산하는 적립식 투자를 추천한다”며 “긍적적·부정적 매크로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투자자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결국 기업 실적으로, 테마보다는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펀드 접근이 유효하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삼성·MS발 훈풍…달아오르는 챗GPT·로봇 테마주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올 들어 인공지능(AI)과 로봇 관련주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초 로봇기업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관련주들이 주도주로 급부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는 소식에 연관 기업들의 주가가 뜀박질했다. 로봇·챗GPT 관련주는 하루 10% 안팎 급등락을 보이거나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나올 수 있는 만큼 주가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챗GPT·로봇, 연초 대비 세 자릿수대 급등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연초 대비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코난테크놀로지(402030)로, 이날까지 상승률은 222.73%에 달했다. 이어 피에스엠씨(024850)(159.49%), 오픈엣지테크놀로지(394280)(145.61%), 다믈멀티미디어(093640)(120.70%),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120.03%), 에스비비테크(389500)(107.56%), 한컴위드(054920)(101.6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중 HLB 그룹에 인수되는 피에스엠씨(024850)와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다믈멀티미디어(093640)를 제외하면 모두 챗GPT나 로봇 관련 테마주들이다.챗GPT 관련주는 MS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에 수혜주로 꼽히며 연일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AI 소프트웨어 기업 코난테크놀로지는 불과 한 달 전까지 2만원대 안팎에서 평탄한 주가 흐름을 보이다가 올 들어 급등세를 탔다. 지난 1일에는 장중 12만3000원대를 찍은 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현재 9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한컴위드, 씨이랩, 셀바스AI 등은 챗GPT 관련주로 분류된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AI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지식재산권(IP)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챗GPT의 열풍으로 향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한컴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컴위드는 지난 2021년 글로벌 사모펀드인 ‘크레센도 에쿼티 파트너스’로부터 1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점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크레센도는 오픈AI의 대주주격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결성한 사모펀드다. 씨이랩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점유율 1위 미국 엔비디아의 국내 소프트웨어 파트너사인 점이 부각되며 매수세가 유입됐다. 셀바스AI는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 중인 점이, 비플라이소프트(148780)는 AI 언어 모델과 저작권 유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익 다각화에 나선 점에 주가가 뛰었다. ◇챗GPT·로봇 과열…차익실현 물량 출회 경계 목소리도레인보우로보틱스와 에스비비테크 등 로봇 관련주는 삼성전자의 투자 소식에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일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했다. 지분 10.22%를 확보, 2대 주주에 오르면서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또 국내외 주요 국가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향후 로봇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챗GPT와 로봇 관련 시장 성장 기대감으로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주가 변동성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 코난테크놀로지에 대해 투자위험종목 지정을 예고하고, 향후 투자위험종목 지정과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도 지난달 31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이 예고되며 이달 1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지난달 25일 투자경고종목 지정으로 예고되는 등 주가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테마에 편승하는 투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챗GPT와 로봇 산업의 중장기 성장성은 기대되지만, 이에 편승한 단기 투자 열풍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사업 연관성이나 실적 등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