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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광우병 파동..정치·경제적 충격 `일파만파`
- [edaily 공동락기자] 미국 농무부가 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던 소에 대해 공식적으로 예비확인 판정을 내리면서 광우병 파동이 확산될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는 25일(현지시간) 영국 수의연구센터가 미국에서 입수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샘플을 검사한 결과 광우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내렸으며 이를 광우병으로 간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비록 주말 최종 판정이 남아있지만 이미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전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광우병 파동은 경제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고기 거래 중단..가격 제한폭 확대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통해 곧바로 현실로 드러났다.
2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소고기 2월물 선물 가격은 가격하락 제한폭인 1.5센트까지 급락, 파운드당 89.175센트로 떨어졌고 이후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거래소 측은 크리스마스 휴일로 25일 거래가 중단된 이후 26일 재개되는 거래에서는 가격하락 제한폭을 파운드당 3센트로 확대, 시장의 변화에 연동시켜 반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월요일(29일)에는 제한폭은 5센트로 늘려잡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국내 최대 소고기선물 트레이더인 R.J.오브비언의 제임스 브록 매니저는 "가격제한폭의 확대는 일종의 비상 조치를 의미한다"며 "정육업계에서 전반에 큰 재앙"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이미 `직격탄`
광우병 파문이 확인된 지난 24일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일본과 한국은 곧바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뒤 이어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와 호주가 수입 중단을 발표했고 25일에는 중국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대만과 싱가포르의 경우 광우병이 최종 확인될 경우 광우병 잠복기를 감안해 6~7년간 수입을 전면금지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미국산 소고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밖에 브라질, 멕시코, 칠레, 페루, 러시아 등도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을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로 관련 업계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리콜 요청 및 소비 급감을 우려해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
24일 뉴욕 증시에서 육가공업체 타이슨과 스미스필드푸드, 콘애그라 등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맥도날드와 웬디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외식업체 주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
미국 측은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라도 인체에는 큰 이상이 없다며 수입국들을 달래고 있으나 관련 업계의 피해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척 레빗 미국 가축산업 애널리스트는 "소고기를 포함한 축산업 전체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대선 비롯한 여타 분야에도 파장
광우병 파동은 사담 후세인 검거로 잔뜩 기세가 오른 조지 부시 대통령의 내년 재선 가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에서 축산업이 번성한 소위 "팜 벨트(Farm Belt)" 지역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기반의 성향을 가진 지역으로 부시 대통령에게는 큰 정치적 기반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들 중에서는 자신들끼리 치열한 경쟁 관계를 보이는 곳도 많아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 문제의 해결 여부에 상관없이 지지층의 이탈할수 있는 개연성을 광우병이 제공한 것이다.
캔자스정육협회의 디 라이크 부회장은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정확한 과학적인 근거에 따란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고립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지도력이 이라크 전쟁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을 상태에서 광우병이 미국의 고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텍사스대학의 브루스 부캐넌 정치학 교수는 "광우병 확산이 가시화될 경우 불안 심리가 크게 고조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미국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 (현지르뽀)폭력-음주 진압설... 흉흉한 부안
- [오마이뉴스 제공] "죽을 각오를 하고 촛불집회에 나갔다. 분신하려고 시너통까지 들고 갔었다. 이 싸움, 우리는 죽을 각오로 하고 있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몸이 성한 사람도 아닌 머리를 여덟 바늘이나 꿰맸다는 군민이 한 말이다.
지난 14일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머리를 다쳤다는 김아무개(42)씨는 내 몸하나는 그리 중요치 않다는 투로 그렇게 말했다.
"걸을 수 있으면 촛불집회 나간다"
김씨의 입에선 더욱 충격적인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실제로 분신을 기도했던 군민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씨는 "지난 7월 군민들이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던 때는 한 군민이 온 몸에 시너를 끼얹고 군중 앞에 서기도 했었다"며 "그런데 라이터가 켜지지 않는 바람에 주위에서 달려들어 이를 말렸고 결국 헤프닝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7일 정부의 "주민투표 연내 실시 거부" 입장이 전해지고 19일까지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부안 군민들의 입에서는 심심찮게 이와 비슷한 격앙된 얘기가 흘러 나왔다.
50대 군민 한명은 기자에게 "사제폭탄이 있으면 그것이라도 안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내 한 몸 죽어서 핵폐기장이 들어서지 않게 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핵폐기장 백지화·핵발전소 추방 범부안대책위원회"(이하 부안대책위)의 홈페이지에도 극단적인 상황을 암시하는 글들이 올라와 대책위가 당혹해하기도 했다.
부안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일 "이 분위기대로라면 대책위도 주민들의 격앙된 울분을 제어할 수 없다"며 "현재 침통한 분위기에서는 정말 자해하는 군민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심각히 우려한 바 있다.
쏟아지는 "경찰 폭력·과잉 진압" 증언
부안군민의 "진의"를 알아주지 않는 정부도 정부지만, 군민들은 경찰의 폭력진압에 이미 많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시위 도중 부상당한 군민들은 대부분 "경찰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40대 후반의 군민 신아무개씨는 지난 14일 경찰의 진압으로 머리와 귀밑을 다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말한 부상 당시 정황이 충격적이다.
당시 경찰과의 충돌은 부안읍 터미널 사거리에서 일어났다. 군민들이 촛불집회를 마치고 터미널 방향으로 행진을 하려했으나 경찰이 막아섰다. 신씨는 이 과정에서 "경찰 기동대원이 던진 술병에 머리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신씨는 두번째 대열에 있던 경찰대원 누군가가 던진 맥주병에 머리를 맞았다.
그 이후의 정황도 놀랍다. 신씨는 "당시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이 쓰러진 내 주위로 다가와 깨진 병조각으로 다시한번 귀밑을 그었다고 한다"며 "의식이 없던 나는 이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같은 얘기를 듣고 너무 분노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머리와 귀밑의 상처를 내보였다. 그는 머리는 열 바늘을, 귀밑은 아홉 바늘을 꿰맸노라고 했다.
신씨는 이같은 중상을 입고도 지난 17일과 19일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신씨는 17일에는 경찰의 곤봉에 맞아 타박상을, 19일에도 발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걸을 수 있는 한은 나가서 싸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의 "이중 폭행진압" 의혹을 제기하거나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치는 군민은 신씨 뿐만이 아니다. 전반적인 부안군민의 정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17일 역시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척추를 다친 황아무개씨도 마찬가지다. 황씨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집회에 나갔다가 경찰의 방패로 허리를 다쳤다고 한다. 황씨는 "사람들의 발에 걸려 넘어져 경찰대원들 사이에 묻히게 됐다"며 "나를 이미 진압했는데도 경찰은 나를 발로 밟아 결국 척추에 금이 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황씨는 "지금도 허리 보호대를 찬 채 5주간 입원해야 하는 신세지만, 큰 집회가 있을 때면 간호사를 졸라 진통제를 맞고라도 나선다"며 "경찰은 나같이 환자복을 입고 있는 군민도 아랑곳 않고 폭력으로 일관한다"고 비난했다.
경찰의 "음주 진압" 의혹 제기도 나왔다.
지난 14일 경찰의 진압 때 머리가 찢어졌다고 주장하는 군민 김아무개씨도 진압 당시 경찰대원이 던진 맥주병에 머리를 맞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채 마시지도 않은 맥주병이어서 머리를 맞는 순간 맥주가 온몸에 흘렀다"고 당시 정황을 떠올렸다. 같은 날 맥주병에 머리를 맞았던 신씨도 "당시 경찰에게서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고 말하는 군민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경찰은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의혹을 증명하기 위해 부안대책위 측은 지난 8일 새벽 경찰대원의 숙소를 방문해 음주측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현민 부안대책위 정책실장은 "지난 7일에도 군민들 사이에서 "음주 진압" 의혹이 심각히 제기돼 전북경찰청에 음주측정을 의뢰, 8일 새벽 1시쯤 군의원 입회 하에 음주측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당시 모든 대원들에게 음주측정을 할 수 없어 1개 중대를 대상으로 했으나 그 중대에서는 결과가 "제로"(0)로 나왔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주민들은 눈으로 귀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계속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씨와 신씨는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입은 상처도 상처지만 외지에서 부안의 "저항"을 단순한 "님비(NIMBY)현상"으로 보는데 대해 침통스러워했다.
이들은 "타지에서 아는 사람들이 "보상해준다고 하다가 보상 안해준다니 그러는 것 아니냐"고 말할 때 가슴이 턱 막힌다"며 "외지인들은 부안문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왜 우리의 항의가 정당한지를 철저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들이 현재 느끼는 것은 심각한 고립감이다. 김씨와 신씨는 "부안은 철저히 차단돼있는 상태"라며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역시 경찰의 방패에 맞아 무릎뼈와 어깨에 금이 갔다는 이상열(38)씨는 "입원해 있어도 밤에 잠이 안온다"고 말했다. 이씨는 "밖에서 시위 소리가 들리고 뉴스에서는 왜곡된 상황이 보도되고 하면 그 심정은 이루 설명할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군민 김성수(50)씨는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 맞나, 우리가 4개월 동안 싸울 때 국회의원 어느 하나 관심 가져주었나, 제발 우리 6만 군민의 아픔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1일 밤 11시30분, 부안성모병원에서 만난 군민들은 밤이 깊었지만 모두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4개월간 경찰의 진압에 상처입은 군민은 모두 500여명(부안대책위 집계). 하지만 이들은 몸에 입은 상처보다 마음에 입은 상처가 더 큰 듯 했다. 바로 "정당한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중앙 정부와, 군민의 뜻을 거스른 데 대해 반성하지 않는 군수에 대한 분노였다.
이것이 바로 지난 4개월간 부안이 "잠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盧 발리 정상회담, 아세안 진출 교두보(결산)
- [edaily 김진석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첫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 등 우리의 안보원칙에 대한 아세안 회원국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고, 아세안 통합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2차 6자회담의 조속재개와 성과도출을 위한 중국과 일본의 협력을 재확인했다. 특히 한·중·일 3국은 사상처음으로 14개 조항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채택, 협력증진 방안을 보다 구체화하는 결실도 얻어냈다.
또 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와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아세안 통합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기반을 구축, 경제적인 실리외교를 펼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동아시아 협력비전` 제시
노 대통령은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 10개국과의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의 실질적인 경제협력 파트너 관계 정립을 위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아세안 경제장관 회의`의 신설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의 틀을 연구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의 구성`을 제안, 아세안 정상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새롭게 마련될 `한·아세안 경제장관 회의`는 그동안 진행되어온 아세안 회원국간의 경제장관회의와는 별도로 우리나라와 아세안간의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하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협력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아세안과 `개발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발전을 위해 우선 연간 1천명 규모의 `개발협력단`을 아세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파견키로 하는 등 지원 및 협력방안을 구체화함으로써 아세안 정상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다.
노 대통령은 또 내년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15주년을 계기로 그간의 양측관계를 돌아보고 향후 포괄적 협력방향을 제시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자고 제의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아세안 정상들도 긍정적 반응과 지지를 나타냄에 따라 아세안 통합시장 진출을 위한 실질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한·중·일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투자협력 합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예방 등 군사·방위의 교류협력 방안과 무역 및 투자 분야 등을 포함한 14개항에 합의하고, 사상처음으로 3국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3국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3국의 협력을 토대로 동아시아 안보협력 발전을 위한 공동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무역과 투자 등 경제협력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고, 환경, 에너지, 자원개발 분야의 공동노력 강화,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연구를 통한 협력증진 방안에 합의한 것도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무역 및 투자협력` 증진방안으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추진을 위한 공동노력 △관세 및 수송당국간 무역협력을 위한 대화 및 협력강화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한 협력 △3국 연구기관의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연구 평가 △국제항공운송 발전을 위한 3국 당국간 대화, 협력 증진 △한중일 투자협정에 관한 비공식 공동연구 개시 △무역분쟁 최소화를 위한 협의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이번 공동선언의 효율적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3자 위원회`를 설치, 3국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로 했다. 이 같은 합의는 이번 공동선언이 일회성 선언이 아니라 지속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노 대통령, FTA 인식변화..구체적 대안 뒤따라야
노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 대해 "경제와 안보 모두 중요하게 논의됐지만 역시 경제적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속에서 다자간,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이 활발히 진행돼 한국도 이상 더 이런 추세를 외면하기 어렵다"며 "이대로의 고립된 상태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자세를 근본적으로 전환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중·일 3국의 아세안과 FTA 진행상황에 대해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과 적극적으로 추진, 상당히 진전된 교섭을 해나가고 있다"며 "한국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수준에 있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상황인식은 우리의 아세안 진출 전략이 상대적으로 취약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노 대통령이 아세안과의 관계 및 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발리 방문의 또다른 성과로 꼽힌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전환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일 급박하게 닥친 것이 FTA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합의된 한-칠레와의 FTA도 농민단체 등 국내의 반발과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세안 10개국은 물론 중국, 일본과의 FTA체결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인식전환도 중요하지만 현실적 난제를 풀기위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만 `이상`이 아닌 `현실`의 구슬을 꿸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edaily리포트)9.11테러가 쌓아올린 담장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올해 9월 11일은 한국에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었습니다.정확히 2년전 오늘은 그러나 미국인들에게는 사상 최악의 테러 참사가 일어났던 날입니다.올해 9월 11일,그날 이후로 `그라운드 제로`로 불리는 자리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다시 모였습니다.이들은 2년전 테러 참사로 희생된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정명수 뉴욕 특파원이 911 테러가 미국인들에 남긴 것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뉴욕시는 크게 5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 퀸즈입니다. 퀸즈의 플러싱에 가보면 한국어 간판이 즐비합니다.
플러싱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인도인, 히스패닉, 흑인, 백인 등 온갖 인종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종교도 제각각이죠.
플러싱을 관통하는 키세나가를 지나, 플러싱 병원으로 가다보면 이색적인 종교 건물이 하나 서 있습니다. 인도인인지 아랍인인지 피부색이 약간 검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것으로 봐서 힌두교 또는 이슬람교와 관련된 건물 같았습니다.
이 건물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어른 키만큼 높은 쇠창살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보통 미국의 건물들은 담장이 없고, 낮으막한 화단 등으로 경계를 삼을 뿐입니다.
왜 저 건물만 어색하게 창살 담장을 했느냐고 동포 한 분께 여쭤봤습니다. 911 테러 직후, 유색인종 특히 아랍 인종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고, 공격을 받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담장이 세워졌다는 답이었습니다.
911 테러는 미국인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붕괴되면서 3000명 가까운 인명이 희생됐으니 그 고통이 오죽하겠습니까.
2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에는 `그날의 분노`가 남아있습니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는 `거대한 분노`의 표적이 됐습니다. 증거는 빈약했지만 미군이 911 테러를 응징하는 동안 미국민 개개인의 `작은 분노`는 은연중에 주변의 낯선 사람들에게로 향했던 것 같습니다.
그 종교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이런 분노의 눈길을 느꼈을 것이고 창살 담장을 둘러친 것이죠. 창살 담장은 안에 있는 `이방인`과 밖에 있는 `원주민` 모두를 소외시켰습니다. 미국이 기본적으로 `이방인`,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911 테러는 `자기 부정`이라는 `역사적 비극`으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미국에는 특유의 활력, 즉 다양성에 대한 관대함이 약해지고 있다는 징후가 느껴집니다. 7월말 현재 이민 신청서류가 500만건이나 정체돼 있고,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장학금도 대폭 축소됐다는 등의 보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지금처럼 `이방인`을 냉대한다면 여기 저기 창살 담장이 들어설 것입니다.그 결과는 뜻하지 않게 미국 스스로 고립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911 테러 희생자들의 아픔을 집중 보도했지만, "왜 그같은 극단적인 테러가 일어났는가", "테러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테러는 약자가 강자의 억압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예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슬픔과 분노를 승화시키기에는 2년이라는 시간이 아직은 부족한 모양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911 테러 2주년 행사장에서 미국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911추모식에서 유족들은 2792명 희생자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습니다. 그 이름 중에는 18명의 한국인도 있었습니다. 중국인, 일본인, 인도인, 심지어 아랍인도 있었습니다. 백인 기독교도들만 희생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테러범들이 노린 월드트레이드센터는 그야말로 `작은 월드`였던 것입니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경쟁상대가 없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당분간 누릴 게 틀림없습니다.그 자체로 `월드`라는 말이 어울리는 지구상의 거의 유일한 나라일겁니다. 그러나 지금 플러싱의 그 담장이 무너져내린 월드트레이드센터만큼 높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