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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김병민 "이재명,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 (영상)김병민 "이재명,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신율의 이슈메이커]
  •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4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했다. (사진=이데일리TV)[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표가 최근 측근 사망이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 처장을 모른다고 일관한 것 등 어떤 상황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은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 최고위원은 14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이탈표로 간신히 부결된 원인을 ‘이 대표의 책임 회피’로 꼽았다. 김 최고위원은 “최종 의사결정을 할 자리에 있던 이 대표가 ‘모른다’고 끊어내면 중간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부로부터 여론 역풍을 맞고 있어 이 대표 스스로도 불안할 것”이라며 “다시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가면 민주당의 이탈표는 더 거세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국민의힘 새 지도부와 당직 개편이 ‘친윤(친 윤석열)계’로 이뤄졌단 지적에 관해서는 “(지도부나 당직 구성이)김기현 대표 말처럼 질서있는 다양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웠던 인사가 다수 등용됐다”고 설명했다.다만 당이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를 포용할지에 대해선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김 최고위원은 “안 의원은 결과에 승복하고 새 지도부의 성공을 위해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는데 이를 당원들이 높이 살 것”이라며 “안 의원의 20% 득표율은 당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이 전 대표를 향해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당대회 대통령 입장곡 비하 발언 등을 봤을 때 (이 전 대표가)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스스로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김 최고위원은 이밖에도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관련 논란, 전당대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김 최고위원이 출연한 ‘신율의 이슈메이커’ 본방송은 16일(목) 오후 1시에 케이블, 스카이라이프, IPTV 이데일리TV 채널에서 방영된다.※전체 내용은 동영상과 하단 대담 전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담 전문은 영상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 바랍니다. 인용보도시 프로그램명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신율: 전당대회가 끝나고 새 지도부가 구성됐으니까 새 지도부가 어느 정도 땅을 굳힐지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이혜라: 네.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여러 복합적인 시선들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 중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한 분이죠. 김병민 최고위원과 함께합니다.▶김병민: 안녕하세요.▷신율: 어제 대통령실 만찬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뭐 나왔는지도 궁금해합니다. 맛있었냐까지도 궁금해하고요. ▶김병민: 확실히 관저보단 대통령실 밥이 더 맛있었습니다. 메뉴도 다양했고요. 한식 중심이었는데 고기도 나왔고 시간도 두시간 반 정도로 꽤 길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맛있는 걸 다 먹고 나니까 중간중간 회도 나오고 꼼장어, 아나고도 나오고. 마지막 음식은 김치콩나물국이었는데 엄청 시원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엄청 맛있다 하니 이건 대통령의 레시피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이혜라: 대통령이 지도부를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이제 월 2회 만나신다고요.▶김병민: 어제 있던 내용중에 핵심적인 내용은 한 번 만나고 끝이 아니라 한 달에 두 번, 대통령과 당대표의 정기회동을 하기로 선언을 한 거죠. 주기적으로 만나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정부사회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당과 긴밀하게 조율,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어제 분명히 피력했습니다.▷신율: 일각에서는 그걸 가지고 당정분리냐, 당정일체냐 등 말이 많잖아요. 어떻게 보세요.▶김병민: 집권당은 정부와 여당이 다른 목소리나 엇박자를 내면 그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당이라고 봅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게 되는 건 정부,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여당이 끌려가듯이 따라만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인데요. 김기현 당대표가 제일 먼저 말한 게 정책 주도권을 당이 가져가겠다는 거였거든요. 그리고 대통령과 당대표의 월 2회 정기회동도 김기현 대표의 제안을 대통령께서 흔쾌히 받은 겁니다. 어제 만찬자리에서도 대통령이 주도해서 말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많이 경청했고 당이 국민들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가감없이 전달하면서 정책 주도권, 이렇게 집권당의 역할을 하면 원팀으로서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이혜라: 두 가지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김병민 최고위원께서는 본인을 친윤으로 생각하시는지. 두 번째는 본인을 향한 친윤 규정이 괜찮은지 알고 싶습니다.▶김병민: 저는 친윤이 아니라 찐윤이라고 하던데요. 사람들이 친윤이냐 찐윤이냐, 범윤이냐 등 언급을 합니다. 사람과의 친소관계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근데 그런 것보다는 보수진영에서 이 사람이 생각하는 걸 바탕으로 구분을 지었음 좋겠어요. 누군가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도 계시지만 합리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정치인도 있지 않습니까.제가 10년 넘는 기간 동안 이 당에서 정치를 해왔다 생각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규정 짓는 건 합리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보수라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들어오기 전부터,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쭉 함께했던 유일한 대변인이니까 친소관계를 바탕으로 두면 찐윤이 맞는데 사람과의 친소관계보다는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이 당을 이끌어갈지에 대한 이념적 규정을 두고 구분 했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신율: 그런데 일각에서는 새 지도부가 구성된 것을 보고 너무 친윤일색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봐요. 왜냐하면 안철수 의원의 경우나 입당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당내에 기반이란 게 많지 않을 것 같고. 이준석 전 대표계라고 말하지만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것은 힘들 것 같고. 친윤일색이다, 연포탕이라고도 하는데. 연포탕을 끓이기도 쉽진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내년에 총선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정당은 다양성을 보이면서 중도층을 흡수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김병민: 김기현 대표가 적합한 표현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질서 있는 다양성을 말합니다. 당내에서 우후죽순 다양한 소리가 나오면 저 집안 산만해서 일이나 제대로 하겠냐는 게 국민들의 평가일 겁니다. 더군다나 야당이 아닌 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힘 있게 일할 수 있는 모습, 당과 정부가 한 목소리로 원팀으로 일할 수 있는 그 안정감을 훨씬 높게 평가할 겁니다.근데 그런 과정에서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저 사람을 철저하게 배격하거나 배제한다면 이건 다양성에서 어긋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질서 있는 다양성이라는 표현을 했는데요. 정부와 함께 같은 국정 철학을 이해하면서 힘 있게 일할 수 있는 기둥을 세워놓고. 그게 이제 대표부터 최고위원 지도부 역할이라고 보는데. 이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특히 수도권,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이 힘껏 일할 수 있는 자리를 깔아주는 게 질서있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하고요. 한때는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배제했던 정당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직 인선 과정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가까웠던 인사가 대변인으로 등용되기도 하고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현재 국민의힘과는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근데 어제 대변인으로 인선된 김예령 대변인, 윤희석 대변인 같은 경우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대변인이었고 김종인 전 위원장 추천으로 대선 캠프도 함께했던 인사들이거든요. 실력과 능력이 있으면 누구와 함께 일했느냐 보다는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펼쳐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신율: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랬어요. 35% 정도 물갈이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공천 과정에서 수도권이나 이런 쪽은 의원 수도 아무래도 적고. 그렇기에 35% 정도의 물갈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구경북 지역과 부울경 지역에서 50% 정도 (물갈이를) 해야 맞춘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당 지도부 구성할 때 TK지역 강세라는 평가가 있어서 여쭤보는 거거든요.▶김병민: 오히려 이번 전당대회를 보면요. TK홀대론까지 얘기가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당대표 선거가 있고, 최고위원 선거가 있을 텐데. 최고위원 선거 마지막 후보군에 들어간 8명 중에 TK 후보가 김재원 후보 한 명이었거든요. 압도적인 지지가 나왔을 거라고 보지만, 나름대로 너무 TK 지역에서 후보가 없는 것 아니냔 얘기가 있었고. 최종적 결과에서는 제가 이제 수도권이고, 조수진 의원은 호남을 대변하고 있고. 지역적 특색이 다채롭다는 게 태영호 의원은 평양이라고 얘기하거든요. 지역 안배가 잘 됐고 오히려 지명직 최고위원에 영남을 더 배려하는 정도의 상황이 된 것이죠. 그래서 인위적인 물갈이로 지금 있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갈등을 유발하면 총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훨씬 잡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 질서, 안전 기반 위에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집권여당으로서 안정적으로 성과를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춰 다 같이 일하고. 평가는 당원과 국민들이 해주실 거거든요. 자연스러운 시점에서 평가에 따라 새 인물의 수혈 등을 지금 평가할 건 아니고 앞으로 얼마 동안 성과를 보여줄지에 대해서 평가의 시간은 곧 도래될 거라고 봅니다.▷이혜라: 질서 있는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천아용인, 소위 친이준석계 후보들이었는데요. 근데 어제 사무총장된 이철규 의원 같은 경우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천아용인에 대한 제스처를 어떻게 취하실지도 궁금합니다.▶김병민: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게. 저희는 집권당이기 때문에 기본 전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입니다. 그런데 일부의 사람들이 윤 정부 성공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게 전당대회에서 드러났죠. 선거가 끝나고 태영호 최고위원같은 경우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 포용적 메시지를 냈는데, 이 전 대표는 태 의원이 틀렸다고 하는 동시에 오히려 강한 메시지를 낸 김재원 최고가 옳다고 했는데요. 상식과 비상식으로 구분을 지었습니다. 그러면 80만명이 넘는 당원 중에서 40만명이 넘는 당원이 선택한 초유의 선거였거든요. 선택된 지도부에 대해서 비상식으로 규정 짓는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물음이 남죠. 정치도 손뼉이 마주쳐야 함께 하는 건데 그동안 거친 목소리로 당내 혼란을 가져왔다면 전당대회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정과제들이 더 우선시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사람들이 주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신율: 이준석 전 대표의 향후 행보는 어떨 거라고 예상하세요. 비슷하게 젊은 분들이니까요.▶김병민: 저는 보수정당, 지키는 정당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를 지키고 공동체를 지키고. 선당후사라는 표현처럼 나보다는 우리 국가, 공동체, 정당, 내 가정. 이런 공동체를 우선하는 게 보수정당이 가진 기본정신이라 봐요.근데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는 보수정당의 정치보다는 본인의 정치행보를 훨씬 우선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개인의 자유를 훨씬 더 언급하고. 지금 저희는 집권당으로서 정부 성공을 이끌고 국민의힘 전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현재 보여주는 행보에서는 그런 모습보다는 본인의 정치이익을 어떻게 극대화 하는지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보기엔 현재 전당대회 국면에서는 1차적인 평가가 끝났기에 설 수 있는 공간이 좁아졌거든요. 좁아진 공간에서 자신의 정치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할 건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신율: 조금 구체적으로 하면, 신당과 분당 생각할 거라고 보세요.▶김병민: 이미 과거에 바른정당의 평가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현재 구도 속에서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봅니다.▷이혜라: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천아용인 팀에서 당대표로 출마한 천하람 위원장을 향한 것보다는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한 시선이, 더 당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나왔던 것 같거든요. 어떠한 형태로든 천하람 위원장과 같이 행보를 하게 된다면 천 위원장이 더 이상 이준석 전 대표와 색채를 같이 하지 않는 게 전제조건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김병민: 전제조건보다 천 위원장이 왜 정치를 시작했는가를 봐야 해요. 국민들이 천하람이라는 인물을 신인이지만 각인됐던 건 보수지역의 불모지였던 호남에 용기있게 출마해서, 특히 이정현 의원이 출마했던 지역입니다. 특히 이 의원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순천에 깃발을 꽂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천 위원장이 뛰어넘어야 하는 건 정치적 대상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니라 이정현 당대표가 순천 불모지에서 당선됐던 그 기치를 이어받아야 하거든요. 근데 지금 하고 있는 정치를 보면 초창기 초심보다는 오히려 이준석 전 대표처럼 뭔가 기존에 있었던 구성원들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시각에서의 정치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 같거든요.총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순천에서 천 위원장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의 브랜드를 갖고 더 많은 득표로 여기에서 당선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치를 천하람 위원장이 높게 올린다면 국민의힘의 많은 구성원이 박수를 치고 응원을 보내줄 것입니다.이번 전대에서도 천 위원장이 초심을 바탕으로 이런 정치적 길을 꾸준히 걷는 못브을 보였다면, 저는 20%도 넘는 득표를 얻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중간에 나왔던 메세지는 그런 천 위원장의 초심보다는 오히려 천찍XX 같은 자극적인 용어가 회자되기도 하고. 간신배라는 표현을 당의 구성원이 하게 된다면 정치를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규정짓는 정치 구도 속에서는 저는 그 사람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는 행보에서 뚜벅뚜벅 걸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성원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신율: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 상처받은 말 들은 적 있으신가요.▶김병민: 이준석과는 개인적으로 꽤 오랜시간 같이 정치해왔는데요. 이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시기 비대위원으로 왔고. 사실 어찌보면 어느날 젊은 20대가 가장 최고의 자리에 떡하니 나타나게 된 거죠. 저는 그때 제가 28살 때부터 기초에서부터 정치를 할 때였거든요. 처음부터 정치를 했던 궤가 꽤 다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정치적 상처를 받았다기보다는 정치적 지향성과 방향성이 많이 다르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신율: 안철수 의원같은 경우에는 포용을 해야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부정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차이는 뭐라고 보세요. 사실은 안철수 의원도 전당대회동안 김기현 신임 당대표에 대한 공표를 상당히 많이 했지 않습니까.▶김병민: 좀 세게 했죠. 선거에서 선을 넘지 말자는 얘기 많이 하지만 선을 항상 넘곤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선거가 끝나고 나서 깨끗하게 승복하고 새롭게 출범한 지도부의 성공을 위해서 내 역할을 다하겠단 자세를 당원들이 높게 살 거라고 봐요. 안철수 같은 경우는 선거가 끝나고 지도부 출범에 대해 축하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땐 20%가 넘는 안철수 의원의 득표율에 대해서 합당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우리 국민의힘이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근데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는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전당대회 날. 대통령이 입장하는 노래를 가지고 비하하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거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새롭게 지도부가 출범하고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선택과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죠. 태영호 의원이 적극적으로 이준석도 함께해야한다 이야기를 하니 비상식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나타났고. 한 때 누군가 품고가자는 말을 하니 내가 달걀이냐, 품게.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더 어려워지게 되는 상황이지 않나.▷신율: 지금 승복 말씀하셔서요.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요. 이거 승복입니까, 아닙니까.▶김병민: 부정선거 얘기를 꺼내면 승복이라 보긴 어려운데. 조만간 김기현 대표와 만남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존에 있던 지지자들의 입장 때문인지 황교안 전 대표의 진짜 생각인지는 만나는 과정을 통해서 정리가 될 거라고 보는데. 그래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고 대표로 지낸 분 아닙니까. 누구보다 국민의힘의 승리에 한마음 한뜻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이혜라: 이번주 들어 영상 하나가 계속 보도되던데, 전광훈 목사 예배요. 김재원 최고위원이 참석했고 전 목사가 518정신 헌법에 수록하는 것 되냐고 하니까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의사 표현 했거든요. 근데 이건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시나요.▶김병민: 동료 최고위원의 발언이어서 제가 얘기가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오해가 없어야 하기에 정리를 하면 정당은 정당의 가치 정신을 표방하게 되는 강령. 정당의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힘의 정강정책 강령 전문을 보면 518 민주화 운동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많은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적시돼 있습니다.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후보시절 호남. 광주를 여러 차례 찾았고 그때부터 518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고. 또 헌법 전문에 추후 수록하게 되는 내용까지 공약한 바가 있고. 기본적인 정신은 흔들림이 없다고 생각을 해요.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시절 에피소드도 많이 회자됐는데요. 전두환에 대한 모의재판이 있었을 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난리가 나서 지방으로 갔던 일들도 회자가 됐지 않습니까. 이런 국민의힘의 국민 통합에 대한 노력. 호남과 함께 하려 했던 동행의 노력이 정치인 한 명의 발언 때문에 흔들리거나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고요.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슈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던 모양인데, 개인적인 발언으로 정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신율: 김재원 최고의 발언은 지금 개헌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표현을 그런 입장으로 표했다는 걸 시청자분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건데요. 저는 사실 정치는 필요하면 조상묘도 팔아서 득표한다는 식의 언급이 얼핏 윤 대통령을 의미하냐는 의견도 있더라고요.▶김병민: 여러 식의 해석이 가능할텐데요. 최근 이재명 대표 조상묘 얘기가 나오니까, 근데 대통령 선거 때를 보면 조상 묘에 대해서 훼손했던 건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조상 묘 훼손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던 적이 있어요. 묘 앞에 머리카락을 놓고, 칼을 놓고. 인형 만들어서 하고. 우리 정치가 이렇게까지 하진 말았음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죠. 여야를 막론하고의 일들이고요. 김재원 최고위원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처음에 당선이 될까 말까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당선이 1등으로 되니까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표를 얻기 위한 본인의 행동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신율: 따지고 보면 518 숭고한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과거에서 쭉 내려올 때 518을 사실 분리해서 말한다는 건, 반대한다는 건 본인의 역사적 정통성과 어긋나는 게 있겠죠.▷이혜라: 민주당 얘기 잠깐 나와서요. 이재명 대표 향후 거취 어떻게 될 거라고 보세요.▶김병민: 본인은 확고하지 않습니까. 모든 게 문제없다고 하고 있고. 본인에 대한 책임을 다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부터 굉장히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재명 대표 스스로도 불안할 거라 봅니다. 지난날 구속영장청구 이후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왔는데 그런 정도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토표가 나온다고 상상을 못했을 것이거든요. 근데 구속영장청구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고 추가적인 수사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 구속영장 청구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아마 다음번에 한 번 더 청구되면 민주당의 이탈표는 거세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결국 모든 건 여론에 달려있겠죠. 특히 이재명 대표의 정무적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건 정진상 비서실장이고. 행정적 비서실장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이재명은 전혀 책임을 안 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여기서 드는 생각은 경기도지사, 성남시장 등 의사결정에 최정점에 있었던 사람은 이재명 대표입니다. 근데 그랬던 사람이 난 모른다며 책임을 끊어냅니다. 지금 드러나는 게 대장동에 수천억대 배임 등 문제가 있었던 건 드러났잖아요. 백현동을 비롯한 수많은 범죄혐의가 드러납니다. 그걸 다 누가 합니까.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누군가의 지시를 바탕으로 일을 했을 것 아닙니까. 수사를 받으면 본인들은 책임을 지게 돼있는데, 최종적인 의사결정 자리에 있던 사람이 나는 모른다고 끊어내면 중간에 있던 사람들이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게 이번에 사망한 비서실장,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있었던 사람들 아닙니까. 근데 김문기 전 처장조차도 나는 잘 모른다고 일관했던 이재명 대표의 행동을 보고 정치적으로 다 떠나서 인간적으로 이렇게 할 순 없다고 쏟아지는 형국이라고 봅니다.▷신율: 내년 총선 김 최고께서도 출마를 하실 것 같습니다만. 전체 예상을 어떻게 하세요.▶김병민: 윤석열 대통령 집권하고 내년이면 햇수 3년, 만 2년 지날 때입니다.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출범시켰습니다. 그럼 국민들께서는 그 기대감을 충족했냐,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갖냐. 만족감 가졌는데 거대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윤 정부가 힘있게 나가는 데에서 주춤하고 있진 않을까. 여기에 힘을 보태줄까라는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소수여당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오직 국익, 민생, 국민을 위해서 이렇게 일하려고 하는데 의석의 힘에 밀려 아쉬운 성과들이 이만큼 부족하다고 하면 국민들께서 기회를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이, 저희 지역처럼 어려운 지역도 당선이 돼야 과반이 되고. 많은 당원이 저를 선택한 것도 김병민이 세게 밀어주고 여기에 국회의원 탄생시켜야 과반이 되고 윤 정부에 힘을 싣는다라는 평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3.03.14 I 이혜라 기자
'딜리버리맨' 윤찬영, 소멸 위기 맞은 방민아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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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지니TV[이데일리 스타in 유준하 기자] ‘딜리버리맨’ 윤찬영, 방민아의 관계에 설레는 변화가 찾아왔다.지난 8일 공개된 지니 TV 오리지널 ‘딜리버리맨’ 3회에서는 강지현(방민아)과의 동행을 선택하는 서영민(윤찬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토록 귀찮게 여기던 강지현과 떨어질 수 있는 기회를 내려놓고, 그를 구해낸 서영민.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감정의 지각 변동은 보는 이의 설렘까지 자극하며 눈길을 끌었다.이날 드러난 강지현과 김진숙(이혜은) 사이의 인연은 놀라웠다. 머리끈에 얽힌 비밀을 풀고자 집안을 샅샅이 살피던 서영민. 그러던 중 발견한 어머니의 휴대폰 속에는 강지현의 사진이 담겨있었다.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은 두 사람이 생전에 가까운 사이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지현은 무엇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다가온 김진숙의 생일, 서영민은 형사 지창석(김승수)의 연락을 받고 과거의 사고 현장으로 찾아갔다. 지창석은 뜻밖에도 서영민을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분노하며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예상치 못한 손님은 또 있었다. 과거 서영민이 인터넷에 올렸던 고민 글에 답변을 남겼던 ‘청담동 꽃도령’ 이동욱(하경)이 택시에 탑승한 것. ‘장군님’을 모시고 있다는 그는 강지현의 존재까지 한 눈에 알아보았다. “부정한 것을 주웠구나”라고 서영민을 타박하며 직접 강지현에게 부적을 붙이려 다가선 이동욱. 이에 서영민은 저도 모르게 그의 앞을 막아서며 강지현을 보호했다. 완강한 그의 태도에 이동욱은 결국 한발 뒤로 물러나면서도 “얘가 사라져야 손님도 타고, 귀신도 안 보고, 돈도 벌고”라며 경고를 남겼다.이동욱의 말에 힌트를 얻은 두 사람은 택시에 남아있는 분실물 중 구식 휴대폰이 강지현의 ‘본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곧 휴대폰이 방전됐고, 동시에 강지현 역시 사라져버렸다. 이어 서영민이 당황할 틈도 없이 손님들이 밀려 들어왔다. 강지현이 있을 때와는 완벽히 다른 상황이었다. 서영민은 이동욱의 말이 실현된 것을 체감하며 잘된 일이라고 되뇌면서도, 한구석의 불편한 기분을 떨쳐내지는 못했다.그런 와중에 동료 이은수(조미녀 분)의 모친 실종 소동은 그의 마음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우리 엄마는 사람들한테 귀신 같은 존재야. 보이지만 보이지 않잖아.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니까. 나만 볼 수 있고, 나만 찾을 수 있고, 나만 엄마가 누군지 아는데”라는 이은수의 자책에서 강지현을 떠올린 것. 결국 그는 휴대폰을 되살리려 백방으로 뛰어다녔다.한편, 강지현은 휴대폰이 꺼진 이후로 줄곧 미지의 공간에 갇혀 있었다. 절벽과 어둠뿐인 그 공간은 머지않아 무너지기 시작했고, 강지현은 자신의 마지막을 실감하며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빛이 쏟아지는 서영민의 방이었다. 서영민은 바로 곁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와는 달라진 두 사람의 눈빛은 보는 이의 심장까지 간질이며 설레는 변화를 예고했다.서영민과 강지현에게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두 사람의 마음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강력했던 것은 ‘입맞춤 불발 사건’이었다. 강지현이 택시에 ‘착붙’ 됐던 것처럼, 휴대폰을 쥔 서영민의 코앞까지 그대로 끌려가 버렸던 것. 닿지는 않았지만, 모태솔로 서영민을 가슴 떨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에 이동욱으로부터 강지현을 구하고, 또한 그의 휴대폰을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서영민의 모습은 그의 마음속에 찾아온 분명한 변화를 짐작게 했다. 이별이 아닌 동행을 선택한 이들의 관계가 또 어떤 사건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지니 TV 오리지널 ‘딜리버리맨’ 4회는 오늘(9일) 밤 9시 공개된다.
2023.03.09 I 유준하 기자
"'찢자' 농담하던 민주, 갑자기 정적"...이재명 개딸 "결국 수박"
  • "'찢자' 농담하던 민주, 갑자기 정적"...이재명 개딸 "결국 수박"
  •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에서 가까스로 부결됐다.‘친명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부결 소식을 전하며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폭압적 수사와 무리한 체포안을 국회가 제동을 건 것은 다행히고 당연한 일”이라며 “정적 죽이기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야당 탄압 중단하라!”고 밝혔다.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와 함께 활동 중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정 최고위원과 같이 부결에 의미를 두면서도 무효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민 의원은 “검사 독재 정권의 무도한 범죄 만들기는 실패했다. 법무장관의 길고 억지스러운 체포동의 이유 설명도 소용없다. 주권자의 뜻대로 이뤄졌다.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는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는 사법 사냥’이라며 ‘아무리 깊어도 영원한 밤은 없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흘려 쓴 ‘부’자가 원래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 의도적인 무효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나가 집을 향하는 게 어떨까?”라고 덧붙였다.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개표 과정 중 감표위원들이 무효표 여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여야 의원 297명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39명, 반대 138명으로 가결 요건인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 찬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무효 11명, 기권은 9명으로 가결을 위한 149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69석 민주당에서 가결이나 무효 등으로 30여 표 이상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또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개표 과정에서 투표용지 3장의 표기에 대한 해석 문제로 한 시간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우’, ‘무’ 또는 ‘부’로 읽히는 글자가 표기된 용지와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용지가 발견된 것이다. 무기명 투표용지에는 ‘가’(찬성) 또는 ‘부’(반대)만 적게 돼 있다.김진표 국회의장은 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과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한 표는 ‘부’로, 다른 한 표는 무효로 처리했다.이에 대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두 장이 문제 있으면 찢고 그냥 하자’며 명랑하게 농담 주고받던 민주당 의석이 갑자기 정적에 휩싸였다”며 “뜻밖에 대량 표가 이탈해 민주당이 ‘악필 두표’를 지켜 찬반 가부동수라도 맞추고자 했던 사정이었던 것”이라고 전했다.배 의원은 “가까스로 체포동의안의 부결은 지켰으나 그것이 민주당과 범죄피의자인 전 성남시장 이재명의 정치적 명운(命運)을 지킨 결과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며 “본회의장 맨 뒷줄에 자리한 이재명 대표와 그 지도부의 새하얘진 얼굴들이 이재명 민주당이 곧 감당하게 될 혼란을 예고한다”고 비판했다.찬성을 당론으로 한 정의당 당원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탈표가 너무 많이 나왔다”며 “부결됐지만 정치적으론 사망선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이 대표 강성 지지자 ‘개딸(개혁의딸)’ 사이에선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의 은어)’이 다시 등장했다.일부 개딸은 부결 직후 온라인상에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에 이름을 나열하며 “이탈한 37명 자수해라”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결국 수박은 수박이다. 어차피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수박 색출’을 주장하기도 했다.한편,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2023.02.27 I 박지혜 기자
'꼭두의 계절' 김정현·임수향, 아슬아슬 동거… 핑크빛 무드
  • '꼭두의 계절' 김정현·임수향, 아슬아슬 동거… 핑크빛 무드
  • (사진=MBC ‘꼭두의 계절’)[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김정현과 임수향이 달달한 동거에 발 도장을 찍기 전 약속 도장을 먼저 찍는다.오늘(25일) 밤 9시 50분 방송되는 MBC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 10회에서 꼭두(김정현 분)와 한계절(임수향 분)이 평화로운 동거 생활을 위해 두 번째 갑을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것.지난 9회에서는 모든 음모의 배후에 있는 김필수(최광일 분)가 꼭두의 하나뿐인 약점이 한계절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던 터. 꼭두와 한계절을 둘러싸고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을 예감케 했다. 꼭두는 김필수가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면 한계절까지 이용할 것을 알았기에 그녀를 24시간 내내 감시할 작정으로 동거를 제안, 꼭두 다운 플레이를 펼쳤다.하지만 꼭두가 본인과의 사이를 그저 장난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 한계절은 꼭두의 동거 제안에 자존심만 상할 뿐이었다. 그렇게 말을 꺼내는 족족 퇴짜를 맞던 꼭두는 한계절이 옆에 없으면 안 된다는 과장 연기로 초강수를 둬 결국 그녀의 입에서 승낙의 말을 받아냈다. 이에 한집에 살게 될 두 남녀가 어떤 아침을 맞이할지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공개된 사진에는 꼭두와 한계절의 설렘 가득한 표정이 담겨 있다. 한계절을 지켜보는 꼭두는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가 하면 한계절은 새로운 방을 둘러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어 이들의 하루가 곧 핑크빛으로 물들리라는 기대를 고조시킨다.그런가 하면 또 다른 사진 속 보호 계약서를 꺼내든 한계절의 모습도 이목을 끈다. 갑 한계절과 을 꼭두의 ‘슬기로운 보호생활’이 기재된 계약서에는 “갑에게 시집살이를 시키지 않는다”는 항목이 적혀있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한계절의 야무진 각오가 웃음을 자아낸다.한편, 꼭두는 한계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어 이승에서의 시간 동안 그녀를 지키기 위해 분투할 예정이다. 꼭두의 사정을 모르는 한계절이 그가 건넨 계약 조항 속에서 어떤 아슬아슬한 동거 생활을 겪을지 본방송이 기다려지고 있다.티격태격 로맨스의 재시작을 알릴 MBC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 10회는 오늘(25일) 밤 9시 50분 방송된다.
2023.02.25 I 윤기백 기자
지진 잔해 속 태어난 생명…고모네 품으로
  • 지진 잔해 속 태어난 생명…고모네 품으로
  •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 현장에서 태어난 아기가 고모 가족에게 입양됐다. 지난 6일 시리아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아기 아프라 (사진=로이터)20일(현지시간) AP,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시리아 북부 진데리스의 5층 주택 잔해에서 숨진 엄마와 탯줄로 이어진 채 구조된 아기는 지난 18일 병원에서 퇴원해 고모 집으로 입양됐다. 앞서 이 아기의 엄마인 아프라 아부 하디야씨는 지진 발생 당일 남편과 자녀 4명과 함께 주택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중 건물이 무너지며 숨졌다. 아기를 제외한 하디야씨 가족은 살아남지 못했다. 아기를 돌본 의사는 하디야씨가 출산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곧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기는 지진 발생 10시간 만인 6일 오후 구조돼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아왔다.이 아기는 병원에서 신의 계시를 뜻하는 ‘아야’(Aya)라고 불리다가 새 보금자리로 옮겨가면서 숨진 엄마의 이름인 ‘아프라’(Afraa)를 물려받게 됐다.아프라의 고모 할라씨 (사진=로이터)직계 가족 없이 홀로 남은 아프라를 향해 각지에서 입양 문의가 빗발쳤지만 고모와 고모부는 직접 아프라를 데려가겠다는 입장을 공고히했다. 병원 의료진 또한 성급한 입양을 반대하며 퇴원할 때까지 아프라를 치료했다.고모부인 칼릴 알사와디는 “아기는 이제 내 자식 중 하나다. 내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의 숨진 아빠와 엄마, 형제자매를 떠올리게 한다”며 “오히려 더 애틋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또한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막막한 상황이지만 고모부는 아기가 혹여 납치될까 봐 걱정하면서 매일같이 병원에 찾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병원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거쳐 친척 관계임을 확인하고 고모와 고모부가 아프라를 데려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 의료진은 아프라가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으며 “간호사들이 눈시울을 적셨다”고 했다.한편 지난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시리아에서 5800여명, 튀르키예에서 3만 9000여명을 넘어섰다. 10년 이상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의 경우 정부와 반군 측 사망자 집계가 5814명에서 멈춘 상태다. 반군 장악 지역은 구호물자가 제때 도착하지 않는 등 다른 피해 지역보다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02.21 I 이재은 기자
주호영, 국회에 직격 “50년 후 무능한 조상될수도…칭송받는 정치하자”
  • 주호영, 국회에 직격 “50년 후 무능한 조상될수도…칭송받는 정치하자”[전문]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는 5선 의원으로서 국회 내 고참 중진 중 한명이지만, 짧지 않은 의정 생활 동안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없다”며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불신을 받으며 여전히 4류에 머물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정치 영역이란 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서로 치열하게 공격하는 영역이며, 특히 한국 정치는 진영화 돼 있어 상호 불신과 공격의 강도가 훨씬 더하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한 국회의원 생활의 성적표이자 신뢰도가 15% 밖에 안 된다고 하니 국민들께 죄송하고, 서글프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50년 쯤 뒤에 우리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조상으로 기록될까 두렵지 않냐”면서, “우리 시대가 대한민국의 국운 재도약을 이끈 시대라고 후세에게서 칭송받는 정치 한 번 해보자”고 의원들에게 독려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다음은 주 원내대표의 연설문 전문이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김진표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 여러분,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대구 수성갑 출신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입니다.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의 처참함을필설로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 국민을 깊이 위로하면서, 더 많은 분이 구조되고피해가 속히 회복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수를 며칠 앞둔 요즈음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남쪽에서는 벌써 매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꽃소식과 함께 코로나가 종식되고우리 국민들 모두 활기차고 즐거운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어제 존경하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님의 연설을 잘 들었습니다. 받아들일 지적은 받아들이고저희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의견을 말씀드리고 조율해 가겠습니다. 저는 5선 의원으로서우리 국회에서는 고참 중진 중의 한 명입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는 했습니다만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짧지 않은 의정생활 동안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없습니다.우선 자괴감의 정체는 우리의 노력과 분투에도 불구하고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이십여 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한국 정치는 4류라고 하여 큰 파문이 인 적이 있었지만,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실시된 세계가치조사 7차의 경우우리나라 응답자의 무려 79.3%가 국회를 불신한다고 응답했습니다.지난해 12월 15일에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의 국가기관별 신뢰도에서국회는 겨우 15%로 국가기관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응답자의 81%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세계가치조사의 결과와 거의 같았습니다.정치 영역이란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서로 치열하게 공격하는 영역입니다. 특히 한국 정치는 진영화되어 있어 상호 불신과 공격의 강도가 훨씬 더합니다. 더욱이 이런 모습이 방송으로 중계가 될 때가 많다 보니 다른 직역에 비해 국민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국회의원 생활의 성적표가 15밖에 안 된다고 하니 국민들께 죄송하고, 서글프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제가 전에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까닭은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이너무나 중차대함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국가 의사결정 능력이 역부족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중국의 부상과 미중 대결의 심화, 그리고 북핵 위기는우리에게 엄청난 안보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기후위기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산업 대전환은 물론 문명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요구하는문명사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은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함은 물론물리적 생존마저 위협하는 인구학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그 외에도 노동, 연금, 교육 등의 분야에서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심각한 문제들이 많습니다.우리의 근‧현대사는 두 차례의, 국운이 걸린 대위기를 겪었습니다.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일어난 첫 번째 대위기로 우리는 국권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대한민국 수립 후 1950년 전후로소련과 중공의 지원 아래 북한이 남침했을 때인 제2의 대위기는 미국과 유엔의 지원으로 파멸을 면했고온 국민의 피땀으로 오늘의 성공 국가를 이루었습니다.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맞이하고 있는 대위기가,아직 전면적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그 심각성에서 앞의 두 번에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제3의 대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은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습니다.G7에 들어도 좋을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외적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으며높은 문화의 힘도 자랑하고 있습니다.한 마디로 우리는현재의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갖추고 있으며,지금 필요한 것은 이 다양한 자원을 제때 제대로 묶어내는 일입니다.저는 이것이 바로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국회가 이 도전에 대한 국민적 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2. 국회 신뢰 회복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우리 국회는 1994년 처음으로 ‘국회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든 이래지금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국회 개혁과 혁신을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며국민의 신뢰를 높이려고 애써 왔습니다.전직 국회의장님들은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 열심히 일하는 국회, 여야가 협치하는 국회,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내걸고 이 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우리 국회는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갈등의 조장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국회의원윤리강령’에 모두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 윤리강령을 국회 목욕탕 한곳에서밖에 보지 못했습니다.앞으로는 본회의 개회시나 중요한 행사때마다의무적으로 윤리강령을 낭독하거나 서약하게 하고국회 본관 중요한 곳에도 게시하면 어떻겠습니까?저는 의원이 된 이래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읽어본 일이 없는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이 자리에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함께 읽어보겠습니다.「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은 대표로서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나아가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높여 민주정치의 발전과 국리민복의 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에 우리는 국회의원이 준수할 윤리강령을 정한다.」1.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2. 우리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오직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공익 우선의 정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사익을 추구하지 아니한다.3. 우리는 공직자로서 직무와 관련하여 부정한 이득을 도모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아니하며,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솔선수범한다.4. 우리는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간에 정치활동상 공정한 여건과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충분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적법절차를 준수함으로써 건전한 정치풍토를 조성하도록 노력한다.5. 우리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우리의 모든 공사행위에 관하여 국민에게 언제든지 분명한 책임을 진다.앞으로 저는 이 윤리강령에 비추어보면서 우리 국회의 현재 모습을 반성해 보려고 합니다. 제 자신이 참회록을 쓴다는 자세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하였습니다만,민주당 의원님들에게 거슬리게 들리신다면, 지난 정부 때 집권당이었고 지금도 원내 제1당이므로민주당에 대한 충언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1)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사법 처리 제가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국회 불신의 이유는정치인들이 부정부패를 비롯해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참여연대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14일 현재21대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가수사와 재판을 받았거나 지금도 받고 있는 건수는무려 88건에 이릅니다.이들은 LH 사태 이후 드러난 부동산 불법 의혹, 21대 총선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각종 부정부패 의혹 등에 관련된 의원들입니다.정당별 분포를 보면국회 양대 정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엇비슷합니다.이들 중 이미 무죄 판결이 난 경우도 있고,또 사안이 경미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최대한의 윤리와 양심을 요구받는 국회의원들이일반인보다 법률 위반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은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특히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를 떠나서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2) 무례하고 거친 언어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은정치인들의 무례한 막말에서 연유하는 바가 큽니다.우리 의원들의 막말은 차마 이 자리에서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할 지경입니다.상대 당이나 의원을 향해 ‘무식한 놈’이니, ‘사이코패스’니, ‘오물 쓰레기’니 하는 말들을 함부로 내뱉습니다.질문 시에도 비아냥거리기나 인격모독성 발언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종 회의에서의 지도부 발언이나 대변인들의 성명에서원색적이거나 인신모독 명예훼손이 없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영국 의회에서는 상대 의원에 대해‘거짓말쟁이’, ‘위선자’라는 단어는 금지되어 있고발언 수위에 따라 처벌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부적절한 언어 사용 행위에 대한 비난 결의안까지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3) 가짜뉴스요즘은 모바일 환경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이러다 보니 모바일과 인터넷은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우리 국회도 가짜뉴스를 양산합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등장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 발언 왜곡’이 대표적입니다. 진실 확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성급히 가짜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기 때문입니다.(4) 국회 윤리위의 기능 상실우리 국회에는 윤리특별위원회가 있지만,윤리위가 국회 윤리를 세우는 최고 기구의 기능을 잃고그 자체 정쟁의 도구가 된 지 오래입니다.18대 국회 이래 15년 동안 총 177건의 징계요구안이윤리위에 제출되었지만,본회의 의결까지 이루어진 것은 단 두 건에 불과하고그것도 윤리위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징계안은단 1건 밖에 없습니다.21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33건의 징계안이 제출되었는데, 후반기에는 윤리위 구성에만 넉 달이나 걸렸으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1건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중 29건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상대 진영에 대한 모욕적 발언,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그런데도 윤리위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오히려 상대 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윤리위의 정상화가 시급합니다.(5) 정치의 사법화 정쟁이 격화하면서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정치권에서의 시비를 정치권이 가리지 못하고무작정 제소해놓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소·고발만 남발하고 있습니다.제20대 대선 선거사범 2,001명 중고소·고발로 인한 인원은 1,313명(65%)으로19대 대선에 비해 3배 이상 늘었습니다.현재 각 정당 간의 고소‧고발 미제사건은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정당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은국회의 권위와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입니다.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의 종언을 뜻합니다.(6) 게으름우리 국회는 양적으로만 보면 일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제20대 국회는 1년 평균 약 6,000건을 발의해 약 800건을 가결했습니다.이는 큰 나라인 미국도5,000건을 발의해 460건을 가결하는 것에 비한다면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하지만 우리 국회가 생산한 법률의 품질을 보면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선언적 규정 삽입이나 단순한 자구 수정에 그치는 법안도 많습니다.불필요한 발의가 많아 임기만료 폐기되는 법안도 너무 많습니다.제20대 국회에서는 62.2%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한 마디로 우리 국회가 헛심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이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입법 성과만 앞세우다 보니부실한 법안도 많이 나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는 법안도 많습니다. 2023년 1월 11일 기준으로 위헌 22건, 헌법불합치 19건이 우리 국회에서 개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대체 입법을 서두르지 않습니다.이것은 국회의 명백한 직무 유기입니다.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이 나면 대체 입법을 서두르는 것이누구보다 헌법을 존중해야 하는 국회의 의무일 것입니다.(7) 내로남불국회 불신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이른바 내로남불입니다.우리 정당들은 언행이 불일치할 때가 많고,이전과 이후가 다르고 여당일 때와 야당 때가 말이 다릅니다.이 점은 특히 민주당에게 두드러집니다. 강준만 전 교수는“민주당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바꾸어 말해 민주당 정권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였습니다.항목별로 보겠습니다. 우선, 인사 내로남불입니다.민주당은 병역 면탈,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연구 부정행위 등등의 이유로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 출범 초인 2017년 5월에 ‘5대 인사 배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겠다고 하더니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고위 공직 후보자 다수가5대 비리 관련 의혹이 있었음에도 대부분 임명을 강행했습니다.2019년 11월에는 5대 기준에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더해‘7대 공직 배제 기준’을 내놓았는데,여러 가지 예외 조건을 달아 실상은 더 완화된 기준이었지만여기에 걸리지 않는 후보자가 드물었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이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이상 인사가 무려 34명으로역대 최다였습니다.그러던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국민을 받들 능력과 자질 없는 결격자를단호히 레드카드로 퇴장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다음은 재정 내로남불입니다.2015년 9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박근혜 정부의 2016년도 예산안과 관련해국가채무 비율이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GDP 대비 40%를 깨고 있다며재정건전성 회복 없는 예산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하지만 집권 후에는 40% 기준의 근거가 뭐냐며전례 없는 포퓰리즘 확대재정정책을 임기 내내 지속해결국 국가부채 1,000조 시대를 초래했고2021년 말 국가채무 비율은 거의 46.9%에 달했습니다. 다음은 입법 내로남불입니다. 테러방지법은 2016년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무려 38명이 9일간 필리버스터까지 하였지만집권 후 다수당이 되고도 개정하기는커녕,오히려 여당이 된 2020년 9월에는 감염병 검사와 치료를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로 간주하는무시무시한 내용의 개정안까지도 냈습니다. 반대로 여당일 때는 관심조차 없다가야당이 되자 입법을 서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음은 적폐 청산 내로남불입니다민주당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각 부처에 적폐 청산 기구를 만들고정부와 공공기관의 전 정부 인사들을 쫓아내고 감옥에 보냈습니다.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그러는 중에도 뻔뻔스럽게 민주당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이 일로 문 정부의 몇몇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을 기소하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발끈하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마저 기소로 앙갚음했다”며 바로 말을 바꾸었습니다. 참으로 편리한 기억력입니다.이재명 대표의 내로남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에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에 수갑을 채워서 구치소로 보내자고 했습니다.그랬던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정치탄압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던 민주당,특히 이재명 대표가 이를 지킬지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민주주의 타령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야당을 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낸 공이 지대한 정당입니다. 당 이름에서 민주가 떠난 적이 없고 이것을 자산으로 실로 많은 것을 누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민주는 민주당의 핵심 가치이자 자산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이 민주라는 말을 떳떳하게 쓸 수 있습니까?민주당 정권은 촛불민주주의와 공정을 표방하며 집권했습니다.하지만 민주주의와도, 공정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촛불민주주의의 허구성은 민주당 정권 출범 전부터 드러났습니다.김경수 전 의원과 드루킹 일당의 대규모 여론 조작이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왔습니다.민주당 정권은 울산시장 선거에도 직접 개입했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청와대 비서실 8개 조직이 나서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을 억지 수사하고송철호 후보의 당내 경쟁자를 매수하는 한편송철호 후보에게 선거 공약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민주주의의 꽃을 이렇게 짓밟고도 어떻게 민주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까.저는 어제 존경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님의 연설 중에서경청해야 할 부분도 많았지만, ‘국민이 일군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말씀을 듣고는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은 독립적 사법부의 존재입니다.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사법부는 독립성을 잃고행정부의 시녀가 되고 정치판이 되었습니다.법치주의는 광범위하게 훼손되었습니다.한때 참여연대와 민변의 회원이었던 권경애 변호사는민주당 정권 시기를 ‘무법의 시간’이라 불렀습니다.김명수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끌 사법행정 경륜이나법원의 독립성, 중립성에 대한 신념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다고 보여져야 합니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은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로 사법부의 파벌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능력과 관계없이 요직에 발탁하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대법관 경력 없이 대법원장이 된 사람으로, 여러 차례 거짓말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법부의 명예를 훼손했고, 법원장 추천제, 판사 승진제 폐지로 법원을 망가뜨려 놓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김미리 판사와 함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에 대한 재판을 지연시켜 정의의 실현을 늦추었습니다.조국 사태는 민주당 정권의 모든 국정 철학이허위와 기만임을 남김없이 드러내었습니다.조국 일가의 범죄는 모든 국민에게 깊은 분노와 좌절감을 안겼습니다.조국 일가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친문세력의 행태는더욱 놀라운 것이었습니다.정권에 대한 현재와 장래의 검찰 수사를 막으려고검찰 자체를 파괴하려 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후임이었던 추미애, 박범계 장관이그 역할을 떠맡았습니다.대한민국 75년 역사상 전례가 단 한 번밖에 없었던수사지휘권 행사를 네 차례나 남발하며 검찰을 난도질했습니다.특히 박범계 장관은“저는 법무부장관이기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해나라의 장관이기보다 친문세력의 첨병임을 자인했습니다.헌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 국무총리를 겸할 수는 있지만선거기간에는 중립적 선거관리를 위해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 행안부장관은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민주화 이래 역대 선거기간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있으면서여당 국회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던 사례를 보면민주당 정부가 6명으로 압도적 1위입니다.더욱이 총리, 법무부, 행안부 장관을 현직 민주당 의원이거나 당적이 있는 사람들로 채우는 전무후무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고도 어떻게 공정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까.민주당은 언제나 인권 정당임을 주장해 왔습니다만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인권 원칙을 언제든지 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인권은 그저 입에 발린 수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의 정상 출범을 막고 있는 것도인권정당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2016년 9월에 북한인권법이 시행되고그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이 만들어졌지만,지금까지도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아온전한 출범이 미뤄지고 있습니다.민주당이 민주당 몫 이사의 추천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우리 당과 통일부가 아무리 요청해도민주당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UN 북한인권결의안에 4번이나 불참하는 등 민주당의 인권은 북한 앞에만 가면 멈춥니다.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중심은 의회입니다.하지만 민주당이 제20대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래우리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습니다.2012년에 여야 합의로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하면서우리 국회는 의사결정의 원리로서단순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를 우선하는 시대로 옮겨갔습니다.합의제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여야 동수로 이루어지고 2/3 찬성으로 결정하는 안건조정위원회,그리고 무제한토론이 그것입니다.하지만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하자마자합의제의 핵심 요소들 대부분을 무력화하며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습니다.우선, 위장 탈당이나 다른 정당과 무소속 의원 동원을 통한안건조정위원회의 무력화는 민주당의 전매특허가 되었습니다.특히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양향자 의원을 내치고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후 법사위로 보낸 사건은권모술수밖에 남지 않은 민주당의 민낯을 남김없이 드러냈습니다.이러한 꼼수는 이것 말고도 대여섯 차례나 더 있습니다.이러고도 어떻게 선진화법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습니까.무제한토론은 원내 소수당이 다수당의 일방독주에 저항하는마지막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우리 국민의힘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법과 공수처법에 이어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에 맞서 무제한토론에 나섰습니다.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조항을 악용해회기를 잘게 쪼개는 전대미문의 살라미 전법을 써서우리의 마지막 호소 수단마저 무력화했습니다.민주주의는 자제와 관용으로 유지됩니다. 민주당은 자제와 관용은커녕 왜곡과 견강부회로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폭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믿을 信’ 자 한 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우리 국회가 ‘신’을 회복하는 것이 곧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3. 두려움의 실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동료 의원 여러분.지금 우리나라는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글로벌 공급망에 큰 문제가 생기면서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러한 경제위기 뒤에서훨씬 더 근본적인 성격의 대위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보 위기, 기후 위기, 인구 위기 등등이 그것입니다.이러한 위기들은 일시적 위기와 달리대한민국의 생존과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근원적인 위기입니다.저는 이러한 위기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두려움이 몰려오고 나라의 앞날이 너무 걱정이 됩니다.(1) 안보 위기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지난 30년간 북한은 핵 개발 의지를 꺾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계속 핵 개발 능력을 키운 결과지금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가 되었습니다.반면 우리는 여야를 초월한 하나의 일관된 국가 전략 없이보수와 진보 사이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마다전략적 기조 자체를 바꾸었고 국론이 분열되었습니다.중국의 굴기와 러시아의 팽창주의는이미 북핵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의 외교안보를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우리는 북핵정책의 실패에 관해서 제대로 복기하고 성찰해 본 적 있습니까? 우리는 이 새로운 안보 도전을 얼마나 절박하게 느끼고 얼마나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습니까?역사적으로 우리는 많은 외침을 받았지만,그중에서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경술국치는우리의 가장 참담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이 국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국가 지도자들이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적절한 국가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심지어 외적 앞에서 분열했다는 것입니다.임진왜란 때는일본이 전국시대 이후 국력과 군사력을 급속히 키웠음에도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설을 무시한 채 당파싸움에 몰두하는 바람에 7년 동안 왜적에게 국토가 유린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선 백성 약 1,100만 명 중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 참화를 겪었습니다. 병자호란 때는조정이 명나라와 청나라의 교체라는 대변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결국 명나라에 대한 성리학적 사대 외교를 고수하는 바람에 인조 임금이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를 올리는 치욕을 맞았습니다. 이때 무려 수십만의 백성이 청나라로 끌려갔고 환향녀라는 비극도 이때 생긴 것입니다.19세기 말에서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우리 국가 지도자들은삼정문란 등 무너지는 내정을 개혁하지 못한 채서세동점이라는 문명사적 차원의 대변화를 읽지 못하고,외세 앞에서 혹은 쇄국파와 개화파로,혹은 친중파, 친러파, 친일파로 분열한 결과결국 망국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그런데 우리는 나라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대한 역사적 사변,그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중대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거나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 삶겨 죽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싸움질하느라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몰랐고 무책임했습니다. 이 점이 저는 두렵습니다.지금의 우리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설마 그렇게 되겠는가’, ‘나 아니라도 누군가는 챙기고 있겠지’ 이러고 있지는 않습니까. (2) 기후 위기기후 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2050’도산업의 전환을 넘어 문명의 전환을 요구하는 거대한 도전입니다.탄소중립 2050을 이루기 위해서는세계는 탄소배출을 매년 7% 남짓 줄여 나가야 합니다.2020년에는 탄소배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7% 줄었는데,그것은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할 때였습니다.탄소중립 2050을 위해 이런 상황을 향후 30년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는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입니다.우리 철강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올해 10월부터 시범 운영될 EU의 탄소국경세에 대비하지 못하면쇠퇴의 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EU에서 2035년부터 시행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는우리 자동차산업에 심대한 충격을 가할 것입니다.모두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탄소중립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실행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보이지 않고 이 문제의 절박성을정부나 국민이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위기입니다. (3) 인구 위기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이고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사안입니다. 저출산 예산은 2006년에 처음으로 편성되어2020년까지 총 380조2,000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하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에서2022년 3분기 0.79로 낮아져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저출산은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과 결합하며농촌 소멸이라는 또 다른 치명적 결과도 낳고 있습니다.농가는 2012년 전체 가구의 6.4%에서 2021년 4.4%로 줄었고농가 인구는 같은 기간 5.8%에서 4.3%로 줄었습니다.소멸 고위험 농촌지역이 2020년에 22개 군이던 것이2022년 3월 현재 44개 군으로 2배 늘어났습니다.이러다가는 농업 자체가 사라지고미래농업이니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지경입니다.저출산은 소리 없이 나라를 죽이는 암입니다.지금 당장 저출산 추세가 멈춘다 해도그동안의 진행만으로도 나라에 큰 상흔이 남을 것입니다.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온 국가가 필요합니다.국회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야 합니다.그런데 지난 17년간 우리가 한 노력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지금의 방식대로 돈을 더 투입할 것이 아니고 다른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4) 사회적 지속가능 위기연금·노동·교육도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개혁의 필요성을 구구절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개혁에는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 따릅니다.따라서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습니다.이 문제들이 조기에 개혁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퇴보할 것입니다. 4. 마무리하는 말그런데 우리는 이 중대한 문제들을 절박하게 여기고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국회는 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제때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고 대처할 능력이 있기는 있는 것입니까.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다수는 오래된 문제들이지만,우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결정을 못했고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이것이 제 두려움의 실체입니다. 흔히 대통령 중심제와 양당 구도를 가진 한국 정치는 상대 당이 무너지면 집권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대 당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정치환경이라고 합니다. 정작 그것이 문제이고 이대로라면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면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권력 구도, 정당 구도 하에서도 우리가 국가적 도전과 그 긴박성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도 언젠가는 정치를 그만두게 됩니다.정치를 그만둔 다음에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 국회는 늘 국가적 과제에 대해 적기에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정치는 유한하고 인생도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50년쯤 지난 다음에 다시 한번 태어나서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 있고, 값지게 잘 사나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50년 쯤 뒤에 우리가무능하고 무책임한 조상으로 기록될까 두렵지 않습니까. 우리 시대가 대한민국의 국운 재도약을 이끈 시대라고후세에게서 칭송받는 정치 한 번 해볼 수 없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의 피땀과 역대 정부의 노력으로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제 글로벌 중추 국가로 더 높이 비상할 때입니다.우리 앞에 놓인 위기와 도전을 극복한다면대한민국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세계 중추 국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나라의 미래가 우리 국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이제 우리 국회는 진영정치와 팬덤정치의 위협에 맞서합의 정치의 기반을 확대하고국민통합의 중심이라는 원래의 위치를 회복해야 합니다.협상과 타협의 정신을 복원하고사실과 합리성에 기초한 토론을 통해법안을 처리하는 정치적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국회는 생각과 가치의 용광로가 되어야 합니다.여러 생각과 가치가 충돌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서로 녹아들어 더 높은 차원의 일반의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우리는 K-Pop, K-Sports, K-Culture, K-Food 등 많은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만 왜 4류에 머물러야 합니까. 우리가 지금부터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리 정치인들은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일을 앞두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애국선열, 호국 영령들이 계신 국립현충원을 참배합니다. 그분들의 애국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국가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뭇 생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느끼셨을 그 통분함과 절박함도 기억해야만 합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의원님들께 묻고 싶습니다.우리는 지금 우리의 국가적 과제들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까?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오랜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2.14 I 김기덕 기자
'고딩엄빠3' 변은지, 넷째 유산 고백…선예 "자책 벗어나야" 위로
  • '고딩엄빠3' 변은지, 넷째 유산 고백…선예 "자책 벗어나야" 위로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삼형제를 키우는 고딩엄마 변은지가 넷째 유산 사실을 고백하며 오열했다. 하지만 친정엄마와 출연진들의 따뜻한 위로에 힘입어 마음을 다잡아 훈훈함을 선사했다.지난 1일 방송된 MBN 예능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3(이하 ‘고딩엄빠3’)’ 3회에서는 19세에 임신해 4~6살 연년생 삼형제를 키우고 있는 변은지X김형수 부부가 출연, 산후 우울증을 극복해낸 각별한 부부애와 함께 다복함이 넘치는 가족의 일상을 공개했다.이날의 게스트로는 원더걸스 출신의 ‘아이돌 엄마 1호’ 선예가 자리한 가운데, 변은지의 사연이 재연드라마 형식으로 소개됐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강원도 영월에서 미모로 이름을 날린 변은지는 SNS에 올린 자신의 오픈채팅방을 통해 한 남자를 만났고, 그의 다정함과 자상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교제를 시작했다. 3개월 뒤 이들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변은지의 부모님은 충격 속에서도 “아이를 낳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를 믿으며 출산을 허락해줬다. 그러나 남자친구 어머니가 여전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변은지는 동네에 소문이 퍼질까 두려워 자퇴까지 한 채 아이를 낳은 터. 결국 현실 육아에 지친 변은지가 극심한 산후 우울증으로 인해 절벽에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모습으로, 재연 드라마가 아슬아슬하게 끝이 났다.이어 변은지의 일상이 공개됐다. 산후 우울증을 극복한 변은지와 김형수 부부는 어느덧 6세 하준, 5세 하성, 4세 하민 등 삼형제의 부모가 되어 있었다. 요정 같은 아이들의 인사를 본 박미선은 “1년에 한 번씩 배가 불렀던 거야?”라며 입을 떡 벌렸다. “어차피 아이를 키울 바에는 한꺼번에 빨리 키우자 싶었다”며, 연년생 터울을 계획했다는 변은지는 능숙한 요리 솜씨로 프렌치 토스트를 해준 뒤, 남편과 차분하게 삼형제 등원 준비를 완료했다. 아이들의 등원을 담당한 남편은 집에 돌아와 쇼핑몰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 “와이프가 아이를 혼자 돌보는 것이 정말 힘들어 보여서, 아내를 돕기 위해 재택근무를 택했다”고 말해 자상한 면모를 보였다.아이들의 하원 후 변은지-김형수 부부는 배드민턴장으로 향해 부부의 공통 취미인 배드민턴을 즐겼다. 이 자리에서 변은지는 동료들에게 “동네가 좁다 보니 어린 나이에 임신한 데 대한 안 좋은 말들이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충북 제천으로 도망치듯 떠나 아이를 낳았다”며 당시의 상처를 덤덤히 털어놨다. 이후 이들은 변은지의 시댁에 도착해 단란하게 대화를 나눴다. 당시 변은지의 출산을 반대했던 시어머니는 어느덧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있었는데, 대화 도중 아들 부부에게 “이제는 손녀를 보고 싶다”는 속내를 전해 변은지의 동공지진을 일으켰다.그날 밤, 부부는 넷째 계획에 관련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딸을 원하는 남편과 달리 변은지는 “예전과 달리 아이를 낳는 게 두려워졌다”고 말했고,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넷째를 임신한 뒤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고 밝히며 오열했다. 이후로도 변은지는 아이 이야기만 나와도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민선예는 “아이를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서 벗어나면 좋겠다”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며칠 뒤 변은지-김형수 가족은 변은지의 친정집을 찾았다. 육남매 중 넷째로 자란 변은지의 친정에서는 대가족답게 식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흐뭇한 웃음을 자아냈다. 친정엄마의 손맛이 담긴 저녁 식사를 함께한 후, 변은지는 곧 독립을 앞둔 남동생에게 “여자친구와 동거는 하지 마라”고 현실 조언을 건넸다. 이유를 묻자 “내가 이미 겪었던 일이지 않느냐”며 “(10대 시절 임신과 출산이) 힘들기도 했고, 옳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답해, 현실적인 경험으로 인해 한결 철이 든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변은지는 친정엄마와 둘만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유산으로 인해 상심한 변은지에게 엄마는 “나도 두 번의 유산을 겪었다”고 처음으로 직접 상처를 고백했다. 이어 친정엄마는 “다시 유산될 수 있다는 걱정은 버리고, 힘을 내라”고 위로해 변은지에게 특별한 힘을 선사했다. 모든 VCR이 끝난 후, 변은지는 “남편과 넷째 계획에 관련해 다시 대화를 나눠봤는데, 둘 다 아직 어린 만큼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교진은 “24살인 만큼 지금부터 뭐든 새로운 시작을 해도 늦지 않았다”고 격려했고, 선예 또한 “아내로서, 엄마로서 지금처럼만 행복하기만을 바란다”고 응원하며 훈훈한 엔딩이 이루어졌다.‘고딩엄빠3’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훌훌 털어낸 채,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변은지-김형수 부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연년생 삼형제가 꼭 쌍둥이처럼 생겨서 너무 귀여웠네요, 아이들이 너무 잘 배운 것 같아요!”, “은지 씨와 남편 형수 씨에게 어느 부부보다도 각별한 애정이 느껴져서 보기 좋았네요”, “남동생에게 이성에 관한 조언을 건네는 은지 씨의 모습에서 경험자의 ‘현실 고민’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산후 우울증을 이겨냈듯이 유산의 상처도 훌훌 털어버리고 지금을 즐기시길 바라요” 등 따뜻한 반응을 보였다.10대에 부모가 된 ‘고딩엄빠’들이 사회의 편견 및 ‘현실 육아’에 부딪히며 한층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 가족 예능 MBN ‘고딩엄빠3’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
2023.02.02 I 김보영 기자
유한진 "25년 만에 SM 퇴사, n.CH서 마지막 불꽃 태울 것"①
  • 유한진 "25년 만에 SM 퇴사, n.CH서 마지막 불꽃 태울 것"[인터뷰]①
  • (사진=김태형 기자)[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이수만 선생님이 저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주시면서 SM에 뼈를 묻으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벌써 25년 전 얘기예요. 하하.”음악 프로듀서 유한진이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유한진은 최근 청춘을 다 바친 둥지였던 SM엔터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의 동행을 끝내고 n.CH엔터테인먼트(이하 n.CH)에 합류했다. 새 둥지에서 그간 못다 펼친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내겠다는 각오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n.CH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유한진은 “1998년 정식 입사 이후 SM에서 SM 색깔 음악만 했다. 25년간 인연을 맺은 회사이자 K팝을 대표하는 큰 회사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끝내 도전을 택한 제 자신이 기특하다. n.CH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그간 하고 싶었던 저의 음악을 마음껏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유한진은 SM 음악의 산증인이다. 1세대 아이돌 H.O.T.부터 4세대 아이돌 에스파까지, SM 전현직 아티스트들이 음악이 모두 유한진의 손을 거쳤다. S.E.S. ‘러브’(Love), 신화 ‘너의 결혼식’, 동방신기 ‘왜’(Keep Your Head Down), ‘이것만은 알고 가’(Before U Go), ‘썸띵’(Something), NCT ‘뷰티풀’(Beautiful) 등이 대표곡. 유한진의 디스코그라피가 곧 ‘SMP’(SM Music Performance)로 일컬어지는 SM 음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작사, 작곡보다는 편곡 작업에 중점을 두며 SM 아티스들의 음악에 풍성함을 더해왔다. 다나의 데뷔곡 ‘세상 끝까지’가 SM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편곡 작업을 담당했던 곡이란다. 유한진은 “편곡 속도가 남들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점이 저의 장점이었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편곡도 하루 만에 끝냈다”면서 “그렇다 보니 음반 수록곡들뿐만 아니라 음악 방송용 인트로, 연말 시상식 버전 리믹스 음악 작업 등을 제가 도맡다시피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SM 아티스트들의 티저 영상 음악과 콘서트 음악 작업을 담당한 것 또한 저였다”며 “에스파 음악까지 작업하다가 SM에서 퇴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진=김태형 기자)(사진=김태형 기자)유한진은 음악 전공자가 아니다. 심지어 학창시절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다. 그랬던 유한진이 20대 시절 뒤늦게 음악을 시작했고, 독학으로 편곡 및 작곡법을 익히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낙원상가에서 음악 장비를 구경하는 게 취미였어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구경만 하고 집에 와서 아마추어용 장비인 사운드 캔버스로 팝송 코드를 하나하나씩 따보면서 편곡 능력을 홀로 키웠죠. 그땐 가난하게 음악했습니다. (미소).”유한진의 친형은 SM 대표 프로듀서인 유영진이다. 이수만이 유한잔이 미니디스크(MD)에 담아둔 데모곡들을 들은 뒤 ‘SM에 뼈를 묻으라’는 제안을 건넸던 장소도 서울 강남구 방배동에 있던 유영진의 작업실이었다. 하지만 ‘엄한 형’이었다는 유영진은 동생 유한진이 자신과 같은 음악의 길을 택했음에도 따로 지름길을 알려주지 않았단다. 유한진은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저 혼자 일어서야 한다는 게 형의 생각이었다”며 “형이 도움을 주지 않아서 혼자 힘들어하면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돌아보면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저만의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한진은 “형은 제 인생의 동반자이자 정신적 지주다. 요즘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형에게 조언을 구한다. 주말에 시간이 맞을 땐 같이 오프로드 바이크를 즐기기도 한다”고 했다.“50살이 넘은 형제끼리 이렇게 끈끈하게 지내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웃음). SM을 떠나는 결정을 할 때도 형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꿈을 펼쳐보라면서 저를 지지해줬어요.”유한진은 입봉작인 H.O.T.의 ‘더 웨이 댓 유 라이크 미’(The Way That You Like Me)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뿌리에 해당하는 장르를 딥 알앤비(deep R&B)로 꼽았다. 그러면서 유한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코드 2~4개로만 반복된다는 점이 특징인 장르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버스비를 아껴 모은 돈으로 딥 알앤비 곡이 실린 음반 CD들을 수집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좋아한 장르인데, 제가 H.O.T. 노래를 통해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며 뿌듯해했다.음악적 뿌리가 딥 알앤비라면 강점은 폭넓고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이다. 유한진은 “지난 25년간 수많은 SM 아티스트들과 호흡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음악 트렌드에 발맞춰가며 끈질기게 살아남았다”면서 “저만의 색깔을 고집했다면 지금까지 음악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수만 선생님도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섭렵하며 고유의 색깔을 만들었다는 점을 저와 형의 강점으로 짚어주곤 하셨다”고도 했다.(사진=김태형 기자)n.CH에는 그룹 네이처, 엔싸인, 가수 겸 배우 노민우 등이 소속돼 있다.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톱10, 채널A ‘청춘스타’ 톱7, SBS ‘싱포골드’ 톱10 매니지먼트도 겸하는 곳이다. 유한진이 이 곳을 새 둥지로 택한 결정적 이유는 SM 출신 정창환 대표 프로듀서가 수장을 맡고 있는 곳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정창환 대표 프로듀서는 SM 재직 시절 SM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는 합동 공연인 SM TOWM 콘서트를 기획을 담당한 인물. 유한진은 콘서트 음악을 책임지며 그와 긴 시간 동안 호흡을 맞췄다.관련 물음에 유한진은 “SM에서 15년 정도 호흡을 맞춘 사이”라면서 “긴 시간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관계이기에 이곳에서도 톱니바퀴가 잘 맞물릴 거라고 생각한다. 힘을 합쳐 n.CH 소속 아티스트들을 빌보드 메인 차트에 입성하는 아티스트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유한진은 김하니, MOODE(무드), IRIS(이리스)로 구성된 음악 프로듀싱팀 ‘블랙 다이아몬드’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프로듀싱팀 일원들과 의기투합해 n.CH 아티스트들을 위한 맞춤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유한진에게 기쁨 마음으로 떠안고 있는 과제다. “n.CH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어보고 미팅을 해보면서 성공 가능성을 느꼈고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요즘 들어 K팝 음악 스타일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서 SM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색깔의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2023.01.31 I 김현식 기자
'일타스캔들' 전도연·정경호 비밀과외 들통나나…최고 시청률 경신
  • '일타스캔들' 전도연·정경호 비밀과외 들통나나…최고 시청률 경신
  • ‘일타스캔들’[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일타 스캔들’ 전도연과 정경호의 공조가 또 한 번 들통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시청률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지난 29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연출 유제원, 극본 양희승,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에서는 전도연이 과거의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는 정경호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 두 사람의 모습은 본격적인 로맨스 전개를 예고한 것은 물론, 웃음과 따뜻한 감동까지 선사했다.6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12%, 최고 12.8%, 전국 가구 기준 평균 11%, 최고 11.8%를 기록,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수도권과 전국 모두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는 수도권 기준 평균 5.1%, 최고 5.5%, 전국 기준 평균 5.1%, 최고 5.7%를 기록,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자체 최고 기록을 또 다시 뛰어 넘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이날 방송에서 행선(전도연)과 치열(정경호)은 결국 영주(이봉련)와 동희(신재하)에게 비밀과외를 들키고 말았다. 행선은 단단히 삐진 영주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애를 썼고, 치열은 개인과외는 안된다고 말리는 동희에게 과외가 아닌 일종의 재능 기부라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비밀 유지에 가장 신경을 썼지만 시작부터 절친과 최측근에게 들통난 행선과 치열의 공조. 첫 번째 위기를 무사히 넘긴 듯했지만 곧 치열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와 긴장감을 높였다.항상 치열에 대해 스카이맘점넷에 악의적인 글을 올렸던 ‘최치열라짱나’가 이번엔 치열이 과거에 가르쳤던 한 학생과 관련된 사건을 언급하며 모함하는 글을 또 올린 것. 치열은 평소처럼 그 글을 무시하고 넘기지 못하고 우림고 선생님으로 있는 친구 종렬(김다흰)을 찾아갔다. 치열은 그제서야 녹은로 중학생 친모 살해 사건이 과거에 가르쳤던 수현(이도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함께 당시 치열이 있던 학원 원장과 수현의 엄마가 결탁한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인해 수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고, 이는 아직도 치열에게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는 것이 밝혀졌다.이후 치열은 기분도, 컨디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속이 좋지 않다는 치열을 은근히 걱정한 행선은 자연산 전복죽과 소화에 좋다는 안동식혜까지 준비해 도시락 배달을 갔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인 치열을 보게 된 행선. 텅 빈 냉장고와 침대 옆에 놓인 침낭에서 잔 흔적을 보고는 마음이 더 쓰일 수밖에 없었다.한편, 주말이 되자 행선은 재우(오의식), 해이(노윤서)와 함께 약속했던 캠핑을 떠났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컨디션에 휴강했던 치열도 낚시터로 향했고, 그렇게 이들은 서울을 떠나 자연 속에서 또 운명처럼 마주쳤다. 서로 예상치 못한 만남에 깜짝 놀란 행선과 치열. 치열은 자기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 달라고 했지만, 행선은 라면도 권하고 커피도 주는 등 계속 그를 챙겼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머리가 복잡해 보인다며 수학 문제를 많이 풀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행선 다운 질문에 치열은 “수학은 명쾌해요. 근데 인생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공식도 없고, 법칙도 없고, 틀릴 때마다 내가 또 뭘 잘못했구나 위축되고”라고 은연중에 고민을 내비쳤다. 이에 “그래도 틀릴 때마다 답에 가까워지긴 하는 거잖아요. 인생도 그렇죠 뭐. 더듬더듬 답을 찾아 나가는 거죠.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 해 보면서”라는 행선의 대답은 치열에게도, 또 드라마를 보는 많은 이들에게도 따듯한 위로를 전했다.여기에 행선은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체조를 치열에게 가르쳐 줬다. 행선이 튼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그녀가 가르쳐주는 체조를 따라 하는 치열의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냈고, 치열은 그렇게 행선네 가족과 같은 공간에서 또 한 번의 밤을 보냈다. 다음날, 치열의 차를 함께 타고 서울에 올라온 행선의 가족. 집 앞에 내려주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치열의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그 미소는 치열이 행선에게 제대로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확신케 했다.하지만 서로 조금씩 더 가까워진 행선과 치열에겐 또다시 위기의 그림자가 닥쳤다. 캠핑을 다녀온 이후 컨디션을 완벽히 회복한 치열은 기분 좋게 비밀과외를 하기 위해 행선의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간, 해이가 가지고 있던 올케어 반 테스트지를 보고 선재(이채민)가 준 것이라며 엄마(김선영)에게 고자질을 한 수아(강나언)가 때마침 국가대표 반찬가게 앞에서 치열을 딱 발견한 것. 치열의 비밀과외가 또 한 번 들통날 위기에 처하면서 엔딩을 맞이했다.한편,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매주 토, 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된다.
2023.01.30 I 김가영 기자
"붉고 큰 마오 얼굴이 떴습니다"<15>
  • "붉고 큰 마오 얼굴이 떴습니다"[정하윤의 아트차이나]<15>
  • ‘옛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새 세계를 건립한다’(1967).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 미술과 미술계는 이 한 장의 포스터로 요약할 수 있다. 문화대혁명(1966~1976) 전반부에 집중적으로 무수히 제작한 포스터는 홍위병이 앞장서 옛것을 무너뜨리는 거친 폭력성을 담고 있다. 실제로 홍위병의 발과 망치 아래 찬란했던 중국 문화와 미술은 사정없이 부서졌다. “최대한 강하게, 되도록 빨리, 가능한 많은 이미지”란 마오의 명령을 수행하는 최적의 매체로 떠오른 포스터는 1920∼1930년대 이미 쌓아둔 목판화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마오시대가 요구한 이미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었다. 포스터. 110×80㎝,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대 소장.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화가 잔뜩 난 채 온몸에 힘이 들어간 청년이 커다란 망치를 내려친다. 세상 무엇이라도 파괴할 기세다. 왼팔에 찬 붉은 완장은 그가 홍위병임을 알려준다. 문화대혁명 시기 마오쩌둥의 붉은 군대, 물불 가리지 않던 젊은 부대 ‘홍위병’. 홍위병 청년이 때려 부수려 하는 대상은 왼쪽 하단에 있다. 불상, 유교 경전, 예수 그리스도의 상, 서양 레코드 등등. 별 나쁜 것도 아니건만 왜 없애려는 것일까. 그 이유를 왼쪽 상단에 적힌 글자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옛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새 세계를 건립한다.” 풀어 말하자면 지금 이 청년은 발 아래 쪼그라져 있는 잡다한 물건들, 다시 말해 ‘옛 세계’를 부숨으로써 ‘새 세계’를 건설하는 중이다. 명분은 그럴듯할지 모르지만 이 주장에 내재한 폭력성은 감출 수 없다. 꽤 무섭고 다분히 선동적인 이 이미지는 문화대혁명(1966~1976) 전반부에 셀 수 없이 만들어진 포스터의 전형적인 예다. 한 번 보면 이해를 못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이런 이미지는 건물에, 길바닥에, 집 벽에 붙어 ‘인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문화대혁명 초반에는 화가 잔뜩 난 홍위병 무리가 집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잦았다. 그들의 기준에서 파괴돼야 마땅할 물건들을 찾아 그 소유주와 함께 처단하는 것이 홍위병의 ‘일’이었다. 물건은 즉각 파괴됐다. 물건의 주인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자아비판’을 하고, 어딘가로 끌려가 사라지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를 고발했다. 어제 감자를 나눠 먹은 친한 옆집 아주머니가 오늘 그 감자 담은 그릇에서 ‘부르주아’ 냄새가 났다며 당에 이웃을 찔렀다. 혁명정신에 고취된 아이들이 부모를 신고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홍위병은 수시로 출동했다. 망치를 들고. 찬란했던 문화가 부서지고 관계가 깨졌다. 이 모든 행태는 “옛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새 세계를 건립한다”는 말로 정당화됐다. ◇‘홍량광 고대전’ ‘삼돌출법’…영웅 마오, 붉고 크고 빛나게 돌출그 무서운 시대에 미술은 당의 이념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강렬한 이미지가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마오쩌둥은 잘 알았다. “최대한 강하게, 되도록 빨리, 가능한 많은 이미지를 생산해 모든 인민에게 닿게 하라!” 이 명령을 수행하는 데 최적의 매체는 포스터였다. 1920∼1930년대 이미 쌓아둔 목판화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당이 원하는 이미지를 대량생산했다. 마치 공장처럼 또는 군대처럼, 망치를 들고 ‘옛것’을 때려 부수는 이미지를 무수히 찍어냈다. 물론 홍위병이 필요했던 문화대혁명 전반부까지만이다. 이후 더 이상 그들의 역할이 필요치 않게 되면서 홍위병은 해산됐고, 그들의 이미지도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농민, 노동자, 군인이었다. 우상화한 마오쩌둥과 함께. ‘마오주석 만세, 세계 혁명가들의 마음속 붉은 태양’(1969)이 문화대혁명 후반부의 전형적인 포스터다. 무엇이 가장 먼저 보이는가. 당연히 하늘 위에 동동 떠 있는 마오쩌둥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붉은 태양’이 바로 그다. 그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가운데 푸른 옷을 입은 노동자를 기준으로, 왼편에는 군인, 오른편에는 농민이 있다. 마오의 중국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로 여겨지던 그룹이다. ‘마오주석 만세, 세계 혁명가들의 마음속 붉은 태양’(1969). 마오시대 문화대혁명 후반기에 제작한 포스터 유형. 하늘로 띄워올린 마오쩌둥과 그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농민·노동자·군인, 또 우방국 외국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붉은 태양’이 중국의 수장이란 걸 알린 포스터는 마오 우상화 작업의 절정을 보여준다. 미국 오리건주 조던 슈니처 미술관 소장.그런데 그 양옆으로는 어쩐 일인지 외국인들이 가득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이들은 마오의 중국과 사상적으로 동일한 우방 나라의 사람들이다. 세계의 사회주의·공산주의 지지자(포스터 제목에 따르면 혁명가)들인 거다. 모두 마오쩌둥의 어록인 붉은 책을 손에 들고 ‘태양’을 향해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포스터의 의미는 자명하다. 세계의 사회주의·공산주의자들의 ‘붉은 태양’은 중국의 수장, 마오쩌둥이라는 것.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던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포스터가 지금 우리 눈에는 다소 조야해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철저한 규칙 아래 그려진 것이다. 일명 ‘홍량광 고대전’과 ‘삼돌출법’. 이게 뭔 해괴한 말인가. 풀어보면 간단하다. 일단 첫 번째 규칙은 그림의 주인공, 다른 말로 마오는 ‘홍=붉고’ ‘량=밝고’ ‘광=빛나게’ ‘고=높고’ ‘대=크고’ ‘전=완전하게’ 그리라는 것. 포스터에서 마오쩌둥의 혈색이 과하게 붉고, 머리 주변으로 후광이 둘러싼 것은 이 규칙 때문이다. 갑자기 하늘로 들려 올린 것도, 다른 사람보다 말도 안 되게 사이즈가 큰 것도 마찬가지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파라오를 가장 크고 완벽한 모습으로 그렸던 것과 동일한 이치라 하겠다. 두 번째 규칙인 ‘삼돌출법’은 영웅을 그리되, 더 중요한 영웅은 약간 돌출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영웅은 가장 돌출해서 그리란 것이다. 그러니 붉은 깃발 아래서 소리치고 있는 이들 모두는 영웅이다. 하지만 영웅이라고 다 같은 영웅은 아니다. 그중 조금 더 난 영웅인 중국의 노동자·농민·군인은 가운데 두고 조금 크게 그려서 기타 영웅들보다 부각했다. 최고 영웅은 물론 마오쩌둥이다. 따라서 범접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높이 그려 최고로 돌출한 거다. 문화대혁명 시기의 모든 포스터는 당에서 마련한 이런 ‘흥미로운’ 규칙에 따라 제작됐다. 인물들의 표정도 볼 만하다. 마오쩌둥부터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사람까지 모두 허연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고 있다. 하나같이 혁명정신에 고취돼 있으며 행복한 모습이다. 사실일까. 그럴 리가. 그 무렵 중국은 경제적으로 정말 궁핍했다. 모두가 이렇게 건장하고 혈색이 좋지 않았단 말이다. 게다가 1968년에 진짜로 이렇게 외국인까지 마오쩌둥을 칭송하며 활짝 웃었을 리 없다. 다시 말해 이 이미지는 사실이 아닌, 고도로 이상화한 모습이다. 좋은 말로는 곧 도래할 미래에 대한 청사진, 조금 비아냥거리자면 ‘뻥’이라고나 할까. 마오쩌둥 시대에서 행해진 ‘집단 창작’ 전경. 여러 명이 매달려 거대한 포스터를 공동제작하고 있다. 그저 강렬한 이미지뿐일 듯한 당시 포스터 작업에는 나름의 철저한 규칙이 있었다. 마오쩌둥을 그릴 땐 ‘붉고 밝고 빛나고 높고 크고 완전하게’(홍량광 고대전), 영웅을 그릴 땐 중요도에 따라 차등을 둬 돌출할 것(삼돌출법). 물론 1순위에 올릴 최고 영웅이 마오쩌둥이었던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정치 목적 포스터도 작품…마오 이념 일방적 강요는 잘못”마오쩌둥 시기에 제작한 포스터가 얼마만큼 심미적 만족을 줬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마오쩌둥은 분명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형식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런 포스터의 형식면에서 감동을 받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적어도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는 그리 많았을 것 같진 않다. 뭐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개인의 취향 따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국가는 만들고, 인민은 감동(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반혁명분자다. 그런데 의문이다. 과연 이런 포스터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딱히 아름답지도, 그다지 예술가의 혼도 느껴지지도 않는데 정말 이들을 ‘작품’이라 불러도 될까, 미술에는 다양한 형식과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마오시기의 포스터처럼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내용 전달을 우선시하는 ‘작품’도 있을 수 있다. 전 세계, 전 시대에 걸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작한 작품은 무수히 많다. 내용을 우선시한 작품, 정치에 봉사하는 미술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마오시기의 문제는 오직 그것만 존재했다는 데 있다. 다른 것은 전부 틀렸고, 오직 당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그 사상을 전달하는 작품만 옳다고 여긴 것은 엄연한 잘못이다. 예술작품은 각기 다른 생각과 취향을 표현하는 장이(어야 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믿는 건강한 사회다. 그리고 예술이 때때로 그 사회의 건강지표가 되기도 한다. 자, 그렇다면 이제 동시대 한국의 예술을 떠올려 보자.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건강한가.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1.20 I 오현주 기자
 마음의 상처에도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 [정신건강 줌인] 마음의 상처에도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 [이다영 국가트라우마센터 담당관 /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응급실 인턴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 30대의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차를 타고 실려왔다. 분주하게 처치하는 의료진들 사이에서 나도 다른 인턴들과 손을 바꿔가며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다행히 환자는 호흡과 심장 박동이 회복되어 심근경색에 대한 응급 중재 시술을 받고 얼마 후 특별한 후유증 없이 두 발로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막힌 관상동맥을 뚫는 전문적인 치료도 물론 중요했지만 한 젊은 여성의 미래와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발생 직후 골든 타임 내에 응급 처치가 이이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루어져 신체 주요 기관의 비가역적인 손상이 없는 상태로 전문 치료까지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기본적인 응급처치가 심폐소생술인데 우리나라는 10년 전만해도 심폐소생술이 구급대원이나 의료진이 하는 전문적인 처치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발생 후 5분이라는 골든 타임을 생각하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 의해 즉각적으로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어야 소생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민관 가릴 것 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년간 꾸준히 심폐소생술에 대한홍보와 교육을 진행했고 지금은 유치원의 어린 아이들도 심폐소생술에 대해 배우는 전국민의 기본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신체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가 심폐소생술이라면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에 대한 응급 처치법도 있다. 심리적 응급처치, Psychological First Aid의 약자로 흔히 PFA로 부르는데, PFA는 재난이나 사건 사고 등 충격을 겪은 직후부터 수일 이내의 시기에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도울 때의 기본 방침으로 전문가만이 아닌 교육을 받은 누구나 주변의 사람들 또는 자기자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많은 국제 기관들이 PFA를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건사고가 다양해지고 정신건강이 신체건강 만큼이나 중요해 진 지금, PFA는 많은 사람의 정신적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심폐소생술만큼이나 관심을 가지고 보급해야 하는 대처방법이다.PFA란 무엇인가? 신체에 작은 상처가 생겼을 때 경우 응급처치 만으로도 통증이 줄어들고 새살이 돋으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거나 큰 부상이더라도 응급처치가 잘 되면 생존과 회복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정신적인 충격이 있을 때 신속하게 위험을 제거해 안전을 확보하고 사회적·신체적·정서적 지원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조절감, 연결감을 촉진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극복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빠르게 도움을 받아 큰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PFA이다.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초기의 개인과 집단을 돕는 현장 실무자들은 PFA의 핵심 행동원칙인 “보고, 듣고, 연결하기”에 따라 활동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나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을 직접 제공하거나 제공할 수 있는 곳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자연 재해로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들에게 부족한 생활필수품을 제공하고, 신체와 정신건강을 살피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들으면서 위로와 대처방법을 알려주고, 피해 보상이나 법률 자문, 병원 치료 등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담당기관을 연결해 주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실무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 과정을 다 수행할 필요는 없다. PFA의 핵심사항을 기억하고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찾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내가 비록 돕는 입장에 있더라도 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내 사정에 맞추는 게 아니라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힘든 일을 이야기할 것을 재촉하거나 도움을 받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관심을 놓지 않으면서 기다려주면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큰 충격을 겪은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져 간단한 일도 잘 대처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자기 자신도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정리가 안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내미는 손길도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는 이것저것 묻기보다는 그 사람한테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필수적인 것부터 먼저 채워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사준비나 집안정리 등 기본적인 생활관리부터 간단한 일 처리를 대신해주거나 그 사람이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일정 조정을 돕는 것 등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면서 내 선에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제안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좋다. 또 많은 경우에 마음속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공감을 받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은 상대가 이야기 할 때 전문적인 상담이나 조언을 해주지 않더라도 경청해주고 고통을 수용해 주는 것 만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해주려는 목적에서 또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는 생각에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에게 더 상처가 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곧 좋아질 것 이다’, ‘힘내야 된다’, ‘더 힘든 사람도 있는데 그 정도라 다행이다’ 와 같은 막연한 위로나 ‘그때 이랬어야지, 그러지 말았어야지’ 등의 현재 상황에서 의미 없는 조언을 덧붙이는 것이다. 공감해준다는 것은 상대의 입장이나 고통을 내 것처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라는 것을 이해하고 가치판단이나 섣부른 조언 없이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설사 내가 그 사람의 입장에 전부 동의하거나 100%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너는 그렇구나. 그런 상황이라니 정말 힘들겠다.” 라고 공감 해주는 것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으면서 아픔을 안아줄 수 있는 방법이다. 공감과 존중의 태도는 PFA의 핵심 요소로 몸의 상처를 보호하고 재생을 돕는 연고와 같이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필수품이다. 만일 자신이 이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면 정식적인 PFA 교육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PFA에 대한 이론 교육과 훈련은 보건복지부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을 통해 자격제한 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제공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확대해 갈 예정이다. 심폐소생술과 같이 PFA도 생명을 살리는 기본 상식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3.01.15 I 이순용 기자
지폐는 그냥 종이인데
  • 지폐는 그냥 종이인데 [열 번째 수수께끼]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편석준 작가이데일리는 IT적인 상상력을 키우는데 지혜를 주는 편석준 작가의 칼럼을 매주 월요일 연재하려 합니다. 그는 세상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기는데 전사 역할을 하게 될,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 방법은 많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기획적 사고를 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편 작가는 이데일리를 통해 <아빠와 함께 풀어보는 수수께끼들-주기장(週企帳)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출처: 픽사베이상희 가족은 아빠, 엄마, 아들 상희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 회사 발령으로 엄마는 제주도에서 일 년 정도 일하게 되었다. 대신 아빠는 육아휴직을 내고 상희를 돌보기로 했다. 아빠는 일 년 동안 상희와 마음껏 놀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상희를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저 돈만 내고 걱정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노력했다고 자위하면서 이런저런 학원에만 보내면 될까? 아빠는 평소에도 “생각하는 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열 살이 된 아들에게 직접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주기장(週企帳)이었다. 일주일에 하나씩 ‘기획(企劃)’을 해보고 기록하는 공책이란 뜻이었다. ‘기획’이란 현실 위에 미래를 꿈꾸며 그리는 그림이었다. 생각이 먼저 있은 다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빠는 상희가 주기장을 처음 접해보기 때문에 의욕을 돋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기장을 작성해야 매주 용돈을 주기로 했고, 나중에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상희 이름으로 된 통장에 별도의 적립금도 입금해주기로 했다. 적립금은 일종의 보너스로 보너스 지급 여부와 금액은 아빠가 결정하기로 했다. 아빠와 상희는 본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서로 지장을 찍었다. 그리고 서두에 “주기장은 상희가 아빠에게 돈을 내고 배워야 정상이지만, 아직 상희의 나이가 어려 경제활동이 어렵고 혈연관계임을 감안해 특별히 무상으로 교육함을 밝힌다.”라고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기획’이란 말은 아이에게 어렵기 때문에, ‘수수께끼’란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본문]상희와 친구들이 상희 집 거실에 모였어요. 아이들 각자 앞에는 음료와 과일, 영양 과자가 담긴 조그만 접시가 놓여있었어요. 다섯 명의 아이들 앞에 선 사람은 아빠였어요. 아빠 혼자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은 화이트 보트와 대형 TV가 있었어요.“애들아, 반가워. 나는 상희 아빠야. 상희 말로는 아빠 주기장 소문을 듣고 왔다고 하는데, 진짜인지 모르겠구나.”아빠는 말을 더듬거리고 있었어요. 비록 아이들이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시선을 받으며 말을 한다는 것은 떨리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더 걱정인 것은 오늘 준비한 이야기를 아이들이 재미없어하는 거였어요. 사실 지난주에 상희의 친한 친구의 엄마라고 소개하는 분에게 전화가 왔어요. “우리 아들도 상희가 하는 주기장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먼저 말씀드리지 못하고 봐서 죄송하지만, 제 아들에게 상희가 너무 재미있게 얘기해서, 저도 상희에게 부탁해서 주기장을 봤지 뭐예요.”어머님의 말씀을 끝까지 듣고 아빠는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희 혼자 하면 과연 1년 이상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어요. 무슨 일이든 혼자 하다 보면 경쟁심이란 자극이 없어 동력이 떨어질 수 있었어요. 또 주위의 의견을 듣지 못한 채 혼자 고민하기 때문에 생각의 폭이 기대보다 넓어지지 않을 수 있거든요. 아빠는 어머님에게 전화를 해 승낙했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어머니들에게도 몇 통의 전화가 왔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다섯 명이나 모이게 되었고, 아빠는 의도치 않게 선생님이 된 거였어요. 아빠는 바로 주기장 공부에 들어가기보다는 먼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진 거였어요.“여러분, 돈은 원래 있었던 걸까요? 일부러 누가 만든 걸까요? 당연하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은 자연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만든 거예요. 그럼 돈이란 건 무엇일까요?”“물건을 살 수 있어요.”, “ 저축을 할 수 있어요.”, “아파트를 살 수 있어요.”“맞습니다. 여러분, 돈은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예요. 중간에 돈이 없다면 물물교환해야 하는데, 두 물건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거래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리고 아주 멀리서 무역하는 경우라면 물건을 가져오고 다시 가져가는 것이 정말 어렵겠죠. 세 국가가 물물교환한다면 무역의 복잡성과 어려움은 더욱 커질 거예요. 예를 들어 배 하나의 가치가 사과 두 개 반의 가치와 같다면, 매번 교환할 때 사과를 반으로 잘라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사과 하나에 100원, 배 하나에 250원이라면, 시장에 가서 사과를 팔로 배를 살 수도 있겠죠. 돈이 없으면 시장이 있을 필요도 없죠.”아빠는 아이들을 한 번 쓱 훑어본 다음에 말했어요.“여러분,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건 어려울 수 있으니 제가 바로 말씀드릴게요. 돈을 주는 사람이나 돈을 받는 사람이나, 모두 돈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해요. 내가 지금 받은 돈으로, 나중에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다는 마음. 정치인들이 왜 인플레이션을 무서워하는 줄 아세요?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상관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면 내가 오늘 받은 돈으로 내일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돈이 유통되지 않아요. 돈이 유통되지 않으면 시장이 사라지고, 경제 발전은 끊겨버리죠.”“돈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금, 은, 동, 구리 같은 것으로 동전을 만들었어요. 그런 금속들은 원래부터 실용적인 가치가 있거나 사람들이 모두 다 아는 희소재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문제는 금속 동전은 채굴과 주조를 해야 하고, 무거워서 역시 원거리 무역은 쉽지 않고 강도와 해적의 위험에 항상 시달리게 되죠.”“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폐예요. 사실 지폐는 그냥 종이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뭘 믿고 이렇게 지폐를 주고받을까요? 예전에는 동전에 왕의 얼굴을 그려 넣었어요. 동전 자체의 고유가치도 있지만, 예를 들면 정해진 금화의 함량을 몰래 줄여서 유통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왕의 권위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죠. 아빠가 연구한 바로는 지폐란 개념이 생겨난 것은 17세기 중반이에요. 그 뒤로는 지폐의 권위를 중앙은행이 보증하게 된 것이에요. 그리고 위조지폐를 만들면 강력히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죠.”[지폐의 발명]● 1650년대, 영국 : 작자 미상의 『부의 열쇠 또는 거래 촉진의 새로운 방법: 합법적이고 쉽고 안전하고 효과적인』란 책에서 ‘금과 은에 대한 영수증’을 시장에 유통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됨. 영수증이 곧 지폐의 기능과 동일함● 1691년, 미국 매사추세츠 : 퀘벡 습격에 동원된 군인들 월급 지불하기 위해 채무증서가 발급됐는데 일종의 지폐 개념임● 1694년, 영국중앙은행 설립 :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 17세기 중반, 골드스미트노트 : 금 세공업자에게 금을 맡겼을 때 예치의 증거로 받는 증서. 증서 뒤에 금 소유주의 이름이 적혀 있음. ● 1705년, 영국의 존 : 『화폐와 교역』이란 책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권(지폐)을 발행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함“사람들이 지폐를 믿고 맘껏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권위만으로는 부족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폐를 가지고 은행에 오면 언제든지 금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래서 옛날 은행들은 자신의 금고에 충분한 금이 있다고 광고하기도 했어요. 이것이 금 태환제인데, 이후로 돈은 시장에서 빠르게 유통돼 거래가 활발해지고, 산업혁명 때문에 물건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조돼 세계 전체의 경제 발전은 가속화됐죠.”아빠는 이제 마지막 말을 준비했어요.“여러분, 공기처럼 당연하게 느껴지는 돈이란 것도 결국은 사람들이 필요해 만들어진 것이란 걸 이제 알게 되었죠? 이런 거대한 기획은 한 사람이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하기는 어려워요. 인류가 함께 기획하고 발명하고 만들어간 것이라고 할까요? 여러분들이 꼭 이렇게 거대하고 대단한 것들을 생각해낼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그저 어른이 되기 전에 세상에 어떤 그림을 그리면 좋을지 연습하는 거잖아요? 이제 우리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주기장을 작성해볼 거예요. 여러분 우리 다음 주에 새로운 수수께끼로 만나요!”아빠는 집중해서 들은 아이들에게 꾸벅 감사의 인사를 했고, 상희를 포함한 아이들도 아빠의 노력에 손뼉을 쳐주었어요. 창밖으로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상희의 미래는 드높고 푸를 것 같았어요. 편석준 작가는아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연습을 돕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특허동화 『상상이상 미래세상』, 일반동화 『이제 내가 대장이야』 『토끼 손잡이와 여섯 손가락』을 출간했으며,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에세이 『너는 내일부터 치킨집 사장이다』, 인문교양서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소설 『10년 후의 일상』, 경제경영서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 실천과 상상력』, 『가상현실』, 『스타트업 코리아』, 『왜 지금 드론인가』, 『전기차 시대가 온다』 『4차산업혁명 IT트렌드 따라잡기』, 『미래의 직업전망』 등을 출간했습니다.
2023.01.09 I 김현아 기자
올해 수입-지출 목표 세우셨나요
  • 올해 수입-지출 목표 세우셨나요[가계부 쓰다가]
  • 8년째 가계부 쓰고 있는 월급쟁이 글쟁이의 소소한 경제이야기. 제 기사를 가장 많이 보는 ‘40대’, 특히 저와 같은 ‘보통의 급여생활자’를 중심으로 많은 독자와 돈 관리 관련 고민과 의견을 틈틈이 공유하려 합니다. 댓글, 이메일 등 통한 소통 환영합니다. <글쓴이>(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올해 수입-지출 목표 세우셨나요. 2015년부터 8년째 가계부를 쓰며 매월, 매년 수입-지출의 대략적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올 초만큼 불확실성을 느낀 적은 것 같습니다. 곧 만3세가 되는 아이를 위한 돈이 늘어나는 게 크지만, 매일 경제 관련 동향을 살피며 침체의 그림자를 느낍니다. 물가·환율·금리의 ‘3고(高) 현상’은 이미 기사가 아닌 개인의 현실이 됐습니다. 다들 느끼듯 일주일치 장 한번 보면 10만~20만원이 순식간입니다. 올겨울 난방비 지출 증가도 유독 두드러집니다.◇올해 목표는 ‘작년만큼’올해 수입-지출 목표는 ‘작년만큼’ 혹은 ‘작년보다 약간만 더’ 남기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작년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이익률(수입-지출)은 휴직했던 기간을 빼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습니다. 번 돈의 약 5분의 1(20%) 정도만 저축·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보다 좀 많은 4분의 1을 저축한다는 목표(25%)입니다. 현실적으론 작년만큼만 해도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개인적인 이슈는 둘째치고 이미 작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물가는 올해 더 오를 게 확실해 보입니다. 작년엔 소비자물가지수가 5.1% 올랐는데 올해도 3.5% 더 오른다고 합니다. 재작년까지 1% 전후였던 걸 고려하면 체감이 꽤 큽니다. 올해 상승률이 내린다지만 개인 입장에선 2년 누적 8~9%입니다.올해 물가가 정부 목표인 3.5% 이내에서 잡힌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세계 물가를 끌어올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리멸렬한 장기전에 들어선 상황입니다. 아끼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집에선 만2세 아이가 무럭무럭 크고 있고 집을 얻기 위한 빚에선 이자와 원금이 또박또박 나갑니다. 여러분도 지출 늘어날 일은 한둘씩 있겠죠.개인적으론 아직 고정금리 기간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편입니다. 빚이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문제는 제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고 변동금리 기간이 시작할 때까지도 금리가 쉬이 내릴 것 같진 않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도 기준금리를 좀 더 올린다고 합니다. 당분간 내리지 않을 거라고도 합니다. 연준이 올리면 한국은행도, 시중은행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기침체가 오면 금리를 내리겠지만 그 어느 쪽도 달갑지 않습니다. 경기침체가 심화하면 글 쓰며 월급 받는 제 경제생활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겁니다. 그때가 되면 금리가 내려도 갚을 돈이 없겠죠. 최근 1~2년 빚내서 주택·주식·코인을 산 ‘영끌족’도 걱정입니다.◇이참에 가계부 써볼까고물가라는 사회적 부담과 자녀 양육이라는 개인적 부담 속 ‘작년만큼’이란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아껴야 합니다. 사업자라면 더 벌어서 더 많이 남길 수 있습니다. 잘 나가는 IT 대기업 직원이라면 업무 성과에 집중해 연봉을 수백~수천씩 올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 같은 보통의 급여생활자에게 수입을 큰 폭 늘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공격적인 투자에도 위험이 따릅니다.현 시점에선 아끼는 게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일단 내가 지금 어디에 돈을 쓰는지, 무엇을 더 아낄 수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무엇을 더 줄일 수 있고, 줄일 수 없는지 파악해 소비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경험상 가계부 작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지출 내용을 정리하고 항목별로 집계해오다 보니 돈의 흐름이 한눈에 보입니다.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합니다. 제 경우 전체 지출의 절반까지 커진 양육·가족 관련 지출은 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겁니다. 세금과 통신비, 소소한 후원도 사실상 고정입니다. 나머지 절반 이내의 범위 내, 특히 특정 항목에서 아껴야 합니다.주 1~2회씩은 시켜 먹던 배달음식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맞벌이로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집에서 조리해 먹는 일은 소비 절감 효과가 생각보다 큽니다. 요샌 간편식도 잘 나와 급할 때 활용합니다. 외식도 업무 관련이거나 특별한 날을 빼곤 잘 안 합니다. 개인 기호식품이나 취미·레저비도 일정 비율 이내로 관리할 계획입니다. 개인 소비를 촉진해야 전체 경제가 활성화하는 건 압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환경 속 개인으로선 불필요해 보이는 비용은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사진=이미지투데이)◇누구나 현실 파악은 필요사람마다 상황은 다릅니다. 소득이 적은 영세 사업자나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는 소득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지출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소득 없인 답이 안 나옵니다. 다른 의미로 능력이 뛰어난 고소득자나 큰 돈을 보유한 자산가도 지출을 관리할 시간에 소득을 늘리거나 가진 돈 잘 굴리는 게 나을 수 있겠죠.다만, 개인의 수입-지출 내역을 파악하는 건 거의 대부분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본인이 이달, 혹은 올해 내가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썼는지 알아야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알 수 있으니까요. 꼭 아끼자는 게 아니라, 아낄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파악해 놓자는 거죠. 돈 많은 사람이 오히려 이런 작업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와 기업, 기관도 대부분 이런 작업을 합니다. 상장기업과 공공기관은 감사도 받고, 평가도 받습니다.개인도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리를 알아서 해주는 앱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유튜버를 중심으로 ‘무지출 챌린지’ 같은 관련 브이로그도 유행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 가계부는 체크카드 지출내역을 참조해 월 1~3회 엑셀로 정리합니다. 또 경제뉴스와 어피티 같은 경제 뉴스레터를 보고 계획을 세웁니다. 목표는 내 수입에서 지출을 뺀 이익률이 얼마인지를 수시로 파악하고, 내 경제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는 겁니다. 연초인 만큼 여러분도 한번 시작해보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내 상황을 알면 남들과 객관적 비교도 가능합니다. 통계청은 분기마다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전국 평균치를 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 가구당 매월 487만원을 벌었고 372만원을 썼습니다. 저소득~고소득층을 모두 아우르는 평균치인 만큼 이보다 많고 적음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내 수준과 필요에 맞는 꽤 자세한 비교가 가능합니다. 내 주변이나 연예인, 인스타그램 속 돈 자랑보다는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2023.01.07 I 김형욱 기자
포승줄 묶인 이기영 "살해한 동거녀 땅에"..얼굴 가리기 급급
  • 포승줄 묶인 이기영 "살해한 동거녀 땅에"..얼굴 가리기 급급
  •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경찰은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신병을 검찰에 넘기기 전 동거녀 시신 매장지로 추정되는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 이기영을 포승줄에 묶고 대동했다. 동거녀 시신을 강변에 유기했다던 이기영이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해서다.포승줄에 묶인 이기영(31)이 동거녀 시신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경찰에게 진술하는 모습 (사진=KBS)3일 경찰은 이씨를 대동해 시신을 묻은 장소를 정확하게 대라고 추궁했으나 이날 오후 6시 10분쯤 수색을 중단했다. 매서운 추위에도 굴삭기와 수색견까지 투입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음날 수색을 재개하기로 했다.이날 파주지역은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혹한의 날씨여서 땅이 얼어 시신을 찾는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기영이 매장지로 지목한 지점은 기존 수색 지역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이기영이 시신 유기 장소 진술을 번복한 것과 관련해 “이 진술도 정말 사실이겠느냐. 결국은 수사의 혼돈과 시신을 찾지 못하게 하는 전략은 아니겠는가”라고 분석했다.이기영의 모습 (사진=KBS)그러면서 “살인의 고의가 입증되려면 시신이 존재해야 되고 시신을 통해서 과학적인 분석과 살인의 경위가 법정에 제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교수는 이기영에 대해선 “직업범죄인의 길로 이미 들어섰고 범죄 자체가 마치 하나의 비즈니스”라며 “사람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살해하고 나서 거기서 금전을 얻고 그걸 자랑하고 하는 생활을 이어나갔다. 도구적 연속 살인범의 모습”이라고 분석했다.한편 이기영은 이날 포승줄에 묶인 모습으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기영은 취재진이 다가가자 고개를 숙이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등 주변 시선을 의식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앞서 이기영은 지난해 8월 7∼8일 사이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A씨를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내다 버린 혐의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께 같은 집에서 60대 택시 기사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경찰에 진술하는 이기영 (사진=KBS)또 경찰은 이기영의 거주지에서 발견한 남성 1명과 여성 3명의 혈흔을 추가 확인하고 범행 가능성을 조사 중이며 이기영에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있는지도 분석하고 있다.경찰은 곧 수사를 마무리하고 4일 이기영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검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마스크나 모자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기영의 모습이 공개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3.01.04 I 김화빈 기자
"건물주 손자"라고 허풍 떤 이기영…前 부인 "생활고 시달렸다"
  • "건물주 손자"라고 허풍 떤 이기영…前 부인 "생활고 시달렸다"
  •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평소 ‘건물주 손자’라는 말을 하고 다녔는데 사실은 그는 생활고를 이유로 음주운전 처벌도 최저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사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MBC 보도화면 캡쳐)피해 여성 지인들에 따르면 이기영은 평소 주변인들에게 ‘건물주의 손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재력을 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지인은 JTBC에 “뭐 주점을 차려줄까 아니면 카페를 차려줄까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지인도 “10억, 20억 공사 얘기하고 사무실이 서울에 있다고도 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기영은 실제 별다른 직장 없이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왔다. 이마저도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이기영은 2013년 5월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가 취소됐다. 같은 해 8월에는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당시 이기영은 육군 간부로 재직 중이었다.이기영은 2018년과 2019년에도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2018년 음주운전으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듬해인 2019년 집행유예 기간에 또 음주운전이 적발된 이기영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살았다.그럼에도 이기영은 생활고를 이유로 음주운전 처벌에 대해 최저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금이 길어질 경우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고려해 작량감경을 거친 법정 최저형으로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작량감경은 법률적으로는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이 그 형을 줄이거나 가볍게 하는 것이다.이기영은 지난 2018년 다른 여성과 이혼했던 기록도 있었는데 해당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이기영과 지내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기영은 이 결혼 이전에도 한차례 결혼해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결혼식에 참석했던 이기영의 한 지인은 MBC에 “당시 이기영이 초혼이 아니라 재혼이었다. 처음 결혼한 상대와는 아들까지 두고 있었다”고 주장했다.예전 직장 동료였다는 이 지인은 “(이기영이) 집에 잘 안 들어갔다. 어린이집에도 데리러 가야 하는데 데리러 가지도 않고 몇 번 그랬나 보더라”며 “자주 싸우더니 (헤어졌고) 이혼하자마자 다른 여자를 만나서 결혼한다고 그러더라”고 증언했다.(사진=연합뉴스)이와 관련해 이기영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과거 결혼했다 헤어진 적이 있다”며 5년 전 결혼한 여성의 존재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뿐만 아니라 경찰은 최근 이기영이 숨진 동거녀 A씨와 채무관계가 담긴 계약서를 확보했다. 이 계약서에는 이기영이 A씨에게 3억 5000만 원을 주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또 돈을 갚기로 한 특정 시기까지 기재돼 있었는데 법적 검토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경찰은 계약서가 동거녀 살해 동기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억대의 금액을 왜 주기로 했는지 등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이기영은 연이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 대리운전도 못 하게 되자 금전을 목적으로 계획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이기영은 지난해 8월 7∼8일 사이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A씨를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내다 버린 혐의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께 같은 집에서 60대 택시 기사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A씨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했던 이기영은 3일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이날 오후 매장지로 추정되는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경찰은 이기영의 거주지와 차량에서 발견된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경찰은 이기영의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기영이 1년간 연락한 주변인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이기영에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있는지도 분석 중인 경찰은 곧 수사를 마무리하고 4일 이기영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검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마스크나 모자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기영의 모습이 공개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3.01.03 I 김민정 기자
아빠, 졸음운전은 안 돼!
  • 아빠, 졸음운전은 안 돼! [아홉 번째 수수께끼]
  • 편석준 작가이데일리는 IT적인 상상력을 키우는데 지혜를 주는 편석준 작가의 칼럼을 매주 월요일 연재하려 합니다. 그는 세상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기는데 전사 역할을 하게 될,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 방법은 많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기획적 사고를 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편 작가는 이데일리를 통해 <아빠와 함께 풀어보는 수수께끼들-주기장(週企帳)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출처 : 특허, (현대자동차) 운전자 졸음 및 피로 감지 시스템, 현대자동차주식회사상희 가족은 아빠, 엄마, 아들 상희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 회사 발령으로 엄마는 제주도에서 일 년 정도 일하게 되었다. 대신 아빠는 육아휴직을 내고 상희를 돌보기로 했다. 아빠는 일 년 동안 상희와 마음껏 놀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상희를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저 돈만 내고 걱정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노력했다고 자위하면서 이런저런 학원에만 보내면 될까? 아빠는 평소에도 “생각하는 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열 살이 된 아들에게 직접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주기장(週企帳)이었다. 일주일에 하나씩 ‘기획(企劃)’을 해보고 기록하는 공책이란 뜻이었다. ‘기획’이란 현실 위에 미래를 꿈꾸며 그리는 그림이었다. 생각이 먼저 있은 다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빠는 상희가 주기장을 처음 접해보기 때문에 의욕을 돋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기장을 작성해야 매주 용돈을 주기로 했고, 나중에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상희 이름으로 된 통장에 별도의 적립금도 입금해주기로 했다. 적립금은 일종의 보너스로 보너스 지급 여부와 금액은 아빠가 결정하기로 했다. 아빠와 상희는 본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서로 지장을 찍었다. 그리고 서두에 “주기장은 상희가 아빠에게 돈을 내고 배워야 정상이지만, 아직 상희의 나이가 어려 경제활동이 어렵고 혈연관계임을 감안해 특별히 무상으로 교육함을 밝힌다.”라고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기획’이란 말은 아이에게 어렵기 때문에, ‘수수께끼’란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본문]오늘 상희 가족이 공주로 가는 날이었어요. 공주는 상희의 외가인데, 엄마가 이틀 휴가를 냈거든요.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접어들었어요. 상희는 옆에서 엄마가 희미하게 코 고는 소리를 들었어요. 라디오 DJ의 말소리, 자동차의 규칙적인 진동 소리, 거의 같은 속도로 지나가는 푸른 바깥 풍경과 하얀 구름……상희도 곧 잠에 빠져들 것 같아요. 그때 백미러를 통해 아빠의 감겨가는 눈이 보였어요. 순간 상희는 갈등했어요. 이대로 잠들어버릴까 아니면……하지만 평소에 엄마가 안전에 워낙 민감했기 때문에 상희는 잠의 유혹을 다행히 뿌리치고 꽥하고 비명을 질렀어요. 그 소리에 엄마도 화들짝 깨고 아빠도 놀랐는지 차가 아주 잠시 비틀거렸지만, 다시 바르게 나아갔어요.“상희야, 무슨 일 있니?”“무슨 일은 아빠에게 있다고.”터널을 지나고 다행히 갓길 옆에 쉬는 공간이 있었어요. 그제야 상희는 자초지종을 말했고, 아빠는 겸연쩍었는지 아무 말 못 하고 가져온 커피만 연거푸 몇 개를 마셨어요. 그때 엄마가 말했어요.“상희야, 여기에서 아홉 번째 수수께끼를 내볼까?”“엄마도 수수께끼를 내는 거야?”■ 수수께끼 9 : 아빠가 졸음운전 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대신 공주에서는 신나게 놀고 가자. 모처럼의 가족 휴가인데, 알겠지? 서울 집에 돌아가면 시작하는 거야.”웃는 얼굴로 상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상희는 속으로 휴 하고 한숨을 쉬었어요.‘그럴 거면 서울에 가서 문제를 내면 좋을 텐데. 고민하지 말라고 해도 난 이미 고민을 시작했다고요.’● 수수께끼 9 : 졸음운전 하는 아빠를 깨우기● 해결 방법을 생각한 배경 : 졸음운전하는 아빠를 깨우려면, 아빠가 졸음운전 하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 해결 방법 : 졸음운전 할 때의 객관적 특징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졸음운전 할 때란 것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잠든 상태로 넘어가는 단계로 정의해야 한다. 이미 졸았다면 이미 사고가 났을 테니까. 사람이 깨려하지만 계속 졸릴 때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깨어있을 때보다 눈꺼풀이 자꾸 닫히고, 눈도 반쯤 감겨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이 자주 감기면 반대로 눈을 깜빡이는 횟수는 줄 것이다. ● 문제점 :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눈의 모양이나 평소에 눈이 열려있는 정도도 다를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눈 깜빡이는 횟수도 다를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 문제점 해결책 : 차에서의 운전자의 눈에 관한 습관을 미리 파악해두면, 그것과 대비해 졸음운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 전체 과정① 아빠가 평소에 운전할 때 눈의 움직임을 파악해둔다. ② 졸음운전이라고 판단하는 여러 값이 아빠의 평소 습관과 아주 다르면, 졸음운전이라고 판정한다.③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아빠를 깨운다. 경고음을 크게 내거나, 아빠의 좌석을 충격을 주어 깨운다. 아빠는 상희가 이제 주기장을 쓰는 게 한창 자연스러워졌다고 느꼈어요. 물론 주기장을 쓰는 게 여전히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빠는 주기장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오른쪽에 아빠의 생각을 적기 시작했어요.상희의 생각과 가장 가까운 특허를 찾아보니 현대자동차의 ‘운전자 졸음 및 피로 감지 시스템’이란 게 있더구나. 그 특허에서는 아래의 기준으로 졸음운전 여부를 파악하고 있었어.● 눈이 감긴 정도● 1분간 눈을 깜빡이는 횟수● 1분간 하품하는 횟수●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그리고 상희의 말대로 사람마다 운전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평소의 운전자 습관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운전 중일 때 졸음운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외선 카메라로 얼굴, 누, 입 주변 등을 관찰해야 한다고 했어. 상희의 생각과 거의 일치했어. 상희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그리고 졸음운전에 대한 경고를 내기 전에, 졸음운전 정도를 미리 정리해둬야 된다고 했어.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5가지 레벨로 나누었어(DS 레벨, driver status).● 레벨 1 : 운전자의 표정이 풍부하거나, 시선의 이동이 빈번하거나, 눈의 깜박임의 주기가 안정적인 경우● 레벨 2 : 레벨 1과 큰 차이는 없지만 시선 이동의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눈꺼풀이 무겁고 눈의 개안정도가 DS 레벨 1 보다 낮은 경우● 레벨 3 : 눈깜박임의 횟수가 감소하였다가 증가허는 경우. 즉 무의식 속에서 눈깜박임의 횟수가 감소하였다가 의식상태로 돌아와 다시 증가하여 눈깜박임의 주기가 불안정해지거나, 눈의 개안정도가 현저히 낮아지고, 하품하는 경우● 레벨 4 : 시선 변화량이 적고, 폐안 시간이 3초 이상으로 길어지며, 하품의 발생이 빈번히 일어나는 경우● 레벨 5 : 폐안이 빈번해지고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5개의 레벨 중에서 어떤 경우에 경고할 것인지 특정 레벨 이상으로 정할 수도 있을 거야. 아니면 5개의 레벨마다 경고의 정도를 달리해서 정할 수도 있고, 아니면 운전자가 운전 전에 졸음운전 경고 레벨을 선택하게 해서 그 레벨이 됐을 때만 경고하게 할 수도 있을 거야. 상희야 이번에도 주기장을 쓰나 고생 많았어!편석준 작가는 아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연습을 돕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특허동화 『상상이상 미래세상』, 일반동화 『이제 내가 대장이야』 『토끼 손잡이와 여섯 손가락』을 출간했으며,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에세이 『너는 내일부터 치킨집 사장이다』, 인문교양서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소설 『10년 후의 일상』, 경제경영서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 실천과 상상력』, 『가상현실』, 『스타트업 코리아』, 『왜 지금 드론인가』, 『전기차 시대가 온다』 『4차산업혁명 IT트렌드 따라잡기』, 『미래의 직업전망』 등을 출간했습니다.
2023.01.02 I 김현아 기자
홍성국 "尹경제정책, `80년 전두환식`에 머물러…국민은 불행"
  • 홍성국 "尹경제정책, `80년 전두환식`에 머물러…국민은 불행"[파워초선]
  •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2023년은 대전환 복합 위기 속 ‘피크 코리아’로 갈지 아니면 ‘어메이징 코리아’로 갈지를 결정할 중요한 과도기인데 윤석열 정부는 ‘80년대 전두환식 경제정책’에 매몰됐습니다.”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대우증권 사장 출신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제를 전망하며 한 말이다. 홍 의원은 경제 곳곳에서 ‘복합 위기’가 예견된 상황에서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마주할 수도 있는 난국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단순히 기업 성장에 의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80년대 보수 성장론에 매몰된 착각이라고 주장했다.홍 의원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의 ‘성장’ 초점이 잘못 맞춰졌다. 부자가 돈을 많이 벌어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는 사라진 지 20년이 넘었다”며 “떨어지는 지표들을 받쳐줘야 할 부분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홍 의원은 저성장·저금리·저물가 속 코로나19를 겪고 대전환과 복합의 시기를 마주하며 경기 침체는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예산안 편성에 “한가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컨대, 가계부채가 세계 1위를 넘어서고 자영업자대출 규모가 최근 1000조원을 돌파한 것과 공공임대보다도 분양에 초점을 맞춘 정부안을 대표적 사례로 들며 “일반 서민을 위한 고민은 전혀 없다. 떨어지는 것을 받쳐줘야 하는 데 아예 손을 치워버리는 셈”이라고 평가했다.홍 의원은 특히 윤석열 정부가 공공분양주택융사업과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융자사업을 유지키로 한 데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홍 의원은 “현재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데 분양을 더 추진하면 기존 집값이 다 떨어진다”며 “집이 없고 어려운 사람들은 계속 존재할 텐데 당연히 공공 임대 주택 중심의 정책으로 나가야 하는데 방향이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구가 줄고 있고 세대 수는 더 늘어나는 가운데 임대 형태 주택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이어 홍 의원은 ‘저금리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의 신화가 깨져가는 가운데 고금리 시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리가 높은 수준이 유지된 채 부채에 대한 이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홍 의원은 “예컨대 한 달에 이자로 100만 원을 내던 사람이 200만 원 내게 돼 장기적으로 못 버티게 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폭락할 것”이라며 “이는 곧 전체적인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계단식 하향세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또 홍 의원은 ‘법인세 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정책은 편협하다고 질책했다. 그는 일례로 제조업의 법인세를 낮출 시, 형평성에 따라 유통업의 세율도 함께 낮춰야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 대표적 그룹의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은 곧 소상공인의 몫을 뺏어가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돈을 안 써도 되는데 돈을 썼다”며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행하게 됐다”고 말했다.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유예하고 국내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판정 시 가족합산을 폐지한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한 종목을 100억원 넘게 보유한 고액 투자자에게만 양도세를 매기려 한 것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 판단했다. 홍 의원은 “기본이 안 된 사고방식”이라며 “종목당 100억원이 있는 사람 2~3명에 불과할 것이다. 전두환 정권 때는 시장 눈치라도 봤다. 똑바로 보고 감시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홍 의원은 경제 위기 속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산업의 기술 전쟁에선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 경기 둔화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파로 일어난 ‘차이나 런(글로벌 투자자의 중국 이탈)’을 언급하며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이 탈세계화 속 기술 전쟁에서 이겨야 할 핵심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 위기 △인구 위기 △과잉 공급 위기를 대처할 장기적 로드맵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홍 의원은 “1등만 살아남는 세상이 됐기 때문에 지원 정책을 통해 세계 4등, 5등 하는 회사들을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기치와는 조금 어긋날지 몰라도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모든 산업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만들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2023.01.01 I 이상원 기자
고민정, ‘文 케어 비판’ 尹에…“도대체 뭐가 재정 파탄인가”
  • 고민정, ‘文 케어 비판’ 尹에…“도대체 뭐가 재정 파탄인가”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비판하며 정책을 선회할 조짐을 보이자 “도대체 뭘 재정 파탄이라고 말하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건강보험 관련 문제) 원인 진단도 제대로 못했고 거기에 대한 방법 도출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매번 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밟고 올라가겠다는 모습만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며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고 문재인 케어를 비판했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가계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미용 · 성형 · 라식같이 생명과 크게 상관없는 의료행위 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로봇수술·초음파·자기공명영상촬영(MRI)·2인실 등 3800여 개 비급여 진료 항목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MRI 과다 촬영 등으로 건강보험료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문재인 케어는)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을 시켜줬다”며 “아프면 집안 기둥뿌리가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왕왕 하는데, 문케어 이후에는 가족 중에 암에 걸린 분이 계신 분들은 그에 대한 체감을 굉장히 많이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MRI 과잉진료 등 지적은 일리가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고 의원은 “그러니까 그게 원인을 잘못 지적했다는 것이다. MRI 중 누수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은 한 2000억원 정도로 추산이 되고 있다”며 “건보 재정이 전체가 한 100조원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 2000억원이면 0.2% 수준에 불과하다. 과연 이 정도를 수술해서 전체 재정 파탄을 극복해낼 방안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따. 그는 이어 “정말 파탄인가도 궁금할 텐데, 2018년부터 20년까지는 계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21년에는 2조 8000억원 흑자로 돌아선 바가 있다. 또 건보의 누적 적립금도 17년에는 대략 20조 7000억원에서 20년에는 17조 4000억원까지 줄었지만 21년에는 20조 2400억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도대체 뭘 재정 파탄이라고 말씀하는지(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행자자 ‘코로나19로 인한 일회성 이슈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하자 고 의원은 “맞다. 그런 부분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진짜 원인을 찾자는 것”이라며 “MRI 때문에 건보 재정이 파탄이 났기 때문에 문케어를 다 폐기하겠다는 건 너무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건보 재정에 대한 민주당의 계획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일단 가장 지금 당장 시급한 거는 건보 재정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법이 현재 있는데 곧 일몰되지 않나. 이거부터 빨리 폐지를 시키는 게 가장 급선무”라며 “질병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진료비는 더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조기에 국민들의 질병을 발견해낼 수 있을까, 그쪽에 오히려 재정을 더 넣어야 더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들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2.12.15 I 박기주 기자
"그만하면 잘 산 견생"...文 '퍼스트독' 마루, 무지개다리 건너
  • "그만하면 잘 산 견생"...文 '퍼스트독' 마루, 무지개다리 건너
  •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반려견 마루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전했다.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오늘 마루가 저세상으로 떠났다. 아침 산책 중에 스르르 주저앉았고, 곧 마지막 숨을 쉬었다. 고통이나 신음 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갔다”는 글을 올렸다.마루는 문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참여정부를 마치고 경남 양산시 매곡동에 집을 마련해 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함께한 반려견으로, 2017년 5월 문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청와대에 함께 지낸 ‘퍼스트 독(First Dog)’이다.올해 5월 문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는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함께 지냈다.마루는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중 암컷인 ‘곰이’와 새끼 7마리를 낳았다.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반려견 마루와 함께 한 모습 (사진=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 트위터)문 전 대통령은 “마루는 내가 참여정부를 마치고 양산 매곡 골짜기에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 격변의 기간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반려였고, 많은 위로와 행복을 주었다”며 “내게는 더없이 고마운 친구였다”고 떠올렸다.이어 “마루는 매곡 골짜기에서 제일 잘 생기고 위엄있는 수컷이었고, 2세도 많이 퍼트렸다. 매곡 골짜기의 흰 개는 모두 마루 새끼라고 이웃 사람들이 말할 정도였고, 전국 곳곳으로 입양되어 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매곡의 뒷산 대운산 자락을 맘껏 뛰어다녔고, 청와대에 살면서 북한 풍산개 곰이와 사랑을 나누고 남북합작을 만들어 내기도 했으니, 그만하면 잘 산 견생이었다”고 했다.문 전 대통령은 “마루는 화장해 우리 집 마당 나무 사이에 수목장으로 묻혔다”며 “마루야 고맙고 고맙다. 다음 생이 있다면 더 좋은 인연, 더 좋은 관계로 꼭 다시 만나자. 잘 가라”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도 이날 트위터에 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마루와 함께 한 사진을 올리며 “마루야 사랑해”라는 글을 남겼다.
2022.12.10 I 박지혜 기자
영화 ‘탄생’의 배경이된 ‘나바위’를 찾아가다
  • [여행]영화 ‘탄생’의 배경이된 ‘나바위’를 찾아가다
  • 영화 ‘탄생’의 배경이 된 전북 익산의 나바위성당[익산(전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성령이 하시는 일은 모르지만, 지금 제 가슴이 뜨겁습니다.”영화 ‘탄생’ 중 청년 김대건(윤시윤 분)의 대사다. ‘탄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순교까지 시간순으로 전개해 나가는 영화다. 그의 삶을 모랐더라도 이 영화 한 편으로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영화 속 김대건에게 집중하다 보면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화에서는 그가 최초의 신부라는 꿈을 품게 된 시점부터 마카오 유학을 시작으로 프랑스 군함 승선, 동서 만주 육상과 서해 횡단, 그리고 백령도 입국로 개척 등 실제 김대건 신부가 겪고 펼쳤던 일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김대건은 페레올 주교 다불뤼 신부와 함께 서해를 통해 황산포 나루터(나바위)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곳이 지금의 전북 익산 망성면 화산리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김대건 신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다. 그는 1821년에 태어났다. 전국에 콜레라가 창궐하던 시기다. 몇 달 새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 난리 통에 미래의 성인(聖人)이 탄생한 것이다. 출생지는 충청도 면천군 송산리. 지금의 충남 당진시 솔뫼로 132번지다. 솔뫼는 ‘소나무가 많은 산’의 우리말 지명이다.이곳은 4대에 걸쳐 11명이 순교한 김대건 가문의 ‘신앙의 못자리’다. ‘한국의 베들레헴’으로도 불린다. 그가 태어났을 때 증조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는 순교한 뒤였다. 18세 때는 아버지가 순교했다. 그 또한 26세로 뒤를 이었다.국내 유일 한옥과 고딕양식이 조화를 이룬 나바위성당그가 일곱 살 나던 해에는 온 집안이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 골배마실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소년기를 보낸 그는 15세 때 프랑스인 신부 피에르 모방의 눈에 들어 신학생으로 발탁됐다. 골배마실에서 3㎞ 떨어진 은이(隱里·숨어 사는 마을) 공소에서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해 동갑내기인 최양업과 한 살 위인 최방제도 신학생으로 뽑혔다. 세 소년은 곧 파리외방전교회가 중국 마카오에 세운 조선신학교에서 신학과 라틴어, 프랑스어, 철학 등 서양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나바위성당 역사관에 걸려있는 김대건 신부 초상화24세 때인 1845년 8월 17일, 그는 상하이 진자샹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로부터 조선인 최초로 사제품을 받고 신부가 됐다. 2주일 후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 11명의 교우와 작은 어선 ‘라파엘호’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풍랑으로 산둥성을 거쳐 제주 해안까지 표류하다 42일 만인 10월 12일 밤에야 금강 하류인 전북 익산 나바위에 도착했다. 교회사에 따르면, 라파엘호가 닻을 내린 화산리가 조선 본토 중 첫 착지처(着地處), 즉 처음 발을 내디딘 곳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김대건 신부는 약 1년간 조선교구 부교구장으로 전교하다 관헌에게 붙잡혀 1846년 9월 16일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했다.나바위성당 예수상과 나바위성당◇국내 유일 한옥과 고딕 양식 갖춘 ‘나바위성당’김대건 심부가 순교한 지 36년 뒤, 1882년 나바위에 공소가 설립됐다. 나바위성당인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07년에 건립됐다. 명동성당 설계자인 푸아넬 신부의 설계로 처음엔 한옥으로 지었는데, 이후 흙벽을 벽돌로 바꾸고, 성당 입구에 고딕식 벽돌로 종탑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유일하게 ‘한옥’과 ‘고딕’ 양식을 보여주는 성당이다. 채광을 위한 팔각형 창문은 밤이면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소나무와 조화를 이룬다. 원래 이름은 화산 천주교회였지만, 지금은 ‘나바위성당’으로 개명했다. 이러한 역사성과 건축양식으로 인해 나바위 성당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성당 내부에는 남녀 자리를 구분하던 칸막이 기둥이 남아 있다. 창문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니라 한지가 붙어 있다. 채색 유리판을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 신자들이 한지에 그림을 그려 붙이던 전통은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김대건 신부 순교비나바위성당은 국내 손꼽히는 천주교 성지답게 그에 따른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김대건 신부 순교비가 첫번째다. 김대건 신부 순교비는 김대건 신부 순교 100주년에 세워졌다.두 번째 볼거리는 성당 뒤편 화산까지 가는 길에 조성한 ‘십자가의 길’이다. 이 십자가의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비’와 ‘망금정’이 있다. 화강석 축대 위에 설치된 순교 기념비는 총 높이가 4.5m다. 이곳이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고 조선에 첫발을 내디딘 곳임을 알리기 위해 김 신부가 타고 왔던 ‘라파엘호’와 똑같은 크기로 지어졌다.나바위성당 내부순교 기념비 뒤쪽으로 금강 황산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망금정이 있다. 망금정이라는 이름은 ‘아름다움을 바란다’는 뜻이다. 1915년 베로모렐 신부가 초대 대구교구장인 드망즈 주교의 피정을 돕기 위해 지은 정자다. 예전에는 망금정 아래까지 금강 강물이 넘실거렸으나 1925년 일본인들이 이 일대를 간척하면서 금강 줄기가 바뀌어 지금은 평야로 변했다.망금정이 있는 너럭바위 아래 바위 벽면에는 마애삼존불이 그려져 있다. 천주교와 불교가 한곳에서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 색다르면서도 묘한 동질감을 준다.1915년 베로모렐 신부가 초대 대구교구장인 드망즈 주교의 피정을 돕기 위해 지은 정자인 ‘망금정’◇국내 대표적인 천주교성지 ‘여산면’여산 땅은 국내 대표적인 천주교성지로 불린다. 이 땅에는 모두 7곳의 천주교 순교지가 있다. 숲정이·뒷말·배다리·장터·기금터·감옥터·백지사터다. 여산성당은 1951년 건립됐다. 1868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 신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고산·지산·금산 등에서 붙잡힌 김성첨 가족 6명 등을 포함해 잡혀온 천주교 신자들이 동헌 앞 백지사터와 감옥, 숲정이, 장터 등지에서 순교했다.백지사터여산성당에서 길을 나서 걸음을 조금 옮기면 백지사터다. 여산동헌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대원군 집정 당시 병인박해가 계속 진행돼 대학살이 감행되는 동안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한 장소다. 백지사는 당시로는 매우 잔인한 처형 방법이었다. 사형 집행인들은 이곳에서 천주교인의 얼굴에 물을 붇고 백지 붙이기를 여러 번 거듭해 질식사시켰다고 한다. 그만큼 조선 조정은 천주교인을 무자비하게 박해했다.숲정이성지는 여산동헌 부근에 있던 숲으로,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을 처형했던 곳이다.백지사터 바로 위는 여산동헌이다. 천주교인은 물론 죄인들을 문초하던 곳이다. 동헌에는 옛 부사들의 선정비와 불망비, 대원군이 천주교를 타도하도록 세운 척화비가 있다. 이 척화비는 이후 누군가가 뽑아 받침으로 썼고, 다시 마을의 한 클럽 표지판이 되기도 했다. 1975년 당시 여산성당 주임신부가 발견해 지금의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여산동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숲정이성지가 있다. ‘숲정이’는 순우리말로 ‘마을 근처에 있는 숲’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여산동헌 부근에 있던 숲으로,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을 처형했던 곳이다. 기록상으로는 당시 이곳에서 22명이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순교자들의 무덤은 천호산 천호 공소 부근에 있다. 이곳에서 신앙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면 마음이 먹먹해진다.사형 집행인이 천주교인의 얼굴에 물을 붇고 백지 붙이기를 여러 번 거듭해 질식사 시킨 ‘백지사터’.
2022.12.09 I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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