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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는 겸재·단원의 발길 따라…
  • 해맞이는 겸재·단원의 발길 따라…
  • [조선일보 제공] 우리의 옛 그림 책을 들여다 본 적이 있으신지. 풍경화에서 하늘에 둥그렇게 뜬 건 대부분 달이다. "해돋이 그린 그림은 왜 많이 안 그린 건가요"라는 질문에 간송미술관 최완수 학예연구실장은 "안 그린 게 아니라 못 그렸을 것"이라고 답했다. "새벽에 일어나 해돋이 보려면 굉장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올 한 해 달은 종종 봤지만 일출 보신 적은 거의 없으시죠. 정신력이 강하고 부지런했던 겸재 정선 정도가 해돋이를 즐겨 그렸죠." 정시 출근하기도 버거웠던 한 해를 돌아보면 해돋이 그림 좀 안 그렸다고 옛 화가들 탓하기 민망해진다. 그래도 한 해 첫날 하루쯤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했던 겸재와 시선을 겹쳐보며 한 해의 포부를 다져보고 싶은 욕심이 난다. ▲ 단원 김홍도‘낙산사’겸재는 해돋이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서울의 기막힌 일출 풍경을 그린 그림 '목멱조돈(木覓朝暾·목멱산 아침 해·간송미술관 소장)'을 남겼다. 목멱산은 남산의 옛 이름으로 겸재는 영조 16년(1740년) 65세의 나이로 양천현령에 부임했고 이듬해 이 그림을 그렸다. 왼쪽 봉우리가 더 높게 보이는 지금의 강서구 쪽에서 바라본 남산과 그 옆으로 수줍은 듯 솟는 일출 풍경이 포근하다. 겸재의 시선은 강서구 가양동 궁산공원에 있는 소악루(小岳樓)와 가장 가깝다. 1700년대 당시 만들어져 당대 명사들이 즐겨 찾았던 한강변 정자 악양루(岳陽樓) 자리에 세운 이 정자에 오르면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강 건너 월드컵공원이 약 170년 사이 완전히 변해버린 서울의 '차림새'를 드러낸다. 궁산은 해발 약 76m 정도로 산이라기보단 언덕에 가깝지만 맑은 날이면 남산은 물론 북한산까지 보일 정도로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 겸재 정선 "목멱조돈"5호선 마곡역·발산역에서 6642번 버스를 타고 '가양사거리·휴먼빌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려 '양천향교지' 표지를 따라 가면 궁산공원이다. 문의 강서구청 공원녹지과 (02)2600-6398. 2005년 화재로 무너진 후 복원 작업이 한창인 강원도 속초시 양양군 낙산사 일출은 겸재와 단원 김홍도의 작품 속에 비슷한 모습으로 각각 등장한다. 일출 그림이 드문데도 두 거장의 그림에 동시에 등장한다는 건 낙산사 일출이 그만큼 빼어나다는 증거가 아닐까. 겸재의 그림 '낙산사(간송미술관 소장)'와 단원의 그림 '낙산사'를 본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최대영씨는 "이런 각도는 비행기에서 봐야 가능할 듯하다"고 했다. 겸재와 단원의 시선이 머문 위치에 그만큼 높은 봉우리가 없다는 것이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은 "겸재는 낙산사와 동해 풍경을 상상 속 시선으로 그렸다"며 "단원 그림 속 각도가 비슷한 이유는 아마 단원이 겸재의 그림을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 겸재 정선 "낙산사"비행기를 타지 않는 한 그림과 똑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고 아쉬워하며 겸재의 그림을 다시 봤더니 절 앞 바위에 모여 앉아 해돋이를 즐기는 선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바위는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창건할 때 앉아서 좌선했던 이화대(梨花臺)가 있던 자리라고 전해진다. 낙산사에서 동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이 자리엔 현재 의상대사를 기리기 위한 정자 의상대가 자리 잡고 있다. 화가의 '눈높이'엔 못 미쳐도 그림 속 선비들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니 위안이 된다. '이화는 벌써 지고, 접동새 슬피울 제/ 낙산동반(洛山東畔)으로, 의상대(義湘臺) 올라앉아/ 일출을 보리라, 밤중만 일어하니…천지간 장한 기별, 자세히도 할셔이고.' 송강 정철이 읊은 '관동별곡' 한 구절을 외워가면 '선비 해돋이 놀음'을 만끽할 수 있겠다. 낙산사는 1월 3일 오후 2시~4일 오후 1시 '해돋이 사찰체험 프로그램(3만원·선착순 30명)'을 진행한다. 양양터미널에서 속초행 시내버스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낙산사' 정류소다. 문의 낙산사 종무소 (033)672-2447·www.naksansa.or.kr
책이 건축한 종합예술공간의 신비감
  • 책이 건축한 종합예술공간의 신비감
  • [이데일리 EFN 김준성 객원기자] 직선은 자유롭다. 방향에 거리낌이 없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건축가, 미술가, 작가, 영화인, 음악인, 출판인 등 예술인들이 모여 마을을 만들었다. 작업실, 갤러리, 박물관 등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이 어우러졌다. 이 마을 어느 건물도 하늘을 향해 90˚로 뻗은 것이 없다. 헤이리의 건축물들은 사람에게 생각과 행동의 자유를 주었지만 자연을 흐트러트리지 않기를 약속받았다. ◇ 직선을 통하여 하나의 공간으로 만나다 '북하우스'는 헤이리가 예술인 마을로 조성되는 초창기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한길사가 그 주체다. 하우스, 집에는 주방도 있고 테라스도 있고 서재도 있으며 갤러리도 있다. 이곳은 종합예술공간을 지향한다. 직선은 문이 된다. 직선은 열려있다.  언제나 누구나 이 직선의 집합을 밀고 당긴다. 직선을 통해 들어와 직선 위를 걷다보면 이 직선들이 모든 공간을 연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직선 위에서 책도 보고 식사도 하고 그림과 사진도 보며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문화, 예술에 다시 사람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사람과 문화, 예술이 서로 떨어질 수 없듯 어떤 공간도 분리될 수 없다. '북하우스'는 출판사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가 영국에서 본, 헌책방이 있는 큰 성에서 얻은 모티브로 탄생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레스토랑과 서점, 두 개의 갤러리, 카페 등으로 나뉜 '북하우스'는 하나의 공간이다. 책을 펼쳐놓은 모양을 형상화한 이 곳은 책에서 시작하여 책으로 만들어졌고 책으로 완성된 공간이 된 셈이다.  이곳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스토어북하우스’에서는 한길사에서 나온 책 이외에도 사진, 건축, 회화, 여행에 관련된 예술책들과 동화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북하우스 갤러리’와 ‘한길아트스페이스’에서는 전속 큐레이터가 선별·선정한 작가의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전시한다. ◇ 숲 속에서 꽃과 나무를 본다 레스토랑 ‘포레스타’와 카페 ‘윌리엄모리스’ 포레스타foresta는 숲을 의미하는 이태리어다. 신선하고 건강한 이탈리아 그릴요리를 선보인다.  Oak, Olive, Maple, Pine Tree 등(2만9000원~5만8500원, V.A.T. 별도) 코스와 주방장 특선(8만5000원), 채식주의자를 위한(2만9500원), 어린이를 위한(1만9500원) 코스를 더해 이곳을 들르는 고객에게 세심한 배려를 보여준다. 식재 본연의 맛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접시에 담아낸다.  Manzostufuta alla barola con erba(각종 허브와 바롤라 와인을 곁들인 꽃등심 구이)는 두툼한 스테이크와 구운 버섯 세 가지, 단호박, 마늘에 바롤라 와인을 졸여 만든 달큰한 소스가 곁들여져 침샘이 마를 틈이 없다. 점심에는 코스를 조금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으며 파스타류를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다. 옥상 테라스와 신관에 있는 카페 '윌리엄모리스'에서 차를 마시며 윌리엄 모리스의 오리지널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아직은 주말에만 문을 연다. (문의) 031-949-9305 [ 도움말 : 월간 외식경영 ]
2008.11.27 I 객원 기자
조영남 "제일 재미있는 건 연애, 두 번째가 그림"
  • 조영남 "제일 재미있는 건 연애, 두 번째가 그림"
  • [조선일보 제공] "인생은 뻔하다. 이 밤이 가기 전에 우리는 헤어질 것이다. 그러니 악착같이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악착같이." 자칭 '재미추구자'인 가수 조영남(63)씨가 28일 대전 화암동 아주미술관에서 '재미아트―삼팔광땡 조영남 전(展)'을 연다. 1970년에 그린 풍경화부터 1980년대의 사진 콜라주, 1990년대의 화투 그림을 거쳐 올 초에 붓을 놓은 추상화까지 150여 점을 건다. 스물네 번째 전시회다. 그는 서울 청담동에 산다. 시야가 탁 트인 집(595㎡·180평)이다. 한강이 훤히 보이는 거실, 세 벽에 책이 꽉 찬 서재, 이부자리가 흐트러진 침실, 양복과 모자가 정돈된 드레스룸 등 어딜 가나 캔버스가 서 있고 물감 튜브가 굴러다닌다. 막 대입을 치른 딸(19)과 10년 넘게 함께 사는 가사 도우미(78)가 이 집을 나눠 쓰는 식구들이다. 이 밖에 공연기획사·미술경매회사·출판사 직원, 남녀 친구와 후배가 수시로 들락거린다. 그는 "나는 가수 혹은 화가이기 앞서 '재미 추구자'"라고 했다. "그럼 무엇이 궁극의 재미냐.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연애하자고 공들이는 거죠. 다른 모든 재미는 그 재미를 이루기 위한 단계일 뿐이에요." 그는 2005년 '맞아 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랜덤하우스코리아)이라는 책을 냈다.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대응이 한 수 위"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조씨는 "그때 자살하려고 했다"고 했다. "친구들이 말렸어요. 이 나이에 자살하면 자살했다고 신문에 나는 게 아니라 '노환(老患)으로 갔다'고 난다고. 1년6개월간 백수로 지내며 밤마다 친구들과 단골 술집에서 웃고 떠들었어요. 원칙이 있는 모임이에요. 식상한 소리, 잘난 척, 일 얘기 세 번 이상 하면 퇴출이에요. 거기 젊은 여자도 많아요. 걔들이 나랑 24시간 놀아주진 않는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걔들이 나랑 안 놀아주는 시간에 두 번째로 재미있는 일(그림)을 했어요." 그는 25세에 데뷔했다. 두 번 이혼하고 여러 번 사랑하고 수만 번 노래를 불렀다. 신학과 현대미술과 자기 인생에 대한 책을 10여 권 냈다. 시인 이상(1910~1937)에 대한 책도 쓰는 중이다. 그는 전 국민에게 얼굴과 이름과 창법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패티김의 '초우' 같은 대형 히트곡은 적다. 그는 자기 인생의 '그늘' 때문에 "단 한 번도 아프지는 않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는 불편하고 엄격한 도덕의 잣대가 있어요. 이혼하면 가슴 아파야 한다는 룰이요. 난 그게 싫었어요. 오만·반역·혁명적 정신의 발로가 아니라, 나를 '정확히' 표현하고 싶어서요. 바람 피웠죠. 새 여자가 더 예뻐 보였거든요. 내가 노름꾼이라 칩시다. 가산? 탕진했지요. 후회? 없어요. 왜? 나는 그때 노름이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잃었지요. 그러나 딸 수도 있었어요." 그는 "후회 안 하는 것이 내 자존심인지 모른다"고 했다. "나 스스로가 얄미운 게 말이죠,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인간이에요. 후회를 안 하니까. 내 모든 결정은 그때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042)863~0055
(정장진의 Tour & Culture)실격된 미코 vs 풀밭 위의 식사
  • (정장진의 Tour & Culture)실격된 미코 vs 풀밭 위의 식사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2008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한 ‘미코’가 이전에 찍은 성인 화보 때문에 실격을 당했다고 한다. 이데일리 기사를 보면, 미스코리아 미에 선발된 직후 문제의 미코가 예전에 찍은 성인 화보를 기억하고 있던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지와 미를 갖춘 한국 최고의 미인을 가리는 대회의 수상자가 누드 화보를 찍은 것이 말이 되느냐"며 비난을 하는 통에 끝내 실격 처리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요즈음 굉장히 바쁜 것 같다. 촛불시위와 독도 문제에 댓글도 달아야 하고, 험한류(한류에 대한 혐오적 인식)에 개입도 해야 되고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도 개입을 해야 하니 말이다. 어쨌든 네티즌들의 보고에 따르면, 미코 선에 당선된 여성은 2006년 슈퍼모델 동기 2명과 함께 성인화보를 찍었고, 지난 2005년에는 예명으로 누드모델로 활동했다고 한다. &nbsp;주최측인 한국일보는 이에 대해 "앞으로 후보자 자질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관리를 통해 'Korean Envoys For Peace, Environment, Children(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환경을 지키며, 어린이를 보살피는 한국의 대표 사절)’이라는 21세기 새 지향점에 맞도록 미스코리아 대회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겠다"고 한 발 물러나 네티즌들의 항의를 공손하게 수용했다.&nbsp;&nbsp;▲ 풀밭 위의 식사이 기사를 보면서 문득, 파리 오르세 박물관에 있는 마네의 유명한 그림 <풀밭 위의 식사>가 떠올랐다. 마네의 이 그림은 1863년 살롱전에 나왔다가 떨어진 다음 낙선전에 걸리는 수모를 당했던 그림이다. 1863년 살롱전은 5천 점이 출품된 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회였는데, 이중 무려 3천 점이 낙선을 했다. 너무나 많은 화가들이 낙선을 한 나머지 “나만 떨어진 게 아니구나……”하며 자위를 할 수 있어 다행히 센느 강에 몸을 던지는 화가는 없었지만, 심사위원들의 기준 없는 심사에 많은 이들이 성토를 했다. &nbsp;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나폴레옹 3세는 관보를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 심사를 맡기겠다”고 선언을 했다. 심사위원들이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서 마련된 낙선전은 당시 최대의 사건으로 연일 신문에 보도가 되었다. 그러나 3천 점 중에서 약 800 점 정도만 낙선전에 걸렸다. 노회한 정객의 술수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많은 화가들은 자진해서 그림을 철수 시켰다. 당시 낙선전에라도 그림을 걸어야 하겠다고 한 화가들 중에는 마네 이외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피사로, 휘슬리, 팡탱 라투르, 용킨트 등 유명한 화가들이 끼어있었다. &nbsp;▲ 당시 살롱전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미술사에서 주목해야 할 세 번의 전시회 &nbsp;회화사에는 세 번의 혁명적인 전시회가 있었다. 첫 번째로 꼽아야 할 전시회는 1725년, 루브르 궁의 사각 살롱salon carr&eacute;에서 열린 최초의 공식 관전이다.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전시회가 있었으나 1725년 루브르의 사각 살롱에서 전시회가 개최된 이후 전시회 이름에 살롱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고, 이후 정기적으로 루브르 살롱에서 전시회가 열렸다.&nbsp;&nbsp;당시 전시회는 회화조각 아카데미 입회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미술 전시회만이 아니라 공산품을 포함한 모든 산업 전시회를 살롱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도 루브르의 사각 살롱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에서 유래한 말이다. 독일의 메세나 영어의 엑스포에 해당하는 말이 바로 프랑스어의 살롱이다. 두 번째 전시회는 낙선전이다.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가 걸린 이 낙선전은 1863년 한 번 열렸을 뿐 다시는 열리지 않았는데, 이 전시회가 중요한 이유는 현대회화사의 출발점이 되는 사건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전시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히틀러가 개최한 퇴폐미술전이다. 1935년 나치 선전을 맡은 괴벨스가 조직한 이 전시회는 아리안 족의 혈통적 우월성과 승전, 애국심, 투쟁 등의 나치 슬로건을 고취하려는 의도에서 열렸다. 히틀러가 아마추어 화가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그렇듯이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는 그림들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던 히틀러는 19세기 말에 시작된 표현주의 회화와 입체파 등 추상화들을 수만 점 모아 불태우기도 했고 때론 누구나 가져가라고 나눠주기도 했다. 낙선전에 걸려서도 욕을 바가지로 먹은 그림, <풀밭 위의 식사> &nbsp;마네의 유명한 그림 <풀밭 위의 식사>는 인상주의 미술관인 파리 오르세 박물관에 걸려있다. 지금 보면 심사위원들이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를 트집 잡았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자는 옷을 벗고 있는데, 남자들은 왜 옷을 입고 있느냐, 뱃살이 처진 저 여인의 살결은 두들겨 맞은 것만 같다, 관점도 두 개 아니야, 색도 칠하다가 만 것 같다……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이 낙선전이 미스코리아의 실격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조금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당시 전시회에서 수상을 하고 나폴레옹 3세가 즉석에서 구입을 하는 영광을 누린 그림은 카바넬이라고 하는 전형적인 관학파 화가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이었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카바넬의 그림은 조금 심하게 말해 술집에나 걸릴 그림이지만, 어쩔 것인가, 황제의 마음에 들었다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폴레옹 3세가 카바넬의 고혹적인 비너스를 구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nbsp;▲ 나폴레옹3세가 즉석에서 구입한 작품교황이나 황제의 음란을 ‘황음’이라고 한다. 대통령이하면 대음이 되겠다. 황음의 대가는 15세기 말에 교황을 지낸 알렉산드르 6세인데, 돈과 음욕을 주체할 줄 몰랐던 자다. 대음의 대가는 프랑스 제3공화국 다섯 번째 대통령을 지낸 펠릭스 포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사건으로 남아있는 일명 “롱생 골목의 미스터리” 사건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다. &nbsp;1899년 2월 어느 날 대통령은 한 금발 여인의 품에 안긴 채 숨져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담 S”였는데, 능력 없는 화가인 남편을 엘리제 궁 공식화가로 만든 마담 스테넬이었다. 대통령이 복상사를 당한 후 10년 정도 지난 어느 날, 마담 S의 집에 복면 강도들이 들어와 남편을 죽이고 함께 살던 마담 S의 어머니도 살해했다. 단지 마담 S만 살아남았다. 잃어버린 물건도 없는 이 이상한 사건은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경찰과 엘리제궁에서 뭔가를 없애기 위해 저질렀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나폴레옹 3세는 황음과 대음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영국에 있을 당시 유명한 고급 창녀인 엘리자베스 하워드가 없었다면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1848년 2월 혁명이 일어나자 돈을 마련해서 나폴레옹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을 프랑스로 귀국시킨 여인이 바로 이 고급 창녀 하워드였다. 황제가 된 나폴레옹 3세는 여전히 하워드를 사랑했지만, 관계를 지속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녀를 보르가르 백작 부인으로 봉하고 엄청난 거금과 성을 한 채 주었다. 1860년대는 이러한 시대였다. 황제와 사촌 지간이었던 제롬 보나파르트는 당시 또 한 명의 유명한 고급 창녀였던 코라와 놀아났는데, 늦은 밤 그녀의 집에서 열리던 야회는 유명했다. 파티의 대단원은 “알몸 디저트”였는데, 식사가 끝나면 건장한 하인들이 사람 키만한 접시를 들고 들어온다. 하나 둘 셋하고 뚜껑을 열면 알몸의 코라가 누워있었다. 황제의 신분으로 이런 파티에 참석할 수 없었던 나폴레옹 3세는 그림으로라도 파티 기분을 내야만 했던 것이다. 1863년 살롱전에서는 카바넬만이 아니라 보드리라는 또 다른 화가가 그린 <진주와 파도>라는 제목의 비너스화도 대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는데, 카바넬의 그림과 거의 똑같다. 그렇다면 마네의 그림은 어떤가. 당시 누드를 그릴 때에는 언제나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에 의지해서만 그려야 했다. 그러나 마네의 그림을 보면, 그 어떤 인물도 신화 속의 인물이 아니다. 당시 길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바로 이 점이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건드린 것이다. “감히, 창녀를 그리다니……” 미학적 이유도 있었지만 바로 이 점이 낙선전에 참가해서도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들었던 이유였다. 마네의 그림은 독창적인 작품이 아닌, 패러디 작품이었다. &nbsp;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의 처음 제목은 <목욕>이었다. 현재의 제목은 나중에 모네의 그림에서 제목을 가져온 것이다. 마네의 그림은 원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라파엘로가 그린 <파리스의 심판>을 판화로 제작한 것을 모방해 그린 그림이다. 당시 이 판화는 화가들이라면 한 두 장씩 누구나 갖고 있었다. 마네는 또 팡탱 라투르가 모사한 조르지오네의 <전원 협주곡> 그림을 그림을 아틀리에게 걸어 놓고 있었다. &nbsp;조르지오네의 그림을 보면 마네가 두 명의 여인 누드와 정장을 한 두 남자를 그림 속에 배치하면서 이 그림을 모방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마네는 인물들의 포즈는 라파엘로의 그림에서, 누드 여인들과 옷을 입은 남자들의 구성은 조르지오네에게서 가져 온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만일, 그림 밑에 패러디 작품임을 밝혔다면 낙선전에 걸리는 수모는 면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네는 회화가 성경이나 신화 같은 텍스트로부터 벗어나 회화 자체의 고유성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이 신념은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nbsp;&nbsp;미인선발대회와 <파리스의 심판> &nbsp;파리스의 심판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 제우스의 부인 헤라 그리고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한 혼인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파티장에 던지고 간 사과를 차지하려고 하자, 인간인 목동에게 심판을 맡긴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 황금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nbsp;▲ 크라나흐가 그린 파리스의 심판▲ 루벤스가 그린 파리스의 심판이 파리스의 심판에서 최후 승자는 아프로디테(비너스)인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배필로 주겠다고 약속을 한 아프로디테의 손을 파리스가 들어준 것이다. 그녀의 이름이 헬레나였는데, 이 때문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는 요즈음 만화로도 제작되어 대박을 터뜨린 신화 책 덕분에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신화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니라, 글로 된 신화에서는 세 여신 중 누구도 옷을 벗고 있지 않은데, 그림에서는 어떤 화가가 그린 것이든 여신 셋이 모두 옷을 벗고 있다는 것이다. 글에서 세 여신은 파리스 앞에 나타나 각각 명예와 권력과 여인을 주겠다는 약속만 했지, 옷을 벗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림으로 묘사될 때에는 수많은 화가들이 예외 없이 세 여신의 옷을 벗기고 있다. 황제 폐하께서 구입하신 카바넬의 비너스도, 찬사를 받았던 보드리의 비너스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여인들이다. 마네는 바로 이 점을 간과한 것이다. ‘아무리 옷을 벗어도 좋으니, 신화화를 그리라’는 이 규칙을 어긴 것이다. 사실 옷을 입은 비너스를 그린 그림은 한 점도 없다. 또 쉽게 상상이 가지도 않는다. 왜일까? 비너스는 피와 살을 지닌 인물이 아니라 허구상의 캐릭터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과 미의 여신이 옷을 입으면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신들은 추상적 관념을 나타내는 형상일 뿐이다. 마네는 이 모든 규칙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 반발은 좁게는 한 사회를 지배하는 문화권력과 상징체계에 대한 반항이었고, 넓게는 나폴레옹 3세가 지배하는 제2제정을 떠받치고 있던 부르주아층의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었다. 창녀를 그리다니, 그것도 옷을 입은 남자들 사이에 있는, 게다가 병이 든 것 같은 몸을 해가지고 감히 그림을 보는 이들을 빤히 쳐다보는 여인을…… 고급 창녀이든, 길거리 여인이든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그림이 아니라 규방과 유곽이었다. 미스코리아는 절대로 성인화보에 나오면 안 되는 것이다. 성인화보는 그 방면에 재주가 있는 대가들이 있기도 하고 요번에 신고를 하고 댓글을 달고 해서 의지를 관철시킨 네티즌들처럼 고정팬들이 따로 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홀로 보고 즐기던 성인 화보에 등장하던 여자가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오면 안 되는 것이다. 성인 화보를 지배하는 코드와 미코의 코드는 다른 것이며 이 양자는 서로 섞이면 참으로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네티즌들의 의견이었고, 이를 한국일보는 적극 수용한 것이다. 만일 네티즌들이 문제가 된 미코의 성인화보를 보지 못했다면, 혹은 보고도 모른 체 했다면, 미코는 실격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신의 그림이 낙선전에 걸리는 수모를 당한 마네는 2년 후 더 큰 스캔들을 일으킨 <올랭피아>를 출품한다. 아는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전시가 허락된 마네의 그림은 벽 맨 꼭대기에 걸렸다. 그러나 너무나 눈에 띄는 그림이어서 이번에도 호사가들을 피해가지 못했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 마네는 자꾸 스캔들을 일으키는 그림을 출품한 것일까? 아니 그 전에 왜 당시 화가들은 살롱전에 그렇게 목을 맸던 것일까? 당시 살롱전은 예술가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등용문이었고 살롱에서 입선을 했다는 것은 곧 정부나 기타 기관 혹은 개인으로부터 주문을 받을 수 있다는 보증수표 같은 것이었다. 즉 먹고 사는 생계가 달린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nbsp;&nbsp;▲ 마네가 스캔들을 일으킨 또 다른 작품이 전시된 전시장미코가 되면 성인 화보를 찍을 때보다 수입이 늘어날 것이다. 또 예상치 못한 기회도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회이든 수영복 심사라고 하는 공식 스테이지를 통과해야만 한다. 성인화보로는 어림도 없다. 미코가 놓친 것이 이것이며, 네티즌들이 예리하게 간파한 것 또한 이것이다. 수영복 심사를 통과해야만, “Korean Envoys For Peace, Environment, Children”, 즉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환경을 지키며, 어린이를 보살피는 한국의 대표 사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규칙은 사실 50년 전인 1957년 제1회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릴 때부터 있었던 규칙이다. “만 18세 이상 28세까지의 한국 여성으로서 지·덕·체의 모든 면에 진선미를 겸비한 사람, 직업의 유무는 불문하나 흥행단체 또는 접객업소에 종사한 일이 없는 미혼여성”. 2008년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네티즌들은 미코 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네티즌들이 원했던 다른 미코가 “지·덕·체의 모든 면에 진선미를 겸비한 사람”으로 보였던 것 같다. 네티즌들이 염두에 두고 있던 미코가 연대에 다니는 학생이었던 점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 미코가 만일 서울대를 나왔다면 한국일보가 무릎을 꿇었을까? 아테네 여신은 지혜의 여신이었고, 비너스는 미의 여신이었다.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로 권력을 주겠다고 했다. 성인화보를 보는 한국의 네티즌들은 참 욕심도 많다. 세 여신을 동시에 나타내주는 미코를 찾으니 말이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2008.09.12 I 정장진 기자
(정장진의 Tour & Culture)이집트학을 시작하자
  • (정장진의 Tour & Culture)이집트학을 시작하자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갈수록 "나만의 여행"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고급 여행 정보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는데, 특히 이집트나 남미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유럽 쪽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패션, 산업 디자인과 관련된 곳의 정보를 원하는 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가끔이기는 하지만 한적한 수도원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아마도 서양식 '템플 스테이'를 찾는 이들인 것 같다. 인터넷 정보의 신뢰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실용적이면서도 깊이가 있는 정보를 구축하는 일이 문화지식산업계에 대두된 시급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행산업의 꽃인 가이드북만 봐도 아직 외국 책들을 무분별하게 번역하는 수준에 머물러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외국 가이드북들 중에는 웬만한 문화사 개론보다 나은 책들이 많지만, 문제는 크든 작든 한 산업계의 근간이 되는 이른바 데이터 베이스 구축을 언제까지 외국에 의존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시작할 때가 왔음에도 정부나 산업계 차원에서 이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관광 인프라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관광 인프라 중의 인프라는 가이드북이며 이 작업은 축적된 데이터 베이스의 질과 양에서 승부가 갈린다.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북이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위상은 프랑스의 문화지식산업의 정교하면서도 풍부한 데이터 베이스에 기반을 둔 자연스러운 결과다. 요즈음 들어 이집트에 관한 문의가 부쩍 많아지기도 했지만, 여행산업이 먹고 노는 산업이 아니라 지식산업이며 또한 지식산업이 한 나라의 지식과 문화 수준과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이집트여서 잠시 이집트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집트에 가보면…… "이집트학을 시작하자"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되물을 것이다. "왜? 그거 돈 되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집트학, 돈 된다. 물론 당장은 아니다. 최근 외신을 타고 들어온 뉴스를 보면, 이집트 남부의 고대 도시인 룩소르(테베) 경찰서 터에서 스핑크스 4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암으로 된 이 작은 꼬마 스핑크스들은 이집트 제30왕조(BC 380∼363년) 시대를 열었던 파라오 네크트네베프 당시의 것들로 추정된다. 한국의 문화재청에 해당하는 이집트 고대유물 최고위원회의 자히 하와스는 "고고학팀이 룩소르 신전과 카르낙 신전 사이를 연결하는 고대 도로의 유적지 일대에서 발굴작업을 하던 중 경찰서 터 밑에서 스핑크스들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발표를 끝내자 마자, 자히 하와스는 비행기에 올랐고 행선지는 한국, 서울이었다. '이집트의 인디아나 존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자히 하와스는 6개월 전부터 한국 국제 협력단(KOICA)과 함께 유물을 관리, 보존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쓰레기통 옆에서 소홀히 관리되고 있는 이집트 유물도심만 벗어나면 오벨리스크가 나뒹굴고, 코가 없어진 거대한 두상이 가로로 쓰러져 있는 이집트에서 사실 작은 스핑크스 몇 개 출토된 것은 뉴스거리도 아니다. 말을 타고 가다 말이 넘어져서 발 밑을 파보니 미라가 나오고, 농지 개량사업을 하다가 석관이 출토되는 나라가 이집트이다. 발에 치이는 것이 유물인 나라가 이집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인지 이집트인들은 왜 굳이 국립 고고학 박물관 같은 것을 지어서 유물들을 따로 보관하고 전시하는지 그 이유를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카이로의 국립 이집트 박물관에 가면 조금 심하게 말해 비참할 정도로 유물 보존이 허술해서 외국인 입장에서도 안쓰러울 정도다. 물론 엄청난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집트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플라스틱 쓰레기통 옆에 유물이 있고, 두상 위에 앉아서 쉬는 경비원하며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유물들이 소홀하게 관리되고 있는 현장을 보면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전 세계 유명 박물관에 꼭 있는 이집트관 ▲ 로마 바티칸 박물관의 이집트관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카이로의 국립 이집트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은 전 세계 유명 박물관에 있는 고대 이집트 유물들보다 양이나 질에 있어 결코 뛰어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루브르와 대영 박물관은 물론이고, 빈 예술사, 베를린, 로마 바티칸, 밀라노, 뉴욕,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어딜 가도 이집트관은 마치 박물관의 필수요소인 양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자리에. ▲ 영국이 돌려주지 않고 있는 로제타 스톤자히 하와스가 서울에 온 것도 누구보다 이집트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유물을 관리, 보존하는 전산시스템 구축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자히 하와스는 고대유물 최고위원회 위원장이 된 이후 지금까지 약 5,000 점의 유물을 독일, 스위스, 미국 등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한다. 상형문자 해독의 비밀을 푼 열쇠가 된 영국 대영박물관의 '로제타 스톤'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네페르티티 흉상도 그가 꾸준히 환수를 요구하고 있는 유물이다. 하지만 영국이 '로제타 스톤'을 돌려줄 리 없다. 그 유명한 '엘긴 마블'도 마찬가지다. 같은 EU 국가인 그리스가 가수이자 문화성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나나 무스꾸리를 앞세워 그토록 돌려달라고 해도 눈 하나 꿈쩍 않는 영국이니 말이다. 남의 나라 유물을 가져다 전시를 하는 서구 열강들이 반성도 하고 유물을 반환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유물을 빼앗긴 나라에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많아 사라졌지만 도굴범들이 수천 수만 점의 유물들을 파내서 팔아 치운 것이다. 자히 하와스에 따르면, 그가 위원장이 된 후에 80여 점의 유물을 밀반출한 미국인을 적발하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유물이 도굴되었는지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집트의 경우 너무나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황금 잔이나 가면이 나오면 녹여서 금반지를 만들어 끼기도 했고, 웬만한 돌덩어리는 집을 짓는데 갖다 쓰기도 했다. 미라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면 불치병이 낫는다는 속설을 퍼뜨려 장사를 한 야바위꾼을 비롯해 수많은 이집트와 백인 도적들이 제집 드나들듯 유물을 파내서 팔아 먹었다. 미라의 저주라는 말이 돌아도 이 도굴과 유물 훼손은 막을 길이 없었다. ▲ 이집트 유물발굴 현장이집트의 이러한 참담한 문화재 발굴과 보존 실태를 보다 못해 박물관을 세우고 체계적인 유물 발굴을 최초로 이집트에 도입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인인 오귀스트 마리에트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마리에트는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된 베르디의 < 아이다 > 각본을 쓴 사람이기도 하다. "이집트 오리는 위험한 동물입니다. 한 번 그 부리에 물리면 열병에 걸려요. 그러면 평생을 이집트 연구에 바칠 수 밖에 없습니다……" 1881년 숨을 거두기 전에 쓴 그의 자서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1821년에 태어난 마리에트는 어릴 때 이집트 붐을 타고 사촌이 구입한 이집트 오리 그림으로 된 상형문자를 보고 그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집트로 건너가 평생 이집트에 살다 숨을 거둔다. 지금도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에 가면 그의 묘가 안에 있다. 건물도 프랑스인이 지은 신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다. 마리에트가 없었다면 지금의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도굴꾼들과 육박전을 벌이기도 했고 당시 이집트인 총독이었던 케디부가 발굴 작업을 방해하며 유물 중에서 자신의 부인에게 줄 보석을 달라고 협박을 해도 끝내 응하지 않았다. 이집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지만, 고대 이집트는 오늘날의 이집트와는 전혀 다른 문명을 갖고 있는 별도의 세계였다. 길고 긴 역사를 몇 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마케도니아와 로마의 점령, 기독교 전파, 이슬람 침공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고대 이집트는, 모래에 덮여있다 발굴되기 시작한 기자의 스핑크스처럼 땅 속에 숨어있던 전혀 다른 나라였다.&nbsp;▲ 이집트 기자에 있는 케옵스 피라미드누가 이 땅 속의 전혀 다른 문명을 발견했을까? 나폴레옹이라는 답을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반은 맞는 답이고 반은 틀린 답이다. 반은 맞는 답인 이유는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 오를 때 대동하고 간 학자와 화가들 때문이다. 나폴레옹 원정 때 군인들과 함께 이집트로 간 화가들은 그곳의 풍물과 고대 유적은 물론이고 동식물과 지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소묘해 귀국한 후 책으로 펴냈다. 마리에트가 어릴 때 본 오리 그림도 이때 나온 도록에 실린 작품의 일부였다. 학자와 데생 화가들의 이국에 대한 관심과 꼼꼼한 작업은 18세기 계몽주의 산물인 '박물학'의 산물이다. 나폴레옹은 루소를 열광적으로 숭배했으며 뷔퐁을 비롯한 프랑스 자연학자들의 작업을 잘 알고 있었던 계몽주의자였다. ▲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당시 화가들이 그린 그림▲ 나폴레옹의 이집트원정을 그린 그림이렇게 해서 유물들이 프랑스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샹폴리옹이라는 금석학자이자 언어학자가 등장해 로제타 스톤의 비문을 해석하게 된다.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지하 세계에서 꺼냈다는 답이 반은 틀린 이유는, 이집트 문명을 선사에서 역사로 옮겨놓은 업적의 반은 바로 이 샹폴리옹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어와 이집트 상형문자 그리고 민간인들이 쓰는 민용문자 등 세 가지 문자로 기록된 비문을 비교 대조하는 과정에서 상형문자가 음운을 적는데도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샹폴리옹은 마침내 오벨리스크 등 다른 비문을 대조하면서 전체 문자 체계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피라미드, 스핑크스, 오벨리스크, 헬리오폴리스 등은 모두 그리스 학자들이 붙인 그리스식 이름들이며 이를 우리는 다시 영어식 표기로 바꿔 부르고 있다. 타원형의 원 속에 들어간 상형문자는 파라오에 관련된 내용이며 웅크리고 있는 여신 상은 여성 명사에 붙는 한정사였고, 눈 그림은 ir이나 er의 음가를 지닌 음운 표시였다. 이렇게 해서 나폴레옹과 샹폴리옹 덕택에 서양에서 '이집톨로지'로 불리는 이집트학이 탄생한 것이다. 이집트학은 요즈음 유행하는 지역학의 선구자로서 가장 오래 된 지역학인 셈이다. 그 다음이 시놀로지sinology, 즉 중국학이다. 이집트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고대 이집트가 오늘날의 이집트와 별 상관 없듯이, 이집트 문명은 그 누구의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것이다. 왜냐하면 이집트 문명에는 인간과 사회 의 모든 비밀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집트 문명은 인류가 경험한 완벽함의 흔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일 입방 미터짜리의 돌 수백만 개를 쌓아 올리려면 정교한 엔지니어링이 필요할 것이고 자연히 수학이 발달하지 않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또 수만 명의 인부들을 일사 분란하게 동원하고 기술자들을 등급에 맞추어 교육하려면 크고 작은 행정 시스템이 작동되어야만 했을 것이다. 피라미드가 완성되었을 때 마제된 반들반들한 표면에 햇빛이 비치면, 그 광휘는 주변 수십 킬로미터를 환하게 비추었을 것이다. 절대적인 것에 대한 믿음과 정교한 수학적 사고가 어울려 만들어 낸 문명이 이집트 문명인 것이다. 어찌 언어가 없었겠는가! 상형문자를 사물을 지칭하는 명사로만 본 단견으로 인해 해독을 못했을 뿐, 정교한 언어 체계를 지닌 완벽한 문명이 기원전 3000년도 넘는 시간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집트 문명은 이집트인들의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것이다. 신 아스완댐 건설 당시 아부심벨 유적지를 이전하기 위해 국제적인 운동이 일어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로 이 점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민족주의와 상업주의에 물든 올림픽 보다 국제적 운동에 힘입어 진행된 아부심벨 이전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 왕의계곡세티1세무덤벽화고대 이집트 미술품들을 보면, 그 완벽한 조형성 속에 녹아 있는 미학과 종교 감정의 완벽한 일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즉 사회 전체가 고도의 통치력과 종교감정에 의해 빈틈없이 움직였던 것이다. 이집트학은 이집트 연구가 아니라 인류가 경험한 이 전대미문의 완벽함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즉 그것은 인간 일반에 대한 연구이고 따라서 우리도 참여해야 하는 연구인 것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는 일찍 이집트학이 개설되었으며 이집트 학자인 요시무라 사쿠지의 책은 한국에도 번역이 되어 있을 정도이다. 전문가가 없으니 이 쇼맨십 강한 일본학자의 글이 정확한 것인지 어떤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일본인들은 또 직접 이집트에 가서 유적지를 찾아내고 발굴 작업도 벌였다. 일본이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말이 아니다. 이집트학은 인문학의 한 분야인 것이다. 전 세계 유명 박물관에 이집트관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이 절대로 로제타 스톤을 돌려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집트학은 돈이 되는 게 아니네……" 이렇게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 나폴레옹도 "이집트학이 돈이 되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수백 명의 학자와 데생 화가들을 자신이 탄 배에 함께 태우고 갔다. 그 결과 우리는 프랑스의 이류 이집트 학자들이 쓴 소설도 로열티를 내고 번역해 읽고 있다. 일본의 이집트 학자가 쓴 책까지 학문성 여부도 묻지 못한 채 로열티를 내고 사서 읽고 있다. 이집트학은 이집트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구이다. 사회, 언어, 정치, 역사, 신학, 미술, 건축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이 중요한 연구를 어떻게 남의 손에 맡기고 돈이 되네, 안 되네 하고 있을 것인가! 로마도 일본인 여자가 쓴 책을 통해서야 겨우 읽고 있지 않은가. 이집트학을 시작해야 할 때 ▲ 파리 콩코드광장의 오벨리스크파리에 가면 콩코드 광장 한 가운데에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있다. 런던 템스 강변에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로 알려진 오벨리스크가 서있다. ▲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로마에는 성 베드로 광장과 나보나 광장은 물론이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반 고흐는 파리의 오벨리스크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아를 인근의 밀밭과 사이프러스 나무를 그린 다음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썼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오벨리스크를 닮았다"고. 서울 광장에 오벨리스크 하나쯤 갖다 놓으면 어떨까. 영구 임대방식도 있고 하니 터무니없는 생각만도 아닐 것이다. 마침 이집트 고대유물 최고위원회 위원장인 자히 하와스도 서울에 왔다고 하니 이야기를 진척시켜볼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자히 하와스는 분명히 "한국에 이집트학과가 있나요? 이집트 전공 학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이집트학을 다룬 논문이라도 있으면 좀 보여주실래요" 라고 반문을 할 것이고, 이 질문에 우리로서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집트학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멀리 내다보고 고구려학이라는 학문도 만들었으면 한다. 기자, 룩소르, 아부심벨을 돌아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이미지는 가난한 카이로 길거리를 질주하는 한국산 중고 승용차들이었으며, 입 속에서 맴돌았던 단어는 피라미드도 아니고 스핑크스도 아닌 이집톨로지, 즉 이집트학이었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2008.09.08 I 정장진 기자
(정장진의 Tour & Culture)루브르 경제학
  • (정장진의 Tour & Culture)루브르 경제학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2007년, 무료 관람객 약 150만 명을 포함해 천만 명 정도가 루브르를 찾았다고 한다. 2002년에 570만 명이 입장을 했으니 5년 만에 400만 명 가까운 입장객이 늘어난 셈이다. 현재 입장료가 9유로이니까 입장료 수입만 해도 놀라운 수치다. 하지만 루브르를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루브르의 가치를 입장료 수입에서 찾을 수는 없다. 루브르박물관 루브르에는 <모나 리자> 못지않은 걸작들이 많지만 <모나 리자>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루브르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이 그림이 불러들이는 관람객 수를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는 적자지만, 루브르가 그 상징적 가치로 인해 프랑스 문화 산업과 관광 산업에서 차지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성은 경제적으로 환산하기 힘들다. 루브르, 브랜드가 되다 실제로 루브르 박물관을 두고 ‘루브르 경제학’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입장객이나 파리의 랜드마크로서 루브르가 거둬 들이는 관광 수입 때문이 아니다. 화요일에 문을 닫는 루브르는 몇 년 전 삼성 전자의 휴대폰 런칭 행사에 박물관을 임대해 준 적이 있다. 그 대가로 루브르가 얼마를 받았는지 자세한 액수는 대외비에 속하겠지만, 루브르 지하의 입구에 비치되어있는 한국어 안내 팜플렛에는 삼성 후원이라는 멘트가 선명하게 찍혀있어서 오고 간 거래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nbsp;▲ 루브르-사모트라스의 승리의 여신상 앞에 선 사람들유명한 소설을 영화화한 <다빈치 코드>를 촬영할 때도 루브르는 루브르 역사상 처음으로 문을 열고 이탈리아 거장들의 그림이 결려있는 대화랑을 세트장으로 빌려주었다. 이렇게 루브르는 적정한 가격만 제시하면 누구에게나 박물관을 빌려준다. 기업은 물론이고개인도 신청이 가능한데, 특히 밤이면 조명이 들어와 마치 화려한 샹들리에처럼 번쩍거리는 유리 피라미드 밑에서 펼쳐지는 리셉션은 기업들에게는 인기가 높다. 루브르는 임대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루브르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30년 간 루브르 분관을 허락하는 대가로 약 4억 유로의 로열티를 받았다. 이 4억 유로는 순수하게 루브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받은 금액이며, 기타 유물 대여, 박물관 유지 및 작품 디스플레이 컨설팅 등의 비용을 합하면 약 9억 5천만 유로, 한화로 1조 3천억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오게 된다. 이제 루브르라는 단어는 아무나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부티크 루브르 하지만 이마저도 루브르가 프랑스 문화 산업의 첨병으로서 벌어들이는 전체 수입에 비하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미테랑 대통령 시절 20년간 공사 끝에 루브르 지하에 마련된 카페, 식당을 비롯한 각종 부티크들의 수입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패션점과 고급 화장품 가게까지 들어와 있다. 이 지하의 뮤지엄 &#49406;들 중에서 가장 눈 여겨 볼 곳은 전문서적과 기타 안내서들을 파는 서점이다. 지식 산업의 진수, 루브르 출판 사업 이 루브르 출판사업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가장 많은 적자를 내면서도 루브르 안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곳이기 때문이다. 루브르를 비롯한 프랑스 전국의 국립박물관을 통합 관리하는 곳인 박물관연합(RMN, R&eacute;union des mus&eacute;es nationaux)에서 주관하는 이 출판사업은 수요가 적어 민간 출판사가 엄두를 낼 수 없는 전문서적 출판을 먼 미래를 보고 대신 담당해 준다. ▲ 루브르박물관 내 서점출판은 대개의 경우, 전시회 도록의 형태로 출간되는데, 가령 2007년 가을에 시작해 2008년 초에 끝난 “비더마이어 양식, 공예에서 디자인으로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빈과 프라하에서 19세기 초에 부르주아들의 취향에 맞춰 제작된 키치를 연상시키는 실내 장식과 가구를 조명한 전시회는 획기적인 전시회였다. 전시회 도록인 240쪽에 달하는 <비더마이어, Bierdermeier>는 디자인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자료일 것이다. 또 2006년 여름에 열린 “미국 예술가들과 루브르Les artistes am&eacute;ricains et le Louvre”전도 18세기말에서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화가들에게 끼친 프랑스 미술과 루브르의 영향을 살펴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전시회였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19세기 중엽 파리를 방문한 미국실업가들이 미국에도 루브르 같은 박물관이 있어야겠다는 각성에서 건립이 추진되었다. 이 전시회 도록 역시 미술사와 박물관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과 자료는 책으로 묶여 전세계 박물관과 학자들에 의해 구입이 되기도 하지만 세미나가 열리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파리를 찾아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런 예는 루브르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때 많은 이들이 간과하곤 하지만, 문화산업은 그 근간인 지식 산업의 형성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한국에서 한 전임 대통령이 추임 직후 신지식인을 뽑으면서 정권을 홍보한 적이 있는데, 지나치게 피상적인 “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루브르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은 유물 임대료 루브르가 거둬들이는 가장 큰 수익은 전 세계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유물과 그림들을 임대해주고 받는 유물 임대료에서 나온다. 가장 값나가는 유물은 말할 것도 없이 <모나 리자>인데, 지금까지 미국, 일본, 러시아로 세 번 ‘외출’을 했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 이루어진 미국 전시회 당시에는 공군기까지 출동해서 <모나 리자>를 실은 비행기를 엄호했고, <모나 리자>가 걸린 전시실 좌우에는 무장한 헌병 초병 두 사람이 24시간 경비를 서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예술의 전당에서 <루브르 조각전>이 열린 적이 있고 최근에는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루브르 회화전이 열리기도 했다. 뮤지엄 &#49406;, 건물 임대료 그리고 유물 임대 등에서 나오는 수익이 한화로 대략 9조원에 달한다. 공장도 굴뚝도 필요 없는 문화 산업의 대국 프랑스에서 루브르는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박물관이다. 언제나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람객들 중 대부분이 <모니리자>나 <밀로의 비너스>를 보러 들어가는 이들이지만, 루브르 박물관을 문화 산업의 관점에서 볼 줄 아는 이들에게는 이런 유물이나 작품보다도 길게 줄을 서서 마치 진공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유리 피라미드 속으로 들어가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올 것이다. 어쩌면 루브르에서 진정으로 감상해야 할 것이 바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루브르 경제학일지도 모른다. 문화 산업을 운운하는 관료들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 바로 루브르일지도 모른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2008.08.22 I 정장진 기자
  • 한대수 "금지곡 가수로 낙인 찍힌 이후 미술관 다니며 고독 달랬어요"
  • [조선일보 제공] 1968년 만 20세의 장발 청년 한대수가 뉴욕발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렸다. 짐 속에는 자작곡 〈행복의 나라로〉와 〈물 좀 주소〉의 악보가 들어있었다. 귀국 직전까지 그는 뉴욕사진학교에 다녔다. 카메라를 메고 맨해튼을 쏘다니다가 틈이 나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들러 몇 시간씩 잭슨 폴락(Pollock·1912~1956)의 추상화를 바라봤다. 폴락은 캔버스에 물감을 흩뿌리고 들이붓고 뚝뚝 흘리는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로 현대미술사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사내다. "절박하니까 하는 게 예술이에요. 마음 속에 들끓는 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은 느낌. 폴락은 격렬한 사람이었어요. 그림에 그게 나타나. 답답해서 붓질을 할 수 없었던 거야. 마음이 폭발할 것 같으니까. 그것도 아주 혁명적으로 혼돈스러우니까." 서울 신촌에 있는 한대수(60)씨 집은 눈길 닿는 곳마다 책과 음반이 쌓여있었다. 발 밑엔 장난감이 밟혔다. 어린 딸(1)을 어르는 짬짬이 한씨는 양파와 고기를 썰어 프라이팬에 볶고 차가운 맥주를 꺼냈다. 폴락 얘기가 나오자 그는 "얼핏 보면 물감을 떡칠한 것 같은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미세한 부분까지 완벽한 아름다움을 이루고 있다"며 "위대한 작가"라고 흥분했다. "그는 자기 내면의 카오스를 혁명적인 방법으로 표현했고, 그걸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고통과 고독을 덜어줬어요. 그런 점이 나를 뒤흔들고, 내 음악에 깊은 영향을 줬지요. 나도 황량하고 혼돈스러웠으니까요." 음악인들은 한씨를 '한국 포크록의 대부'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작 한씨는 인생의 대부분을 음악이 아니라 사진으로 밥을 먹었다. 1집 앨범 《멀고 먼 길(1974)》과 2집 《고무신(1975)》이 연달아 방송 금지 처분을 받은 뒤 그는 뉴욕으로 돌아갔고, 2002년 귀국하기 전까지 그곳에서 성공한 광고 사진가로 바쁜 삶을 살았다. 한씨는 "사촌형제 아홉 명 중에 물리학자가 셋"이라며 "우리 집에 장발 히피는 나밖에 없다"고 껄껄 웃었다. 그는 유복한 집에서 외롭게 자랐다. 미국에 유학간 아버지가 가족과 연을 끊고 잠적한 것이 화근이었다. 젊은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시댁에 남겨두고 재가했다. 한씨는 할아버지 손에 컸다. 연세대 신학대학장을 지낸 할아버지는 바흐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사진가였다. 한씨가 아버지와 연락이 닿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10여 년간 행방을 모르고 지낸 아버지는 미국 뉴욕 근교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한씨는 아버지 집에 가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뉴욕사진학교에 입학했다. 아버지와 다시 만난 뒤에도 서먹한 응어리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씨는 폴락의 그림을 보러 다니고, 골방에서 작곡을 하는 것으로 분노와 슬픔을 풀었다. 그는 "내가 불행할 때 작곡한 〈행복의 나라로〉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며 "예술은 무릇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태어나고 사는 게 다 고통이지. 누구나 매일 같이 관계에 치이고, 괴로운 마음으로 출퇴근하고, 아귀다툼을 하잖아요. 인간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예술에 관심을 돌리지요. 그런데 작가도 불행해서 음악을 하고 그림을 그리거든. 불행의 산물인 예술이 관객의 마음을 달래줘요. 재미있지?"
(클릭! 새책)미술투자 노하우
  • (클릭! 새책)미술투자 노하우
  •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그림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아트 펀드` 상품이 대중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술품 투자는 아직 낯선 영역이다. 시장의 구조도, 투자하는 방법도, 옥석을 가려낼 능력도 갖추기 힘들다. 아직까지 미술 시장은 전문가들만이 항로를 찾을 수 있는 깜깜한 바다와 같다. 이 책은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보자를 위한 지침서다. 30년 경력의 세계적인 전문 아트 딜러 론 데이비스가 공개하는 미술투자 노하우를 빠짐 없이 알려준다. 관심 차원에서 접근했던 사람을 성공적인 아트 딜러로 성장하게끔 해주는 안내서다. 이 책을 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동시에 미술시장 전반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nbsp;딜러로서 미술품을 찾아내고 평가, 구매하고 판매하는 미술품 거래의 길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미술시장의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사례와 예시가 풍부하게 제공됐다는 점도 미덕이다.&nbsp; 딜러와 컬렉터, 투자가, 화랑, 미술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 지를 살펴보면서 미술시장에 대해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전문적인 딜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나침반이 되줄 것이다.&nbsp;저자 론 데이비스는 미술시장 전문 저술가이며 강사이자 컨설턴트이다. 뉴욕 시에서 자신의 화랑을 운영하면서 25년 넘게 현장에서 미술품을 사고팔아왔으며, 컬렉터로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돌며 미술품을 어떻게 사고팔 것인지,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하는 것에 대해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 역자 최리선씨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미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다. 이책은 미술전문 출판사 아르타가 준비하는 <미술시장 올가이드>의 첫번째 시리즈다. 아르타는 이 책 이후, 경제학자이자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인 강남대 서진수 교수의`미술시장 로드맵`,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의 `미술자료 박물관`, 그리고 `2006-2007 미술시장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론 데이비스 지음/ 최리선 역 /아르타 출판 /1만9000원)
2008.06.04 I 정원석 기자
 남들 다 가는 가로수길, 그 뒤로…
  • [비밀의 정원] 남들 다 가는 가로수길, 그 뒤로…
  • [조선일보 제공]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 식상해서 싫다면 이제 그 뒷골목으로 가자. 신사중학교 쪽으로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 옷 가게 'aRan'-'sangwoo' 사잇길('빛여울길')로 들어선 다음 흰 건물(페이퍼 가든2)을 보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가로수 뒷길'이 시작된다. 쿠키 속에 숨겨진 작은 초콜릿 같은, 가로수 뒷길의 명소를 소개한다. ::: 페이퍼 가든2 이달 22일 문을 연 카페 '페이퍼 가든2'의 깨끗한 흰 건물 덕분에 가로수길 뒷골목이 환해졌다. 간판을 찾기 힘든 단순한 박스 형태의 흰색 건물이지만 까치발을 하고 보면 예쁜 계단과 양 옆에 놓인 꽃들이 눈에 쏙 들어온다. 압구정동 카페 명소로 자리잡은 페이퍼 가든의 두 번째 매장. 1층엔 잔디가 깔린 작은 정원이, 2층엔 널찍한 테라스가 있어 황사 없는 개운한 날이면 봄볕 맞기 딱 좋겠다. 커피 8000원~1만원·샌드위치 1만2000원, 오전 11시~밤 12시, (02)541-6933&nbsp;▲ 페이퍼 가든2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p.532 미술, 패션, 사진에 관련한 서적이 많은 북 카페. 널찍한 책상과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 도서관 같은 책상 등 여유 있게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벽면 한쪽을 가득 메운 책장에는 사진집, 예술사 관련서적부터 잡지, 만화책까지 다채로운 책이 마련되어 있는데 마음대로 빼서 읽으면 된다. 봄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싶다면 테라스로 나가자. 커피 4000~7000원·파니니(이탈리아식 샌드위치) 7000~8000원, 오전 11시~밤 12시(일요일은 오후 10시까지), (02)516-5320 ::: I&A 갤러리 넓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회화와 조각, 설치 미술품이 가득하다. 비교적 저렴한 10만원대의 작품도 많아 신혼 인테리어나 결혼 선물용 물건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림이나 조각 하나로 간단하게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들러보자. 갤러리 전속 작가가 있어서 집 안 분위기에 맞는 작품을 '주문생산'해주기도 한다. 오전 10시30분~오후 7시(일요일 휴무), (02)546-2605 ::: 부첼라 하루 두 번 직접 구운 쫄깃하고 담백한 이탈리아 정통 빵 치아바타에 신선한 야채와 햄, 상큼한 소스를 조합해 만든 샌드위치가 일품이다. 테이블 6개가 오밀조밀하게 놓여 있는 아늑한 실내는 뉴욕이나 유럽 어느 골목의 작은 빵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가게 밖에 마련된 아담한 테이블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이색적인 봄 나들이가 될 듯. 치킨·비프 샌드위치 6000~7000원·커피 4000~5000원, 오전 9시~새벽 1시(샌드위치는 11시30분부터 주문 가능), (02)517-7339 ▶ 관련기사 ◀☞[비밀의 정원]비밀의 정원와글와글 봄볕 떠드는 카페☞[비밀의 정원] 빌딩 숲 사이 반가운 초록 공원☞[비밀의 정원] 옛집 뜰에선 봄이 소곤소곤
‘서울같지 않은 서울’ 부암동
  • ‘서울같지 않은 서울’ 부암동
  • [조선일보 제공] 이국적 스타일의 와인바 뒷산에는 청정계곡의 상징 도롱뇽이 한창 겨울잠을 자고 있고, 빛바랜 기와가 곱게 얹힌 한옥과 통유리가 시원하게 뚫린 현대적인 건축물이 이웃하는 곳. 종로구 부암동은 요즘 서울에서 가장 뜨는 동네 중 한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곳은 ‘도심 속 시골’ 정도로만 알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멋스러운 갤러리와 레스토랑 등이 속속 터를 잡고, TV드라마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부암동의 ‘속살’이 알려지면서 한겨울로 접어드는 요즘도 부암동 거리에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디지털 카메라를 목에 걸고 풍경을 담는 이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 ▲ 빨간 바탕에‘Life is suddenly’라는 검은 글씨가 멋스럽게 쓰여져 있는 부암동의 한 가계 옆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북악산과 커피향, 그리고 미술품 ‘에스프레소’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다가 환기미술관으로 가서 미술 전시회를 본 다음에는 주택가 골목을 따라 올라가 북악산 능선에서 바람을 한껏 머금어요. 서울 도심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걱정이에요. 너무 알려진 것 같아서 때 탈까봐.” 3년 전부터 부암동을 즐겨 찾는다는 직장인 박유선(32)씨의 ‘부암동 예찬’이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효자동을 지나 청운중학교 담을 끼고 산허리로 난 길을 넘으면 부암동의 관문격인 환기미술관이 나온다. 눈에 보이는 건물들은 아무리 높아봤자 2층이다. 철물점·구멍가게와 이웃하고 있는 가게들은 빨강, 노랑, 혹은 나무색을 내걸었지만 정작 가게 이름은 꼭꼭 숨겨뒀다. 액세서리와 그림, 커피와 먹거리를 파는 이 가게들은 쇼윈도 근처까지 가야 ‘Life is suddenly’, ‘반’, ‘Shortcake’ 등의 자그마한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동네 명물로 자리 잡은 손바닥만한 무인(無人) 갤러리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에서는 이혜전 박불똥의 설치 미술전시 ‘Love house’가 통유리를 통해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nbsp;&nbsp;▲ ▲ TV드라마‘커피 프린스 1호점’의 배경중 하나로 알려져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산모퉁이’. /이태경 객원기자◆카페골목과 백석동천 최근 소리소문 없이 늘어나는 ‘부암동 순례객’들의 걸음이 닿는 코스는 환기미술관 앞 버스정류장 주변의 예쁜 가게들과 카페, 그리고 창의문 등이었다. 지금은 경사진 곳을 따라 미로처럼 나있는 주택가 골목을 올라 숲이 우거진 북악산까지 ‘속살’을 파고드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가와 산이 맞닿은 곳에 안데르센 동화에나 나올법한 모습으로 서 있는 카페 ‘산모퉁이’는 지난 가을 MBC TV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완소남’ 남자 캐릭터 최한성(이선균 배역)의 집으로 유명세를 탔다. 환기미술관에서는 김환기·이중섭·유영국·장욱진·이규상·백영수 등 한국미술을 이끌었던 6명 작가의 그림과 스케치, 전성기 시절 사진 등을 볼 수 있는 ‘신사실파 6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은 흰 캔버스같은 내벽에 전망 좋은 기념품점까지 그 자체가 하나의 뛰어난 미술작품이다. 그 위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건물 뒤로 카페 ‘산모퉁이’까지 펼쳐진 좁다란 골목은 기와집,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70년대식 양옥, 빨간 벽돌로 지은 서양식 주택과 절집까지 어우러진 ‘집들의 전시장’이다. 서울성곽이 높다란 산자락을 따라 흰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올라가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여오는 주택가 끝자락. 이곳에서 숲길을 따라 10여 분만 들어가면 부암동 명소 중 하나인 백사실 계곡과 백석동천이다. 지금은 곤히 겨울잠을 자고 있을 도롱뇽·맹꽁이·개구리 등의 안식처다. 계곡은 홍제천 줄기를 따라 세검정까지 이어진다. 종로구 부암동 주민센터의 함성훈 주임은 “부암동은 2시간 안팎의 편한 걸음으로 문화 향기 물씬한 골목부터 북악산 자락 계곡까지 맛볼 수 있다”며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느냐며 놀라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 여행 계획 방법… 나의 여행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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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제공] 여행은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 시작된다. 갈 곳을 정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경로를 짜다 보면 마음은 벌써 길 위에 있으니. 인터넷으로 뉴욕타임스 서평을 읽고 아마존에서 바로 책을 주문하는 ‘글로벌 네티즌’들은 이제 여행도 인터넷으로 준비하며 값싸고 알찬 서비스를 찾아 ‘밤샘 클릭’을 불사한다. 겨울 여행을 앞두고 챙겨두면 좋을 쏠쏠한 인터넷 여행 계획 방법을 모아 소개한다. ::: 호텔 예약, ‘닷컴’에만 의존하지 마세요 영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해외여행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익스피디아(www.expedia.com)’ ‘프라이스라인(www.priceline.com)’ 같은 사이트가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호텔은 물론 렌터카, 항공권 등을 한 곳에 모아 몇 번의 클릭만으로 검색,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게 한 이 사이트들은 사용이 간편하고 방대한 정보를 모아두어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이왕 인터넷 서핑을 시작한 참에, 조금만 더 ‘넷품’을 팔아보자. 대형 여행 사이트들이 지역별 마케팅을 위해 ‘닷컴(.com)’ 외에 만들어둔 해외 사이트까지 둘러보면 비용도 아끼고 선택의 폭도 넓힐 수 있다. ‘익스피디아’는 일본 중국 영국 캐나다 등 14개 나라, ‘프라이스라인’은 영국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에 별도 사이트를 두고 있다. ‘닷컴’ 대신 ‘ www.expedia.co.jp (익스피디아 일본 사이트)’ ‘ www.priceline.com.hk(프라이스라인 홍콩 사이트)’ 등 각 국가의 고유 도메인이 부여돼 있고, 가격도 해당 국가의 통화로 표시해두었다. 이들을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환율 비교를 통해 싼 가격을 찾는 것이다. ‘익스피디아’에서 미국 뉴욕의 ‘밀포드 호텔’을 예약한다고 할 경우(12월 중순에 12월 말 1박 예약 기준, 호텔 가격은 기간에 따라 바뀔 수 있음) ‘닷컴’이 제시하는 가격은 249달러. 캐나다, 호주, 일본 사이트의 같은 호텔 1박 가격은 각각 251.36캐나다달러, 287호주달러, 22140엔이었다. 통화가 달라 헷갈리지만, 간단한 곱셈을 통해 원화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미국 23만275원, 캐나다 23만2528원, 호주 23만3833원, 일본 18만5161원이 나온다. 같은 호텔인데 엔화 환율이 워낙 약하다 보니 ‘닷컴’보다 일본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때 4만원 이상 싸지는 것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예약 가능한 호텔의 숫자도 큰 차이가 난다. ‘프라이스라인’을 통해 홍콩 호텔을 예약하려고 하면 ‘닷컴’에는 14개 호텔밖에 뜨지 않지만 홍콩 사이트에는 무려 110개의 호텔이 나온다. 같은 호텔(라마다 쿤룽)로 비교할 경우 가격은 ‘닷컴’ 쪽이 12만7374원(138달러)으로 홍콩 사이트(1204홍콩달러=14만2530원)보다 약간 쌌다. 그렇지만 세일이나 축제 기간 등 방을 구하기 힘들 땐 홍콩 사이트가 유용해진다. ‘프라이스라인’은 타이완과 홍콩 사이트도 영어로 사용할 수 있게 해둬 해외 인터넷 쇼핑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일본어를 못하면서 ‘익스피디아’ 일본 사이트를 둘러보고 싶을 땐 ‘인조이재팬’의 번역 서비스(http://enjoyjapan.naver.com/transservice/)가 유용하다. 결제는 한국서 발급 받은 비자, 마스터 카드로도 대부분 가능하지만 해외 사이트다 보니 시스템 오류로 결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게 단점이다. ::: 저가항공 검색, 좋은 좌석 확보도 인터넷으로 국제선 항공에 대한 정보는 출발 국가의 인터넷 여행사들이 가장 꼼꼼하게 챙겨두고 있다. 즉 한국서 출발하는 항공권 정보는 ‘투어익스프레스(www.tourexpress.com )’나 ‘투어캐빈(www.tourcabin.com )’같은 국내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를 활용하는 게 가장 낫다. 여행지에서 항공편으로 도시간 이동을 하려면 나날이 늘고 있는 저가항공을 이용해보자. 저가항공사들은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자사 사이트에서만 예약을 받고 있어 가격 비교가 쉽지 않다. 예약은 불가능하지만, ‘카약닷컴(www.kayak.com )’이나 ‘스카이스캐너(www.skyscanner.com )’를 통하면 수많은 저가항공사 중 가장 저렴한 항공편 검색이 가능하다. 미국 일부 항공사에 한해, 인터넷 체크인을 대행해주는 사이트 ‘체크인 수너(www.checkinsooner.com )’도 재미있다. 이름과 예약번호만 입력해 두면 체크인이 시작되는 출발 시간 24시간 전 자동으로 체크인이 된다. 이 사이트는 또 아메리칸에어라인의 경우 원하는 좌석을 미리 찍어 두면 4분마다 자동으로 확인해 그 자리가 비는 즉시 좌석을 예약해주기도 한다. 항공기의 ‘좋은’ 좌석은 항공사·기종별 좌석 정보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시트구루(www.seatguru.com )’에 상세히 공개돼 있다. ::: MP3를 가이드로 채용하세요 여행사 가이드 따라 다니긴 번거로울 것 같고, 책 보고 혼자 연구하자니 뭔가 놓치는 것 같아 찜찜할 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늘고 있는 ‘mp3 여행 가이드’를 시도해보자. 이 가이드는 유명 미술관 등에서 전화기처럼 생긴 기계를 나눠준 후 그림 아래 붙은 숫자를 누르면 자세한 설명이 나오게 한 ‘오디오 가이드’의 ‘디지털·도시형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뉴욕으로 시작해 지금은 프랑스 영국 인도 등 국가를 하나하나 추가해가고 있는 ‘사운드워크(www.soundwalk.com )’에 들러 무료 공개된 샘플을 감상해보면 mp3 가이드에 대한 대략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브롱스 힙합 산책(Bronx Hip Hop Walk)’ ‘브롱스 낙서 산책(Bronx Graffiti Walk)’ ‘맨해튼 차이나타운(Manhattan Chinatown)’ 등 지역·주제별로 나눠져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듣거나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사운드워크’ mp3의 가장 큰 장점은 현지인이 아니면 지나치기 십상인 골목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각 지역 현지인 중 주제와 잘 어울리는 이가 내레이션을 맡고 자동차 소리나 분위기 있는 음악을 깔아 두어서 마치 뉴욕에 사는 친구가 손을 잡고 안내하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 가이드는 ‘뉴욕 3부작’로 유명한 소설가 폴 오스터가 녹음을 했고, 브롱스 낙서 편은 그래피티로 유명한 ‘태츠 크루(TATS CRU)’가 흑인 억양을 팍팍 넣어 진행하는 식이다. mp3 가이드는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어 좋게 말하면 영어 공부가 되고, 나쁘게 말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듣기평가’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영어 ‘리스닝’이 정말 짜증난다면 ‘사운드워크’ 사이트에 있는 pdf 산책 지도만 다운로드 받아서 가도 산책에 큰 도움이 되겠다. 지도는 무료, mp3 파일은 하나당 12달러(1달러=약 924원)로 길이는 투어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대략 한 시간 정도다. ‘투어캐스터(www.tourcaster.com )’에서도 일본 프랑스 중국 스위스 등 전세계 약 30개 나라에 대한 mp3 가이드를 판매한다(6.95달러). 영국 미국 등의 mp3 가이드를 제공하는 ‘사운즈포사이츠(www.soundsforsights.com ·도시별 5개 세트 17.99달러 정도)’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좀더 상세해 아이들 교육에 좋겠다. ‘오디세이가이드(www.audisseyguides.com ·10달러)’는 보스톤 시카고 시애틀 마이애미 뉴올리언즈 등 미국 도시 중심의 관광 안내 mp3 가이드를 판매한다. 시 관광청에서 mp3를 만들어 홈페이지(www.visitdublin.com)에 올려두는 더블린이나, 광고가 있고 음질이 약간 떨어지지만 많은 도시의 mp3를 공개해둔 ‘지오개드(www.geogad.com )’처럼 무료 사이트도 늘어나는 추세니 여행 전 ‘구글(www.google.com )’ 등에서 ‘해당도시 free mp3 tour’를 검색하는 걸 잊지 말자. ::: 일본 료칸(旅館), 한국서 예약하기 겨울철 일본을 가장 근사하게 여행하는 방법, 료칸 아닐까. 눈 쌓인 뜨끈한 온천과 나이 지긋한 여주인이 내오는 가이세키(懷石·일본 고급 정통 요리)를 먹으며 겨울의 추위를 잊어보고 싶지만 문제는 검색과 예약이다. 소규모로 운영하는 일본의 료칸들은 대부분 홈페이지를 갖고 있지 않고, 설령 있더라도 일본어로만 써있기 때문에 네티즌 여행객들은 어디부터 검색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JNTO·www.welcometojapan.or.kr ) 마케팅팀 유진 대리는 ‘일본국제관광료칸연맹(www.ryokan.or.jp )’을 추천했다.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각 지역별로 회원 료칸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 홈페이지가 있는 료칸에는 링크를 걸어두었다. 일본어를 읽지 못해도 사진을 보며 대략적인 료칸의 분위기를 짐작하며 맘에 드는 료칸 몇 개를 점 찍어 놓는 것으로 료칸 여행 계획을 시작할 수 있다. 료칸 연맹에서 선택한 료칸이 홈페이지에서 영문이나 한글로 예약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별도 예약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nbsp;
뉴요커의 유쾌한 하루
  • 뉴요커의 유쾌한 하루
  • ▲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행크 모빌리 등 전설적인 재즈 연주자들이 무대에 섰던 70년 역사의 재즈바 "빌리지 뱅가드" 123개의 좌석이 재즈의 비트를 느끼고자 하는 뉴요커들로 가득 찼다.&nbsp;[조선일보 제공] '음식을 날로 먹거나 덜 익힌 채 섭취하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뉴욕의 한 스테이크 레스토랑 메뉴에 적힌 문구는 기름을 둘러 잘 익힌 음식보다는 채소나 날곡식 같은 ‘로 푸드’(raw food)열풍에 빠진 ‘건강 염려증 뉴요커’를 비웃는다. 물론 예의와 미소를 살짝 띄우고. 꽉 막힌 도로와 칙칙한 하늘이 ‘행복’이란 단어와 쉽게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뉴욕. 그러나 뉴요커들은 살짝 냉소적인 유머와 즐거움을 하이힐처럼 신고 경쾌하게 걷는다. 뉴욕에서 주어진 짧은 자유시간을 그들처럼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뉴욕스런’ 물건 넘치는 첼시 벼룩시장 감칠맛 나는 ‘100년 역사’ 벽돌오븐 피자 작은 갤러리 사이로… 첼시 골목에서의 하루 젊은 예술가들의 최신 작품, 니콜 리치가 단골이라는 멋진 카페, 스텔라 맥카트니·마이클 아람 같은 최고의 패션·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매장을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정답은 맨해튼 남서쪽의 첼시(Chelsea)다. 한때 소호(SoHo)가 누리던 젊고 활기차며 맵시 있는 예술 거리의 명성을 이어받아 뉴욕의 에너지를 한껏 뿜어댄다. 낡은 벽 뒤에 숨은 보석 같은 가게들이 첼시의 매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건물 사이사이를 속속들이 엿보자. 뉴욕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유정인(27)씨는 “첼시 산책은 남쪽의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와 맞붙은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격”이라며 “이 지역은 지금 뉴욕서 가장 ‘잘 나가는’ 카페와 클럽이 모여있는 곳으로 꼽힌다”고 했다. 주말의 아침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뉴요커들을 만날 수 있는 식당 파스티스(Pastis), 나오미 캠벨이 즐겨 찾는다는 아라비안 나이트 스타일의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스파이스 마켓(Spice Market) 등을 구경하며 9번 애브뉴를 따라 올라갔다. 15가를 지나면 식재료상 식당 꽃가게 등이 모여있는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바둑판 모양의 길을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갤러리 탐험을 시작하면 된다. 남북으로는 14~30가, 동서로는 5~10번 애브뉴까지가 통상적으로 ‘첼시’라고 불리는데, 약 200개의 크고 작은 갤러리가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다. 작은 창을 들여다봤을 때 그림이나 조각 등이 눈에 띈다면 십중팔구 젊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라 보면 된다. ▲ 새것보다 더 트렌디한 골동품을 만날 수 있는 첼시 25가 벼룩시장.17, 18가와 벼룩시장서 엿보는 인테리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면 17, 18가가 제격이다. 뉴욕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는 대중적인 인테리어 브랜드 웨스트 엘름(www.westelm.com·112 West 18th St.), 보컨셉(www.boconcept.com·144 West 18th St.)과 지난해 가을 문 연 금속 디자이너 마이클 아람의 플래그십 스토어(www.michaelaram.com·136 West 18th St.) 등 세련된 전문 매장이 몰려있다. 평범한 간판 탓에 그냥 지나칠 뻔한 하우징 워크(http://housingwork sauctions.com·143 West 17th St.)는 첼시의 낡은 듯 세련된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미국판 ‘아름다운 가게’ 격으로 기부 받은 중고 물품을 팔아 에이즈 환자를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동·서양의 골동품 가구(나무 의자 약 85달러, 1인용 줄무늬 천 소파 약 150달러), 낡은 구제 옷가지(10~20달러), 중고 LP·CD(3~5달러), 각종 헌책(약 4달러) 등을 한 곳에 멋스럽게 모아놓았다. ●첼시 벼룩시장=첼시의 주말은 벼룩시장으로 분주하다. 길목의 주차장에서 주로 열리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25가와 6번 애브뉴 교차로에서 열리는 ‘25가 벼룩시장’이다. 낡아서 더욱 멋진 가죽 커버 식탁 의자(약 100달러), 녹슨 골동품 램프(약 35달러)와 5달러면 손에 넣을 수 있는 1960~70년대 재즈 LP들…. ‘뉴욕스런’ 물건들을 사러 나온 인파로 활기가 넘친다. 토·일요일 오전 7시쯤부터 시작되고 오후 3시쯤이면 파장 분위기다. 뉴욕이지만,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될까 ●첼시 마켓=싱싱한 식재료와 아기자기한 빵집으로 유명한 250m 길이의 먹거리 상점. 1930년대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나비스코’의 공장이 있던 곳으로 낡은 벽돌과 슬레이트 천장이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블랙 커피 없이는 먹기 힘들 정도로 단데도 자꾸 손이 가는 ‘팻 위치 브라우니(www.fatwitch.com)’,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 빵을 공급하는 ‘에이미스 브레드(www.amysbread. com)’, 해산물을 진열해두고 무게를 달아 바로 요리해주는 ‘랍스터 플레이스(www.lobsterplace.com)’ 등 입맛을 다시게 하는 식당들이 발걸음을 바쁘게 한다. www.chelseamarket.com, 75 9th Ave. 여유 있게 커피 한잔 즐기려면 마켓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202’가 좋겠다. 패션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섭렵하며 유럽서 명성을 얻고 있는 니콜 파르히의 컬렉션 한가운데서 저마다 수다를 떠는 모습이 뉴욕 그 자체다. ●파스티스=토요일 오전 11시. 늦잠의 유혹이 한창일 시간인데도 브런치를 즐기러 나온 완벽한 패션의 20~30대 젊은이들로 촘촘한 자리가 꽉 찼다. 주름진 빨간 그늘막 탓인지 외관은 허름해 보이는데,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캐주얼하고 와글와글하고 젊다. 리브 타일러, 케이트 보스워스 등 연예인들이 브런치를 먹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어 파파라치들의 표적이기도 한 곳. 입에서 녹아 내리는 5㎝ 두께의 ‘프렌치 토스트(과일 포함)’는 14달러, 감자·팬케이크·연어·계란·치즈가 차례로 올라간 ‘노르웨이식 계란 요리(큼직하게 썬 감자볶음 포함)’는 16달러, 아삭아삭한 각종 야채가 식초 드레싱과 함께 나오는 ‘그린 샐러드’는 8달러. www.pastisny.com, 212-929-4844, 9 9th Ave. ●팻치스 피자리아=‘100년 역사’라는 간판을 보고 반신반의하며 들어간 피자집인데, 결과는 대만족. 얇은 반죽에 치즈와 토마토 퓨레로만 맛을 낸 ‘뉴욕 스타일’ 벽돌 오븐 피자는 감칠맛 나는 ‘끝맛’의 여운을 두고두고 남긴다. 3~4인이 먹을 수 있는 라지 피자 16달러(토핑 하나 추가에 2.50달러), ‘해산물과 매콤한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링기니’는 15.95달러. http://patsyspizzeriany.com, 646-486-7400, 318 West 23rd St.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많은 뉴요커들이 최고로 꼽는 작은 재즈 바. 첼시와 그리니치 빌리지 경계쯤에 있다. 일주일 단위로 연주자를 바꿔가며 매일같이 재즈 라이브를 연다. 오후 9시, 밤 11시 두 번 공연이 있는데 예약을 하지 못했다면 30분쯤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아야 한다(4명이 넘으면 예약 필수). 4월 둘째 주 공연은 2005년 그래미상 ‘최우수 재즈 앨범상’을 수상한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Frisell)의 트리오가 맡았다. 난해한 듯 묘하게 어우러지는 화음에 감동해 발끝을 흔들다 보니 어느덧 공연 끝. 앙코르도 없이 무 자르듯 끝내버리는 한 시간 공연이 못내 아쉬워 자리를 뜨기 어렵다. 입장료 35달러(공연에 따라 약간씩 바뀐다. 10달러짜리 음료 쿠폰 포함), 맥주 10달러, 와인 한 잔 6달러·한 병 24달러부터. www.villagevanguard.com, 178 7th Ave. South, 212-255-4073 앤디 워홀 작품부터 만화 특별전까지 미술관, 비오는 날에 가면 더 좋다 ‘앗! 비가 오네. 미술관에 가야지.’ 뉴욕에 도착한 다음 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미술관을 찾기에 제격인 날이다. 시간은 없고 갈 곳은 많은 뉴욕이다 보니 갈등이 만만치 않다. 일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谷口吉生)의 손을 거쳐 이전보다 두 배 넓고 시원한 모습으로 2004년 11월 다시 문을 연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MoMA)’으로 향했다. 앤디 워홀의 ‘골드 마를린 먼로’,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잔상’,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익숙한 작품(유명 작품은 4~5층 갤러리에 몰려 있다)은 물론 만화 프린트 특별전까지, 하루는커녕 한 주로도 모자랄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궂은 날씨가 오히려 고마울 정도다. 기다란 우산을 가져가 로비에 있는 보관소에 맡겨야 했는데 줄이 길어 맡기고 찾는데 각각 30분은 족히 걸렸다. 우산은 되도록 짧은 것으로, 배낭도 반입이 안되므로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미술관 안에는 2층과 5층 두 곳에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는데 역시 줄이 길다. 티켓은 한 번 끊으면 하루 동안은 다시 입장이 가능하므로 잠깐 나가 요기를 하고 오는 것도 방법이다. www.moma.org, 212-708-9400, 11 West 53 St. 숙소| 어피니아 듀몬트_‘피트니스’를 주제로 한 디자인 호텔. 요가 매트, 조깅을 위한 CD 플레이어 등 운동 기구들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세 명이 족히 누워도 될 킹 사이즈 침대, 커다란 소파, 책상, 텔레비전에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이 갖춰진 주방까지 웬만한 콘도 못지 않은 시설이다. 주니어 스튜디오 스위트(11~16평) 1박 379달러 선(무선 인터넷 하루 9.95달러). 5번가와 가깝다. www.affinia.com, 212-481-7600, 150 East 34th St. 더 타임 뉴욕_브로드웨이 한가운데 위치한 깔끔한 디자인 호텔. 유행을 이끄는 레스토랑이 많기로 유명한 ‘헬스 키친(Hell’s Kitchen)’ 지역과 아주 가깝다. 헬스 키친에 있는 레스토랑 ‘이터리(www.eaterynyc.com)’는 맛있는 음식과 멋진 손님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트렌디한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곳. ‘퀸 베드’ 룸 1박 229달러선(유선 인터넷 하루 9.95달러). www.thetimeny.com, 212-246-5252, 224 West 49th St. ▲ JFK 공항에서 맨해튼까지 택시요금은 45달러+통행료 5달러+팁 5~10달러. 시내에서 공항까지도 마찬가지 ?식당서는 음식 값의 20% 정도를, 바에서는 음료 하나를 시킬 때마다 1~2달러를, 택시 기사에게도 1달러 정도의 팁을 줘야 한다. ?첼시의 갤러리들을 보다 계획적으로 둘러보고 싶다면 ‘첼시 아트 갤러리’ 웹사이트(http://chelseaartgalleries.com)를 먼저 살피자 ?맨해튼 북쪽 센트럴 밸리의 ‘우드베리 커먼 프리미엄 아웃렛(Woodbury Common Premium Outlets)’은 250여 개 브랜드를 25~80% 할인해서 판다. 42가에 있는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에서 왕복 버스가 하루 약 12번 운행한다. 왕복 39달러. www.premiumout lets.com/woodburycommon(버스 시간표 확인 가능), 845-928-4000
(클릭! 새책)그림 읽으며 교양 쌓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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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주기적으로 미술관을 찾는 여유를 지닌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작 크게 마음을 먹고 미술관을 간다해도 그저 눈요기만 하다 오는 경우가 더 많다. 누군가 옆에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면 좋으련만 그렇게 시간이 많고 친절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nbsp;그렇다면 좀더 손쉬운 법을 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내외 명화를 한두권의 책으로 섭렵하는 것이다. 작가의 생각과 그 당시 역사는 물론 그림 뒤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알 수 있는 또다른 재미도 선사한다. ◇세계 명화 100선에 담긴 그림 박물관&nbsp;제목 그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들이 총 집약됐다. 교과서에서, 달력에서도 자주 봤던 익숙하지만 정말&nbsp;쟁쟁한 화가들의 대표적인&nbsp;그림들이다. 책을 펴면 알타미라 벽화를 시작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 밀레의 `이삭줍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뭉크의 `절규` 등 고화에서 현대화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역사가&nbsp;차례대로 펼쳐친다. 그림 감상에 더해 명화 뒤의 숨은 이야기나, 화가의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 등을 읽는 재미도 크다. &nbsp;광기의 천재화가였던 고흐의 경우 한때 탄광촌에서 사명감이 강한 선교사로 생활했으며, 최초의 여성화가라는 이름을 남긴 아르테미시나 젠틸레스키의 작품들이 실은 남자에 대한 복수심을 형상화했다는 얘기는 흥미롭다. 이러 지음, 홍은경 옮김, 크레듀, 1만9000원. ◇조선의 화가 조선시대, 특히 후기 조선시대는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문화 중흥기였다. 당시에는 문인과 화원은 물론 중인 등 폭넓은 계층이 예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양한 예술이 꽃을 피웠다. 이 책은 겸재 정선을 시작으로 풍속도의 천재 단원 김홍도, 미인도의 혜원 신윤복, 신사임당과 오원 장승업 등 유명한 조선화가들과 서민들의 민화에 이르기까지&nbsp;조선시대 미술의 다양한 역사를 담고 있다. 조선 명화에 대한 자세한 해설과 함께 화가들의 삶에 담긴 애환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않았다. 이준구·강호성 편저, 스타북스, 1만5000원.
2007.01.18 I 양미영 기자
우리 엄마 책바다 빠졌네
  • 우리 엄마 책바다 빠졌네
  • ▲ 파주 헤이리 아티누스 안에 있는 레스토랑‘파머스 테이블’에서 차 한잔 앞에 두고 책을 읽고 있는 여성[조선일보 제공] 낙엽 흩날리고, 찬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따끈한 차 한 잔에 소설 한 자락 읽으며 뒹굴고 싶은 게 여자 마음이다. 친구 두셋이 모처럼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면….문제는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아이들이다.어디 맡길 데도 마땅치 않고, 두고 가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날이 추워지니 아이들도 실내에 오래 있으면 좀이 쑤시는 눈치다.이럴 땐 ‘북 카페’만큼 좋은 아이디어도 없다.마침 최근 들어 책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이 서울 안팎에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잔의 차는 입안을 적시고 한권의 책은 마음을 적시고… 도서관 싫어하던 우리 개구쟁이도 여기선 책벌레 가을 여행, 잘 왔다. ◆카페 위 어린이도서관, ‘꿈과 쉼’ 삼청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서울 삼청동 북까페 ‘엔’(02-733-1054)은 전문 바리스타가 끓여내는 달마이어 커피를 마시면서 최신간 양서들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넉넉한 크기의 수제 의자들 덕에 책을 오래 앉아 읽어도 피곤하지 않다. 까페라떼 4000원, 아이스크림 3000원, 샌드위치는 3500원인데, 참치 와사비호밀 샌드위치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곁들인 세트 메뉴(6000원)가 간단히 요기하기에 좋다.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위층에 ‘엔’의 수익금으로 운영하는 어린이도서관 ‘꿈과 쉼’(02-734-1054)이 있다는 것. 신내동에서 초등 3학년 아들과 일부러 이 곳을 찾은 권수경(38)씨는 “큰 도서관에 가면 책이 너무 많아 오히려 골라 읽기가 어려운데 여기는 수필·소설·만화 등 베스트셀러가 선별돼 있고, 월별 코너에 신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 좋다”고 말한다. 도서관에서는 매달 ‘생물화석 표본 만들기’ ‘그림동화 읽기’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미리 체크해볼 것. 나온 김에 경복궁이나 근처 부엉이박물관(02-3210-2902)에 들러도 훌륭한 나들이가 된다. 삼청교회의 넓은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 단, 어린이도서관 이용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다. ◆그림책의 천국, ‘초방’ 이화여대 후문 건너편 골목에 자리한 북 카페 ‘초방’(02-392-0277, www.chobang.com)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갤러리와 서점을 한데 겸한 45평 가량의 공간이다. 길가에 면한 창가 쪽에는 그림책부터 초등학생 동화책 2000여 권이 구비된 어린이 서가와 어린이용 책걸상들이 놓여 있고, 안쪽에는 벽면을 따라 책과 미술작품이, 중앙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볼로냐어린이국제도서전’ 심사위원을 맡았던 신경숙씨가 주인장. 그래서인지 볼로냐도서전에서 수상한 우리 창작 그림책들이 비중 있게 전시돼 있다. 정기적으로 그림책 작가들을 위한 워크숍이 열리는 ‘사랑방’.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일본 그림책 읽기 모임’에서는 일본 그림책을 통해 일본 문화를 탐구한다.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 엄마들을 따라 나들이에 나선 아홉 살 단짝 친구 인화와 윤빈이가 장난을 치며 책을 읽고 있다.◆책이랑 놀아요, ‘헤이리 아티누스’ 12월1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들어서는 어린이 책 복합문화공간.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 온통 어린이 책으로 장식된다. 온라인 서점 리브로(www.libro.co.kr)가 오프라인에 여는 ‘어린이 리브로’(031-948-0740)가 메인 공간. 2만 권에 달하는 어린이·청소년 책과 부모를 위한 자녀교육서가 구비된 2층 서점 안에는 책 모양의 거대 조형물을 비롯해 ‘괴물들이 사는 나라’(모리스 센닥) 주인공들이 꼬마손님들을 반긴다. 15일에 문 여는 네버랜드 피처북 갤러리(031-948-6685)는 국내외 그림책 작가들의 원화를 전시하는 공간. 갤러리 안에는 3000여 권의 그림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책 놀이터’가 따로 마련된다.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파머스 테이블’(031-948-6225)에선 스파게티, 피자 등 이탈리아 음식을 15일부터 판매한다. 화덕에서 막 구워낸 피자(1만1000~1만8000원)는 이 집의 자랑거리. 허브와 빵 굽는 가게, 티 하우스도 들러볼 만하다. 아티누스 말고도 예술마을 안에는 북하우스, 반디 북카페, 동화나라 등 책을 테마로 한 문화 공간이 많으니 산책 겸 둘러보자. ◆오래 되어서 정겨운, ‘진선북카페’ 삼청동 초입의 갈림길 사이 삼각형 땅에 세워진 2층짜리 통나무 카페. 멋진 나무들 아래 야외 테이블을 놓은 정원이 운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과 백과사전, 어학사전류를 합해 3000여 권의 책이 구비돼 있고, 어린이 책도 200여 권 가량 있다. 차 종류는 4000원선, 스테이크는 1만5000원~2만원, 스파게티는 8000원~1만원, 샌드위치는 5000원이다. 주말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으므로, 아이를 데려가기에는 평일 오후가 조용하고 좋다. 모(母)회사인 진선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은 2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밖에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북 카페로 광화문 성곡미술관 맞은 편에 자리한 ‘커피스트’(02-725-5557)와 홍대 앞 ‘다방(D’AVANT)’(02-325-5510)이 있다. ‘커피스트’는 생두를 직접 볶아 우려낸 커피와 직접 만든 쿠키, 빠니니를 맛보면서 카페 주인장이 모아둔 커피·와인·음식 관련 책과 만화, 잡지들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방’은 맛있는 와플, 팬케이크, 에스프레소 커피로 유명하며, 책은 물론 클래식·재즈CD들까지 구비돼 있어 듣고 싶은 곡을 골라 신청할 수 있다.
'달콤한 노란색의 도시' 나가사키 이렇게 즐기세요
  • '달콤한 노란색의 도시' 나가사키 이렇게 즐기세요
  • [조선일보 제공] ▲ 나가사키의 야경●가는 방법=인천-나가사키까지 약 1시간 20분쯤 걸린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리무진 버스로 약 55분 걸린다. ●호텔=가격이 좀 비싸도 좀 더 스타일이 살아있는 호텔을 찾는 여행객에게는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호텔(Best Western Premier Hotel)이나 포르투갈풍의 외관과 아기자기한 객실에, 램프 박물관까지 들어선 몬테레이 호텔(www.hotel monterey.co.jp)을 권한다. ●볼거리= 나가사키 관광 포스터에도 자주 등장하는 ‘글로버가든’은 나가사키항이 내려다 보이는 ‘미나미야마테’(南山手) 언덕에 있다. 스코틀랜드 무역상인 토머스 글로버가 살았던 저택을 중심으로 서양식 건물 8동이 서 있다. 과거 영국 상인들의 숙소로 사용됐던 곳으로, 1만평에 달하는 정원이 조성돼 있다. 16세기 의상을 입고 ‘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다. 입구에 ‘그림책 미술관’(www.douw akan.co.jp)도 있다. ‘데지마’는 나가사키에 살던 포르투갈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1636년 만들어진 인공섬. 오래 전 매립돼 없어진 섬을 사이즈를 축소해 재현해 놓은 ‘미니 데지마’, 네덜란드 무역상사 등도 찾아가볼 만 하다. ●맛집= 19세기말 싸고 양 많은 요리를 찾는 중국 유학생들 덕분에 탄생한 ‘나가사키 짬봉’과 ‘나가사키 사라우동’등이 명물이다. 차이나타운인 ‘신치’에 정통 짬봉집들이 즐비하다. 특제 짬봉과 사라우동이 1000엔 정도. ●쇼핑= 백화점 스타일의 ‘아뮤 프라자’, 크고 작은 상점 뿐 아니라 다이마루 백화점까지 포함한 ‘하만 마찌’(www.haman machi.com) 아케이드가 있다. ●나가사키 관광 정보는 관관청 웹사이트(www1.city.na gasaki.nagasaki.jp/2006/)나 부산에 위치한 나가사키시 관광사무소(051-463-3111)에서 얻을 수 있다. 2박3일 나가사키·후쿠오카 자유여행 ‘여행박사’(www.tourbaksa.com)가 가을 단풍의 절정기에 나가사키와 후쿠오카를 둘러볼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2박3일짜리 ‘나가사키·후쿠오카 자유여행’ 상품은 토요일 출발할 경우 23만9000원부터, 금요일 출발하면 29만9000원부터다(세금 별도). 부산에서 선박을 이용할 경우는 17만9000원부터. 숙박은 비즈니스 호텔(세미더블)급. 추가요금을 내면 유후인이나 쿠로가와 온천 지역의 료칸에 머물 수 있다. 나가사키 ‘베스트 웨스턴’ 호텔에 묵을 경우 1박 당 평일 5만원, 주말 6만~7만원 정도 추가요금이 있다. 12월부터 가격 인상 예정. 문의 1588-5780
주례여고 골목길에 들어서니 ‘친절한 금자씨’가 반기네
  • 주례여고 골목길에 들어서니 ‘친절한 금자씨’가 반기네
  • [조선일보 제공] 설마, 부산에서 영화만 볼 생각은 아니겠죠? 부산은 극장 밖도 극장입니다. 곳곳이 영화의 한 장면이죠. 부산에서의 영화촬영을 지원하는 부산영상위원회 김정현 홍보팀장은 “99년 12월 부산 영상위 설립 이후 지금까지 150편 넘는 작품을 부산에서 찍었다”면서 “두말 할 것 없이 전국 으뜸”이라고 자랑합니다. 영화도시 부산, 잊을 수 없는 영화 속 그 장소 7곳을 따라잡았습니다. 영화보다 멋진 영화 속 부산 7선. >> 바다와 함께 달리는 청사포 철길-‘파랑주의보’ KTX로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해운대 달맞이고개로 달음박질했습니다. 청사포 기찻길을 보려구요. 어른이 된 수호(차태현)가 수평선과 나란히 달리는 철로를 따라 걷다 수은(송혜교)의 목소리에 돌아보던 바로 그 곳. ‘파랑주의보’가 엄청난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이 철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철로의 하나입니다. 전국에 단 두 곳밖에 없는 해변 철로이기 때문이죠. 부산진역에서 포항까지의 동해남부선 중에 해운대역~송정역 사이의 7㎞ 구간. 오른쪽은 동해, 왼쪽은 해운대 해송(海松)을 껴안고 달리는 길입니다. 무궁화호와 통근열차 합쳐도 하루에 10번 정도밖에 달리지 않는 길. 이 구간 무궁화호 요금이 2800원이니, 시간표(www.korail.com) 확인하고 꼭 한 번 타 볼 일입니다. 마침 영화제 열리는 해운대에서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지하철 2호선 중동역에서 달맞이 고개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오면 만날 수 있습니다. 로얄킹덤호텔과 해월정 사이, ‘바다가 보이는 색소폰 라이브하우스’ 건물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세요.&nbsp;▲ 사진 왼쪽은 영화 스틸. 가운데는 부산 그 곳.>> 달맞이 고개 갤러리 몽마르트르-‘도마뱀’ 바다와 기차의 낭만에 취해 언덕을 내려오다 달맞이 고개의 갤러리 몽마르트르를 만납니다. 기억하시죠? 실제 연인이 영화에서도 연인으로 나와 곱절의 화제를 만들었던 지난 4월의 멜로 ‘도마뱀’. 죽음을 앞둔 아리(강혜정)가 자신의 사진전시회에서 마지막으로 조강(조승우)을 만나던 바로 그 갤러리. 아리만큼이나 예쁜 큐레이터 박성희씨가 “마침 전시일정 때문에 영화제 기간에는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환하게 반겨줍니다.달맞이 고개에는 10여 개의 화랑이 모여 있답니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더구나 밤에는 둥실 떠오른 달이 아름다운 산책롭니다. 이곳에서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백년가약을 맺는다는 곳이죠. 청사포 철길과는 걸어서 3분. 미포 6거리에서 시작했다면 달맞이길을 찾아 걸어 올라가세요. 5분이면 간판이 보일 겁니다. (051)746-4202 >> 해운대 요트경기장-‘태풍’ 역시 영화만큼이나 스케일이 크더군요. 블록버스터 ‘태풍’을 찍었던 곳.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시작한 씬(장동건)과 세종(이정재)의 추격이 불을 뿜으며 이어졌던 바로 그 장소죠. 눈이 부실만큼 멋진 요트들이 넓은 바다를 하얗게 물들입니다. 긴 머리 휘날리며 요트에 몸을 싣고 도망치는 영화 속 장동건의 초조함과는 달리, 수백 척 요트가 정박해 있는 지금 이 곳은 너무나 고요합니다. 12일 부산영화제 개막식도 이 곳에서 열리죠. 개막작 ‘가을로’의 야외 상영이 예정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마침 초대형 스크린과 무대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부산영화제의 영어이니셜 ‘PIFF’를 새긴 색색 깃발이 태평양의 바람에 휘날립니다. 부산의 명물 광안대교의 웅장함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구요. 휴일이면 부산시민들은 이 곳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하루를 즐긴답니다. 어때요, 당신도 한 번? 지하철 2호선 시립미술관역에서 바다쪽으로 도보 10분. >> 동래구 온천1동 일식집 고젠-‘올드보이’ 반가웠어요. 물고기 그림이 걸려 있던 자리가 선반으로 바뀐 것만 빼면 하나도 바뀌지 않았더군요. 그래요. 15년간 갇혀 있다 풀려난 오대수(최민식)가 주먹보다 큰 산낙지를 입에 집어넣고 의식을 잃었던 그 일식집, 고젠입니다. 횟집 요리사 미도(강혜정)와 운명의 만남을 갖던 집이기도 하죠. 일식집 고풍스런 현관 앞에는 영화 속 그 장면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습니다. 내친 김에 혹시 산낙지 메뉴가 있는 지 물었습니다. 사람 좋게 생긴 박남용 조리이사가 껄껄 웃더군요. 코스요리 서비스 음식으로 잘게 잘라 내놓기는 하지만, 어디 그렇게 커다란 놈을 통째로 손님께 드리겠냐구요. 고젠(御鮮)은 “황제의 밥상”이란 뜻. 가격이 만만치 않은 고급 일식집입니다. 점심특선 스시세트가 1만5000원, 저녁의 코스요리는 4만원부터 시작합니다.지하철 1호선 명륜동 역에서 금강공원 쪽으로 걸어서 10분. 언덕길입니다. (051)553-9771 >> 범일동 삼일극장-‘친구’ 당황했습니다. ‘원초적 정사 2’와 ‘원초적 정사 3’이 동시상영중이더군요. 그 극장이잖아요. 8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전국에 부산사투리를 전염시켰던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 고등학생이던 유오성 장동건 서태화 정운택이 단체관람하러 갔다가 패싸움을 벌이던 바로 그 극장. 삼일극장은 에로영화 전문 동시상영관으로 바뀐 지 오래였습니다. 극장 입구 한 쪽 의자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30년 전만 해도 최고였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계단에서 막 굴러 떨어지고 그랬어”라고 하시는군요. 순간, 피곤에 지친 얼굴의 30대 남성이 혼자서 표를 끊어 들어갑니다. 극장 간판에는 안소영 주연의 ‘애마부인’과 로버트 데니로의 ‘디어 헌터’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언제 상영했는지 모를, 그 옛날 손으로 그렸던 영화 간판, 바로 그 그림이죠. ‘친구’의 흥행 이후 부산시는 이 곳 삼일극장부터 범일동 구름다리까지를 ‘친구의 거리’로 명명하고 2001년 5월 현판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삼일극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올해까지라는군요. 도로 확장 때문에 곧 철거될 운명이랍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건배. 참고로 한 집 걸러 삼성극장에서는 ‘산딸기 5’와 ‘그녀의 붉은 곳’이 동시상영중이었습니다. 1호선 좌천동 역에서 현대백화점 쪽으로 걸어서 5분. >> 사상구 주례여고 앞 골목길-‘친절한 금자씨’ 아찔했습니다. 주례여고 정문 앞에서 아래를 굽어보니 경사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1970년대와 2000년대가 공존하는 ‘동시패션’의 도시 부산에서도 가장 최전선에 있는 곳. 학교 앞의 ‘아이비 서점’에서는 책만 파는 게 아니었습니다. 여자스타킹부터 넥타이, 그리고 일회용 카메라까지. 그 옆 전신주에 붙은 ‘방 2, 매매가 3000만원’(전세가 아닙니다)라는 벽보가 눈에 띕니다. 금자씨(이영애)는 그 전신주 옆을 지나 눈 덮인 밤길을 걸어갔었죠. 빵집 소년이 부르는 ‘빨간 구두 아가씨’ 노래에 맞춰. 마지막엔 두부케?에 얼굴을 묻으면서. 골목길 한 쪽에 있는 조그마한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먹었습니다. 다시 굽어보니 부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동서고가도로와 백양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군요. 새로 지은 초고층 아파트들까지. 하지만 이곳은 모든 것이 멈춘 듯, 고요합니다. 그 정적이 마음에 들었다면 실례일까요. 2호선 냉정역에서 5번 마을버스를 타고 주례여고 앞에서 내리세요. 꼭 타세요. 걷기에는 땀이 꽤 흐를 겁니다. >> 중앙동 40계단-‘인정사정 볼 것 없다’ 솔직히 처음엔 시시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그렇게 높고 길어 보이더니, 나지막하더라구요. 바바리코트 깃을 올려 세운 장성민(안성기)이 오르락내리락 계단을 누비며 살인을 저지르던 중앙동 40계단. 하지만 점점 이 계단에 정이 갑니다. 40계단에는 사연이 있더군요. 한국전쟁 시절, 이 계단을 사이에 두고 윗동네와 아랫동네가 갈렸답니다. 위쪽은 피난민들의 판자촌, 아래쪽은 관청과 시장이 들어서 있던 동네로 말이죠. 또 서로를 잃어버릴까 걱정하던 피난민들이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던 계단이기도 하답니다. 2004년에는 아예 중구청이 이곳을 ‘테마거리’로 지정, 문화의 거리로 만들었습니다. 계단 중앙과 거리 곳곳에는 조각상도 들어서 있더군요. 아 참,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사실 하나. 40계단을 마주 선 자세에서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려보세요. 20m 앞에 ‘중앙 간판’이 보일 겁니다. 그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폭이 1m밖에 안 되는 40계단이 숨어있습니다. 사실, 원래 40계단은 이곳이라더군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계단 폭이 좁아졌고, 10여년 전 중구청에서 지금 자리로 옮겼답니다. 1호선 중앙동 역에서 걸어서 3분.
가을 쇼핑가 ‘아트마케팅’ 바람
  • 가을 쇼핑가 ‘아트마케팅’ 바람
  • [조선일보 제공] 푸른 하늘과 함께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소슬하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문화의 달’, 가을이 오면서 유명 백화점과 의류업체에서는 매장에 미술품을 전시하거나 갤러리 전시를 기획하는 등 문화적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전시회는 일부 입장료를 내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무료이거나 비교적 저렴하게 감상할 수 있다. 굳이 전문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쇼핑 가는 길에 잠시나마 마음을 식힐 수 있는 것. 예술의 감동을 느끼려는 사람에게는 쇼핑과 함께 알뜰한 관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 전시 중인 설치작가 리경의 작품. 에비뉴엘은 9월 말까지 전체 매장을 리경의 작품으로 꾸민다.◆매장이 곧 전시장 롯데백화점 본점 옆에 있는 명품관 에비뉴엘에서는 9월 한 달 동안 설치작가 리경(본명 이경은)의 작품 40여점을 전시한다. 에비뉴엘 지하2층부터 지상 4층까지 매장 곳곳에 작품을 설치해 마치 매장 전체를 갤러리 같은 분위기로 꾸몄다. 롯데백화점 김종환 과장은 “리경의 작품들은 ‘천지창조’ 등 르네상스 거장의 작품에서 주요한 모티프를 변형하거나 삭제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에비뉴엘 김종환 과장은 “매장을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 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서울 목동점은 21일까지 7층 갤러리에서 서양화가 김금안의 회화전을, 9월 22일부터 10월 8일까지는 색채치유작가 장성철의 ‘몸이 좋아하는 그림전’을 연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하지성씨는 “장성철의 전시는 작품을 보면서 몸과 마음의 균형 상태를 찾도록 하는 작품으로 ‘머리가 맑아지는 그림’ ‘기운을 북돋아주는 그림’ 등이 있다”고 말했다. LG패션의 남성복 브랜드 TNGT에서는 설치미술작가 강현선과 손을 잡고 명동 매장 전면에 미술작품을 전시한다. LG패션의 서영주 과장은 “전면 창문에 자동차 도로 모양의 작품을 전시하며, 매장 내부의 벽면에도 작품을 전시한다”면서 “앞으로도 전체 매장을 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패션 브랜드 기비(givy)가 헤이리 예술마을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클라우스 하파니에미 작품. 클라우스 하파니에미는 패션과 동화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그래픽 아티스트다.◆진짜 갤러리에서 감상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은 내년 3월 2일까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디아모레 뮤지움’에서 ‘소반-소박함 속에 밴 다양함’이란 주제의 전시회를 연다. 젊은 세대에게 잊혀져 가는 소반(小盤)의 아름다움을 알리자는 것이 전시회의 의도다. 지역별 소반의 특징과 특수 용도의 소반 등으로 전시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용 전시관인 ‘디아모레 뮤지움’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입장료는 무료(031-280-5597). 패션의류 브랜드 기비(givy)에서는 경기도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꿈 그리고 숲’이란 주제로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 클라우스 하파니에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정준섭 이사는 “클라우스 하파니에미는 패션과 동화책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인기 작가”라면서 “그의 작품은 동화적이고 판타지한 감각으로 핀란드의 자연을 재현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하파니에미의 작품은 헤이리의 희원 등 3개 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한 사람당 5000원을 내면 3곳 갤러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문의(031)948-9831~2
(클릭! 새책)술꾼이 돈을 더 잘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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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세상사에 호기심이 사라지고 자장면이 맛 없어지면 늙은 징조라고들 하던가? 낄낄대며 또는 오싹오싹 공포를 느끼며 읽다보면 불현듯 궁금한 게 많아지는, 노화 방지책으로 손색 없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웃는 지식 "술을 끊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최고 50%까지 소득이 떨어진다" 술꾼이 돈을 더 잘 번다니? 게다가 이런 상관관계를 누가, 어떻게 연구했을까? 새책 `웃는 지식`은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모기가 그 무엇보다 열광하는 것은 겨드랑이 땀 냄새도, 치즈 냄새도 아닌 오래 신은 양말 냄새라는 걸 몸소 실험한 생물학자, 발이 작다고 눈치 주는 장모에게 스트레스 받아 발 길이와 페니스 크기의 상관관계를 직접 연구한 과학자, 커피에 비스킷을 찍어 먹다 불현듯 과자와 음료의 함수 관계를 파헤치고, 잡지를 읽다가 누드사진과 기억력의 상관관계가 알고 싶어지는 과학자들. 책은 `엉뚱하고 기묘한` 연구에 수상하는 이그노벨상 수상자들과 탈락자들의 기상천외한 발명·발견 이야기를 모았다. 저자 마르크 베네케는 곤충학 전문 법의학자로 활동중인 생물학자. `인체의 신비` 전시회를 주최했다. 박규호 옮김. 북로드. 9000원. ◇괴물딴지 미스터리 사전 엽기적인 괴담에 흥미를 느낀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하루 방문자수 1만명의 오컬트 사이트 괴물딴지(www.ddangi.com)의 인기 이야기 124가지를 모았다. 얼마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에르미타슈미술관에서 국보급 비잔틴 시대 성화 한 점이 철거됐다. 이유는 그림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에너지가 나와 세 명의 직원이 사망했기 때문. 지금도 그 성화는 창고에 보관되고 있다고. 인간이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의 사진은 과연 진짜일까? 대기가 없는 달 표면에 꽂은 깃발이 펄럭이는 점, 그림자 방향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은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누가 JFK를 쐈는지, 히틀러가 정말 자살했는지 등 역사속에 숨겨진 미스터리 부터 세기의 살인마,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기이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유상현 지음. 신동민 그림. 해냄. 9800원.
2006.08.31 I 전설리 기자
  • 사람들이 비웃었던 그 소년, 유명 아티스트로 성장하다
  • [조선일보 제공] “열일곱에 가출해 그림을 그리면서 막막할 때도 있었죠. 주변 사람들이 그래가지고 깡패 밖에 더 되겠느냐’고 비웃을 때마다 혼자 속으로 되뇌었어요. ‘나는 그림을 그릴 거다!’라고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혼자 책을 보며 그림을 그리던 한 남자 아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독학으로 만화, 초상화, 벽화를 섭렵한 지성진(28)씨. 그림에 매료돼 고등학교까지 중퇴한 그가 스프레이로 벽에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예술 ‘그래피티’에 정착했다. 지씨는 월간 톱클래스 9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장소와 배경에 구애 받지 않고 여기저기 낙서를 하듯 그림을 그리면 온 세상이 다 캔버스”라며 “여러 일을 해봤지만 그림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지씨의 활약은 눈부시다. 2004년 서태지의 ‘Live Wire’, 휘성, 양동근의 뮤직비디오와 영화 ‘S다이어리’, ‘내사랑 싸가지’, ‘6월의 일기’, 드라마 ‘루루공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매체에서 접했던 그래피티 중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각종 그래피티 대회의 심사위원도 단골로 맡았다. 영화, 드라마, 광고에도 출연했고, 다큐멘터리 주인공이 된 적도 여러 번. 이쯤 되면 ‘종합 엔터테이너’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다. 지난 6월 광릉 아프리카 미술박물관 그래피티를 성공리에 마친 그는 최근 SK건설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짓고 있는 도심형 실버 레지던스 ‘SK 그레이스힐’의 내부 디자인을 맡았다. 거실 바닥에 연못, 수풀 등을 그래피티로 그려 넣어 실버 주택에 젊은 감각을 가미하면서 큰 호응을 얻어냈다. 지 씨는 서너 살 때부터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에 다닐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림이 배워서 되는 건가요? 열정만 있으면 되지”라고 했다. 중학교 시절엔 마로니에 공원에서 자화상을 그려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에서 본 그래피티에 완전히 빠져든 그는 아예 학교를 그만뒀다. 집에서 그림을 못 그리게 해 가출까지 했다. 그림을 배우는 데 학교 도움을 받은 적이 없지만, 몇 년 전 모 대학에서 그래피티 학과를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당시엔 교수 임용 제안도 받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제게 어느 대학 나왔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요즘은 제가 고교 중퇴인 게 다 알려졌는지 고등학교도 졸업 안 했는데 어떻게 그림을 배웠느냐고들 물어요.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니 학력도 무의미해지던 걸요.” 지씨의 꿈은 자신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어머니를 위해 집을 한 채 사드리는 것이다. 현재 통장 잔고는 비어있지만, 그래도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며 자랑이다. 벽에 낙서를 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도시 곳곳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성진씨. 미국의 낙서화가 장 바스키아처럼 주체할 수 없는 낙서 본능으로 현대미술의 스타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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