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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비핵화’ 원칙 지키며 ‘핵공유’ 묘수 찾았다
  •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다음은 28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1면-‘비핵화’ 원칙 지키며 ‘핵공유’ 묘수 찾았다-증권사도 ‘작전세력’ 알았나..금융위, SG사태 전방위 조사-반도체 반전 노리는 삼성...최악 적자 속 최대 투자-거야, 간호법 강행...의료계 갈등 증폭 △종합-창업주 주식 의결권 10배 보장 ‘투자유치·경영권 보호’ 잡았다-‘KG모빌리티’ 상장 유지...오늘부터 거래△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대책-피해자에 경매유예 신청권·공공임대 입주권 부여...공은 국회로-최저금리 1.85% 최대 4억원...낙찰대금 대출 지원-반도체·첨단학과 정원 증원...지방대 1012명, 수도권 817명 △한미 정상회담-대통령실 “사실상 미국과 핵공유”...美 NSC “전례없는 확장억제 약속”-한미일 협력 공감...내달 3국 정상회담 추진-바이든 “거룩한 관계”...尹 “한미는 혈맹”△종합-삼성, 2분기 감산효과 가시화...R&D·인프라 투자로 하반기 반등 노린다-‘한국판 록히드마틴’...아버지의 꿈, 아들이 이룬다-가루쌀 짜장라면·오예스 나온다-SG증권發 ‘매도폭탄’에 나흘째 하한가..작전 시작가까지 내려야 거래 늘 것△정치-野 원내대표 후보에게 묻다..홍익표 의원 “헌신·혁신 통해 국민신뢰 높일 것”, 박광온 의원 “공정한 공천으로 당 통합 이룰 것”-국회 통과한 간호법·의료법·쌍특검...與 “두번째 거부권 건의할 것”-與, 김현아 공천헌금 의혹 조사 착수 △경제-증권사 7곳 물가상승률 전망 설문조사..“4월 물가상승률 3.7% 전망..2분기 2%대 진입 가능성”-고물가에...직장인 월급, 작년보다 11만원 줄었다-남부발전, 美 트럼불 가스복합발전소 첫삽 떴다△금융-1분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4대 금융지주-4대금융, 1분기 충당금만 1.7조 더 쌓았다-저축銀 1분기 600억 적자 전망...“하반기 안정될 것”-全 금융권 참여 PF 대주단 협약 가동..부실 PF사업장 ‘숨통’ 기대감△Global -퍼스트리퍼블릭 주식 ‘휴지조각’ 전락...다시 공포 확산-아르헨도 ‘결제 사용’ 세력 넓히는 위안화-허리띠 졸라맨 메타 ‘깜짝 실적’-英, MS-블리자드 초대형 M&A 제동-“정치적 보복 말라”..디즈니, 디샌티스 제소△산업-가전 끌고 전장 밀고 LG전자 1분기 ‘깜짝 실적’-신동빈-전용진, 인천대전...롯데·신세계 랜드마크 개발 경쟁 -美 진출 ‘속도’ 라인업 ‘다변화’ 삼성SDI 배터리 2분기도 맑음-버스만 한 심장이 3개...LNG·LPG 복합발전 OK△산업-29.7만명 정보유출, 5회 디도스 공격당한 LGU+...원인은 ‘보안 불감증’-근손실은 못 참지...단백질 식음료 ‘전성시대’-살아나는 껌 시장...롯데웰푸드 1분기 매출 전년비 10% 쑥△정하윤의 아트차이나-휴지조각 된 미술사, 다시 시작된 미술사△증권-롤러코스터 탄 4월 증시, 기관은 즐겼다-美 빅테크는 역시 강했다..북미 주식형 펀드 12%↑-“배터리주 유망하다고?” 하락에 베팅한 개미는 웃었다-수익률 1위 배당주펀드도 안 담는다, 박스권 갇힌 고배당주-하늘길 열린 LCC, 가볍게 날아올랐다△부동산-전세거래 한달 새 반토막...역전세 공포 덮친 오피스텔-계약금 5% 정액제, 중도금 전액 무이자..‘힐스테이트 원주’ 분양-서울 강북 ‘국평 아파트’ 전셋값 2억 빠져..세입자도 집주인도 발동동△스포츠-동생아, 마지막이라 떨리는구나 -“김병지 보며 축구 꿈 키웠죠. 이젠 아이들 꿈 키워줄 차례”-악명 높은 바람 잠잠..로컬룰 적용해 공 15cm 옮길 수도 △MICE-서울시, 세계 최대 e스포츠대회 ‘롤드컵’ 유치...S-마이스판 키운다-국내 대학이 베트남 마이스 교육 맡는다-국제 커피행사·기후에너지 산업전..부산세계박람회 ‘마이스 마케팅’ 시동△오피니언-[목멱칼럼]최저임금 이대로는 안된다-[기사수첩]공인중개사, 전세사기 공범 이미지 벗으려면 -[공관에서 온 편지]‘항공우주 강국’ 이탈리아의 재발견△피플-“7~12세 상대 ‘몸캠피싱’..이런 악질 범죄 꼭 잡아야했죠”-박지원 회장, 美 SMR 선도 업체와 연쇄 회동-“네이버 검색하듯..공공서비스, 하나의 사이트서 해결케 할 것”-“매순간 한 발짝씩 나아가..치유의 원천이죠”△사회-저질체력 아이들...운동장 1바퀴도 ‘헉헉’-檢 “송영길 출석 일정 미정, 지금은 돈살포 중점 수사중”-오세훈표 안심소득 2단계..서울시, 3805가구 선정-조윤선, 윤학배 다시 재판 받는다-SKY 정시 합격자 10명 중 7명 서울·경기 출신
2023.04.27 I 하지나 기자
'현대유산' 남산 힐튼호텔…설계자 김종성 건축가가 바라는 개발 그림은
  • '현대유산' 남산 힐튼호텔…설계자 김종성 건축가가 바라는 개발 그림은
  •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서울스퀘어가 지금 23층보다 더 높아져야 해요. 힐튼호텔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여도 문제없어요. 양동 재개발 구역 전체를 볼 때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조화롭게 섞여야 입체적 디자인 구성이 나오거든요. 국제적 대도시 서울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한국 현대건축가 1세대’ 김종성 서울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명예대표는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힐튼호텔)의 내부는 보존하되 서울역 일대 ‘큰 그림’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김종성 건축가 (사진=김태형 기자)◇ “호텔 알루미늄 외벽·아트리움 보존해야…새 건물과 연결”40년간 남산 자락을 지켜온 서울 중구 힐튼호텔. 김 건축가가 처음 설계한 호텔이자 인생에 ‘한 획’을 긋게 한 건물이다. 그는 이 호텔 설계를 의뢰했던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당시를 회고했다. “(김우중 회장이) 나하고 면담 한번 하더니 호텔 지을 생각이 있냐고 하더라고. 그 분은 상대방하고 같이 일하면 될지, 안 될지를 금방 결론내리는 사람이에요. 난 호텔은 해본 적 없었지만 백지에서 시작한 건 아니었지. 지금 부영이 갖고 있는 소공동 땅이 당시 효성 거였거든. 효성이 거기에 호텔을 지을지 계획해달라고 해서 나도 (호텔 설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상태였지.”김 건축가는 미국 일리노이 공대 건축학과 교수 직도 내려놓을 정도로 힐튼호텔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힐튼호텔은 한국 정치사의 굵직한 협상 무대로 활용되면서 역사적·건축적 가치가 높은 건물로 등극했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현대건설과 함께 힐튼호텔을 철거하고 인근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와 시너지가 나게끔 개발할 계획이다. ‘분신’과도 같은 건물이 철거된다는 소식에 김 건축가는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호텔에서 건축·문화적 가치가 있는 부분은 유지하면서도 개발업체의 재산권은 훼손하지 않는 대안이다. 힐튼호텔 (자료=김종성 건축가)김 건축가가 보존을 원한 곳들은 크게 두 곳이다. 첫 번째는 알루미늄 소재로 된 ‘커튼월 외벽’이다. 당시 국내 호텔의 90%는 외벽이 ‘콘크리트 판넬’이었다. 하지만 김 건축가는 국제사회에서 선호되던 알루미늄 외벽을 도입하는 혁신적 시도를 했다. 다른 하나는 브론즈·대리석 등 3~4가지 재료로 마감한 ‘아트리움’ 공간이다. 아트리움이란 현대 건축에서 지붕이나 벽을 유리로 만든 실내 공간을 뜻한다. 건물 내부에 아트리움이 있으면 햇빛이 잘 들어서 옥외 광장에 있는 느낌을 준다. 힐튼호텔의 ‘아트리움’을 보면 당시 지어진 건축물에 비해 천장고가 높다. 아래층 바닥에서 2층 꼭대기까지 높이가 18m에 이른다. “객실 1000실짜리 롯데호텔도 천장이 생각보다 높지 않거든요. 반면 힐튼호텔은 천장이 높아서 답답하지 않고 시원해 보이죠.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니라 대중(퍼블릭)을 위한 공간인 겁니다. 내가 보존을 원하는 ‘내부 공간’을 전부 개방해서 새로 지어질 건축물 로비와 서로 연결하면 됩니다.” 만약 보존된 힐튼호텔 옆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자칫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는 일본 사례를 들며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도쿄 미드타운 업무시설과 리테일 시설은 인접한 건물과 외벽 디자인이 달라도 이질감이 없어요. 메인 로비가 다른 재료로 구성돼도 하나의 도시를 구성하는 표면재료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힐튼호텔 로비를 보존해도) 이질적일 가능성은 ‘제로’예요.”힐튼호텔 내부 (자료=김종성 건축가)◇ “공중권 도입해야…힐튼·메트로·서울로·남산그린 통합개발”김종성 건축가는 이지스자산운용이 힐튼호텔과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 건물을 통합 개발하는 것에 ‘대찬성’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별 건축물 단위로만 개발해선 안 되고 양동 재개발 구역의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 건물 뿐만 아니라 인근 SK남산그린빌딩과 서울스퀘어, 남대문경찰서, 서울역 일대 대로변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유럽 등 외국에서 보편화된 ‘공중권’(air right) 도입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공중권’이란 특정 땅의 용적률이 활용되지 않았을 경우 법규상 허용범위 내 있는 다른 땅 주인이 그 용적률을 매입할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성당은 층수가 1층이고 용적률은 20%밖에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만약 성당이 중심상업지구에 있으면 유럽의 경우 용적률 1200%까지 개발할 수 있는데 성당이라서 용적률을 20%밖에 못 쓴다. 이 경우 나머지 용적률 1180%를 법적 허용범위 내 있는 다른 땅 주인이 매입할 수 있다. 힐튼호텔 인근에 공중권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개별 건물의 면적이 작아서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활용해도 ‘랜드마크’ 건물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로타워, 메트로타워는 허용용적률 800%로 지어도 개발하면 18층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미래의 서울을 생각하면 그 지역은 18층 건물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게 김 건축가의 생각이다.“(힐튼호텔, 서울로타워, 메트로타워를) 통합 개발하는 것에 100% 찬성입니다. 근데 SK남산그린빌딩도 같이 묶어 개발해야 도시설계 관점에서 균형이 맞아요. 그러려면 서울시가 땅 주인의 공중권을 인정해줘야 해요.현재 서울스퀘어는 지상 23층인데, 더 높아져야 합니다. 적어도 30여층은 돼야 해요. 인접한 다른 땅의 공중권을 합리적 가격에 사서 서울스퀘어에 보내는 거죠. 양동지구 안에는 쪽방촌 등 공중권을 팔 만한 부지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면 서울스퀘어는 서울역 앞 관문으로서 36층짜리 손색 없는 건물이 됩니다.”그는 남산·성곽 등 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제한’ 문제도 문화재청이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힐튼호텔 바로 앞에는 한양도성 성곽과 남산이 있다. 사대문 안의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 건축물은 높이기준인 앙각(올려다보는 각)을 맞춰야 한다. “역사 문화재를 가리지 않기 위해 ‘앙각’이라는 고도제한이 있는데 이걸 문화재청이 20%까지 완화해준 사례가 있거든요. 힐튼호텔 서쪽에서 서울스퀘어까지 신축되는 부분은 높이 90m 규제가 적용되지만, 20% 완화하면 108m까지 가능해지는 거죠.”◇ “서울역 대로 지하화, 언젠간 해야…양동지구 큰 그림 중요”서울스퀘어가 너무 높아지면 힐튼호텔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 않을까. 그는 이런 우려에 대해 ‘도시 디자인’ 측면에서 문제 없다고 일축했다. “도시 디자인에는 변화, 대조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콘’ 역할을 하는 건물이 있으면 주변에 낮은 건물들도 몇 개 있어야 돼요. 낮은 건물들도 똑같은 높이가 아니라 어디는 높고, 어디는 낮은 식으로 입체적 구성이 돼야 하죠. 도시 디자인 관점에서 균형 잡힌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도록 서울시가 장기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특히 김 건축가는 서울역 앞 대로변 지하화는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 등 국제적 대도시의 철도 종착역 앞은 대부분 도보로 횡단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역도 언젠가는 도로를 지하화해서 지상에 공원부지를 조성하고, 서울스퀘어 4층과 힐튼호텔 로비까지 대중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본 도쿄역 마루노우치 쪽 역사 (사진=도쿄역 페이스북)그는 과학적으로 공사 관리하는 기법이 크게 발전해서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8차선 도로 중 4차선은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4차선을 지하화하는 공사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다. 공사가 끝나면 다시 나머지 4차선 공사를 진행한다.물론 이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초대형 공사가 불가피하고, 교통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서울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봤다.“(지하화로 겪는 교통난은) 다른 세계적 대도시들이 다 한 번씩 겪는 홍역이에요. 뉴욕 펜실베니아역이 새로 탄생하기 위해서 옛날 우체국 건물에 유리 지붕을 씌우고 기차가 아래로 들어오게 했거든. 뉴욕 시내는 한 4년 정도 정체됐지만, 그 4년의 희생 덕분에 지금은 얼마나 자랑거리가 됐는지. 서울역 앞 지하화 공사도 우리 시민들이 몇 년은 겪어야할 고통이 될 거에요. 하지만 누가 해를 입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좋은 사업이에요. 언젠가는 해야 합니다.” 김 건축가는 남대문경찰서가 서울역 앞 전면에 있는 것보다 후암동 뒤쪽에 들어가는 것이 도시계획 관점에서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50년 후 재개발되는 양동지구의 비전을 생각하면 남대문경찰서가 서울역 앞을 차지하는 건 부자연스러워요. 양동 재개발 지구의 다른 곳에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후암동 길이라든지.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요.”◇ “힐튼 외 아끼는 작품, 서린동 SK빌딩과 서울역사박물관”김종성 건축가의 주요 작품은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울시내 건물만 꼽아도 남산 힐튼호텔, 아트선재센터, 서울역사박물관, 서린동 SK빌딩,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서울로타워(구 대우재단 빌딩), 서울대박물관, 우리금융아트홀(구 88올림픽 역도경기장) 등 즐비하다.그에게 힐튼호텔 외에 가장 애착이 가는 건물이 뭘까. 그는 주저없이 ‘SK서린빌딩’과 ‘서울역사박물관’을 꼽았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오피스 빌딩을 하나만 꼽으면 당연 SK서린빌딩이죠. 내가 설계한 18층짜리 오피스 빌딩은 여럿이지만, 36층짜리는 그거 하나밖에 없거든요. 디자인도 제일 자랑스럽구요. 실사용 면적에 비해 부대면적의 효율이 아주 높죠.다른 하나는 서울 역사박물관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경험을 다 담은 땅이죠. 그 자리에는 일제시대 때 일본 정부 관계자 자녀들을 교육하는 경성중학교가 있었는데 역사박물관이 들어선 거에요. 공사 도중에 유구(옛날 토목건축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가 나와서 남겨놓다 보니 건물이 ‘디귿자’가 됐습니다. 규모가 2만㎡인데, 서울시내 그 정도 규모 문화시설은 많지 않죠. 그래서 굉장히 애착이 갑니다.”‘국내 현대건축 1세대’인 김 건축가를 기념하는 건물을 세운다면 어떤 스타일을 원할지 궁금했다. 글로 기억할 수도 있지만 건물로 기억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우리 시대는 기념관을 짓는 시대가 아니다”며 웃음지었다. “내 도면, 작업물들은 과천 현대미술관에 전부 기증했어요. 목천문화재단은 나 포함한 건축가들 인터뷰 기록을 담은 구술집(대화록)을 만들었구요. 그걸로 됐죠. 다만 길 가다 누구나 들를 수 있는 정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술집을 여러 부 갖다놓고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모니터에 띄울 영상도 만들구요. 수익이 생기면 들어온 사람한테 음료도 제공하구요.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김종성 건축가 (사진=김태형 기자)◇ 김종성 건축가 프로필△1935년 출생 △경기고등학교 졸업 △일리노이공과대학 건축학 학사 △일리노이공과대학 대학원 건축학 석사 △미스반데어로에 건축연구소 근무 △일리노이공과대학 건축학, 플래닝 앤 디자인 학장 △서울건축종합건축사 사무소 대표 △한국건축문화대상 입선(아트 선재센터) △한국건축가협회상(SK빌딩) △파라다이스상 심사위원 △제1회 한국건축가협회 골드메달
2023.04.27 I 김성수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전 세계 사회공헌 활동 앞장선다
  • 미래에셋자산운용, 전 세계 사회공헌 활동 앞장선다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며 인재 양성 및 교육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룹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경제 분야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06년 미래에셋은 우리아이펀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리더대장정’을 처음 실시 한 후, 2010년에는 대상을 전국 초등학생들로 확대해 ‘우리아이 스쿨투어’, ‘우리아이 경제교실’ 및 ‘우리아이 경제박사 캠프’를 선보였다.우리아이 스쿨투어는 바쁜 아이들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를 직접 찾아가 전문강사와 함께 진행되는 맞춤형 경제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0년 수도권에서 시작해 지방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보드게임, 퀴즈 등을 통해 경제상식을 넓혀주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건건한 경제관념을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우리아이 경제교실은 다양한 특강과 재미있는 보드 게임을 학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학습형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우리아이 경제박사 캠프(온라인 포함)‘ 및 ’청소년 금융 콘서트‘는 지금까지 각각 4161명, 5292명이 참가하며 다소 낯설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경제, 금융상식과 지식을 높여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국내를 넘어 해외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이 자서전을 통해 “이 땅의 젊은 금융 인재들이 세계로 흩어져 서로 인적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며 글로벌 인재 육성을 강조한 것처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베트남과 인도 등 현지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2018년 1월 설립된 ‘미래에셋재단(인도)’은 학사, 석사, MBA 과정 지원 및 저소득층 지원사업 등 다양한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IIM MBA 및 석사 과정 지원 사업’을 통해 인도 9개 대학교와 연계해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대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고 있다.미래에셋재단(인도)은 우수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사회취약계층 청소년과 아동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식과 경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기관들과 협력해 ’저소득층 청소년 및 아동 학비지원‘, ’장애인 교육 지원‘ 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 낙후된 지역의 교육 환경 향상을 위해 인도 전역에서 9개 교육기관을 선정해 컴퓨터, 태블릿을 지원하는 등 교육 인프라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또 미래에셋그룹의 사회공헌 재단인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2000년 설립 이래로 20여 년간 꾸준하게 인재육성 중심의 사회공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대학생들을 위한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 프로그램이다. 이는 우리나라 젊은 인재들이 폭 넓은 지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코로나 19로 기존 활동 진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모색하였다. 해외탐방캠프 프로그램 운영이 중단되면서 2021년 새롭게 추진한 ‘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 프로그램은 아동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활동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세계 문화, 음악미술, 창작활동을 주제로 동영상 강의와 체험이 접목된 키트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총 300여개 아동복지시설이 참여하며 큰 호응을 받았다.‘청소년 비전프로젝트’ 프로그램은 아동복지시설 초등학생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메이커 교육캠프로, 기존 대면 방식의 캠프를 온라인 원격 수업과 방문 수업으로 전환해 진행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들을 선정해 창의적, 융합적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의 비전을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실천한다는 그룹의 핵심 가치에 따라 투명경영을 영위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며 기업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3.04.25 I 이은정 기자
아들 386 컴퓨터서 채굴한 이미지 '창조 데이터'가 되다
  • 아들 386 컴퓨터서 채굴한 이미지 '창조 데이터'가 되다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9년. 코디 최(62) 작가는 유치원생 아들 조이의 386 컴퓨터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들은 컴퓨터 드로잉 프로그램인 ‘3D 컬러링 북’으로 동물의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연필이 아닌 마우스로, 창의력보다는 사전에 제공된 템플릿의 조합으로 가상 세계 이미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데이터의 창조 개념을 고민하던 그는 다가올 21세기에는 상상력이 아닌 데이터가 창작의 자원이 될 것이라 확신하게 됐다.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아들이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해킹해 디지털 이미지를 얻어냈지만 이미지가 너무 작아 쓸 수가 없었다. 이들 이미지의 바이트(Byte)를 증폭시키는 데에만 꼬박 1년을 쏟았다. 어렵사리 얻은 증폭된 이미지들은 수백 개의 이미지 데이터로 발전시켰다. 그는 이를 ‘창조 데이터’라 부른다.디지털 아트의 선구자 코디 최 작가(사진=PKM갤러리).데이터베이스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코디 최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린다. 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코디 최의 개인전 ‘헬로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데이터의 프린트와 전통 회화 기법을 결합한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신작 33점과 2022년에 제작·등록한 NFT 작업 9점을 공개한다.최근 PKM갤러리에서 만난 코디 최는 “데이터베이스 페인팅은 만들때마다 새로운 이미지들이 나오기 때문에 점점 더 진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재밌는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작가는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을,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1990년대 중반 뉴욕 다이치 프로젝트 개인전, 1996년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개관 기념 그룹전 등으로 일찍이 국제적 작가로서 명성을 다졌다. 2017년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그는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로 불린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선구적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작업의 주요 소재로 채택해 왔다. 그의 작품들은 픽셀로 찍은 고양이와 개의 이미지를 더하고, 곱하고, 지우는 식으로 작업한 것이다. 그 위에 적게는 400번에서 수천번 층층이 색을 쌓아올리는 ‘레이어링’ 기법을 더했다. 이같은 그의 작업방식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사슬 형태로 연결하는 블록체인 기법과 흡사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앞선 것이었다.코디 최 ‘Database Painting Animal Totem Hello Kitty A1’(사진=PKM갤러리).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픽셀 이미지 속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숨어있는 추상화처럼 보인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감 속에서 동물들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전시명인 ‘헬로키티’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작가 존 밀러가 붙여준 제목이다. ‘토템’은 원시 사회에서 부족·씨족 구성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식물이나 자연물을 의미하는 말이다. 코디 최는 “헬로키티는 아시아권에서 1974년 처음 등장한 동물 캐릭터”라며 “X세대에게는 마치 미키마우스처럼 상징적”이라고 설명했다.같은 주제를 컴퓨터로만 작업한 NFT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NFT 거래 플랫폼 오픈시(Opensea)에서 약 20이더리움(약 5000만원)에 판매 중인 NFT를 전시용으로 제작했다. 코디 최는 2021년 아트바젤 홍콩에 NFT 작품 ‘애니멀 토템’ 연작을 7만 이더리움(당시 시세로 1900억원 상당)에 내놓으며 주목받은 바 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었지만, 가치와 가격이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 NFT 아트 시장을 꼬집기 위한 것이었다.“지금은 오래된 것이지만 1999년도의 데이터가 저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있어요. 컴퓨터 교육이 거의 처음이던 시기에 데이터로 예술작업을 시도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저만의 물감 팔레트와 같아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이런 작업을 한다면 또 다른 결과물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제 작업을 통해 디지털에 능숙한 젊은 세대가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코디 최 ‘DATABASE PAINTING, ANIMAL TOTEM, PUPPY 2207220322(사진=PKM갤러리).코디 최 개인전 ‘헬로 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 전시 전경(사진=PKM갤러리).
2023.04.25 I 이윤정 기자
‘지구의 날’에 본 환경운동의 힘
  • ‘지구의 날’에 본 환경운동의 힘[플라스틱 넷제로]
  •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지구의 날’ 기념행사에 환경 미술작가와 시민이 함께 흙물감, 흙점토 등을 활용해 지구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 작품이 설치돼 있다. ‘쓰레기를 위한 지구는 없다’란 주제로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청년, 환경단체, 기업 등 총 31개 부스가 참여하는 ‘쓸기로운(쓰레기 없이 이로운) 지구놀이터’와 대학생 서포터즈 ‘지구 수호대’가 탄소중립, 분리배출 등을 주제로 진행하는 시민참여 게임과 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이 제품 등을 전시하는 마켓이 운영됐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유엔(UN)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 5일)과는 달리 환경운동가 주도의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1970년 4월 22일 미국 위스콘신주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앞서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한 범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구의 날’을 주창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민간운동은 환경 거버넌스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 거버넌스란 정부, 단체, 기관, 기업체, 주민 등이 자율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선진국은 1960년대부터 고도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되기 시작하면서 환경운동도 본격화됐다.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폭발적 사회적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자극제가 됐다. 그리고 1968년 개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까지 뒤이어 발간되면서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 기간 한국은 심각한 권위주의가 등장한다. 군사정권이 등장하면서 모든 사회운동은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화운동에 집중됐다. 환경운동 역시 정치경제적 불평등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시작됨으로써 환경운동은 정부의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환경운동과 환경정치가 발전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도 꼽힌다. 단기간에 이룩한 고속성장에 대한 환상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으며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을 잠재적으로 형성시켰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미약했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환경보호 주무부서도 탄생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에서는 1980년 환경청이 설립됐다. 즉 성장 이데올로기 역시 군사정권과 뗄 수 없는 만큼 한국 환경정치의 저발전은 한마디로 군사정부로 대변되는 비민주적 정치상황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전쟁 경험 등 비슷한 경제구조와 역사적 단절을 겪었지만 다른 길을 걸은 대표적 국가도 있다. 녹색당이 주류정당으로 자리잡은 유일한 국가이자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국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국토는 남한 면적의 3.6배이며, 인구는 8300만명, 게르만족으로 독일어를 사용하며 오랜 분권 국가 경험으로 시장도 지역 특색에 따라 발달해 있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이며 주된 산업분야는 자동차, 기계, 화학, 첨단 기술 분야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경제대국이다. 세계 제2차 대전으로 황폐화한 환경을 재건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60년대 독일사회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에 저항한 격렬한 사회운동이 가라앉은 후 신사회운동이 시작되고, 대표적인 신사회운동인 환경운동도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이 토대가 되어 녹색당이 결성·연방의회로 진출하면서 환경문제는 연방차원의 정치적 이슈가 됐다. 기존 정당들도 환경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러한 토대위에 설립된 연방환경부는 적극적으로 독일 환경정치를 이끄는 등 환경정치의 발전이 이뤄졌다. 특히 독일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진 배경엔 1986년 체르노빌 사태 등으로 방사능 위험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는 독일에 매우 충격적 사건으로 다가왔다. 라인강이 30톤의 독성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반경 100㎞에 걸쳐 모든 물고기와 작은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그 해 독일 연방 환경자연보호원자력안전부(BMU) 설립됐다. 집단 기억과 시민사회의 발달로 독일과 한국은 전후의 분단과 폐허에서 출발하였다는 유사성은 있지만, 환경정치는 큰 수준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집단기억으로 각인될 만한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천성산 사건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지역적 이슈로 전 국민이 유사한 감정적 경험을 했다고 할만한 사건이 부재하다. 국내 환경운동은 노동, 학생, 민주화, 여성, 농민운동 등의 여타 사회운동에 비해 가장 최근에 등장했으며, 전국민적 생활과 밀접한 운동은 1980년대 후반이후, 전지구적 환경운동과 전국적 환경운동으로의 확산은 1990년대초부터 나타났다(한국사회와 사회운동으로서의 환경운동, 정현석).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여전한 성장제일주의 가치관과 무임승차의식 등으로 대중화 수준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04.23 I 김경은 기자
어린이들, 대학로 모여라…예술위, 22일부터 '예술로 소풍'
  • 어린이들, 대학로 모여라…예술위, 22일부터 '예술로 소풍'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이하 아시테지 코리아)는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오는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어린이 문화예술 기획행사 ‘예술로(路) 소풍’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진행한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로 소풍’.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3년은 어린이·청소년극 100년과 어린이해방선언 100년을 맞는 해다. 100년 전 소파 방정환은 민족의 희망인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린이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극의 문을 열었다. 이를 기념하고자 예술위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예술로 공연’은 어린이를 위한 거리극 및 낭독공연이다. 오는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격주 토요일마다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펼쳐진다. 22일에는 배우 박혜수, 박정미의 ‘4월의 동화’, 극단 문 인형극 ‘제랄다와 거인’이 마로니에공원에서 어린이들을 만난다.‘예술로 후원’은 ‘예술로 공연’과 함께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진행한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부스 ‘우리 아이 생애 첫 기부, 예술나무 심기’ ‘예술나무 키링 만들기’ 등을 마련한다. 어린이들이 문화예술분야 후원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오전 11시부터 5시간 동안 진행할 예정이다.‘예술로 극장’은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상시 운영하는 5미터 높이의 대형 인형 ‘걸리버 인형 전시’와 ‘책 읽는 극장’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예술로 공연’과 ‘예술로 후원’을 진행하는 격주 토요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프로그램 ‘컬러링 엽서 꾸미기’ ‘엽서 전시’를 마련한다.‘예술로 미술관’은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시해설 프로그램 ‘어린이 대상 도슨트_주제기획전 기억·공간 전시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격주 토요일에는 설치미술작가들로 구성된 예술기업 스플과 함께 버려지는 커피가루를 재활용해 어린이가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아르코아틀리에_업사이클링 드로잉 워크숍’을 개최한다.이 개최된다. 미술관 프로그램은 사전신청제로 운영한다.5월 이후 ‘예술로 공연’ 프로그램을 비롯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예술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3.04.21 I 장병호 기자
피카소 작품 닮은 이 그림…화가에게 '모방'을 허하라<28>
  • 피카소 작품 닮은 이 그림…화가에게 '모방'을 허하라[정하윤의 아트차이나]<28>
  • 팡간민의 ‘가을의 멜로디’(1933). 프랑스 최고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한 뒤 중국 상하이로 돌아온 팡간민이 입체파 실험을 이어가던 중 그린 작품이다. 파리 유학시절에 접한 다채로운 아방가르드 미술 가운데 유독 입체파의 작업에 매료된 팡강민은 그 화법을 자신의 작품들에 녹여냈다. 날카로운 선으로 쪼개서 조합한 듯한 형상 속에 얼룩덜룩한 색을 채운 이 그림은 입체파 대표 화가 피카소·브라크 등의 작품과 닮아 있다.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원본은 소실되고 사진으로만 전한다. 캔버스에 유채.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네모난 화면 속에 불명확한 형체가 보인다. 팔과 다리, 가슴과 엉덩이가 있는 걸 보니 사람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얼굴은 없다. 몸은 얼룩덜룩 칠해져 어째 멍이 든 것 같기도 하고, 기계처럼 조립된 것처럼도 보인다. 배경 또한 조각이 나서 대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지만, 우측에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나 ‘가을의 멜로디’(1933)라는 제목을 통해 가을 풍경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리송한 이 작품은 중국 화가 팡간민(方幹民·1906∼1984)의 그림이다. 1906년 쩌장지역에서 태어난 팡간민은 항저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그림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식이 높았던 팡간민의 아버지는 아들이 상하이의 상급 미술학교에 진학하는 데 동의해줬다. 상하이는 당시 중국 미술의 중심이었고 ‘오늘 파리에 있으면 내일 상하이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양의 동시대 문물을 급속도로 받아들였던 나름의 코스모폴리탄이었다. 팡간민은 상하이 미술전문학교 2학년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야망 있던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리라!’ 팡간민은 1925년 미술의 메카인 파리로 이동했고, 6개월간 불어를 배운 후 리옹의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스승은 학교 밖에…파리 유수 갤러리서 ‘진짜 미술’ 접해당시로선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성취였지만 그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년 뒤 프랑스의 최고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의 합격증을 따냈다. 상하이 미술전문학교에서 탄탄히 다진 소묘 실력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유서 깊은 파리의 미술학교에서는 아주 사실적인 스타일의 유화를 배웠고, 팡간민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스승은 학교 밖에 있었다. 파리 유수의 갤러리들, 그는 그곳에서 진짜 미술을 접했다. 당시 파리는 그야말로 신미술의 용광로였다. 야수처럼 물감을 처바르던 마티스, 하늘을 둥둥 나는 로맨틱한 회화를 그리는 샤갈, 모든 대상을 입방체로 그리던 피카소 등. 또 이 모두를 전복시켜버리겠다는 다다이스트, 신흥 대세로 떠오르던 초현실주의까지. 수많은 파리의 아방가르드 미술 중 팡간민의 마음을 끈 것은 입체파였다. 사물의 ‘진실’을 그리기 위해 하나의 대상을 앞·뒤·옆에서 보고, 그 모든 모습을 한 화면에 조합하는 입체파의 작품은 팡간민에게 이지적이면서 혁신적으로 느껴졌다. 입체파의 두 거장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가 입체파를 가장 열렬히 탐험했을 때가 1910년대였으니 팡간민이 파리에 있을 때는 이미 거장으로 자리잡은 뒤였다. 신선하면서도 무르익은 입체파의 작품은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안목을 갖춘 팡강민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파리 미술계에서 견문을 넓힌 팡간민은 1929년 중국으로 돌아와 교편을 잡았다. 상하이의 여러 학교에서 서양화를 가르쳤는데 젊고 열정적인, 게다가 파리에서 갓 돌아온 신임 교수는 학생들에게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팡간민은 아카데믹한 그림을 가르치는 한편, 입체파에 대한 실험을 계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그에게 ‘큐브’란 별명을 붙인 것을 보면 말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성 ‘팡’은 큐브를 뜻하는 ‘팡’과 발음이 같다. 본투비 입체파라고나 할까. ‘가을의 멜로디’나 ‘흰 비둘기’(1934)는 이 무렵 팡간민이 그렸던 그림이다. 두 작품 모두 선이 날카롭고 형태가 쪼개져 있으며, 색이 균일하지 못하고 얼룩덜룩하다. 모두 피카소나 브라크의 회화를 참조한 결과다. ◇입체파에 매료돼 자신 작업에 녹여…‘모방은 죄인가’ 문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렇게 팡간민처럼 남의 그림을 많이 참조한 화가도 과연 ‘좋은 미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 미술에는 ‘독창성’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남이 창안한 스타일을 보고 베낀 거라면 그것은 그냥 ‘아류’가 아닐까. 이런 질문은 근대 중국 화가가 그린 서양화에 항상 따라붙는다.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의 근대미술도 이 질문을 피해 갈 수 없다. 아무래도 20세기 초, 아시아는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쪽이었고, 미술 특히 서양화는 서구를 늘 따라가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아시아 화가들이 서양 사람들이 하던 것을 몇십년이나 뒤처져 모방한 2류, 그것도 제대로 베끼지도 못한 3류라고 흉을 본다. 팡간민의 경우로 말하자면, 피카소가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그린 지 10년이나 지나서 겨우 형태를 분절한 것도 우스운데, ‘대상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피카소의 의도도 파악하지 못한 거라는 비난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단언컨대 다른 미술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는 작가는 없다. 피카소 또한 세잔의 형태적 실험과 색채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미술가도 인간인데 어떻게 외부의 영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겠는가. 선배 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자신의 작품을 시도하는 게 전혀 흠 잡힐 만한 일이 아닌 거다. 물론 피카소의 경우는 ‘대상의 진실을 파악한다’는 세잔의 목적까지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팡간민의 경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평가절하 당한다면 억울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팡간민의 ‘흰 비둘기’(1934). 여인의 인체를 입체파적인 기법으로 그렸다. 하나의 대상을 앞·뒤·옆에서 보고 모든 모습을 한 화면에 조합해 사물의 진실에 다가간다는 입체파의 작업은, 팡간민에게 이지적이면서 혁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팡간민은 모든 대상의 형체를 분절하고 입방체로 보이게 한 입체파의 주요 특징을 자신의 작업에 반영했다. 캔버스에 유채.하나는 일단 문화적으로 팡간민이 피카소의 목표를 완벽히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거다. 대상을 완벽히 이해하겠다며 형태를 분해해서 보는 것은 중국인이었던 팡간민에게는 충분히 공감되지 않았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미술가가 꼭 원본의 의도를 간파해 그것까지 적용해야 하느냐는 거다. 아니다. 그냥 눈으로 봤을 때 흥미로워서 형태나 색채, 구도 같은 형식적 요소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으니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모네나 반 고흐가 일본의 미술에서 영향을 받았을 때, 또는 피카소가 아프리카 원시조각에서 영감을 받았을 때, 원래의 의도와 목적과 의미를 모두 파악해서 적용했던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아시아 미술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진 않았으면 좋겠고, 혹 서양의 것을 그대로 (그것도 뒤늦게) 베낀 미술이란 콤플렉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로부터도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문화대혁명 때 ‘우파’로 몰려 치욕 당하기도안타깝게도 팡간민의 입체파스러운 작품에는 무시무시한 평가가 뒤따랐다. 마오쩌둥의 시대, 그와 그의 작품은 무사하지 못했다. 문화대혁명 때 팡간민은 ‘우파’로 몰려 치욕을 당했다. 근무하던 항저우 미술학교 주변을 걸으며 구경거리가 됐던 거다. ‘퍼레이드’라고 불린 이 행위는 문화대혁명 시기 우파로 찍힌 이들에게 죄명이 씌인 명패를 목에 두르고 행진하게 했던 일종의 벌인데, 팡간민의 경우는 행진할 때 군중으로부터 날아온 먹과 물감을 맞았으며, 폭력과 욕설까지 당했다. 나아가 팡간민은 홍위병에 의해 들어간 감옥에 오랜기간 갇혀 있기까지 했다. ‘가을의 멜로디’를 포함해 팡간민의 작품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이 시기에 상당수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의 사망과 함께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세상이 변하자 팡간민도 이젤 앞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일흔의 팡간민은 젊은 시절 열심을 다했던 입체파스러운 작품으로는 돌아가지 않았다. 1980년대에 팡간민은 마치 중국의 수묵산수화와 서양의 풍경화가 접목된 것처럼 보이는 편안한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화가는 생의 말년, 혁신보다는 안정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4.21 I 오현주 기자
뮤지컬 '라흐 헤스트' 1년 만에 재공연…6월 13일 개막
  • 뮤지컬 '라흐 헤스트' 1년 만에 재공연…6월 13일 개막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상 시인과 김환기 화백의 아내였던 실존 인물 김향안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라흐 헤스트’가 1년 만에 재공연에 오른다. 공연제작사 홍컴퍼니는 뮤지컬 ‘라흐 헤스트’를 오는 6월 13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한다.뮤지컬 ‘라흐 헤스트’ 포스터. (사진=홍컴퍼니)‘라흐 헤스트’는 위태로운 예술가와 열렬히 사랑하고, 쓰고, 그리는 삶을 지나 자신만의 예술을 향해 나아갔던 김향안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스스로 수필가이자 화가, 미술평론가였던 김향안을 이상 시인과 만나고 사별했던 ‘동림’(변동림, 김향안의 본명)과 김환기 화백을 만나고 여생을 함께 한 ‘향안’ 두 캐릭터로 나누고 시간을 역순으로 교차시키는 독특한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2019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최종지원작으로 선정돼 개발 과정을 거쳤다. 2022년 초연 이후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노미네이트, 인터파크 티켓 관객 평점 9.8 기록 등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이번 재공연에서는 드림아트센터 1관으로 무대를 확장하고 영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층 더 깊어진 김향안의 사랑과 예술, 김환기의 점, 선, 면의 미학, 그리고 이상의 문학성을 담아 선사할 예정이다.지난해 섬세하고 따뜻한 시너지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이지숙, 제이민, 박영수, 임찬민, 김주연, 안지환, 임진섭 등이 다시 합류한다. 김종구,윤석원, 최수진, 진태화, 김이후가 새로 캐스팅됐다.파리와 뉴욕에서 화가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는 ‘향안’ 역에는 이지숙·제이민·최수진이 함께한다. 향안을 만나고 세계적인 화가로 성장하는 ‘환기’ 역은 박영수·김종구·윤석원이 맡는다. 커피와 음악을 좋아하고 이상과 사랑에 빠지는 ‘동림’ 역에는 임찬민·김주연·김이후가 출연한다. 낙랑파라에서 동림을 보고 사랑에 빠진 자유로운 영혼의 시인 ‘이상’ 역은 안지환·임진섭·진태화가 연기한다.티켓 가격 4만 4000~6만 6000원. 5월 초 티켓 오픈 예정이다.
2023.04.19 I 장병호 기자
이재용 제친 김병주 MBK 회장…포브스 선정 한국 자산가 첫 1위
  • 이재용 제친 김병주 MBK 회장…포브스 선정 한국 자산가 첫 1위
  •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50대 자산가 순위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포브스는 현지시간 17일 올해 한국의 50대 자산가 순위를 발표하며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의 자산이 97억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0억달러),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57억달러),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CVO(최고비전제시책임자· 51달러), 김범수 카카오 의장(50억달러)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49억달러),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41억달러), 고 김정주 넥슨 대표의 자녀인 김정민?김정연 자매(36억 달러),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34억달러),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33억달러)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김 회장의 지난해 순위는 3위(77억달러)였다. 포브스는 한국 주식시장이 부진하며 상당수 자산가들의 자산가치가 줄었다고 진단했다. 이재용 회장과 서정진 명예회장 자산이 지난 1년간 각각 12억달러씩 줄었다. 김 회장은 아시아 PE(Private Equity)시장의 개척자이자 대부이다. 김 회장은 산업별로 구분한 포브스의 2023년 글로벌 자산가 ‘PE’ 부문 리스트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있다. 김 회장이 미 사모펀드그룹인 칼라일에서 독립해 2005년 공동설립자들과 세운 MBK파트너스의 순지분가치는 1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 최대는 물론 세계 5대 사모펀드 반열에 오르는 규모다. MBK파트너스는 운용규모가 미화 260억달러(약34조원)에 이르며, 국민연금을 포함해 전세계 연기금 150곳 이상으로부터 출자 받고 있다. 2005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동북아시아 3개국의 64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해당 기업들의 총 매출 규모는 미화 500억달러(약 66조원) 이상이다. 김 회장이 매년 3월 말 국민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내외 200여 개 기관투자가에 보내는 ‘연례 서한(annual letter)’은 동북아 M&A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3월 말 보낸 연례서한에서 김병주 회장은 ‘투자의 황금창’이 열린 2021년과 2022년 각 미화 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와 미화 39억달러(약 5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여건이 갑작스럽게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화 29억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 회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중일 동북아시아 3개국의 거시경제학적 펀더멘탈은 탄탄하고 질적인 성장으로 나아가고 있어, 이에 투자하는 아시아 PE 업계 역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활발한 자선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는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포브스가 선정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자선가로 선정됐다. 김 회장은 홍콩 모닝사이드 그룹의 공동설립자인 로니에 찬, 제럴드 찬 형제와 함께 2년 연속으로 선정된 3인 중 한 명이며, 한국에서는 2022년 유일하게 선정된 자선가다.김 회장은 문화예술과 교육 부문에 집중해 ‘선한 영향력을 주는 기부 활동(impact giving)’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 미화 1000만달러(약 132억원)를 기부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해당 기부금은 모던 컨템포러리 전시관인 ‘모던 윙(Modern Wing)’의 레노베이션을 위해 사용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뉴욕 퍼블릭 라이브러리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김 회장은 지난 2021년에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가재울중앙근린공원 인근에 들어설 시립도서관 건립을 위해 300억원을 사재 출연했다. 서울시 역사 상 개인 최대 규모 기부이며, 시립도서관 설립을 위해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부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으로 명명된 해당 시립도서관은 지난해 국제공모전을 통해 당선작이 선정됐으며, 설계에 착수한 상태다. 2027년 2월 완공될 예정이다.2007년 김 회장 개인이 설립한 ‘MBK 장학재단’의 장학생들에게 대학교 4년간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는 활동도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MBK 장학재단이 배출한 장학생들은 올해까지 총 170명에 이른다. 아울러, 김 회장은 2010년 자신이 졸업한 미 하버포드 대학의 ‘기숙사(Ki Yong Kim Hall)’ 건립에 전액 기부했으며, 또 다른 모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2023.04.18 I 김근우 기자
설재원 쿨투라 편집장, 韓 최초 골든글로브 시상식 투표회원 선정
  • 설재원 쿨투라 편집장, 韓 최초 골든글로브 시상식 투표회원 선정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문화전문지 ‘쿨투라’의 설재원 편집장이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투표회원이 됐다. 골든글로브 측은 지난 10일(현지시간)내년에 열릴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국제 투표단에 문화전문지 쿨투라 설재원 편집장이 한국 1호(최초) 투표회원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골든글로브는 95명의 HFPA(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회원들 및 215명의 국제 투표단으로 구성된 총 310명의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투표단을 발표했다. 새롭게 구성된 투표단은 라틴계 25%, 아시아계 14%, 흑인 10%, 중동계 9%, 백인 42%다. 또 유권자 중 최소 17%는 스스로를 성소수자라고 밝혔다. 헬렌 호니(Helen Hoehne) HFPA 회장은 “광범위한 글로벌 모집 노력을 한 결과 다가오는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00명의 투표인단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유권자의 58%가 스스로를 인종적 다양성(ethnically diverse)에 부합한다고 인정한 전례 없는 성과를 달성하게 돼 기쁘다”고 투표단을 꾸린 소감을 전했다.앞서 올해 초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투표단은 200명의 유권자로 구성됐으며, 이 중 52%가 스스로를 인종적 다양성에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가오는 제81회 시상식에서는 다양성의 증가와 함께 새로운 국가를 대표하는 유권자가 늘어났다. 한국, 카메룬, 코스타리카, 쿠바, 과테말라,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세르비아, 탄자니아 등 새로 추가된 국가를 포함해 총 76개국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다. HFPA의 최고 다양성 책임자인 닐 필립스(Neil Phillips)역시 “다양한 유권자를 발굴하고, 참여시키고, 적극적으로 모집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골든글로브가 스스로를 확장하고 재구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강력한 증거”이며, “올바른 리더십, 효과적인 커뮤니티 파트너십,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통해 다양성에 대한 괄목할 만한 혁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국제 유권자의 기준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며 인쇄, 방송, 라디오, 사진 및 온라인을 포함한 국제 미디어 매체의 검증된 엔터테인먼트 저널리즘 활동을 보유한 인물로 정했다. 이후 외부 독립 저널리즘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격 증명 위원회가 해당 인물의 커리어 등을 검토해 자격을 부여한다.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투표단 한국 투표회원 1호로 참여하게 된 월간 문화전문지 쿨투라 설재원 에디터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며, 쿨투라 파리특파원을 거쳐 현재 편집장을 맡고 있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메스티아영화제, 판타지필름페스트, 네덜란드씨네키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지난 10여 년간 국내외 주요 영화제에 영화담당 에디터로 참여하며 취재활동을 이어왔다. 영화제 외에도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 국제무용올림픽 탄츠올림프, 샤갈미술관 공식 초청 관람 등 다양한 문화예술 취재를 진행했고, 도서편집자로서 80년대 한국영화를 이끈 배창호 영화감독의 대담집 ‘배창호 영화의 길’, 전양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영화관에서의 일만 하룻밤’, 유성호 한양대 인문대 학장의 ‘문학으로 읽는 조용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소설·영화·드라마 시리즈 등 예술과 문학에 관한 책을 100권 이상 기획했다. 주로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현재 대학원에서 문학과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주)Writer 대표이사이며, 작년 겨울에 창간한 계간 한미문예잡지 ‘K-Writer’ 발행인이기도 하다. 설재원 편집장은 “한국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투표회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 소비해야 할 영화와 드라마가 무척 많아지겠지만, 마법 같은 콘텐츠를 즐겁게 시청하며,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선정하는 데 작은 목소리를 내겠다. 더불어 한국콘텐츠의 우수성을 골든글로브 시상식 투표단에 알리고 한국영화·드라마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해외 투표자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행동 강령의 적용을 받으며, 약력과 사진 등이 골든글로브 공식 홈페이지에 곧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1944년부터 시작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시상식인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TV와 영화 분야의 영예로운 성취를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2024년 1월 7일(일)에 개최된다.
2023.04.17 I 김보영 기자
한 발의 총성으로 中 현대미술 시작됐으나…<27>
  • 한 발의 총성으로 中 현대미술 시작됐으나…[정하윤의 아트차이나]<27>
  • 작가 샤오루가 자신의 설치작품 ‘대화’를 향해 총을 쏘는 장면. 1989년 2월 5일 중국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개막한 ‘중국현대미술전’에서 샤오루는 자신의 작품을 향해 총을 쐈고, 오픈 3시간 만에 벌어진 이 ‘퍼포먼스’로 인해 전시는 바로 중단됐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의 노력 끝에 다시 전시를 이어갈 순 있었지만 샤오루와 조력자는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탕! 1989년 2월 5일. 베이징 한복판에 위치한 중국미술관에서 총성이 울렸다. 사람들은 부랴부랴 대피했고, 전시는 급히 중단됐다. 테러인가?! 대체 누가 살벌한 중국의 수도, 그것도 엄중한 미술관에서 총을 쏜단 말인가! 황당하게도 총을 쏜 사람은 샤오루(肖魯·61)라는 미술가였고, 총을 쏘는 행위는 그녀의 ‘작품’이었다. ‘중국현대미술전’에 출품한 자신의 작품 ‘대화’ 앞에서 총을 쏘는 것이 작가의 ‘퍼포먼스 아트’였던 거다. ‘중국현대미술전’의 수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말미에는 전시장에 폭탄이 있다는 편지가 도착하는 바람에 당국에 의해 전시가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고작 2주라는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나버린 이 전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대미술사에 가장 중요한 전시로 꼽힌다. ‘중국현대미술전’이라는 매우 평범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중국에서 현대미술을 견인한 모든 미술가가 참여했던 전시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크고 야심찼기 때문이다. 전국의 젊은 작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가장 야망에 찬 작품을 출품했고, 절대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노 유턴’(No U-turn)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엄청난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은 미술사에 길이 남을 두 큐레이터, 가오밍루(高名潞·74)와 리셴팅(栗憲庭·74)이었다. 당시 마흔 살이던 가오밍루는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중국의 29개 지역을 돌며 80개가 넘는 비공식적 예술가그룹을 조사했고, 2000명이 넘는 젊은 미술가 리스트를 만들었다. 가오밍루의 네트워크를 구성한 이들은 모두 예술을 창작하는 자유를 믿으며, 급진적인 형식을 보인 예술가들이었다. ◇‘폭탄 설치 편지’ 퍼포먼스 겹치며 결국 전시 중단이들은 회의를 거듭하며 전시를 준비하던 중 중국에서 아방가르드 미술이 합법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국가기관에서 전시를 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어디가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가. 답은 두 말 할 것 없이 베이징의 중국미술관이었다. 중국미술관은 1959년에 마오쩌둥 주도로 지어진 10대 건물 중 하나로 그간 국가 주도의 전시를 열며, 국가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수집해오던 명실공히 중국 최고의 미술관이었다. 이곳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관의 공식적 인정을 받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규모 또한 대단했다. 3만㎡라면, 중국의 혁신적인 현대미술을 알차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준비를 진행해 가면서 가오밍루와 공동 큐레이터로 의기투합한 리셴팅은 공공기관과 개인사업가들로부터 국립미술관 임대료를 넉넉히 후원받는 데 성공했다. 전시를 위해 186명의 미술가들이 293점의 작품을 설치했다. 모두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쉬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천서’도 이 전시에 나섰고, 장샤오강 초기 작품 중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하는 대작도 이 전시에 출품됐다. 이외에도 황용핑, 겅젠이, 왕광이, 리샨, 위요한, 딩이, 구원다 등등 중국 현대미술사를 수놓는 수많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름 한 번 들어봤다고 생각되는 작가는 대부분 참여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중국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열린 ‘중국현대미술전’ 오프닝 전경. 1989년 2월 5일 개막한 전시는 전국에서 모여든 186명의 젊은 미술가들이 293점의 작품을 설치하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노 유턴’이란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2주의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럼에도 현대미술을 향한 야심찬 열기를 집대성할 수 있었던, 중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로 꼽힌다.다양한 작품이 출품된 만큼, 또 전시 자체가 전위를 표방한 만큼, ‘골때리는’ 작품도 많았다. 샤먼다다 그룹은 미술관을 옮겨보겠다며 밧줄로 미술관을 칭칭 감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고, 자신이 닭이 돼 알을 품고 부화시켜보겠다는 퍼포먼스를 펼친 작가도 있었고, ‘새우를 판다’는 행위예술을 벌이며 온 전시장을 수산물시장처럼 만들어버린 미술가도 있었다. 콘돔을 이용해 거대한 설치작품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 모두는 1989년 중국에서는 아방가르드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이었다. 일반 대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지 몰라도 외국 갤러리 관계자들은 이 전시가 역사적인 전시가 되리란 것을 직감하며 전시작들을 공개된 가격 그대로 지불하며 구매에 열을 올렸다. 이렇게 큐레이터와 미술가들이 온 열정을 불태웠던 ‘중국현대미술전’. 그 전시 오픈 3시간 만에 샤오루가 총을 쏜 것이다. 아마도 진정한 중국의 현대미술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리라. 하지만 미술관에는 관람객이 들어차 있었고, 사전에 어떤 공지도 없었기 때문에 경찰에 의해 전시는 즉각 닫힐 수밖에 없었다. 외신이 예술에 대한 탄압이라며 신나게 보도하는 동안 큐레이터들은 열과 성을 다해 재개관 협상을 했고, 천만다행으로 전시는 다시 개막할 수 있었다. 샤오루와 조력자는 체포됐는데, 사용했던 총을 반납하고 여러 관료가 힘쓴 결과 풀려날 수 있었다. 황당하게도 그 뒤에 한 번 더 전시를 중지시킨 ‘폭탄 편지’ 또한 어떤 작가의 퍼포먼스였다고 전한다. 비록 애써 준비한 전시가 중단되는 것은 큐레이터와 다른 작가들에겐 분명 화나는 일이었겠지만, 총과 폭탄 해프닝 덕분에 ‘중국현대미술전’이 더욱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주목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톈안먼사태 이후 작가들 창작 의욕 잃고 칩거 이어져아이러니하게도 자유로운 미술을 집대성한 ‘중국현대미술전’이 막을 내린 직후부터 중국 사회는 ‘자유’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또 한 번의 총과 폭탄 때문이었다. 전시 폐막 두 달 뒤인 1989년 4월, 당비서 후야오방(1915∼1989)이 급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게 발단이었다. 덩샤오핑(1904∼1997)의 최측근이자 2인자였던 후야오방은 정치인 중 자유를 가장 많이 지지하는 쪽이었고, 때문에 중국 지식인들에게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권력 다툼 때문이었는지 그는 1986년 이미 정치적 힘을 잃은 터였다. 이후 1989년 무렵 다시 후야오방이 원래의 자리로 복귀할 거란 소문이 돌았고, 그(가 상징하는 자유)를 지지하던 중국인들은 당연히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후야오방이 돌연 사망하면서 사람들은 낙담 속에 그의 죽음을 대대적으로 추모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톈안먼광장은 화환과 꽃으로 뒤덮였고, 애도의 물결은 점차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집회로 변했다. 중앙미술학원 학생들은 스티로폼으로 ‘민주주의 여신상’을 만들어 톈안먼에 걸린 마오쩌둥 초상과 대치시켰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함께 행진했다고 전해질 만큼 그 규모는 점점 커졌다. 1989년 5월 토시오 사카이가 촬영한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 중앙미술학원 학생들이 스티로폼으로 만든 ‘민주주의 여신상’이 톈안먼에 걸린 마오쩌둥 초상을 마주보고 있다.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집회는 점점 확산됐고 결국 6월 4일 ‘톈안먼사태’가 터졌다. 톈안먼광장은 총과 대포로 화염에 뒤덮였으며 ‘민주주의 여신상’은 탱크에 짓밟힌 채 처참히 부서졌다.당시 시민들의 항쟁을 보고받은 85세의 덩샤오핑은, 6월 3일 시민들을 진압할 것을 승인했고, 결국 6월 4일 새벽 요란한 총과 대포 소리가 울렸고 톈안먼광장은 화염으로 뒤덮였다. ‘민주주의 여신상’은 탱크에 짓밟힌 채 처참히 부서졌다. 역사가 ‘톈안먼사태’라 기록하는 사건이다. 그해 중국미술관에서 미술가들이 쏘아올린 자유를 향한 예술을 덩샤오핑의 군대는 총과 탱크로 진압했다. 불과 넉 달 사이 두 개의 전혀 다른 총소리가 베이징 하늘을 갈랐다. 톈안먼사태 이후 중국 사회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미술도 당연히 마찬가지였다. 작가들은 창작의 의욕을 잃고 칩거했다. 전시기획자였던 가오밍루는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리셴팅도 몸을 사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1990년대 들면서 미술은 서서히 활력을 되찾았고, 작가와 큐레이터도 활동을 재기했지만, 톈안먼사태로 입은 내상은 이후 중국 미술을 무기력, 개인주의, 물질주의로 점철시켰다. 만약 ‘중국현대미술전’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졌다면, 중국의 동시대미술은 훨씬 더 급진적인 형태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역사에 ‘만약’은 아무 소용이 없는 법. 우리는 그저 중국 미술의 열기를 집대성한 전시로 1989년 ‘중국현대미술전’을 기억할 뿐이다. 1989년 베이징에 울렸던 전혀 다른 두 개의 총소리와 함께.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4.14 I 오현주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또 ‘한전채 블랙홀’…회사채 수요 꺾였다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다음은 14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뉴스다.△1면-또 ‘한전채 블랙홀’…회사채 수요 꺾였다-‘尹거부권 1호’ 양곡법 결국 폐기 산호법제정안도 같은 수순 밟나-닥사 “코인 상폐 후 1년간 재상장 금지”-한투증권 업계 첫 사무라이본드 발행-[사설]또 불거진 검은돈 의혹…이래도 의원 특권 고집할 건가-[사설]“한국은 가계 빚 취약국가” IMF경고 흘려들어선 안 돼△종합-“물가안정” vs “금융안정”…엇박자에 시장 혼란만-인텔·ARM ‘파운드리동맹’ 2위 삼성전자 맹추격 하나△회사채시장 자금경색 경고음-한전채 이어 국채도 2분기 10조 더 발행…설 자리 사라지는 회사채-우량채만 팔려…자금조달 급한 중·저등급 기업 긴장-미수금만 12조…가스공사도 채권 발행 한도 상향 추진△종합-성장률 전망 하향, 경상수지 적자에…달러값 떨어져도 힘 못쓰는 원화-올리자니 경기, 내리자니 물가 걱정 기준금리 놓고 고민에 빠진 美연준-쟁점 법안 수두룩…‘거야 입법강행→대통령 거부권’ 반복되나-의사 공무원 이탈 막자…민간병원 수준 연봉 지급한다△묵힐수록 돈 된다…쏠쏠한 酒테크-홈술 늘자 불붙은 ‘리셀’…24만원 위스키, 바로 되파니 250만원-빈병 하나에 450만 원…‘희소성’에 취한다△정치-野 “모든 면에서 후퇴” 尹정부 1년 평가 혹독-시속 530km 속도로 날며 10cm 급유구 찾아 연결-與 ‘민생119’ 개점휴업…2주째 회의 없어-北, 통신 단절 이어 탄도미사일 도발…고체연료 ICBM 가능성-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에 강원 이양수△경제-취포족에 300만원 준다는 정부…지자체는 시큰둥-추경호 “부동산 PF 이상징후 없다”-농촌 외국인 근로자 ‘쑥’…고령화 묘책 될까-2월 국가수입, 작년보다 16조 덜 걷혀…‘세수 펑크’ 비상△금융-자고나면 사라졌던 은행 점포…5월부턴 마음대로 못 없앤다-은행원도 “모르겠는데요” 신용생명보험 홍보 부족-‘고객 돈’으로 서민금융 사회공헌 생색낸 은행들-“400% 고수익 코인” 유혹 후 입금하면 잠적…신종 사기 기증△Global-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간 시진핑…‘韓, 미국 편 들지 말라’ 속뜻-中 수출 반년 만에 ‘깜짝 증가’-인도 1·2호 애플스토어 다음주 오픈…팀쿡 직접 챙길 듯-젤렌스키 SOS에…세계은행 ‘우크라 재건’ 2600억원 지원키로-빅테크 칼바람에 SVB사태까지…켈리포니아 30조원 적자 ‘된서리’△산업-포스코인터 ‘친환경 에너지 기업’ 선언…“2030년 시총 23조 간다”-대구·광주 이어 경북에도…삼성전자 ‘C랩 삼각벨트’ 구축-삼성D 화질 ‘업’ LGD 투명도 ‘업’…초격차 OLED로 中 추격 따돌린다-현대차·기아, 1분기 질주 ‘통큰 투자’로 탄력붙인다△산업-“퓨어스템 국내 임상 3상 순항…1~2년 내 글로벌 기술수출 가능”-메디톡스·대웅제약, 이번엔 ‘턱밑지방’ &#4362;&#4510;움-法 “퀄컴 갑질 맞다” 판결에…삼성·LG 반색-‘뉴스 콘텐츠 제휴 약관 개정안’ 논란에…네이버 일단 보류△소비자생활-롯데쇼핑 추월한 쿠팡, 이마트 턱밑 추격-공기흐름까지 관리…건강사료 비결-10대까지 명품 열광…불황에도 명품 브랜드 역대급 실적-11분 내 배달 완료…CU 로봇배송 현실된다△정하윤의 아트차이나-한발의 총성으로 中 현대미술 시작됐으나…△증권-곱버스에 2400억…개미들 코스피 하락에 베팅-올해 흑자전환 가시화 조선 빅3 주가에 순풍-3분기 연속 적자에 대주주는 자사주 남용…답 없는 한샘△증권-“저평가 배터리주 선별”…잘 나가는 중소형 펀드-“노후보장·시장활성화 ‘일석이조’ 모든 근로자 퇴직연금 의무화해야”-[IPO출사표]“국내 유일 ‘SW 검증 솔루션’, 해외 진출 본격화”-제벗대로 ‘ESG 평가기준’ 바로 잡는다△부동산-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 ‘누이 좋고 매부 좋네’-GS건설 자이가이스트 단독주택시장 진출-휘경자이 나비효과…이문휘경뉴타운 들썩-펄펄 끓는 휘경, 냉기 도는 수유…서울 아파트 청약 온도차△MICE-다양한 포트폴리오, IT업체급 기술력 업고…글로벌 마이스기업 꿈꾼다-컨벤션으로 영역 확장…‘콘펙스’ 성공모델 만들 것-인구 14억 거대 소비시장 전시산업 규모 세계 13위△여행-익사이팅 김해 2000년전 로맨스를 만나다△스포츠-“버디 더 많이하면 돼” 자신감 뿜어낸 김효주-개막 KPGA 1호 버디 ‘신인 김의인’…1호 이글 ‘매튜 네그리’-女배우 ‘김연경 효과’ 톡톡 평균시청률 남자부 2배가량-‘감독과 불화설’ 호날두, 모리뉴와 만나나-태극마크 잠시 반납하는 女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오피니언-[양승득 칼럼]한동훈과 공공의적-[공관에서 온 편지‘하늘이 내린 곳간’ 쓰촨성 청두-[기자수첩]공포가 위기 낳는다…‘뱅크런’ 음모론 경계해야△피플-마약 중독, 평생 짊어질 병…처벌만큼 예방·재활 중요-삼성·SK·현대차 등 6대 그룹 강릉 산불 성금 120억원 기부-최진식 중견련 회장 “산은, 중견기업 전담은행 지정해야”-비건 “포스코 7대 핵심사업, 옳다고 확신”-김철중 SKIET 사장, 폴란드 생산기지 점검-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英런던대학과 공동연구-DL건설, 인천 취약계층 지원 업무 협약-후지필름, 인천관광공사와 출사 프로젝트-NC문화재단, 논산 청소년 창의활용공간 마련△사회-종이책보다 전자책…대학가 인쇄소 사라진다-“석 달간 평년 강수량 유지…남부 가뭄 점차 완화”-‘백현동 로비 혐의’ 김인섭 압박 검찰 칼끝, 이재명 턱밑까지-9번째 엠폭스 확진자…위기경보 ‘주의’ 격상-‘백남기 농민 사망’ 구은수 前서울경찰청장 최종 유죄
2023.04.13 I 이정현 기자
"순수예술 지원, 1조원 필요…사회적 후원 활성화해야"
  • "순수예술 지원, 1조원 필요…사회적 후원 활성화해야"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순수예술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약 1조원이 필요하다. 900억원의 문예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정병국(65)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위원장은 예술위가 관리하고 있는 문화예술진흥기금(문예기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연극·무용·음악·뮤지컬·문학·미술 등 순수예술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선 1조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순수예술 지원 없이는 K컬처 발전할 수 없어정부가 ‘K컬처’, 그중에서도 K팝, 드라마 등 ‘K 콘텐츠’를 강조하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수장으로 순수예술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정 위원장의 생각은 명확했다. K컬처의 근간이 곧 순수예술이고,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K컬처 또한 꾸준히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정 위원장은 “1973년 1인당 국민 소득이 300달러에 불과하던 시절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법(문예진흥법)을 제정하고 문예기금을 만들었다”며 “지금은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5000달러를 넘어섰지만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 규모는 더 적어졌다. 문화산업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그 근간이 되는 순수예술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예술위는 예술창작 지원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문예기금을 관리하고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예술위의 주된 업무다. 1973년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그 전신으로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이한다.정 위원장은 지난 1월 예술위 위원으로 위촉됐다. 위원들의 호선을 통해 위원장에 선출됐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 인사가 예술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정 위원장이 처음이다. 문화예술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예술위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깊이 관여한 기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정 위원장 또한 이러한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저 역시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을) 고심했기에 예술위 위원 지원에 대해서도 두 달 정도 고민했다”며 “그럼에도 내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예술위 위원이 돼달라는 요구가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정 위원장의 이력을 보면 그가 정치인이면서 동시에 ‘준 예술인’임을 알 수 있다. 국회의원 시절 절반을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지냈다. 제45대 문체부 장관으로 문화예술 정책을 이끌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예술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바람 때문에 문화예술계 현장은 물론 실무자들도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내 할 일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을 전했다.문화예술에 대한 정 위원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정 위원장은 “순수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야 하므로 상업성, 시장성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며 “순수예술은 자생력을 키우기보다는 안정적인 창작과 실험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지원에 대해서도 이른바 ‘팔길이 원칙’으로 불리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사회적 후원 통한 문예기금 확충 방안 고민 중정 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예술계 현장과 만나는 것이었다. 지난 2월부터 약 한 달간 ‘대국민 현장 업무 보고’를 추진했다. 문화예술 분야별로 총 14번에 걸쳐 현장 예술인을 만나 예술위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정 위원장은 “대국민 현장 업무 보고를 통해 문예기금 확보,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제도 구축, 효율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그중에서도 정 위원장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문예기금 확충이다. 기금 충원 방안으로는 사회 기부 활성화를 생각 중이다. 정부 예산을 통한 지원은 ‘팔길이 원칙’이라고 해도 정부의 관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미국처럼 사회적 후원을 통한 문화예술 지원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며 “예술위가 진행하고 있는 ‘예술나무’ 후원 캠페인을 더욱 활성화해 올가을 예술위의 대국민 비전 선포식을 갖고 ‘예술나무 한그루 심기 운동’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정 위원장이 정치인임에도 문화예술에 오랜 기간 관심을 가져온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향인 경기도 양평을 떠나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의 영향을 받았다. 대학 시절엔 연우무대, 삼일로창고극장 등에서 송승환, 박정자, 손숙, 윤석화 등이 출연하는 연극을 직접 관람하며 문화예술을 즐겼다.“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유학을 왔어요. 월요일에 학교에 가면 반 아이들이 주말에 영화관이나 음악회를 다녀온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당시 양평 시골집엔 전깃불도 안 들어오던 시절이었어요. 주눅이 들었죠.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을 처음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연극도 보고 음악회도 다니며 마니아가 됐습니다.”정 위원장은 점점 각박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문화예술의 감수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판에 대해 “문화예술적인 감성을 통한 공감대를 만드는 능력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문화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같음’이 아닌 ‘다름’이며, 그런 다름을 인정할 때 상대를 존중하는 사회가 된다”며 “문화예술을 통한 정서적 함양의 기회를 얻지 않는다면 서로 자신의 주장만 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정 위원장은…△1958년생 △성균관대 사회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학과 석사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제16~20대 국회의원(2000년 5월~2020년 5월) △국회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2010년 6~12월) △제45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11년 1~9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
2023.04.13 I 장병호 기자
'백반기행' 손석구 "이상형은 재미있고 밝은 사람"
  • '백반기행' 손석구 "이상형은 재미있고 밝은 사람"
  • ‘백반기행’[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하 ‘백반기행’)에 배우 손석구가 뜬다.오는 14일 방송되는 ‘백반기행’에서는 손석구와 그의 고향 대전으로 떠난다. 손석구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에서 “너 납치된 거야” 대사 하나로, 전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주며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장르를 불문한 섹시함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손석구가 식객 허영만의 러브콜에 응답해 ‘백반기행’에서 드디어 만났다는 전언이다.이날 방송에서 손석구는 방송 최초로 이상형을 공개한다. 손석구는 “재미있고 밝은 사람을 좋아한다”며 과거 방송에서 만난 적 있는 한 여인(?)을 언급했다. 그는 요즘 방송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여성 ‘JDY’라고 자신 있게 언급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는 전언이다.한편, 유학파 ‘미대 오빠’ 손석구는 반전 그림 실력을 공개해 식객 허영만을 깜짝 놀라게 한다. 두 사람은 손석구가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다녔던 대전의 한 묵마을을 찾아 따사로운 볕을 벗 삼아 평상에서 어린 시절 추억 이야기를 나눈다. 어릴 적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손석구는 故 월트 디즈니가 졸업한 세계 7대 미술 대학 중 하나인 ‘시카고예술대학’을 다녔다고. 그런 손석구기 순식간에 식객의 특징을 잡더니 ‘뚝딱’ 캐리커처를 완성해 모두가 깜짝 놀랐다는 전언이다. 손석구의 작품은 물론 손석구가 어릴 때는 할머니랑 커서는 동료들을 데리고 온다는 그의 ‘찐’ 단골 묵집도 확인할 수 있다.‘추앙’하고픈 배우 손석구와 함께한 대전 밥상은 14일 금요일 오후 8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공개된다.
2023.04.12 I 김가영 기자
'우영우' 박은빈vs'더 글로리' 송혜교, '백상' 대격돌…송중기 후보 제외
  • '우영우' 박은빈vs'더 글로리' 송혜교, '백상' 대격돌…송중기 후보 제외
  • ‘백상예술대상’[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영화·연극 부문 후보가 공개됐다.7일 백상예술대상 사무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지난 1년간 TV·영화·연극 부문에서 활약을 펼친 부문별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TV 부문은 올해도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에서 쏟아진 콘텐트 홍수 속, 후보 선정부터 치열한 심사 과정을 거쳤다는 전언. 드라마 작품상 부문은 ‘나의 해방일지’(JTBC) ‘더 글로리’(넷플릭스) ‘우리들의 블루스’(tvN)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작은 아씨들’(tvN)이 최종 후보다. 교양 작품상 후보는 ‘국가수사본부’(웨이브)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넷플릭스) ‘당신의 문해력+’(EBS 1TV) ‘어른 김장하’(MBC경남) ‘히든어스 한반도 30억년’(KBS 1TV)‘이 선정됐다.예능 작품상은 플랫폼 환경과 콘텐트를 즐기는 시청자들의 이용 패턴 변화에 발맞춰 TV, OTT 플랫폼에서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1인 크리에이터들의 웹 콘텐트를 포함한 웹 예능까지 심사 범위를 확장했다. ‘뿅뿅 지구 오락실’(tvN) ‘피식대학-피식쇼’ ‘피지컬: 100’(넷플릭스) ‘환승연애2’(티빙) ‘SNL 코리아3’(쿠팡플레이)가 예능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됐다.예능상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기안84·김경욱·김종국·전현무·황제성이 남자 예능상, 김민경·박세미·이수지·이은지·주현영이 여자 예능상 후보다.드라마 연출상은 김규태 감독(tvN ‘우리들의 블루스’) 김석윤 감독(JTBC ‘나의 해방일지’) 김희원 감독(tvN ‘작은 아씨들’) 유인식 감독(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주영 감독(쿠팡플레이 ‘안나 감독판’)이 경쟁을 벌인다. 섬세한 필력을 자랑한 작가 군단도 트로피를 두고 격돌한다. 김은숙 작가(넷플릭스 ‘더 글로리’) 문지원 작가(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해영 작가(JTBC ‘나의 해방일지’) 정서경 작가(tvN ‘작은 아씨들’) 홍정은·홍미란 작가(tvN ‘환혼’)가 후보로 올랐다.드라마·예능·교양 등 작품에 기여한 스태프에게 돌아가는 예술상은 노영심 감독(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음악) 류성희 감독(tvN ‘작은 아씨들’ 미술) 송낙훈·조진현·황인욱 감독(SBS ‘인기가요’ 촬영) 황진혜 슈퍼바이저(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각효과) 장종경 감독(넷플릭스 ‘더 글로리’ 촬영)이 후보로 경쟁을 펼친다.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는 손석구(JTBC ‘나의 해방일지’) 이병헌(tvN ‘우리들의 블루스’) 이성민(JTBC ‘재벌집 막내아들’) 정경호(tvN ‘일타 스캔들’) 최민식(디즈니+ ‘카지노’)이다. 남자 최우수상에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는 제외됐다.박은빈(왼쪽) 송혜교(사진=이데일리DB)여자 최우수연기상은 김지원(JTBC ‘나의 해방일지’) 김혜수(tvN ‘슈룹’) 박은빈(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송혜교(넷플릭스 ‘더 글로리’) 수지(쿠팡플레이 ‘안나’)가 후보로 한 자리에 모인다. ‘더 글로리’ 파트1, 2의 글로벌 흥행 속 연기 변신을 선보이며 호평 받은 송혜교와 섬세하고 따뜻한 연기로 ‘우영우’ 열풍을 일으킨 박은빈이 주목할만한 후보로 꼽힌다.매 해 쟁쟁한 라인업을 완성하는 조연상 부문은 올해도 그 명맥을 잇는다. 남자 조연상 후보 강기영(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김도현(JTBC ‘재벌집 막내아들’) 김준한(쿠팡플레이 ‘안나’) 박성훈(넷플릭스 ‘더 글로리’) 조우진(넷플릭스 ‘수리남’), 여자 조연상 후보 김신록(JTBC ‘재벌집 막내아들’) 염혜란(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엘(JTBC ‘나의 해방일지’) 임지연(넷플릭스 ‘더 글로리’) 정은채(쿠팡플레이 ‘안나’)가 올해의 트로피를 노린다.단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어 더 영광스럽고 의미 깊은 신인연기상 후보는 다채로운 연령대로 눈길을 끈다. 남자 신인연기상 후보 김건우(넷플릭스 ‘더 글로리’) 김민호(ENA ‘신병’) 문상민(tvN ‘슈룹’) 주종혁(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홍경(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 여자 신인연기상 후보 김히어라(넷플릭스 ‘더 글로리’) 노윤서(tvN ‘일타 스캔들’) 이경성(JTBC ‘나의 해방일지’) 주현영(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하윤경(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백상을 찾는다.올해 백상예술대상 심사 대상은 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웹에서 제공된 콘텐트, 같은 시기 국내에서 공개한 한국 장편영화 및 공연한 연극이다. 업계 전문 평가위원 60명의 사전 설문을 진행했으며, TV·영화·연극을 대표하는 전문가 집단의 추천으로 위촉된 부문별 심사위원이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했다. 더욱 자세한 내용과 최종 후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TV·영화·연극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무이 종합 예술 시상식 ’제59회 백상예술대상‘은 4월 28일 오후 5시 30분부터 JTBC·JTBC2·JTBC4에서 동시 생중계, 틱톡에서 디지털 생중계된다.
2023.04.07 I 김가영 기자
"예술을 위한 예술,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26>
  • "예술을 위한 예술,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정하윤의 아트차이나]<26>
  • ‘예술을 위한 예술’을 내걸고 1931년부터 1935년까지 짧고 굵게 활동한 결란사 멤버들의 작품이다. 장솬의 ‘소녀’(1935, 캔버스에 유채, 44×36.5㎝·왼쪽)와 니이더의 ‘여름’(1932, 캔버스에 유채). 하나의 화풍이나 스타일을 유지한 서양 현대미술 사조들과 달리 결란사는 작가 제각각 다른 작품세계를 꾸려갔다. 장솬은 회화적 붓질이 도드라졌으며, 니이더는 평면에 올린 입체적인 도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소파에 앉은 여인을 가는 윤곽선으로 살려내 꾸린 기법이 독특한 장솬의 ‘소녀’는 베이징 중국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고, 인물과 정물이 튀어나올 듯한 볼륨감을 입고 있는 니이더의 ‘여름’은 원작이 소실됐다.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기록의 쓸모, 역사의 쓸모, 미적분의 쓸모까지 언급하는 요즘. 어디 한 번 미술의 ‘쓸모’도 입증해볼까 싶다. 다행히 할 말은 많다. 예전부터 미술은 꾸준히 ‘쓸모’가 있어왔으니까. 소 그림 위에 활을 쏘아대며 사냥의 성공을 기원한 주술적 쓸모, 성경이나 신화의 내용을 그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달한 종교적 쓸모, 거대한 왕의 초상을 제작해 권력을 뽐낸 정치적 쓸모, 금융상품처럼 투자해서 이익을 얻는 경제적 쓸모 등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우리는 모든 것에 꼭 이렇게 ‘쓸모’를 따져야만 하는 걸까. 미술이 그냥 미술이기만 하면 안 되는 걸까. 미술의 오랜 이용가치에 대해 딴죽을 건 일군의 미술가들이 20세기 초에 등장했다. 그들은 미술은 그냥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꽤나 신박한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술은 정치나 종교 등 어떤 다른 목적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외침이었다. 일명 ‘예술을 위한 예술!’ 미술사에서는 노예해방 뺨치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런 혁명은 서구에서나 있었을 법하지만 웬걸. 대략 90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도 ‘예술을 위한 예술’을 부르짖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상하이의 모더니스트그룹 결란사(決瀾社)의 멤버들이다. 혈기왕성했던 그들은 ‘위대한 파도’란 이름을 걸고, 야심 찬 선언문까지 발표하며 ‘예술을 위한 예술’의 출발을 공표했다. “우리는 회화가 결코 자연의 모방이 아니며 종교의 노예가 아니며 문학에 대한 설명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유롭게, 종합적으로 순수조형세계를 구성하고자 한다 […] 일어나자! 미칠 듯한 격정으로, 강철 같은 이지로. 우리의 색·선·형상이 교착된 세계를 창조하자!”(1932, ‘예술순간’ 제1권 제5호)◇입체파같은 니아더, 초현실주의풍 팡쉰췬…한 그룹, 다른 색깔미칠 듯한 격정으로 미술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결란사. 얼핏 봐도 열정에 차고 넘치는 이 그룹의 주요 멤버는 외국물을 한껏 먹은 젊은이들이었다. 창립 멤버는 중국 미술사에 길이 남아 있는 니이더(1901∼1970)와 팡쉰친(1906∼1985). 니이더는 일본에서 공부하며 유럽미술의 최신 트렌드를 접했고, 팡쉰친은 파리의 미술학교에서 5년 동안 공부했다. 각각 1928년, 1930년에 상하이로 돌아와 만난 두 명의 젊은이는 1931년 결란사를 결성했고, 여기에 천정보(1895∼1947), 장솬(1901∼1936), 추디(1906∼1958) 등의 화가들이 합류했다. 결란사는 1932년 10월, 프랑스 조계지에서 연 첫 전시를 시작으로 네 차례의 전시를 이어갔고, 자신들의 예술을 알리는 데도 열심을 냈다. ‘시대’ ‘양우’ 같은 대중잡지나 상하이 신문에 전시소식을 부지런히 알리기도 하고, 니이더의 주도로 ‘예술순간’ 같은 잡지를 발행하기도 했다. 대중잡지 ‘시대’에 게재한 ‘결란사 제2회 전람회 출품’(1933, ‘시대’ 4, no.7). 주요 전시작과 작가의 사진을 가득 실어내며 두 번째 전시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고 있다. 1931년 결성해 1935년 해체할 때까지 결란사는 네 차례의 전시를 했다.힘을 합쳐 여러 활동을 벌였지만, 그림에서 어떤 하나의 스타일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서양의 여러 현대미술 사조들을 모두 ‘새로움’으로 묶어서 받아들였다. 그래서 결란사의 그림을 보면, 하나의 작품에 여러 경향이 섞여 나타나기도 하고, 서로의 작품을 과연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도 될까 싶을 만큼 다르다. 비교적 얌전한 정물화를 그린 추디 같은 화가도 있고, 약간의 입체파 냄새가 나는 니이더의 작품, 회화적 붓질이 도드라지는 장솬의 그림, 또 초현실주의의 분위기를 풍기는 팡쉰친의 그림 등등. 입체파 시절의 브라크나 피카소, 야수파 시절의 마티스와 드랭의 작품이 너무 비슷해서 뭐가 누구의 것인지조차 헷갈리는 양상과는 전혀 다르다. 앞서 말했듯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기치에 맞기만 하다면, 서구의 여러 새로운 방식을 관대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확고한 기준이 있었기에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결속을 이룰 수 있었을 거다. 결란사의 열정적인 활동은 서구의 최신 미술을 중국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당시의 중국 미술계, 나아가 중국의 미술사를 다채롭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겠다는 이들의 포부는 금방 꺾여야 했다. 시대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에는 전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일본은 이미 만주를 점령했고, 점점 더 노골적으로 중국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장제스의 국민당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시국에 결란사의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외침은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예술이 어떻게라도 좀 삶에 실질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나라가, 내 인생이 고꾸라질지도 모르는데, 색채니 붓질이니 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점·선·면을 갖고 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 결란사는 대중의 호응과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고 점차 동력을 잃었다. 화가들 사이에서도, 또 각자의 내면에서도 갈등과 회의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오쩌둥 시대 문화대혁명 폭풍 못 피해…결란사 각자도생그러다 결국 1935년 10월, 결란사는 4회전을 끝으로 해산했다. 마지막 전시에 대해 팡쉰췬은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이틀, 관람객은 매우 적었고 날씨마저 흐렸다. 결란사는 이처럼 암담한 가운데 역사를 마감했다.” 팡쉰친의 ‘구성’(1934). 결란사 창립 멤버인 팡쉰친의 이 작품은 여러 도상을 한 화면에 합쳐낸 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다. 팡쉰친은 프랑스 파리의 미술학교에서 5년 간 수학하고 1930년 중국 상하이로 돌아와 니이더와 함께 1931년 결란사를 결성했다. 하나의 스타일을 유지한 서양의 현대미술 사조들과 달리 멤버 제각각 다른 작품세계를 꾸려간 결란사의 활동에서 팡쉰친은 초현실주의적 화풍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캔버스에 유채, 92×73㎝.이후로 이어지는 마오쩌둥의 시대, 미술은 철저히 정치를 위해 존재했다. 정치인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당의 사상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그 어떤 미술품도, 또 어떤 미술가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결란사 멤버들은 각자도생했다. 니이더는 멤버 중에서 가장 승승장구한 편에 속한다. 그는 저장과 베이징의 미술대학에서 교수직을 역임했고, 중국 공산당에서 발간하는 ‘미술’ 잡지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유독 그의 커리어가 잘 풀린 것은 물론 그의 그림이나 글 솜씨가 워낙 뛰어났던 것도 있겠지만, 공산당 주도 아래 발전하는 풍경이나 당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의 초상을 그렸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어쩌면 유난히 처세에 능했는지도 모르겠다. 팡쉰친은 결란사 해체 뒤 베이징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고, 1953년에는 미술과 공예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시기의 폭풍을 피해가진 못했다. 그는 가르치는 것을 금지당했고, 1972년에 강제로 은퇴 당했다. 1985년 위암으로 사망하기까지 팡쉰췬은 미술계 주변부에 머물며 소수민족과 전통 공예미술에 대해 연구하며 밝고 맑은 색채의 수묵화를 남겼다. 젊은 시절 아방가르드 미술을 향한 맹렬한 열정에 비하면 그의 후반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하루아침에 반동분자로 몰려 몰살당하기 일쑤던 그 무섭던 시대에 목숨을 부지했던 것만으로도 다행일는지 모르겠다. 많은 경우 다른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미술이 사용되던 중국에서 순수하게 미술 자체를 추구한다는 결란사의 주장은 참으로 독특하다. 이것이 바로 결란사의 수명이 극히 짧았음에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강렬하게 장식하는 이유일 거다. 무엇이든 ‘쓸모’를 입증하고 ‘효용’을 따져대는 피곤한 시대, 결란사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싶다. 미술은 그냥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4.07 I 오현주 기자
부산경상대학교 웹툰애니메이션과, 툰붐 우수교육인증센터로 공식 선정
  • 부산경상대학교 웹툰애니메이션과, 툰붐 우수교육인증센터로 공식 선정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부산경상대학교 웹툰애니메이션과는 국내 최초로 툰붐 우수교육인증센터로 선정되었다고 6일 밝혔다.(사진=부산경상대학교)디즈니애니메이션 제작프로그램 제작사인 툰붐(Toon Boom)은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선택한 고등교육기관 중 애니메이션 또는 스토리보드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우수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기관을 우수인증교육센터로 지정한다. 현재 미국의 볼 주립대학교, 이탈리아 나바 사립예술대학교, 프랑스의 AKV 세인트 주스트 미술디자인학교 등을 포함해 전 세계 30여 개 학교가 우수교육인증센터로 등록되어 있다. 이번에 툰붐 우수교육인증센터 선정에 대해 이영주 부산경상대 웹툰애니메이션과 교수는 “부산경상대학교 웹툰애니메이션과는 2021년부터 디즈니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인 툰붐 하모니, 스토리보드 프로를 포함한 커리큘럼을 도입해 2년간 교육을 진행하여 인증서 및 특정학위를 제공하는 체계을 갖추었다”며 “현재 부산경상대학교와 부산연제구 컨소시엄으로 선정된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의 특화학과인 웹툰애니메이션과로 신설 개편하여 학생들에게 우수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 이번 선정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또 우수교육인증센터로 선정되기 위해 교육 담당 강사 및 교수는 매년 최소 1회 이상 온라인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특히 대학은 하모니와 ‘스토리보드 프로’ 프로그램 라이센스를 50개 이상 확보해 학생들이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수교육인증센터의 애니메이션 연구에 등록한 학생들은 ‘하모니 프리미엄’ 및 ‘스토리보드 프로’ 소프트웨어의 연간 데스크톱 구독을 무료로 받게 되고, 툰붐 하모니, 스토리보드 프로 전문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실습과정을 거쳐 디즈니애니메이션 외부작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부산경상대학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즈니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 해외현장견학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해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툰붐 회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우수교육인증센터가 선정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일은 우리가 한국에서 더 많은 학교들의 애니메이션 역량을 지원하고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는 “제작프로그램 교육기관이 부족하여 해당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많은 애니메이션 외부작업들을 동남아로 빼앗기고 있는 현실에서 부산지역에서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최초 툰붐 교육인증기관으로 인정받아 실력 있는 애니메이터들을 배출하고 창의성 있는 전문인력들을 양성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이어 “부산시와 함께 선정된 부산애니메이션플랫폼 ‘애니랑’을 통해서도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과 산업체 대상 툰붐교육에도 앞장서서 지역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덧붙였다.
2023.04.06 I 이윤정 기자
디랩사회적협동조합, '에이블아트갤러리' 개관
  • 디랩사회적협동조합, '에이블아트갤러리' 개관
  • (사진=디랩사회적협동조합)[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디랩사회적협동조합(D.LAB)이 장애인 예술 활성화와 지역 주민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에이블아트갤러리’를 개관한다. 초대 관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University) 주송현 교수가 맡았다.지난 3월 1일 자로 초대 관장으로 취임한 주송현 교수는 디지털 예술경영 석박사 과정을 지도하며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을 이용한 전시 예술 및 미술품 경매 전문가로 평소 예술을 통한 장애인식개선을 실천해왔다.(사진=디랩사회적협동조합)이날 개관식에는 디랩에서 황주상 이사장, 조정한 상임이사가 참석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는 주송현 교수와 이어진 교수가 자리했다. 에이블아트갤러리를 통해 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수익금은 전액 장애인 예술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장애인 예술 분야의 인재 육성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홍보협력, 인공지능 콘텐츠 분야에 대한 정보교류, 개발된 콘텐츠의 상호 교류 및 유관 분야 산학협력 등에 기여할 방침이다.디랩은 오랜 기간 도심 내 흉물로 방치되어 있던 구 대전지방보훈청 건물을 낙찰받아 가능성의 공간 에이블스퀘어로 조성하여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천해가고 있다.주송현 관장은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에이블아트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에이블아트 활성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3.04.06 I 이윤정 기자
세상에 내민 가장 친밀한 언어…은혜씨의 알록달록한 '포옹'
  • 세상에 내민 가장 친밀한 언어…은혜씨의 알록달록한 '포옹'
  • “이런 포즈의 작가 정은혜도 있다!”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여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에 나선 정은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친구와 만남: 반가워’(2022·50×72.7㎝·왼쪽)와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50×72.7㎝) 앞에 섰다(사진=이영훈 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쯤 되면 세상의 모든 얼굴은 둘로 나뉘어야 한다. 어떻게? ‘고운 얼굴과 못난 얼굴’? ‘온화한 얼굴과 냉랭한 얼굴’? 아니라면 ‘성형한 얼굴과 성형하지 않은 얼굴’? 왜 아니겠는가.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이런 반응들을 ‘답’이라 가르쳐 왔던 거다. ‘잽싸게 내밀 수 있는 처세’라고. 하지만 이젠 내려놓을 때가 됐단 얘기다. 적어도 여기 이곳에서의 정답은 ‘이 작가의 화면에 이미 뜬 얼굴과 이 작가의 화면에 아직 뜨지 못한 얼굴’이니까. 그도 그럴 것이 4000명을 넘겼단다. 연필 끝으로 꾹꾹 눌러 인물의 특징을 잡고, 콩테로 진하고 연한 명암을 만들든지 아크릴물감으로 형형색색을 입히든지,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옮겨낸 사람들의 얼굴이 말이다. 게다가 공평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이 작가의 화면에 들 수 있고 없는 자격조건 따위는 아예 없다니까. 그저 작가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예쁘게 그려주세요!”이렇게 말 만하면 다 그려준다니까.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5일 개막에 앞서 한 관람객이 ‘까비’(2022·53×65.1㎝·오른쪽), ‘두 여자’(2020·61×139.5㎝·왼쪽 두 번째) 등 정 작가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고객인데, 간혹 그들의 마음에 차지 않을 때도 있는 모양이다. “너무 못생겼어요” “다시 그려주면 안 될까요” 등 보통의 투정을 넘어서 “환불해주세요”라는 다소 강도가 센 컴플레인도 왕왕 터진다니. 그래도 이 작가, 그런 불평 정도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단다. “개성 있는 캐리커처를 그려요” “초상화가 아니라 캐리커처를 그려요”로 밀어붙인다지 않는가. 이 작가 정은혜(33). 사실 지금 활약하는 여느 작가들과 다를 건 없다.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고, 그림이 사는 일의 목적이며, 그림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여느 작가들과는 다르다. 그이의 이름 앞에 세상이 붙인 타이틀이 그리 말한다. 단순한 작가가 아니라 ‘발달장애인 화가’인 거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왼쪽 벽에 작가가 가장 아낀다는 콩테 작품 ‘김풍자 할머니’(2020··63×139㎝·왼쪽), ‘박순덕 할머니’(2020·63×139㎝)가 보인다. 이어 오른쪽으로 ‘나의 이란성 쌍둥이 친언니’(2022·45.5×53㎝)와 ‘갤러리B 대표님’(2022·50×72.7㎝)(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렇다고 눈부터 흘길 건 없다. ‘나와 다른 남을 굳이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이들이 없다곤 단정하지 못하겠지만, ‘아무나 못 가진 재능이 더 귀하고 아무나 못 하는 위안이 더 고맙다’는 의미도 적잖을 테니 말이다. 곽재선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5일 개막하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이 내다보는 세상풍경이 바로 그거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작가대로,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살가운 마음을 전하는 고마운 풍경. ◇규칙·법칙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화면 전시는 정 작가의 ‘진면목’을 압축해 한자리에 모은다. 정 작가의 장기라면 단연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시키는 화풍에 있다. 들여다보고 있자면 결국 빙긋이 미소를 흘리게 된다고 할까. 작가 정은혜. 누군가를 바로 끌어안을 듯한 포즈다. ‘포옹’은 작가 작업의 키워드다.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고, 안으면 내가 따뜻해지고, 따뜻하면 기분이 좋고, 그래서 포옹은 사랑”이라고 했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에 나선 정 작가 뒤로 ‘친구와 만남: 반가워’(2022·50×72.7㎝·왼쪽)와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50×72.7㎝)이 보인다(사진=이영훈 기자).사람 아니면 사람과 사는 반려동물을 주요 ‘모델’로 작업하는 정 작가의 작품에 모나고 어두운 구석이 없다는 게 가장 크다. 장난스럽게 펼쳐놓은 ‘누군가의 한때’에 알록달록 색 입히길 즐기는데, 마음에 드는 모델 곁에 강렬한 원색의 꽃한송이 더 얹어 화려함을 키우는 일쯤에는 도가 트인 듯 보인다. 규칙이나 법칙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화면도 한몫한다. ‘구도파괴’ ‘원근파괴’는 기본. 작가를 감동시킨 내용은 앞으로 크게 빼고 그다지 중요치 않은 건 저만치 밀어두거나 과감히 빼버리는 식이다. 큰 비중을 두는 건 역시 누군가의 얼굴, 마음까지 투영한 표정이다. 묘사가 아닌 표현이 작가의 주요 기법인 거다. 그러니 만약 작가의 작품 속 얼굴이 좀 찌그러져 있다면 ‘어딘가 못생긴 게 아니’라 ‘어딘가 편치 않은’ 거다.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정 작가가 그린 ‘니얼굴 은혜씨’(2019·53×65.1㎝·왼쪽)와 ‘서른살 은혜’(2020·45.5×53㎝)가 나란히 걸렸다. 한눈에 알아볼 정 작가의 자화상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정 작가의 작품 ‘모녀’(72.5×60.5㎝·왼쪽)와 ‘양희은 양희경 두 자매’(2020·72.7×60.6㎝)가 어깨를 맞댄 채 걸려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는 정 작가의 이 같은 작품세계를 녹여낸 60여점을 건다. ‘두 여자’(2020),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희경 작가님’(2022), ‘대학로에서 만난 포옹’(2022), ‘양희은 양희경 두 자매’(2020) 등 펜과 아크릴로 색을 올린 캔버스화를 메인으로, ‘니 얼굴 은혜씨’(2019), ‘서른 살 은혜’(2020), ‘사랑을 받는다’(2020) 등 디지털프린팅으로 제작한 에디션화가 함께 나온다. 종이에 콩테나 연필로 그린 드로잉도 여럿이다. 그중 연필선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작가가 가장 아낀다는 작품 ‘김풍자 할머니’(2020), ‘박순덕 할머니’(2020), ‘이점달 할머니’(2020)는 길이 139㎝에 달하는 대표작으로 나선다. 정 작가의 첫 작품인 ‘향수 푸는 외국모델’(2013)과 어머니를 생생한 필치로 그려낸 ‘엄마 장차현실’(2018) 등 귀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정은혜의 ‘엄마 장차현실’(2013·지름 53㎝). 정 작가가 그린 어머니 의 초기 드로잉이다. 그림 안에 “나를 사랑스러운 딸로 태어나게 한 엄마 장차현실”이라고 써넣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앞쪽에 정 작가의 첫 드로잉 작품인 ‘향수 푸는 외국모델’(2013·18.5×26㎝)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명 ‘포옹’ 그대로 서로 보듬어 안은 모습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키가 150㎝ 남짓이라는 작가가 누군가의 가슴에 스며들 듯 안겼거나, 서로를 와락 끌어안고 어깨라도 다독이는 장면. 나머지는 ‘포옹을 부르는’ 작품들이랄까. 눈치챘겠지만 사실 포옹은 작가 작업의 키워드다.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고, 안으면 내가 따뜻해지고, 따뜻하면 기분이 좋고, 그래서 포옹은 사랑”이란 게 정 작가의 철학이다. 결국 포옹은 정 작가가 세상에 내미는 가장 친밀한 언어인 거다. ◇2017년 첫 개인전 후 꾸준히 작품활동 2016년 경기 양평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데뷔’하며 정 작가는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섰다. 집 근처 벼룩시장이었다. ‘니얼굴’이란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그렸다. 2013년부터 어머니 장차현실이 운영하는 미술학원에서 청소일을 돕다가 빗자루 대신 붓을 들고 수련한 뒤 나선 첫걸음이었던 거다. 생후 3개월에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고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 없는 정 작가의 유일한 스승은 동양화가이자 만화가로 활약한 어머니뿐이었다. 물론 “미술규칙을 가르치려 들다가 실패했다”는 어머니의 시행착오까지 커리큘럼이었고. 아트스페이스선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전시에 나온 연필 드로잉 30점 중 일부다. 정 작가가 2016년 경기 양평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얼굴’이란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던 시절부터의 작업을 모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지난해 드라마 출연으로 스타덤에 오르며 ‘유명배우’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지만, 갑자기 뚝 떨어진 ‘벼락작가’는 아니다. 2017년 7월 첫 개인전인 ‘천 명의 얼굴전’을 신호 삼아, 북한산 우이역 공공예술프로젝트 ‘달리는 미술관’(2017), 서촌갤러리B ‘니 얼굴의 은혜씨’(2019), 양평 폐공장 ‘스프링’(2019), 국회 아트갤러리 ‘시선을 포개다’(2020), 창성동실험실 ‘그대로가 좋아 니얼굴’(2020)과 ‘개와 사람전: 개人전’(2021), 토포하우스 ‘포옹전’(2022) 등 작가이력을 제대로 쌓고 있다. 그 덕에 정겨운 얼굴들이 만드는 세상풍경도 덩달아 쌓여간다.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여는 ‘정은혜 초대전 포옹’ 전경. 5일 개막에 앞서 한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다 정 작가의 작품 ‘두 여자’(2020·61×139.5㎝) 앞에 오래 머물렀다. 그 왼쪽으론 ‘아빠와 은백이’(2021·60.6×72.7㎝)(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3.04.04 I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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