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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과 싸우는 화가 김다현…"화폭 속에서 용기 얻어요"
  • 희귀암과 싸우는 화가 김다현…"화폭 속에서 용기 얻어요"
  •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그림을 그릴때 만큼은 암세포를 모두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생기는것 같아요.”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한 갤러리카페에서 생애 첫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다현(여·31) 씨는 그림을 통해 암과 싸우는 힘을 얻고 있는 중이다.꽃다운 25살 나이에 척색종이라는 희귀암 판정을 받은 김 씨.유아 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김 씨는 대학 역시 미술을 전공했지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 평범한 회사에 취업, 여느 20대 중반 여성들과 비슷한 생활을 이어갔다.그러던 중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희귀암 중 하나인 척색종 판정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치료에 몰두했지만 병세는 금방 호전되지 않았다.자신의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의정부시의 한 갤러리에서 만난 김다현씨.(사진=정재훈기자)김 씨는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암이라는 병이 걸린것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는데 그것도 희귀암이라는 사실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장 기간에 걸친 항암치료로 상태가 약간 호전되는 듯 했지만 골반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복부 대부분까지 번지면서 꼬리뼈를 잘라내는 고통까지 경험해야 했다.그녀는 “암 세포를 없애기 위한 수많은 방사선치료 등 항암요법을 거치면서 내 몸이 누더기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며 “이렇게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도중 갑작스럽게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붓을 들었다”고 말했다.자신의 몸에 퍼진 척색종을 물리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양성자치료를 결정한 뒤 김 씨는 그림을 그리면서 암세포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내가 가장 좋아하던 그림인데 힘겨운 암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그림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줬는지 잊고 있었다”는 김 씨는 “심한 고통 속에서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사소한 즐거움은 물론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울적한 기분까지, 전부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면 내가 암환자라는 현실도 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이런 김 씨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바로 어머니 권순애 씨다. 그림을 좋아해 수시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십수년 전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까지 이름을 올린 권 씨는 딸이 자연스럽게 그림을 좋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스승이기도 하다.김 씨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엄마가 집에서 그림을 그리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저절로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며 “그림을 그리면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도 주고 받다 보면 내 몸 속에 암세포가 있는지 조차 망각하게 된다”고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대신했다.김다현 씨는 “그림은 나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나 스스로의 언어”라며 “내 그림을 본 관람객들이 당시의 내 기분이 어땠는지를 알아차릴 때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큰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김 씨는 “나 뿐만 아니라 병마와 싸우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속내를 표현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즐긴다면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며 모든 환자들을 위한 응원의 메세지를 전했다.
2023.04.04 I 정재훈 기자
현실과 이상의 괴리, 가위질할 수 있다면<25>
  • 현실과 이상의 괴리, 가위질할 수 있다면[정하윤의 아트차이나]<25>
  • 마오쉬후이의 ‘붉은 가위’(2001). 지금껏 30년 남짓 가위를 테마로 작업해온 마오쉬후이의 ‘가위 시리즈’ 중 한 점이다. 별다른 치장이나 군더더기 없이 가위 하나로만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존재 자체로 충분히 위협적이다. 때론 세상의 권위에 저항하는 무기로, 때론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는 도구로 쓰인 마오쉬후이의 가위는, 이후 일상의 다른 사물을 눌러버리는 권력의 화신이 돼 점점 화면을 지배해나갔다. 캔버스에 유채, 180×130㎝, ⓒ마오쉬후이·탕컨템포러리아트 제공.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시뻘건 몸체. 녹슨 칼날. 뾰족하고 거대한 몸집의 가위가 화면을 지배한다. 어째 섬뜩한 느낌이 드는 이 그림(‘붉은 가위’ 2001)은 중국 화가 마오쉬후이(毛旭輝·67)가 그렸다. 30년 가까이 가위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이지만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딱히 서늘한 그림을 그릴 이유도 없었다. 성장 과정에서도 별 특이사항이 없었고, 세상이 그에게만 특별히 가혹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마오쉬후이는 온화한 날씨 덕에 ‘중국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쿤밍 지역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마오쉬후이의 초기작은 인상주의 뺨칠 만큼 아름다운 색채로 그린 따뜻한 풍경화였다. 그런 그가 돌연 위협적인 가위를 그리게 된 까닭은 뭘까. 화가의 생애를 짚어보는 것이 그 이유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마오쉬후이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으로 일찍부터 이름을 알렸지만 정작 미술에 눈을 뜬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그는 마오쩌둥 시대 여느 청년들처럼 10대 후반부터 노동자로 일했다. 주요 업무는 백화점 창고를 지키는 것. 여덟 시간의 노동, 두 시간의 정치교육, 이어지는 저녁 회의가 마오쉬후이의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연필 소묘에 관한 책을 그에게 선물했다. 평소 마오쉬후이가 미술에 대한 관심을 내보여서인지 친구가 먼저 그의 소질을 알아봤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작은 책이 10대 후반의 이 청년을 제대로 자극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책을 받은 이후 마오쉬후이는 틈나는 대로 데생을 연습했다. 독학이었음에도 실력은 쑥쑥 자랐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마오쉬후이는 쿤밍에 아마추어 화가들의 야외스케치 모임이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됐고, 주중 노동시간을 늘려 주말시간을 확보한 뒤 그 무리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아름다운 색채로 그린 낭만적인 풍경화에 눈을 떴다. ‘쿤밍 풍경’(1976)은 그 무렵 마오쉬후이의 화풍을 잘 보여준다. 화창한 날씨, 밝은 색채, 자신감 있는 붓질. 아주 숙련된 화가의 작품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맑고 밝은 매력이 돋보이는 그림임은 분명하다. 특히 당시 중국에 유통하던 그림이 모조리 정치 선전화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마오쉬후이의 순수한 풍경화는 이례적이고 그 자체로 도전적이기까지 하다. 마오쉬후이의 ‘쿤밍 풍경’(1976). 마오쉬후이의 초기작. 고향 쿤밍에서 아마추어 화가들과 야외스케치를 다니던 시절 눈을 뜬 ‘낭만적인 풍경’을 화면에 그대로 옮겨냈다. 두툼하지만 밝은 색채로 자신있게 그어낸 순수한 붓질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종이에 수채, 42×36㎝, ⓒ마오쉬후이·탕컨템포러리아트 제공.◇연이은 좌절…절망·고통, 거친 붓질과 사발술로 풀어재능이 있던 만큼 화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을 터. 마오쉬후이는 길고 긴 문화대혁명이 끝나자마자 윈난사범대에 진학해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것 자체는 물론 좋은 일이지만 배우는 내용은 지루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마스터한 뒤였으니까. 마오쉬후이의 배움터는 학교 밖이었다. 뜻을 같이하는 미대생들과 함께 스케치여행도 떠나고 미술이론도 공부했다. 각종 미술잡지를 섭렵하고 동서양 미술사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열심히 한 만큼 일이 풀리면 참 좋을 텐데,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잘 그렸고, 모두가 따놓은 당상이라고 얘기했던 미술대 강사 보직을 마오쉬후이는 결국 얻지 못했다. ‘실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던 거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다시 백화점 노동자로 복귀했다. 역시나 예술과는 별 상관이 없는 곳이었다. 그는 또다시 매일 여덟 시간씩 쇼윈도를 꾸미고, 영혼 없이 간판을 꾸몄다. 인생을 허비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미술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주간에는 생업을 이어가면서 야간과 주말에는 그림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베이징에 가서 기어이 보고만 전시 하나가 결국 마오쉬후이를 뒤집어 놓았다. 막스 베크만, 안젤름 키퍼, 게오르그 바젤리츠 등 독일 표현주의 작가들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강렬하게 표현한 그림이었다. 마오쉬후이는 전율을 느꼈다. 이후 마오쉬후이는 더욱 절박하게 그림에 매달렸다. 화면은 거칠어졌다. 색도 어두워지고, 붓질도 난폭해졌다. 술도 더 많이 마셔댔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절망과 고통을 거친 붓질과 사발 술로 풀어냈다. 그렇게 영혼을 다바쳐 그린 마오쉬후이의 그림은 또 한번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엄청난 화가가 있다!’ 마오쉬후이는 그 기세를 몰아 야근수당을 모으고 빚까지 더해 전시를 열었고, 다행히 전시는 호평을 받으며 여러 지역을 순회하기까지 했다. 커리어는 이제야 좀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세상의 이치. 마오쉬후이의 개인 삶이 파탄 난 것이다. 그때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대학 동창이던 여자친구와 일찍이 결혼했던 그에게는 딸도 하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1987년, 세 살짜리 딸을 데리고 마오쉬후이의 곁을 떠났다. 신혼여행용으로 받았던 휴가를 친구들과 스케치여행으로 다 써버리고, 월급의 절반을 미술 관련 책을 사는 데 사용하고, 미친 듯 그림을 그리며 술에 절어 있는 남편을 버틸 수 없었던 거다. ‘가장 시리즈’는 이 무렵에 탄생한 작품이다. 검정과 흰색, 회색조로만 구성된 그림은 마치 날카로운 선들이 난도질을 하고 지나간 듯 보인다. 그 폭력적인 화면 안에는 검은색 사람이 흰색 등받이 의자에 기댄 채 앉아 있다. 모든 걸 놓은 듯 힘이 쭉 빠져 있는 이 사람이 작품명에서 말하는 ‘가장’이다. 퇴근 후 텅 빈 집으로 돌아와 몇 시간씩 흑백텔레비전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본인의 모습이기도 하다(‘등받이의자의 가장’ 1989). 마오쉬후이의 ‘등받이의자의 가장’(1989), 미술로 꿈을 품었으나 미술로 좌절한 시절에 그린 ‘가장 시리즈’ 중 한 점이다. 내면세계를 강렬하게 표현한 독일 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듯 거친 화면에 어둡고 난폭하게 그어댄 붓질이 특징. 색을 뺀 흑백톤으로 붓 대신 칼을 쓴 것처럼 날카로운 선이 난무한 그림에 자신의 처지를 투영한 ‘가장’을 박아넣었다. 이후 가장은 어느 순간 가위로 바뀌어 등장했다. 캔버스에 유채, 90×80㎝, ⓒ마오쉬후이·탕컨템포러리아트 제공.앞서 본 ‘붉은 가위’는 ‘가장 시리즈’로부터 탄생한 것이다. 어느 순간 가위는 남자 대신 의자를 차지하더니 점차 의자로부터 분리돼 침실이나 거실 등의 공간에 침입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가위가 가장을 둘러싼 세상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작스럽게 등장한 가위는 그 무렵 마오쉬후이가 느꼈던 위기감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년에 그린 가위들, 차분하고 얌전해져 그때는 바야흐로 중국 현대미술의 전성기. 국제 미술계에 중국 현대미술이란 어마어마한 돌풍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외국의 자본은 중국으로 들어와 여러 작가를 선택해 국제무대에 데뷔시켰고, 해외 이곳저곳에서 동시대 중국 그림 가격이 폭등했다. 해외 큐레이터나 딜러로부터 선택을 받은 몇몇 작가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 대개 중국의 역사를 전면에 드러내며 이국성을 뽐내는 작품이었다. 절친이던 장샤오강 같은 마오쉬후이의 또래들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반면, 중국역사나 마오시대의 도상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는 인간 존재의 본질이나 내면의 괴로움을 다루는 마오쉬후이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마오쉬후이는 이런 상업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을 느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곳저곳 제멋대로 춤추며 다니는 그림 속 가위는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위기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온갖 걱정과 난관을 끊어내고 훨훨 마음대로 날고 싶은 자신을 대변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60대 중반을 넘긴 마오쉬후이의 화면에는 여전히 가위가 등장한다. 그러나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서슬이 퍼렇긴 하지만 더 이상 난폭한 가위질을 해대진 않는다. 칼질 같던 붓질도 사라졌다. 가위는 어떤 공간에도 속하지 않은 채 차분한 화면에 얌전히 놓여 있다. 어떻게 보면 실재가 아닌 것도 같다. 기억 속 존재인 것처럼 아련하다. 과거 마오쉬후이를 괴롭히던 여러 문제가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노년의 화가는 이제 젊은 시절의 번민으로부터 해방된 걸까. 모든 것을 난도질하던 가위도, 그 가위질을 닮은 붓질도 사라진 화면에 어쩐지 안도하게 된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3.31 I 오현주 기자
고3 학생들의 생존 서바이벌, '방과 후 전쟁활동' 관전포인트는?
  • 고3 학생들의 생존 서바이벌, '방과 후 전쟁활동' 관전포인트는?
  • ‘방과후 전쟁활동’[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방과 후 전쟁활동’이 차별화된 ‘K-학원전쟁물’의 탄생을 알린다.오는 31일 첫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연출 성용일, 크리에이터 이남규, 극본 윤수, 제공 티빙,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지티스트)은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동명의 네이버웹툰(글/그림 하일권)이 원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진 작품. 미확인 구체의 침공이 만든 사상 최악의 사태에 ‘펜’ 대신 ‘총’을 든 10대들의 처절한 사투가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첫 공개를 앞두고 있는 ‘방과 후 전쟁활동’ 제작진이 드라마를 더욱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공개했다.◇세계관 확장X캐릭터변주→오리지널리티 강화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할 믿고 보는 제작진의 만남은 완성도를 높인다. 학원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미스터 기간제’ 성용일 감독과 신예 윤수 작가가 의기투합했고, ‘눈이 부시게’ 이남규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개연성을 입힌 세계관의 확장, 입체적인 캐릭터로의 변주와 ‘구체’ 비주얼 구현 등 강화된 오리지널리티는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특히, 미지의 괴생명체 ‘구체’ 구현에 원작 마니아를 비롯한 드라마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늘의 중형 구체는 원작과 유사한 사이즈로 하되 디테일을 새롭게 보강했고, 소형 구체는 움직임이 용이한 사이즈로 변형해 긴박감 있고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군 장비를 찼을 때 역시 교복과 이질감이 없도록 색과 디자인을 맞추는 등 작은 디테일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성용일 감독은 “원작보다는 조금 더 구체의 탄생 배경, 또는 그들의 실체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미술, 소품 부분들은 가능하면 리얼하게 보이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라고 밝혔다. 윤수 작가 역시 “영상화에 꼭 필요한 개연성을 채워 넣고, 세계관 정립을 위해 신경 썼다.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재탄생된 ‘구체’ 디자인과 세계관을 지켜봐 달라”라며 기대감을 더했다.◇‘멀티 캐릭터물’의 진수독창적 세계관 속 다양한 인간군상을 세밀하게 담아내 ‘멀티 캐릭터물’의 재미를 배가한 배우들의 열연도 놓칠 수 없다는 설명. 하루아침에 생존 서바이벌장으로 내몰린 3학년 2반 학생들은 극의 중심 축이다. 한 번도 맞닥뜨리지 못한 적에 맞서 방과 후 전쟁활동을 시작한 이들의 서사가 중요한 만큼 김기해, 최문희, 김수겸, 여주하, 이연, 권은빈, 문상민, 우민규 등 신예 군단에 활약에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쏠리고 있다. 성용일 감독은 “학생 캐릭터들의 매력을 더욱 디테일하게 살리고 강화해 ‘멀티 캐릭터물’로 재탄생 시키고자 했다. 그들의 방식으로 생존해 나갈 아이들의 진정한 전쟁활동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이남규 작가는 “배우들의 싱크로율에 신경을 많이 썼다. 상당히 좋다”라면서 “웹툰을 보신 팬분들이라면 만족하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더했다. 여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의 중심을 잡아줄 ‘찐’어른 신현수, 이순원, 임세미의 열연도 기대되는 포인트다. 어른들의 전쟁기가 아닌 미완의 학생들이 벌이는 전쟁 생존기, 경쟁자가 아닌 진정한 우정과 전우애를 꽃피울 예정이다.◇생존을 위한 방과 후 전쟁활동‘방과 후 전쟁활동’은 차별화된 ‘K-학원전쟁물’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성용일 감독은 꿈도 목적도 없이 공부하고, 대학에 가고, 수능을 봐야 하는 아이들의 ‘모호한’ 상황을 ‘구체’라는 크리처를 통해 표현했다는 원작자의 말에 공감했다고. 이남규 작가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학생이자, 군인이다. 즉, 미완성인 인간과 완성의 인간이 공존해야 했다. 그 안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집필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윤수 작가는 “너무나 평범하고, 어찌 보면 보호받아야 마땅한 고3 학생들이 본인들의 의지가 아닌 어른들에게 떠밀려 총을 들게 된다. 승리로 인한 카타르시스보다는 누구랑 싸우는지 모르는 전쟁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처절한 생존과 성장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남규 작가는 “크리처물, 학원물, 전쟁물, 성장드라마 등 보는 사람에 따라 장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미’다. 재미있게 즐기길 바란다”라고 전했고, 윤수 작가는 “위기 속에서 갈등과 반목을 넘어 서로를 지켜주게 되는 캐릭터의 변화를 보며 응원과 동시에 애처로움을 느낄 것 같다”라며 시청 포인트를 짚었다.한편, ‘방과 후 전쟁활동’은 오는 3월 31일 금요일 티빙에서 첫 공개한다.
2023.03.29 I 김가영 기자
'방과 후 전쟁활동', 본적 없는 'K-학원전쟁물' 탄생
  • '방과 후 전쟁활동', 본적 없는 'K-학원전쟁물' 탄생
  • 사진=티빙[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방과 후 전쟁활동’이 차원이 다른 ‘K-학원전쟁물’을 선보인다.오는 31일 첫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연출 성용일, 크리에이터 이남규, 극본 윤수, 제공 티빙,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지티스트, 원작 네이버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글/그림 하일권)) 측은 28일, 치열했던 촬영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제작기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성용일 감독을 비롯해 신현수, 이순원 등 열연한 배우들이 직접 전한 생생한 비하인드가 기대감에 불을 지핀다.‘방과 후 전쟁활동’은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확인 구체의 침공이 만든 사상 최악의 사태에 ‘펜’대신 ‘총’을 든 10대들의 처절한 사투가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미스터 기간제’ 성용일 감독과 신예 윤수 작가가 의기투합했고, ‘눈이 부시게’ 이남규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드라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했다.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할 믿고 보는 제작진의 만남이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한층 고조시킨다.이날 공개된 제작기 영상에는 뜨거웠던 촬영장 뒷모습이 담겨있다. 먼저, 성용일 감독은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에 대해 “수능을 앞둔 고 3학생들이 펜이 아니라 총을 들고, 미지의 크리처들과 싸우게 되는 생존 잇기”라고 소개하며 “모든 게 다 즐거워야만 되는 학생들이 수능 시험 대신 구체와 싸워야 된다. 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성장해나가는 모습과 과정을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이 총을 들고 크리처랑 싸운다.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한다는 점 역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꿈도 목적도 없이 공부하고, 대학에 가고, 수능을 봐야 하는 모호함 속에 사는 아이들. 이들의 모호함을 ‘구체’라는 크리처를 통해 표현한 원작자의 말에 공감했다는 성용일 감독. 그러면서도 “원작보다는 조금 더 구체의 탄생 배경, 또는 그들의 실체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했다”라며 드라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기대케 했다.미지의 괴생명체 구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늘의 중형 구체는 원작과 유사한 사이즈로 하되 디테일을 새롭게 보강했고, 소형 구체는 움직임이 용이한 사이즈로 변형해 긴박감 있고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성용일 감독은 “원작에서 나오는 구체는 사람의 절반 정도 되는 큰 사이즈다.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에 사이즈를 줄이고자 했다. 두 번째로는 불가사리를 모티브로 디자인을 변형했다. 움직일 때나 인간을 공격할 때는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해서 움직이고, 쉴 때는 몸을 말아서 구의 형태로 돌아간다”라며 탄생 비화를 전했다.그런가 하면 실사화를 준비하며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제작진의 노력도 돋보인다. 성용일 감독은 “교복 위에 군 장비를 찼을 때 이질감이 없는 색깔과 디자인을 맞추려고 했다”라면서 “미술, 소품 부분들은 가능하면 리얼하게 보이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의 남다른 디테일에 배우들 역시 ‘이게 실제인가?’라면서 촬영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는 전언이다.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부분이 CG로 표현되는 만큼 눈에 보이지 않은 대상과 맞서 액션을 해야 하는 상황은 모두에게 도전이었다. 성용일 감독과 배우들은 구체를 봤을 때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게 최대한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신현수는 “기술 스태프와 배우가 모여서 회의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감정적인 면과 기술적인 약속 이행이 다 충족됐어야 하는 장면들이었기 때문에 좀 더 집중도를 요했던 것 같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수겸도 “그냥 늘상 어딜 가든지, ‘구체가 여기서 튀어나오겠다’라는 상상하면서 걸어 다녔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이처럼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뜨거운 노력과 열정이 더해져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을 완성했다. 극한의 위기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3학년 2반 학생들의 서사는 빼놓을 수 없는 관전 요소다. 성용일 감독은 “기본적으로 한 두 명이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다. 3학년 2반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면서 “모든 캐릭터에 신경 쓰고, 한 명 한 명 집중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한 그림이 이 영상에 담겨 있을 거라 확신한다.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그러한 감정,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배우들 역시 “예측이 불가능한 부분들이 많다.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꼭 시청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한편, ‘방과 후 전쟁활동’은 오는 3월 31일 금요일 티빙에서 첫 공개한다.
2023.03.28 I 김가영 기자
국립극장, 내달 22일부터 '예술가와 함께하는 박물관 데이트'
  • 국립극장, 내달 22일부터 '예술가와 함께하는 박물관 데이트'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예술가와 함께하는 박물관 데이트’를 오는 4월 22일부터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2023 예술가와 함께하는 박물관 데이트’ 포스터. (사진=국립극장)‘예술가와 함께하는 박물관데이트’는 공연예술박물관의 상설전시를 공연예술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관람하는 전시해설 프로그램이다. 공연 연출가·무대미술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설자로 나선다. 전시 자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생생한 공연 뒷이야기를 들려준다.4월부터 11월까지 매다 넷째 주 토요일에 진행하며, 매달 새로운 강사와 주제로 꾸려진다. 4월 22일 함께할 첫 번째 예술가는 국립창극단 부수석 남해웅이다. 판소리와 창극의 역사를 박물관 소장자료와 함께 살펴본다. 3월 ‘완창판소리’ 공연 후일담도 들을 수 있다.5월 27일은 연출가 남인우가 함께한다. 남인우는 최근 국립창극단 화제작 ‘정년이’의 극본과 연출을 맡아 창극의 변신을 주도해 주목받았다. 동명 웹툰이 창극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6월 24일은 음악가 선민수가 악기를 중심으로 바라본 공연예술을 이야기한다. 이어 7월 22일은 30여 년간 무대미술 외길을 걸어온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가 맡는다.하반기 참여 예술가 라인업은 7월경 국립극장 SNS를 통해 공개 예정이다. 프로그램 참가 인원은 회당 20명이며,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홈페이지 내 전시연계 프로그램 예약 코너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매달 첫째 주 화요일부터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참가비는 무료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3.03.28 I 장병호 기자
서울시, 서울시립미술관장에 최은주 관장 임용
  • 서울시, 서울시립미술관장에 최은주 관장 임용
  •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시는 신임 서울시립미술관장에 최은주(사진·59) 전 대구미술관 관장을 임용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서울시립미술관장은 개방형 직위로 지난 1월 공모 시행 후,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발시험위원회 및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임용후보자를 확정했다.최은주 임용후보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5년간 근무하고, 경기도미술관 관장, 대구미술관 관장을 역임해 미술계 안팎에서 미술행정과 전시기획 능력을 두루 갖춘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열린 선발시험위원회에서 영어로 발표한 국제적 역량 및 해외 교류사업 계획을 높게 평가받았다.최 임용후보자는 발표를 통해 해외 유명도시 및 작가와의 국제적 네트워킹을 통해 다수의 전시를 유치함으로써, 서울시민의 문화향유권을 증진시켰다. 또 서울시립미술관을 서울을 상징하는 공공미술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임용후보자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서양화) ·박사(미술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앞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을 비롯한 7개 분관으로 구성된 서울시립미술관의 운영 및 관리를 총괄하게 된다.서울시는 임용후보자에 대한 결격사유 확인 등 신원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이달 중 신임 관장을 임용할 예정이다. 신임 관장은 임용 후 2년간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업무를 맡게 된다.
2023.03.24 I 양희동 기자
자화상·누드모델 수업… '최초' 그려나간 선각자<24>
  • 자화상·누드모델 수업… '최초' 그려나간 선각자[정하윤의 아트차이나]<24>
  • 리수퉁의 ‘자화상’(1911). 1905년 일본으로 건너간 리수퉁이 도쿄미술학교에서 5년간 수학하고 졸업작품으로 제출한 그림이다. 중국인이 그린 첫 서양화로 꼽힌다. 서양화로 그린 자화상으로도 처음이다. 그리는 대상의 비례·형태를 정확하게 잡고, 경직된 화면을 밝은 색으로 풀어내는 등, 당시 도쿄미술학교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이 그랬듯 스승 구로다 세이키의 영향을 받은 ‘일본식 서양화풍’이 보인다. 인물의 배경에 둔 모자이크식 바탕은 신인상주의 방식을 적용한 리수퉁의 ‘실험’이다. 캔버스에 유채, 60.6×45.5㎝, 일본 도쿄예술대 소장.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앉은 한 남자가 보인다. 딱히 틀린 데는 없지만 그렇다고 확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 이 작품은, 중국에서 처음 서양화를 배운 사람으로 미술사에 기록된 중국 화가 리수퉁(李叔同·1880∼1942)의 ‘자화상’(1911)이다. 1911년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면서 학교에 제출한 그림인 ‘자화상’은 중국 사람이 그린 서양화로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그림 중 하나다. 작품의 우수성은 차치하고서, ‘처음’이란 사실만으로도 의의가 깊다고 하겠다. 그러고 보니 서양화 개척자로서의 자부심과 5년간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한다는 안도감이 입가의 미소에 담겨 있는 듯하다. 리수퉁이 다녔던 도쿄미술학교는 당시 서양화를 제대로 가르치는 몇 안 되는 학교였고, 청나라와 조선 유학생들이 서양 문물과 예술을 배우기 위해 유학한 우수한 기관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양화가 1호인 고희동, 2호인 김관호, 3호인 김찬영 모두 이 학교를 졸업했다(고희동과 리수퉁은 유학기간이 2년 정도 겹치지만 친분에 대해 깊이 연구된 바가 없다). 도쿄미술학교가 각 나라의 서양화 효시들을 배출할 만큼 우수한 학교였던 것은 팔할이 구로다 세이키(1866∼1917) 덕분이다. 일찍이 파리에서 유학하며 ‘잘 그리는 서양화’를 마스터한 구로다는 본국으로 돌아와 ‘일본식 서양화’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형태의 정확성과 인상주의식 파스텔톤 컬러를 조합한 화면이 그 연구의 결과물이었고, 그의 이런 화풍은 도쿄미술학교, 나아가 관에서 주도하는 전시회의 모범답안처럼 여겨졌다. 구로다에게 직접 사사받은 만큼 리수퉁의 작품에는 구로다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자화상’의 방식, 다시 말해 비례나 형태는 정확히 그리되, 색채에서는 밝은 색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구로다로부터 배운 ‘일본식 서양화’였다. 다만 스승의 방식에 리수퉁은 나름대로 실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배경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얼룩덜룩하게 칠해 신인상주의식 방식을 적용한 것이 그것이다. ◇미술 넘어…피아노 연주, 작곡, 음악평론, 연극서도 두각나라가 외세의 침략에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던 청나라 말,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는 것이 분명 보통 집안에서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거다. 리수퉁은 소금상인이자 은행가였던 할아버지를 둔 덕분에 넉넉하게 생활하며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네 살 때는 아버지를, 열다섯 살쯤에는 어머니를 여의었음에도 이복형들 덕분에 어렵지 않은 생활을 지속했다. 리수퉁의 ‘반라의 여인’(1909). 리수퉁이 도쿄미술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습작한 작품 중 하나다. 스승 구로다 세이키가 만들고 가르친 ‘일본식 서양화’를 따라 화면에 든 구성요소의 정확한 형태와 인상주의식 파스텔톤 색이 조화를 이루는 그림으로 제작했다. 캔버스에 유채, 91×116.5㎝, 중국 베이징 CAFA 아트뮤지엄 소장.재미있는 것은 리수퉁의 관심사가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쿄 유학 시절 그는 미술뿐만 아니라 피아노와 작곡을 배웠고, 음악잡지 편집을 맡기도 했다. 글도 잘 썼는데, 그가 쓴 음악잡지 서문을 읽어 보면 “음악은 영혼을 아름답게 하며 사회적 관습을 변혁시킬 수 있다”고 쓴 글 솜씨를 볼 수 있다. 그는 동시에 저물어가는 나라의 운명을 슬퍼하며 “플루트의 구슬픈 소리가 남쪽 산하에 타고 흐르는 눈물을 전달한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음악을 들을 줄 알고, 글로도 표현할 수 있었던 거다. 이쯤 되면 전문 음악평론가라 할 만하다. 리수퉁이 진심을 다했던 또 하나의 분야는 연극이다. 이미 아마추어로서는 수준급인 베이징 오페라 연기자였던 그는 일본에서도 연극을 공부하고 연기활동을 병행했다. ◇학교 커리큘럼에 석고 모형 도입하고 서양미술사 가르쳐1910년 귀국 후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그는 미술과 음악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선구자적 역할을 감당했다. 먼저 꽤 열정적이고 혁신적인 미술선생이었다. 리수퉁은 학교 커리큘럼에 석고 모형을 도입하고,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 사생을 나갔다. 지금에야 석고 데생을 한다는 것이 구태의연하고 낡아빠진 구시대의 잔재로 여기지만, 100년 전 중국에서는 과학적인 관찰과 서양식 테크닉을 익힐 수 있는 최첨단 교육방식이었다. 야외 사생 역시 마찬가지다. 스승의 그림을 보고 똑같이 그리는 것이 미술교육이던 중국에서 붓과 캔버스를 들쳐 메고 굳이 밖으로 나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내가 내 눈으로 보는 세상을 표현하겠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신식교육이었다. 나아가 리수퉁은 서양미술사를 가르치고, ‘서양미술사강의’를 집필했으며, 1914년에는 무려 누드모델 수업까지 감행했다. 이 모두가 중국 미술교육에서는 ‘최초’로 기록된 사례들이다. 자국에서 가장 먼저 서양화를 배운 사람이라는 책임의식이었을까. 리수퉁은 전문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기보다는 이처럼 교육에 헌신했다. 음악교육에도 열을 올려 대부분 중국인 1세대 음악교사들은 리수퉁의 제자였다. 더불어 많은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은 지금도 모든 중국인이 즐겨 부른다는 ‘송별’이다. 존 오드웨이가 1868년에 쓴 곡인 ‘고향집과 어머니’(Dreaming of Home and Mother)에 중국어 가사를 붙인 노래다. 리수퉁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합창곡을 작곡한 사람이기도 하다. 한 분야를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무려 두 분야 모두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그 활동은 길지 않았다. 많은 힘을 한꺼번에 쏟았기 때문일까. 리수퉁은 1918년, 모든 것을 떠나 돌연 승려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유혹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 직전이었다. 승려가 된 이후 리수퉁은 이름도 ‘홍이’로 바꾸고, 미술·음악·글 등 그가 재주를 보인 대부분에서 손을 놓았다. 리수퉁의 ‘무제’(연도미상). 리수퉁이 불교로 귀의한 뒤 그린 작품으로 추정한다. 미술은 물론 음악·글쓰기 등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리수퉁은 중국 예술교육 분야에서 활약하던 중 서른여덟 살인 1918년 돌연 속세를 버리고 출가했다. 이후엔 ‘홍이’란 이름으로 살았다. 종이에 채색, 42.5×47.5㎝, 개인소장.가히 ‘르네상스맨’이라 불릴 만큼 다방면에 재주가 있던 리수퉁. 게다가 그는 모든 역사에서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처음’이란 타이틀을 미술·음악에서 골고루 거머쥔 선각자였다. 그런 그가 속세를 완전히 버렸다는 선택은 놀랍다. 게다가 리수퉁은 처자식이 있는 가장이었다. 무슨 큰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리수퉁은 교육 쪽에 무거운 사명감을 끝까지 갖고 있었다. 자신의 출가 결심을 알리면서 “나라 교육의 발전에 더 헌신하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까지 말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속을 어찌 다 알겠느냐마는, 직접 남긴 글을 참조하면 어느 정도는 추리할 수 있다. 리수퉁은 마음을 나누던 친구에게 ‘인생의 무상함에 대해 문득 깨달은 이후 사는 일이 무료하고 재미없어졌으며 전문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열심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학자들은 추측한다. 일찍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망하고, 나라마저 망하는 과정을 겪었던 그였기에 ‘삶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일찍 깨달았을 거라고. 그래서 마흔이 채 되기 전에 이미 현생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이 사라져버렸고,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다는 불교에 귀의한 거라고 말이다. 그럴듯한 해석이다. 하고 싶은 예술은 다 했고, 사회에서 한자리 차지하며 탄탄대로를 살았던 것 같은 리수퉁에게도 깊은 슬픔과 아픔은 있었으니까. 어려운 시대에 선각자의 사명을 감당한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니까. 리수퉁, 아니 승려 홍이가 사망하기 전 남긴 네 글자는 ‘비흔교집’(悲欣交集)이다. ‘슬픔과 기쁨은 뒤섞여 있다’는 이 선각자의 마지막 말에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3.24 I 오현주 기자
문화시설 이전, 슬세권 1만곳…尹 ‘문화’로 지역소멸 막는다
  • 문화시설 이전, 슬세권 1만곳…尹 ‘문화’로 지역소멸 막는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주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특화 문화클러스터 조성에 나선다.현재 서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 이전을 시작으로, 주요 국립문화시설 5곳을 2027년까지 비수도권에 이전하거나 신규 건립한다. 일상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15분 문화슬세권(슬리퍼+역세권 합성어) 1만곳을 조성하는 동시에 문화향유격차를 현 10%에서 5%포인트 내외로 축소하겠다는 목표다.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비전을 담은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이행을 위한 조처다.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공동취재).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방소멸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역 문화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박 장관은 “지역주민의 문화만족도가 높아져야 지역소멸을 차단할 수 있다”면서 “경제 교육보다 문화에 투자할 때 지역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오늘 발표한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해 각 지역이 지닌 고유의 문화매력으로 도시의 경쟁력과 차별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앞서 문체부는 지난해부터 전문가 자문과 지역순회 의견수렴을 거쳐 핵심 국정가치인 자유와 연대를 바탕으로 이같은 3대 추진전략과 11대 추진과제를 수립했다. 3대 추진전략을 보면 △대한민국 어디서나 자유롭고 공정한 문화누림 △지역고유의 문화매력 발굴확산 △문화를 통한 지역자립과 발전이다.문체부는 국립 문화시설이 저조한 비수도권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속관(충주 진주), 국가문헌보존관(평창) 등 주요 국립문화시설 5곳을 2027년까지 신규 및 이전 건립하기로 했다. 이의 일환으로 국립민속발물관의 세종 이전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지역순회공연 및 전시도 확대한다. 국립오페라단 발레단 합창단은 올해 25% 확대(작년 81개 지역)해 101개 지역으로 주민을 찾아간다. 이건희컬렉션 등 국립중앙박물관 주요 소장품 순회전도 지속 추진한다.지역서점, 카페, 공방 등 지역지원 사업과 연계해 15분 문화슬세권도 조성한다. 지난해 전국 18개 문화도시에서 3407곳의 동네 문화공간이 탄생했고, 2027년까지 약 1만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약 80개 지역 중소형 서점에는 문화활동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다.올해부터 인구감소지역은 문화관광분야 4개 공모사업에서 가점 부여 등 우대를 받고, 박물관 및 미술관 운영에 있어 법정 기준을 완화 적용하는 등 정책특례를 받는다. 관계부처와 협업을 통해 지역활력타운 조성을 신규 추진한다. 주거생활인프라생활서비스가 복합된 생활거점 조성 사업으로, 문체부는 선정 지자체에 국민체육센터 건립과 문화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하게 된다.아울러 지역특화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고, 유무형 문화자원인 ‘지역문화매력 100선’ 선정해 국내외에 알릴 예정이다. 학교교육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예술꽃 씨앗학교’을 지원하는 한편 초등학생드이 우리 지역 문화와 역사를 알고 자긍심을 갖도록 각 지역 수업용 교육자료 제작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지역 인재도 양성한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지역문화 기획자 총 1850명 양성을 목표로, 지역대학의 문화 관련학과 졸업자 등 대상 전문교육과 지역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해 창의적 인력을 통해 지역의 자립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다.
2023.03.23 I 김미경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출퇴근 기록 의무화…포괄임금제 악용 막는다
  •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다음은 23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뉴스다.△1면-출퇴근 기록 의무화...포괄 임금제 악용 막는다-공동주택 공시가 하락폭 역대 최대..아리팍 보유세 564만원 줄어들어-최악 면한 K반도체...탈중국 시간 벌었다-檢, 이재명 불구속 기소-[사설]출산지원금 퍼주기, 효과 없는 선심 경쟁 자제해야-[사설]낯 부끄러운 교육감 잔혹사, 선출방식 이대로 둘건가△AI패권 전쟁 본격화-솔트룩스, 亞최대 데이터 보유..연내 상용 서비스 출시, 대규모 M&A도 검토-엔비디아, 챗GPT 같은 생성AI 개발 돕는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챗GPT아성 넘는다..구글 대화형 AI ‘바드’ 첫 선△美칩스법 독소조항 완화-美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불씨 남아...용인 클러스터 구축 더 중요해져-삼성·SK, 美반도체 보조금 곧 신청할 듯-“韓美, 가드레일 세부조항 60일간 추가 협의 진행할 것” △금융권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회의 몇번에 연봉 7000만원, 소속기관 수십억 기부..‘예스맨’ 이유있었네-당국 압박에도...사외이사 25명중 18명 연임될 듯-美2년전부터 CEO선임 준비..韓7일만에 후보군 결정△공동주택 공시가 최대폭 하락-잠실주공 5단지 보유세 960만원→426만원...마포 자이는 종부세 ‘0원’-세 부담 줄었지만...매물 회수 움직임은 없을 듯-강남구 ‘더펜트하우스청담’ 3년 연속 공시가 최고△종합-“온실가스 줄이려고 포스코 문 닫게 할수 있나”..탄녹위 위원장의 호소-獨·日도 출퇴근 기록 법제화..MZ도 일단 긍정적-연체율·부실채권 비율 동반 상승..빚 폭탄 ‘째깍’, 은행 건전성 빨간불-금감원, IPO ‘뻥튀기 청약’ 증권사 4월부터 잡아낸다△정치-이재명 기소로 野혼란...비명 “물러나야” VS 친명 “퇴진 없어”-與하영제 체포동의안 어찌할꼬..민주 친명계 딜레마-“외교는 기브앤테이크..한일회담 성급하다 못해 순진해”-연금 개혁 국회 표류-北, 동해로 순항미사일 도발...한미 해병대 ‘쌍룡훈련’ 반발△경제-정부가 남는 쌀 다 사주면 매년 1조 혈세 낭비-1월 태어난 아기, 또 ‘역대 최저’-‘재벌 봐주기’ 비판에도..공정위가 당당한 이유-2월 외화 예금, 한달새 117억달러 ‘뚝’...역대 최대폭 감소△금융-“애플페이 하루새 100만?”..카드사들 바짝 긴장-금감원, 보험사 ‘대체투자·PF관리’ 고삐 죈다-긴급생계비대출 첫날 사전예약 폭주..예약방식 변경-신한은행, 부동산 PF 시장 살린다...5500억원 유동성 지원△글로벌-옐런, 全예금보증 ‘강수’에 은행주 급반등-시진핑·푸틴, 진전 없는 우크라 해법-‘인플레 주범’ 美 집값 11년만에 하락-기시다, 우크라에 비살상장비 등 6500억원 지원 약속-美압박에..“中, 반도체 대규모 지원→선별 지원 선회”△산업-선박심장에 친환경 이식...현대重, 대형 엔진 2억 마력 생산 가장 빨랐다-쌍용차 새 이름 ‘KG모빌리티’...영역 확장 ‘가속페달’-中 최대 ‘염호리튬 추출’ 사업..LG화학 ‘역삼투압 필터’ 쓴다-OCI, 지주사 체제 전환...‘3세 이우현’ 경영권 승계 마무리되나-‘한빛-TLV’성공 발사에 코오롱이 웃은 까닭△산업-“비용 줄여라”..허리띠 바싹 조이는 IT업계-삼성페이 “비자카드 해외 결제 가능”..국내 상륙한 애플페이 돌풍에 맞불-삼성전자 시총 넘보는 글로벌 빅파마 ‘노보 노디스크’-재생의학 기업 파마리서치 “셋째 낳으면 1000만원 드려요”△MZ세대를 위한 혼수-코웨이, 알러겐·펫·탈취·매연 등...4D필터로 집안 공기 맞춤관리-LX하우시스, 주방·바닥·벽..지금 인테리어 하면 최대 300만원 할인-SK매직, 울트라 화력...많은 양 단시간에 요리-동화기업, 자연담은 원목마루...고급美 돋보여-휴롬, 저속·저온 착즙 ‘영양을 주스 한잔에’△MZ세대를 위한 혼수-KCC글라스, 난방비 폭등 걱정 ‘뚝’...단열 효과 높이는 중문 현관 패키지-현대리바트, 대형TV트렌드 맞춘 거실장...라운드 소파, 착석감 극대화-교원웰스, 6단계 필터링으로 ‘미네랄 풍부한 물’-한샘, 홈리모델링 전과정 온라인으로 뚝딱-에이스침대, 반려식물 무드등으로 더욱 ‘좋은 잠’△Auto&Life-폭스바겐 2023년형 투아렉, 4륜 에어서스, 그 남자의 SUV...주말도 우아하게 달린다-타봤어요 캐딜락 CT5, 기어봉의 아날로그 손맛 그대로...고속주행시 안정감 빼어나△증권-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주 전성시대 여나-니켈광산에 올인한 제이스코홀딩스..불투명한 사업성에 주주들 불안 가중-‘자사주매직’차단..거래소 인적분할 심사 강화한다-한투증권·카뱅·토뱅...토큰증권 생태계 구축 동맹 맺어-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 4개 증권사 후보 선정△2023년 대한민국 펀드 어워즈-주식형보다 채권형 두각...하이·미래운용 ‘우수 펀드’ 영예-존재감 커진 ESG펀드..ETF는 에너지 ‘훨훨’-교보증권, 투자자 보호 24위서 단숨에 1위로△문화-‘8만명 1조원’ 4년전 명성 되찾을까...홍콩서 지갑 여는 아시아 큰손들- 연극 ‘파우스트’로 함께 무대 오르는 배우 유인촌·박해수△피플-“경찰 실수 잡던 나, ‘국가수사본부’에선 경찰이 주인공”-삼성전자, 라오스에 ‘2030 부산엑스포’ 지지요청-울산관광재단 신임대표에 최병권 전 울산시설공단 이사장-한화, 거제 국산초 등 5곳 ‘맑은 학교 만들기’ 설비 지원-‘보험 노벨상’ 받은 신창재 회장 “사람중심 경영 앞장”-하나금융그룹, 차병원과 저출산 문제해결 맞손-동부건설, 정기 주주총회서 윤진오 신임 대표이사 선임-내년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감독에 파브리시우스·이설희-프로야구 SSG, 힐만 전 감독과 컨설턴트 계약△오피니언-[목멱칼럼]韓기업, 中시장서 부활하려면-[생생확대경]수식어 ‘K’의 무게감-[기자수첩]한일관계 개선한 尹, 야당에도 손 내밀어야-[e갤러리]정진아, ‘하얀호수’△전국-민주노총에 운영 맡길지 심사하는데...절반이 ‘친 민주노총’-학부생 없는 캠퍼스, 병원 건립도 지연..배곧신도시 주민들 “실망”-100m vs 80m, 대전 담배가게 간 거리제한 논쟁△사회-건국·국민·연세·중앙·한양대 “학폭, 대입 정시에 반영”-‘428억 약정 의혹’ 빠진 李공소장..檢, ‘정치적 배임’ 규명이 쏠린 눈-코로나 백신도 독감처럼 ‘1년에 한번’ 맞는다-전장연 지하철역 노숙 시위 예고...서울시 “무관용 엄단”-평균 경쟁률 12.6대1...서울시 9급 공채에 2만5851명 몰렸다
2023.03.22 I 오희나 기자
"명상하듯 그림 감상하면 치유받죠"…컬렉터가 여는 '추모전'
  • "명상하듯 그림 감상하면 치유받죠"…컬렉터가 여는 '추모전'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처음 오세영 화백의 작품을 보고 ‘명상하기 좋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이 저를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았죠. 많은 사람이 오 화백의 그림을 보고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추모전’을 열게 됐습니다.”한 컬렉터가 작고한 화백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애틋한 추모 의지로 추모전을 열었다. 해외에서는 컬렉터가 작품 수집을 통해 전시회를 여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주인공은 컬렉터 박재석(57·힐링앤웰빙 부대표)씨다. 그는 30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10년 동안 사내 ‘마음건강 사무국’ 국장을 맡았다. 심리상담사 30여명과 함께 마음건강 관련 업무를 했던 그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그림’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오세영 화백(1939~2022)의 예술세계와 작품에 매료돼 그림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오는 3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1·2전시장에서 열리는 ‘컬렉터 헌정 오세영 화백 추모전’은 박씨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시다.최근 인사아트센터에서 만난 박씨는 “마음을 비우고 오 화백의 작품을 멍하니 바라보면 힐링이 되고 행복함이 느껴진다”며 “그냥 스치듯이 작품을 지나치지 말고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작가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오세영 화백의 대표작 ‘심성의 기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에이앤씨미디어).이번 전시에서는 오 화백의 대표작 ‘심성의 기호’와 ‘축제’ 연작 등 42점을 선보인다. 오 화백은 서울대 미대 회화과와 홍익대 대학원 공예과에서 수학하고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 재미화가다. 1979년 발표한 판화 ‘로봇’ 연작이 사회 비판 정신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당시 박정희 정권의 압박을 받았다. 이미 계획되어 있던 미국 순회전시 겸 ‘창작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갔다.이후 ‘숲속의 이야기’란 작품으로 제6회 영국 국제판화비엔날레 특별상(1979), 평론가 선정 미국 주재 해외작가 ‘10대 작가상’ 등 세계적인 미술상을 수상했다. 또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국립미술관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며 해외에서 한국 미술의 위상을 알렸다. 2000년 귀국 후에는 조용히 작품 제작에 집중하며 칩거하다시피 지냈다. 난청이 찾아오고 건강이 나빠지는 상황에서도 그림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았던 그는 지난해 급작스러운 사고사로 타계했다. 박씨의 마음을 빼앗은 첫 번째 그림은 ‘축제’(1989)라는 작품이었다. 박씨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그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는데 ‘축제’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며 “그 감정은 추상화의 선구자인 바실리 칸딘스키나 파울 클레의 그림을 봤을 때의 감동 이상이었다”고 회상했다.오세영 화백의 ‘축제’(사진=에이앤씨미디어).‘축제’를 구매한 후에도 그는 월급과 상여금 등을 차근차근 모아 오 화백의 그림을 사들였다. ‘축제’ 시리즈가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유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면, ‘심성의 기호’는 내면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그림이라고 했다.“생전 오 화백은 ‘심성의 기호’에 대해 태극기의 괘와 효를 재해석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마음 심(心)자를 해체한 후 괘를 재배치시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어떤 날은 노란 바탕에, 어떤 날은 금빛 바탕에 한점한점 마음의 색깔을 그려 넣은 것 같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정화됩니다.”같은 제목의 그림들도 다른 색깔과 재료로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작품의 묘미다. 오 화백이 생전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재료로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을 만큼 원형의 형태가 오랫동안 보존되는 것도 장점이다. 박씨는 “다가오는 4월 12일은 오 화백의 탄생 85주년이 된다”며 “많은 분이 그의 예술세계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함께 마음의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오세영 화백의 ‘천지창조’(사진=에이앤씨미디어).생전의 오세영 화백(사진=에이앤씨미디어).
2023.03.21 I 이윤정 기자
“STO로 송강호 영화 투자한다…‘제2 기생충’ 흥행 기대”
  • “STO로 송강호 영화 투자한다…‘제2 기생충’ 흥행 기대”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르면 올해 8월에 토큰증권발행(STO)을 통한 영화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것입니다. 배우 송강호가 출연하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에 소액 투자를 할 수 있는 STO 첫 프로젝트입니다.”강신범 바른손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 바른손랩스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STO로 영화에 투자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STO를 통한 영화 제작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 굉장히 의미 있는 임팩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손은 오스카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투자사로, 강 대표가 2017년부터 이끌고 있다. 강신범 바른손 대표이사. △1975년생 △고려대 정보경영공학과 공학박사 △바른손 대표이사(2017년~) △바른손랩스 대표이사(2021년~) △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현 GKL사회공헌재단 이사 △현 부산블록체인산업협회 이사 △현 안무창작가협회 협회장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2016년) (사진=방인권 기자)강 대표가 추진하는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물 기반 토큰형 증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소액 쪼개기 투자’와 비슷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STO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부동산·예술품 등이 STO 대상으로 주로 거론됐는데, 강 대표는 STO가 영화 부문에서 ‘영화 콘텐츠 유동화 프로젝트’로서 히트를 칠 것으로 봤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영화투자 채널의 다변화다. 강 대표는 “그동안 한국의 주요 영화가 특정 대자본에 의존해 만들어지다 보니 다양성·독창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STO가 활성화되면 대자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역량 있는 신진 작가·감독·배우들이 참신한 영화를 만들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관객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강 대표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감독·배우의 영화를 만들어 보자’며 십시일반으로 STO 투자를 할 수 있고, 투자 보상도 받을 수 있다”며 “STO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놀이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비전을 본 바른손은 수년 전부터 준비했다. 수년 전에 영화 ‘거미집’ 투자계약서를 쓸 때 STO 내용을 적시했다. 강 대표는 “제작사 측이 바른손의 진정성과 정도(正道) 경영을 믿고 수년 전에 이같은 내용의 계약서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른손은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규제샌드박스 승인)을 신청했다. 올해 2분기에 승인 결과가 나오면 이르면 8월에 영화 ‘거미집’ STO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바른손은 유진투자증권, SK증권과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안정적인 거래 방안을 논의 중이다. ‘거미집’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 감독(송강호)이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영화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밀정’, ‘인랑’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 연기파 배우들도 출연한다. ‘거미집’은 칸영화제를 비롯한 영화제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1970년대 영화 촬영장이라는 신선한 설정, 거미집에 빠져 몸부림을 치는 처절하면서 웃긴 장면이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 6월 촬영을 마친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은 엉뚱한 상황에 놓인 답 없는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라며 “각 배우들의 개성과 리듬을 최대한 살린 앙상블을 독특한 뉘앙스로 재미있게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바른손)강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가 ‘제2의 기생충’처럼 흥행하길 기대했다. 그는 “기존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 전 개발 중인 작품에 펀딩이 진행돼 흥행 실패, 투자자 피해가 있었다”며 “이번 ‘거미집’ STO는 바른손 투자가 이미 이뤄져 STO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 볼 일이 없다. 투자자들에게는 ‘거미집’ 극장 수익이 발생하면 연간 두차례 배당을 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거미집’ STO는 ‘창작자에게 저작권을, 관객에게 보상을 돌려준다’는 웹3 서비스”라며 “집단지성을 통한 투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자산법, STO 개정안 등 관련법도 마련되고 STO 투자한도 규모도 현실을 감안해 상향하는 등 제도적 지원도 검토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STO=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토큰(디지털자산) 형태의 증권(ST)을 발행하는 것이다. ‘증권형 토큰’으로도 불렸으나, 금융위원회는 향후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에 반영할 법령상 용어로 ‘토큰 증권’으로 명명했다. STO가 허용되면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할 수 있다. 소액 쪼개기 투자를 하는 것이어서 ‘조각투자’와 비슷하다. 투자자는 지분, 의결권, 이자, 수익금 등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실물 기반이어서 코인 투자보다 안정적이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24시간 투자가 가능해 주식·부동산보다 새로운 투자 방식이다. 소액 투자자금을 모으는 측면에선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하지만, STO는 블록체인 기반인데다 주식처럼 배당도 받을 수 있는 점은 기존 크라우드 펀딩과 다른 점이다. 금융위는 올해 2월5일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 국정과제를 반영해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가 올해 1월19일 제6차 금융규제 혁신회의에서 STO 전면 허용 방침을 밝힌 뒤, 후속 가이드라인을 담은 것이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에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가 연내에 개정안을 처리하면 이르면 내년부터 STO가 전면 허용된다.
2023.03.20 I 최훈길 기자
계집·숙녀·색시… 수많은 '여성', 자수틀에 수놓여 매달린 까닭<23>
  • 계집·숙녀·색시… 수많은 '여성', 자수틀에 수놓여 매달린 까닭[정하윤의 아트차이나]<23>
  • 린톈먀오의 ‘배지’(Badge·2011∼2012). 설치미술가이자 섬유디자이너로 활약하는 린톈먀오가 두 타이틀을 한자리에 응축한 대표작. 실과 자수란 소재·기법으로 거대한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사전어는 물론, 비속어·신조어까지 포함해 ‘여성’을 뜻하는 수많은 단어를 영어·중국어로 수놓은 자수틀 수십 개를 천장에 매달았다. 2012년 미국 뉴욕 갤러리르롱에서 전시(10. 25∼12. 15)했을 때의 전경이다. 비단·실·자수틀·음향, 61피스(각 지름 55㎝, 80㎝, 100㎝, 120㎝), ⓒ린톈먀오·갤러리르롱 제공(ⓒLin Tianmiao, Courtesy Galerie Lelong & Co.).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린톈먀오(林天苗·62)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중국의 여성작가 중 하나다. 환갑을 넘긴 그녀의 세대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존재다. 요즘에야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중국 여성미술가들이 여럿 있지만, 1990년대부터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한 중국 여성작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대 주목받았던 다수의 여성미술가가 그랬듯이, 린톈먀오 또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단, 그녀만의 방식으로. ‘린톈먀오’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실’이란 재료다. 주로 여성이 집에서 옷이나 이불 등을 꿰맬 때 사용하던,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재료를 그녀는 꾸준히 사용해 왔다. 작업 초반에는 집에서 사용하는 가사 도구(냄비나 가위 따위)를 실로 칭칭 감아 바닥에 늘어놓았고, 최근에는 원하는 모양(예를 들면 인체의 뼈)을 만들어 역시 실로 칭칭 싸맨다. 실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린톈먀오의 어머니는 종종 어린 딸이 집안일을 돕게 했는데, 린톈먀오가 자주 했던 일은 어머니가 뜨개질하는 동안 실뭉치를 들고 있거나 흐트러진 실패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미술가가 돼 다시 실뭉치를 조우했을 때, 그녀는 이것이어야 한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린톈먀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배지’(2011∼2012)는 실과 관련된 활동, 다시 말해 자수를 작품의 주요 방법으로 사용한 거대 설치작업이다. 작품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수십 개의 자수틀로 구성돼 있고, 각 자수틀에는 ‘여성’을 뜻하는 수많은 단어가 영어와 중국어로 수놓여 있다. 그녀의 단어는 사전에 등장하는 공식적인 언어와 그렇지 않은 비속어, 또 신조어까지 포괄한다.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여자, 여성, 계집, 미스코리아, 된장녀, 맘충 정도 될까. 조신한 여성이 아름다운 꽃을 수놓던 자수라는 방법으로 ‘비치’(Bitch) 같은 단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블랙유머 같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이 단어들을 읽어주는 목소리도 들린다. ‘요즘 작가’답게 사운드도 첨가한 것이다. ◇여성미술가로 규정되기 원치 않은 여성미술가얼마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했으면 ‘여성’이란 단어에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린톈먀오는 스스로를 ‘여성미술가’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렇게 규정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정말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여성주의’에 대해 묻더란다. 그 질문들이 그녀로 하여금 ‘여성’, 또 ‘여성미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좋은 미술가란 한 번 품은 질문에 대해서 끝을 보는 법. 내친김에 린톈먀오는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여기는지, 그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추적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리서치에 착수하면서 린톈먀오는 사전에서 여성이란 단어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고, 고대부터 동시대까지 중국어사전에 여성을 뜻하는 단어만 200여개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전에 아직 기재되지 않은 신조어는 위챗이나 웹툰 등 인터넷을 이용해 수집했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린톈먀오는 100년 사이 여성과 관련된 단어 중 많은 것이 사라졌고, 동시에 새로운 단어가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알게 됐다. 거의 매주, 새로운 표현이 생겨난 셈이었다. 지금까지 린톈먀오가 수집한 단어는 약 900개. 이 중 100개 남짓한 단어로 작품을 만들었다. 린톈먀오의 ‘또렷하게 06-598A’(Focus Print 06-598A·2007). 눈과 눈썹, 코와 입 등 사람 얼굴 형상이 어렴풋하게 잡힌다. 초상사진에 실을 놓고 머리카락을 붙여 만든 작품은 제목과는 달리 초점이 맞지 않는 게 특징. 린톈먀오가 알 듯 모를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란 존재를 찾는 방식이다. 종이에 프린트, 50×39㎝, AP(작가소장용) 4점 포함한 에디션 20점 중 세번째. ⓒ린톈먀오·갤러리르롱 제공(ⓒLin Tianmiao, Courtesy Galerie Lelong & Co.).조사를 진행하면서 린톈먀오가 깨달은 중요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단어가 대개 남자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 주로 남자였으니 이해가 갈 법한데, 최근에도 마찬가지라는 점은 이상했다. ‘여성은 스스로를 정의할 수는 없는가,’ 린톈먀오는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답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여성미술가’란 수식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으며 자신에 대해 정의 내린다는 것이 어떻게 여성에게만 필요한 일이겠나.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디에서 행복을 찾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린톈먀오의 ‘또렷하게’(포커스 프린트) 시리즈는 ‘나도 잘 모르는 나’를 보는 듯하다. 일련의 초상사진 위에 바느질과 자수로 실을 놓고, 머리카락을 붙여 만든 이 작업은 ‘또렷하게’란 제목과는 달리 초점이 하나도 맞지 않다. 설명을 읽지 않거나 어지간히 눈썰미가 좋지 않으면, 사람 얼굴의 형상이 있는지도 알아채기가 어렵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작품 안에서 눈과 눈썹, 코의 위치를 찾아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인지는 당최 알기가 어렵다. 성격, 직업은커녕 성별이나 연령조차 짐작이 안 된다. 알 듯 모를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라는 존재다. 그래도 린톈먀오는 자신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은 일찍이 알아차렸던 편이다. 그중 하나는 본인은 꼭 예술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예술의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예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통미술을 했던 아버지, 무용가였던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며 일찌감치 알았다. 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아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감시 심했던 1990년대 ‘오픈 스튜디오’ 열어 게릴라 전시지금 린톈먀오는 설치와 사진, 바느질과 자수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만 이런 방식은 그녀에게 낯선 것이었다. 어린 시절을 문화대혁명의 그늘 아래서 보냈기에 미술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선전 포스터가 전부였고, 이후 베이징 미술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리는 사실적인 회화를 배웠을 뿐이다. 사진, 설치, 퍼포먼스 같은 동시대 미술의 문법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겼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였다. 기상천외한 뉴욕의 아트신을 보며 린톈먀오는 이것이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임을 선명히 깨달았다. 린톈먀오의 ‘더도 덜도 말고’(More or Less the Same·2011). 사람의 뼈와 기계·기구 등을 결합한 형상을 만든 뒤 실로 칭칭 싸매 마무리한 작품들. 좌대 위에 조각품처럼 설치했다. 옷이나 이불 등을 꿰맬 때 쓰는 가장 일상적인 ‘실’을 작업소재로 삼기 시작한 초기부터 이어온 린톈먀오의 주요 작업 중 하나다. 비단실·스테인리스스틸·폴리요소, 가변크기, ⓒ린톈먀오·갤러리르롱 제공(ⓒLin Tianmiao, Courtesy Galerie Lelong & Co.).그럼에도 이후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1995년 린톈먀오가 베이징으로 돌아왔을 때 중국 정부의 규제는 생각보다 심했다. 전시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고, 전시를 단독으로 기획해서는 체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난관을 뚫기 위해 린톈먀오는 남편과 함께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다. 작가의 작업실을 때때로 대중에게 오픈하는 이 방식은 뉴욕에서는 이미 흔했지만, 당시 중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안도 없었다. 린톈먀오는 오픈 스튜디오를 감행했고, 전화를 일일이 돌려 사람들을 초대했다. 이를 여러 번 반복했고, 많게는 200명이 모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모든 이벤트는 고작 2∼3시간 정도였다. 게릴라전으로 진행하며 정부의 감시와 규제를 피했던 거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린톈먀오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알았다. 그래서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이뤄나갔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집안일을 도우며 린톈먀오는 인내와 참을성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녹록지 않은 세월 동안 꾸준히 실을 감고 수를 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배운 인내심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역시 그 덕분에 린톈먀오는 중국을 대표하는 미술가로 오늘도 미술사에 수놓아지고 있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3.17 I 오현주 기자
양자경 '에에올', 작품상 등 오스카 7관왕…美 영화계 지각변동
  • 양자경 '에에올', 작품상 등 오스카 7관왕…美 영화계 지각변동 [종합]
  • 1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출연한 배우 키 호이 콴이 이 작품이 작품상으로 호명되자,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해리슨 포드로부터 트로피를 건네 받고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이견없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였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11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올랐던 ‘에에올’은 이날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7관왕을 기록하며 최다 트로피를 휩쓸었다. ‘에에올’은 아시아계 미국 이민자들의 문제를 소재로, 현지 영화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활약을 펼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수상을 휩쓸었다는 것은 ‘화이트 오스카’란 오명이 따라붙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기조에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에올’은 1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이니셰린의 밴시’, ‘파벨만스’, ‘TAR 타르’, ‘서부전선 이상없다’, ‘엘비스’, ‘탑건: 매버릭’, ‘슬픔의 삼각형’, ‘위민 토킹’을 제치고 최고 영예인 작품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에에올’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지만, ‘서부전선 이상없다’, ‘이니셰린이 밴시’, ‘파벨만스’ 등 강력한 경쟁작들의 존재로 쉽지 않은 경합이었다. 양자경이 주연을 맡은 SF코미디 영화 ‘에에올’은 미국 이민자 1세인 에블린(양자경 분)이 ‘다중 우주’의 존재를 알고 이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다양한 현실적 문제, 세대 갈등 등 보편적인 화두를 코믹하게 풀어내 호평을 이끌어냈다.(왼쪽부터)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7관왕을 휩쓴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 감독. (사진=로이터)이날 ‘에에올’은 시상식의 MVP라고 칭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가장 많이 이름이 호명됐다.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양자경),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남우조연상(키 호이 콴), 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 등 7관왕이나 차지했다. 후보에 이름을 올린 11개 부문 중 주요 본상을 포함해 절반 이상을 휩쓴 것이다.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에에올’의 프로듀서인 조나단 왕은 “세상에 어떤 영화도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저희 아버지는 제게 수익보다는 사람이 항상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한 한 개인은 없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 이야기를 함께 해주시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혀 박수를 받았다. 다니엘 쉐이너 감독 역시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 스토리는 가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가끔 무서움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영화를 통한 스토리만큼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해 감동을 전했다. 90년대~2000년대를 풍미한 중국어권 할리우드 톱스타 양자경은 ‘에에올’을 통해 배우로서 자신의 황금기를 다시 한 번 개척했다. 그는 이날 아시아계 배우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및 아시아 영화계에 새 역사를 썼다. 유색인종으로는 할 베리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수상이다. 그는 이날 케이트 블란쳇(‘TAR 타르’), 아나 데 아르마스(블론드), 안드레아 라이즈브로(투 레슬리), 미셸 윌리엄스(파벨만스)과 경합을 펼쳤다. (왼쪽부터)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 ‘더 웨일’로 데뷔 후 첫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브렌든 프레이저. (사진=로이터)양자경은 “여성분들에게 당신의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듣는다면 절대 믿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는 멋진 소감으로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남우주연상은 ‘더 웨일’(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브렌든 프레이저가 수상했다. 이날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와 ‘리빙’의 빌 나이, 폴 메스칼(애프터 썬), 콜린 파렐(이니셰린의 밴시)가 브렌든 프레이저와 함께 수상을 겨뤘다. 이들 모두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미이라’ 시리즈로 90년대를 풍미했던 브렌든 프레이저는 성추문 등 각종 문제로 영화계를 떠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졌지만, 이번 ‘더 웨일’에서 완벽한 연기 변신 및 열연으로 화려히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더 웨일’에서 272kg의 거구로 세상과 등을 진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 역으로 뭉클한 연기를 펼쳤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저는 30년 전 영화계에 뛰어들었지만, 쉽지 않던 나날들을 보냈다. 당시에만 해도 저는 여러분들을 향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이렇게 저를 인정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저희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이 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바다에 다이빙을 해서 공기가 물 위로 떠오르는 기분”이라고 동료 배우들과 감독, 가족 및 매니저에게 영광을 전했다. ‘더 웨일’은 이날 분장상과 남우주연상 2관왕을 꿰찼다. ‘에에올’ 다음으로 가장 많은 트로피를 받은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감독 에드워드 버거)였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이날 시상식에서 촬영상, 국제장편영화상, 음악상, 미술상 등 4관왕을 연달아 기록해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전통을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OTT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흔치 않은 성과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3번째로 영화화한 작품으로, 1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독일의 젊은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이미 원작이 있고 영화화만 3번째인 작품이었지만, 그간 연합군의 시선에서만 그려왔던 1차 대전을 처음으로 독일 군인의 시선으로 다룬 점, 뛰어난 작품의 완성도로 극찬을 받았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작품상을 비롯해 9개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버거 감독. (사진=로이터)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넘은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과 지난해 톰 크루즈 신드롬을 일으킨 ‘탑건: 매버릭’은 시각효과상과 음향상을 각각 수상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에선 생애 처음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만 16명으로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조연상과 주연상 수상자 모두 첫 오스카 지명을 받은 인물들이라 의미가 깊다. 지난해 아카데미 당시 시상자인 크리스 록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배우 윌 스미스와 관련한 풍자도 종종 언급됐다.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멜은 이날 시상식에 앞서 오프닝에서 “이 극장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최고의 주연상을 주고 19분간 긴 연설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언했다.이어 “그러나 진지하게, 아카데미엔 위기 (대응) 팀이 있다”며 “쇼 도중 예측할 수 없거나 폭력적인 일이 발생하면 거기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또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가 농담에 화가 나도, 내게 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면 여러분들을 막는 분들이 있다. 당신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앤 원스’의) 양자경을 상대해야 하며, 만달로리안과 스파이더맨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윌 스미스는 해당 사건으로 10년간 아카데미 주최기관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자격이 정지된 상황이다. 윌 스미스는 지난해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원래대로라면 올해 시상식 남우주연상 시상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폭행 사건으로 인해 올해 시상자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한편 올해는 안타깝게도 후보에 오른 한국 작품이 없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으나 최종 후보에선 고배를 마셨다. 이날 시상식은 총 23개 부문에 트로피를 수여했으며, 국내에선 OCN이 단독 생중계를 진행했다. 이동진 평론가와 방송인 김태훈, 통역사 안현모가 해설을 맡았다.
2023.03.13 I 김보영 기자
예술로 만나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우울함…'슬픈 나의 젊은 날'전
  • 예술로 만나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우울함…'슬픈 나의 젊은 날'전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부산시립미술관은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3 ‘슬픈 나의 젊은 날’전을 3월 10일부터 8월 6일까지 본관 3층 대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의 실험정신과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김덕희, 오민욱, 조정환 3인의 작가가 회화, 미디어,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신작을 포함한 70여 점을 소개한다.‘슬픈 나의 젊은 날’ 전시 전경(사진=부산시립미술관).‘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은 1999년 3월에 처음 시작한 부산시립미술관의 대표적인 정례전이다. 지역의 역량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한다는 취지로 지난 20여 년 동안 16회의 전시를 통해 약 70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이번 전시에 최종 선정된 3인의 작가는 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다양한 분야의 신진작가를 추천한 후 내부 선정위원회를 거쳐 엄선됐다. 선정된 작가는 모두 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로 부산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전시는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막다른 골목을 앞에 두고 각자도생, 능력주의 담론 아래에서 빚투 광풍과 버블 붕괴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우울한 시각을 다룬다. 특히 작품에는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계의 위축된 상황이 크게 각인돼 있다.전시 제목인 ‘슬픈 나의 젊은 날’은 198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낙서시를 엮은 시집 제목인 ‘슬픈 우리 젊은 날’을 활용했다. ‘슬픈 우리 젊은 날’은 당시 배창호 감독의 청춘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의 패러디로 군사정권의 악습이 남아 있는 시대를 기쁨으로 왜곡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전시는 ‘우리’를 다시 ‘나의’로 바꿔쓰며 슬픔을 공유할 수도 없는 오늘날의 현실을 직시하자고 했다. 전시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4월부터 주말에 오민욱 작가의 장편영화를 미술관 지하 1층 강당에서 상영한다. 5월 말부터는 작가별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한다. 또한 6월 중 청년 예술가와 지역예술 실천의 문제를 주제로 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팬데믹으로 청년 예술가가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전시”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청년 작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슬픈 나의 젊은 날’ 전시 전경(사진=부산시립미술관).
2023.03.13 I 이윤정 기자
수묵화에 띄운 '전투기 7대'…화가의 총성없는 전쟁<22>
  • 수묵화에 띄운 '전투기 7대'…화가의 총성없는 전쟁[정하윤의 아트차이나]<22>
  • 가오젠푸의 ‘빗속의 비행’(1932). 산과 물을 그린 흔한 수묵산수화에 전투기 7대를 들이는 ‘파격’을 보여준 작품. 물을 넉넉히 사용해 축축하고 흐릿한 분위기를 깐 뒤 하늘을 가르는 전투기 7대를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 넣었다. 전통적인 화면에 현대적인 소재를 접목해 중국화의 업그레이드를 꾀했다. 평생 ‘새로운 중국화’를 고안한 가오젠푸가 시도한 ‘한 수’라 할 만하다. 종이에 수묵채색, 46×35.5㎝, 홍콩대미술관 소장.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중국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종이나 비단에 먹과 색채로 그린, 어딘가 예스러운 그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기 ‘중국화의 정석’을 보기 좋게 빗겨나간 작품이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 출신 화가 가오젠푸(高劍父·1879∼1951)가 그린 ‘빗속의 비행’(1931)이다. 첫인상이 파격적인 건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빛바랜 종이에 먹으로 그린 수묵산수화 같다. 그런데 이 잘생긴 산수화 중간 부분에 이전 중국화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물체가 나타났다. 비행기다! 먹 냄새가 배어 있는 전통적인 그림에 초현대적인 기계문명이 등장하다니! 이 생경한 조합은 도대체 뭘까. 이렇게 색다른 그림을 그린 가오젠푸는 ‘새로운 중국화’를 고안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화가다. ‘중국화를 어떻게 새 시대에 맞게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일평생 고민했다. 가오젠푸가 처음부터 중국화의 변화를 추구했던 건 아니다. 어린 시절 그는 중국화의 기본기를 충실하게 익혔다. 열네 살 무렵부터 그가 살던 광둥지역에서 꽃그림으로 이름 꽤나 알렸던 화가에게 도제식 훈련을 받았다. 성실한 학생 가오젠푸는 스승 밑에서 착실히 수묵채색의 테크닉을 연마했다. 붓에 물을 얼마나 묻혀야 하는지, 색은 어떻게 내는지, 형태와 구도는 어떻게 잡는지 등등. ‘꽃, 수박, 물고기, 곤충’(1905)은 스승 밑에서 숙달된 가오젠푸의 실력을 잘 볼 수 있는 그림이다. 4폭의 세로로 긴 종이에 각기 다른 꽃과 동물, 곤충을 그려 넣은 화려한 채색화다. 벽에 걸어 두기 좋은 ‘꽃’이란 주제, 선명하고 밝은 색채는 당시 광둥지역에서 많이 사랑받던 스타일이다. 분홍·빨강·노랑의 꽃 색깔도 인상적이지만 이끼와 연잎, 꽃 이파리에서 사용한 다양한 초록색은 화가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명도와 채도를 조절해 이만큼 다채로운 초록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레카!…일찍이 서양화 접목한 일본화서 힌트 얻어 가오젠푸는 이처럼 중국화에 엄청난 솜씨를 갖고 있었고 애정도 많았지만 옛것 그대로는 별 가망이 없다고 느꼈다. 서구 열강, 거기에 일본까지 가세해 시시때때로 중국을 덮치려고 하는 시기였다. 옛 중국은 신무기와 신지식 앞에 이미 무릎을 꿇은 터. 무너진 나라의 고리타분한 그림을 고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화를 완전히 버릴 수도 없었다. 전통적인 회화를 폐기하는 것은 나라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절충안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오젠푸에게 힌트를 준 것은 일본화였다. 1906년 겨울, 가오젠푸는 그 당시 동아시아 미술의 메카였던 일본을 향해 떠났다. 정확히 일본의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는지, 아니 어떤 학교에 등록은 했던 건지조차 불명확하지만 일본 미술계가 가오젠푸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당시 일본은 동아시아의 어떤 나라보다 서양에게 문호를 일찍 개방했고, 서양의 기술과 지식을 빨리 습득했다. 그 재빠름은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여서 20세기 초 일본은 이미 서구식 그림에 숙달된 화가들이 많았다. 나아가 전통적인 일본화와 바다 건너온 서양화를 접목해 만든 ‘새로운 일본 미술’ 또한 확립한 상태였다. 가오젠푸는 여기서 눈이 번쩍 뜨였다. 일본화와 서양화의 만남! 우리도 중국화와 서양화를 만나게 하면 될 일이었다. ‘유레카’였다. 희망에 들뜬 가오젠푸는 그 구체적인 방법을 글로 남기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서양식 사실성과 중국식 주관성을 조화시켜 한 화면에 담아야 한다거나 주제는 동시대 것을 다루되 영적인 울림과 표현적인 붓질은 지켜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가오젠푸의 ‘독수리’(1929). 매서운 눈초리, 날카로운 발톱, 날개를 펼치려는 자세 등, 비상 직전의 독수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멈춰 선 화면을 흔드는 강한 속도감은 거칠고 빠르게 그어낸 붓질이 만들고 있다. ‘사실적 묘사’와 ‘감각적 붓질’은 서양식과 중국식의 만남으로 중국화의 변화를 도모하고자 한 가오젠푸의 주요 도구였다. 종이에 수묵채색, 167×83㎝, 홍콩대미술관 소장.‘말이야 쉽지’ 하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오젠푸는 말로만 떠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훌륭한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시각화했다. 그중 한 점인 ‘독수리’(1929)를 보자. 매서운 눈초리와 힘이 잔뜩 들어간 날카로운 발톱, 막 날개를 펼치려는 자세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거기에 일필휘지처럼 지나간 붓질 덕분에 정지한 화면임에도 독수리가 곧 먹이를 향해 속도감 있게 내달릴 것이 느껴진다. 사실적인 묘사와 감각적인 붓질. 가오젠푸가 주장한 서양식과 중국식의 만남이다. 앞서 본 ‘빗속의 비행’도 마찬가지다. 가오젠푸는 중국적인 산수화에 비행기란 동시대적 소재를 접목했다. 전체적으로는 물을 넉넉히 사용해 축축하고 흐릿한 화면을 만들면서 전통 산수화의 느낌을 충분히 주고, 거기에 하늘을 가르는 일곱 대의 전투기를 나름 자세히 그려 현대성을 부여했다. 이로써 가오젠푸는 전통과 현대, 중국과 서양을 공존케 해 중국화를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과제를 훌륭히 완수한 것이다. ◇‘쉰둘의 화가’가 나라를 위해 싸운 최선의 방법중국화를 현대화하겠다는 미션 자체가 애국적이지만, ‘빗속의 비행’에는 가오젠푸의 애국심이 특히나 충만하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 1931년은 중일전쟁의 서막이 올랐다고도 볼 수 있는 해다. 일본은 만주를 점령했고, 가오젠푸가 충성스럽게 지지하던 국민당은 일본군과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역사가 ‘만주사변’이라 기록하는 전쟁이다.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해 국민당 리더였던 쑨원(孫文·1866∼1925)은 “항공이 나라를 구할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용기를 북돋았다. 가오젠푸가 그림에 군사용 비행기를 주인공마냥 두드러지게 삽입한 것은 쑨원의 이 외침에 화답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쉰둘의 화가가 나라를 위해 싸우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가오젠푸의 애국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부터 쑨원의 열혈 지지자였고, 젊은 시절에는 청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한 암살조직에 가담하기도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가오젠푸는 화실을 기지 삼아 폭탄을 만드는 데 일조했고, 1911년 청나라 지도자와 열댓 명의 만주족 공직자가 폭발물에 의해 암살됐을 때, 그 폭탄을 나른 사람이 바로 가오젠푸였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오젠푸의 ‘꽃, 수박, 물고기, 곤충’(1905). 중국 광둥지역에서 도제식 훈련으로 중국화의 기본기를 익힌 가오젠푸의 초기작이다. 꽃그림으로 명성이 자자했다는 스승 밑에서 배운 가오젠푸의 실력을 잘 보여준다. 4폭 화면에 각기 다른 꽃과 동물, 곤충 등을 화려하게 채색했다. 종이에 수묵채색, 각 98×28㎝, 홍콩미술관 소장.중국미술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해 영구불멸하게 만드는 것과 외부 세력에게 빼앗긴 중국을 구해내는 것은 가오젠푸에게 별개의 임무가 아니었다. 자국의 문화와 주권을 지키는 것, 둘 다 가오젠푸에게는 나라를 위함, 바로 ‘애국’이었다. 때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의 사명을 다했다. 미술사에 남은 많은 작가가 삶과 작품에서 일관성을 보이지만, 인생과 그림이 이렇게까지 일치하는 사람, 생명을 걸고 그 신념을 이루고자 한 자는 손에 꼽힌다. 그러나 ‘빗속의 비행’이 음울한 기운을 내뿜는 것처럼 가오젠푸가 원하는 미래는 결국 오지 않았다. 1938년 일본은 광동지역까지 점령했고, 가오젠푸는 마카오로 이주해야 했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퇴거하면서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1949년 그가 지지하던 국민당은 공산당에게 중국을 넘겨주고 대만으로 건너가야 했다. 결국 가오젠푸는 다시 마카오로 이주했고, 2년 뒤 그곳에서 사망했다. 현실에서도 화폭에서도 ‘혁신’을 통한 ‘애국’을 바랐던 가오젠푸. 비록 진짜 세상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혁신적인 작품만은 영구히 남아 나라를 향한 가오젠푸의 진심을 후대에 전하고 있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3.10 I 오현주 기자
  • 오늘의 인사 종합
  • [이데일리 편집국] ●문화체육관광부 ◇과장급 임용 △문화예술정책실 국어정책과장 김미라 △공연전통예술과장 강연경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장 배양희●하이투자증권 ◇실장 신규 보임 △사후관리실장 오주환●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부장 △인공지능컴퓨팅연구소 초성능컴퓨팅연구본부장 김강호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 구본태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 김정녀 △양자기술연구본부장 주정진 △초지능창의연구소 지능정보연구본부장 김영길 △창의원천연구본부장 이일민 △입체통신연구소 위성통신연구본부장 이문식 △광무선연구본부장 권용환 △초실감메타버스연구소 미디어연구본부장 이태진 △실감소자연구본부장 박찬우 △디지털융합연구소 에어모빌리티연구본부장 임채덕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이일우 △국방안전융합연구본부장 박혜숙 △ICT전략연구소 기술전략연구본부장 이승환 △기술정책연구본부장 이광희 ◇실장·센터장·팀장 △인공지능컴퓨팅연구소 인공지능컴퓨팅기획팀장 김영수 △고성능컴퓨팅시스템연구실장 고광원 △지능형엣지반도체연구실장 이재진 △PIM인공지능반도체연구실장 한진호 △지능형센싱반도체연구실장 박경환 △인공지능융합보안연구실장 임재덕 △지능형네트워크보안연구실장 박종근 △차세대시스템보안연구실장 강동호 △국방사이버전기술연구센터장 이윤경 △양자통신연구실장 윤천주 △양자센서연구실장 김민수 △초지능창의연구소 초지능창의기획팀장 최정란 △언어지능연구실장 권오욱 △필드로보틱스연구실장 서범수 △테라헤르츠연구실장 이의수 △스마트소재연구실장 이영기 △차세대반도체소자연구실장 박정우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장 양용석 △입체통신연구소 입체통신기획팀장 이상호 △분산네트워크연구실장 이현진 △전파환경감시연구실장 문정익 △RF기술연구실장 황정환 △위성항법연구실장 황유라 △공간무선전송연구실장 이준환 △초실감메타버스연구소 초실감메타버스기획팀장 조용성 △미디어방송연구실장 서재현 △미디어부호화연구실장 강정원 △실감미디어연구실장 추현곤 △플렉시블전자소자연구실장 구재본 △디지털융합연구소 디지털융합기획팀장 안창근 △도시·공간ICT연구실장 조영수 △DNA+드론플랫폼연구센터장 이문수 △농축수산지능화연구센터장 조성균 △의료정보연구실장 정호열 △국방ICT융합연구실장 이종국 △ICT전략연구소 미래전략연구실장 김성민 △기술전략연구센터장 김태한 △기술경제연구실장 신용희 △산업분석연구실장 송영근 △통신정책연구실장 이형직 △대경권연구센터 지역산업IT융합연구실장 권기구 △모빌리티IT융합연구실장 정윤수 △호남권연구센터 인공지능융합연구실장 김정은 △광ICT융합연구실장 박형준 △에너지지능화연구실 고석갑 △수도권연구센터 보안SoC융합연구실장 박성천 △기획본부 전략기술기획실장 정형석 △창의원천기술기획실장 김경호 △사업화본부 연구성과확산실장 윤영석●광동제약 △의약연구개발본부장 배기룡●목원대학교 △입학부처장 이재만 △총무부처장 겸 총무과장 오혜원 △중앙도서관 부관장 겸 학술정보과장 문정종 △미래전략본부 부본부장 겸 감사실장 김진환 △대학일자리플러스본부 진로지원센터 과장 겸 현장실습지원센터 과장 김선명 △미술디자인대학 교학과장 겸 사회과학대학 교학과장 장숙희 △예산과장 노희자 △스톡스대학 교학과장 겸 교양지원과장 이향미 △기획과장 겸 청탁방지담당관 이명기 △학사지원과장 김재익 △대학일자리플러스본부 취업지원센터 과장 김영림●UPI뉴스 △경기북부본부장 김칠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급 전보 △홍보담당관 윤상웅 △규제개혁법무담당관 김준동 △디지털사회기획과장 김수정 △디지털인재양성팀장 이국화 △뉴미디어정책과장 이기선 △중앙전파관리소 전파관제과장 김경현 △서울전파관리소 방송통신서비스과장 양진용●충북 제천시 ◇5급 승진 △홍보학습담당관 신순임 △자치행정과 정길영 △세정과 하이락 △문화예술과 김숙희 △체육진흥과 조견행 △신속허가과 이경민 △정보통신과 홍찬심 △농업정책과 정치헌 △보건위생과 천미경 △건축과 박종여●광주 광산구 ◇5급 승진의결 △비아동장 직무대리 유대원
2023.03.09 I 박정수 기자
뭉쳐야 산다…지분 모아 상장사 움직이는 개미
  • 뭉쳐야 산다…지분 모아 상장사 움직이는 개미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3월 주주총회의 주인공은 과연 개미가 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주식시장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개미들이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개미들이 본격적으로 상장사에 배당 확대와 감사 등 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모습이다. 이제까지 주가의 상승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던 개인투자자들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소액주주 요구에 귀 여는 상장사들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상장사 일신방직(003200)은 보통주 13만 4000주를 공개 매수 방식으로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당 가격은 15만 원으로 총취득 금액은 201억 원이다. 아울러 이미 취득한 자사주 7만2000주(약 61억원)를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 1주당 5000원(시가배당률 4.65%)을 배당하고 유통 주식 수 증가를 위해 1주당 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조정하는 주식분할도 단행했다.일신방직의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은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신방직 주주연대는 지난해 12월 21일 사측을 대상으로 주주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은 △자기주식 500억원어치를 17만 원에 공개 매수 한 후 소각할 것 △회사 소유 미술품 목록 공개 △유동성 공급을 위한 액면 분할 △감사인 교체 등이 주 내용이었다. 소액주주들이 모은 지분율은 지난해 말 잔액증명서 기준 3% 수준이다.시장에서는 일신방직이 소액주주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자의 지분율이 50.28%에 이르는 기업도 이같은 제안을 수용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다고 해서 소액주주의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한국철강(104700)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철강의 소액주주연대는 △배당금을 250원에서 1000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1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감사위원 중 1명은 주주총회 결의로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도록 해달라 요구했다. 한국철강 이사회는 배당금 확대와 감사위원 선임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키로 했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받아들이지 않아 소액주주들은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이외에도 한국알콜(017890), DB하이텍(000990), 신풍제약(019170), 광주시네계 등의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주주제안에 나선 상태다.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도 크지 않은 중소형주를 움직이는 새로운 주체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vs “주가에만 초점”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 3% 이상을 확보하거나 6개월 전부터 1%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 제안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면 된다. 소액주주들이 지분 3% 이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뭉치기 좋은 정보기술(IT) 환경이 펼쳐진 덕분이다. 먼저 각종 주주게시판이나 카카오톡 오픈대화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이 상장사에 대한 생각을 개진하기 쉬워졌다. 현재 한국주식투자자연합(한투연)에 따르면 소액주주 모임은 약 30개에 이른다. 의결권을 모으기도 쉬워졌다. 예전엔 직접 의결권 위임을 받아야 했지만 ‘헤이홀더’ 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작업을 간소화했다. 헤이홀더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증권사 계좌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실제 보유하고 있는 종목과 주식 수를 파악하도록 해 신빙성을 확보했다. 신풍제약은 헤이홀더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아 이달 9일 이사회에 주주 제안을 발송하기도 했다. 한국알콜의 소액주주인 2명의 대학생이 ‘한톨’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의결권을 위임받은 후 주주 제안을 발송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자본시장은)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 권리보호 수단, 이사회 기능, 기관투자자 기반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라도 투자자의 적극적인 역할은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개별 상장사의 성장이나 가치 증대보다는 주가 상승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총회 중 주주제안이 제기된 회사는 41개사, 총 100건 이상의 안건이 상정됐다. 이 중 이사 등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이 25개사(61%)로 가장 많았다. 정관 변경의 건(16개사·39.0%), 배당 및 자사주 취득, 소각 요구 등(14개사·34.1%), 이사 등 해임 건(6개사·14.6%)이 뒤를 이었다. 이재혁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E나 S 분야의 주주제안이 많은 미국이나 정관변경에 대한 요구가 많은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감사나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경영권 공격이 주를 이룬다”며 “이런 제안은 회사의 본질적 가치를 높인다기보다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3.03.08 I 김인경 기자
"털 빠진 값싼 붓으로 수없이 그어"…산·구름이라더니 사람이었구나
  • "털 빠진 값싼 붓으로 수없이 그어"…산·구름이라더니 사람이었구나
  • 작가 정주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서 연 개인전 ‘그림의 기후’에 건 자신의 작품 ‘M22’(2021·170×210㎝) 앞에 섰다. 산을 그리던 작가가 ‘산 너머’ 하늘을 바라본 ‘M’ 연작 중 일출의 다이내믹한 순간을 색채스펙트럼으로 펼쳐낸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분명 유화라고 하지 않았나. 도대체 어디에 유화물감을 썼는데? 유화라면 본디 첩첩이 캔버스를 타고 오른 물감이 엉켜 색을 씌우고 두툼한 질감을 만들어 자칫 부조회화처럼 보이기도 하거늘. 찐득거리고 끈끈한 그 맛을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지 않은가. 두툼은커녕 얇고 가벼워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인데. 되레 수채화 분위기가 난다고 할까. 가만있자. 그래서 저 바닥에 깔린 게 다 보이는 건가. 캔버스에 연필로 밑작업이라도 한 듯 거칠게 그어낸 수많은 선이 눈에 훤히 들어오니. 시작이 이랬다. 작가 정주영(54·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과 마주치기 전까진, 작가가 오래도록 머금었을 그만큼 길게 토해낸 안팎의 스토리를 듣기 전까진 ‘제멋대로 난리부르스’였단 얘기다. 정주영의 ‘M38’(2022·100.5×80.5㎝·왼쪽)과 ‘M11’(2022·100.5×80.5㎝). 창에 걸린 구름(M38),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M11)을 잡아채듯 캔버스에 걸었다. 성긴 평붓을 수없이 그어 생긴 잔선이 가득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넓적한 평붓을 쓴다. 값싼 붓이라 오래 쓰다 보면 털이 빠져 듬성듬성해지는데 그 상태로 계속 그어대 붓자국이 생긴 거다. 칠하고 지우기를 반복했다고 할까.” 정리해보면 이런 얘기다. 성긴 붓으로 수없이 긋고 그어 캔버스에 물감이 채 차오르기도 전에 쓸어버린다는 거 아닌가. 밑작업처럼 캔버스 바닥에 놓인 잔선들은 붓이 숱하게 긁어대며 만든 ‘상처’ 같은 거고.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 ‘붓이 낸 상처’를 품은 크고 작은 회화작품 60여점을 걸고 작가는 개인전 ‘그림의 기후’를 열었다. 개인전만으로는 2년 남짓, 갤러리현대에선 6년 만이다. 굳이 ‘지난날을 센’ 건 그 시간의 변화가 ‘드라마틱’해서다. ‘털 빠진 값싼 붓’으로 그린 풍경이 지상을 넘어 이제 천상을 향했다고 하니까. 작가 정주영이 갤러리현대 개인전 ‘그림의 기후’에 건 자신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섰다. 작가 뒤로 왼쪽부터 ‘M11’(2022·100.5×80.5㎝), ‘M36’(2022·35×27.5㎝), ‘M38’(2022·100.5×80.5㎝), ‘M22’(2021·170×210㎝)가 차례로 걸렸다. 작가는 기상학(Meteorology)에서 따온 영문자 M으로 ‘변화하고 반복하고 순환하는 기상현상’ 연작을 만들어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는 산을 그렸고 산을 그린다. 앞의 산은 서울과 인근의 북한산·인왕산 등이고, 뒤의 산은 유럽 여러 나라를 관통하는 알프스다. 작가의 이름에 따라붙는 ‘산의 작가’란 타이틀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다만 ‘산 그림’이라면 으레 연상되는 흔한 풍경과는 좀 거리가 있다. 깎아지를 듯한 바위산이나 눈 덮인 봉우리로 세운 환상적인 절경과는 한참 떨어져 있단 얘기다. 그렇다고 바위산이나 봉우리를 그리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시선이 다를 뿐. 풍경이 아닌 풍경의 초상이었던 거다. 북한산·인왕산에선 세상 만물이 생성·소멸하는 형체를 보려 했고, 알프스에선 우주의 시간이 생성·소멸하는 순환을 보려 했다니까. 정주영의 ‘알프스 No.31’(2021·210×170㎝). 솜털처럼 부드러운 화면에 사람의 살갗색을 띤 알프스 전경을 옮겨놨다. 풍경 그대로가 아닌 풍경의 초상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상처 같은 무수한 선으로…풍경 아닌 풍경의 초상‘드라마틱한 변화’는 사실 이제부터다. 2018년부터 붓길을 내기 시작했다는 ‘알프스’ 연작을 지나 ‘산 너머’의 공간으로 확장한 작품을 이번 개인전에 처음 꺼내놨으니까. 바로 하늘, 그 하늘이 들인 구름·일출·일몰 등 날씨·기후를 총체적으로 부르는 ‘기상학’을 화면에 올린 거다. 작가 정주영이 갤러리현대 개인전 ‘그림의 기후’에 건 자신의 작품 ‘M19’(2021·120.5×11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늘 가운데에 박혀 가장 밝고 빛나는 순간을 맞은 해를 표현했다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퀀텀점프’란 게 이런 건가. 산에서 비약적으로 뛰어올라 하늘에 가닿았으니. “2006년 알프스를 답사하고 2018년부터 연작을 내던 그때부터,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낸 그때부터 ‘산에서 바라본 하늘’에 관심을 가졌더랬다. 산봉우리의 빙하가 밝은 흰색으로 보이는 것도 기상·기후와 연결됐기 때문이라지 않은가.”결국 작가의 작업은 시간과의 싸움, 아니 시간과의 합의를 이루는 과정처럼 보인다. 지각변동과 침식작용이 오랜 세월 빚어낸 봉우리·바위도 모자라 이젠 그보다 더 오랜 세월 ‘변화하고 반복하고 순환하는 기상현상’까지 포착했으니. 기상학(Meteorology)의 영단어에서 따왔다는 ‘M’ 시리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정주영의 ‘M21’(2021·170×210㎝). ‘산 너머’ 하늘을 바라본 ‘M’ 연작 중 일몰의 다이내믹한 순간을 색채스펙트럼으로 펼쳐낸 작품이다. 일출을 그린 ‘M22’(2021)와 짝을 이루는 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해가 뜨고 또 그 해가 지는 순간의 하늘을 웅장한 색의 변천으로 묶어낸 ‘M22’(2021)와 ‘M21’(2021), 떠오른 그 해가 세상을 꽉 채운, 또 떨어진 그 해가 세상을 텅 비운 찰나를 잡아낸 ‘M20’(2021), ‘M19’(2021) 등은 그저 한 토막에 불과하다. 긴 구름이 푸른 하늘을 가르고(‘M11’ ‘M12’ 2020), 창가에 머물기도 하며(‘M38’ 2022), 붉은 석양을 가리다가(‘M18-1’ ‘M18-2’ ‘M18-3’ 2020), 마침내 어둠에 스며드는(‘M14’ 2020) 과정이 마치 ‘기상일지’처럼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작가가 그린 형체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말 그대로 ‘반은 구상이고 반은 추상’. 그런데 그 절반인 ‘구상’이란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있는 그대로의 형상이 아닌 보이는 그대로의 형상이라니 말이다. 이번 개인전에 건 대표작 ‘M40’(2022)과 ‘M41’(2022)이라면 설명이 될까. 정주영의 ‘M18-1’ ‘M18-2’ ‘M18-3’(2020·각각 50×40㎝). 붉은 석양이 시간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순간을 포착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대형 캔버스로 나란히 건 두 작품이 담아낸 건 ‘먹구름’이란다. “지난여름 어느 날 높은 온도 때문인지 비가 그치니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시커먼 먹구름이란 표현은 적어도 여기선 틀렸다. 연보랏빛, 거기에다가 붓끝이 낼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촉감까지 입고 있으니. 그런데 이 구름이 만든 형상이 말이다. 얼핏 사람으로 보이는 거다. ‘M40’에선 누군가의 얼굴, 구체적으로 코와 입이 보이는 옆모습이, ‘M41’에선 누군가가 누워있는, 구체적으로 다리를 포갠 채 반대편을 보고 있는 뒷모습이 잡힌다. 작가 자신이 의식을 했든 못 했든 말이다. 오래도록 올려다본 구름이 양 모양, 곰 모양을 다 지나쳐 때마침 ‘사람’으로 형체를 바꾼 그 순간을 포착한 거다. 그렇게 ‘구름’ 그림에서 정작 구름은 추상으로 보내고 기어이 사람을 구상으로 데려왔다고 할까. 정주영의 ‘M40’(2022·210×160㎝·왼쪽)과 ‘M42’(2022·210×160㎝). 지난 여름날 비온 뒤 먹구름이 몰려든 한때를 포착했다는 작품들에선 여지없이 사람의 형체가 잡힌다. ‘M40’에선 누군가의 얼굴 속 코와 입이, ‘M41’에선 누워서 다리를 포갠 채 반대편을 보고 있는 인체의 굴곡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내 손의 뼈는 봉우리 같고 힘줄은 물 같고” 작가의 그림에 ‘사람’이 배여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한동안 산을 그려 무감각해졌던 어느 때, 문득 손을 내려다보니 산처럼 보이더라. 뼈는 봉우리 같고 힘줄은 물 같고.” 산을 인간의 신체와 연결한 게 ‘구름’보다 앞섰단 얘기다. 작정은 하지 않았단다. “추구했다기보단 그렇게 흘러가더라”고 했으니까. 결국 누구나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되는 법인가. 작가가 산·구름에서 사람을 봤던 것처럼, 감상자들 역시 ‘알프스’ 연작 중 유독 사람의 살갗색을 띤 ‘알프스 No.31’(2021), ‘알프스 No.39’(2022)에 한번 더 시선을 던질 듯하니.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서 연 정주영의 개인전 ‘그림의 기후’ 전경. 2018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는 ‘알프스’ 연작이 걸렸다. 왼쪽부터 ‘알프스 No.31’(2021·210×170㎝), ‘M1’(2020·27×25.5㎝), ‘알프스 No.35’(2022·지름 30㎝), ‘알프스 No.32’(100.5×80.5㎝), ‘알프스 No.24’(2021·210×170㎝)(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정주영의 ‘알프스’ 연작 중 ‘알프스 No.31’(2021·210×170㎝·왼쪽)과 ‘알프스 No.24’(2021·210×170㎝)를 확대해서 들여다봤다. 그렸다기보다 지워낸 듯한 수많은 붓선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대학(서울대 서양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독일로, 네덜란드로 날아가 줄창 서양화를 그려댔지만 “아무리 유럽의 풍경을 그려도 동양적이더라”고 했다. 멀리 보고, 너머 보고, 종국엔 투영된 다른 걸 봤으니 화면에 무엇이 옮겨질진 자명하지 않았겠나. 그렇게 작가는 풍경을 그렸으나 풍경만 그리진 않았다. 사람 닮은 풍경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그이의 그림에서 풍경은 사람이었던 거다. 전시는 3월 26일까지. 작가 정주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서 연 개인전 ‘그림의 기후’에 건 자신의 작품 ‘M40’(2022·210×160㎝·왼쪽)과 ‘M42’(2022·210×160㎝) 사이에 섰다. “삼원색을 중첩해 먹구름의 오묘한 회색을 뽑아냈다”지만 결국 먹구름은 환상적인 연보랏빛으로 마무리됐다. 붓끝이 낼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촉감으로 사람의 형상까지 빚어놓고선(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3.03.08 I 오현주 기자
'인류애' 담은 故유영교 작가 작품 한 자리에…특별전 '구도'
  • '인류애' 담은 故유영교 작가 작품 한 자리에…특별전 '구도'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특별 초대기획전으로 故유영교 작가의 ‘구도(求道)’ 전시를 오는 3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여는 첫 번째 작고작가 회고전이다.故유영교 작가의 ‘구도’ 전시(사진=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유영교는 1946년에 태어나 60여년의 생을 살고 2006년에 삶을 마감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197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국회의장상, 1975년 동 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하며 명성을 쌓았다. 인체의 단순함과 소박함을 표현한 조형작품들을 제작했고, 종교를 초월한 작품활동을 통해 구도적 삶의 길을 걸었다.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성경주제의 작품들’ ‘구도자’ ‘열반’ 등의 시리즈에 이르는 작품들은 종교적인 경계를 넘어 소중한 보편가치를 향한 작가의 인류애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얼굴’의 모습을 통해 자아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마주할 수 있다. ‘샘’ 시리즈를 통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조선 후기 국가 공식 참형장이었던 서소문밖 네거리에 ‘모두에게 열린 문화복합공간’을 지향하며 2019년 6월 1일 개관했다. 죽음의 형장이었던 곳에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원종현 관장 신부는 “작품들을 통해 유영교 작가의 숭고한 뜻이 전시를 마주하는 모든 분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3.03.03 I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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