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렬
  • 영역
  • 기간
  • 기자명
  • 단어포함
  • 단어제외

뉴스 검색결과 2,700건

쉬어라 맛보라 즐겨라… 타이베이의 유혹(VOD)
  • 쉬어라 맛보라 즐겨라… 타이베이의 유혹(VOD)
  •  [조선일보 제공] 대만에서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한나절 남짓. 이 금쪽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 테마별로 공략하는 '타이베이 즐기기'. ▒ 가 볼만 한 곳 ▒ 온몸이 물 젖은 솜처럼 무겁고 피곤하다면_발 마사지 ‘2번’ 마사지사 차이전원(蔡振文)씨가 독수리 발톱처럼 생긴 나무봉 끝으로 왼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를 후벼 파듯 문질렀다. 너무 아파서 몸이 뒤틀렸다. 안락의자 팔걸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꽉 깨문 이 사이로 신음이 새 나왔다. 하얀 마스크 너머 차이씨 얼굴은 잔인하리만치 무표정했다. 아픈 부위는 신체 특정 부위의 건강이 나쁜 신호라는데, 나의 발은 어디랄 것 없이 고통 덩어리다. “처음이라 그럴 거에요.” 여자 안내원이 웃는다. 여기는 민취안둥루(民權東路)에 있는 타이지탕(太極堂) 발 마사지 센터. 외국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여행사 사장이 “대만에 가면 발 마사지를 꼭 받아보라”고 적극 추천했다. “방콕은 너무 세서 아파요. 중국은 기술이 떨어지죠. 대만이 최고예요.” 마사지 클리닉 700여개가 타이베이에 있는데, 특히 민취안둥루에 몰려있다. 발 마사지를 마치고 나니 서서히 열이 오르더니 나른하면서 어지럽기까지하다. 호텔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싶었는데 아침이었다. 몸이 가뿐하다. 발 마사지는 30분 기준 300~1000NT$(대만 달러). 타이지탕에서는 발 마사지 550NT$, 전신 마사지(1시간) 1000NT$ 받는다. 民權東路2段134號, 886-2-2571-2017. 가장 유명한 곳은 쯔허탕(滋和堂·Giwodo Foot Massage Clinic)이다. 일본 관광객이 많다. 영어·일어가 되는 마사지사가 많아서 중국어를 하지 못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간단한 건강상담도 해준다. 대신 발 마사지 700NT$, 어깨 마사지 700NT$, 전신(1시간) 1400NT$로 비싼 편이다. 新生北路1段59號, 886-2-2523-3376 ▲ 대만을 대표하는 사원 룽산스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사업이 번성하길 바란다면_상업의 신 관우를 모신 싱톈궁(行天宮) 비즈니스맨이라면 관제(關帝)를 모신 싱톈궁(行天宮)에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관제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關羽). 관우는 중국에서 상업의 신(神)으로 숭배된다. 상업의 필수품인 장부와 주판을 처음 사용했다는 거다. 그래서 싱톈궁은 사업의 번성을 기원하는 대만사람들로 언제나 북적댄다. 한국보다 한층 화려한 단청(丹靑)으로 장식된 건물을 둘러보기만 해도 재미나다. 관우는 전쟁의 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찰의 수호신이자 조직폭력배의 수호신으로 숭배 받는다. 민취안둥루(民權東路)에 있으니 발 마사지 전후로 들리기 편리하다. 民權東路2段109號, 886-2-2502-7924. 입장료 없다. 화려하기론 룽산스(龍山寺)도 빠지지 않는다. ‘타이베이에서 단 하나의 사원을 방문해야 한다면 단연 룽산스’라고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타이베이 나아가 대만을 대표하는 사원이다. 1738년 건립됐으나 천재지변과 전쟁 등으로 여러 차례 파손됐다. 현재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한 것이다. 관음보살을 모시는 절로, 이곳 관음보살상은 전쟁으로 본당이 소실됐을 때도 전혀 피해가 없을만큼 영험하다고 한다. 廣州街211, 886-2-2302-5162. 롱산스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다. 입장료는 없다. ▲ 타이베이-비즈니스맨의 수호신 관우 모신 싱톈궁(行天宮)/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문화·예술로 교양 넓히고 싶다면_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 “중국에는 중국미술의 껍데기만 남았다”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미술애호가들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전통 미술 알맹이는? 대만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에 있다. 1949년 국민당 정부가 공산당에 밀려 퇴각하면서 역대 황제들이 고궁(故宮) 즉 자금성(紫禁城)에 모은 방대한 미술컬렉션 중 알짜만 대만으로 가져왔다. 고르고 고른 것이 무려 70만점이다. 송(宋)나라 도자(陶磁)와 산수화가 백미(白眉)로 꼽힌다. 고궁박물원은 3년여 보수를 마치고 지난 2월 재개관했다. 버스가 박물원 바로 앞에 정차하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등 관람이 훨씬 편해졌다. 입장료 160NT$.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를 100NT$에 빌릴 수 있다. 시내에서 빨간색(Red) 30번 버스가 운행한다. 어른 50NT$. 택시로는 약 20분 걸리며 165NT$쯤 나온다. 직장동료에게 줄 선물을 구입할 기념품점도 있다. 미니어처 청화백자를 매단 휴대전화 끈(150NT$), 고궁박물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작품인 ‘옥(玉)배추’ 미니어처(100NT$·사진) 등을 판다. 오전 9시~오후 5시, 연중무휴. 886-2-2881-2021, www.npm.gov.tw ★ 여행 Tip ● 레 스위트 칭청(Les Suites Ching-Ch eng·臺北商旅 慶城)은 부티크호텔의 아늑함과 친근함, 비즈니스호텔의 기능성과 편리성이 조화를 이뤘다. 호텔 어디서나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고, 로비에 비치된 컴퓨터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싱글·트윈룸 약 7500NT$부터(부가세 별도). 慶城街12號, 886-2-8712-7688, www.suitetpe. com.tw. ● 샹그리라 파이스턴플라자 호텔(Shang ri-La’s Far Eastern Plaza Hotel)은 김영삼 전 대통령도 묵은 고급 호텔. 오피스가 몰린 둔화난루(敦化南路)에 있어서 편리하다. 싱글·트윈룸 9900~13400 NT$(부가세 별도). 객실에서 인터넷 사용 가능하지만 1시간당 300NT$(또는 1일 600NT$)를 내야한다. 敦化南路2段201號, 886-2-2378-8888, www.shangri-la.com ● 타이베이↔공항 가격대비 만족도에서 공항버스(Airport Bus)가 가장 낫다. 1인 125~135NT$. 오전 5시~오후 11시까지 15분마다 공항터미널을 출발, 시내 곳곳에 내려준다. ※ 1대만달러(NT$)=약 28원 ▒ 먹을 거리 ▒ ▲ 돼지족발로 유명한 "첸룽주자오"의 다진 돼지고기를 얹은 덮밥(左)과 "라오천뉴러우멘"의 얼큰하고 구수한 뉴러우멘(右).딱딱한 비즈니스 디너에 질렸다면_타이베이 거리음식 타이베이의 거리는 위험하다. 거리음식이 너무 맛있고 다양해서 자칫 방심하단 살찌기 십상이다. 거리음식을 맛보려면 용캉제(永康街)로 간다. 바로 옆 대만사범대학(스다·師大) 기숙사 학생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노점상과 식당으로 가득한 거리다. 미국 KFC보다 더 맛있는 닭튀김 노점상이 여럿 있다. 바삭하게 튀긴 닭고기에 후추를 뿌려 느끼함을 없앤다. 대개 40NT$ 받는다. 스린야시장(士林夜市)은 타이베이 최대 야시장. 닭튀김은 물론 기름에 튀긴 밀전병(12NT$), 인도식 밀전병 난(60NT$) 등 없는 음식이 없다. 한국의 신촌과 비슷한 시먼딩(西門町) 골목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길에 서서 허겁지겁 뭔가를 퍼먹는 가게가 보인다. 아쭝?셴(阿宗麵線)이다. 가츠오부시(가다랑어포)를 연상케하는 구수한 국물에 가느다란 국수를 잔뜩 넣고 오래 끓인 듯 죽처럼 걸죽하다.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마력이 있다. 돼지곱창이 쫄깃쫄깃 씹힌다. 소 40NT$, 대 55NT$. 峨眉街8號之1, 886-2-2388-8808, www.ay-chung.com 시먼딩 홍루극장(紅樓劇場) 근처 펑다카페(蜂大??)는 직접 볶은 원두로 뽑은 커피가 진하면서도 텁텁하지 않다. 가게가 오픈한 1950년대 인테리어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커피와 쿠키 세트가 100NT$. 오전 8시~오후 10시30분, 成都路42, 886-2-2371-9577. 술 마신 다음날, 혹은 기름진 중국음식에 질렸다면 얼큰한 뉴러우?(牛肉麵)이 좋겠다. 진짜 뉴러우?을 맛보려면 난징둥루(南京東路) 골목에 있는 라오천뉴러우?(老陳牛肉麵)으로 간다. 육계장처럼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에 국수를 말고 큼직한 쇠고기를 올린다. 소 80NT$, 대 100NT$. 南京東路4段133巷. ▲ 타이베이 거리음식-아쭝?셴 (阿宗麵線)/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height="345" id="V000045500" wmode="transparent"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타이베이 거리음식-얼큰 구수한 뉴러우멘(우육탕면)/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딘타이펑(鼎泰豊) VS. 가오지(高記), 소롱포 만두의 지존은? 딘타이펑은 깨물면 고소한 육즙이 터져나오는 상하이식 만두 샤오룽바오(小籠包)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가게. 그런데 대만사람들은 “외국인들은 딘타이펑밖에 모른다, 모퉁이를 돌면 바로 가오지가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도대체 어디길래 ‘감히’ 딘타이펑과 비교한단 말인가? 그럴 만했다. 가오지 샤오룽바오는 딘타이펑보다 조금 더 담백하면서 섬세하달까. 여기 비하면 딘타이펑은 육즙이 느끼하면서 진하다. 딘타이펑이 워낙 가볍고 섬세한 맛이기에 더 놀랍다. 가격은 180NT$대로 비슷하다. 딘타이펑 信義路2段, 886-2-2321-8927. 가오지 永康街3號, 886-2-2341-9971 ▲ 타이베이-샤오룽바오 만두의 지존 '딘타이펑'/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 타이베이-딘타이펑과 자웅을 겨루는 '가오지'/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분위기 있는 카페서 여유 즐기려면_타이베이의 유럽 톈무(天母) 타이베이 북쪽 양밍산(陽明山) 기슭에 있다. 외국인 학교가 이전하면서 외국인들이 이사왔고, 레스토랑·상점·술집이 들어서면서 서구적인 동네로 바뀌었다. 오풀리 초콜릿(Awfully Chocolate·天玉街38巷15號1樓, 886-2-2748-9602, www.awfullychocolate.com.tw)은 온통 흰색으로 된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초콜릿가게. 초콜릿 아이스크림 90NT$. 정오~오후 11시. 피자리아 리알토(Pizzeria Rialto)는 마르게리타 등 다양한 피자를 200~500NT$에 판다. 오전 11시 45분~밤 9시30분. 멋진 2층 건물에 들어선 하겐다즈도 사람들 눈길을 끈다. ▲ 타이베이 속 유럽 톈무(天母)/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 매주 연재하는 '시티 가이드'는 기업체 출장 전문 여행사 BT&I(www.btikorea.com)와 함께 한국인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가장 자주 찾는 외국 도시의 볼거리·먹거리, 쇼핑 정보를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구글 로고가 내 손안에`..웹페이지 총괄책임자 방한
  • `구글 로고가 내 손안에`..웹페이지 총괄책임자 방한
  •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세계 최대 인터넷검색업체인 구글의 웹 페이지 관리 총괄 책임자(인터내셔널 웹마스터)가 방한했다.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인 데니스황(한국 이름 황정목 사진). 올해 29세인 그는 구글의 `기념일 로고`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100여개국의 구글 사이트에 있는 구글 회사 정보와 검색, 도움말 등을 관리하고, 웹 페이지의 데이터베이스와 콘텐트를 각국에 맞게 자동화시키는 프로그래밍 업무를 맡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5살때 한국으로 건너와 중학교 2학년때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부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택했다. 그는 지난 1998년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이 세계적인 검색업체로 이름을 떨치기 전이었다. 보조웹마스터로 일하던 그에게 구글 창립자인 래리와 세르게이가 구글 로고를 디자인해 보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 계기가 돼, 구글 기념일 로고(일명 구글 두들 Google Doodle)를 개발하게 됐다. 황씨의 손에 태어난 구글 기념일 로고는 약 200여개. 유명인의 생일과 월드컵, 올림픽 등 이벤트와 기념일에 맞춰 구글 기념일 로고를 만들어왔다. 특히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활용한 광복절 기념일 로고를 해마다 디자인하고 있다. 구글 로고의 알파벳(Goolgle)에서 `g`를 이용해 한반도로 형상화했는데 울릉도와 독도가 빠졌다는 한국 네티즌의 이메일을 받은 에피소드도 갖고 있다. 작년 추석 무렵 선보여 화제가 됐던 구글 강강수월래 로고도 그의 작품이다. (사진 참조)지난 2005년 구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입국했던 그가 이번에 입국한 것은 목적이 있어서다. 바로 한국의 유능한 웹마스터를 채용하기 위한 것. 데니스황은 "한국에는 훌륭한 웹 마스터가 많다. 한국의 문화를 웹사이트에 반영하기 위해 이들을 구글 식구로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스위스 등 각국의 웹마스터를 뽑아 고유한 각국 문화를 구글 사이트에 표현하는 일을 지휘하고 있다. 데니스황은 "로고는 바꾸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구글은 깨뜨렸고 이제는 인터넷업계에서도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넓고 다각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고, 정보를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사람이 구글이 원하는 미래 인재"라고 덧붙였다.
2007.04.17 I 류의성 기자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누가 뭐래도 현대 예술의 총아는 영화다. 세상에 등장한 지 불과 100년이 조금 넘은 영화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갈수록 그 위세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한 편의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힘은 오히려 더 줄어든다. 특히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않는 비주류 다큐멘터리 영화의 위력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호소력 있는 주제와 설득력 있는 논리로 현실을 직시하자고 촉구해도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대중들은 이를 외면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주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현실과 세상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작업을 계속하는 것일까. 예전부터 지녔던 의문을 우연한 기회에 풀게 됐다. `우리는 부채를 믿는다`, `WMD : 대량사기무기`, `미디어 전쟁 : 테러의 시대` 등 논쟁적 다큐멘터리를 만든 독립 영화작가 대니 셰터(Danny Schechter)를 만나고 나서다. 유태계 미국인인 대니 셰터는 거의 모든 언론 분야에 발을 담근 채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독립 영화를 만드는 와중에도 세계 최대 온라인 미디어 이슈 네트워크 웹사이트인 `미디어 채널(MediaChannel.org)`을 운영하고 있다. 주류 미디어에 관한 비판적 논평을 쓰는 저널리스트이기도 하고 TV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다. 셰터의 전작 `WMD`는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핑계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주류 미디어가 자행한 현실 왜곡과 거짓 보도들이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자체보다 더 파괴적인 대량사기무기(Weapons of mass deception)임을 고발한 영화다.  셰터는 거침없는 논리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초국적 자본의 미디어 장악과 권력과의 유착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현재의 미디어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세상의 진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그가 최근 미국의 가계 부채 문제와 신용카드 회사들의 만행을 고발한 새 다큐멘터리 `우리는 부채를 믿는다(In Debt We Trust)`를 내놨다. 맨해튼 워싱턴 스퀘어 인근에서 열린 첫 시사회 때 그를 만났다. `In Debt We Trust`는 2조달러가 넘는 미국의 신용카드 및 자동차 할부 부채가 단지 부주의하고 무분별한 개인들의 과소비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연간 300억달러가 넘는 이익을 올리는 미국의 신용카드 회사들이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교묘하게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모습 등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 와중에 특히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저소득층이라는 사실도 담긴다. 관련기사☞(필름인뉴욕)부채의 제국과 신용카드  신용카드 대란을 겪은 한국에서 온 사람으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들이 많았다. 셰터는 매우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빡빡한 촬영 일정과 후반 작업, 미국 각지에서 열릴 시사회 준비로도 정신이 없는데다 도하 라운드 협상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주에는 짧은 일정으로 중동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공격적인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개인들이 신용카드를 만들 때 누가 등 뒤에서 총을 들고 위협한 것도 아닌데 너무 개인들의 편만 든 것 아니냐고 물었다. 셰터는 "개인들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용카드 부채는 사용자들과 신용카드 회사가 공동으로 만든 `복합 문제`(combination problem)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셰터는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명문 런던정경대(LSE)에서 정치과학을 공부했다. 하버드대학의 부설 언론인 연수 프로그램인 니만 펠로십(Nieman Fellowship)도 수료한 바 있다. 그 정도의 학력이면 돈과 출세가 보장되는 직업도 많을텐데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물었다. 셰터는 "나는 사람들에게 숨겨진 진실들을 알려주고 싶다"며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통해 세상을 바꾸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의도 자체는 좋지만 정말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인이 시스템을 바꾸거나 이길 수는 없고, 여전히 부시는 미국의 대통령이며, 이라크 전쟁과 같은 거대한 모순이 우리 주위에 산재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셰터의 답변에 사실 좀 놀랐다. 그는 "내가 젊은 학생이었을 때 아파르트 헤이트 반대 운동에 적극 가담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 당시에는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조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차별 정책이 폐지되고 만델라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기 어려웠지만 결국 그런 시대가 오지 않았느냐"며 "내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비판 다큐멘터리의 대명사 마이클 무어는 `화씨911`과 `볼링 포 콜럼바인` 등으로 메이저 영화사의 대형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칸 영화제 대상, 아카데미의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등으로 명예도 얻을 만큼 얻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비슷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중적 인지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이에 대해 셰터는 "그는 코미디언"이라며 "나와 마이클 무어를 비교하지 말라"고 말했다. 본인의 재정 상황은 어떠한 지, 영화 제작의 재정적 어려움 등은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질문했다. 셰터는 "오늘 취재하러 온 것이 아니라 기부하러 온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진 후 "나의 재정 상태는 최악이지만 어떻게든 꾸려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새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영화가 현실을 다시 보게 하고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셰터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 독립 영화계는 상당한 재산을 보유했다는 생각이 든다.
2007.04.17 I 하정민 기자
  • 김신일 부총리 "고교등급제는 현대판 연좌제"
  • [노컷뉴스 제공]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최근 교육부의 3불 정책을 비판해온 대학 총장 등 교육 관계자들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 3불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깊어져가고 있다. 김 부총리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류관순 기념관에서 가진 '2008 대입제도 순회 정책 설명회'에서 3불 정책을 흔드는 것은 우리 교육을 흔드는 것이라며 3불 정책에 비판을 해온 대학총장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인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현대판 연좌제. '기여입학제'는 과거 '보결생 제도'로 부르는 등 원색적인 어휘를 사용하면서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대학들의 움직임을 성토했다. 이어 '본고사'에 대해서는 설명회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날부터 본고사를 하면 미술 지리 등 과목이 남아나겠는가"라며 50년간 그 폐해를 우리가 보아왔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김 부총리는 또 기여입학제가 된다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학을 갈 것이냐면서 이를 주장하는 대학 관계자들을 두고 "점잖은 분들이 도저히 할 이야기가 아니"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3불 정책은 "우리 교육이 살자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행사에 참석한 교육청 관계자 및 교장 등 교육 관계자들에게 교육부의 3불 정책에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이보다 앞선 10일 오전 고려대 총장도 3불 정책 가운데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등 2불은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려대학교 한승주 총장서리는 이날 고려대 본관 회의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여입학제는 아니지만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다시 논의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평화·번영 이뤘다"..獨총리 `베를린 선언`
  • [조선일보 제공] 25일 오전 11시30분쯤(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역사박물관 마당. EU 50주년 기념식이 벌어지는 행사장의 단상 위에는 EU(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각각 자국의 국기 앞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유럽 통합은 우리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오렌지색 재킷을 입은 앙겔라 메르켈(Merkel) 독일 총리가 단상에 서서 ‘베를린 선언’을 낭독하자 박수가 쏟아졌다.24일 저녁, 자크 시라크(Chirac)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Blair) 영국 총리 등 정상들이 속속 부부 동반으로 베를린에 도착했다. 이들은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관람하고 독일 대통령궁에서 만찬을 함께했다.중장년의 베를린 시민들은 새벽 2시까지 특별 개장한 박물관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며, 젊은이들은 특별 이벤트가 벌어진 시내 30여개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맥주를 마시고 춤추며 ‘EU 50주년의 밤’을 맞았다. 이날 밤 베를린 시내에서는 12유로(약 1만5000원)만 내면 30여개 나이트클럽을 무제한 이용하는 ‘클럽의 밤’ 행사가 열렸다. 한 나이트클럽에서 뽀얀 담배 연기 속에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대학생 얀 노이게바우어(23)씨는 “나는 파리에서 공부하고 베를린으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세대는 ‘국경 없는 시대’에 산다”고 말했다. 한스-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회 의장(왼쪽부터) 등 3명이 25일 독일 베를린의 역사박물관에서 EU 50주년을 기념하는 베를린 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메인 행사가 벌어진 25일 낮, 베를린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 일대와 중심대로 운터 덴 린덴 거리는 수만명의 인파로 북적댔다. 임시 가설 무대에서는 유럽 각국 가수와 록밴드들이 귀를 찢을 듯 야외 공연을 벌였다. 일대에는 27개 EU회원국의 대사관과 문화원이 나라별 텐트를 쳐놓고 자국 문화와 음식을 알리는 축제도 벌였다. 지글지글 고기 굽고 소시지 굽는 냄새에, 와인·맥주 향취가 뒤섞였다. 부모 따라 외출 나온 아이들은 손에 EU 깃발을 새긴 파란 풍선을 들고 즐거워했다. 스페인관에 있던 알바로 블랑코 스페인관광청 국장은 “우리는 1986년 EU에 가입한 이후 나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에 EU 50주년을 맞는 기쁨도 남다르다”고 말했다.아내 카트린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온 베를린 시민 일마즈 코자(47)씨는 “베를린이 전쟁의 상흔을 완전히 씻어내고, 평화의 정착을 알리는 EU 50주년 행사를 개최하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베를린뿐 아니라 브뤼셀, 로마 등 유럽 전역에서 EU 5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벌어졌다.이날 EU 27개 회원국은 두 쪽 분량의 ‘베를린 선언’을 통해 EU 의 50년 성과를 자축하고 미래를 향한 의지도 다졌다. “차기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는 2009년 전까지 공동의 기반을 되살리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문구로, 좌초된 유럽헌법을 되살리겠다는 메르켈 총리의 의지도 담았다.하지만 이 짧은 ‘베를린 선언’에서도 27개 회원국은 마음을 똘똘 뭉치지 못했다. 당초 27개국 정상이 모두 ‘베를린 선언’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정상들이 거부해 메르켈 총리와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 등 3명만 서명했다. 법률가 프란츠 테르뎅게(58)씨는 “정치인들한테는 의미가 남다를지 몰라도, 유로가 도입되면서 물가는 치솟고 EU가 동구권으로 확대되면서 살기는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유럽의 급속한 노령화와 저출산에 대해 “불행하게도 유럽은 자칫 역사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봄이 오는 길에서 별을 줍다
  • 봄이 오는 길에서 별을 줍다
  • [조선일보 제공]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의 씩씩한 웃음은 약속된 녹음(綠陰)을 여유롭게 기다리며 기지개를 켜는 봄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별'이 떨어졌다는 낙성대(落星垈)에 들렀다가 서울대 캠퍼스에서 즐거움의 에너지를 한껏 흡수한 후 관악산 자락의 성주암에서 하늘, 관악산, 그리고 대학을 내려다보며 본격적으로 봄맞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 관악산공원 안에 있는 고요한 인공호수. 이름표를 단 나무들이 길 옆에서 인사를 한다.1. 낙성대역에서 안국사까지(1㎞/15분) 지하철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주유소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주유소를 지나 낙성대사거리 쪽으로 간다. '구립운동장 500m' 안내판이 보이면 왼쪽 길로 들어선다. 횡단보도를 건너 노란 산수유가 피어 있는 현대아파트와 관악구민종합체육센터를 지나 계속 직진. 체육센터에서 50m쯤 더 가면 말 달리며 호령하는 강감찬 장군상이 나타난다. 장군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장군상의 오른손 쪽에 있는 분수대 옆길을 따라 안국사로 걸음을 옮기자. 산수유와 목련이 이름 모를 새의 즐거운 노래와 어우러져 봄을 알린다. ※ 낙성대: 말 그대로 '별이 떨어진 자리'다. 고려 정종3년(948년)에 별(文曲星)이 금주(봉천동의 옛 이름)의 삼한벽상공신(三韓壁上功臣) 강궁진의 집에 떨어졌는데, 그때 강감찬 장군이 태어났다고 한다. 1031년 장군이 사망한 뒤 공적을 기리기 위해 장군의 집터에 삼층석탑을 세우고 '낙성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2. 안국사에서 서울시과학전시관까지(0.4㎞/10분) 안국사를 나와 안국문을 등지고 분수대 왼쪽 길로 조금만 가면 매점을 지나 바로 서울시과학전시관 주차장과 연결된다. 입구 오른쪽에는 물놀이 체험관이 있고, 지구본이 설치된 시계탑 맞은편 계단으로 올라가면 측우기, 앙부일구, 일성정시 등이 전시돼 있다. ※ 서울시과학전시관: 학생과 시민에게 과학문화 공간 역할을 하기 위해 2004년 개관했다. 3~12월 개방하고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에 휴관. www.ssp.re.kr  3. 서울시과학전시관에서 서울대미술관까지(2㎞/30분) 서울시과학전시관을 나와 왼쪽으로 가면 붉은 벽돌건물인 호암교수회관을 지나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서울대 캠퍼스 걷기 코스다. 국제백신연구소 앞쪽에 있는 후문 초소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 가던 방향으로 계속 걷자. 서울대기숙사(관악사)를 지나면 정면에 농구장이 보이며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길로 들어선 후 첫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계속 걷는다. 환경대학원을 지나면 멀리 남산 서울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국제대학원을 거쳐 테니스장과 파란색 타일을 깔아 놓은 행정대학원을 지나면 경영대 앞 'G9 게이트'가 보인다. 정면의 대운동장 쪽으로 길을 건너 운동장 오른쪽 내리막길로 가자.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뜀뛰기를 하며 청춘이라는 찰나를 흠뻑 즐기는 학생들을 잠시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내리막길 오른쪽에는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서울대미술관(www.snumoa.org)이 눈에 띈다. 4. 서울대미술관에서 관악산공원 입구까지(1㎞/15분) 미술관 지나 오른쪽으로 굽은 길을 따라가면 서울대학교 정문이 보인다. 정문 지나 왼쪽 길로 간다. 작은 다리를 건너 길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노점상과 등산객들이 눈에 띄며 등산로 입구 풍경이 펼쳐진다.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관악산주차장과 관악산공원 입구다. 5.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호수공원 자하정까지(1㎞/20분) 공원에 들어서면 매점을 찾기가 어려우므로 이곳에서 마실 물을 미리 준비하면 좋다. 입구를 지나 '관악구 자연보호동산' 표지가 나올 때까지 쭉 걷는다. 표지에서 계곡 쪽(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고욤나무, 산사나무, 꼬리조팝나무…. 이름표를 목에 건 나무들이 하하호호 인사를 한다. 계곡을 따라가다 테니스장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다시 포장된 등산로와 만나고 150m쯤 더 가면 호수공원 표석이 보인다. 왼쪽 길로 들어서자마자 모습을 드러내는 산속 인공호수는 고요하다. '연주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호수 끝에는 자하정(紫霞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6. 자하정에서 성주암까지(0.5㎞/10분) 자하정 오른쪽 위로 난 돌계단을 올라 화장실을 지난 후 배트민턴장을 가로지르면 '성주암 500m' 푯말이 보인다. 좁다란 길을 따라가다 '신림5동관리공원' 표지가 보이면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숨차다고 느껴질 때쯤 성주암이 오르막길 위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오르는 길이 무척 가파르다. 올라가면 펼쳐질 풍경을 기대하며 힘을 내보자. 대웅전 뒤 산신각에는 약사여래상이 은은한 웃음을 보내고 있다. 관악산과 하늘, 그리고 그 품에 놓인 서울대학교를 내려다본다. ※ 성주암: 작지만 유서 깊은 사찰 성주암은 신라 문무왕 7년(667년) 원효대사가 암자를 세우고 정진하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고려 충숙왕 8년에 각진국사가 중창했고 1997년 7월 화재로 삼존불과 탱화, 대웅전이 전소한 것을 복원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7. 성주암에서 서울대 정문까지(2㎞/30분)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간다. 내리막을 가볍게 걸으면'설마 이렇게 가까운 길이었을까' 싶다. 배드민턴장이 있는 제 1광장까지 가서 화장실,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지나면 금세 관악산공원 입구다.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서울대 정문 앞으로 간다. 8. 서울대 정문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1.8㎞/25분) 서울대 정문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서울시민이 추천한 '걷고 싶은 길'이다. 오른쪽으로 실내체육관, 서울대부속동물병원을 지나 고개를 넘어 계속 걸으면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한다. ● 알고가면 더 좋아요 총 걷는 시간: 2시간 35분 총 걷는 거리: 9.7㎞(쉬는 시간, 미술관 관람시간 등 포함하지 않음) 찾아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 돌아 오는 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떠나기 전에: 코스 곳곳에 화장실이 있다. 물은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준비해가면 좋다. 서울대 정문에서 신림동 고시촌으로 나가면 맛집이 많다. ● 4월 걷기 스케줄 3월 다섯째주: 응암역 불광천~하늘공원~월드컵 경기장역 4월 첫째주: 삼각지역~전쟁기념관~용산가족공원~국립중앙박물관~이촌역 4월 둘째주: 여의나루역~여의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 4월 셋째주: 어린이대공원~워커힐 길~광나루역 4월 넷째주: 한강진역~남산야외식물원~서울타워~남산한옥마을~충무로역
독일 사진가 만프레드 레베가 기억하는 故 백남준
  • 독일 사진가 만프레드 레베가 기억하는 故 백남준
  • [노컷뉴스 제공] 고(故)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출발을 알린 만프레드 레베의 사진 연작과 독일 로젠크란츠 컬렉션 등 50~60년대의 백남준을 회상할 수 있는 작품 120여점이 23일부터 5월6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다.  백남준 타계 후 1주기 추모전 '부퍼탈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보인, 독일의 작은 도시 부퍼탈에서의 백남준 활동을 담은 기록 사진들과 그의 작품들로 채워진다. 백남준의 첫 전시를 담은 만프레드 레베의 '음악전시회-전자텔레비전(1963)' 사진 연작과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음악의 네오다다', '페스툼 플룩소룸' 등 백남준의 퍼포먼스 사진들을 선보인다. 독일 작가 만프레드 레베는 청년 백남준이 창조했던 여러가지 예술작업을 기록해 오늘날 백남준의 초기 활동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록물이 되고 있다. 백남준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로젠크란츠 컬렉션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등 총 120여점도 선보이며, 초청 강연회도 마련돼 있다. ‘제2의 백남준’ ‘미디어 아트계의 마녀’ 등으로 불리는 김순기 교수(프랑스 디종 대학) 강연회가 23일 오후 2시 국립현대미술관 소강당에서 열리며, 만프레드 레베의 초청 강연회도 예정되어 있다. 이번 전시 기간 중에는 백남준 선생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의 회고 영상 '백남준과 함께 한 나의 삶'이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 문의 : ☎ 02)2188-6232  
출출하고 심심해? 시장 한바퀴 돌아볼까
  • 출출하고 심심해? 시장 한바퀴 돌아볼까
  • [조선일보 제공] 심심한 날, 기분이 바닥에 깔린 날에는 시장으로 가자. 고무줄 바지 입고 가서 시장판의 ‘먹자 골목’을 누비는 거다. 재래 시장 중에서도 청계천 복원 후 다시 ‘떴다’는 광장시장을 추천한다. 특수 플라스틱 천장 아래 반짝이는 노점의 불빛. 굵기가 팔뚝 만한 ‘왕 순대’에 기가 질리고, 찰랑대는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소한 빈대떡 냄새에 혼미해진다. 별미 시식 사이사이에는 산처럼 쌓인 옷감 더미, 한복과 이불, 전통의 ‘코티분’과 ‘99% 다크 초콜릿’을 늘어놓은 수입잡화상을 구경하며 돌아다닌다. 어느새 불룩했던 배가 쑥 꺼진다. 게다가 시장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바로 최고의 산책코스로 떠오른 청계천이니, 광장시장이야 말로 최고의 맛집 기행지인 셈. 단, 깔끔 떠는 사람, 시장이라고 무조건 쌀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가지 말 것. ① 먼저 30년 전통의 마약 김밥을 찾아갔다. 정식 이름은 ‘꼬마 김밥’. 시장통에서는 ‘손가락 김밥’ ‘모녀 김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머니에서 딸로, 대를 이어 김밥집을 한다고 해서 붙은 ‘모녀 김밥’이란 수수한 별명 대신, 2000년대에는 좀 더 강력한 애칭을 얻은 셈. 한 입 먹는 순간, 바로 중독된다는 뜻이다. 기대에 부풀어 손가락 만한 김밥을 겨자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이게 도대체, 왜, 특별하다는 거지?’ 사장 유양숙(46)씨도 “들어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멈출 수가 없다. 얇게 썬 단무지나, 그저 시금치·홍당무가 겨우 들어가 있는 김밥이나 특별할 게 없다. 심심하고 참기름 발라 살짝 짭짤한 맛인데, 자꾸 옛날에 집어 먹던 김밥 생각이 난다. 1인분에 2000원.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미니 유부 초밥’도 2000원. 광장시장 먹자 골목에서 좀 떨어져 있다(지도 참조). 영업 시간은 밤 9시~다음날 오후 5시 무렵까지. 토요일 밤에는 쉬고, 일요일 밤에 다시 나온다. (02)2264-7668 ② 어머니와 함께 은성횟집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중현(40)씨는 “매운탕(2인분 1만3000원, 3인이 2인분 주문 불가) 드실 거죠!”라고 인사하며 손님을 맞는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불에 올릴 수 있도록 대구와 내장의 일종인 곤이, 보리새우 등 매운탕 건더기를 가득 담아 입구에 켜켜이 쌓아 놓은 냄비는 굉장한 설치 미술이다. 육수를 큰 솥에 따로 끓여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건더기에 부은 후 미나리를 푸짐하게 얹어 끓여 낸다. 덕분에 건더기가 풀어지지 않고 쫄깃쫄깃 잘 씹힌다. 민물새우를 넣어 국물이 시원하고 곤이가 담백하다는 것도 은성횟집의 자랑이다. 매운탕이 가장 유명하지만 회도 푸짐하다. 광어 2만5000원/3만5000원, 농어·도미 4만원/5만원, 해삼 1만5000원, 멍게 1만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밤 10시(주문은 오후 9시까지). 신용카드 사용 가능. (02)2267-6813 ③ 광장시장 빈대떡집들을 보면 걱정이 된다. ‘맛 보고 가라’며 쉬지 않고 빈대떡 조각을 손에 쥐어 준다. 노점상 앞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공짜로 빈대떡 맛을 실컷 보게 된다. 아무튼 아주머니들이 쉴새 없이 빈대떡 반죽을 솥뚜껑만하게 펼치고, 기름 위에서 노릇노릇 지지고, 가위로 한 입 크기로 싹둑 싹둑 자르는, 그 빈틈없고 규칙적인 리듬을 지켜보면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간다. 순희네 빈대떡 사장 추정애(54)씨는 “빈대떡을 부칠 때는 절대로 꽉 누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빈대떡은 1장에 4000원.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하고 폭신폭신하다. 흥건한 기름기가 은근히 걱정 되면서도 역시 한 번 먹으면 멈출 수가 없는 별미. 식당은 오전 9시 30분~밤 12시(노점은 오전 8시~밤 9시까지) 영업. (02)2268-3344 ④ “여기서 장사한 지 몇 년 되셨어요”, “몰라, 40년 됐나”, “처음엔 얼마였나요”, “한 그릇 50원, 국수 20원!”…. 귀여운 빨간 털모자를 쓴 원조 쌀·보리밥 권영문(75) 할머니에게서 돌아오는 투박한 대답들이 재미있다. 친절하게 손님을 맞고 혼자 온 단골이 심심치 않게 명랑한 입담을 펼치는 ‘마케팅 담당’은 딸 조향(48)씨다. ‘무제한 리필’ 보리밥에 국과 된장찌개까지 합친 가격은 착하게도 3000원. 보리와 쌀을 반씩 섞은 밥에 기타 재료를 마음대로 얹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먹는 뷔페 비빔밥이다. 배추김치·깍두기·멸치·파·고사리·콩나물·상추·무나물·돈나물·참나물· 부추…. 총 스물 두 가지. 입맛 따라 골라 넣으면 된다. 지게꾼들이 오며 가며 싼 값에 배 채우라고 개발된 메뉴라는데, 지금은 건강 채식으로 인기다. 영업 시간은 오전 8시~밤 10시. (02)2267-5478 ⑤ 100년 된 광장시장에 ‘2대째 장사’는 흔하다. 할머니집 순대는 시어머니 한상임씨가 꾸린 맛집을 며느리 오인숙(58)씨가 이어 받은 경우다. ‘함경도 사람’에게 순대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는 한씨는 13년 전 ‘비법’을 며느리에게 전수하고 함께 장사를 해오다 2년 전 세상을 떴다. 쫄깃한 돼지 머리고기와 적당히 간이 밴 막창·대창 순대(한 접시 5000원)를 먹다 보면 동동주 한잔(1000원) 생각이 안 날 수 없다. “울 어머님은 인심이 후해서 인기가 많았지. 덕분에 단골이 1000명이 넘어. 1960년대 가난한 대학생들은 순대에 술까지 잔뜩 먹고 어머님 졸고 계신 틈을 타 도망치고 그랬다지, 아마. 요즘도 가끔 돈 갚겠다는 아저씨들이 찾아오고 그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밤 10시. (02)2274-1332 ⑥ 사람마다 순대 취향이 제각각이겠지만, 광장시장 3시 50분 순대를 ‘내 인생의 순대’로 명명할 순대 마니아들이 분명히 있을 듯. 정확히 오후 3시 50분에 등장한다. 거대한 대야 속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가 가득 담겼다. 그 앞에 작은 도마를 놓고 앉은 이복자(60)씨는 “1976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고 한다. 후추를 듬뿍 넣어 매콤하고, 순대의 사이즈가 빈약하지 않으면서도 찹쌀이 촘촘하게, 꽉꽉 들어차 씹는 순간의 만족감이 확실하다. 포장은 300g에 3000원, 400g에 5000원. 먹고 가면 1인분에 2000원. 국물은 없다. 아주머니가 간을 줄 때도 있고, 안 줄 때도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앉아서 먹고 가자. 순대 써는 아주머니 곁에 바짝 붙어 앉아(나무 의자가 너무 낮아 거의 시장 바닥에 앉는 수준. 그런데 그렇게 앉으니 시장 풍경이 달리 보인다) “난 이제 여기 순대 밖에 못 먹어”라며 찾아오는 단골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후 7시면 영업 끝. 일요일은 쉰다. ⑦ “카, 먹다 보니 국물까지 후루룩 비워버렸네. 난 뜨끈뜨끈한 여기가 안방보다 좋은데…. 그래도 어여 자리 내줘야겠지?” 칼국수 한 그릇을 8분만에 뚝딱 잡수신 50대 아주머니 덕분에 간신히 자리가 비었다. 강원도 칼국수. 어깨를 맞댄 손님들은 은박 쿠션이 깔린 좁은 의자에 참새처럼 촘촘히 앉아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과 세상사의 고단함을 시장 골목에 부려놓은 사람들. 3500원짜리 맛깔진 칼국수 한 그릇이 가져다 주는 짧고도 완전한 행복에 풍덩 빠진 듯 좁은 자리에도 즐거워 보인다. 이 집 칼국수는 국수 씹는 맛이 일품이다. 여섯 번, 일곱 번 열심히 빚은 밀가루 반죽을 나무 도마에서 쓱싹쓱싹 쓸어내는 주인 아주머니 김일내(62)씨의 ‘손맛’이 듬뿍 배어서 그렇단다. 담백한 국물과 어우러지는 상큼한 열무물김치도 맛깔스럽다. 오전 6시 30분~오후 8시, 일요일은 쉰다. (02)2269-1387 ⑧ 먹자골목서 도자기상가 쪽으로 살짝 돌면 양념 돼지고기로 이름난 ‘남매등심’이 나온다. 메뉴는 동그랑땡(250g 8000원)과 꼼장어(200g 1만원) 단 두 개. ‘동그랑땡’은 양파·마늘즙과 고추장 등을 섞은 양념에 무친 얇은 목살 숯불 구이다. 간판에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등심’은 메뉴에 없는데, 굳이 찾는 이들에게는 내주기도 한단다. 그런데 왜 가게 이름이 ‘남매 등심’? “아, 그게 남매목살, 남매목살…. 듣기에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등심이라고 했어요. 남매등심, 남매등심…. 괜찮죠?” 양념 목살을 ‘동그랑땡’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에 누가 동그랗다고 농담처럼 ‘동그랑땡’이라고 했는데, 그냥 괜찮은 것 같아서”라는 주인 조태수(59) 아주머니의 설명이다. 이쯤 되면 “정말 남매가 하는 집인가요” 란 질문은 하나마나다. “그냥 듣기 정겨워서 붙인 이름이지, 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30분~밤 12시. 신용카드 사용가능. (02)2272-3034
성북동 고택에서 여유로운 茶 한잔…
  • 성북동 고택에서 여유로운 茶 한잔…
  • [조선일보 제공] 흔히 ‘부자 저택이 몰린 숨은 동네’쯤으로 인식돼온 서울 성북동. 알고 보면 근대사의 조각들을 여기저기 간직한 곳이다. 강북에서 손꼽히는 ‘맛 골목’이기도 하다. 요즘 이곳 풍경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 블로그 등에 자주 소개되고, 강북 명소 삼청동·인사동의 ‘왠지 진부한 모습’에 싫증난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도심속 넉넉한 절 길상사 70년대 잘나가던 요정에서 1997년 도심 속 사찰로 새롭게 태어났다. 성북동을 찾는 모든 이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매력은 여느 절 같지 않다는 것. 주요 전각의 처마에 화려한 단청을 쓰지 않았고, 나무 결을 살려 편한 느낌을 준다. 관세음보살상에도 신자·비신자 가리지 않는 도심 절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관세음보살이라기보다 성모마리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이 조각상은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서울대 미대 교수의 작품. 방에 앉아 명상하는 ‘침묵의 집’은 오전 10시~오후 5시 이용할 수 있다. 절 입장은 오전 4시~오후 8시.(02)3672-5945~6, www.kilsangsa.or.kr  ◆곳곳에 유서 깊은 저택들 성북초등학교에서 성북2동사무소 방향으로 가는 길 곳곳에 규모는 작지만 의미 깊은 유적들이 숨어있다. 하지만 ‘성북구 동네 명소’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표지판들이 있어 찾기가 어렵진 않다. 먼저 만나는 것은 성북초교 건너편의 선잠단지(先蠶壇址). 누에치기가 국가 주요 산업이던 조선시대에 잠신(蠶神)에게 제사 지내던 곳으로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입구를 잠궈 놓았지만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다. 좀 더 가면 근대사의 질곡이 어린 옛 저택들을 만난다. 채 녹지 않은 눈 위에 연탄재를 뿌려댄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만해 한용운이 1933~1944년 살았다는 심우장(尋牛莊). 일본 총독부가 꼴 보기 싫어 일부러 등지고 지었다고 한다. 성북2동사무소 옆에는 작가 상허 이태준이 만해와 비슷한 시기(1933~1946년)에 살았던 집이 있다. 지금은 ‘수연산방’이라는 고풍스런 찻집으로 바뀌어 손님들 발길이 이어진다. 고적한 분위기에서 전통 차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손꼽히는 문화재를 많이 소장한 간송미술관(성북초교 옆)도 있지만, 5월과 10월에만 잠깐 문을 여는 점이 아쉽다. ◆돈가스·칼국수…소문난 먹자골목 성북동의 관문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버스정류장 ‘쌍다리앞’과 ‘동방대학원대학교’ 사이는 식당 30여 곳이 있는 맛 골목이다. 터줏대감 격인 기사식당들과 돈가스집에 만두집·한정식·칼국수집 등이 합류했고, 한옥도 많다. 간판도 가지가지. 깔끔한 현대식부터 족히 30년은 됐음직한 낡은 간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점. 사실은 다들 그럴 만한 사연을 가진 터여서, 고르는 일이 즐거운 고민이다.
1월 뮤지컬 딱 골랐어
  • 1월 뮤지컬 딱 골랐어
  • [조선일보 제공] 2007년 1월 뮤지컬의 승자는 작품이 아니고 사람이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등 뮤지컬 평론가 3명은 ‘1월 뮤지컬 톱10’의 꼭짓점에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김종욱 찾기’를 공동 1위로 올려놓았다. 둘 다 장유정이 쓰고 연출한 소극장 뮤지컬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장유정은 따뜻한 감성으로 인물 하나하나에 존재감을 주는 극작술, 장면들을 속도감 있게 굴리며 관객을 잡아당기는 연출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 당신…’은 6일부터 대학로 예술마당4관에서 1년 이상의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김종욱 찾기’는 지난해 초연과 달리 멀티맨의 배역을 18개로 줄이고 여주인공의 심리가 더 잘 보이도록 무대·장면을 손질했다. ‘1월 뮤지컬 톱10’은 ‘공동 ○위’가 많을 정도로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디즈니의 가족 뮤지컬 ‘라이온 킹’, 춘향전과 심청전을 절묘하게 가로지르는 ‘인당수 사랑가’, 배우 앙상블이 좋은 ‘클로저 댄 에버’, 이미 30만명에게 사랑받은 ‘아이 러브 유’, 성재준의 로맨틱 코미디 ‘뮤직 인 마이 하트’ 등 5편이 공동 3위로 선정됐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멜로디에 팀 라이스가 노랫말을 붙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평가 시점에서 이미 개막한 작품들만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기로 한 가운데, 평론가들은 1월 개막 예정작 중 ‘로미오와 줄리엣’ ‘토요일 밤의 열기’ ‘렌트’ ‘하루’ 등 4편을 기대작으로 꼽았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험적인 해석과 시각적 표현을 극대화한 무대미술이, ‘렌트’는 조승우의 티켓파워만큼 작품성도 따라줄까 하는 궁금증으로, ‘토요일 밤의 열기’는 영국에서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여성 안무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만석·엄기준·김소현·윤공주 등 스타들이 즐비한 ‘하루’는 멜로 뮤지컬의 장르 실험이라서 주목받고 있다. 
  • “시니컬?… 이제 불평만으로 살 순 없다” (VOD)
  • [조선일보 제공] 2007년 새해 첫 주말에 개봉하는 임상수(44) 감독의 ‘오래된 정원’은 그동안 터부로 여겨졌던 80년대 운동권의 한 예민한 상처를 건드리고 있다. 황석영 장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의 외피는 ‘광주의 아들’이었던 현우(지진희)와 도피 중인 그를 숨겨줬던 미술교사 한윤희(염정아)의 멜로 드라마. 하지만 감독은 이데올로기와 조직을 우선하다 개인을 방기(放棄)해버린 당시의 풍경을 예리하게 잡아내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당시 운동권일수록, 이 영화를 불편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전제 하나. 80년대 운동권들이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한국사회가 예전보다 좋아졌다면,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그들이 과도하게 미화되거나 신비화되는 것에 대한 거부가 있을 뿐이다.” ―실제로 정치적 지향에 따라 이 영화를 다양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 시사회가 끝난 뒤, ‘송환’(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다룬 다큐)을 만든 김동원 감독님이 ‘너의 시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 기본적으로 내게 애정이 있으신 분이다. 또 내 영화의 후원자인 79학번 선배 부부가 있다. 당시 운동을 아주 ‘세게’ 하신 분들이지. 그 분들은 가슴에 숨겨뒀던 무언가를 발화(發火)시켜 준 것 같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화두는 ‘화해’고 ‘치유’다.” ―“인생 길어, 역사는 더 길어. 우리 좀 겸손하자. 너 그거 하지 마. 조직인지 지랄인지”(자신의 정파를 대표해서 감옥에 들어가겠다는 운동권 후배에게 윤희가 하는 말) 같은 대사가 어떤 운동권 진영에는 ‘조롱’이나 ‘모욕’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대학을 자퇴하고 노동운동을 하던) 미경이가 분신했을 때, 윤희는 그 아이를 ‘열사’라고 영웅시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무서웠겠니, 얼마나 뜨거웠을까’를 먼저 묻는다. 20대는 아직 어린 나이 아니냐. 대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아무리 양보해도 이 영화에서 ‘조롱’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대학(연세대 사회학과 81학번) 시절 당신은 학생 운동과 상관없는 사람이었다고 들었다. “전혀 안 했다. 아마 나처럼 안 한 사람도 없을 거다. 덕분에 ‘왕따’였다. 공부는 안 하고 사진이나 찍으면서 연애만 많이 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뇌가 많은 시간이었다. 충실한 관찰자였지.” ―그런 부분에 대한 비난도 있는 것 같다. 운동에 참여한 적도 없는 사람이 감히, 운운하는. “네가 뭘 알아,라는 그런 비난? 솔직히 말하면 약간 천박한 반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주장이야말로) 강력한 우월의식이지. 80년대에도 그랬다. 그때도 운동하는 사람들은 우월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상처를 알면서도 덮어놓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는 다룰 엄두를 못 내는 거겠지. 나는 운동권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함의와 상관없이, 386세대의 후일담이라는 코드가 대중 입장에서는 조금 진부하지 않을까. “(웃으며) 영화를 본 충무로 사람들 반응이 모두 ‘야, 영화 정말 잘 찍는다’더라. ‘재밌더라’는 얘기는 안 하더만. 딱 까놓고 얘기해서 잘 찍었고, 좋은 영화인데 장사 되겠느냐 이거겠지. 하지만 냉정하게 흥행은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렇게 잘 안다면 모두가 떼돈 벌었겠지.”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당신의 자존심과 상업영화 감독으로서의 자본에 대한 책임감은 어떻게 타협하나. “내가 스케줄 지키는 걸로 유명한 감독이다. 이번 영화도 40회 촬영으로 마쳤다. 칭얼대는 건 꼬마나 하는 짓이지. 영화판은 잔인한 정글이다. 시스템 내부에서 합리적 제작비로 내 뜻을 이해시키면서 살아가는 거지.” ―‘처녀들의 저녁식사’ ‘눈물’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등 예전 작품보다 이번 영화를 보며 당신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너그러워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술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술가 지망생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좀더 래디컬(radical)해질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류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지. 그런데 40대 중반이 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도 주류다. 더 이상 불평불만으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냉소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또 내가 (영화로 한국의 정치를) 공격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우리의 한국사가 그만큼 공격 당할 소지가 많았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격보다는 우리가 지금 왜 불행한가,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오래된 정원’은 좌냐 우냐, 누구 편이냐의 문제가 아닌, 그런 차원의 고민이다.” (오래된 정원 예고편)
길을 잃어도 나는 좋다
  • 길을 잃어도 나는 좋다
  • [조선일보 제공] 레트로 도쿄 '야나카' 도쿄는 최첨단 패션과 문화의 도시. 그런데 우리가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잃어버린 과거의 모습을 일본은 잘 보존하고 있다. 문득문득 부딪치는 풍경들은 이국적이면서도 우리 어린 시절의 골목과 어딘가 닮아있다. 낯선 도시에서 그리운 풍경을 만날 때의 기묘한 느낌. 도쿄 여행의 정수는 그곳에 있지 않을까. 시타마치(下町)는 과거 일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서민 동네를 통칭하는 말이다. 보여주기 위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재 속의 과거’다. 그들은 여전히 옛날식 집에서 살고 옛날식 상점에서 물건을 산다. ‘아사쿠사’는 대표적인 시타마치로 꼽히지만, 상업적으로 잘 다듬어져 오히려 인공의 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옛 도쿄의 정취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 발품을 파는 것이 좋다. 관광지를 벗어나 넓게 보면 매력적인 지역이 한 둘이 아니다. 야나카 지역도 그 중의 한 곳. 도쿄역 북쪽의 야나카(谷中)지역을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하철 야마노테선, 케이세이라인의 닛포리역 혹은 치요다 라인의 센다기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방법이 하나, 또 하나는 우에노역에서 지역 버스인 ‘메구린’을 갈아타고 들어가는 방법. ‘메구린’ 버스는 한 번 타는데 100엔, 일일 승차권이 300엔인데, 야나카 지역을 샅샅이 돌아다니는, 말 그대로 ‘마을버스’다. 3번 이상 탈 예정이라면 일일 승차권이 훨씬 유리하지만, 걸어서 산책하기를 좋아한다면 3번 이상 타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도록. 운전기사에게 직접 살 수 있고, 운행경로가 나온 팜플렛도 받을 수 있다. 야나카 긴자 스트리트가 일종의 중심가이기는 하지만, 딱히 코스를 정하지 않고 골목골목 돌아다니는 것이 이 지역을 구경하는 좋은 방법이다. 돌아 다니다 보면 가게 앞에 쌓여있는 지역 지도를 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만 확인하면서 천천히 돌아다녀보자. 그 중에서도 안 가보면 섭섭한 곳이 물론 있다. 야나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절, 텐노지는 여행자의 예의상 방문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종이 전문점인 이세타츠(03-3823-1453)도 구경할 만하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안 들를 수 없는 곳이 카페 란뽀(03-3828-9494)다. 가게 안은 온통 고양이 장식품으로 가득하다. 야나카 지역 자체가 고양이로 유명한 곳이라고. 현대 미술에 관심 있다면 200년 된 목욕탕을 개조하여 만든 스카이 더 베스하우스(SCAI THE BATHHOUSE)를 꼭 방문해보길 권한다. 작은 유리공예방인 니도(Nido·03-3824-2257)는 찾기 쉽지 않지만 꼭 한번 가볼만 한 곳이다. 직접 유리공예작품을 만드는 작업실 한 켠이 가게인데, 독특하고 예쁜 물건이 많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야나카 가배두에 들러야 한다. 그 자리에서 바로 커피콩을 로스팅 해주는데, 향과 풍미가 기가 막히다. 이곳에서 커피는 직접 마실 수 없지만 커피원두는 싸고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으므로, 조금씩 종류별로 사볼 만하다. 대표 블렌드가 100g에 500엔정도. 야나카 지역의 장점은 단순히 옛 도쿄의 풍광을 볼 수 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서민적인 거리의 구석구석에, 눈에 띄지 않는 틈마다 작고 예쁘고 소박한 가게들이 들어앉아있다. 마치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듯 이질감 없이 비집고 들어앉은 가게들은 눈을 즐겁게 해 준다. 가게들은 다른 가게의 홍보 엽서를 비치하고 있는데, 세련되고 예쁜 엽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집품이 될만하다.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예쁜 가게를 찾게 된다면 그것 또한 기쁜 일이지만. 옛 도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한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는 토덴 아라카와센을 타보는 것이다. 와세다 대학 근처에서 미노와바시까지 12km를 달리는 이 작은 한 량짜리 도시 전차를 타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것은, 체력이 비축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 특히 노인들이 즐겨 이용하기 때문에 앉아서 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느리게 달리기 때문에 종점에서 종점까지 53분이나 걸린다. 토덴의 가장 큰 매력은 창밖의 풍경이다. 주택가와 철로가 바짝 붙어있어, 사람들의 사는 모양새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하다. 앞뒤로 탁 트인 창도 일상적인 도쿄의 모습을 보는 데 일조한다. 토덴의 내부를 구경하는 것도 색다르다. 깨끗하지만 단순하고 복고적인 구조의 차량 안에 붙은 광고물들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운전도 하고 표도 받는 차장은 깔끔한 제복차림인데다가, 무척 친절해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내렸다 타면서 토덴의 주변을 즐기고 싶다면 400엔짜리 일일 승차권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2006 문화계… 되짚는 ‘추억과 악몽’
  • 2006 문화계… 되짚는 ‘추억과 악몽’
  • ▲ 모차르트[조선일보 제공]유행을 타는 키워드, 혹은 ‘검색어 1위’들의 릴레이는 문화의 트렌드를 이어가는 징검다리다. 그곳을 따라 2006 문화지형도를 그려본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작곡가 모차르트를 경배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기념 행사가 올 초부터 잇따랐다.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는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오페라를 비롯한 무대 음악 22편을 모두 상연하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는 경매 바람이 거셌다. 미술관에서 눈으로만 ‘즐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목과 판단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우리 주변의 ‘김 과장’들이 줄을 이었다. ▲ 정진석 추기경문화계의 우먼 파워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2006년 그 현상은 더욱더 두드러졌다.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문화 유산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발탁됐고, 올해 주요 문학상은 여성 작가들이 휩쓸었다. 동인문학상의 이혜경씨, 대산문학상의 김인숙씨, 이산문학상의 은희경씨는 “여성 문학이나 여성 소설 같은 용어는 쓰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문학계 우먼 파워의 정점에는 소설가 공지영씨가 서 있었다.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공지영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반대로 출판계에서는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 번역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면서 한국의 출판 문화와 번역 풍토에 대한 자성이 일어났다. ▲ 뮤지컬 ‘미스 사이공’학술계에서는 재인식, 실명 비판, 인문학 위기 같은 단어들이 1년 내내 오르내렸다. 뉴라이트 계열의 안병직 교수와 중도 성향의 윤평중 교수, 좌파 계열의 백낙청 교수 등은 상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사회를 읽는 방법론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발간되면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좌우파의 공방이 촉발됐고, 전국 80여개 대학 인문대 학장들은 ‘인문학 위기’에 대한 자성과 함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학자들은 위기를 우려했지만, 정작 네티즌들은 ‘역사’라는 바다에 맘껏 뛰어들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올해 초 조선왕조실록 원문과 번역본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면서, 네티즌과 역사학자(historian)를 결합한 네스토리언이 신조어로 떠올랐다. 역사 열풍은 브라운관으로도 이어져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같은 고구려 사극들이 TV 드라마를 점령했다. ▲ 인문학 위기 대책 호소올 연말 뮤지컬 40여 편이 동시에 공연될 정도로 뮤지컬 빅뱅의 위력은 거셌다. 음악계에서는 빈 필하모닉·뉴욕 필하모닉·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등 해외 유명 교향악단 9곳이 한꺼번에 내한하면서 오케스트라 대회전이 벌어졌다. 뮤지컬과 오케스트라 등 화려한 공연 뒤편에는 문화 양극화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종교계에서는 개신교 인구 감소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교회 대형화와 물량주의에 대한 자성이 일었다. 천주교에서는 정진석 추기경이 37년 만에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경사가 있었다.
  • 노대통령도 집 짓느라 은행 대출받는다
  •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008년2월 퇴임후 거처할 집을 짓느라 은행으로부터 6억여원의 대출을 받아야할 처지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15일 "노대통령은 퇴임후 주거할 거처를 위해 지난 11월 김해시 봉하마을 노대통령 생가뒤 부지 1297평을 매입한데 이어, 지난 6일 김해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며 "허가가 완료되는 대로 시공자와 계약을 맺고 내년 1월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흙·나무 재료로 자연친화형 주택…경호시설 별도 거처로 사용될 주거시설은 부지 1297평위에 지하1층 지상 1층, 연면적 137평의 주택으로 건축된다. 방 3개에 거실, 서고, 욕실등 보통 주거시설 수준이다. 이외에 부지위에 경호관련 시설이 별도 지어질 예정이다. 집은 전통주거 방식으로 흙과 나무 등의 재료를 이용한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져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전원주택형이 될 전망이다. 지방에 짓는 주택치고는 공사비가 꽤 많이 들어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 총 비용은 ▲부지매입비용 1억9455만원에 ▲설계비 6500만원, ▲그리고 건축비는 9억5천만원 등 모두 12억여원이다. 이는 모두 노대통령 개인비용으로 충당하며, 이 부지에 들어설 경호관련시설은 `전직대통령 예우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예산으로 건립된다. ◇총공사비 12억원…6억여원 대출받아야 윤 대변인은 "대지조성공사를 따로 해야하고, 통신, 전기기기등이 일반 가정용이 아닌, 사무용 기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건축비가 좀더 소요될 뿐 특별한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그러나 퇴임후 거처를 짓기위해서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노 대통령 부부는 6억여원의 재산이 있었는데, 부지매입과 설계비로 2억6천여만원을 지출한 상태다. 남은 3억4천여만원을 다 털더라도 6억1천여만원이 모자란다는 것. 윤 대변인은 "나머지 모자라는 비용은 은행 대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건축가 정기용씨가 설계 맡아…내년10월말 준공 노 대통령의 집을 설계한 곳은 (주)기용건축설계사무소(대표자 정기용)이 맡았다. 이 회사의 정기용 대표는 유명한 해외유학파 건축설계사로, 시민단체 대표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파리 제8대학 도시계획과 등을 졸업하고 프랑스 전문건축사자격(DPLG)도 땄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지내고, 2005년부터 문화재위원(사적분과), 건설기술 및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시공은 (주)삼정이 맡는다. 윤 대변인은 "이 시설은 내년 10월말 준공될 예정"이라며 "퇴임후 노대통령 부부 두분만 거주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퇴임후 활동과 관련, 노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정치환경이 선진국 수준이 되도록 지금도 열심히 모색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문제는 제가 임기 끝나가도 손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06.12.15 I 문주용 기자
  • (연말정산)④2중 3중으로 공제받는 노하우
  •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연말정산을 하다 보면 자주 헷갈리는 소득공제 항목이 있다. 바로 신용카드, 자녀 교육비, 의료비 등이다. 이번엔 확실이 꿰뚫어 보자. 특히 중복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은 놓치지 말고 꼭 기억해 두자. - 중복공제가 가능한 소득공제 항목은. ▲ 6세 이하 자녀의 학원비(주 5일이상, 1일 3시간 이상 수업하는 학원)를 신용카드 또는 지로로 납부한 경우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공제 및 교육비 공제뿐 아니라 자녀양육비 공제도 가능하다.의료비를 신용카드 또는 현금영수증 등으로 결제한 경우 의료비공제와 신용카드 등 공제가 가능하다.65세 이상의 직계존속이 장애인 판정을 받은 경우 기본공제 100만원과 장애인공제 200만원, 경로우대자공제 100만원(70세 이상 150만원) 등 인적공제에서만 400만원을 공제 받는다. -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 공제가 배제되는 경우는 어떤 게 있나. ▲ 외국에서 사용한 금액, 회사의 비용을 종업원의 신용카드로 사용한 경우, 각종 기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취등록세 과세 대상인 부동산과 자동차 등을 구입하는 경우, 보험료나 학교수업료를 낸 경우 등이다. - 의료비 공제 대상은 무엇인가. ▲ 의료비의 경우 본인과 장애인, 경로우대자를 위해 사용한 금액은 한도(500만원)를 초과해도 공제된다. 다만 다른 부양가족의 의료비와 합산해 총 급여액의 3%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공제가 가능하다. 의료비 공제 대상은 시력보정용 안경과 콘택즈렌즈 구입비, 라식 수술비, 보청기·휠체어·목발 구입비, 틀니 시술비, 스케일링, 불임으로 인한 인공수정 등이다. 그러나 미용·성형수술비, 건강증진 약품, 한의원의 보약은 제외된다. - 교육비 공제 대상에는 어떤게 있나.▲ 교육비는 정규과정에 의한 초·중·고·대학의 공과금에 대해서만 공제된다. 그러나 보충수업료(특기적성교육비), 식대, 영어학원비, 통학버스비, 기숙사비, 해외연수비 등은 제외된다. 초·중·고·대학생의 학원비는 공제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육성·기성회비는 공제대상이다.취학 전 아동이 주 5일이상, 1일 3시간 이상 피아노·미술·컴퓨터 학원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 공제가 가능하지만 태권도장·수영교습 비용 등은 공제대상이 아니다. 근로자가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에서 정한 학원, 직업전문학교, 사이버대학 등에서 본인이 교육을 받는 경우 자기부담분에 대해서는 공제가능하며 근로자 본인의 대학원 교육비도 공제대상이다. 장애인을 위해 사회복지시설 등에 지급하는 특수교육비도 공제가 가능하다.- 결혼·이사·장례에 대한 소득공제는. ▲ 결혼·이사·장례의 경우 총 급여액이 2500만원 이하 근로자에 대해 각 사유당 100만원이 공제된다. 결혼의 경우 남여 모두가 공제 가능하고 결혼해 새집으로 이사할 경우 남여가 단독 세대주였다면 2명 모두 100만원씩 공제 받을 수 있다.(다만 분가의 경우에 공제 불가) 1년에 이사를 두 번 한 경우 2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기본공제 대상자의 사망에 따른 장례라면 기본공제 한 근로자가 공제대상이다. - 월급을 받는 직장이 2개인 `투잡스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올해 두 개 이상의 직장에서 월급을 받았다면 반드시 주된 직장에 근무지(변동)신고서와 근로소득자 소득공제신고설르 제출해야 한다.
2006.12.05 I 문영재 기자
{엣지}, 여기도 빠질 수 없다
  • {엣지}, 여기도 빠질 수 없다
  • [조선일보 제공] ▲ 청담동에 있는 파티세리 `뒤상`뒤상 ■ 우아함을 공간에 풀어낸 곳. 서울 청담동 ‘뒤샹(www.duch amp.co.kr, 02-3446-9007)’이다. 이름이 같다고 ‘레이 메이드의 시작’인 마르셀 뒤샹(Duchamp)과의 연결고리를 찾긴 힘들다. 반짝반짝 광택 나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매끄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주황색 케이크 상자와 갈색 끈이 에르메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약간 아쉽지만, 한국에서 이만큼 고급스러운 파티세리(patisserie)가 또 있을까. 케이크가 아니라 보석가게나 명품 브랜드 스토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대리석으로 깔린 1층 쇼케이스에서 먹고 싶은 케이크를 골라 자리를 잡으면 가져다 준다. 케이크 자체가 조각처럼 조형미가 뛰어나지만, 케이크가 얹어 나오는 접시도 예뻐서 식감이 더 산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조명이 은은한 1층 별실을, 친구들과 햇살을 즐기고 싶으면 2층으로 간다. 짙은 나무색을 살린 가구와 벽이 전체적으로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1층 야외 테라스에 손님이 몰린다. 조각케이크 4만5000~5만원, 커피 등 뜨거운 음료 7000~8000원. 작년 최고 히트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해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간 곳이다. 요즘은 낮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종종 눈에 띈다. 앨리스 ▲ 도산공원 앞 노래방 `앨리스`■ ‘느리게 걷기’ 부터 ‘핑크 스푼’ ‘고릴라 인 더 키친’에 이르기까지, 지금 도산공원 앞이야 말로 스타일이 새로운 스타일을 낳고 ‘엣지’와 ‘엣지’가 치열한 한판승을 겨루는 곳일지 모른다. 어찌 보면 ‘글램’ 풍에 가까울 정도로 화려하고 묘한 공간이 ‘절제’를 컨셉으로 내세운 듯한 ‘올 화이트’ 레스토랑 ‘고릴라 인 더 키친’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노래방 ‘앨리스(02-3443-5255)’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눈꽃 사방무늬로 가득한 노래방 입구. 이쪽 벽 사방무늬가 저쪽 벽에 비치고, 저쪽 벽 사방무늬가 이쪽 벽에 반사되면서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지는 ‘이상한 나라’로 빠져드는 묘한 기분. 방과 방을 이어주는 통로 중앙홀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커다란 토끼상이 양손을 벌린 포즈로 서 있다. 건축가가 사방무늬를 이용한 인테리어를 생각하다 포인트로 잡은 것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책에 등장하는 토끼가 서 있는 건 그래서다. 그러고보니 ‘앨리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비스트로 디’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워커힐 아이스링크’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술적이고, 초현실적이고, 아주 살짝 동화적인 아기자기함까지 아우르는 스타일. ▲ 홍익대 앞 카페 `나비`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 두 다리 죽 뻗고서 푹신한 쿠션에 나른하게 기대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떠는 이색 공간들이 인기다. 앉는 대신, 눕는 공간인 만큼 분위기도 몽환적인 곳이 많다. 그중 홍익대 앞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 비칠 듯 말듯 하늘하늘한 천을 들추고 들어선 가게는 꼭 동굴 같다. 한 가운데 얕은 물이 고인 ‘연못’ 위로 촛불의 불빛이 흔들리고 빨간 장미 잎이 어지럽게 떠다닌다. 꼭 ‘아라비안 나이트’의 990일째 이야기쯤에 나올법한 곳이다. 인테리어만큼 특이한 것이 두 문장으로 된 이름. 홍익대앞에서 DJ로 활동했던 사장이 “꽃에 앉은 나비를 꽃으로 착각한 뒤 갖게 된” 철학적인 생각이 담겼다고 한다. 단골 손님들은 그저 ‘나비’라고 부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모래가 깔린 자리도 있다. 안면도에서 공수해온다는 모래 위에 갖가지 카페트가 깔려서 푹신푹신하다. 약간 낡은 카페트 위에 앉기가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 자꾸 눕고 싶다. 실제로 누워 즐기는 손님도 많다고 하니 그 독특함에 끌려 자꾸 오고 싶어질 것 같다. 기둥 뒤 아늑한 자리는 잘 보이지 않아 비밀 이야기를 하기도 좋을 듯. 여행을 즐기는 사장이 인도와 터키 등에서 가져온 악기, 조명덮개 등 이국적인 소품들도 놓치지 말 것. 전통 아랍식 물담배 ‘시샤(Shisha)’(1만원)를 입에 물어 볼 수 있다. 허브 오렌지 등 음료수는 5000원선, 와인 2만원부터(잔 4000원~6000원), 나쵸 안주 8000원선. (02) 338-4879. 화장실, 남녀 구분이 없다? 요즘 인테리어에서 제일 ‘힘 주는 곳’은 어쩌면 욕실, 그리고 화장실일 지 모른다. ‘가장 스타일 만점인 화장실’을 갖춘 곳으로는 W호텔(02-465-2222)과 남산자락의 ‘샴페인 바’ 나오스 노바(02-754-2202)가 꼽히고 있다. W호텔 로비의 식당 쪽 화장실은 ‘남녀 구분’이 없다. 어차피 외부에서부터 혼자 들어가는 ‘1인용 화장실’이다. 좌변기마다 PDP텔레비전이 걸려있는데, 모니터에 남자 패션쇼 영상이 뜨는 쪽이 남자 화장실이다. (어차피 혼자 들어가는 것이니 여자가 들어가도 상관없다) 엘리베이터 옆 남자화장실도 독특하기론 만만찮다. 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소변기에는 영상물도 함께 흐른다. ‘나오스 노바’ 의 화장실은 층마다 다르다. 붉은 휘장을 젖히거나 거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화장실 앞 ‘남자’ ‘여자’ 표시는 이제 촌스러움의 상징인가. 이곳 역시 어느 쪽이 남성용이고 여성용인지 명확히 표시해 놓지를 않아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할 정도다. ‘W호텔’과 ‘나오스 노바’의 검은색 엘리베이터도 독특하다. ‘W’의 경우,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리면 새까만 공간이 입을 벌린다. 천장에 매달린, 버스처럼 동그란 손잡이가 어둠 속에서 형광색으로 빛난다. www.wseoul.com 백화점엔 공중 정원이 ‘엣지’와 스타일을 느끼러 굳이 화려하고 비싼 공간만 찾아갈 필요는 없다. 새 단장 후 고리타분함을 벗고 ‘엣지 있게’ 변신한 남산N타워(www. nseoultower.com, 02-3455-9277) 의 전망대 화장실도 들러볼 만하다. 요즘은 건물 한 가운데 ‘중정’을 만들거나 테라스를 조성하는가 하면 옥상 꾸미기가 트렌드. 서울 명동 신세계 백화점 11층에서 연결된 정원 스카이 파크도 쉬었다 가기 좋다. 단, 칼더의 비싼 조각 작품과 ‘키치’에 가까운 풍차가 공존하는 바람에 좀 어정쩡한 공간이 되긴 했다. ▲ 페이퍼테이너 뮤지엄페이퍼테이너 뮤지엄의 편안한 조명 조명 전문기업 ‘필룩스’ 노시청 회장은 “요즘 건물 조명은 조도가 너무 높다”고 했다. 쉽게 말해 빛이 너무 밝다는 것이다. 조명이 너무 강하면 눈에 있는 시신경이 쉬 피곤해질 뿐더러, 조명을 받는 물체가 오히려 덜 또렷하게 돋보인다고 한다. 노 회장은 “요즘 조명이 그런대로 괜찮은 곳이 페이퍼테이너 뮤지엄(papertainer.design.co.kr, 02-421-5577)이라고 꼽았다. “눈에 자극을 피하면서 적절한 조도로 조형물을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봅니다. 빛을 잘 분산시켰어요. 내부 조명도 잘 돼 있더군요.”‘페이퍼테이너’는 디자인하우스가 3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미술관이다. 시멘트나 철근 등 흔한 건축재 없이, 종이 기둥 353개와 컨테이너 166개로만 만들어졌다.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이 설계했다. 오는 12월 말까지 한국 역사 속 대표적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과 국내 브랜드 30여개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전시된다.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에 있다. 월~목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금~일요일 오후 9시까지 연다. 서울 대학로 쇳대 박물관(www.lockmuse um.org, 02-766-6464)은 사라져가는 전통 쇳대(열쇠의 방언)와 자물쇠 컬렉션이 돋보이는 이색 박물관.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각국의 열쇠 300점이 전시돼 있다.
해풍에 삭아내린 페인트조차 그림이 되는 곳, 아바나로…
  • 해풍에 삭아내린 페인트조차 그림이 되는 곳, 아바나로…
  • [조선일보 제공] 1 도적처럼 아바나행 밤비행기를 타다 카리브해의 흑진주 쿠바, 하고도 아바나. 치명적 중독성을 가진 도시. 살사 리듬과 혁명의 구호가 타악기와 랩처럼 공존하는 땅. 해풍에 삭아 내린 페인트조차 표현주의 회화의 화폭으로 전이되는 곳. 하루에 열두 번 바뀌는 카리브의 물빛. 해 저무는 기나긴 방파제, 말레콘. 웃통을 벗은 사내아이들이 마른 등을 보이며 푸른 파도 속으로 몸을 날리는 대양의 끝. 원색 패널의 집과 나부끼는 색색의 남루한 빨래에서조차 치유할 수 없는 낙천성을 내뿜는 골목들. 독한 럼과 시가냄새와 체 게바라의 흑백사진과 영혼을 움켜쥐는 반도네온 소리가 뒤엉킨 몽환의 도시. …그리고 무엇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하루에 열두 번씩 변한다는 카리브의 물빛과 아이들. 늑골 사이의 습기마저 말려버릴 듯했던 멕시코만의 햇살을 뒤로하고 나는 아바나행 MX732편에 오른다. 밤 비행기는 다행이었다. 아바나에만은 어쩐지 도적처럼 한밤중을 골라 도착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햇빛 아래 을씨년스러운 담벼락의 혁명구호 같은 것을 맨 처음 맞닥뜨리기 싫어서이기도 했고 마치 오래 전에 이미 와본 듯한 기시감에 짐짓 딴지를 걸어 보고 싶기도 했던 까닭이다. 트랩을 오르기도 전,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앞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아바나를 떠나며’ ‘체 게바라 평전’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책과 영화로 먼저 만났던 탓일까. 아바나는 이상하게도 내게 예술적 영감뿐 아니라 성적 환상의 이미지로도 떠오르고 있었다. 저항할 수 없는 우수의 매력남 체 게바라, 그 원조 마초에서부터 헤밍웨이, 말론 브랜도, 카스트로, 무라카미 류에 이르기까지 동서의 내로라하는 거친 사내들이 아바나 용광로로 모여들어 흐물흐물 녹아 내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잘록한 허리 아래로 숨 막히게 확장되는 엉덩이를 가진 뮬라토 여인들의 그 비현실적인 육체의 굴곡 때문일까. 2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비행기는 나를 흥분시킨다 출발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비행기 옆자리는 스페인계 혼혈의 청년. 검은 셔츠의 단추 두 개를 풀어 헤치고 있다. 게다가 이 더위에 꼭 끼는 가죽바지란. 빡빡 밀어 버린 머리카락을 길러 묶으면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동생쯤으로 보이겠다. 성적 카리스마 넘치는 사내 곁에서 문약(文弱)한 내 남성은 십분 주눅이 들어 버린다. 비행기는 출발시간이 지났는데 꿈쩍도 않고, 무료해진 청년은 내게 말을 붙여 보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영어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스페인 식의 ‘R’자가 도드라지는 발음에다 생뚱맞게 ‘아리가토’라니. 도무지 의사소통이 어렵자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어주고는 신문을 집어 든다. 풀어놓은 윗단추 사이로 털이 부스스하다. 청년의 그런 모습이 일순 나를 동하게 한다. 오해 없기를. 먹 찍고 붓 세워 한 호흡에 그리고 싶다는 말이다. 짙은 어둠 속에서 초록과 빨강으로 고양이 눈처럼 빛을 뿜는 활주로의 불빛을 천천히 감아 돌던 비행기가 돌연 엄청난 힘으로 솟구쳐 오른다. 오오. 익숙해서 나른한 모든 것들을 몰아내는 아바나행 밤 비행기의 굉음과 속도여. 음지식물처럼 갇힌 남성성을 사정없이 유린하는 그 단순 무지막지한 힘이여. 눈을 감고 그제야 등받이에 나를 내려놓는다. 3 꽃들에게 내 슬픔을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낯선 도시에 도착해 형광등 불빛 아래 창백한 안색의 사람들과 입국절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매번 속이 울렁거린다. 더위와 피로, 낯선 숙식과 스케줄에 대한 불안감에 살짝 체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 원색의 화려한 의상과 시가가 어울리는 쿠바의 여인들.어둑신한 호세마르티 공항은 소도시 버스대합실처럼 한산하다. 계급장 없는 허름한 군복을 입은 직원은 내 여권을 한참 동안이나 뒤적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스탬프를 꽝 찍어 준다. 하염없이 기다려 짐을 찾아 나오는데 구석의 흐릿한 불빛 아래 젊은 남녀가 부둥켜안고 거칠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푸르스름한 형광등 빛 때문일까. 열기보다는 허기가 느껴진다. 벽 위 낡은 액자 속에서 군복 입은 카스트로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랑은 때로 이데올로기보다 더 사람을 허기지게 하는가. 문을 나서니 알도가 손을 번쩍 든다. 훌쩍 큰 키에 선량한 눈빛의 마흔아홉 살 쿠바 남자다. 김일성 대학에 유학하여 공부한 적이 있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거기서 익힌 한국어를 다섯 살짜리 소년만큼 구사한다. 그래서 그의 한국어는 어순이 잘 안 맞는 데다 북한식과 남한식의 표현이 뒤섞여 기묘한 느낌을 준다. 일테면 이런 식. “두 개의 한국말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한국말이 잘 조직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말 잘 조직되지 못해도 실례합니다. 며칠간 잘 소명하겠습니다.” 차는 희미한 불빛으로도 확연히 드러나는 가난과 남루의 거리를 지난다. 그 무너져 내릴 듯한 집들이 신경이 쓰였던지 그는 굳이 몸을 돌려 쳐다보며 힘주어 말한다. “쿠바는 안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이 잘 안됩니다.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거지도 없습니다. 쿠바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모두 행복합니다.” 우리나라 TV에서 가끔 본, 독특한 평양 억양과 표정마저 섞여 있다. 나는 조바심을 내며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공연에 대해 묻는다. 공연을 볼 수 있겠느냐고, 꼭 봐야 한다고. 하지만 그의 반응은 뜻밖에 차갑다. “선생님도 그 영화를 보셨습니까? 그 사람들 지금 아바나에 없습니다. 죽은 사람도 있고, 외국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일없습니다. 그런 정도는 쿠바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 차에서 내리니 후끈한 무더위와 끈끈한 살사 음악이 살갗으로 스며든다. 아아, 쿠바에 왔다. 이브라힘과 오마라의 목소리에 홀려서. 글라디올러스와 흰 백합…. 꽃들에게 내 슬픔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내 눈물을 보면 꽃들이 죽을 테니까.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 쿠바의 대표적인 아프로 쿠반 재즈그룹. 주로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세계적인 쿠바음악 붐을 일으키며 수백만 장의 음반판매고를 올렸다. 1997년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독일 영화감독 W 벤더스에 의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 김병종 교수는… 2000~2001년 조선일보에 연재됐던 인기 시리즈 ‘김병종의 화첩기행’의 작가 김병종(53) 서울대 미대 교수가 ‘라틴화첩기행’으로 5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그는 ‘바보예수’ ‘생명의 노래’ 그림 시리즈로 유명한 동양화가로, 순수예술을 이어가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 보기 드문 작가다. 또 평론·희곡·수필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글을 발표해, 소설가인 아내 정미경씨와 글발을 견주는 ‘문인 화가’이기도 하다. 5년 전 ‘화첩기행’에서 그는 전국을 답사하며 이 땅에 피고 진 각 분야 예술인들의 흔적을 찾았다. 올해 그는 남미의 강렬한 색채와 정열, 리듬을 따라가는 여행을 했다. 그의 여행기는 미술뿐 아니라 문학, 음악, 영화, 무용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 전반을 넘나든다.
“불륜함정 팠다” 누명쓴 여강사
  • “불륜함정 팠다” 누명쓴 여강사
  • [조선일보 제공] 친구와 불륜 행각을 벌인 대학 교수들을 협박해 ‘교수’ 자리를 요구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던 시간강사 A씨가 법정 투쟁 끝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근 무죄 판결을 받아낸 A씨는 “지난 2년간 여자 시간강사로 살기 위해 성적(性的) 수치심도 포기해야 하나’란 생각에 정말 괴로웠다”고 했다. 지방의 한 사립대 미술 시간강사였던 A씨는 2004년 6월 이 대학 교수 김모씨 등 남자 교수 2명으로부터 친구를 소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혼을 한 친구 B(여)씨와 함께 교수들과 회식을 하게 됐다. 꺼림칙했지만 ‘교수 임용에 영향력을 가진 실세 교수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김씨의 말을 감히 거부할 수 없어 응했다. 식사 후 술자리가 밤 11시가 넘도록 계속되자 A씨는 조심스럽게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했지만 교수들은 억지로 노래방에 데리고 갔고 B씨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교수들은 급기야 A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술에 취한 B씨와 차례로 성관계를 가졌다. 이튿날 새벽 서울행 차 안에서 이 사실을 B씨로부터 전해들은 A씨는 “내가 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에 수치심이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이후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역류성 식도염까지 앓았다. 이 사실을 안 A씨의 남편이 교수들에게 항의하자 교수 쪽에서 “전임교수까지 밀어주고 평생 자리를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대신 자신들과 B씨 사이에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의 이상한 주문은 계속됐다는 게 A씨의 이야기다. 이후에도 B씨와 잠자리를 주선해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 발언도 계속했다는 것. 이를 거부하자 얼마 뒤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오히려 A씨가 교수들을 함정에 빠뜨린 뒤 전임교수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사건의 전말을 적은 글을 학과 다른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그러자 김씨는 A씨가 성관계 사실을 미끼로 교수자리를 요구한다며 강요미수와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1부는 23일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원인을 제공한 만큼 A씨가 협박했다고 보기 어렵고 A씨가 이메일을 보낸 것도 자신이 교수들의 성관계를 유도했다는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기 위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