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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신사 꿈꾸는 왕서방…시대 트렌드 이끈 '삽화'<16>
  • 영국신사 꿈꾸는 왕서방…시대 트렌드 이끈 '삽화'[정하윤의 아트차이나]<16>
  • 삽화 ‘과거와 현재’(1932). 서구 문물·문화가 밀려들던 1930년대 중국 상하이 배경으로 전통적인 가족과 서구화한 가족을 대비해 묘사하고 있다. 앞쪽에 두고 좀더 크고 세심하게 묘사한 그림이 이미 분위기를 가져갔다. 모던한 서구식 복장을 한 아빠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이상적’이란 거다. ‘양우’ no.75.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아빠 육아 예능이 TV 프로그램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부터 ‘아빠! 어디가?’ 최근 ‘물 건너온 아빠들’ 등등. 출연하는 아빠들은 엄마 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함께 여행도 잘한다. 뿐만 아니다. TV 속에는 요리 잘하는 남자들도 참 많다. 전문 요리사가 아님에도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하게 전복을 손질하거나 생선회를 뜨고, 메뉴를 개발해 편의점에 출시도 한다. 현실은 어떨지 몰라도 요즘 TV 프로그램만 보면 육아하는 아빠, 살림에 능한 남자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시대와 지역을 살짝 바꿔 20세기 초 중국으로 가보자. 듣자 하니 중국 남자들은 요리가 수준급이라 하던데, 정말일까. 가장 대중적이었다고 할 당시 잡지 이미지를 참고해 보겠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33년 상하이에서 출간된 ‘양우’(良友·1926. 2~1945. 10)란 종합잡지에 실린 삽화다(한국으로 치면 ‘별건곤’이나 ‘삼천리’에 비할 수 있겠다). 집안에 한 남자가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다. 집안 꼴은 난리다. 정리가 안 된 너저분한 침대에는 빨래가 대롱대롱 걸린 빨랫줄이 연결돼 있다. 식탁에 앉은 아이는 울고 있다. 배가 고픈 모양이다. 남자는 한손에는 냄비를, 한손에는 양동이를 들고 요리를 해야 하나 청소를 해야 하나 허둥대는 중이다. 입으로는 아이를 달래면서. 엄마는 어디로 갔나. 삽화 제목이 ‘와이프가 친정에 갔을 때’라며 그 답을 친절히 알려 준다. 그래도 아내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벽에 걸린 사진 속에 존재한다. 이 모든 상황을 예견했다는 듯 씩 웃고 있는 모습으로. 이런. ‘대륙’ 남자들이 가사와 육아에 능하다는 소문은 정녕 거짓이었나. 삽화 ‘아내가 친정에 갔을 때’(1933). 빨래가 제멋대로 널린 너저분한 집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한 남자가 보인다. 아이는 울고 있는데, 한손에 냄비, 다른 한손에 양동이를 든 채 갈팡질팡하는 남자. 마치 밀려드는 서구 문화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1930년대 상하이에 사는 중국 남성을 대변하는 듯하다. ‘양우’ no.80, p.35.◇옛 중국 관습은 낡고 후진, 결국 버려야 할 것으로 그려 글쎄,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보다 1년 전 같은 잡지에 실린 또 다른 삽화는 조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전면에 서 있는 가족이다. 아이를 안고 걷는 훤칠한 아빠는 흡사 영국신사처럼 중절모를 쓰고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다. 그 옆에 모피코트를 입은 아이 엄마는 남편의 팔짱을 끼고 발맞춰 걷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핵가족이다. 그들의 왼편으로는 정확히 반대되는 모습의 가족이 보인다. 복장은 청나라 시대 스타일. 여자는 아이를 안고 있고, 남자는 또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 표정은? 그리 좋지 않다. 부유해 보이지도, 딱히 화목해 보이지도 않는다. 삽화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모던한 서구식 복장을 하고 아빠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이상적’이라는 것. 둘 중 누가 1930년대 상하이의 현실인지는 모르겠다손 쳐도, 분명한 사실은 ‘이상적인 아빠’가 전통적인 가부장적 스타일은 아니라는 거다. 적어도 ‘양우’를 만든 사람들, ‘양우’를 읽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면 ‘워너비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같은 잡지의 광고 이미지를 참고해 보자. 화면은 둘로 나뉘어 있다. 왼쪽에는 빗자루, 오른쪽에는 청소기로 청소를 하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비질에는 먼지가 엄청나게 나고, 청소기를 돌리니 아주 깔끔하다(그림이라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먼지가 풀풀 날려 하나 마나인 비질과 깨끗하고 세련된 청소기. 무엇을 택하는 것이 더 ‘똑똑한’ 주부인지는 자명하다. 광고 ‘상하이 전기회사’(1932). 청소기 광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기 광고다. 매일 여섯 시간 사용했을 때 고작 4분(1원元=10각角=100분分)의 비용이 든다는 문구가 보인다. 잡지에는 가전제품을 이용해 살림하는 아내가 세련됐다는 것을 강조하는 청소기·다리미 광고 시리즈가 있었다. ‘양우’ no.71, p.13.식품 광고 역시 비슷하다. 요즘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켈로그 시리얼 광고 속 엄마는 집안에서 상을 차려놓고 가족을 기다리고, 아빠와 아이는 활기차게 인사를 하며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엄마의 식탁은? 시리얼이다(그림 속 아빠는 그 상차림에 매우 만족한 표정이다). 서양식 간편한 식사준비가 세련된 현대식 주부란 점을 어필한 거다. 굳이 외국인 모델까지 그려 가면서 말이다. 이 모든 이미지는 한곳을 가리킨다. 남자라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 여자라면 서양식 가사를 선택하는 사람이 선망할 만하다는 것이다. 선망의 대상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누군가 혼자 머릿속에서 그려냈을 리 없다. 시대의 산물이다. 20세기 초 중국에는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이 있었다. 일찍이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서구 열강은 중국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상하이는 심지어 ‘쪼개진 수박’이라고 불렸다. 이쪽은 프랑스령, 저쪽은 영국령 등 힘센 서구 나라들이 나눠 먹었기 때문이다. 서양의 모든 것은 힘 있고, 세련되고, 멋지고, 응당 따라야 할 이상향처럼 느껴졌다. 물론 반대 입장도 있었지만 ‘서구=좋은 것’이란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옛 중국의 많은 관습은 낡은, 후진, 결국 버려야 할 것으로 비쳐졌다. 근엄하고 권위 있는 아버지보다는 육아·가사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편리한 서양식 살림을 신속히 도입하는 엄마가 선망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게다가 ‘양우’의 편집자들은 서구화를 지향하는 엘리트 지식층이었으며, ‘양우’는 코스모폴리탄이라 할 수 있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발행됐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살펴본 이미지들은 그 태생 자체가 서구지향적이었던 거다. 광고 ‘켈로그 시리얼’(1934). 아빠와 아이가 활기차게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집안에서 엄마는 음식을 차려놓고 이들을 반기고 있다. 식탁에 차려진 것은 시리얼. 서양식 간편한 식사준비가 세련된 현대식 주부란 점을 어필하고 있다. ‘양우’ no.87.◇현실과 이상 사이엔 늘 괴리가 있는 법그렇다면 과연 현실은 어땠을까. 혼자 아이와 남겨진 채 우왕좌왕하는 아빠, 능숙하게 아이를 돌보는 아빠, 둘 중 누가 진짜였을까. 정말 100년 전 중국에서 전기 청소기를 돌리며 시리얼로 식사준비하는 엄마가 있었을까. 글쎄, 있더라도 극히 일부가 아니었을까. 아무리 상하이가 국제항구도시가 됐고, 현대식 옷을 입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해도 가정 전체가 서구식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았을 거다.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니까. 게다가 미디어는 언제나 현실과는 좀 다른, 이상적인 모습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법이다. 한국만 해도 TV 속 육아 예능과 현실의 곤두박질치는 출산율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지 않나. 그러니 ‘양우’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현실 자체라기보다 편집자들이 믿는 유토피아 버전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우리가 ‘양우’에 게재된 이미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유의미한 사실은 사회가 격변하던 20세기 초 중국에서 ‘아빠’ 또는 ‘남편’, ‘엄마’ 또는 ‘아내’의 이미지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는 거다. 여기에 21세기 한국의 미디어가 바람직하다고 보여주는 모습도 20세기 상하이의 잡지가 선망했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언제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광고나 미디어, SNS 속 이미지는 현실 그대로가 아닌 이상에 가깝다. 20세기 초 중국 잡지에서 발견한 이미지는 따라서 그 시대의 ‘현실’이 아닌 ‘이상향’으로 읽어야 한다. 21세기에도 마찬가지다. TV 화면 속 여러 이미지를 현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저 ‘요즘 사람들은 이런 걸 멋지다고 여기는군’ 하며 하나의 경향으로만 보는 게 여러모로 좋을 듯하다. 아무튼 우리는 ‘현생’을 살아내야 하니까. ※‘양우’(良友)중국에서 20년 남짓 간행한 종합화보잡지다. 1926년 2월 상하이에서 창간해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기 전인 1945년 10월 폐간했다. 당시 서구와 교류가 활발했던 국제도시 상하이를 배경으로 중국이 겪은 근대적 변화과정, 서양이 들여온 근대문물을 사진·원색그림·흑백삽화 등으로 보여줬다. 여성 모델이 돋보이도록 섬세한 사진기법으로 꾸민 컬러 표지가 인기를 끌었고, 내지에도 질 좋은 화보를 제공해 당시 중국에서 간행한 인쇄물 중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화보란 평을 들었다. 중국 신문·잡지 출판역사상 발행기간이 가장 길고, 전파범위가 가장 넓으며,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잡지로 꼽힌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1.27 I 오현주 기자
아모레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 개최
  • 아모레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 개최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 개최된 ‘조선, 병풍의 나라’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병풍 전시다. 2018년 전시는 조선을 대표하는 전통 회화 형식인 ‘병풍’ 자체를 조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기까지 제작된 병풍들의 미술사적인 가치와 의의를 되새기며, 우리나라 전통 미술의 다양한 미감을 관람객들에게 알리고자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15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50여 점의 작품들을 모아 선보인다.전시는 사용·제작 주체에 따라 민간 병풍과 궁중 병풍으로 주제를 나눠 민간과 궁중의 문화적 특징을 대비하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민간 병풍을 통해서는 일상생활에 녹아있던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미감과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궁중 병풍을 통해서는 조선 왕실의 권위와 품격, 그리고 궁중 회화의 장엄하고 섬세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근대 병풍의 경우 제작 시기를 고려하여 별도의 전시실에 배치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변모한 한국 근대 화단의 일면을 병풍이라는 형식 안에서 관람할 수 있게 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에 접하기 어려웠던 병풍들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새롭게 수집한 작품들을 함께 소개한다. 채용신의 ‘장생도10폭병풍’, 이상범의 ‘귀로10폭병풍’, ‘일월반도도12폭병풍’ 등 다수의 병풍이 새롭게 공개되며, 보물로 지정된 ‘평양성도8폭병풍(송암미술관)’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곤여전도8폭병풍(부산박물관)’ 등 지정문화재도 출품된다.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임인진연도10폭병풍(국립국악원)’을 통해 조선의 마지막 궁중연향(宮中宴享)을 병풍으로 만나볼 수 있게 구성했다. 전시 도록도 특별하게 제작해 눈길을 끈다. 미술사 분야의 전문가 26명의 참여로 병풍 전반에 관한 다채로운 내용을 담았다. 전체 출품작의 도판과 작품 해설은 물론, 대학과 기관의 연구자들이 새롭게 집필한 글들을 수록하였다. 지난 ‘조선, 병풍의 나라’ 도록과 합치면 총 43편의 논고가 실려있다. 우리나라 전통 미술을 생소하게 여겼던 관람객들에게 한국 고미술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 포스터. (사진=아모레퍼시픽)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지속 가능한 전시 방식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공간 구조와 재료를 전면 재검토하였다. 이에 따라 목재 가벽을 없애고 재사용이 용이한 철제 구조물과 조립식 프레임을 사용하여 공간을 연출했다. 새로운 재료로 설계된 구조물은 반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해 향후에도 전시 폐기물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병풍을 보다 가까이에서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좁혔으며, 현대적인 분위기의 전시 디자인을 시도해 전통 회화의 세련된 면모가 돋보이도록 했다.조선시대부터 근대기에 이르는 우리 병풍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월 30일까지 진행된다.
2023.01.26 I 백주아 기자
여대생 AI 이루다 다음은 '미대 오빠' AI 강다온
  • 여대생 AI 이루다 다음은 '미대 오빠' AI 강다온
  • AI 챗봇 이루다가 사진을 보내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 (사진=스캐터랩)[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21세 여대생 콘셉트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선보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다음 달 새로운 AI 챗봇을 내놓는다. 지난해 10월 이루다 2.0를 선보인지 3개월여 만이다. 22일 스캐터랩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2월 AI 챗봇 ‘강다온’을 공개할 예정이다.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실시했다.강다온은 이루다와 마찬가지로 이용자가 말을 걸면 상황에 맞게 적절한 답변을 해주는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콘셉트는 미술 전공의 남자 대학생. 이루다와 강다온의 관계는 아직 설정되지 않았다. 이민희 스캐터랩 PR 매니저는 “루다가 발랄하고 주체적인 아이였다면, 다온이는 이름 그대로 다정하게 따뜻한 아이”라며 “루다와는 또 다른 친구 계층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루다 이용자는 여자 중고등학생이 가장 많다.작년에 나온 이루다 2.0나 곧 나올 강다온 모두 요즘 ‘핫’한 생성 AI 모델이다. 이전보다 17배 이상 커진 23억 개의 매개변수 모델(루다 젠1)을 사용해 대화한다. 미리 만들어둔 답변 후보에서 문장을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맥락을 파악해 문장을 생성하는 식이다. 편향적이거나 공격적인 말에도 잘 대응한다.이루다 2.0은 대화를 이끄는 능력이 강화됐다.스캐터랩은 딱딱하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친구 같은 AI’ 챗봇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캐터랩은 이를 ‘관계적 대화’라는 말로 설명한다.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 주체성·예측 불가능성 등의 인간다움을 갖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인다. 이주홍 스캐터랩 머신러닝 리서처는 “뻔한 말보다는 ‘신박한’ 말을 하고, 기존보다 이야기를 더 끌어내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답변하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루다 2.0에 추가됐던 사진을 띄우며 대화하는 기능 ‘포토챗’도 올해 상반기 내에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이 기능은 새로 나올 강다온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리서처는 “지금은 이미지가 주어지기 전의 대화는 못 보고 딱 이미지만 보고 대화를 하는데, 앞선 대화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훨씬 (대화가) 매끄러워질 것”이라고 했다.이루다도, 강다온도 이용자와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것은 아니다. AI 챗봇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AI를 다시 가르치며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일명 ‘컨티뉴얼 러닝(Continual Learning)’이라 불리는 과정이다. 다만 스캐터랩은 어느 정도의 주기로 ‘재교육’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 리서처는 “조금 더 빠르고 풍부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컨티뉴얼 러닝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AI 기술로 ‘날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친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진 스캐터랩은 강다온 이후에도 다양한 콘셉트의 AI 챗봇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2023.01.22 I 김국배 기자
"붉고 큰 마오 얼굴이 떴습니다"<15>
  • "붉고 큰 마오 얼굴이 떴습니다"[정하윤의 아트차이나]<15>
  • ‘옛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새 세계를 건립한다’(1967).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 미술과 미술계는 이 한 장의 포스터로 요약할 수 있다. 문화대혁명(1966~1976) 전반부에 집중적으로 무수히 제작한 포스터는 홍위병이 앞장서 옛것을 무너뜨리는 거친 폭력성을 담고 있다. 실제로 홍위병의 발과 망치 아래 찬란했던 중국 문화와 미술은 사정없이 부서졌다. “최대한 강하게, 되도록 빨리, 가능한 많은 이미지”란 마오의 명령을 수행하는 최적의 매체로 떠오른 포스터는 1920∼1930년대 이미 쌓아둔 목판화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마오시대가 요구한 이미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었다. 포스터. 110×80㎝,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대 소장.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화가 잔뜩 난 채 온몸에 힘이 들어간 청년이 커다란 망치를 내려친다. 세상 무엇이라도 파괴할 기세다. 왼팔에 찬 붉은 완장은 그가 홍위병임을 알려준다. 문화대혁명 시기 마오쩌둥의 붉은 군대, 물불 가리지 않던 젊은 부대 ‘홍위병’. 홍위병 청년이 때려 부수려 하는 대상은 왼쪽 하단에 있다. 불상, 유교 경전, 예수 그리스도의 상, 서양 레코드 등등. 별 나쁜 것도 아니건만 왜 없애려는 것일까. 그 이유를 왼쪽 상단에 적힌 글자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옛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새 세계를 건립한다.” 풀어 말하자면 지금 이 청년은 발 아래 쪼그라져 있는 잡다한 물건들, 다시 말해 ‘옛 세계’를 부숨으로써 ‘새 세계’를 건설하는 중이다. 명분은 그럴듯할지 모르지만 이 주장에 내재한 폭력성은 감출 수 없다. 꽤 무섭고 다분히 선동적인 이 이미지는 문화대혁명(1966~1976) 전반부에 셀 수 없이 만들어진 포스터의 전형적인 예다. 한 번 보면 이해를 못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이런 이미지는 건물에, 길바닥에, 집 벽에 붙어 ‘인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문화대혁명 초반에는 화가 잔뜩 난 홍위병 무리가 집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잦았다. 그들의 기준에서 파괴돼야 마땅할 물건들을 찾아 그 소유주와 함께 처단하는 것이 홍위병의 ‘일’이었다. 물건은 즉각 파괴됐다. 물건의 주인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자아비판’을 하고, 어딘가로 끌려가 사라지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를 고발했다. 어제 감자를 나눠 먹은 친한 옆집 아주머니가 오늘 그 감자 담은 그릇에서 ‘부르주아’ 냄새가 났다며 당에 이웃을 찔렀다. 혁명정신에 고취된 아이들이 부모를 신고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홍위병은 수시로 출동했다. 망치를 들고. 찬란했던 문화가 부서지고 관계가 깨졌다. 이 모든 행태는 “옛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새 세계를 건립한다”는 말로 정당화됐다. ◇‘홍량광 고대전’ ‘삼돌출법’…영웅 마오, 붉고 크고 빛나게 돌출그 무서운 시대에 미술은 당의 이념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강렬한 이미지가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마오쩌둥은 잘 알았다. “최대한 강하게, 되도록 빨리, 가능한 많은 이미지를 생산해 모든 인민에게 닿게 하라!” 이 명령을 수행하는 데 최적의 매체는 포스터였다. 1920∼1930년대 이미 쌓아둔 목판화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당이 원하는 이미지를 대량생산했다. 마치 공장처럼 또는 군대처럼, 망치를 들고 ‘옛것’을 때려 부수는 이미지를 무수히 찍어냈다. 물론 홍위병이 필요했던 문화대혁명 전반부까지만이다. 이후 더 이상 그들의 역할이 필요치 않게 되면서 홍위병은 해산됐고, 그들의 이미지도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농민, 노동자, 군인이었다. 우상화한 마오쩌둥과 함께. ‘마오주석 만세, 세계 혁명가들의 마음속 붉은 태양’(1969)이 문화대혁명 후반부의 전형적인 포스터다. 무엇이 가장 먼저 보이는가. 당연히 하늘 위에 동동 떠 있는 마오쩌둥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붉은 태양’이 바로 그다. 그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가운데 푸른 옷을 입은 노동자를 기준으로, 왼편에는 군인, 오른편에는 농민이 있다. 마오의 중국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로 여겨지던 그룹이다. ‘마오주석 만세, 세계 혁명가들의 마음속 붉은 태양’(1969). 마오시대 문화대혁명 후반기에 제작한 포스터 유형. 하늘로 띄워올린 마오쩌둥과 그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농민·노동자·군인, 또 우방국 외국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붉은 태양’이 중국의 수장이란 걸 알린 포스터는 마오 우상화 작업의 절정을 보여준다. 미국 오리건주 조던 슈니처 미술관 소장.그런데 그 양옆으로는 어쩐 일인지 외국인들이 가득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이들은 마오의 중국과 사상적으로 동일한 우방 나라의 사람들이다. 세계의 사회주의·공산주의 지지자(포스터 제목에 따르면 혁명가)들인 거다. 모두 마오쩌둥의 어록인 붉은 책을 손에 들고 ‘태양’을 향해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포스터의 의미는 자명하다. 세계의 사회주의·공산주의자들의 ‘붉은 태양’은 중국의 수장, 마오쩌둥이라는 것.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던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포스터가 지금 우리 눈에는 다소 조야해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철저한 규칙 아래 그려진 것이다. 일명 ‘홍량광 고대전’과 ‘삼돌출법’. 이게 뭔 해괴한 말인가. 풀어보면 간단하다. 일단 첫 번째 규칙은 그림의 주인공, 다른 말로 마오는 ‘홍=붉고’ ‘량=밝고’ ‘광=빛나게’ ‘고=높고’ ‘대=크고’ ‘전=완전하게’ 그리라는 것. 포스터에서 마오쩌둥의 혈색이 과하게 붉고, 머리 주변으로 후광이 둘러싼 것은 이 규칙 때문이다. 갑자기 하늘로 들려 올린 것도, 다른 사람보다 말도 안 되게 사이즈가 큰 것도 마찬가지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파라오를 가장 크고 완벽한 모습으로 그렸던 것과 동일한 이치라 하겠다. 두 번째 규칙인 ‘삼돌출법’은 영웅을 그리되, 더 중요한 영웅은 약간 돌출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영웅은 가장 돌출해서 그리란 것이다. 그러니 붉은 깃발 아래서 소리치고 있는 이들 모두는 영웅이다. 하지만 영웅이라고 다 같은 영웅은 아니다. 그중 조금 더 난 영웅인 중국의 노동자·농민·군인은 가운데 두고 조금 크게 그려서 기타 영웅들보다 부각했다. 최고 영웅은 물론 마오쩌둥이다. 따라서 범접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높이 그려 최고로 돌출한 거다. 문화대혁명 시기의 모든 포스터는 당에서 마련한 이런 ‘흥미로운’ 규칙에 따라 제작됐다. 인물들의 표정도 볼 만하다. 마오쩌둥부터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사람까지 모두 허연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고 있다. 하나같이 혁명정신에 고취돼 있으며 행복한 모습이다. 사실일까. 그럴 리가. 그 무렵 중국은 경제적으로 정말 궁핍했다. 모두가 이렇게 건장하고 혈색이 좋지 않았단 말이다. 게다가 1968년에 진짜로 이렇게 외국인까지 마오쩌둥을 칭송하며 활짝 웃었을 리 없다. 다시 말해 이 이미지는 사실이 아닌, 고도로 이상화한 모습이다. 좋은 말로는 곧 도래할 미래에 대한 청사진, 조금 비아냥거리자면 ‘뻥’이라고나 할까. 마오쩌둥 시대에서 행해진 ‘집단 창작’ 전경. 여러 명이 매달려 거대한 포스터를 공동제작하고 있다. 그저 강렬한 이미지뿐일 듯한 당시 포스터 작업에는 나름의 철저한 규칙이 있었다. 마오쩌둥을 그릴 땐 ‘붉고 밝고 빛나고 높고 크고 완전하게’(홍량광 고대전), 영웅을 그릴 땐 중요도에 따라 차등을 둬 돌출할 것(삼돌출법). 물론 1순위에 올릴 최고 영웅이 마오쩌둥이었던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정치 목적 포스터도 작품…마오 이념 일방적 강요는 잘못”마오쩌둥 시기에 제작한 포스터가 얼마만큼 심미적 만족을 줬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마오쩌둥은 분명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형식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런 포스터의 형식면에서 감동을 받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적어도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는 그리 많았을 것 같진 않다. 뭐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개인의 취향 따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국가는 만들고, 인민은 감동(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반혁명분자다. 그런데 의문이다. 과연 이런 포스터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딱히 아름답지도, 그다지 예술가의 혼도 느껴지지도 않는데 정말 이들을 ‘작품’이라 불러도 될까, 미술에는 다양한 형식과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마오시기의 포스터처럼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내용 전달을 우선시하는 ‘작품’도 있을 수 있다. 전 세계, 전 시대에 걸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작한 작품은 무수히 많다. 내용을 우선시한 작품, 정치에 봉사하는 미술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마오시기의 문제는 오직 그것만 존재했다는 데 있다. 다른 것은 전부 틀렸고, 오직 당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그 사상을 전달하는 작품만 옳다고 여긴 것은 엄연한 잘못이다. 예술작품은 각기 다른 생각과 취향을 표현하는 장이(어야 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믿는 건강한 사회다. 그리고 예술이 때때로 그 사회의 건강지표가 되기도 한다. 자, 그렇다면 이제 동시대 한국의 예술을 떠올려 보자.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건강한가.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1.20 I 오현주 기자
김미경 은평구청장 "은평이 서울 교통 중심지 될 것"
  • 김미경 은평구청장 "은평이 서울 교통 중심지 될 것"[지자체장에게 듣는다]
  • [이데일리 양희동 송승현 기자] “수색역은 유럽으로 가는 철도 출발지(서울북부역)로도 만들 수 있는 은평구의 미래 한 축으로 DMC부터 수색까지 역세권 개발이 시작됐다. 연신내엔 GTX-A가 들어오는 등 향후 은평은 서울 교통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사진=김태형 기자)김미경(57·사진) 은평구청장은 지난 1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 역점 사업 및 정책들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당선된 민선 8기 서울 구청장 중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이는 민선 7시 임기 동안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지역 주민에게 많은 호응을 얻은 결과란 평가다. 특히 은평구가 전국 최초로 선보인 임산부 및 영·유아 가정을 위한 전용 택시서비스 ‘아이맘 택시’는 관내 5900여명의 대상자 중 약 95%에 달하는 5600여명이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24개월 이하 영·유아를 둔 가정은 하루 2회, 연 10회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김미경 구청장은 “아이맘 택시는 출산율이 낮고 결혼도 늦어지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와 미래를 위해 고민한 결과”라며 “임산부라면 병원을 갈 때 자가 운전이나 대중교통 타기가 어려우니 임산부 전용 택시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맘 택시는 은평구에서 시작했지만 서울시와 4~5개 자치구에서도 하고 있다”며 “이렇게 실험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저층 주택 비율이 높은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도 김 구청장이 민선 8기 들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올해 은평구는 종합적인 도시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2차 조직 개편을 실시해 신속지원센터와 재개발·재건축팀, 역세권 개발팀 등을 하나로 묶는 부구청장 직속 ‘정비사업 신속추진단’도 확대·개편했다. 여기에 서울지하철 6호선과 인천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등 3개 노선이 연결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과 경의중앙선 수색역 등을 끼고 있는 수색·증산뉴타운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김 구청장은 “삼표에너지 본사와 공공주택 등이 수색역세권 일대에 들어오면 옥상 전망대에서 뒤로는 한강, 앞에는 불광천과 북한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며 “DMC역 일대엔 방송국도 많고 ‘K-팝’ 등과 연계한 문화를 입혀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은평구의 중심인 연신내의 경우 2024년 개통될 GTX-A노선이 들어서면 서울역까지 4분, 강남구 삼성역까지 9분 만에 갈 수 있어, 일대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망이다. 또 국립한국문학관이 진관동 일대 옛 기자촌에 2024년 완공되고,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부지엔 2030년 60층 높이 랜드마크 타워 등 제2의 코엑스가 들어설 예정이다.김 구청장은 “국립한국문학관이 완공되면 바로 밑에 예술인 마을이 들어서는 등 문화콘텐츠가 연결돼 150만~200만명을 온전히 연신내로 끌어들일 수 있다”며 “DMC부터 연신내, 혁신파크 등을 은평구의 삼각축으로 경제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강남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구로구에서 10년간 하던 서울국제영화제를 우리가 가져왔다”며 “증권박물관과 사비나 미술관 등도 유치하는 등 문화 콘텐츠가 다 어우러져 있다”고 덧붙였다.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과 관련해선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한다는 입장이다.김 구청장은 “혁신파크는 은평구의 일자리를 책임질 수 있는 공간이 돼야하고 지역상권과도 연결했으면 좋겠다”며 “서울시립대 교육학부 미(未)이전과 개발로 인해 혁신파크를 떠나는 사회적경제 단체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고양·은평선의 신사고개역 신설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김 구청장은 “고양·은평선은 신사고개역을 만드는 쪽이 오히려 이익이 더 나온다”며 “고양에서 은평으로 들어오는 노선인데 은평구는 땅만 내주고 역을 안 만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자원순환사업도 민선 8기 내 달성을 목표로 하는 핵심 정책이다.김 구청장은 “은평구는 재활용, 서대문구는 음식물, 마포구는 생활(소각)폐기물을 처리하는 ‘환경 빅딜’로 유사시설 중복 투자 회피로 예산도 절감할 수 있는 혁신 사례”라며 “공약 실현을 위해 은평광역순환센터 건립을 위해 구민들을 설득했고, 완전지하화로 현재 공정률이 약 23%이며 2024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미경 은평구청장△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4~5대 은평구의원 △8~9대 서울시의원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 △참좋은지방정부협의회 사무총장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 △민선7~8기 은평구청장
2023.01.19 I 양희동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쌀 정부매입법, 해외선 이미 실패한 정책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다음은 17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1면-쌀 정부매입법, 해외선 이미 실패한 정책-훈계가 아동학대라니…-기관 대체투자까지 살피는 감사원-[사설]대학 등록금 15년째 동결…질높은 교육 어떻게 바라나-[사설]또 확인된 인구 감소…관련 정책 획기적 재편 필요하다△종합-‘유연함·연결’ 앞세워 스타트업 성장 도울 것-아바타로 행정·민원 서비스 받고 가상 기자실서 “시장님 질문요~”△들썩이는 尹 정부 수혜주-건설·반도체·원전 숙원 풀렸지만…‘아묻따 투자’는 금물-전 세계 정부가 정책 지원…대권 노리는 ‘수소주’-주얼리 업체가 중동외교 수혜주?…‘억지 테마주’ 속지 마세요△무너진 교권-폭행·욕설 느는데 교원지위법 국회서 쿨쿨…교사들 “신고 두려워 참는다”-英, 가해 학생 교실 밖 추방…美, 민형사 책임 물어-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예방적 차원서 필요하다△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혈세 퍼부어 쌀값 안정시킨다지만…수급 불균형 해소없인 역부족-가루쌀·밀·콩 등 재배땐 지원금…‘전략작물직불제’, 양곡법 대안으로 주목△종합-‘전범 아닌 日 기업 강제징용 보상 참여’ 급부상…피해자 동의가 관건-집값 하락률 1.98%, ‘역대 최대’…전·월세도 모두 하락폭 커져-연 5만 달러 이상 송금 시 사전신고 의무 없어질 듯△정치-“혼연일체 돼야” 당 진화에도…나경원·친윤, 갈수록 거칠어지는 입-당 내분에 발목…40%대 지지율 반납한 尹 대통령-[현장에서]적폐수사 희생양된 軍 예비역들-“예산 편성시 국회의견 개진 과정 필요”-野 “통과” vs 與 “절차·내용 하자” 다시 법사위로 넘어온 양곡관리법△경제-1.5조 투입…중견기업 2030년까지 2배로 늘린다-오늘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쏠린 눈-대기업 내부거래 공시 기준액 ‘50억→100억’ 상향-이정식 “미래 세대 일자리 창출 위해 노동개혁 속도감 있게 추진”△금융-코픽스 11개월만 하락…주담대 금리 0.05%p씩 낮아진다-대부업에 육박하는 카드·캐피털 금리-배당 매력 부각에 은행株 뛰는데…금융지주, 주주가치 제고 나설까-금융당국, 주택연금 가입기준 9억→12억원 상향 추진△Global-일본은행, 오늘 금융정책결정회의…“시장은 추가 긴축 기대감”-中, 獨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지난해 주식·채권 동반하락에…월가 “60대 40 투자 맞을까”-IMF “세계 각국 분열로 글로벌 GDP 7% 줄어들 것” 경고-中, 정책금리 5개월째 2.75%로 동결△산업-치솟던 원자잿값 안정세…삼성·LG 힘줬던 ‘프리미엄 가전’ 빛보나-기아노사, 화성 전기차공장 착공 합의-LG엔솔·한화 ‘배터리 동맹’美 생산라인 공동 투자-정년 없이 노하우 전수…SK하이닉스 ‘마스터’ 직책 신설△산업-싹 틔우나 싶었더니 고사 위기 클라우드 ‘보안등급제’ 성급해-LGU+ “유출된 개인정보론 유심 복제 못해”-실적회복 더딘데 고금리 부담…곳간 불안한 호텔롯데-‘위스키에 꽂힌’ MZ세대 곁으로 성큼…고객 체험행사 확대△제약·바이오-“美 임상 2상 곧 신청”…큐라클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순항-메디포스트 ‘카티스템’ 日 임상 3상 첫 환자투약-주요국 임상 44건…2027년 9조 시장 전망-‘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공식 출범△미래 선점 나선 기업들-하늘 위로 쓩~입력 항로 흔들림 없이 비행…‘토종 드론택시’ 뜬다-AAM 선점 경쟁 치열···효율적 투자·제도정비 필요△증권-올해 증권가 키워드는 ‘에·로·배·우’-KB운용 ‘MSCI차이나’ 中 ETF 중 수익률 톱-배터리·콘텐츠 강소기업 도전장…IPO 빙하기 녹일까△증권-기관들 “부실자산 어떻게 판단한다는건지…”-‘채권’ 러브콜에 ETF 상장 봇물-“캐시카우는 기본, 성장여력 따져야죠. 솎아낸 삼성그룹株 반등장서 빛볼 것”△부동산-전셋값 추락, 강남도 못 피해…입주물량 몰린 곳은 반토막-소득·자산 관계없이 신청 LH 전세형 주택 청약접수-땅값마저 흔들…12년 만에 첫 하락 반전-건설·주택사업 65.7% “부동산 시장 경착륙 가능성 커”△문화-장욱진 심고, 추상미술 뿌리고 해외 순회로 ‘미술한류’ 거둔다-달의 정령·다산의 상징·무병장수…토끼 담은 문화재 모여라△스포츠-‘새신랑’ 김시우…“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최윤 회장, 日에 럭비월드컵 공동개최 제안-빙속 김민선, 동계 U대회 여자 1000m 우승-이강철 감독 “제대로 준비해 후회없이 싸우자”-손흥민, 마스크 벗고 풀타임…토트넘은 ‘북런던 더비’ 완패△오피니언-[생생확대경]전경련은 왜 또 기로에 섰나-[목멱칼럼]성별 다양성이 경쟁력이다-[기자수첩]‘물가’에서 ‘경기’로…尹경제팀, 무게추를 올려라△피플-비상사태 때 교민안전 지키려면 한인회 활성화 필요-KAIST 대학원생 4명, 반도체 설계 국제학술대회 최우수상-국내 첫 아프간 피랍 사태 다룬 영화…“최대한 리얼리티 고증”-최태원 회장, UAE 국부펀드와 ‘자발적 탄소시장’ 구축 협력-김영범 사장, 새해 첫 행보로 ‘현장 소통’-현대차 이석이 영업부장, 29년간 5000대 팔아 ‘판매거장’ 선정-한국MS, 런처 코워킹 스페이스 입주 스타트업 1기 선발△사회-긴 연휴에 꽉 찬 애견호텔…“우리 댕댕이 맡아줄 곳 없나요”-“궁금한 건 깡패 배후” 李 수사망 조이는 韓-“확진자 300만명 더 나와야 끝…노마스크 시기 다 됐다”-檢 ‘라임 핵심’ 김봉현 징역 40년 구형-전자발찌 끊고 도주하면 범죄 상관없이 인적사항 공개-‘5·18 비방’ 지만원 서울구치소 수감
2023.01.16 I 강민구 기자
골드만삭스 투자 글로벌 엔터 플랫폼 ‘피버’  한국시장 진출
  • 골드만삭스 투자 글로벌 엔터 플랫폼 ‘피버’ 한국시장 진출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피버코리아 고재현 신임 대표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기업)‘피버’가 한국시장에 진출한다.피버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독자적 데이터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별 이용자에게 맞춤형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제공한다. 코로나 상황에도 지난 2019년 대비 10배 이상의 매출 상승을 기록하며 전 세계 엔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지난해 1월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성장투자펀드로부터 2억 2,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넷플릭스, 워너 브라더스, F1, Exhibition Hub(미술전시) 등 글로벌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피버(Fever; 대표 이그나시오 바치예르, 알렉상드르 페레즈, 프란시스코 하인)는 ‘피버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문화 콘텐츠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피버코리아의 초대 대표에는 맥킨지 출신의 고재현 대표가 선임됐다.지역별 엔터 정보 제공 피버는 어떤 회사? 피버는 지난 2014년 ‘문화 엔터테인먼트 경험의 접근성을 넓힌다’는 사명으로 서비스를 출범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이용자에게 뮤직 페스티벌, 입체형 전시, 칵테일 파티, 영화/드라마 IP 관련 체험 등 각 도시별 독특한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선별해 제공한다.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등 전세계 100여개 도시 및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한국 진출은 싱가폴에 이어 아시아 내 두번째다. 지난 9월 국내에 런칭한 피버 오리지널 콘텐츠 ‘캔들라이트 콘서트’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피버코리아 대표에 고재현 대표피버코리아의 초대 수장으로는 고재현 대표(General Manager)가 선임됐다. 고재현 대표는 2014년 보스턴 대학교(Boston University) 경영대학 졸업 후, 2019년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글로벌 경영컨설팅그룹 맥킨지(McKinsey & Company)에 입사하여 다수의 경영전략 수립, 기업 실사, 및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피버코리아의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며 국내 시장의 비즈니스 기회 발굴과 확장,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고재현 피버코리아 대표는, “피버의 독자적인 데이터 기반 기술과 IRL(In Real Life; 실생활) 콘텐츠는 글로벌 경쟁력과 국내 시장에서의 서비스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며 “피버코리아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독특한 문화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고, 한국의 훌륭한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2023.01.16 I 김현아 기자
5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인터뷰'…정성일·최호승 등 출연
  • 5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인터뷰'…정성일·최호승 등 출연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창작뮤지컬 ‘인터뷰’가 5년 만에 돌아온다. 공연제작사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는 뮤지컬 ‘인터뷰’를 오는 3월 4일부터 5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한다.뮤지컬 ‘인터뷰’ 캐스팅 이미지. (사진=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인터뷰’는 비밀을 안고 있는 두 남자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긴장감 넘치는 심리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2016년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처음 선보였고, 4개월 뒤인 2016년 9월 초연을 시작으로 2018년 세 번째 시즌 공연까지 창작뮤지컬 예매 1위를 차지하는 등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공연하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저력을 입증했다.작품은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한 소년이 10년 후 죄책감으로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2001년 런던의 작은 사무실에서 작가 지망생인 싱클레어가 추리소설 ‘인형의 죽음’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유진 킴을 찾아와 면접 인터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이번 공연에는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유진 킴 역에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 역으로 주목 받은 정성일을 비롯해 정상윤, 박영수, 김지철 등이 출연한다. 싱클레어 역에는 최호승, 손유동, 현석준, 김리현이 캐스팅됐다. 의문의 사고로 죽은 18세 소녀 조안 역에는 박새힘, 조영화, 유소리, 문은수가 캐스팅됐다. 피아니스트 양찬영, 조재철이 함께 출연한다.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음악감독 콤비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번 공연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에 섬세한 감성을 더한 추정화 연출의 연출력, 단 한 대의 피아노만으로 캐릭터들의 심리 변화를 표현한 허수현 음악감독의 감각적인 음악을 바탕으로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한 편의 ‘잔혹동화’ 같은 무대미술을 선보일 예정이다.티켓 가격 4만 4000~6만 6000원. 2월 중 1차 티켓 오픈을 진행한다.
2023.01.13 I 장병호 기자
'한나라 도자기' 박살은 시작이었을 뿐<14>
  • '한나라 도자기' 박살은 시작이었을 뿐[정하윤의 아트차이나]<14>
  • 아이웨이웨이의 ‘한나라 도자기 떨어뜨리기’(2016·위)와 ‘색을 입힌 화병들’(2015). 기원전 20년, 무려 2000년 전 중국 한나라 때 제작한 도자기를 떨어뜨려 박살내는 퍼포먼스를 촬영한 사진(1995)을 다시 레고 블록으로 제작했다. 마오쩌둥 시대 문화대혁명 당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한다’는 미명 아래 행해진 ‘옛것 파괴행위’를 파격적인 방식으로 비난한 것이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고 있는 이가 아이웨이웨이다. 아래 작품 역시 유사한 맥락. 신석기시대 유물로 추정하는 토기를 공업용 페인트에 담갔다 꺼내 제작했다. ‘현실에서 이런 일쯤은 흔하게 벌어지지 않느냐’는 작가의 탄식과 경종을 동시에 녹였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에 설치한 전경. (위) 레고 조각, 각 240×200㎝, (아래) 도자기·페인트, 각 지름 25∼28×31∼36㎝, ⓒ아이웨이웨이·이데일리DB.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계묘년 새해에 혹 새롭게 결심한 바가 있는가. 또는 꼭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는가. 중국 미술가 아이웨이웨이(66)의 소원은 올해도 같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아이웨이웨이는 미술가이자 사회운동가로 불린다. 작품을 통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미술가이기 때문이다. 아주 적극적으로. 그래서 때론 매우 시끄럽게. 1957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아이웨이웨이가 사회적인 미술가가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예전 중국이었다면 ‘문인’으로 존경받을 수 있었겠지만, 마오쩌둥의 시대에는 그렇지 못했다. 지식인은 자산계층, 다른 말로 위험한 분자로 취급됐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1957년 반우파투쟁 때 아이웨이웨이의 아버지는 ‘우파’로 낙인 찍혔다. 그가 쓴 글이 문제시됐던 것이다(하고 싶은 말을 했다가 큰 코 닥치는 일이 당시에는 비일비재했다). 한 살이 된 아이웨이웨이를 포함해 온 가족은 ‘하방’(번역하자면 ‘귀향’ 정도 될 거다) 됐다. 흑룡강의 노동캠프로, 또다시 신장지역으로. 주거의 자유 따위는 없었다. ◇권위 상징 세계 명물 앞에서 가운뎃손가락 사진아이웨이웨이로서는 태어나자마자부터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당한 셈이다. ‘우리 아버지는 뭘 잘못한 걸까’ ’‘왜 우리는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없나’ 등등. 의아한 점은 많고도 많았다. 꼬마 아이웨이웨이가 품었던 ‘언론의 자유’와 ‘거주의 자유’에 대한 의구심은 후에 ‘인권’이란 작품의 주요 테마로 이어진다. 아이웨이웨이 가족은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웨이웨이는 베이징중앙미술학원에서 영화를, 미국에서 뒤샹이나 워홀과 같은 서구의 여러 새로운 작업을 접한 후, 1993년 베이징으로 다시 돌아와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실험적인 혹은 도발적인 작품들을. 초기작 중 하나가 한나라 시대의 도자기를 깨뜨리는 퍼포먼스다. 아이웨이웨이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유물을 떨어뜨려 깨뜨리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었고(1995), 최근에는 그 사진을 다시 레고 블록으로 만들었다(‘한나라 도자기 떨어뜨리기’ 2016). 흡사 문화파괴자 같은 그의 행위는 보기 불편하다. 이런 야만인 같으니. 물론 아이웨이웨이가 진짜 문화파괴자일 리는 없다. 그는 ‘문화대혁명’(문혁) 시기의 마오쩌둥의 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유일한 방법은 옛것을 파괴하는 것”이란 말을 그대로 실행했을 뿐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과정이 폭력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서. 비슷한 시기에 아이웨이웨이는 도전적인 작품들로 이목을 끌었다. 톈안문광장에서 여자가 치마를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거나 ‘권위’를 대표하는 세계 각국의 명물들(톈안문광장, 백악관, 모나리자, 에펠탑 등) 앞에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원근법 연구 1995∼2011’(2014)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권력이나 권위에 대한 조롱이나 경고일 수도, 또는 그런 ‘힘’에 겁먹지 말라는 격려일 수도 있다. 아이웨이웨이의 ‘여행의 법칙’(2017). 거대한 고무보트에 올라탄 채 목숨을 건 탈출 중인 난민들의 절박한 모습을 길이 60m의 대규모 설치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올라탄 사람만 258명. 작품을 발표하면서 아이웨이웨이는 “불확실성 시대에 우리에겐 더 많은 관용, 연민, 신뢰가 필요하다”며 “아니라면 인간성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 시드니비엔날레에 나왔을 때 작품. 고무, 가로 600㎝, ⓒ아이웨이웨이·탕컨템포러리아트 제공.◇검열에 대한 저항 ‘민물 게’ 도자기로 만들어 전시그렇지만 아이웨이웨이가 처음부터 특정 인물이나 정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 정부와 사이가 꽤 좋기도 했다. 2008년 열릴 베이징올림픽 주 경기장 설계에 참여하기도 했을 만큼. 하지만 아이웨이웨이와 중국 정부의 관계가 크게 틀어지는 ‘사건’이 생기게 된다. 2008년 쓰촨에서 8.0 강도의 대지진이 발생한 무렵이다. 지진 때문이 아니다. 지진에 대한 정부의 대응 때문이다. 당국은 사망자 집계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대규모 사상자를 낸 학교가 부실시공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제대로 조사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다.아이웨이웨이는 분노했다. 학교는 반드시 안전한 곳이어야 했다. 만에 하나 그렇지 못했을 때 당국은 정확히 조사하고 투명하게 모든 사실을 밝혀야 했다. 그것이 아이웨이웨이가 당연히 믿는 바였다. 그러나 정부는 그 마땅한 바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웨이웨이가 직접 움직였다. 현장으로 달려갔고, 인터넷으로 자원자를 모아 사망한 아이들의 명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1년이 못 돼 5000명이 넘는 명단이 나왔고 아이웨이웨이는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 현장 사진과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물론 설치작품도. 학교 건물에 널브러져 있던 책가방을 떠올리며 책가방으로 미술관 외벽을 싸는 대규모 설치를 선보였고, 현장에서 모은 철근을 바닥에 놓아 작품으로 만들었다. 미술관 벽에는 사망자 이름과 생년월일을 빼곡하게 적고,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목소리를 녹음해 틀었다. 아이웨이웨이의 작업은 뉴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기록했고, 공론화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아이웨이웨이의 활동을 예뻐할 리 없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예의주시 당했고, 각종 제재를 받았다. 2009년 아이웨이웨이의 블로그는 폐쇄됐고, 그는 경찰에게 머리를 맞은 뒤 뇌출혈로 응급수술을 받기도 했다. 2010년 11월에는 자택에 구금됐으며, 2011년 1월에는 상하이 스튜디오가 철거됐다. 같은 해 4월에는 탈세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수감돼 185만달러(현재 23억여원)가 미납세금·벌금으로 부과됐다. 81일 만에 석방됐지만 여권은 당국에 뺏긴 채였다. 아이웨이웨이의 ‘민물 게’(2011). 구금 중 상하이 작업실이 강제로 철거된 뒤 마을주민을 초대해 상하이 명물인 민물 게를 한상 차려 대접한 연회를 기념한 동시에 ‘저항’을 상징한다. 중국말 ‘민물 게’ 발음이 중국 정부의 슬로건이던 ‘화해’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비롯됐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에 설치한 전경. 자기, 각 약 5×10×256㎝, ⓒ아이웨이웨이·이데일리DB.◇난민이 사용했던 구명조끼·옷으로 ‘인간의 위기’ 표현이 모든 사건은 국제사회 뉴스에 오르내렸고, 신문의 문화면보다 사회면에서 아이웨이웨이의 이름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웨이웨이가 뼛속까지 예술가인 것은 이 모두를 예술활동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구금 중일 때 그는 상하이 건물에서 상하이 게를 먹는 파티를 열고 수천 마리의 게를 만들어 전시장에 설치했으며(‘민물 게’ 2011), 구금 중 겪은 바를 모조리 미니어처로 만들어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세계 도처에서 아이웨이웨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세금 납부를 위한 기부를 시작했고, 석방을 위한 서명을 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일종의 ‘기록예술’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중국 정부가 아이웨이웨이를 탄압할수록 그의 작품은 주목받았고, 그를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응원은 더해졌다. 2015년 여권을 돌려받은 아이웨이웨이는 그 길로 중국을 떠나 지금까지 외국에 거주 중이다. 자의 반 타의 반 고향 밖을 떠도는 일종의 ‘난민’이 된 셈이다. 그래서인가. 아이웨이웨이는 요즘 난민의 삶에 대한 작업에 힘을 쏟는다. 시리아 내전으로 자국을 떠나 떠돌아야 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촬영하고, 구명보트에 올라 목숨을 건 탈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60m 규모의 대형 설치작품(‘여행의 법칙’ 2017)으로 만든다. 도자기에 난민의 이야기를 입히기도 하며(‘기둥으로 쌓은 도자기 꽃병’ 2017), 그들이 사용했던 구명조끼(‘구명조끼 뱀’ 2019), 갈아입지 못했던 옷가지 또한 작품화(‘빨래방’ 2016)한다. 아이웨이웨이는 ‘난민의 위기’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인간의 위기’라고 부른다. 아이웨이웨이의 ‘구명조끼 뱀’(2019). 그리스 남동부 레스보스섬에서 난민들이 벗고 간 구명조끼 140벌을 연결해 만든 설치작품이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에 설치한 전경. 22.5m나 되는 푸르고 붉고 긴 뱀이 전시장을 연결하는 복도 천장을 기어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구명조끼 140벌, 65×2250×85㎝, ⓒ아이웨이웨이·이데일리DB.수십 년 동안 조각,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기저에 흐르는 주제는 하나다. 인권. 도자기를 떨어뜨리고,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경고하고, 힘을 잃은 자들의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말하는 이 모두는 ‘인권’을 위함이다. 작년 한 해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계묘년 새해, 아이웨이웨이 또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인권을 위한 힘찬 행보를 이어가기를 응원한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1.13 I 오현주 기자
시시각각 변하는 빛…거장이 담아낸 '찰나의 순간'
  • 시시각각 변하는 빛…거장이 담아낸 '찰나의 순간'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자연의 색채는 빛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합니다. 그 속에서 찰나의 순간인 ‘빛’을 느끼는 것은 온전히 ‘현재’ 시점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세계 10대 화가’이자 살아있는 현대미술의 거장 알렉스 카츠(96).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의 손끝에서 나온 작품들은 여전히 생기가 넘친다. 자연 풍광을 클로즈업한 구성이나 실제보다 크게 표현된 인물의 크기 때문에 카츠의 작품은 영화의 한 장면같은 느낌을 준다.알렉스 카츠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반향’전이 오는 3월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루이비통 메종 전시장에서 열린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의 소장품 전시로 소장품에 대한 국제적인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대중에게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재단에서는 2019년 미공개 소장품 컬렉션을 선보였던 ‘회화에 대한 시선(A Vision for Painting)’전을 통해 카츠의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카츠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색, 인물의 감정 등 삶 속의 순간을 포착해 캔버스에 담는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카츠는 자연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마치 낙원을 향하는 듯한 시선을 통해 바라본다”며 “신선한 표현 덕분에 젊은 세대들 또한 카츠의 작품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알렉스 카츠 ‘반향’ 전시 전경(사진=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컬렉션).브루클린 출생의 카츠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1954년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7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회화, 드로잉, 조각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뉴욕 지하철 57번 가역에 19점의 대형 작품을 설치하며 주목받았다.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등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 20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재단의 소장품인 카츠의 작품 6점을 선보인다. 그가 평생을 몰두해온 빛에 대한 연구, 예술관이 녹아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숲과 나무, 물을 표현한 ‘레드 하우스 3’는 마치 그림 속 풍경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무기둥 등에는 하얀빛이 보이는데 특정 시간에 보이는 순간의 색상을 보이는 그대로 그린 것이다. 빛을 통해 ‘현재’를 중시한 카츠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카츠는 1950년대부터 꾸준히 초상화에 몰두해왔다. 대학시절부터 오가는 전철 안에서 승객들을 관찰하며 스케치했던 그는 1957년 아내 에이다(Ada)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아내와 주변 지인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컷아웃(잘라낸) 초상화 ‘에이다2’와 정적인 인물 위로 강하게 떨어져 내리는 빛을 표현한 ‘산드라2’ 등 2점의 초상화를 내걸었다.전시명과 같은 ‘반향’은 수면에 비친 초목과 반사된 햇빛들로 캔버스를 채운 대형작품이다. 카츠는 순간의 인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찰나의 빛을 잡아 그림을 그렸다. ‘반향’은 카츠가 중시했던 ‘현재’를 빛으로 포착하는 ‘반향’ 연작 중 최신작이다.이외에도 검은 수면의 잔잔한 물결을 표현한 ‘검은 개울 18’과 나무들 사이의 이파리와 빛을 담은 ‘숲속의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알렉스 카츠 ‘숲속의 인물’(왼쪽)과 ‘반향’(사진=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컬렉션).알렉스 카츠 ‘산드라2’(왼쪽)와 ‘검은 개울 18’(사진=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컬렉션).
2023.01.10 I 이윤정 기자
서양 말 탄 中황제…세상 가장 독특한 절대군주<13>
  • 서양 말 탄 中황제…세상 가장 독특한 절대군주[정하윤의 아트차이나]<13>
  • 주세페 카스틸리오네의 ‘갑옷을 입고 말을 탄 건륭제’(The Qianlong Emperor in Ceremonial Armor on Horseback·1739). 청나라로 파견된 밀라노공국 예수회 선교사란 본래 신분보다 50여년간 활동한 중국 황실화가로 더 유명한 카스틸리오네가 ‘모신’ 중국 황제는 셋, 강희제·옹정제·건륭제다. 그중 건륭제의 위엄을 부각한 작품은 중국과 서양의 기법·색채·묘사를 적극적으로 섞어 독창적 화면을 만들었다. 이탈리아 로마의 기마상에서 따왔을 구도 뒤로 중국의 산수화를 배경으로 썼다. 비단에 먹과 채색, 332.5×232㎝, 베이징 고궁박물관 소장.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당연한 말이지만, 본디 중국에는 ‘중국화’라는 것이 따로 없었다. 비단이나 종이에 먹과 색을 올려 산수화, 화조화, 인물화 등을 (종종 글과 함께) 그리는 것이 그림이었다. 세상의 중심은 중국이라 믿어도 별 무리 없던 시절이었다. 서구 열강이 중국의 문을 두드리고서야 ‘서양화’와 ‘중국화’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서양에서 온 것은 서양화, 원래 우리의 것은 중국화. 이런 구분이었다. 구분은 했지만 배타적이지는 않았다. 서양의 사람은 중국의 것을, 중국의 사람은 서양의 것을 흥미로워했고, 조화를 이루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서양인 선교사들의 역할이 컸다. 중국에 성서의 내용을 전해야겠는데 말은 안 통하니 그림이 필요했고, 서양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그림을 보도록 하려니 창의적인 융합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중국에 머물던 각국의 선교사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자면 주세페 카스틸리오네(1688∼1766)를 들겠다. 이탈리아 밀라노 사람이었지만, 26세부터 78세까지 무려 56년 동안 베이징에서 청나라의 황실화가로 살다 떠난 인물이다. 모셨던 황제만 셋이다. 카스틸리오네는 열아홉 살 때 예수회에 들어갔는데, 그림을 잘 그리는 수도사로 이름을 제법 알렸다. 중국에 건너가게 된 것도 이탈리아와 청나라 사이의 외교에 그의 그림 솜씨가 활용됐기 때문이었다.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청을 세운 만주족은 외국인의 포교활동에 문을 열어 주면서 청 황실에 서양화가 파견을 요구했다.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였다(말이 되는 거래인가 싶지만 그림과 종교를 하나의 ‘문화’로 퉁 쳤던 게 아닌가 싶다). 누구를 보낼 것인가. 그림을 잘 그리는 카스틸리오네가 당연히 후보에 올랐고, 그는 부름에 화답했다. 다시는 고향땅을 밟을 수 없을지도, 어쩌면 종교 탄압으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젊은이의 패기였을까, 독실한 신앙심이었을까. 카스틸리오네는 1715년, 이탈리아를 출발해 포르투갈과 마카오를 거쳐 베이징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명실공히 청나라 황실에서 총애받는 화가로 일하며 전례 없이 특별한 그림들을 남겼다. ◇정물화, 유럽식 검은 배경 대신 중국식 부드러운 여백 살려카스틸리오네의 그림은 매력적이다. 묘사력이 빼어나고 색감도 아름답지만, 분위기가 독특해 생경한 끌림을 만들어낸다. 서양식과 중국식을 절묘하게 혼합해 만든 결과다. ‘상서로운 정물화’(1723)처럼. 이 아름다운 꽃 그림을 위해 화가는 비단과 전통안료, 다시 말해 중국의 재료를 택했다. 분명 이탈리아에서는 접해본 적 없던 낯선 재료였을 텐데, 수년 새 중국의 재료를 완벽하게 습득했던 것이다. 기물 역시 중국적인데, 꽃병과 반상은 중국 황실의 소장품에서 선택한 것이다. 의미 또한 옛 중국으로부터 빌려 왔다. 예를 들어 두 개의 귀가 있는 쌀 줄기는 예로부터 현명함을, 한 줄기에서 두 개가 핀 연꽃은 길운을 상징한다. 다시 말해 ‘현명한 황제께서 길운을 갖고 나라를 통치할 것을 확신한다’는 뜻이다. 주세페 카스틸리오네의 ‘상서로운 정물화’(Gathering of Auspicious Signs·1723). 비단에 전통안료를 올린 중국식 재료에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유럽의 전통기법을 융합해 섬세한 꽃 그림을 완성했다. 검은 바탕에 꽃에만 빛을 비춘 유럽 전통 정물화와 달리 어둠을 빼버린 중국식 여백이 독특하다. 비단에 먹과 채색, 173×86.1㎝,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한편 유럽식 표현도 눈에 띈다.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사실적인 표현방법은 유럽의 전통으로부터 온 것이다. 일례로 하이라이트와 반사광을 사용해 도자기의 양감을 나타내는 것은 옛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방식이다. 동시에 카스틸리오네는 유럽의 전통 정물화를 중국에 맞게 변형시켰다. 본토 유럽의 꽃 정물화는 대개 배경은 시꺼멓고 꽃은 환하다. 꽃에만 조명을 세게 쏴서 빛과 어둠을 강하게 대조시키는 거다. 반면 카스틸리오네는 ‘상서로운 정물화’에서 어둠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화의 여백과 부드러운 느낌을 살려 관람자(황제)로 하여금 편안히 볼 수 있게 했다. 아름답고 독특한데, 보기에도 좋으며, 칭송의 의미까지 충만한 작품! 황제라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피에르 프란체스코 시차지니의 ‘과일과 보석이 담긴 꽃병’(1630~1681). 주세페 카스틸리오네의 ‘상서로운 정물화’와 비교할 만한 유럽의 전통 정물화다. 캔버스에 유화, 69.5×91㎝, 이탈리아 모데나시립박물관 소장.이후 건륭제가 즉위한 이후에도 카스틸리오네는 충실한 황제의 화가로 일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 가장 멋진 것은 말 위에 멋진 갑옷을 입고 늠름하게 앉아 있는 건륭제의 초상(‘갑옷을 입고 말을 탄 건륭제’ 1739)이라 할 수 있다. 높이가 무려 3m가 넘는 작품이다. 소재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잘생긴 말 위에 앉은 지도자상이다. 서양미술사에서 조각으로, 회화로 무수히 반복해 제작한 기마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도 카스틸리오네는 동서양을 완벽히 조화해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재료는 중국의 것을, 기법은 부드러운 색채와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 유럽식을 사용한 것은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이 초상화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동서양을 섞었다. 중국의 갑옷을 입은 황제는 다소 평면적으로, 말은 유럽의 어느 화가가 봐도 울고 갈 정도로 입체적으로 그렸다. 배경을 그릴 때도 후경은 중국식 산수로, 전경 아래는 사실적인 서양식 묘사를 한껏 사용해 완성했다. 소재를 선택하고, 구도를 잡고, 묘사를 하는 전 과정에서 카스틸리오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레퍼런스를 총출동시켰을 거다. 로마의 기마상, 유럽에서 봤던 왕의 초상화, 식물화, 동물화, 중국의 산수화, 중국의 황실 초상화 등등. 편집은 창조라더니 동서·신구의 다양한 소스를 혼합시킴으로써 카스틸리오네는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스의 기마상’(166~180년). 주세페 카스틸리오네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건륭제’를 그릴 때 참고했을 법한 이탈리아 로마의 기마상이다. 청동, 높이 424㎝, 이탈리아 로마 콘세르바토리궁 소장.◇미술가들 외치는 ‘동서융합’ 18세기에 이뤄내 왕실화가는 유럽에도 있던 전통이다. 그래서인지 카스틸리오네는 중국 황실화가에게 기대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오직 황제를 섬겨야 한다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림자를 보라. 말의 얼굴을 그릴 때는 그림자를 사용해 올록볼록한 잔 근육을 표현했다. 반면 황제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없다. 눈꺼풀과 코 옆쪽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완전평면이다. 마음만 먹으면 렘브란트 저리 가라 할 만큼 드라마틱하게 빛을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과감히 그림자를 생략한 거다. 어찌 감히 왕의 얼굴에 어둠을 드리울 수 있겠느냐 하는 뜻이었으리라. 여기에 황제의 얼굴 주위의 갑옷은 혀를 내두를 만큼 세세하게 표현해 권위와 위엄을 강조했다. 끝이 아니다. 그 뒤로 놓인 화살에도 의미가 있다. 만주족은 기수들의 사격 솜씨 덕분에 정권을 손에 넣었던지라 기마부대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카스틸리오네는 황제 뒤편으로 여섯 대의 화살을 크고 자세히 그림으로써 청나라의 기마부대와 이를 관장하는 황제를 확실히 강조했다. 이로써 또 한번, 아름답고 독특하면서 보기에도 좋으며 의미까지 완벽한 작품을 완성했다. 이런 그림을 그렸으니 황제에게 예쁨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카스틸리오네는 점점 더 고위직으로 올라갔고, 건륭제는 그의 그림 옆에 글을 직접 적기도 했다. 1766년 베이징에서 카스틸리오네가 노환으로 사망했을 때도, 건륭제는 직접 추도문을 쓰고, 특별한 비석까지 세워줬다. 주세페 카스틸리오네의 ‘여덟 마리의 말’(1723∼1735). 카스틸리오네가 중국식 산수화를 배경 삼아 유럽식 사실적 표현법으로 그려낸 말그림이다. 동물화, 특히 말그림에 능했던 일급화가답게 입체적인 묘사가 도드라진다. 비단에 먹과 채색, 139.3×80.2㎝,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카스틸리오네의 본디 목적이던 선교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술사에 남긴 족적만큼은 뚜렷하다. 수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흥미롭고 아름다운 작품을 남긴 것도 놀랍지만, 이후로 동아시아의 미술가들이 주구장창 부르짖는 ‘동서융합’을 무려 18세기에 이처럼 멋지게 해낸 것 또한 대단하다. 각기 다른 요소의 조화로 청나라 황제들을 매료시켰던 그의 그림은 오늘날 베이징과 타이페이의 고궁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동서양을 막론한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자랑스러운 소장품으로 빛나고 있다. ‘혐오의 시대’라고들 한다. 지역·성별·세대·재산·소득·이념, 이 모든 것을 기준 삼아 너와 나를 나누고 서로를 적대시하느라 바쁜 세상. 그 옛날, 달라도 너무 다른 요소들을 멋지게 한 화면으로 담아낸 카스틸리오네의 아름다운 그림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1.06 I 오현주 기자
 2030년까지 인프라 개발 11兆 투입… 마이스 '전국구 시대' 열린다.
  • [단독] 2030년까지 인프라 개발 11兆 투입… 마이스 '전국구 시대' 열린다.
  •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디자인=이미나 기자)[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중심으로 성장해온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이 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로 ‘전국구’ 시대를 맞는다. 서울, 부산 등 시장 선점에 성공한 대도시뿐만 아니라 불모지로 불리던 천안, 청주, 전주, 강릉, 포항, 옥천 등 중소 도시들이 앞다퉈 마이스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꽃인 마이스가 지역경제의 지형도와 체질을 바꿀 신수종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대규모 민간 자본의 유입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4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등 마이스 인프라 개발은 11개 지역에서 13건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예정된 인프라 개발에만 공공과 민간에서 사상 최대인 11조원을 투자한다. 여수박람회법 개정으로 센터 건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여수, 부산시가 1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서부산 전시컨벤션센터가 구체화되면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난다.양적 일변도 성장으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마이스가 사상 최대 인프라 투자를 발판삼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은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시컨벤션센터는 제조업의 생산공장과 같은 마이스 산업의 기본 인프라”라며 “공공과 민간의 잇따른 대규모 투자로 마이스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디자인=이미나 기자)◇韓·日·싱가포르 인프라 확충 경쟁마이스 인프라 개발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미 세계 톱클래스의 인프라를 갖춘 중국의 뒤를 이어 일본, 싱가포르 등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0년대 대규모 인프라 확충에 나선 중국은 상하이(40만㎡), 선전(36만 8000㎡), 광저우(33만 8000㎡), 쿤밍(31만㎡) 빈저우(25만㎡) 전시장 등 5곳이 세계 톱10 전시컨벤션센터에 포진돼 있다. 2018년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IR) 개발을 합법화한 일본은 대형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엠지엠과 오릭스 컨소시엄과 카지노 오스트리아가 오사카 간사이와 나가사키 하우스 텐 보스에 복합리조트 건립 계획을 제출해 정부 최종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다. 2029년 개장이 목표인 엠지엠·오릭스 복합리조트는 건립비만 1조 800억엔(10조 5800억원), 이보다 2년 앞서 2027년 개장하는 카지노 오스트리아 복합리조트는 4383억엔(4조 2906억원)에 달한다.2026년 준공 예정인 고양 킨텍스 3전시장 조감도. (사진=킨텍스)싱가포르는 샌즈와 겐팅 그룹이 마이스 인프라 확충에 66억달러(8조 4000억원)를 푼다. 샌즈는 2026년까지 33억달러(4조 2000억원) 들여 기존 마리나 베이 샌즈 3개 타워 옆에 타워 1개를 추가 건립한다. 신축 타워에는 전시장과 회의시설, 1만 5000명 수용 가능한 아레나, 1000개 객실 특급호텔 등이 들어선다. 겐팅도 센토사섬에 테마파크와 특급호텔, 전시컨벤션 시설 건립 등 확장 공사에 33억달러를 투입한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 마카오도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해 마카오 정부로부터 카지노 운영권(10년)을 확보한 샌즈그룹은 2032년까지 35억달러(4조 455억원)를 들여 전시장(1만 8000만㎡)과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5배 규모 대형 열대 정원을 개발한다.2024년 준공 예정인 서울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르 웨스트’. (사진=마곡마이스에이엠씨)◇센터·호텔·쇼핑몰 등 ‘원샷’ 개발… 복합단지 열풍현재 전국에서 대형 호텔·리조트를 제외하고 참가자 1000명 이상 행사 개최가 가능한 마이스 전문 시설은 22곳이다. 이 시설들의 전시장과 회의장을 합친 가용 면적은 전시장 33만 8000㎡, 회의시설 11만 6000㎡ 등 총 45만 4000㎡이다. 2030년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조성이 마무리되면 전시켄벤션센터는 33곳, 가용 면적은 33만㎡이 추가돼 총 78만㎡로 늘어난다.최근 신규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전시컨벤션센터의 특징은 ‘복합단지화’다. 과거 센터만 짓던 방식에서 호텔, 쇼핑몰, 공연장 등 연계시설을 단지로 조성하는 ‘원샷’ 개발로 바뀌고 있다. 코엑스와 같은 복합단지로 개발돼 ‘미니 코엑스’로 불리는 수원컨벤션센터가 개장 1년 만에 70%에 가까운 가동률을 기록하면서 복합단지 열풍에 불을 지폈다.2025년 준공 예정인 충북 청주전시관 조감도 (사진=충북도청)복합단지화는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서울 마곡을 시작으로 2026년 서울역 북부, 2030년 잠실에 잇따라 복합단지가 들어서는 서울은 한화와 롯데 등 민간기업이 투자한 사업비만 도합 6조원이 넘는다. 올 상반기 사업자 공모를 앞둔 성남 백현 마이스 복합단지는 호텔, 전시·회의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교통망 구축에 민간 자본 2조 7000억원이 투입된다. 아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주전시컨벤션센터 일대 복합단지 조성에도 1조원 안팎의 민간 자본이 투입된다.복합단지 내 연계시설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주 종합경기장에 들어서는 전주전시컨벤션센터는 일대에 쇼핑몰과 문화 원형 콘텐츠 체험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단지로 조성된다. 청주 충북청주전시관, 천안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는 인근 생명과학, 지식산업 단지와 연계시설로 건립 중이다. 지난 2020년 울산역 인근에 들어선 울산전시컨벤션센터(유에코)는 일대가 마이스를 포함한 에너지, 미래차 등 첨단산업 시설이 연계된 복합 특화단지로 개발된다.2026년 준공을 목표로 천안아산역 인근에 건립 중인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 조감도 (사진=충남도청)◇인프라 확충 맞춰 콘텐츠 개발 서둘러야센터 가동률 확보 등 시설 운영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행사 안착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센터 건립과 동시에 행사 개발과 유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역 특화 전시회, K-컨벤션 등 토종행사 개발과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늘어난 시설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경북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캠프리비 옛 미국부대 부지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이 추진 중인 포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 조감도. (사진=포항시청)싱가포르는 최근 독일 뮌헨 메쎄, 영국 인포마 테크, 이탈리아 피에라 밀라노, IEG 등 글로벌 전시주최사와 잇따라 손잡으며 행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대규모 시설 확충에 맞춰 행사 확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 곳은 지난해 11월 마이스 중기(2023~2027년) 계획을 발표한 서울 단 한 곳뿐이다.김봉석 경희대 교수는 “센터 건립, 복합단지 조성 등 하드웨어는 공공 주도로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행사 발굴과 유치 등 콘텐츠 개발은 불가능하다”라며 “모종을 키우듯 지금부터 관련 업계, 다양한 학회와 협회 등과 협력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행사를 지역에서 여는 사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01.05 I 이선우 기자
제2의 '우영우'·'재벌집'…OTT 융복합 인력 육성에 76억 투입
  • 제2의 '우영우'·'재벌집'…OTT 융복합 인력 육성에 76억 투입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정부가 제2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등 히트작들을 통해 K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수십억 원을 투입해 OTT-콘텐츠 대학원, 신기술 콘텐츠 융복합 아카데미 등에 투자한다. 내년 3월부터는 사업자가 OTT 영상물에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자체등급분류제도도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또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 범위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도 포함시킨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는 27일 오전 경기 파주에 위치한 CJ ENM 스튜디오센터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제6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계획’(2023년~2027년)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현장 제작 인력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제작한 김지연 싸이런픽처스 대표를 비롯해 채경선 미술감독,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 등 ‘오징어 게임’의 제작진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제작한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 이태현 웨이브 대표, 양지을 티빙 대표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중장기계획은 ‘콘텐츠가 이끄는 방송영상산업, 문화매력국가 위상 강화’를 목표로 4대 추진 전략 및 12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방송영상산업 매출액 29조 8000억 원, 방송영상콘텐츠 수출액 11억 4000만 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또 매출액 100억 원 이상 제작사의 비중을 20.5%까지 늘릴 예정이다. 먼저 2023년 19억 원을 투입해 OTT-콘텐츠 특성화 대학원에 투자한다. 또 2023년 57억 원을 투입해 ‘신기술 콘텐츠 융복합 아카데미’를 발전시켜 융합형 현장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장의 수요에 적합한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콘텐츠 시장이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판도 변화가 이뤄진 것에 맞게 제도와 규제를 혁신한다. 대표적인 게 자체등급분류제도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OTT 영상물에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할 수 있게 이를 전면 실시한다.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 대상에 OTT 콘텐츠도 포함시켰다. 특히 OTT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규모를 2023년 454억 원을 투입해 확대한다. 작품당 지원 단가도 최대 30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또 콘텐츠 수익 창출의 핵심 요소인 IP(지적 재산)를 제작사와 OTT 사업자가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제작사가 보유한 IP를 활용해 후속 사업 진행 및 해외 진출을 돕는 ‘중소제작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2023년 100억 원을 투입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작품의 성공이 제작사의 성공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IP 확보를 위한 K콘텐츠 IP 펀드를 1500억 원 규모로 조성하고 중소 콘텐츠 업체의 규모 확장을 돕기 위한 K-인수합병 펀드를 2023년 666억 원 규모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들도 제한 없이 방송콘텐츠, OTT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내년부터 시청각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화면해설방송 등을 함께 지원한다. 국내 OTT를 대상으로 배리어프리 콘텐츠 저장소 구축도 지원한다. 전병극 문체부 1차관은 “콘텐츠는 우리 미래산업의 승부수”라며 “제6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계획을 적극 실천하기 위해 2023년 방송콘텐츠 산업 육성 예산을 12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7억 원 더 늘려 대폭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콘텐츠의 바탕은 스토리텔링으로 우리가 가진 흥미롭고 다양한 전설과 신화,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K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여 문화매력국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12.27 I 김보영 기자
韓 스태프가 밝힌 '아바타2' CG 뒷이야기…"최고의 작업 환경"
  • 韓 스태프가 밝힌 '아바타2' CG 뒷이야기…"최고의 작업 환경" [인터뷰]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아티스트로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작업하는 기회를 얻는 건 행운입니다. 예산 등 제약 때문에 작업의 질을 타협해야 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죠.”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이하 ‘아바타2’)의 CG 작업에 참여한 두 한국인 스태프 웨타FX의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26일 오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로지 작업의 완성도에만 집중할 수 있던, 아티스트로서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 정말 좋은 환경에서 일했다”며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작업을 회상했다. 두 사람은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 흥행몰이 중인 ‘아바타2’의 CG 작업 뒷 이야기를 생생히 전했다. 지난 14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 ‘아바타2’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2009년 혁신적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현재까지 역대 세계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선보인 후속편이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이룬 가족이 겪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한 긴 여정과 전투,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아바타2’는 13년 만에 눈에 띄게 진보한 기술들을 총동원해 실제 자연보다 더 실제같고 아름다운 장면 예술을 스크린에 구현했다는 평이다. 미세한 나비족 캐릭터들의 표정 변화, 실제 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감나는 물결, 사물의 텍스쳐로 192분 내내 체험의 감동을 선사한다. ‘아바타2’에서 CG 작업 전반의 관리를 맡은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혹성탈출’, ‘어벤져스’, ‘아이언맨’ 등 다수의 대작들에 참여한 전문가다. ILM을 거쳐 현재 웨타 FX에서 일하고 있다. 황정록은 제이크 설리, 키리, 토노와리 등 CG 캐릭터들의 얼굴 작업을 담당하는 페이셜 아티스트 업무를 담당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와 마찬가지로 ILM에서 경력을 쌓았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워 크래프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트랜스포머3’ 등에 참여했다.먼저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13년 만에 선보이는 최대 규모 속편에 참여해 영광이다.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땐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나오면 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인데 오래 일하면서 내가 무슨 영화를 했는지 잊어버릴 정도였다”며 “이번에 ‘아바타2’를 맡으니 가족들과 부모님이 매우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데 예산으로 인한 큰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비주얼에만 집중할 수 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며 “한 장면 장면에 아티스트들의 영혼이 깃들어있는 작품이다. 보통 영화엔 정말 멋진 핵심 장면(히어로 샷)과 히어로 샷들 사이를 연결하는 덜 멋진 필러샷이 있는데 ‘아바타2’는 모든 장면이 히어로샷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정성을 기울인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 자체가 세상에 나오는덴 13년이 걸렸지만, 기술 준비를 마친 후 본격 작품 제작에 들어간 시간은 2년 정도였다고 한다. 황정록 아티스트는 “그 긴 작업기간동안 캐릭터의 얼굴을 집중해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라며 “페이셜 작업은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얼굴에만 3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작업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특히 현존하는 영화감독 통틀어 CG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아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눈높이가 높다는 건 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작업해보니 CG 전문가인 우리보다 아는 게 더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부터 정확한 디렉팅을 받았고 큰 수정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황정록 아티스트 역시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신 감독님께 존경을 표한다”며 “아티스트들이 수평적 위치에서 감독과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왼쪽부터) 최종진 CG 슈퍼바이저, 황정록 시니어아티스트.나비족 캐릭터의 얼굴이 탄생한 과정도 들어볼 수 있었다. 황정록 아티스트는 “캐릭터의 얼굴 표정은 사전에 작업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연기한 실제 배우와 캐릭터의 표정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싱크되게 하는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비족의 특징이 눈은 인간보다 크고 코와 입 등은 동물 같은 구조다. 실제로 제이크 설 리가 극 중 분노하는 얼굴 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호랑이가 미간을 찌푸리는 장면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0세가 넘는 배우 시고니 위버는 14세의 키리를 연기했는데 캐릭터와 배우의 나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ㅤㅈㅓㄼ은 시절 시고니 위버의 모습을 레퍼런스로 참고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와 캐릭터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수중을 표현하는 작업에도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이 투입됐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예전에는 빛이 물결을 통과해 반사돼 사물에 맺히는 장면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아지고 회사들이 자체 랜더러를 개발해 거의 실제 수준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며 “물을 표현해내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전작인 ‘아바타1’과 비교했을 때 ‘아바타2’에선 약 18배에 가까운 규모의 데이터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국의 창작자들이 해외에 진출해 활약을 펼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견해도 들어볼 수 있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코로나19가 제작업계를 어렵게 한 점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OTT란 플랫폼이 부각되는 등 기회를 제공해준 면도 있다”며 “제작비가 늘어나고 기술이 정교화하면서 CG의 수요도 높아졌다. 예전엔 한 회사가 CG작업의 처음과 끝을 다 담당했는데 요즘은 여러 회사가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의 진입장벽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엔 해외 미술대학을 나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원하는 방식이 많았는데 요즘은 한국에서만 공부하신 분들도 포트폴리오가 좋으면 해외와 원격으로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황정록 아티스트 역시 “화상 회의 등 소통 수단이 발전하고 아티스트들이 감독, 제작사와 수평적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된 변화도 한몫했다”고 거들었다.
2022.12.26 I 김보영 기자
제2의 이태원 참사 방지…초·중·고, 체험 중심 안전교육 실시
  • 제2의 이태원 참사 방지…초·중·고, 체험 중심 안전교육 실시
  •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압사사고 관련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교육부는 2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체험 중심의 학교안전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후속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그간 2014년 발표한 ‘교육분야 안전 종합대책’, 2015년 제정된 ‘학교안전사고 예방·보상에 관한 법률’. 2016년 제정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 등에 근거해 학기당 51시간 이상의 학교 안전교육을 추진해 왔다.그럼에도 지난 10월 28일 발생했던 이태원 참사 당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제대로 기억하는 이들이 없어 구조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학교 안전교육을 실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 중 응급처치를 받고 4년이 경과하지 않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면접조사 결과 응급처치 내용을 모두 숙지한 학생은 163명 중 19명(11.7%)에 불과했다.이에 교육부는 최근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체험 중심 안전교육의 근거와 안전확보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한 교과 교육과정에서 실효적인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1~2의 경우 현행 교육과정 ‘안전한 생활’ 내용을 교과와 연계한 실생활 중심의 안전교육으로 전환한다. 초3에서 고3까지는 체육·음악·미술 등 관련 교과목에 다중 밀집 시설에서의 안전수칙 등을 실습·체험하게 된다.교육부는 기존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다중밀집상황에서의 안전수칙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기존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은 △생활안전 △교통안전 △폭력·신변안전 △약물과 사이버 중독 △재난안전 △직업안전 △응급처치 등이다.또 체험형 안전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안전체험관을 1개의 시도 지역 당 1개씩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광주 △대전 △울산 △강원 △전북 △제주 지역에 종합체험관이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폐교 등을 활용해 안전체험관을 확충하되 시도교육청의 여건과 수요를 고려해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찾아가는 안전교육 △학생이 주도하는 안전동아리 △증상현실·가상현실·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안전 콘텐츠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교원들에 대한 안전 관련 연수도 강화된다. 기존 온라인 중심이었던 교직원 안전연수를 체험·실습형 연수로 전환하고 신규교사와 교장·교감 자격연수과정에 체험형 안전교육을 포함한다.안전교육 협업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교육부는 행전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 또 시도교육청 소속의 안전체험관과 타부처에서 운영하는 안전체험관을 통합·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각급 학교에서 체험관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 강화 방안을 통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일상생활 속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능동적 주체로서 역량을 함양하여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2.12.26 I 김형환 기자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 제시 스타트업에 투자 쏠려
  • [VC's Pick]'차별화된 소비자 경험' 제시 스타트업에 투자 쏠려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이번 주(12월 19일~23일)에는 전자상거래와 콘텐츠,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소비자들 입맛에 맞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사진=이미지투데이)◇ 메타버스 패션쇼 게임 ‘브레이브터틀스’메타버스 콘텐츠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브레이브터틀스는 퓨처플레이로부터 프리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금액은 비공개다.브레이브터틀스는 메타버스 및 소셜 게임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게임 스튜디오다. 지난달 말 패션 토너먼트 배틀 신규 월드 ‘런웨이 Z’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런웨이 Z는 사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패션 테마에 맞춰 다양하게 스타일링하고 런웨이에 올려 투표를 통해 승자를 결정하는 토너먼트 방식의 게임이다. 총 8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기능과 사용자들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셜 기능을 지원한다.투자사는 브레이브터틀스가 하이엔드급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이며 향후 메타버스 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사용자를 사로잡는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 모바일 옥션 아트 컬렉팅 ‘플리옥션’모바일 미술품 옥션 서비스 플리옥션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노틸러스인베스트먼트, 젠엑시스 등으로부터 5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플리옥션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매월 국내·외 신진작가의 작품 약 100여점을 유통하고 있다. MZ세대 중심의 젊은 아트 컬렉터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서비스 론칭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2억원을 돌파, 재구매율이 42%에 달한다.투자사들은 플리옥션이 옥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자 취향을 파악하고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전통방식의 미술품 거래 및 경매 시장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플리옥션이 향후 관련 시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플리옥션은 이번 투자를 통해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다. 내년 상반기부터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신진 작가를 영입하고 매월 200여 점 이상의 작품 수급과 개인의 리셀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 숙박 시설 큐레이션 ‘스테이폴리오’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는 TBT파트너스와 IBX파트너스, 쿼드자산운용 등으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스테이폴리오는 ‘파인 스테이’라는 새로운 여행 장르를 개척하고 전 세계 430여개의 숙박시설을 큐레이션해 여행자들에게 차별화된 숙박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투자사들은 스테이폴리오가 코로나19 기간 글로벌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 호스피탈리티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개인화되고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하는 MZ 세대가 여행 업체의 주된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파인 스테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스테이폴리오가 앞으로 시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스테이폴리오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파인 스테이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일본 지사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독창적인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는 독점 숙소를 개발해 공간 경험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목표다.◇ 배달음식 묶음배송 ‘클라우드스톤’ 캠퍼스에 배달음식 묶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로컬 푸드앱 ‘배달긱’ 운영사 클라우드스톤은 롯데벤처스와 퓨처플레이, NICE그룹,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으로부터 프리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배달긱은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오전 11시와 오후 5시30분까지 미리 예약받은 음식을 모든 가게에서 받아 한 번에 배달하는 음식 공동구매 시스템이다. 투자사들은 클라우드스톤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회사가 운영하는 배달긱은 최저주문 옵션과 배달비가 없어 가격에 민감한 2030세대가 밀집된 대학가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배달긱은 이번 투자금으로 기존 배달긱 사업의 성장을 위한 운영자금뿐 아니라 광주과학기술원, 광주광역시 및 KT와 협력해 개발 중인 자율주행 로봇배송 서비스의 연구개발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개발자 멘토링 ‘에프랩앤컴퍼니’신입 개발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빅테크 출신 개발자가 멘토링 및 교육하는 서비스 ‘에프랩(F-Lab)’을 운영하는 에프랩앤컴퍼니가 매쉬업엔젤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에프랩은 신입 개발자들이 중급 개발자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에프랩의 멘토풀은 구글, 페이스북,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등 빅테크 기업 출신의 최상위권 개발자들로 구성돼 있다. 수강생은 장소 제약 없이 온라인을 통해 2대 1 소수정예로 멘토링을 받고 멘토에게 기술, 커리어 관련 조언과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다. 투자사는 에프랩컴퍼니가 현업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가르치는 중급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수많은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초급 개발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즉시 전력이 될 개발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2022.12.24 I 김연지 기자
강물이 흘러가는 곳·장문로19길4·안톤 체홉~
  • [웰컴 소극장]강물이 흘러가는 곳·장문로19길4·안톤 체홉~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학로를 비롯한 서울 시내 많은 소극장에서 올라가는 공연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웰컴 소극장’은 개막을 앞두거나 현재 공연 중인 소극장 연극 중 눈여겨 볼 작품을 매주 토요일 소개한다. <편집자 주>연극 ‘강물이 흘러가는 곳’ 포스터. (사진=극단 실험극장)◇연극 ‘강물이 흘러가는 곳’ (12월 21~31일 연우소극장 / 극단 실험극장)1930년대 중반 한강 마포나루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는 소금 장수 만득, 친구의 삶을 자신의 삶처럼 끌어안는 새우젓 장수 덕출, 얼굴도 알지 못하는 어머니를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나려는 만득의 아들 석이, 가슴 속 감춰둔 사랑을 찾아가는 덕출의 딸 솔이를 통해 노년의 외로움과 쓸쓸함, 끈끈한 인간애를 전한다. 최창근이 극작·연출하고 배우 이승호, 정현, 김예림, 서보성, 윤주희가 출연한다.연극 ‘장문로19길4’ 포스터. (사진=창작예술집단 보광극장)◇연극 ‘장문로19길4’ (12월 27~31일 보광극장 / 창작예술집단 보광극장)미술작가 보연, 시인 민영, 연극배우 현아는 장문로19길4에 위치한 지하 작업실을 공동 임대해 지내는 친한 친구이자 예술가 동료다. 삼촌의 공장에서 몇 개월간 돈을 벌고 돌아온 현아와 오랜만에 재회한 세 친구들은 술기운과 함께 깊어가는 밤 그들만의 속내를 이야기한다. 청춘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아픔의 현실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 윤지홍이 극작과 연출을 맡고 배우 임영민, 이아현, 고보민이 출연한다.연극 ‘안톤 체홉 4대 희곡 번안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스토리 포레스트)◇연극 ‘안톤 체홉 4대 희곡 번안 프로젝트’ (12월 23~3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 스토리 포레스트)안톤 체호프의 대표 희곡 ‘갈매기’ ‘세자매’ ‘바냐 아저씨’ ‘벚꽃동산’을 한국 사회의 이야기로 번안해 한 무대에 올린다. ‘갈매기’는 1930년대 배경의 ‘종로 갈매기’, ‘세자매’는 1980년대 배경의 ‘쯔루하시 세자매’, ‘바냐 아저씨’는 1990년대를 표현한 ‘능길삼촌’, ‘벚꽃동산’은 2000년대로 시대를 옮긴 ‘연꽃정원’으로 관객과 만난다. 연출가 김영민이 직접 번안, 연출하고 배우 강애심, 차건우, 이현호, 최솔희, 권일, 윤성원, 한정호, 강덕중, 김보나, 김준우, 박세정, 박선민, 이섬, 이시훈, 김은주, 윤소희, 김나연, 김보정, 김세환, 박희정, 김예림, 김벼리, 오정우가 출연한다.
2022.12.24 I 장병호 기자
십자추상, 이토록 반짝이고 이토록 허무한<12>
  • 십자추상, 이토록 반짝이고 이토록 허무한[정하윤의 아트차이나]<12>
  • 딩이의 ‘십자무늬 2020-28’(Appearance of Crosses 2020-28·2020). 1980년대 중반부터 서술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추상의 길로 접어든 이후 딩이는 1988년 ‘십자무늬’ 연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자의 ‘열십자’(十), 여기서 변형한 ‘×’란 별 뜻 없는 부호를 기본구조로 삼고, 캔버스 외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천·나무판에 빼곡히 채워넣는 방식이다. ‘의미 없이’ 긋고 채워 ‘의미 없는’ 화면을 만든다지만, 모든 사실을 여과해 회화의 본질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작가의 바람을 녹였다. 참피나무에 혼합재료, 120×120×7(d)㎝. ⓒ딩이·멕시코 RGR갤러리 제공.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모레면 크리스마스다. 동심이 남아 있다면 산타클로스, 선물, 캐럴 등이 떠오를 테고, 어쩔 수 없는 어른이라면 휴일이나 길 막히는 도로가 먼저 생각날 거다. 혹은 십자가.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생일이니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서는 결코 아니지만, 중국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십자무늬를 그리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딩이(丁乙·60)다. 그는 커다란 캔버스를 다양한 색의 십자무늬로 꽉 채운다. 단순노동에 가까운 과정을 딩이는 40년 가까이 홀로 진행해 왔다. 엄밀히 말해 딩이의 그림은 일상을 묘사하지 않은 ‘추상화’지만 구체적인 모습도 얼핏 스친다. 어찌 보면 눈송이 같기도 하고, 오색실로 엮인 퀼트담요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 전구가 반짝이는 것도 같다. 1962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딩이는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거주한 적이 없지만, 상하이 안팎의 미술관·갤러리에서 크게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요코하마트리엔날레, 시드니비엔날레 등에서 초청한 ‘비엔날레급 작가’기도 하다. 대형 설치와 요란한 미디어 작품이 난무하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케케묵은 추상화로 이만큼 조명받기는 쉽지 않다. 그의 ‘십자’에 무슨 특별한 점이라도 있는 걸까. 십자무늬는 청년시절, 여러 종류의 실험을 거친 뒤 안착시킨 딩이만의 도상이다. 학생 때 상하이공예학교의 도서관에서 25권짜리 ‘유럽 모던아트’ 시리즈 를 발견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인상주의부터 큐비즘까지 담긴 거대한 화집이었다. 당시는 이미 모네가 ‘인상, 해돋이’(1840)를 그린 지 100년도 더 지난 시점이었지만, 마오쩌둥 시대 내내 금지됐던 서구의 미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딩이는 그 새로운 미술을 깊고 넓게 탐험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을 지배하던 ‘사실적인 서양화’에서 자유로워진 것, 궁극적으로 추상에 다다른 것은 이 시절 그의 충분한 실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청년시절 여러 실험 거친 뒤 안착시킨 도상 ‘십자’마침내 1980년대 중반 딩이는 드디어 자신이 평생 매진할 십자무늬를 찾았다. 십자를 처음 발견한 이후 그는 이 도상을 떠난 적이 없다. 만날 똑같은 것을 하면 지겹지 않나 싶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선 나름의 변주가 있다. 1985년 무렵 등장했을 때는 꽤 거칠게 마감했다면, 1980년대 후반에는 빨강·노랑·파랑의 배경 위에 인쇄한 것 같은 ‘열십자(十) 무늬’를 규칙적으로 그려 넣었다. 요즘에는 몇 겹의 레이어를 쌓아 올려 한층 복잡한 화면을 내보인다. ‘십자’란 핵심은 유지하면서 표현방식은 조금씩 변형시켜 온 거다. 그렇다면 그토록 줄기차게 내리긋는 ‘십자’에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근 40년을 가로·세로로만 그어 온 걸까. 앞서 말했듯이 딩이의 십자무늬는 종교적 도상이 아니다. 허무하겠지만 사실 아무 의미도 없다. 딩이는 그저 가장 단순한 형태를 골라서 그렸을 뿐이다. 그림에서 어떠한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또는 개인적 표식을 없애고, ‘의미 없는 회화’를 만드는 것이 딩이의 목표였다. 쉽게 말해 모든 의미를 증발시키고 싶었다. 의미를 거부하고 싶으니까 제목도 없다. 작품명은 그저 숫자로만 달았을 뿐이다. 세상에 맙소사. 아무 의미도 없는 걸 도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그리는 건가. 딩이가 말하는 것처럼 십자무늬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그 ‘의미 없음’에 바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말장난 같이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그간 중국에서 그림은 지나치게 ‘의미’에 시달렸다. 마오시대에 미술은 이데올로기 그 자체였다. 지도자를 찬양하거나 당의 정책을 홍보해야만 했다. 예술가 고유의 개성이 절대 도드라지면 안 됐고, 미감은 없어도 그만이었다. 중요한 것은 오직 명분과 의미뿐이었다. 1949년부터 1976년까지 줄곧 그랬다. 딩이 또한 문화대혁명 시기에 태어나 온갖 정치 포스터에 둘러싸여 자랐고, 중학교 때는 그것을 그리기도 했다. 딩이는 여기에 질렸다. 모든 미술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지만, 의미를 강요받는 것, 특히 획일적인 의미를 주입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딩이는 의미 없는 십자를 반복함으로써 의미 강박에 시달리는 미술을 구하고, 예술가에게 얹어진 의미 부여란 무거운 짐을 모두 풀어주고자 했다. 딩이의 ‘십자무늬 2021-B-8’(Appearance of Crosses 2021-B8·2021). 장난감 포장지 디자이너로 시작한 작가는 당시 포장디자인 기술에서 중요한 기호이던 십자모양을 작품에 차용했다. 이후 중국 전통회화의 영향이나 서구 현대회화의 사실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십자’에 몰두했고, 딩이의 작품세계는 십자모양의 반복적 모티프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완성됐다. 작품 속에 자주 보이는 형광색은 “대도시 상하이에서 받은 느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화선지에 아크릴·분필·연필, 100×80㎝, ⓒ딩이·멕시코 RGR갤러리 제공.게다가 당시 중국에서 추상화를 그렸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마오의 중국에서 추상미술은 철저히 금지했다. 알아볼 수 없는 형상은 인민에게 무익했고, 심지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마땅히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형식이어야 했고, 그 내용은 당의 사상이어야만 했다. 당의 사상을 담은 것 같지도 않고, 담았다 해도 인민이 해석할 수 없는 추상미술은 추방 당해야 마땅하다고 여겼던 거다.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덩샤오핑 정권은 예술의 허가 범위를 다소 넓혀줬지만. 추상미술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히 헷갈려했다. ‘이걸 허락해? 말아?’하면서 1980년대 내내 오락가락했다. 괜찮다고 했다가도 갑자기 ‘반정신오염운동’ 같은 걸 실행하면서 추상미술전시를 폐막시키곤 했다. 딩이의 십자추상은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탄생했다. 금지되던 형식이 다시 보이는 것. 그 자체에 의의가 짙다. 새로운 시대, 또는 표현의 자유를 함축한다고나 할까. ◇요란한 작품 넘치는 미술계서 케케묵은 추상화로 조명받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 세대 중국 미술가 중에 추상미술을 한 것도 독특하다. 대개 1990년대에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은 중국적인 특징이 전면에 드러나지만, 딩이의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캡션을 가리고 보면 어느 나라 작가가 그렸는지 전혀 모르겠다. ‘중국적’이라 교양 있게 말하지만, 다소 촌스러운 여느 회화작가와는 달리 딩이의 작품은 세련되고 맵시가 있다. ‘이국성’을 무기로 하지 않으면서 세계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점은 딩이의 매우 특별한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딩이의 작품과 같은 추상화를 어렵다고 느낀다. 대체 뭐라 하는지 모르겠고, 그림 앞에서 뭘 느껴야 하는지 답답해한다. 그럴 수 있다. 가령 작품만 보고 어떻게 딩이가 녹여낸 수많은 의미를 단번에 알 수 있겠나. 그러나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 추상미술은 해독해야 하는 고대문자가 아니며 예술에서 꼭 감동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흥미롭지 않은 그림은 그냥 지나치면 된다. 어쩐지 좀 끌리고 궁금할 때, 그것에 대해 아는 자의 ‘설 풀이’를 참고하면 된다.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천천히. 다만 내 눈에 흥미롭지 않은 그림도, 혹은 어려워 보이는 추상미술도 ‘존중’은 했으면 좋겠다. 마오의 중국을 보라. 내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배척했을 때 문화가 얼마나 획일화 되는지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구성원에게 돌아간다. 획일적인 문화는 결국 획일적인 생각, 다른 말로 자유를 뺏긴 사회를 뜻하기 때문이다. 난해해 보이는 그림을 만난다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거니’하면 되는 거다. 쿨하게, 점잖게. 모쪼록 올 크리스마스에는 창가에 맺힌 눈송이를 보며, 포근한 퀼트담요를 덮고, 반짝이는 전구를 보면서 다채로운 색으로 엮인 딩이의 십자회화를 떠올려 봐도 좋겠다. 메리 크리스마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2.12.23 I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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