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37초간 누구도 대피하란 말 없었다" 아리셀 피해 커진 이유는(종합)
- [화성=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 3초께.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 적재된 리튬배터리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상을 발견한 근로자 몇 명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해봤지만, 역부족. 점점 커져 가는 불과 연기는 최초 발화 37초가 지난 10시 30분 40초께 2층 전체를 집어삼켰다. 현장에서 작업하던 비정규직 근로자 21명에게는 누구도 대피하란 말이 없었고, 그들은 탈출 시도도 못한 채 참변을 당했다.23일 화성서부경찰서에서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아리셀공장 화재사고 수사본부장이 화재 발생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황영민 기자23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가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업체 측의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에 따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생산량 증가를 위해 새롭게 투입된 비정규직들에게는 안전 및 소방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참사 원인이 된 공장 2층에 적재됐던 전지들은 이틀 전 폭발했던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유해화학물질 관리 기준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23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아리셀공장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화성서부경찰서에 이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6월 24일 아리셀 화재 이후 60일에 걸친 수사 끝에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18명을 입건, 아리셀 박중언(35) 운영총괄본부장과 안전보건관리 담당 A(48)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또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 인력파견업체 메이셀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사고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원은 총 4명이다.◇납기 지연에 ‘日5000개 생산’ 강행, 불량률 급증경찰 수사결과 아리셀은 올해 1월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고 리튬전지를 납품했으나, 지난 4월 납품분이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을 중단하고 재생산에 착수했다.이후 아리셀은 지연된 납품일정을 맞추기 위해 5월 10일부터 ‘1일 5000개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공장이 보유한 기존 자원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했다. 납품이 지연되면서 매일 70만7169원의 지체상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일 기준 아리셀이 지급해야 할 지체상금은 3800여만원이었다.아리셀은 목표 달성을 위해 5월부터 인력파견업체인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아 충분한 교육 없이 메쉬 절단·라미네이션·와인딩·시팅 등 리튬전지 내·외부 단락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주요 공정에 투입했다. 경찰은 아리셀 제조 리튬전지 불량률이 3~4월 평균 2.2%에서 신규 인력이 투입된 5월 3.3%, 6월 6.5%로 늘어난 점을 바탕으로 비숙련공 투입으로 인한 불량률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처럼 리튬전지 불량률이 늘었음에도 아리셀은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공정을 강행했다. 실제 아리셀은 시팅 공정 중 케이스가 찌그러지거나 핀홀(실구멍)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불량이 발생했음에도 찌그러진 헤더와 케이스를 우레탄 망치로 억지로 결합하거나, 핀홀을 재용접해 양품화한 것으로 확인됐다.지난 6월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난 모습.(사진=연합뉴스)아리셀은 5월 16일께 미세단락에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지 발열현상을 최초로 발견하고 초기에는 정상품과 분리했지만, 6월 8일 이후부터는 별도 안전성 검증 없이 발열전지 선별작업을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분리 보관하던 발연전지도 양품화하기까지 했다.특히 참사 이틀 전 전해액 주입이 완료된 발연전지 1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조치 없이 생산라인은 계속 가동됐다. 화재 발생 당일 최초 발화점으로 지목된 공장 2층에 적재돼 있다가 폭발한 전지들도 이틀 전 폭발한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 전해액이 주입됐던 제품들이었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이번 리튬전지 폭발은 메쉬 절단면에서 확인된 끝단 뾰족한 형태의 버(Burr, 크기 100㎛)와 젤리롤에서 확인된 금속 이물질(크기 140㎛)이, 분리막 등의 전지 구조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다만 국과수는 “전지의 발열은 미세단락 과정에서 발한 전기적 발열에 기인한 것으로 화재와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미세단락의 크기나 지속 조건에 따라 발열 시점과 폭발 시점은 다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 인명피해 키웠다아리셀 화재로 인한 사망자 대다수는 최초 발화지점인 공장 2층에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리튬 및 염화티오닐 등 위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아리셀은 관계 법령에 정한 기준의 비상구가 설치돼야 하고,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과 소방교육이 필수다. 하지만 경찰과 노동부 조사결과 아리셀은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화재가 발생한 공장 2층은 총 3개의 출입문을 거쳐야 비상구를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중 2개는 정규직에게만 지급되는 ID카드나 지문으로만 열리도록 보안장치가 돼 있었다. 생산량 증가를 위해 파견된 비정규직 직원들은 비상구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지난 6월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아리셀은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옛 한신다이아)로부터 지속적으로 신규 근로자를 공급 받았다. 근로자 신규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해야 할 사고발생 시 긴급조치 및 대피요령 등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화재가 발생한 3동 건물은 2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임에도 피난계획 등이 포함된 소방계획서 작성은커녕 피난훈련을 포함한 소방훈련 및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 화재 당시 2층에는 정규직 20명, 비정규직 2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중 정규직원을 따라 피난한 2명을 제외한 비정규직 21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김종민 수사본부장은 “최초 발화 이후 37초라는 골든타임 동안 누군가가 대피하라는 유도만 했더라도 한 자리에서 21명이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통상 화재 현장에서는 탈출시도 등이 발견돼야 하나 21명이 사망한 곳에서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말했다.◇국방기술품질원 검사 시료 바꿔치기까지경찰이 아리셀에 적용한 업무방해 혐의의 구체적 범죄사실은 ‘군납비리’다. 아리셀은 올해 4월 17일 국방기술품질원 검사자가 미리 선정해 봉인한 ‘샘플 시료전지’를 별도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몰래 바꿔치기했다. 아리셀은 지난 2021년 최초 군납 때부터 수검용 전지를 별도 제작, 용량검사 통과를 위해 시료 바꿔치기 및 조작된 데이터를 활용해 국방기술품질원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리셀은 2021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했다. 이 같은 행위는 모두 박중언 본부장의 지시 하에 장기간 다수 관계자들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김종민 수사본부장은 “화재사고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군납전지 납품 관련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수사를 추가로 진행하겠다”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군납전지 납품 과정 문제점과 리튬전지 관련 규정 미비 등은 해당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한편,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화재원인 규명·현장감식·피해자보호팀 등으로 구성된 123명 규모 수사본부를 구성해 3개 13개소 압수수색과 합동감식 4회 및 관련자 103명 조사를 진행했다.
- 日 잃어버린 30년 탈출하나…40·50대에서도 임금인상 가시화
- 6일 일본 도쿄 치요다구 오테마치 거리의 모습(사진=AFP)[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오랫동안 정체돼 있던 일본 40~50대 샐러리맨들에서도 임금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21일 2024년 경제재정보고서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2024년 연차경제재정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매년 발행하는 일본 경제와 재정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는 백서다. 지난 2일 발간됐다. 일본 정부는 급여계산대행 업체 페이롤이 보유한 빅테이터를 바탕으로 연령층별 급여상승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본급, 지역수당, 직급수당 등을 합한 월급이 지난 4~6월 동안 40대에서는 전년동기 대비 2.7%, 50대에서는 1.0% 증가했다. 29세 미만에서는 4.2%, 30대에서는 3.6%였다.상승률은 낮으나 장기간 임금이 정체돼왔던 40~50대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다. 지난해 4~7월 40대, 50대 평균 월급 상승률은 마이너스(-) 0.1%로 오히려 하락했다. 2022년 4~7월 당시에는 40대 평균 월급 상승률이 0.4%, 50대가 0.1%로 상승률이 미미했다. 페이롤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제조업이나 도매·소매업 등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고 집계대상도 대기업이나 도쿄도 기업이 많다. 즉, 일본 전체 기업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인력 부족이 심해지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오히려 한발 빨리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 해당 조사는 매년 6월 시점으로 10인 이상의 상기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사업체와 그에 속한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이에 따르면 40~44세 남성 정규직·정직원의 월급 상승률은 2022년이 1.7%, 2023년 2.6%이었다. 45~49세는 2022년 1.4%에 머물렀으나 2023년에는 2.7%로 2배 늘었다. 50~54세는 2022년에는 마이너스였으나 2023년에는 1.6%였다.경제재정보고서는 “기업의 인력 부족이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높아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 대기업의 특성상, 개인의 생산성보다 연차에 따른 임금상승률이 더 높았기 때문에 그동안 40~50대의 임금인상이 정체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내각부가 2019년과 2024년에 실시한 기업의 의식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35~54세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이 직종에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40·50대의 임금 상승은 가계 전체의 소비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총무성의 2023년 평균 가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50대 가구주가 있는 가계가 가장 소비지출액이 많았고, 다음이 40대였다. 닛케이는 임금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고용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이 훨씬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곳으로 이직하기 수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재직자의 커리어 향상 등을 개인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도 필요조건이다.
- '국회노동포럼' 출범…국회의원 '노동 단일 주제' 연구단체
-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야 4당이 참여하는 국회의원연구단체 ‘국회노동포럼’이 정식 출범했다.20일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연구단체 국회노동포럼 출범식 및 출범 심포지엄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노동포럼은 8월 20일 기준 총 63개의 국회의원연구단체 중 ‘노동’을 단일 주제로 하는 유일한 연구단체다.현재 국회노동포럼에는 포럼 대표의원인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연구책임의원인 이용우·신장식 국회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 야 4당에서 총 34명의 국회의원이 가입한 상태다.우원식 국회의장은 “노동문제는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장시간 근로, 비임금노동자의 낮은 처우, 산업현장의 위험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저출생 고령화 등 우리나라의 근본적 문제도 풀어내기 어렵다. 포럼 의원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응원의 뜻을 밝혔다.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다양한 정당이 참여한 만큼, 노동포럼에서 좋은 노동정책이 만들어지면 국회 환노위에서의 논의도 힘을 받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정책연구를 기원했다.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오늘 노동포럼 출범은 반노동정책을 저지하고 노동중심의 정의로운 사회대전환을 위한 입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양질의 일자리, 차별없는 근로기준법 적용, 기간제 고용 제한, 원청사업자와의 교섭 등 상식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국회노동포럼이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금의 낡은 노동법제로는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며 “소외된 근로자뿐 아니라 기업들의 애로사항까지 균형감을 갖고 함께 고민해달라”고 말했다.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서면축사를 통해 “미래 세대와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위해 노사정이 흉금을 터놓고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포럼 대표의원인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비정규직·하청 사각지대, 산업안전, 기후변화와 AI 등 산업구조 대전환 등 시대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국회노동포럼이 출범했다”며 “노동현장 방문과 전문가 토론을 거쳐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연구책임의원인 신장식 국회의원(조국혁신당)은 “국회가 1970년 전태일과 2022년 유최안의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며 “고 노회찬 의원처럼 6411번 첫차를 타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하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자성과 권리를 되찾아주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함께 연구책임의원을 맡은 이용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도 “사회적 대안들의 내용에 대해 노사정이 신랄하게 토론을 해나가자.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잘못된 주장들만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국회노동포럼이 대안들의 실질적인 내용 토론을 하는 중심체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국회노동포럼은 이번 심포지엄에 이어 9월 중 노동시간 관련 정책토론회 개최, 11월 중 의원단 노동현장 방문, 12월 성과보고회 등 연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 김문수 고용장관 후보 청문회 26일 개최…‘과거 발언' 공방 예고
-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오는 26일 실시된다.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과거 ‘반노동적’ 발언이 주요 질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주요 현안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아리셀 사태와 관련한 질의도 이어질 전망이다.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비롯해 총 1339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인사청문회 증인·참고인 채택 안건을 의결했다. 참고인으로는 이상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과 김태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가 출석한다. 이 지회장과 관련해서는 노란봉투법과 관련된 김 후보자의 입장이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이 지회장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하청 노동자로, 현대제철의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불법으로 매도되고 손해배상에 무력화된 점을 지적하며, 노란봉투법 통과를 위해 앞장서 목소리를 내왔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16일 재차 노란봉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김 후보자 역시 지난 1일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한 부분과 관련해 “계약을 맺은 사람과 안 맺은 사람과 (책임 정도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하지만 최근 김 후보자가 20년 전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내용의 결의안에 사실상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05년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비정규직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수용 촉구결의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해당 법안은 사용자 책임 강화, 파견노동자 노동3권 강화 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노란봉투법의 내용과 유사하다.최근 현안인 아리셀 사태 진상규명에 대한 김 후보자의 입장에 대해서도 질문이 오갈것으로 예상된다. 김 공동대표는 아리셀 사태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등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반노동적’ 발안 집중 질의…野, 지명 취소 요구도김 후보자의 과거 ‘반노동적’ 발언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2022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불법파업엔 손배 폭탄이 특약”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지난해 3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내 최초의 지역 상생형 일자리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뒤 자신의 SNS에는 “노조가 없습니다”, “감동 받았습니다”, “평균임금은 4000만원이 안됩니다” 등의 글을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같은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야권에서는 “충분한 국민적 검증을 거쳐 김 후보자가 부적격자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다만 야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했지만 여야 간사 협의 결과 참고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에서도 판단이 필요했다”며 “김 후보자는 과거 막말이나 이념이 주요 논란인데 참고인이 아니어도 증거나 자료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사 검증을 하기엔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대통령실은 지난달 31일 이정식 고용장관의 후임으로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과 2선 경기도지사, 윤석열 정부 첫 경사노위 위원장을 역임한 김 후보자에 대해 “노동현장과 입법·행정부를 두루 경험해 노동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 한반도미래硏, EPG 경영 평가 결과.."기업 인구위기 대응 미흡"
-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이 국내 3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PG 경영’ 평가 결과 기업들의 인구위기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EPG 경영은 기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사회(S) 지표를 인구위기 대응(P) 지표로 대체한 새로운 평가 기준이다.(사진=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홈페이지)18일 한미연은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선도 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 국내 첫 EPG 경영 평가를 진행한 뒤 ‘베스트 100 기업’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국내기업 중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미연과 한국 ESG연구소가 진행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300개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5.5점에 불과해 인구 문제에 대한 기업 대응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지표에 대한 기초평가에서 최고점은 85.3점으로 삼성전기가 기록했다. 롯데정밀화학이 83.8점, 신한카드·KB국민카드·KT&G가 80.9점을 받았다. 국민은행·삼성전자·한국가스공사·제주은행·효성첨단소재가 79.4점으로 10위권에 들었다. SK·포스코퓨처엠 75.0점(14위), LG디스플레이·SK텔레콤·한화솔루션·KB캐피탈이 72.1점(20위)이었다. 한국전력공사·경남은행·현대모비스·HD현대오일뱅크 등은 70.6점(24위), SK하이닉스·대한항공·신세계·CJ ENM 등은 67.6점(35위)을 받았다. 100위권 안에는 현대차·기아차·GS칼텍스 등이 64.7점(60위), 포스코인터내셔널·NAVER 등이 63.2점(72위), 삼성SDS 등이 61.8점(88위) 포함됐다.평가 결과 300개 기업은 임직원 육아 지원,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등 법적 의무 사항은 실시하고 있지만 남성 의무 육아휴직 제도는 극히 일부 기업들만 시행하고 있었다. 배우자 출산 휴가도 법적 의무만 충족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출산·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직원들이 경력을 유지하며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직자 온보딩 지원제도’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연은 주 양육자 역할을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근로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300개 기업 중 ‘베스트 50 기업’은 평균 71.5점을, ‘워스트 50 기업’은 평균 36.7점을 받았다. 점수 차는 임산부 근로 보호 제도와 직장 내 어린이 운영 여부에 따라 벌어졌다. 11개 업종별로 살펴보면 IT부품·하드웨어, 반도체 및 기계부품 제조업 25개사가 평균 60.5점으로 가장 우수했다. 업종별 삼성전기(85.3점), 삼성전자(79.4점), LG디스플레이(72.1점), LG에너지솔루션(69,1점), 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67.7점)가 베스트 기업으로 꼽혔다. 이들 기업은 ‘출산·양육 지원’ 부문 중 양육 단계 지원 점수가 11개 업종 중 가장 높고 지방소멸 대응 수준도 높은 편이었다. 다만 남성 임직원을 위한 출산·양육 지원 정책이 미흡한 수준이었다.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등 금융업 52개 사는 평균 60.2점으로 업종별 2위를 기록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80.9점), 국민은행·제주은행 (79.4점), 신한캐피탈 (77.9점) 순이었다. 화학 제조업에선 롯데정밀화학(83.8점), 효성첨단소재(79.4점), 롯데케미칼(77.9점), 포스코퓨처엠(75.0점), 한화솔루션(72.1점)이 베스트 기업으로 꼽혔다. 사업서비스업 및 IT, 통신업 17개 사는 평균 59.4점으로 업종별 4위를 기록했다. SK(75.0점), SK텔레콤(72.1점), LG유플러스·LG CNS(67.7점), SK이노베이션(66.2점) 순으로 이들 기업은 남성 임직원의 출산·육아 지원, 탄력 근무제 및 자기 계발 지원제도가 우수한 편으로 집계됐다.반면 건설업은 11개 업종 중 평균 점수 51.1점으로 가장 낮았다. 그나마 현대건설·DL이앤씨(66.2점), 롯데건설(63.2점), GS건설(61.8점), 포스코이앤씨(60.3점)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건설업은 비정규직과 계약직의 고용 형태가 많아 고용 안정성이 평가 지표로 포함된 ‘출산 장려 기업문화 조성’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 남성 임직원을 위한 출산 양육 지원제도와 여성 고용 관련 정책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조선·식음료 등 기타 제조업 56개 사는 평균 52.9점으로 업종별 순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56개 기타 제조업 기업 중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단 1개 사에 불과했다.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인구가 줄면 당장 기업들이 인력난에 직면할 텐데도 기업들의 인구위기 대응이 부족하다”며 “인구위기 대응 점수가 높은 기업이 늘어날수록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근로 환경과 문화가 조성되고 저출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며 기업의 인적자본 투자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휴직하고 아이를 키워보면 양육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며 “기업에서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제도 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통사 직원 연봉 SKT 8600만원 최고…근속연수 KT가 최다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동통신 3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과 근속 연수가 공개됐는데, SK텔레콤(017670)이 가장 높은 평균 연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속 연수와 직원 수에서는 KT(030200)가 최고를 기록했다.15일 이통 3사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600만원으로, 이통 3사 중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9400만원, 여성 직원은 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의 직원 수는 5741명, 평균 근속연수는 13.1년으로 나타났다.LG유플러스(032640)의 평균 연봉은 5700만원으로, 남성 직원은 5900만원, 여성 직원은 4800만원을 받았다. LG유플러스의 직원 수는 1만695명이며, 평균 근속연수는 10.2년이었다.KT의 평균 연봉은 5200만원으로, 남성 직원이 5400만원, 여성 직원이 4700만원을 수령했다. KT는 1만9370명의 직원 수와 22.0년의 평균 근속연수로 이통 3사 중 가장 긴 근속 연수와 많은 직원 수를 기록했다.이번에 공개된 근속 연수는 정규직에 한해 산출됐다. 1인 평균 급여액(연봉)은 올해 상반기 동안 재직 중인 정규직 및 미등기 임원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상반기 실적 SKT 영업익 1조 돌파…KT·LG유플러스 수익성 하락한편 SK텔레콤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8조897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6786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1% 증가한 1조360억원으로, 반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영업이익률은 11.6%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71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 증가했다.KT는 상반기 매출이 13조20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8% 감소한 1조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KT의 영업이익률은 8.2%에서 7.6%로 감소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80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상반기 매출이 1.4% 증가한 7조707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4%와 19.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749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6.7%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무선통신 사업의 정체와 인건비 등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 "사회적 대화 실질화 위해 국회가 나서야"[노동TALK]
-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노동계에 ‘국회판 사회적 대화’ 참여를 제안한 가운데, 사회적 대화의 실질화를 위해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 제언이 나왔다.지난 7월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사회적대화를 위한 우원식 국회의장-한국노총 간담회’에서 우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입법조사처는 최근 ‘사회적 대화 활성화와 국회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국회는 사회적 대화의 보편화, 실질화, 다층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 구축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입법조사처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로 본격화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 체계가 현재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이르기까지 그간 노동시간, 임금, 노사관계,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등 경제·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에 대한 타협을 이뤄냈다는 점을 성과로 평가했다.그러나 입법조사처는 “우리의 사회적 대화는 제도화된 중앙 단위에서 논의가 전개돼 왔다는 점에서 보편화와 실질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제도적 방식의 사회적 대화와 협의는 부족했고, 대통령 소속 기관인 경사노위를 중심으로만 사회적 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의제가 설정돼 정책 추진의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비판, 민주노총의 불참에 따른 사회적 대화 참여 주체의 대표성 문제가 불거진 점을 입법조사처는 꼬집었다. 한국노총이 불참하면 사회적 대화가 굴러가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또 사회적 대화와 타협 경험이 많은 유럽은 고용, 사회보장 등 거시 이슈를 중심으로 의제로 다루는 반면, 우리나라는 주로 노동정책 관련 의제를 다루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았다.입법조사처는 국회의 사회적 대화 역할론을 강조했다. “국회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경제·사회적 갈등을 조정·중재하는 갈등조정자 기능을 할 수 있고, 타협 결과를 입법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입법조사처는 “국회는 주요 핵심 의제나 정책 사항을 충분히 논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함으로써 어려운 현안이나 난제를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40대 조기전역, 장기복무 '바늘구멍'…직업군인은 '비정규직'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초급간부 수급난과 중간간부 이탈, 이에 따른 군 내 사기 저하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결책 중 하나로 정년 보장을 통한 직업 안정성 제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업이 최고의 복지가 되고 있는 시대에 군에서 젊음을 바친 장기복무 군인들이 50세를 전후해 군을 떠나게 하는 군인정년제도는 사회와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군 복무여건 개선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계급정년·연령정년 제도가 과거 병력 자원이 풍부했던 시기에 형성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낮은 출산율과 군의 무기체계 다양화 등으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 시기에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산율 감소로 점차 병역가용 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수한 간부 자원 모집과 군 전문성 유지를 위해선 장기복무 선발률 확대와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정년 65세 연장 논의…여전히 군인은 ‘비정규직’현행 군인사법에 따르면 장군을 제외한 군 간부 연령정년은 대령 56세, 중령 53세, 소령 50세, 위관급 43세, 준위·원사 55세, 상사 53세, 중사 45세, 하사 40세 등이다. 2008년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경찰·소방공무원까지 정년이 60세까지 연장됐지만 군인의 연령정년은 그대로다. 주요 해외 국가들의 군 정년(하사~대령)이 미국 45~62세, 독일 55~62세, 캐나다 60세, 프랑스 45~57세인 것과 비교된다. 육군사관학교 80기 임관장교들이 지난 2월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졸업 및 임관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육군)이에 더해 군 간부들은 근속정년과 계급정년 제도도 적용받고 있어 매 계급마다 진급심사에서 선발되지 않으면 전역해야 한다. 말이 직업군인이지 모두를 비정규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초급간부 지원 저조와 중간간부 이탈의 주요 원인이라는게 군 관계자들 평가다. 올해 법 개정으로 소령의 나이정년을 기존 45세에서 50세로 늘리긴 했다. 1993년 이후 31년 만이다. 그러나 위관 장교와 중사·하사 연령정년은 1962년 이후 연장되지 않고 있다. 장기복무를 하는 직업군인으로 선발되더라도 소령이나 상사로 진급하지 못하면 40대에 군문을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장기복무 선발은 장교의 경우 애초부터 장기복무자인 사관학교 출신자를 제외하고는 중·대위 때, 부사관의 경우 주로 하사 때 이뤄진다. 하지만 장기복무자 선발률은 장교의 경우 28%, 부사관은 50%에 그친다. 게다가 장교 집단 중 일선 현장에서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계급이 소령인데 진급은 ‘바늘구멍’이다. 육군 한 개 사단에서 20명 내외의 중령 진급 대상자 중 2~3명 밖에 진급이 안 될 정도다. 군 전체 매해 중령으로 진급하는 비율은 20% 남짓, 중령 진출율은 56% 수준이다. 일부 장군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직업군인이 40~50대에 조기 전역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짧을 수밖에 없다. 생애 주기상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으로 가장 지출이 많은 때에 퇴직하게 되는 것이다. 민간사회에서도 고령화에 따라 60세 정년퇴직 시스템을 뒤로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직업으로서 군인에 대한 매력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달 초 국회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응 방안으로 65세까지 정년연장 필요성을 제안했다.◇“재정부담, 인건비·연금·軍 정원 종합 검토해야”일각에선 군인의 연령정년 연장은 계급별 정원을 유지하는데 부담이 될 수 있고, 연령정년 연장에 따른 누적 초과인원으로 하위계급의 진급 자체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군인은 전투에 적합한 정신적·육체적 조건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고령화로 인한 전투력 약화와 조직운영의 효율성 저하 문제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인건비와 연금 등 막대한 재정부담 소요가 예상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하지만 이번 소령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은 연평균 약 300억원으로 전망됐다. 2030년에는 인건비 증가분이 253억원이지만, 군인연금 납부액 증가와 지출 감소액이 총 384억원 규모로 추산돼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연금 지출 경감 측면을 종합적으로 보면 ‘막대한 지출’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석 충남대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정년이 증가하면 군인연금의 국가보전금액이 다소 증가할 수 있지만, 단순 금전적 차이만을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인구감소에 필요한 직업군인 수를 충당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정년이 60세인데, 군대조직에서도 정년 60세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 말했다. 김신숙 국방부 국장(행정학 박사)은 ‘인구감소시기 강한 국방을 위한 병역제도 설계’ 논문에서 “한 번에 모든 계급정년과 근속정년을 없앨 경우 진급 적체와 초과인력 상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진급과 근속 간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년연장 중간 단계로 현재 부사관에게 적용되는 근속진급제 확대를 제안했다. 김 국장은 “부사관은 일단 장기복무자로 선발되면 상사까지는 근속진급제도를 통해 53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며 “장교들도 중간간부까지는 근속진급을 허용하고 있는 경찰 모델을 따라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중간계급까지 근속 진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