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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文정부 코레일-철도시설공단 통합 국정과제로 추진해야"
-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경실련,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시민사회단체연대회 등 전국 213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20일 “철도의 공공성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통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임기 초부터 적극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과거 철도청에서 철도공사(운영-상부)와 철도시설공단(시설-하부)으로 분리된 후 지난 10년간의 철도 상하분리 시스템이 시너지효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양 기관으로 분리됨으로 인해 해외사업, 시설관리, 부대사업, 경영지원, 자산관리, 연구개발(R&D)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능과 인력의 중복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예산의 낭비가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로사용료, 역세권개발 등으로 기관 간 갈등만 양산하고, 시설관리-유지보수 분리에 따른 사고 증가 등으로 철도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유럽 각국이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효과를 기대해 통합으로 가고 있는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철도는 대표적인 지역독점산업”이라며 “민영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SR의 수서고속철도(SRT) 요금을 10% 인하로 결정하면서 강남권 주민들은 강북의 주민들 보다 10%인하된 요금 혜택을 받게 되는 지역적 차별과 불평등이 제도화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년 12월 개통된 ㈜SR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아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도록 하면서 철도 관제시스템, 유지·보수의 외주화 등으로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치밀하게 민영화를 추진했다”고 덧붙였다.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유럽 각국이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효과를 기대해 통합으로 가고 있는 흐름에 맞춰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철도를 통합체제로 개편한다면 철도교통은 이용자 중심의 공공서비스로서 역할은 물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 “철도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며 “현 경쟁체제의 장단점을 검토해 경쟁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에 대해 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김 후보자의 철도에 대한 인식은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통합을 포함한 철도산업의 공공성 및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한 시민사회단체들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獨 통일 일궈낸 헬무트 前 총리, 87세 나이로 타계
- 87세로 타계한 ‘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지난해 그의 부인 마이케 콜 리히터와 함께 자택 앞을 나서고 있다. 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1990년 베를린 장벽을 허물면서 냉전 시대 종식에 큰 발자취를 남긴 ‘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요제프 미하엘) 콜 전(前) 총리가 16일(현지시간)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어린 시절 제2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유럽 통합의 꿈을 키우고, 성인이 된 뒤엔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면서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그는 고향인 독일 서남부 라인란트팔츠주(州) 루트비히스하펀 자택에서 아내 마이케 콜 리히터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졌다. 콜 전 총리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초석을 다지면서 현 EU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키가 190㎝, 몸무게가 117㎏에 달하는 거구여서 머리가 작고 몸통이 큰 서양식 배를 뜻하는 ‘비르네(birne)’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현 독일 총리의 정치적 멘토로도 유명한 그는 1991년 통독 초대 내각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메르켈을 임명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그 덕분에 다른 수백만명처럼 독일민주공화국(옛 동덕)을 떠나 자유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꿔놨다”고 말했다. 1930년 4월3일 보수적인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난 콜 전 총리는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기독민주연합(CDU·현 기독민주당)에 입당, 1959년 라인란트팔츠주 최연소 주 의원, 1969년 역대 최연소 주 총리를 거쳐 1980년 CDU 대표가 된다. 불과 2년 뒤인 1982년엔 독일 지도자로 거듭나며 집권 후 1984년 독-프 간 전쟁 주 무대인 베르됭에서 미테랑 대통령과 만나 프랑스와 화해하고, 1987년 동독 지도자 에리히 호네커를 맞아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닦는 등 세계사에 남을 만한 정치적 업적을 쌓아나간다. 그러다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계기로 통일 정책을 밀어붙여 1990년 통일 독일의 첫 수상으로 당선(4선), 독일 역대 최장기 총리에 이름을 올린다. 은퇴 이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98년 정치자금 스캔들로 총리직을 내려놓고 2002년 정계를 완전 은퇴했다. 이 과정에서 피부광선염으로 고생하던 전 부인 하넬로레가 2001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콜 전 총리 역시 2008년 머리를 다쳐 부분 마비를 겪었으며 이후엔 휠체어에 의존하는 신세가 된다. 같은 해 당시 43세였던 현 부인 리히터와 재혼했으나 건강은 더욱 악화된다. 2010년대 들어서 유럽이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대내외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던 콜 전 총리는 지난 16일 노환과 병환이 겹치면서 끝내 숨을 거두게 된다. 콜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메르켈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물론 전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와 빌 클린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가 잇따르고 있으며, 세계 각지의 시민들도 소셜 미디어에서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헬무트 콜(오른쪽) 전 독일 총리가 1990년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을 만나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헬무트 콜(왼쪽 2번째) 전 독일 총리가 재임 초기이던 1983년 로널드 레이건(왼쪽 3번째)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AFP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올 4월 베를린 인근 학교에서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초상화 앞에 서 있다. AFP
- [2017 AIIB]文정부 첫 국제행사 폐막…숫자로 보는 제주총회
- [제주=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제기구 행사가 사흘간 일정을 끝으로 18일 막을 내린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기구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해빙(解氷) 분위기로 돌아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①2차△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리췬 AIIB 총재, 문 대통령, 김동연 경제부총리,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연합뉴스]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지난 16일 개최한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는 이날 공식 폐막한다. AIIB는 중국 주도로 작년 1월 설립한 다자개발은행(MDB)이다. 아시아 지역의 도로·철도·항만 등 부족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MDB은 선진국 등 여러 나라가 낸 자본금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등에 경제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이다. 통상 개도국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보증’ 방식과 사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에 조건을 걸고 자금을 대는 ‘비정부 보증’ 방식으로 자금 지원 및 민·관 협력이 이뤄진다. 세계은행그룹(WBG),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이 대표적인 MDB다. AIIB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자금 통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신 실크로드인 ‘일대’와 동남아에서 출발해 서남아를 거쳐 유럽,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를 합친 말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처음 거론했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는 등 중국 견제와 압박에 나서자 지역 경제 협력을 강화할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WBG, 일본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ADB의 대항마라는 평가도 있다. △2014년 말 기준 MDB별 자본금 규모 [자료=IMF·CIA]AIIB가 중국 외 국가에서 연차 총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1차 총회는 작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이번 2차 총회 주제는 ‘지속 가능한 인프라’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다자기구 연차 총회 개최를 위한 예산으로 모두 65억 5800만원을 책정했다. 새 정부가 처음으로 치르는 국제기구 행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난 16일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회사를 했다. 둘 다 국제 무대 첫 데뷔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 개도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했다. “(한반도) 남과 북이 철도로 연결될 때 새로운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완전한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며 자신의 한반도 평화 구상도 꺼내 보였다. 김 부총리는 “지속 가능한 인프라가 일자리 창출과 포용적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제안했다. ②11개월김동연 부총리는 의장국 의장으로서 총회를 주도하고 회원국 수석 대표 7명과 양자 면담을 했다. 15일 진리췬 AIIB 총재와 우선 만난 그는 같은 날 솜디 두앙디 라오스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양자 면담을 했다. 개막일인 16일에는 샤오제(肖捷) 중국 재정부장, 알리 타예브냐 이란 재정경제부 장관, 마이클 맥코맥 호주 중소기업 특임 장관과 얼굴을 맞댔다. 17일에는 망갈라 사마라위라 스리랑카 재무장관, 아므르 엘 가리 이집트 재무장관, 헹 스위 키트 싱가포르 재무장관과 만났다.△솜디 두앙디 라오스 재무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알리 타예브냐 이란 재무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마이클 맥코맥 호주 중소기업 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샤오제 중국 재정부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관심을 끈 것은 중국과 만남이다. 한국 경제 수장이 중국 재무장관과 양자 면담을 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중국은 작년 7월 청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유일호 전 부총리와 러우지웨이(樓繼偉) 당시 재정부장이 면담을 가진 이후 사드 보복을 노골화하며 한국의 양자 면담 제안을 연거푸 거절해 왔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한·중 관계 개선 기대를 하고 만났기에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앞으로 자주 보자고 했고, 추후 한·중 재무장관 면담 일정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면담은 우리 정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애초 면담 시간은 30분을 계획했지만 1시간가량으로 길어졌다. 다만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는 직접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민감한 부분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면서 “한·중 재무장관이 만나는 것이 오랜만이니 비교적 평이하게 면담을 진행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 재정부장은 우리로 치면 차관보급으로 공산당 내 서열도 20위보다 아래”라며 “중국 상무부총리 정도가 오지 않은 것이 우리로선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③150건 이번 총회 행사는 회원국 수석 대표 등이 참석하는 거버너 회의와 비즈니스 세션, 각종 세미나, 만찬 등으로 나눠 진행했다. 특히 17일 비즈니스 미팅 세션에서는 모두 150건의 업무 만남이 성사됐다. 국내·외 인프라 기업과 금융기관, 회원국 인프라 건설 발주를 담당하는 22개 정부 기관이 참석해 협력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도로공사, KT 등 국내 20여 개 공공기관과 기업은 행사장 3층에 전시관을 설치하고 스마트 시티, 그린 에너지, 5G 이동 통신 등을 선보여 참석자 눈길을 끌었다. ④80개국애초 역내 37개국, 역외 20개국 등 57개 회원국으로 출범한 AIIB는 이번 총회 중 회원국이 80개로 늘어났다. 올해 3월과 5월 각각 13개국, 7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데 이어, 지난 16일 이 기구 이사회가 아르헨티나와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아프리카 동남부의 마다가스카르 등 3개국을 회원국으로 추가 승인해서다. 한국은 지난 2015년 가입 의사를 밝히고 그해 6월 협정문 서명, 12월 국회 비준 동의를 완료해 AIIB 창립 회원국 명단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다. 기구 지분율도 4.06%로 중국(32.36%), 인도(9.09%), 러시아(7.10%), 독일(4.87%) 등에 이어 다섯째로 높은 5대 주주국이다. ⑤7400억 달러시장의 관심은 AIIB가 아시아 인프라 건설 시장에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느냐다. 우리 정부도 AIIB를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5년 세계 건설 시장 규모는 9조 3000억 달러(추정)로 이중 인프라가 32%를 차지하고 있다. ADB는 2010~2020년 아시아의 인프라 개발 수요가 총 8조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년 7400억 달러 가량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ADB는 에너지 산업의 인프라 개발 수요 비중이 전체의 48.7%로 교통(35.3%), 정보통신(12.6%) 등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32개국 인프라 투자액 [단위:억 달러, 자료:기획재정부 등]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17일 총회 세미나에서 “아시아 지역이 세계 경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지만, 고령화, 낮은 생산성, 불평등 심화 등 중장기적인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가 필수”라며 “성장 속도가 느려질 때에 대비해 인프라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해 내놓은 ‘다자개발은행 재원조달 방법과 절차’ 보고서에서 “아시아 인프라 투자는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ADB 등 기존 MDB 자금으로는 개발 수요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은 전략적으로 필요에 따른 MDB 활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행사 실무를 총괄한 윤태식 기재부 다자개발은행연차총회준비기획단장은 “진리췬 AIIB 총재가 김동연 부총리와의 만찬에서 ‘총회가 매우 잘 돼서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로 우리 정부와 AIIB와의 관계가 상당히 돈독해졌다”면서 “총회를 통해 중국 등 회원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기를 마련했고, 우리 기업도 AIIB 직원과 개발도상국 발주처 장·차관, 실무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향후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IB는 3차 총회를 내년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열 계획이다.
- [여행] 물소리도 잠재우는 깊은곳에서 '악상'을 떠올리다
- 충북 영동 양산팔경 중 하나인 ‘강선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예술가들은 자연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다. 자연이 가지는 역설 때문이다. 가끔 거칠고 험하지만 매번 부드럽고 평화롭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등 소리가 가득하다. 한 편으로는 고요하게 싹이 돋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진다. 인간이 자연에 비해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명제도, 자연 속에 들어서면 저절로 알게 되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 명인 난계 박연(1378~1458)은 특히 자연을 사랑했다. 그가 나고 자란 충북 영동의 자연은 난계의 음악적 영감을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소백산맥의 준령에 둘러싸여 있어 산이 깊고, 골도 깊다. 그래서 흐르는 물도 맑고 스치는 바람도 고요하다. 한마디로 산수화 절경 속에 안겨 있는 도시다. 여기에선 범부조차도 묵객이 되고, 악성이 된다.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하나인 난계 박연이 즐겨 찾아 피리를 불었다는 옥계폭포.◇ 일개 범부도 시인이 되는 곳 ‘옥계폭포’박연의 음악적 영감을 쫓아 찾아간 곳은 신천면 옥계리에 자리한 옥계폭포다. 옥계폭포는 천모산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다.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쉽다. 난계사에서 옥천방향으로 3km 전방 좌측 길가에 위치한 옥계리로 진입해 천모산 골짜리고 들어서서 산길을 따라 약 1km 전방에 있다. 혹여 거동이 불편하거나, 어린 자녀를 둔 관광객이라면 자동차를 이용해 더 쉽고 편하게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옥계폭포 150m 전방 매표소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오를 수 있다. 매표소에서 옥계폭포까지 오르는 길의 풍치도 일품이다. 폭포에서 떨어진 옥수가 천모산 계곡을 따라 흐르다 잠시 머무는 산중(山中) 저수지의 풍광과 뒤이어 나타나는 오솔길의 상큼함은 걷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쾌적함이다. 폭포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옥계폭포는 한 낮의 불볕더위를 순간 잊게 할 만큼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무려 20m에 이르는 물줄기가 깍아 지른듯한 절벽에서 쏟아지면서 폭포 주변이 청량감으로 가득하다. 주변 경관도 옥계폭포와 어우러지며 일대 장관을 이룬다.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주는 옥계폭포의 또 다른 선물이다. 이곳이 바로 난계가 즐겨 찾아 피리를 불었고,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발길도 잦았다. 다가갈수록 장쾌하게 흘러내리는 폭포의 시원한 물쏘리와 뿜어져 나오는 물보라가 세차다. 그 장관에 압도 되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잠시 황홀경에 빠진다. 저렇게 수천년을 흘러내렸을 옥계폭포의 물줄기는 바위산을 움푹 깎아 절경을 이루며 바위틈으로 세찬 물보라를 토해내고 있다. 걸음을 뒤로하고 폭포의 장관에서 눈을 돌리자 폭포 주위에 깎아지른 절벽이 웅장하다. 폭포와 절벽의 웅장함을 한눈에 보고 있노라니 마치 살아 있는 산수화를 보는 듯 아름다우며 힘차다. 충북 영동 양산팔경 중 제1경인 영국사의 보물 중 보물인 1000년 묵은 은행나무◇금강이 빚은 아름다움 ‘양산팔경’ 옥계폭포를 나와 금강상류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양산면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강선대를 만난다. 제1경인 영국사는 양산팔경의 정수로 불린다. 천태산 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큰 절은 아니지만 사찰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멋진 은행나무가 있어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이름처럼 유럽의 영국과는 전혀 관계는 없다. 영국사는 신라 때의 고찰이다. 고려문종 때 대각국사가 국청사라 했던 것을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 곳에서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안정된 삶을 기원해 국난을 극복했다고 해 영국사로 이름을 바꿨다. 여기를 찾아가야할 이유는 경치말고도 또 있다. 영국사에는 5가지 보물과 1개의 천연기념물이 있다. 보물 제532호인 영국사부도(浮屠), 보물 제533호인 영국사삼층석탑, 보물 제534호인 영국사원각국사비, 보물 제535호인 영국사 망탑봉 3층석탑과 천연 기념물 제223호인 영국사의 은행나무가 그것이다. 그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영국사의 은행나무다. 나무의 둘레를 치자면 여른 서넛이 손을 맞잡고 둘러서야 나무를 제대로 안을 만큼 거대하다. 공식적으로는 31.4m, 둘레가 11.54m의 거목이다. 크기만큼이나 이 은행나무의 나이도 무려 1000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쪽으로 뻗은 가지 한 가운데 한 개는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고 또 다른 은행나무로 자라고 있는 신기한 광경도 이 은행나무의 유명한 볼거리다.영국사 인근에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강선대가 있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오롯이 서 있는 육감정자로 멀리서 보면 주변 노송들과 어울려 우아하고 고상한 멋이 흐른다. 이 외에도 금강과 양산면 일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비봉산’과 봉황이 깃든 곳이라 전해지고 있는 ‘봉황대’, 금강 강가에 수줍게 서 있는 ‘합벽정’, 강선대와 금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서 있는 ‘여의정’, 목욕하는 선녀를 보느라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의 이야기가 깃든 ‘용암’, 글 읽는 소리조차 아름답다는 ‘자풍당’ 등이 양산팔경을 이룬다. 충북 영동 양산팔경 중 하나인 봉황대달이 머무는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월류봉◇달도 잠시 쉬어가는 곳 ‘월류봉’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 서둘러 월류봉으로 향한다. 백두대간에서 살짝 빠져나온 산맥이 민주지산에서 북으로 잠시 올랐다가 황간면 원촌리에 이르러 만들어 놓은 봉우리가 바로 월류봉이다. 깍아지른 절벽산인 월류봉의 높이는 400.7m다. 그 아래로 물 맑은 초강천 상류가 휘감아 흘러 수려한 풍경을 이룬다.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이름처럼 달밤의 전경이 특히 아릅답다고 알려져 있다. 그 모습에 예로부터 이 일대의 뛰어난 경치를 ‘한천팔경(寒泉八景)’이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여행차 다녀간 곳으로 알려졌다. 월류봉 아래쪽에는 한때 이곳에 머물며 작은 정자를 짓고 학문을 연구한 우암 송시열(1607~1689)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한천정사와 영동 송우암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500년 된 배롱나무가 인상적인 반야사와 반야사 계곡도 돌아볼 만하다. 반야사는 신라 성덕왕 27년(728년) 운효대사의 10대 제자 중 수제자인 상원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뒤에 고려 충숙왕 12년(1325년) 학조대사가 중수했다고 전해진다. 반야사를 끼고 있는 석천계곡에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나른한 한때를 보낼 수도 있다. 노근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양민을 학살한 통한의 현장이다. 철길 아래 터널 등에 총탄과 포탄의 흔적이 여태 남아 있다. 주변에 평화공원도 있어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하나인 난계 박연의 뜻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0년 개관한 ‘난계국악박물관’에는 일반인들도 국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국악체험촌을 운영하고 있다.◇여행메모△가볼 만한 곳= 옥계폭포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난계국립박물관도 꼭 들러봐야할 곳이다. 우리나라 3대 악성인 난계 박연의 뜻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0년 여기에 들어섰다. 가야금을 비롯한 100여종의 국악기와 의상이 전시되어 있고, 난계 박연의 삶과 업적을 그래픽과 디오라마로 연출해 전시하고 있다. 더불어 악기를 직접 다뤄볼 수 있는 체험실도 따로 마련돼 있어 가족 여행객에게는 필수 코스다.△주변먹거리= 영동대학교 인근의 송천가든은 솥뚜껑 비밤밥이 최고 인기 메뉴다. 즉석에서 시루밥을 무쇠 철판 솥뚜껑에 올려 볶는 솥뚜껑 비빔밥 조리 광경은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천고각솓천식당 솥뚜껑비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