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161건
- [과연 그럴까]2008시즌 홈 승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 사직구장을 가득메운 관중들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롯데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팬이라면 사직 구장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다소 고되더라도 롯데가 원정을 갈 때 따라가는 것이 훨씬 낫다. 두산이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팬도 가급적 잠실구장은 피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역시 다른 구장을 찾는 것이 훨씬 확률 높은 방법이다. 삼성이 이기기 원하는 팬도 역시 대구구장보다는 다른 곳을 찾는 것이 나으리라. LG나 우리 히어로즈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팬이라면 물론 야구장을 아예 가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지 모른다. 그래도 야구장에 가고 싶다면 역시 홈그라운드는 피하라. 2008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필드 어드밴티지’라는 말은 없다. 8개 구단 모두가 원정경기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 롯데, LG, 우리 등은 원정경기 성적이 홈경기 성적보다 엄청나게 더 좋다. 7위 LG가 원정경기에서는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리고 있는 것이 특히 놀랍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다. 8개 구단 모두가 같은 현상을 겪고 있으므로 뭔가 이유를 찾아내야 할 것 같다. 롯데는 올해부터 서울에 올 때 비행기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다른 팀들은 특별히 지난해와 다른, 원정 경기 성적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홈팀들이 부진한 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구조적인 현상일까?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토가 좁아, 시차(時差)가 없고 원정팀들의 이동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이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유를 억지로 찾아보자면 몇 가지 더 꼽을 수 있겠다. 우리나라 야구장들은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고 특별한 ‘로컬 룰’이 없다. 원정팀의 적응이 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팀들은 1년에 무려 18경기씩을 서로 치른다. 웬만한 원정 구장(특히 잠실)은 홈구장만큼이나 익숙할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이유들이 그럴 듯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는 공허한 가설에 불과하다. 객관적으로 검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시계를 조금만 되돌려, 2007년 성적을 돌아보자. 단 한 팀의 예외도 없이, 8개 팀 모두가 홈경기 승률이 원정 경기 승률보다 좋았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국토는 협소했고, 야구장 생김새들은 다 거기서 거기였으며, 각 팀 선수들은 원정 구장들(특히 잠실)에 충분히 익숙했다. 그런데도 늘 홈팀이 야구를 더 잘했다. 결국 홈-원정 승률에서는 특별한 참고점을 도출해 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올해 각 팀이 홈경기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채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뭔가 다른 사실을 암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해에 비가 더 많이 오고 지진이 더 자주 일어나듯, 올해 우연히 원정팀들이 더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원인이 없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계속되리라고 믿을 수도 없다. 앞으로는 홈팀들이 더 선전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 글의 서두에서 말한 것과 달리, 롯데 팬, 삼성 팬, 두산 팬, LG 팬, 우리 팬 모두 가까운 홈구장을 찾아 응원해도 좋을 것이다.▶ 관련기사 ◀☞[과연 그럴까]황두성을 롯데에 판다면...☞[과연 그럴까]LG '정신력 강해지면 야구를 잘하게 될까'☞[과연 그럴까]홀드는 불펜의 힘을 나타내지 못한다☞[과연 그럴까]양준혁보다 걱정되는 오승환☞[과연 그럴까]클락, 발까지 빠른 진짜 보배
- [과연 그럴까] 황두성을 롯데에 판다면...
-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우리 히어로즈는 28일까지 6연패를 하며 올시즌 19승30패(.388)를 기록하고 있다. 8위 LG에 반경기차로 쫓기고 있는 7위다. 4위 삼성에는 6경기반 차이로 뒤지고 있다. 우리 히어로즈의 전력이 원래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4강권에 재진입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할 수 있다. 우리 히어로즈는 메이저리그식 운영을 하겠다며 박노준 단장에게 선수 선발과 거래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다. 메이저리그식 운영을 하는 구단이라면, 가망 없는 올시즌을 깨끗이 포기하고 내년 이후에 활용할 전력을 굳건히 갖추는 것이 긴요한 과제다. 즉, 다른 구단이 애타게 원하는 전력을 내주고 그 반대 급부로 미래를 담보할 전력을 여럿 얻어내는 것이다. 빅리그 구단이 흔히 하는 이른바 ‘리빌딩’ 작업이다. 지금 우리 히어로즈 선수들 가운데 다른 구단에서 강하게 탐낼 만큼 해당 포지션에서 리그 톱클래스에 드는 선수는 몇몇 있다. 선발투수 장원삼, 마일영, 마무리투수 황두성, 외야수 브룸바, 이택근 정도다. 타격 성적은 별 볼 일 없지만 수비가 좋은 3루수 정성훈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장원삼, 이택근, 마일영은 젊은 선수들로서, 이들 자체가 우리 히어로즈의 미래라 할 수 있다. 팔 수 없다. 정성훈은 현재 성적이 별로인데다 올시즌 후 FA가 되므로 우리 히어로즈에게 만족할 만한 대가로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브룸바는 매우 좋은 선수이지만 우선 용병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상품으로서 가치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현재 1~5위팀 가운데 용병 타자를 구하는 팀이 없다. SK와 삼성만이 새 용병을 구하고 있는데, 모두 투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결국 황두성이 남는다. 황두성은 올해 3승 2패 4세이브 방어율 2.61을 기록하고 있다. 51⅔이닝동안 34탈삼진을 기록해 삼진 잡는 능력은 마무리투수로서 썩 훌륭하지 못하다. 그러나 삼진(34개)-볼넷(14개) 비율은 좋다. 무엇보다 이닝당 출루허용수인 WHIP이 0.99로 매우 훌륭하다. 오승환(삼성) 정대현(SK) 토마스(한화) 한기주(KIA) 등 리그 정상급의 마무리투수들의 WHIP이 모두 1을 넘는 것과 비교된다. 황두성은 올해 블론세이브도 아직 없다. 1~5위 팀 중 롯데가 간절히 황두성을 원할 것이다. 롯데 마무리 임경완은 7세이브 3블론세이브로 세이브성공률이 70%에 불과하다. 방어율이 5.03이고, WHIP은 1.42나 된다. 삼진(11개)-볼넷(9개) 비율도 매우 나쁘다. 롯데는 임경완을 대체할 투수로 최향남을 선택,더블 스토퍼로 기용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황두성은 올해 32세다. 손민한보다 1살이 적을 뿐이고, 김수경보다 3살이나 많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도 지금만큼 던질지 확신할 수 없다. 우리 히어로즈로서는 팔 만하다. 그리고 황두성은 현재 좋은 마무리투수이고, 적어도 임경완보다는 훨씬 좋은 투수이다. 롯데로서는 황두성을 살 만하다. 롯데가 더 야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롯데가 더 다급하다. 우리 히어로즈는 황두성 대신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노준 단장은 취임 후 아직 단 한 건도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일이 없다. ‘한국식 단장’들은 그새 전병두, 채종범, 심광호 등을 사고 팔았다.▶ 관련기사 ◀☞[과연 그럴까]LG '정신력 강해지면 야구를 잘하게 될까'☞[과연 그럴까]홀드는 불펜의 힘을 나타내지 못한다☞[과연 그럴까]양준혁보다 걱정되는 오승환☞[과연 그럴까]클락, 발까지 빠른 진짜 보배☞[과연 그럴까]디트로이트의 예상 밖 부진
- [과연 그럴까]LG '정신력 강해지면 야구를 잘하게 될까'
-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LG가 모든 타자의 등장 음악을 통일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90년대 초중반 LG가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처럼 한 가지 음악만 틀기로 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선수단의 총체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이 LG 구단의 설명이다. 구단의 지시인지 선수단의 결정인지는 잠시 논외로 해두자. LG가 타자 등장 음악까지 통일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쨌든 '정신력'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몸부림이다. 올시즌엔 이미 두산 김경문 감독과 KIA 조범현 감독이 머리를 짧게 자르는 퍼포먼스를 통해 팀에 정신적 자극을 준 바 있다. 여론은 이런 움직임을 대체로 호의적으로 본다. 하지만 음악을 통일시키거나 머리를 깎는다고 해서 정신력이 굳세어 질지도 의문이려니와, 정신력이 강해진다고 해서 팀 전력이 높아질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다. 1차 세계 대전이 개전되기 이전까지, 유럽의 주요 강대국(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이 채택한 전술 교범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것이 ‘용감한 돌격’이었다. 세계 최고의 전투력과 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에서도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병사들의 사기와 정신력이라고 단정했던 것이다. 그래서 각국 주요 지휘관이나 군사 전략가들은 적절한 무기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언제나 병사의 사기와 정신력을 높이는 걸 가장 중요시 여겼다. 그래서 각국은 1차 대전 내내 '선제 공격'과 '두려움 없는 돌진'이라는 전술만을 반복했다. 그러한 전술은 1차대전 때 본격적으로 전선에 투입된 '기관총'이라는 무기에 의해 처참한 손실만 거듭 남기게 되었다. 1차대전은 온몸을 노출하고 돌격해 오는 상대를 참호에 숨어서 손쉽게 기관총으로 사살하는 '참호전'의 양상으로 바뀌었고, 전선은 교착되었다. 무의미한 희생자만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전쟁 막바지에 가서야 각국 사령부는 돌격 전술을 포기했고, 20년 뒤 2차 세계대전은 탱크, 항공기 등이 주력이 되는 기계화 전쟁으로 양상이 바뀌게 된다. 이와 같이 사기가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는 신념은 대체로 100년 전쯤에 폐기되었다. 여전히 사기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강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도 레바논이 이스라엘을 이기거나 쿠바가 미국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의 국가들은 전쟁 능력 증강을 위해 병사들의 사기에도 신경을 쓰기는 하지만, 대체로 좋은 무기를 구하는 데에 훨씬 더 집중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 야구에서는 아직도 정신력을 강화하고 마음을 다잡기만 하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환상이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야구를 못하는 팀은 정신력이 약하거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 거라고 지레 짐작하기도 한다. 그래서 LG 같은 구단은 무기(선수)가 약하거나 모자란 것보다 병사들의 정신력이 약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개인주의를 버려 팀 전체의 정신력을 높이겠다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인가. 뉴욕 양키스는 선수들에게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고 유니폼에 이름을 넣지 않는다. 팀을 우선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양키스가 야구를 잘하는 것일까? 양키스는 언제나 같은 일을 했지만 80년대에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바닥을 기는 팀이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장발족과 너저분한 콧수염, 턱수염족으로 가득한 보스턴에게 계속 밀리고 있다. 지금 LG 감독인 김재박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매우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 당시 현대는 다른 모든 구단과 마찬가지로 타자 개개인이 다른 등장 음악을 썼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LG는 모든 타자가 같은 음악을 쓰던 90년대 초중반에도 선수 개인의 캐릭터가 강하다는 평가를 듣곤 했다. 적어도 1차대전이 끝난 뒤로는, 전쟁에서 정신력을 과도하게 강조한다는 것은 곧 객관적인 실력의 열세를 자인한다는 의미를 띠게 되었다. 승리를 보증할 만한 전투력을 더 이상 동원할 수 없을 때, 애매한 정신력 따위를 내세우게 된다. 가미가제 작전, 옥쇄 작전을 썼던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이 그런 예다. LG는 현재 투수력, 타력이 모두 8개 구단 중 가장 좋지 않다. 확실히 '정신력' 외에 내세울 것이 없기는 하다. 어떻든 '정신력'을 강화하겠다고 몸부림을 친다고 해서 뭔가 상황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관련기사 ◀☞[과연 그럴까]홀드는 불펜의 힘을 나타내지 못한다☞[과연 그럴까]양준혁보다 걱정되는 오승환☞[과연 그럴까]클락, 발까지 빠른 진짜 보배☞[과연 그럴까]디트로이트의 예상 밖 부진☞[과연 그럴까]전병두 트레이드를 보는 다른 시각
- [과연 그럴까]홀드는 불펜의 힘을 나타내지 못한다
-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세이브 수만으로 마무리 투수의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큰 무리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세이브 기회가 많아야, 즉 팀이 자주 이겨야 많은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마무리 투수를 바로 보기 위해, 세이브 성공률을 계산한다거나 세이브 가운데 터프 세이브의 비율을 따진다거나 하는 노력을 한다. 세이브 수로 마무리 투수를 평가하기 어렵다면, 홀드 수로 중간계투 요원의 능력을 따지기는 더욱 어렵다. 특히 'A팀은 홀드가 많으니 중간계투진이 강한 것이다'는 식의 이야기는 요설(饒舌)에 가깝다. 홀드를 따내려면 세이브와 마찬가지로 소속팀이 일정한 점수 이내로 앞서고 있을 때 등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리드가 유지된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면 된다. 팀 입장에서는 투수를 자주 바꿔대면 홀드수가 마구 늘어난다. 3-1로 앞서고 있는 팀이 6회말에 중간 계투 요원 한 명을 내보내 7이닝까지 막아낸다면 1홀드만 추가되지만, 그 팀이 투수 4명을 동원해 7이닝까지 막는다면 팀 홀드는 '4'가 된다. 위의 표를 보면 투수를 많이 내보내는 팀이 자연스레 홀드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압도적으로 팀 홀드 1위를 달리고 있는 SK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리고 경기당 투수 수가 같은 경우(삼성과 우리, 두산과 KIA)에는 팀순위가 더 높은 팀, 즉 리드를 더 자주 잡는 팀이 홀드도 더 많음이 발견된다. '홀드'가 중간계투진의 강력함과 큰 관계가 없음이 드러난다. 개인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홀드의 가치는 커 보이지 않는다. 강팀에 있는 마무리 투수가 세이브를 올리기 쉽듯이, 센 팀에 있는 중간계투 요원이 홀드를 올리기도 더 쉽다. 더욱 큰 문제는 원포인트 릴리프에 가까울수록 홀드를 올리기 훨씬 쉽다는 점이다. 우선 경기에 자주 나설 수 있다. 그리고 금방 강판되기 때문에 리드를 날려버릴 가능성도 더 낮다. 중간계투로서는 가치는 분명 1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셋업맨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홀드는 원포인트 릴리프 요원이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홀드 챔피언과 그 부문 2위의 성적을 비교해 보자. 모든 면에서 임태훈이 더 고생을 했고, 더 가치 있었으며, 더 잘 던졌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러나 홀드 타이틀은 류택현의 것이었다. 올해도 현재 홀드 1위인 정우람(SK)보다는 조웅천(SK) 임태훈 이재우(두산) 권혁(삼성) 등이 더 좋은 중간계투인 것 같으나, 정우람이 짧게 던지는 좌완이기 때문에 더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중간계투 요원에 대한 평가 척도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돌아갈 상도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홀드는 전혀 또는 거의, 바라는 바의 몫을 하기 어렵다. 홀드 수를 가지고 불펜의 힘과 중간계투 요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큰 무리가 있다.▶ 관련기사 ◀☞[과연 그럴까]양준혁보다 걱정되는 오승환☞[과연 그럴까]클락, 발까지 빠른 진짜 보배☞[과연 그럴까]디트로이트의 예상 밖 부진☞[과연 그럴까]전병두 트레이드를 보는 다른 시각☞[과연 그럴까]기록상 KIA만도 못한 LG
- [과연 그럴까]양준혁보다 걱정되는 오승환
- ▲ 오승환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지난 주말 양준혁(삼성)이 데뷔 후 처음으로 2군에 떨어졌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보다 나이가 젊은 이종범(KIA), 마해영(롯데) 등이 2군에서 살다시피 했던 것을 생각하면, 1969년생인 양준혁이 아직까지 한 번도 야구를 못해 2군에 내려간 적이 없었다는 것이 도리어 더 놀랍다. 양준혁이 타율 1할대(.199)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몹시 충격적이지만, 그가 부진하다는 사실 자체는 새삼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 어쨌든 그는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아닌가. 삼성 팬들이 진심으로 우려해야 할 대상은 양준혁이 아니라 마무리 오승환이다. 물론 오승환은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마무리 자리를 잃지도 않았다. 그뿐 아니라 18일 현재 12세이브로 이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오승환은 분명히 부진하다. 그리고 이 부진은 아주 구조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몇 년간 9회 이후를 염려할 필요가 없었던 삼성도 이제 슬슬 롯데나 우리 히어로즈가 느끼는 두려움을 공유하기 시작하게 될지 모른다. 오승환의 연도별 기록이다. 오승환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일단 쉽게 눈에 띈다. 올 시즌 방어율이 2.65로 데뷔 후 단연 가장 높다. 그러나 구원투수의 성적을 측정하기에는 방어율이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구원투수에게는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더 좋은 판단 근거가 된다. ▲ 연도별 WHIP한 눈에 알아볼 수 있듯이, 오승환의 WHIP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1’을 넘어섰다. WHIP이 1이라는 것은 1이닝을 투구할 때, 주자 한 명씩을 꼬박꼬박 내보낸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오승환은 주자를 매 회 한 명보다 더 내보내는 것이다. 물론 WHIP 1.18은 여전히 상당히 우수한 기록이다. 그러나 오승환으로서는 전혀 좋은 성적이 못 된다. 오승환의 악화된 WHIP이 '결과'라면, 적어진 탈삼진은 그 ‘원인’이 된다. 필자는 투수에게, 특히 마무리 투수에게 삼진을 잡는 능력이 극히 중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LG 우규민, 롯데 임경완 등이 고전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삼진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훌륭한 마무리 투수답게 삼진을 매우 잘 잡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9이닝당 7.94개의 삼진을 잡는 데 그치고 있다. 오승환이 이닝 수보다 적은 삼진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올해가 처음이다. 다시 강조하면, 9이닝당 7.94개의 삼진을 잡은 것이 결코 나쁜 기록은 아니다. 그렇지만 오승환으로서는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오승환은 현재 12세이브, 2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세이브 성공률이 85.7%다. 여전히 우수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40세이브 2블론세이브로 성공률 95.2%를 기록했다. 4강을 장담하기 힘든 삼성에 있어 오승환의 뚜렷한 쇠락은 그 어떤 것보다도 두려운 조짐이다.
- [베이스볼 테마록] 폼생폼사의 비밀 '구대성 그리고 김광현'
-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구대성(40.한화)과 김광현(20.SK). 얼핏 별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사이처럼 보인다. 실제 둘 사이에 이렇다 할 교류도 없었다. 그러나 20년 차이의 두 투수 사이엔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독특한 투구폼 만으로 타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 생활을 한 이만수 SK 수석 코치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우리 타자들은 좋은 능력은 있는데 폼이 다 똑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나같이 교과서 속에서 볼 수 있는 폼으로 친다는 뜻이다. 한국 투수도 마찬가지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보다 쉬운 폼'을 익혀야 비로서 KS 마크가 찍힌다. 그러나 구대성과 김광현은 다르다. 여타의 투수들과는 다른 폼으로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타자들에겐 부담스런 존재다. 쉽게 볼 수 없는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있는 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 구대성 (제공=한화이글스)▲감춤의 미학-구대성구대성은 공을 놓는 순간을 최대한 타자에게 노출하지 않는 투구폼을 갖고 있다. 마치 일본과 미국 무대를 평정한 노모 히데오(캔자스시티)를 연상시킬 정도로 몸을 비틀어 공을 던진다. 구대성이 이 폼을 익히게 된 것은 충남중학교 3학년때. 대전고 진학이 확정된 구대성에게 대전야구의 대부 고(故) 이성규씨가 찾아오면서 부터다. 이성규씨는 야구를 직접 하진 않았지만 야구에 대한 학구열이 강해 어느 야구인 보다 뛰어난 지도력을 갖고 있었다. 현재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인 이효봉씨의 부친이기도 하다. 이성규씨는 당시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과학하는 야구'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어 구대성에게 이 폼을 전수하게 된다. 낙점 이유는 타고난 근력. 워낙 힘이 좋았던 어린 구대성은 이성규씨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게 된다. 몸을 비트는 동작은 허리와 무릎에 큰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보통 선수라면 따라하기도 어려웠겠지만 구대성이라면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투구판 밟는 법에도 비밀이 숨어 있었다. 구대성은 투구판을 45도 정도로 빗겨 밟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의 투수들은 힘을 받기 위해 투구판에 발을 걸치고 던진다. 그러나 구대성은 투구판을 이용해 자신의 폼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중3때부터 부단히 던지고 또 던지며 익힌 기술이다. 끝까지 공이 보이지 않는 투구폼에서 대각선으로 뿜어져 나오는 공은 그야말로 위력 그 자체였다. 특히 구대성의 전성기 시절 한국 프로야구는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 폭이 넓었다. SK 포수 박경완은 "대성이 형 공은 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효봉 위원은 "구대성이 아니면 그폼으로 공을 던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몸에 무리가 되는 폼이다. 그러나 구대성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겨냈다. 프로 입문 후에도 폼이 흐트러지면 아버님을 찾아와 대전고 비닐 하우스에서 공을 던지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 김광현 (제공=SK와이번스)▲높이와 역동성의 미학-김광현김광현의 투구는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하다. 사람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찍는 듯 던지는 투구폼은 그만큼의 힘을 느끼게 한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좌완 샌디 쿠펙스는 현역 시절 높은 타점으로 더욱 유명했다. 김광현의 현재 모습은 당시의 쿠펙스 보다도 더 높고 역동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11월, 주니치 코치연수 중 코나미 컵에서 김광현을 처음 본 LG 서용빈은 "일본에서도 저렇게 높은 타점이 있는 선수는 없다. 저 폼에 밸런스까지 좋다.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타자들, 특히 좌타자들에겐 그 자체만으로도 버겁다. 한 고참 선수는 "마치 앞으로 달려드는 듯 한 느낌이 위압적인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임창용이 그랬다. '우욱' 하며 내 쪽으로 덤벼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투구폼은 독학으로 익힌 것이다. 조금씩 조언을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 힘 있는 공을 던지는 길을 찾다보니 현재의 폼이 완성됐다. 김광현은 "좀 더 빠르고 힘 있게 공을 던지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이게 어렵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결은 하체 힘에 있다. 보통 튼실한 하체가 아니라면 김광현의 키킹 부터 릴리스 까지의 역동성을 이겨낼 수 없다. 김광현은 "그게 얼마나 필요한 건지는 몰랐지만 어릴때부터 공 던지는 것을 빼면 무조건 하체 운동을 했었다. 중,장거리 뛰기는 물론 하체에 힘이 붙을 수 있는 모든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한참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나이.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하체 단련이 반가웠을리 없다. 그러나 김광현은 선뜻 즐거움을 말했다. "도전하는 것이 좋았다. 너무 너무 힘이드는 순간을 이겨냈을때의 성취감이 컸다. 가슴이 '뻥'하고 열리는 느낌이랄까. 프로에 온 뒤 보다 체계적으로 하체 단련을 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기분은 그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 구대성-김광현 (사진제공=한화,SK)▲'양신'이 보는 구대성과 김광현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000안타 고지를 넘어선 삼성 양준혁(39)은 투수, 특히 좌투수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 좌타자에게 버거운 좌투수를 공략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또 공부하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를 '양신'(양준혁 신)이라 부른다. 양준혁은 늘 우스갯 소리로 "우투수는 10억짜리가 들어왔다 해도 잘 안 보지만 좌투수는 2,000만원 짜리라 해도 유심히 살핀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 그가 보는 구대성과 김광현은 어떤 좌완 투수일까. 먼저 양준혁이 본 구대성. "구대성 선배는 공을 언제 놓는지 보기가 너무 어렵다. 그 폼으로 스트라이크 존 양 사이드를 구석 구석 찔러대기 때문에 타자들에겐 버거운 투수다." 실제로 공이 어느 정도까지 늦게 보이는 것일까. 양준혁은 "시간을 실제로 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 2~3초 정도 늦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투수가 던진공이 홈 플레이트까지 오는 데 0,4초가 걸리고, 따라서 타자가 공을 인지하고 치는 데는 0.2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1초마저도 토막을 내야 하는 타격에서 (비록 심리적이지만)2~3초란 시간은 실로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다. 다음은 김광현. 양준혁은 김광현에 대해 묻자 조금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직 더 가야한다는 뜻이었다. 양준혁은 "타점이 높아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다.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폼이고 또 그런 투수다.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말 톱 클래스가 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다. 타점이 높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류현진(한화)이 더 높은데서 던지는 느낌이다. 류현진이 릴리스 포인트를 더 끌고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 제구가 부족하다.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확실히 공략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좋은 투수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내가 이 말을 한 뒤 한달 뒤에 더욱 뛰어난 투수가 돼 있을 수도 있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폼을 갖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돼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베이스볼 테마록]원 포인트 릴리프 이승호에 대한 단상☞[베이스볼 테마록]포수에게 물었다. 초구 치는 타자 어때요?☞[베이스볼 테마록]위기의 조범현호 05년 SK VS 08년 KIA☞[베이스볼 테마록]숫자가 말해주는 로이스터 매직☞[베이스볼 테마록]기록으로 본 두산과 LG의 허약한 득점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