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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하면 재의 표결 총력 대응"
-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21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채해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8일 본회의 재의 표결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재의 표결에서 부결될 경우 이달 30일 제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왼쪽은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사진=연합뉴스)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선 민의 거부 선언이자,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 명령 거부 행위로 규정하고 당력을 집결해서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21일 채해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 직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22~23일 1박2일로 예정된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도 규탄 성명을 채택하고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라며 “25일 ‘국민의 명령은 해병대원 특검이다’는 슬로건으로 야7당 및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아울러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의 표결이 있을 것이고, 민주당 당선인과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SNS 등 여러 방법을 이용해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공개 질의를 하는 방식으로 ‘가표(可票)’를 찍도록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며 “당원이나 일반 국민도 함께 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의 표결에서 부결이 된다면, 22대 국회 개헌 즉시 1호 법안으로 해병대원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대응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관련,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전주(錢主)’로 의심받는 손모씨 등에 대한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다.이 수석대변인은 “판결문을 보면 김건희 여사의 혐의도 명백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제야말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강제 소환’ 조사를 할 때”라며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산하 검사범죄대응TF에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그는 또 “검찰 검사장급 인사 직후에 김건희 여사가 활동을 재개했는데, 24일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차장·부장검사급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후속 인사 역시 김건희 여사 ‘방탄 인사’로 확인되는 즉시 법사위 소집 요구를 하고 TF에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 수석대변인은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당원들과 만나 ‘당원과 당원 권한을 두 배로 늘리자’고 한 발언과 관련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전국 17곳 시·도당위원장을 뽑을 때도 권리당원들의 권리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라며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고 답했다.민주당 현행 당헌·당규 등에 따르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경우 당원 70% 및 일반 국민 30% 투표로 반영한다. 당원 중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권리 비중(표 가치 비율)은 20대 1(20배)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 규정을 개정해 양측 간 권리 비중을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바꿨다. 반면 시도당 위원장 선거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비중이 각각 50%다.이 수석대변인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와 똑같이 할지, 아니면 시도당 특성을 고려해서 조금 달리 정할지는 실무 검토를 받아봐야 알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 관련 논의에 대해선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선) 전혀 없었다”면서, 오는 전당대회와 관련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범야권 "어리석은 선택 말라"…채해병특검법 수용 요구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범야권 정당 대표자들은 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채해병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발동이 유력한 상황에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등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날(20일) 범야권 7개 정당 대표자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통령은 야당이 한마음으로 통과시킨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최고책임자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와 정황을 살펴보면 해병대원 사망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부당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예로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이 혐의를 축소하려고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 기록을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회수한 것 등을 들었다. 사건 관련해 조사를 했던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로 기소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의 호주대사 임명도 석연치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들은 “이렇게 정황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대통령이 정당한 명분도 없이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니,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그러고도 이 정권이 진짜 보수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대통령은 조건없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면서 “만약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선다면, 이는 총선 민심 정면 거부 선언이자 국민 안전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도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 김찬훈 새로운미래 정책위의장,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당선인 등이 참석했다.
- R&D·저출생 예산 늘리며 건전재정 기조…부처별 예산 대수술 불가피
-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내년(2025년) 예산편성시 연구개발(R&D), 저출생대응, 의료개혁 관련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논란이 됐던 R&D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전면 폐지까지 약속하는 등 강력하게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건전재정 기조도 유지하기로 한 만큼, 정부 국정과제에 투입할 재정 마련을 위한 부처별 예산 대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D 예타 제외 추진…순수연구 R&D 탄력 전망19일 여당·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R&D 외에도 △저출생 극복 △어려운 학생 및 취약계층 지원 △의료 5대 개혁 등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란 예산편성을 앞두고 재정운용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최고 회의체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국무총리·국무위원 외에 국민의힘 대표격인 황우여 비대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참여한다. 올해 재정전략회의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R&D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26조5000억원으로 책정, 전년(31조1000억원) 대비 14.8% 감축했다. 3년 전인 2021년(27조5000억원)대비로도 줄어든 규모다. 정부는 나눠먹기식 예산을 감축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과학기술계와 사전소통이 부족했던 데다 미래 성장동력까지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올초부터 역대 최대 수준의 R&D 예산 책정을 예고했던 정부는 재정전략회의에서도 이같은 방향성을 강조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R&D 예타 전면폐지”까지 언급했다. 예타란 총 사업비 500억원(국고지원 300억원 이상)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R&D 예타가 면제되면 경제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순수 R&D 사업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R&D는 크게 순수연구·장비구축·건설공사 등으로 나뉘는데, 정부는 이중 건설공사를 제외한 순수 및 장비구축 분야의 예타를 면제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R&D 예타를 면제하더라도 과학전문기관의 전문검토 기능을 강화하면 우려하는 예산누수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또 법 개정전에도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치면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재정법 38조 2항 10조에 따르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앞서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했던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 확충 및 취약계층의 기초연금, 생활급여 확대 등에 재정투입을 강화키로 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예산은 재정투입을 강화하는 동시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재검토도 병행한다.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 △지역 의료 발전 기금 신설 △필수 의료 재정지원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 △필수 의료 R&D 등 5대 의료개혁 예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차질없는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적극적 예산투입을 강조했다.◇尹 “각 부처 지출 줄여라”…부처별 고강도 예산조정 불가피 정부는 R&D 사업을 포함한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재정투입을 강조하면서도 건전재정 기조는 유지할 것도 확인했다.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재정 신규투입에 복지·이자 등과 같이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증가분을 고려하면 기존 부처별 사업예산을 감축·축소해야 건전재정 기조를 지킬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의무지출 예상액은 373조3000억원으로 올해(347조4000억원) 대비 무려 25조9000억원(7.5%)이 증가한다. 올해 전체 예산(총지출·656조6000억원)이 전년 대비 약 18조원 증가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훨씬 강력한 긴축운용이 필요한 셈이다. 올해는 의무지출 예산이 지난해(340조3000억원) 대비 약 7조원만 증가했기에 그나마 의무지출 확대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재정전략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처별 강력한 예산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부처 예산을 편성할 때는 키울 사업과 줄일 사업을 잘 구분하라”며 “각 부처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 증가분이 모두 의무지출에 해당해 신규 증액사업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부처별로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사전소통 부족으로 더욱 마찰이 컸던 R&D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부처가 앞장서서 설득에 나설 것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내년 세수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처별 예산 재구조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분야의 집중 구조조정보다는 전체 분야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이 순간에도 방폐물 쌓이는데…고준위 특별법은 또 '좌초 위기'
- [이데일리 윤종성 강신우 기자] 21대 국회 임기가 이달말 마무리되는 가운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을 둘러싼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여야는 이달 초만 해도 21대 국회에서 고준위법을 처리하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골이 깊어지면서 회기내 처리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불과 6년 뒤인 2030년부터 포화에 도달해 원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19일 관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고준위 특별법은 이달말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여야는 고준위방폐법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소위원회를 오는 21일까지 개최하려 논의 중이지만, 미온적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 후 여야간 대치국면이 이어지면서 고준위 특별법 등 민생법안 논의는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말한다. 일정 기간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밀폐공간에서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고리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간 뒤 40여 년간 25기의 원전을 가동해 왔지만, 아직 영구처리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그사이 사용후핵연료는 1만8600t(톤) 이상 쌓였다. 원전 부지내 습식 수조에 보관했지만, 공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건식 저장시설을 만들기도 했지만, 영구 시설은 될 수 없다.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원전 등이 향후 10년내 저장공간이 포화된다. 원전 내 저장시설 건설을 서두르지 않으면 사용후핵연료를 둘 곳이 없어 원전을 멈춰야 한다. 전기 사용 제약은 물론, 반도체·철강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주요 산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의미다. 정재학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학회장은 “고준위 방폐장은 최종 완공까지 30년 넘게 걸린다”며 “당장 시작해도 2050년 이후에나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관련법안이 발의됐지만, 그간 수 차례 논의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정부·여당이 한발 물러서 저장용량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야당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극적 합의에 도달하는 분위기가 포착됐다. 하지만 이달 들어 여야가 추경호(국민의힘)·박찬대(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으로 전해졌다.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먼 일이 아니다. 당장 6년 뒤에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없어 원전 출력을 낮춰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며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고준위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원전 상위 10개국 중 부지 선정에 착수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 뿐”이라면서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비용 증가, 안정적인 전력 생산에 대한 위협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고리 3, 4호기.(사진=연합뉴스)
- 5·18로 개헌 공감대 이뤘지만…野 ‘거부권 제한’ 압박에 첩첩산중
- [이데일리 이도영 기자] 야권에서 제안한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국민의힘이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으면서 여야가 22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헌법 개정 범위에 대해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데다 야권 일각에서 대통령 거부권 제한과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까지 압박하면서 실제 개헌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5·18 계기로 정치권서 개헌 논의 활발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제7공화국’ 개헌을 제안한 이후 거대 양당이 개헌 이슈에 뛰어들고 있다.앞서 조 대표는 지난 17일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 신설 △대통령 4년 중임제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수준 임금 명문화 △토지공개념 강화 등을 제시했다.이 중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데엔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것(5·18 정신)이 지역적으로 광주에 국한된 게 아니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운동의 요체가 돼서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밝혔다.민주당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여권을 재차 압박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스스로 공약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입장을 기대했지만 올해도 답을 듣지 못했다. 벌써 세 번째”라고 지적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단지 유권자들의 표를 노린 거짓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이 제안하는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응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민주당 내부에선 개헌 범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18 원포인트 개헌’을 앞세우고 있으나, 일부 의원들은 여기에 더해 대통령 권력 견제를 주장하는 것이다.민주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헌법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명시하고 대통령이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개헌을 제안했다.‘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해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자신의 주변 인물을 지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의원은 “무소불위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염태영 민주당 경기 수원무 국회의원 당선인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37년이 흐른 지금, (헌법이) 그동안의 시대적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비롯해 수도 이전을 위한 조항 신설, 5·18 헌법 전문 수록 등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데 모두 좋은 의제들이다. 여기에 지방분권형 개헌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통령 거부권 제한, 생각할 여지 없어”정치권에서는 실제 개헌 논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헌 범위에 대한 여야의 생각이 다른 데다가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장한 ‘5·18 원포인트 개헌’을 받아들여도 정작 논의에 착수하면 거대 야당 입맛에 맞는 조항을 압박할 것으로 의심한다.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받을 수 있겠지만, 전문만 다루는 개헌이 되겠느냐”며 “원포인트 개헌을 기회로 논의 테이블을 만든 다음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넣자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더군다나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통령 거부권 제한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거부권 제한은 생각해 볼 여지가 없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며 “이견 때문에 개헌 논의를 오래 끌지 말고 양당이 서로 합의한 부분에 대해서만 하자”고 선을 그었다.이 의원은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서도 “다른 것은 손을 안 보고 중임제로만 가자는 것은 조국 대표가 당장 이번 대통령을 4년 만에 밀어내겠다는 단기적인 시각”이라며 “권력구조 개편은 장기적으로 논의해 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