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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보 재정 누수 막기 위해…특사경법 이번엔 국회 통과해야”①
- [이데일리 이지현 안치영 기자] “국민건강보험 누수를 막기 위해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법이 꼭 통과돼야 합니다.”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위해 꼭 필요한 2가지로 특사경 도입과 비급여 관리를 꼽았다.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아 국민이 적절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의사들 반대해도 국민 위해 꼭 필요한 일”현행법은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 개설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사라 하더라도 의사 한 명은 하나의 의료기관 개설만 가능하다. 이미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의사를 ‘바지사장’으로 고용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은 불법의료기관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개설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환자=돈’으로 인식하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병실 안에 환자 침대를 빼곡히 채워 넣고, 서류상 가짜 환자까지 만들어 멀쩡한 사람을 입원환자로 둔갑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해 법으로 엄격히 금지해왔다.하지만 사무장병원은 난립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0년간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사례는 1447곳이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100곳 이상씩 적발되던 것이 수법이 좀 더 교묘해지는 등의 이유로 적발건수는 100건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정기석 이사장은 “사무장병원 신고자에게 2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사람도 면허를 대여해 준 의사도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의사면허 자격 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도 내려진다. 공단은 사무장병원이 운영되었던 기간 중 10년간 지급했던 요양급여 진료비(공단부담금+자기부담금)를 환수한다.하지만 여기에 급여비 전액을 환수할 수 없다는 허점이 있다. 의료기관 일상 운영비 등을 고려해 지급된 급여비 일부는 ‘정상’으로 간주해 그 부분을 감면한 후 징수해야 한다. 또 공단이 관여하지 않는 ‘비(非)급여’ 진료비는 환수 대상이 아니다. 이런 점을 노려 ‘비급여’가 많은 영역의 진료를 위주로 하는 불법의료기관이 적지 않다.문제가 발생해, 폐업 또는 잠적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의 수사권이 없어 행정조사로 불법개설을 추정할 수 있지만, 실제 경찰 수사와 행정처분까지 소요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지난 10년간 환수결정금액은 2조 6543억원이나 되지만 실제 환수액은 1956억원에 그치고 있다. 환수율이 8%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건보재정 누수로 이어진다.이를 틀어막기 위해 정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국회를 찾았다. 그리고 의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특사경 제도 설득에 나섰지만, 일부 반대 의견에 회기 만료로 법안은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20대 국회에선 법사위 문턱조차 밟지 못했던 안건이 법사위서 다뤄진 것만으로도 작은 성과였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국회에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그동안 국회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다. 의료단체들은 의료인의 기본권 제한은 물론 공단에 사찰권까지 부여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침탈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자정 운동을 통해 근절해 나가겠다고도 했다.정 이사장은 “의사협회에서 찾아와 기회를 달라며 자율 자정에 맡겨달라고 했지만, 의협의 적발건수는 0건”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자정노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정 이사장의 강한 드라이브에 법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그를 향한 의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건 오기도 아니고 의료계에 부정이 있어서도 아니다. 사회 정의에 관한 문제”라며 “건보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건강보험 재정 비급여 관리 핵심비급여 관리도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급여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료 서비스,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거나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서비스다. 문제는 물리치료인지 마사지인지 모를 정도의 행위들이 비급여라는 이름으로 행해져 의료비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비급여 본인부담액은 2013년 17조 7129억원에서 거의 매년 증가해 2021년 30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32조 3213억원까지 늘었다. 정 이사장은 “단순 건강관리 목적인지, 치료 목적인지 애매한 것들을 하나씩 발견해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를 위해 공단은 올해 처음으로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 보고제도를 실시했고 95%(7만 2815개소 중 6만 9200개소 참여)라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공단은 자료 축적을 통해 전체 비급여를 파악해 유사한 것은 묶어서 코드화하고 원가도 분석할 계획이다. 신규 비급여도 꾸준히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정 이사장이 생각하는 의료비용 지출 방식은 엄격한 프로세스를 통해 걸러진 비급여, 즉 국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급여는 실손보험에서 보장해 주는 형태다. 정 이사장은 “실손보험은 필요하며 공보험이 발달한 영국에서도 사보험에 가입한 국민이 많다”며 “다만 국내 사보험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업계는 꼭 필요한 비급여에 대해서 보상을 하되 비급여가 무분별하게 확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선 앞으로 공공에서 정리하면 민간보험이 의심하지 않고 실손보험업을 영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정 이사장은 “국민 중 4000만명이 이미 사보험을 들고 있다”며 “당장 구조 개선은 어렵지만 이러한 역할 정립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비급여 관리와 경상의료비 증가세 억제, 이는 모두 건강보험 재정과 연결돼 있다”며 “이러한 재정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정기석 이사장은△1958년 대구 △서울의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 △한림대학교성심병원장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의료원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 △중앙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 [데스크 칼럼]청소년 도박 근절 '컨트롤 타워'가 없다
- [이데일리 김영수 사회부장] “설마 내 아이가 그러겠어!” 부모는 아이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아침에 학교에 갔다 하교 후에는 학원과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일 것이라 굳게 믿는다. 아쉽게도 전문가들은 부모는 아이를 잘 모른다고 경고한다. 아이가 직접 털어놓지 않으면 집 밖에서 무슨 일을 겪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다. 그런데 학교마저 달라졌다.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공부 이외 다른 목적으로 학교에 간다. 10대 청소년이라는 가면을 쓴 채. 이들은 폭력뿐 아니라 마약, 도박 등 다양한 범죄에 같은 반 아이들을 끌어들인다. 최근 적발건수가 높아지고 있는 마약과 도박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도박은 마약보다 끊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독성이 심각하다. 넷플릭스 일본 애니메이션 ‘카케구루이(도박중독자)’는 학교 내 청소년 도박 만화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내용은 상상 이상이다. 작품의 무대인 사립학교에선 정·재계 유력가문 자제들이 연일 열리는 도박장에서 천문학적 판돈이 걸린 다양한 갬블을 벌인다. 승부에 진 패자는 ‘가축’이란 은어로 불리며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지금 우리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카케구루이’를 연상케 할 정도다. 최근 본지의 청소년 도박 실태 기획 기사에 등장한 불법 도박 사이트 총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가명·18)군의 인터뷰 내용은 충격적이다.(☞“절대 안 잡혀, 내 꿈은 토사장” 간 큰 10대 도박 총책) 고1 때부터 불법 도박 사이트 회원을 모으는 방식으로 범죄에 가담한 이 군은 “정말 공부만 하는 친구가 아니라면 다들 한 번쯤은 (불법 도박을)해 봤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도박 범죄에 연루된 청소년은 폭증세다. 용혜인 의원실(기본소득당)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도박 범죄 소년 검거 인원은 72명이었지만 2020년 91명, 2023년 169명, 2024년 8월 기준 328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정부는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청소년 도박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공익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문을 걸어잠근 아이, 용돈을 올려달라는 아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달라는 아이 등이 부모에게 다양한 형태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최대 10%에 달하는 불법 사채를 빌리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을 구한다는 건 왠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제는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도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경찰청, 교육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서가 연계돼 있지만 각 부처간 유기적인 통합·일괄된 정책은 부재한 상황이다. 더구나 청소년 도박을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부처 역시 전무하다. 도박사이트 운영에 사용된 운영자들의 계좌와 전화번호를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온라인 불법 도박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도박 근절을 위해선 당·정뿐 아니라 학교, 가정 등 범정부 차원에서 컨트롤 타워를 세우고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만 한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이 더 이상 도박의 늪에 빠져선 안된다.
- "국회의원도 나섰다"…'제2중앙경찰학교' 아산·예산·남원 3파전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한해 5000명이 넘는 신임 경찰관이 교육받게 될 ‘제2중앙경찰학교(제2중경)’를 유치하기 위해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충남 아산과 예산, 전북 남원 등 지자체는 지역 경제 효과 등을 노려 사활을 걸고 제2중경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내년으로 예정된 최종 선정 부지 발표까지 과열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청(사진=이데일리DB)◇아산 ‘경찰 특화’ vs 예산 ‘교통 편리·경찰 타운 확대’ vs 남원 ‘국공유지 활용’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제2중경의 1차 후보지는 충남 아산과 예산, 전북 남원 등 3곳이다. 경찰청은 당초 다음 달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경찰청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부지 사용가능성 검증과 비용편익 분석(B/C)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내년쯤 최종 후보지를 확정하겠다고 계획을 변경했다.앞서 제2중경 유치에 전국 47곳 지자체가 응모 신청서를 접수했고 아산과 예산, 남원이 1차 후보지로 선정됐다. 아산은 ‘경찰 특화 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아산에 경찰대학, 경찰인재개발원, 경찰수사연구원, 경찰병원(추진 중) 등이 있어 교수 인력 확보가 용이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미래치안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연구기관과 연계한 무인순찰 자율셔틀, UAM 등 미래치안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들었다.예산 역시 수도권에 인접하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국립공주대 부지를 활용해 토지매입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또 아산에 집적된 경찰공공기관 입지를 인접지인 예산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남원 경우엔 부지 전체가 국공유지로 비용 면에서 재정 효율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평균 경사도가 15도로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주민들이 유치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여론이 호의적이기도 하다. 특히 남원은 경쟁지역인 충남에 이미 경찰 관련 기관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영호남을 부지로 선정해야 한다며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인구 감소 위기 지자체들, 젊은 층 유입으로 지역 경제 효과 기대각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인구 감소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을 유치하면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중경을 유치하면 연간 3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와 약 300명 상주인력 유입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경찰학교 특성상 젊은 층이 오가면서 소비활동이 증가하고 서비스업도 성장하는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지역에 경찰 관련 기관을 유치함으로써 지역 치안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 같은 이유 탓에 관련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토론회 등을 열고 제2중경을 각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 후보지 선정이 밀리면서 과열 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경찰청은 기존 충북 충주 수안보에 있는 중앙경찰학교만으로 경찰관의 교육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에 제2중경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경찰학교는 1987년 개교해 노후화가 심각해 신임 경찰관들에게 최첨단·현장형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경찰청은 향후 제2중경교에 증강현실(VR) 등 현장 시뮬레이션 교육을 갖춰 심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게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계획으로는 기존 중앙경찰학교에서 기본 교육을 하고, 제2중앙경찰학교에서 심화교육을 진행하는 안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르면 2027년도쯤 예산을 확보해서 2030년 정도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1차 후보지들은 연구용역을 통해 부지선정위원회에서 결정, 자격을 갖춘 곳으로 향후 최적의 후보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리스크보다 필요성이 더 크다"…금통위 금리인하 결정 어떻게 나왔나
- [이데일리 장영은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결정한 이유는 향후 경제 성장 경로에 대한 우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금리 인하 결정의 발목을 잡았던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이와 연동한 가계부채 둔화세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지만,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자 내수 부진과 성장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된 것이다. 다만, 금리 인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도 높았다. 이번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긴 했지만 3개월 내 금리전망에선 5대 1로 동결이 우세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 점을 인정하면서 미국만큼 빠른 속도와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못 박은 바 있다.한은 금통위는 이달 11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사진= 한국은행)◇가계부채 둔화 시작 확인하자 ‘성장’으로 기운 무게추29일 공개된 지난 11일 금통위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 6명 중 5명은 금리 인하를 지지하면서 성장 경로의 하방 리스크 혹은 내수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달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는 2021년 8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금통위원들은 수출이 끌고 내수가 회복되면서 우리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인하 의견을 낸 의원들은 내수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정부 지출 감소로 건설투자 부진 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예상보다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한 위원은 “향후 국내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지만 건설투자 부진 등 성장의 하방 리스크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국 경기 흐름, 글로벌 IT경기 향방,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과 관련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다소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내수 회복세가 더디고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돌았다”고 진단했고, 또 다른 위원은 “수출의 내수 파급효과 제약, 자영업 부문의 구조적 어려움, 고령화에 따른 취업자수 증가폭 둔화와 소비성향 하락, 보수적인 재정운용 등으로 그(성장)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기업대출 및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과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통화정책이 완충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각각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이유로 언급됐다. 지난 6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사진= 연합뉴스)◇가계부채·수도권 집값에 대한 우려도 여전 연초부터 저울질했던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음에도 금통위원들의 고민은 어느 때보다 깊었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하’라는 평가에 걸맞게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입장이 다수 확인됐으며, ‘동결’ 소수의견도 나왔다. 특히 금융안정 위험으로 꼽혔던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도 여전했다. 한 위원은 “부동산 경기는 지속성(persistence)이 강하고 시장참여자의 기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시장이 진정되었다고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른 위원도 “가계부채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의 영향 등으로 향후 증가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우려는 여전히 크다”고 했다. 추가 금리 인하를 언급하며 가장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의견을 낸 위원도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의 추세적 흐름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정책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과 관련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에 대해 “10월에 저희가 부탁드린 것처럼 효과가 났다고 보고 있고 계속 모니터링 중인데 효과가 계속 나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은 다음달 초에 있을 미국 대선과 중국의 경기, 중동 리스크 등 대외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점에도 입을 모았다. ◇‘동결’ 소수의견 낸 장용성 위원 “아직 더 지켜봐야”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홀로 ‘동결’ 의견을 낸 장용성 위원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안정 리스크를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내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견고한 수출에 힘입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장기 평균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이어 “건설 경기 부진을 포함한 미약한 내수, 일부 취약부문의 높은 연체율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환경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생각되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장 위원은 9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선호 지역의 공급 부족 우려 등 주택가격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며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추이를 좀 더 확인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민간 소비 침체에 대해선 누적된 물가상승 영향이 크다고 봤다. 그는 “누적된 물가상승으로 인한 높은 물가수준이 소비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내려왔어도 안정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 향상과 민간소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아울러 장 위원은 “고금리 기간 동안 가계와 기업 부문이 체질 개선을 위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더 이뤄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