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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옛날 그곳엔 정말 토끼가 살았을까…
-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계묘년의 상징 동물은 토끼다. 예부터 토끼는 신성한 존재였다. 달 속에 산다고 해 영험한 존재인 ‘달의 정령’(精靈)이라 불렀다. 달 속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믿음에 달을 토월(兎月)이라고도 했다. 고대 중국 도교에선 달에 사는 토끼를 불로불사의 영약을 만들기 위해 방아를 찧는 옥토끼라 했고, 불교에선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천체를 위해 불 속에 자신의 몸을 던져 보살행을 행한 존재로 여겼다. 통일신라의 귀족들은 달에 사는 토끼처럼 아무 근심 없는 평온한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을 담아 대저택의 수막새에 토끼 형상을 새겨 넣기도 했다. 조선시대엔 왕비의 침천인 창덕궁 대조전과 경복궁 교태전 뒤뜰에 토끼 형상을 새겨 평안과 장수를 기원하기도 했다.중국 역사서 사기와 한서는 이러한 토끼의 성정을 ‘무성하고 우거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토끼는 한달 임신기간에 5~6마리씩, 일년 내내 번식이 가능해서다. 산술적으로 한해 최대 60~70마리까지 출산이 가능하다. 토끼를 두고 다산다복의 상징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오래된 한자사전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선 ‘토끼 묘(卯)’자를 겨우내 언 땅이 녹는 2월 만물이 문을 열듯 땅을 뚫고 나오는 형상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한다.영검하고 영특한 토끼의 기질을 엿볼 수 있는 고전 우화소설 ‘토끼전’의 발원지로 알려진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의 ‘자라바위’ 앞 토끼와 자라 석상. (사진=태안군청)◇토끼전에 담긴 ‘시대불변’ 풍자와 해학토끼의 영검하고 영특한 기질은 고전 우화소설 ‘토끼전(별주부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용왕의 병 치료를 위해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로 나온 자라(별주부)에게 속아 용궁으로 붙들려간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부지하는 내용의 토끼전이 기록된 첫 문헌은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이다. 신라 선덕여왕 11년 고구려와 동맹을 맺기 위해 사신으로 갔다 억류된 김춘추가 ‘구토지설’(龜兎之說)에 등장하는 토끼의 꾀를 발휘해 무사히 돌아왔다는 이야기다.꾀 많은 토끼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자라의 이야기는 판소리(수궁가·토별가·토끼타령·별주부타령), 소설(토끼전·별주부전·토생원·구토지설) 등 다양한 형태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시기와 지역에 따라 영약인 토끼의 간이 필요한 인물은 심장병을 앓는 용왕의 딸에서 주색에 빠져 불치병을 얻은 용왕으로 바뀌고 이야기 무대도 동해에서 서해, 남해로 다양해졌다. 최근엔 유튜브 조회수 5억 뷰를 넘긴 한국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범 내려온다’편을 부른 퓨전 국악밴드 이날치가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가 수록된 앨범 ‘수궁가’를 발매하기도 했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구전설화에는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깔려 있다. 긴 세월 민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토끼전 역시 그렇다. 용왕과 별주부 등 수궁대신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지배 관료층 그리고 이들을 골탕먹이는 토끼는 피지배층인 농민, 서민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토끼전은 불공정, 불공평이 당연시되던 신분계급 사회에서 민중들의 꽉 막힌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통쾌한 복수극이었던 셈이다.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청포대 해변 독살. ‘토끼전’ 발원지로 알려진 원청리는 해안가에 돌로 담을 쌓아 고기를 잡는 전통어업 방식인 독살 체험 명소로 유명하다. (제공=태안군청)◇자라가 첫발 내디딘 ‘용새골’… 간 감춰놓은 ‘묘샘’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와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는 토끼전의 발원지임을 자부하는 곳들이다. 마치 꾀쟁이 토끼와 수궁대신 별주부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실제 벌어진 역사의 현장인 듯 마을 곳곳에 고대 설화의 흔적이 남아있다.해안가에 돌로 담을 쌓아 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 방식인 독살 체험 명소로 유명한 태안군 원청리는 마을 앞 청포대 해변이 토끼전의 무대였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용왕의 명을 받고 토끼 생간을 구하러 육지에 올라온 자라가 첫발을 내디뎠다는 ‘용새골’, 자라의 꼬임에 넘어간 토끼가 간을 떼어 청산녹수 맑은 샘에 씻어 감춰 놓았다고 한 ‘묘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토끼가 속임수에 넘어간 자라를 놀려댄 후 유유히 사라진 ‘노루미재’, 토끼를 놓친 아쉬움에 탄식하며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자라바위’ 등 토끼전 스토리가 마을 전체를 무대 삼아 펼쳐져 있다.마을의 원래 이름인 원청리보다 별칭인 별주부마을로 더 유명한 이곳은 올해 검은 토끼해를 맞아 대대적인 마을 정비에 들어갔다. 마을 중심에 지난 2010년 세워진 전망대 기능의 별주부센터(지하1층·지상9층)는 지난해 12월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올 4월 재개장한다. 해마다 음력 정월 자라바위 인근에서 토끼의 잘못을 사죄하고 용왕의 건강을 기원하며 지내던 용왕제도 2024년부터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토끼와 자리가 끝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토끼전’ 전설이 깃든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비토섬’ (사진=사천시청)◇용왕 노여움 두려웠던 자라, ‘자라섬’이 되다사천시 비토섬에 전해지는 토끼전은 보기 드물게 비극적인 결말을 지녔다. 비토섬의 토끼전은 섬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천황봉에 사는 금실 좋은 토끼 부부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느 날 자라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남편 토끼는 임신한 아내를 두고 용궁까지 따라갔다 “비토섬 월등도 산중턱 바람 잘 통하고 그늘진 계수나무(해송) 가지에 간을 걸어두고 왔다”는 거짓말로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토끼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야기의 반전은 이후부터다.자라 등에 업혀 용궁을 무사히 빠져나와 비토섬 ‘월등도’에 다다른 토끼는 밝은 달빛에 비친 수면 위 육지로 성급히 뛰어내리다 바닷물에 빠져 죽고 만다. 그렇게 생을 마감한 토끼는 죽어 ‘토끼섬’이 되고 용왕의 노여움이 두려웠던 자라 역시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해 ‘자라섬’이 됐다는 이야기다. 비토섬 토끼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편을 용궁으로 떠나보낸 아내 토끼가 돌끝에 서서 매일 남편이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 결국 떨어져 죽는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비토리 비토섬과 토끼섬, 자라섬 위로 자혜리 목섬이 바로 아내 토끼가 애절한 망부가를 불렀을 그곳이다.풍자, 해학보다 애절한 부부의 정이 더 강렬한 토끼전이 전해지는 비토섬은 자라등에서 성급히 뛰어내린 토끼처럼 날아가는 토끼 형상을 닮아 ‘비토’(飛兎)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내륙과 섬을 잇는 연륙교가 놓인 덕에 바다를 거스르는 뱃길이 무색해진 비토섬에선 썰물 때에 맞춰 월등도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절경을 이루는 비토해안길은 사천 8경 중 하나로 유명하다.
- '가뭄 속 단비' 같은 77조…산업계 '제2 중동붐' 기대감
- [이데일리 이준기 함정선 김형욱 김관용 하지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40조원), 아랍에미리트(UAE·37조원) 등 중동의 부국들을 상대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잇따른 세일즈 외교가 제2의 중동붐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 속에 우리 산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로선 이를 극복할 가뭄 속 단비처럼 향후 후속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이번 투자 유치 대부분이 구속력이 거의 없는 양해각서(MOU) 단계인 만큼 실제 오일머니를 흡수하기 위해선 정부·기업 간 유기적인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중동 지역 맹활약 예고한 K-원전·K-방산이번 UAE로부터의 37조원 투자 유치는 이명박(MB)정부 때인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출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우리 기업들이 안전확보·약속이행 등 모든 면에서 UAE의 찬사를 받으며 신뢰를 끌어낸 게 결정적이었다는 의미다. 당장 원전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윤 대통령 UAE 순방을 계기로 에미리트 원자력에너지공사(ENEC)와 제3국 원전 공동진출 등 내용을 담은 넷제로(탄소중립) 가속화 프로그램 추진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더 나아가 아직 공식화한 건 아니지만 UAE 내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도 거론된다. UAE는 바라카 1~4호기 상업운전이 이뤄지면 자국 전력 수요의 최대 25% 정도만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바라카 원전 사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유일한 원전 주기기 제작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소형모듈원전 뉴스케일파워의 초도원전 주기기 제작을 맡는 등 SMR 분야의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원자력 수출 허가도 빨라지는 점도 호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UAE 연방원자력규제청의 행정 약정 체결로 핵연료 공급사업, 원전 유지보수 사업 등 수출허가 시간이 최대 6개월 줄어든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앞 왼쪽)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모하메드 알 하마디 UAE원자력공사 사장과 넷 제로(탄소중립) 가속화 전략 협력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전)수소·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수혜가 예상된다. 2021년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의 블루 암모니아 사업 지분 10%를 확보해 공동사업자에 선정된 GS에너지 등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현지 2개 기업과 수소와 신·재생에너지 사업, 송전·가스발전 사업을 추진키로 했고 ㈜대한이앤씨는 현지 폐기물관리국(WMA)와 폐기물을 발전용 고형연료화하는 시설의 현지 건설을 추진한다.K방산의 활약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한·UAE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MOU’ 체결을 계기로 UAE가 ‘한국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과 T-50 고등훈련기 등을 수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UAE는 작년 1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에 대해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수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UAE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별도로 수송기 국제공동개발센터 운영 협력 등을 포함한 ‘다목적 수송기 국제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맺은 만큼 KAI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다목적 수송기(MC-X) 개발에 UAE가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관계자는 “UAE가 K방산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코리아) 2022’를 통해 한국형 다목적 수송기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이데일리DB)◇우주·과학·바이오, 전방위 협력 물꼬 텄다과학·ICT 분야에서도 전방위적 협력 물꼬가 트일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이 우주탐사와 위성항법, 발사서비스 등 우주 전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만큼 UAE 모하메드빈라시드 우주센터(MBRSC)는 2026년 달에 보낼 달 탐사 차량(30kg급 로버)에 한국천문연구원 장비(탑재체)를 탑재할 가능성이 커졌다.ICT 분야에선 클라우드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중동아프리카 법인(MEA)을 설립, UAE.사우디 지사를 둔 베스핀글로벌의 활약이 기대된다. 작년 12월 UAE의 디지털 선도 기업인 이앤엔터프라이즈로부터 1400억원 상당의 신규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모기업인 이앤의 클라우드 사업부를 통합해 합작법인(JV)을 설립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MSP)로 도약하는 게 베스핀글로벌의 목표다.바이오 업계에서도 화색이 돌고 있다. 한·UAE 간 바이오산업 최초로 메디톡스와 두바이사이언스파크가 ‘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에 관한 MOU’를 체결함에 따라 메디톡스는 두바이 현지에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유일 비동물성 액상 톡신 제제 ‘MT10109L’ 기반의 생산시설을 건립한다. 장기적으로 35조원에 달하는 아랍권 미용, 의료 시장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지난 16일 UAE 아부다비 릭소스 마리나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우)와 두바이사이언스파크 마르완 압둘아지즈 자나히 대표(좌)가 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 MOU를 체결하고 있다.(사진=메디톡스)◇“AAM 주요 전략지”…“유통 주도권 강화”수년 전부터 UAE와 친환경차 분야에서 협력을 다져온 현대차그룹은 UAE를 수소차.전기차 등 친환경을 비롯해 미래 항공모빌리티(AAM)의 주요 전략지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8년 UAE 두바이에 ‘LF 쏘나타 하이브리드’ 택시 공급을 시작으로 다음 해 UAE 두바이 도로교통청(RTA) 산하 디티씨(DTC)와 현지 최대 규모 택시 업체 카즈 택시에 역대 최대 규모인 쏘나타 하이브리드 택시 1232대 공급 계약을 따낸 바 있다. 2021년에는 UAE 아부다비 경찰청과 업무수행 차량을 위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100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UAE 내에서 꾸준히 현대차 브랜드를 알려왔다.전자업계도 ‘중동 특수’에 발을 걸치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중동 지역이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쿠웨이트 외에도 이집트, 이란, 레바논, 요르단, UAE, 사우디 등 중동 주요 국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샵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별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지속 늘려간다는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현지 유통 주도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제조업과 원전, 수소 산업 등 기술 집약 산업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UAE가 협력을 강화한다면 한국은 중동 지역 진출의 강력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고 UAE는 지식과 기술 기반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며 “양국이 상호 윈·윈 하는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교육부, 교육감직선→러닝메이트제 추진…"직선제 부작용 개선"
-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교육감직선제를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동반 출마)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2007년부터 시작된 교육감 직선제가 ‘깜깜이 선거’, ‘복마전 선거’로 불리며 부작용이 부각된 결과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작년 6월 2일 제주시 도남동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증 교부식에서 오석준 제주선거관리위원장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뉴시스)교육부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러한 내용의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이 지역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국회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말했다.◇정당 개입 차단, 선거비 각자도생 2007년부터 시작된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후보들은 선거자금을 ‘각자도생’식으로 조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 61명이 사용한 선거비는 총 677억원으로 1인당 11억원이 넘는다. 작년 6.1 지방선거에서도 교육감 후보로 등록한 61명이 총 6607229만원, 1인 당 10억8415억원의 선거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당선자가 교육감 취임 후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뇌물수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교육감은 모두 11명이나 된다.아울러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를 인식하지 못한 채 투표장으로 향하는 등 ‘깜깜이 선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부총리는 “교육감 직선제로 교육의 정치화, 깜깜이 선거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 러닝메이트제 도입으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교육감 러닝메이트제가 실현되려면 현행 지방교육자치법·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정법률안 통과가 어렵기에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러닝메이트제를 반대하고 있다. ◇대학 정원 규제 완화도 추진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대학이 학생 정원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고등교육 분야 규제 개혁의 골자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부터 교원확보율 요건을 폐지하고, 대학이 입학정원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학생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대학에 대한 정원, 학사, 재정운영 규제를 제거하고 정부주도의 평가를 폐지하는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중 이러한 내용을 반영, 대통령령(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교육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사업(올해 기준 1조3677억원) 예산은 인건비·경상비로 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그간 교육부 인증을 통과한 대학에 균등히 나눠주던 일반재정지원 예산은 학생 교육사업에만 쓸 수 있도록 용도가 제한됐었다. 그간 교육부 주도로 실시된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진단)은 폐지되고 대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학 기관인증평가와 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으로 부실대학을 걸러낼 방침이다. 상대평가인 교육부 대학진단을 절대평가인 기관인증평가로 바꾸고 재정진단을 통해 한계대학의 청산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 이 부총리는 “경영위기대학 진단, 한계대학 자발적 퇴출 등 구조개혁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에 대학지원 권한 이양 지방자치단체의 대학 지원권한도 대폭 확대된다. 당장 내년부터 지자체 5곳을 지역혁신중심대학 지원체계(RISE)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고 2025년부터는 전 지역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앙정부가 가진 대학지원권한을 지방정부로 넘겨 지자체가 지방소멸에 대처토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고등교육기관의 설립 승인 권한도 올해 내로 지자체로 이관된다. 이 부총리는 “지역의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지역과 대학의 발전전략이 연계돼야 한다”며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해 선택과 집중에 의한 대학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반도체 특성화 대학 사업’을 신설하고 올해 8개 대학을 선정, 지원하기로 했다.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위한 단기 집중 교육과정도 올해 10개 대학에 신설된다. 이 부총리는 “바이오헬스, 환경·에너지, 우주·항공, 첨단소재 등 핵심분야별 인재 양성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연내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 고교학점제 앞두고 불 붙은 절대평가 논란
-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교학점제 성취평가 방식에 대해 오는 2월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절대평가 전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통과목을 듣는 고1까지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방안 등 여러 방식을 고려해 오는 2월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공통과목은 상대평가,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라는 기존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교육계 “절대평가, 교육 본질에 부합”앞서 2021년 8월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공통과목의 경우 석차 9등급제(상대평가)를, 선택과목의 경우 A~E등급으로 절대평가하는 성취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부총리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절대평가를 하지 않으면 차라리 고교학점제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하며 절대평가 논란에 불을 붙었다.교육계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절대평가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다른 학생과 비교받는 상대평가보다 학생 개개인이 도달한 성취도에 따라서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교육적이란 이유에서다. 좋은교사운동·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지난달 14일 입장문을 내고 “상대평가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을 오랜 시간 왜곡해왔다”며 “경쟁을 유발하는 도구로, 서열화의 기준으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척도로 작동했다”고 주장했다.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절대평가가 교육 본질에 부합하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배움의 본질적인 부분이나 고교학점제의 취지 등을 볼 때 절대평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 역시 “상대평가는 다수를 실패자로 만들 수밖에 없는 제도이기에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실제로 학령인구 감소로 상대평가의 맹점을 보여준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사걱세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학생 수가 부족으로 내신 1등급이 1명도 나오지 않는 고교가 전국 43개교에 달한다고 밝혔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내신 1등급은 상위 4%에 해당하는데 1등급이 나오기 위해서는 13명 이상의 학생이 필요하다. 일부 학교는 학년 전체 인원이 13명 미만이라 1등급을 산출할 수 없다는 것.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학교가 강원(12개교)·전북(10개교)·전남(8개교)·경남(5개교)·경북(5개교)·인천(3개교) 등 전국 6개 시·도에 소재했다. 지난 8월 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외국어고등학교. (사진=뉴시스)◇내신 부풀리기·고교서열화 우려도다만 절대평가가 좋은 취지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교육계 전반적인 의견이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는 ‘내신 부풀리기’로 인한 변별력 붕괴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고교학점제에 따른 내신성적 산출은 학업성취율에 따른 성취도를 기준 삼아 A(성취율 90% 이상), B(80~90% 미만), C(70~80% 미만), D(60~70% 미만), E(40~60% 미만)로 나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의 내신 관리를 위해 A를 남발, 성적을 부풀리면 변별력이 붕괴돼 입시에 혼란을 줄 수 있다. 교총이 작년 2월 고교 교사 23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취평가(절대평가)의 단점으로 61.7%가 ‘변별력 확보의 어려움’을 꼽았다.고교서열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절대평가 전면 도입으로 자사고·외고 등 소위 명문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고입 사교육이 횡행할 것이라는 게 교육계 우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부담이 줄어들며 자사고·외고뿐만 아니라 상위권 명문 일반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지난달 18일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3학년도 자립형사립고·특수목적고 경쟁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용인 외대부고 등 주요 10개 자사고 경쟁률은 1.82 대 1로 지난해 1.57 대 1보다 대폭 상승했다. 0.99 대 1로 경쟁률이 낮았던 외고 역시 올해 1.13 대 1로 상승했다. 교육부는 오는 2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적 부풀리기·고교서열화 등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 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고교학점제·대입제도·성취평가제를 종합 검토하고 충분히 토론해 알맞은 방안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 ‘자유민주주의’ 넣고 ‘성평등’ 빠진 2022 개정 교육과정 확정(종합)
-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논란의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최종 확정됐다. 확정된 개정 교육과정은 2024학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27년 전 학년에 적용될 예정이다.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개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확정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유지되고 성평등이 삭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장 차관은 “(이번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학습자 주도성·창의력 등 역량을 체계화했다”며 “지역·학교의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학생 맞춤형 교육, 디지털·인공지능 기반 교실 수업 개선을 주요 방향으로 한다”고 밝혔다.이번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이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업량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3년간 204단위 이수에서 3년간 192학점 이수로 축소했다. 1학점은 50분씩 한 학기에 16회를 이수하는 수업량이다. 각 과목은 학기당 기본 5단위에서 기본 4학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이수 학점 증감의 폭을 1학점을 빼거나 더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는 다양한 선택 과목 운영이 가능해졌으며 교육과정 편성에서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확정된 개정 교육과정은 12월 말까지 교육부 장관의 고시 이후 교과서 개발·검정·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2024학년도부터 적용된다.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25년 초1~4·중1·고1, 2026년 초1~6·중1~2·고1~2, 2027년 전학년에 반영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전까지는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한다.◇보수진영 입김 다수 반영된 확정안2022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되기까지 수많은 논란이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성 관련 표현 등 용어를 둔 갈등부터 생태전환교육·노동 등 총론 방향성에 대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발하던 시안이 윤석열 정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보수진영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며 갈등이 더욱 커졌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이번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역사 교과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에서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민주주의’와 함께 병기된 표현들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간 진보진영에서는 ‘민주주의’가 더 중립적 표현이라고 주장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민주주의만 쓴다면 ‘인민민주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성 관련 표현에서도 보수진영의 입김이 다수 작용했다. 고등학교 통합사회 교과에서 정책 연구진이 사용했던 ‘성 소수자’ 표현은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수정됐고 도덕 교과에서 ‘성평등’ 용어를 ‘성에 대한 편견’으로 수정했다. 또 보건 교과에서 ‘성·생식 건강과 권리’이라는 표현이 ‘성 건강 및 권리’로 수정됐다. 이는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생식 건강과 권리라는 표현이 낙태를 정당화 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진보진영이 요구했던 생태전환교육과 노동존중교육은 반영되지 않았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진영에서는 교육과정 총론에 노동과 생태전환교육을 명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에는 노동과 생태전환교육을 총론에 명시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온 뒤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악 규탄 기자회견에서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의견수렴 절차에도 반복된 갈등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마다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을 막기 위해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한 이후 정책연구진의 연구와 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 각론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총론과 교과별 주요한 개선 사항과 쟁점에 대한 조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역사 교과 정책연구진이 ‘자유민주주의’ 용어에 대한 문제점을 교육부에 제기했지만, 사실상 묵살됐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일은 바 있다.국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 교육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개정 교육과정’을 주창하며 다양한 의견수렴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8월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7860건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진영의 의견이 과대 대표됐다는 지적이 잇따른 바 있다. 또 교육부는 쟁점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총론·교과별 공청회를 개최했다. 오히려 공청회에서 폭력 사태까지 발생하며 사회적 합의보다는 갈등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 나왔다.이러한 갈등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중장기 교육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서도 반복됐다. 국교위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차 회의를 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심의·의결을 진행했다. 표결에 참여한 국교위원 16명 12명이 찬성, 3명이 반대, 1명이 기권했다. 표결 과정에서 정대화 상임위원과 김석준·장석웅 위원이 표결을 거부하며 퇴장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교위 의결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없었다며 “국교위는 첫 결정으로 사회적 합의에 반하는 내용을 의결함으로써 스스로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