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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류된 전기·가스요금 조정 어떻게 되나…정부, 각계 의견수렴 ‘스타트’
-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3월 말로 예정됐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결정이 잠정 보류된 가운데, 정부가 요금 인상에 대한 각계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당정)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결과가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을 끈다.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너지경제연구원 공동 주관 전기·가스요금 관련 관계자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3번째)이 지난달 3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정부는 앞선 지난달 21일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4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처 간 협의, 당정 협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늦춰졌고 결국 이날도 결정을 내지 못한 채 이를 잠정 연기했다. 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 우려 등을 고려해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정부는 잠정 연기결정 직후 의견 수렴에 나서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산업부가 지난 2~3일 한국전력공사(015760)·한국가스공사(036460)와 진행키로 한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와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는 당일 돌연 취소됐다. 산업부와 한전, 가스공사, 에너지위 등 이 회의·간담회 참석 주체는 모두 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물가 상황 등 반대 편 입장을 충분히 담지 못하리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실제 이날 간담회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지게 될 사용자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에너지 업계 전문가, 물가나 국제 에너지 시장 등 거시경제 측면에서 현 상황을 분석할 연구원 관계자가 참여해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요금 인상 결정의 주체인 정부 관계자는 자리에 배석만 했고, 한전·가스공사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의 유미화 공동대표와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는 지난해 요금 인상 부담이 이미 커졌다며 요금 인상에 신중할 것을 제언했다. 유 대표는 사용 절감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 확대를, 김 감사는 소상공인 부담을 낮추는 요금체계 개편을 제안하기도 했다.에너지 전문가는 대체로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부장은 요금을 동결한다면 에너지 부문에서 공급 안정성과 비효율성 증가, 자금조달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천연가스 시세도 2026년까지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는 점도 언급했다.김창식 한국에너지공단 수요정책실장도 에너지 수요 감축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검토를 전제로 수요 감축을 위한 적정한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윤경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공기업의 사업비용 저감과 취약계층 보호 조치를 전제로 적정한 폭과 속도의 요금 인상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요금 인상에 대한 신중론을 펼치면서도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전·가스공사 등 우량 채권 급증에 따른 금융시장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구자현 KDI 산업·시장정책 연구부장은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의 단계적 반영과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과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당장은 한전채 발행 확대와 그에 따른 채권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기대 이하의 요금 인상으로 한전채 발행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정부는 이 같은 각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곧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계획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요금 인상 결정이 이뤄진다면 소급 적용 없이 해당 결정 직후부터 조정된 요금이 적용될 예정이다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현 전기·가스 원가회수율 60~70% 그쳐…빚 내서 공급중”
-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 공기업이 현 전기·가스요금 원가회수율이 60~70%여서 채권, 즉 빚을 내서 이를 공급하는 중이라며 요금 인상 필요성 호소에 나섰다.2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015760),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관계자는 조만간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과 정승일 한국전력공사(015760)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036460) 사장 등 관계자가 참석하는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했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3번째)이 지난 3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당정이 지난 31일 전기·가스요금 조정 결정을 잠정 연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정은 전날까지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에 공감한다며 4월부터 2분기 요금 인상을 시사했으나 당일 협의회에서 이 결정을 잠정 연기했다.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앞선 ‘난방비 폭탄’ 이슈가 재현될 수 있다는 여당 우려 때문에 결정이 늦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정협의회에선 최근 원유·가스·석탄 국제시세가 하락 추세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점, 한전·가스공사의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한전·가스공사는 산업부와 현 상황의 시급성을 공유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 공급을 도맡고 있는 한전은 현 원가회수율이 70%인 상황에서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대금을 상당 부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있으며,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지난해처럼 국내 채권시장의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전의 평균 전기 판매가격은 올 1월 기준 1킬로와트시(㎾h)당 147.0원인데 팔 전기를 사오는 가격은 164.2원/㎾h으로 운영비를 뺀 원가만으로도 약 12% 밑지는 상황이다. 이것도 그나마 산업부가 1년 한시 도입한 긴급정한상한가격을 통해 민간 발전사의 이익을 제한한 결과다. 산업부가 규정에 따라 이 제도 적용을 해제한 3월 전기 도매가는 약 220/㎾h까지 치솟았다. 한전 임직원의 급여나 송·배전 등 운영비를 뺀 원가만으로도 30%가량을 밑지며 전기를 공급했다는 것이다.한전은 이를 채권 발행을 통해 메우고 있는데 이것도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해만 37조2000억원, 올 들어도 이미 5조3000억원의 채권을 추가 발행했다. 누적 발행 규모는 74조6000억원이다. 국회는 작년 말 법적 한전채 발행가능 한도를 늘려 한전의 채무불이행 사태는 막았으나, 현 추세라면 늘려 놓은 한도도 다시 넘어설 수 있다. 또 초우량 채권인 한전채 발행이 급증하며 다른 기업의 채권 발행 금리가 올라가는 등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지난해 한전채 발행액은 국내 전체 채권 발행액의 4.8%에 이른다.한전 관계자는 “올해 한전 적자가 5조원 이상 발생하면 (작년 말 늘린) 채권 발행한도도 다시 넘어설 전망”이라며 “채권 발행에 차질을 빚는다면 한전이 재무위기 상황이 되는 것은 물론 발전사나 공사업계 등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진행한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회의. 한전은 이날을 시작으로 유휴부지 매각 등 재정정상화 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국내 천연가스 수요의 약 80%를 공급 중인 가스공사 역시 현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중이다. 현재 원가회수율은 한전보다 낮은 62.4%로 추가 요금 인상이 없다면 작년 말 8조6000억원까지 쌓인 미수금이 올 연말엔 12조9000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자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연 이자비용만 하루 13억원, 연 4700억원이 돼 추가적인 재무부담과 요금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가스공사는 법적으로 국내 천연가스 공급 단가에 원가를 반영하고 있어 수치상으론 영업적자를 기록하지 않지만, 실제론 정부의 가격 통제 아래 국내 도시가스 공급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채 미수금으로 남겨놓고 있다. 미수금은 언젠가는 회수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그 시점에 기약이 없어 결국 가스공사가 채권 발행을 통해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38%의 요금 인상으로 국민에 난방비 부담을 드린 점은 송구하지만 그 덕분에 겨울철 천연가스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며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불확실성 속 가스공사의 재정 여건 악화가 이어진다면 국제적으로도 LNG 물량 확보 협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따.한전과 가스공사는 올해 각각 1조5000억원, 2조7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재정건전회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당정협의회의 추가 자구노력 요구에 따라 추가적인 인건비 조정이나 비핵심 자산 조기매각 등 계획을 추가 추진키로 했다.산업부는 당정 협의회가 발표한대로 서민생활 안정과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등 경제 영향, 채권시장 영향, 공기업 재무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 내 전기·가스요금 정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 ‘난방비 폭탄’에 놀란 정부·여당…전기·가스요금 결정 3~4주 밀릴듯(종합)
- [이데일리 김형욱 강신우 기자] 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이 31일로 예정됐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결정을 잠정 연기했다. 당장 내일(4월1일) 요금 인상은 없다는 것이다.국제 에너지 위기 속 역대 최악의 재무위기 상황에 빠진 한국전력공사(015760)와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재무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당·정 모두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국민부담 우려를 고려해 좀 더 검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최종 결정까지는 3~4주 가량이 걸릴 전망이다.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는 이날 오전 10시에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당정 협의를 진행한 결과 전기·가스요금 조정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3번째)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난방비 폭탄 부담에…결정 시점 늦춰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이슈로 제때 요금 조정을 결정하는 데 부담을 느낀 모양새다. 지난 겨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1년 새 천연가스·지역난방 요금이 약 40% 오른데다 추위가 예년보다 더 빨리 찾아오면서 체감 난방비가 1.5배 이상 오르며 ‘난방비 폭탄’이 전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예년의 4배 가량 늘리고 지원 대상도 확대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도 받았었다.당정은 이날 협의회에서 원가 이하의 에너지요금이 이어지면 공기업 재무상황 악화와 그에 따른 안정적 공급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고, 에너지 절약 및 소비효율 개선 유인이 약화한다는 점 등을 들어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식과, 국민부담 최소화를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산업부 관계자는 “당장은 서민생활 안정과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등 경제 영향, (공기업 적자에 따른) 채권시장 영향과 공기업 재무상황을 더 면밀히 검토 후 조속한 시일 내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산업부는 앞으로 관계부처와 관련 공기업, 에너지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추가적인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요금 조정의 필요성과 파급 효과, 제도 개선 방안 등도 논의한다.당정이 앞선 ‘난방비 폭탄’을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과 함께 여름철 ‘냉방비 폭탄’에 대비한 취약계층 지원책을 함께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고려하면 2분기 요금조정까지는 최소 3~4주가 더 걸릴 예정이다.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진행한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회의. 한전은 이날을 시작으로 고강도 자구노력을 추진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최악 위기’ 한전·가스공사 불확실성 커질듯당정의 이번 결정으로 역대 최악의 재무 위기 상황에 놓인 한전과 가스공사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업계는 이번에 전기요금이 1킬로와트시(㎾h) 최대 13.1원 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가 작년 말 올해 발전원가가 차츰 안정된다는 전제로도 연 51.6원/㎾h은 더 올려야 한전의 적자 확대를 막을 수 있다고 전망한 만큼 매분기 약 13원씩은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당정에서도 이를 포함한 2개안을 제시했고, 당 지도부도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며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당정이 결정 자체를 미루며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계속 불어나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한전은 재작년 말 시작된 국제 에너지 위기와 그에 따른 석탄·가스 등 발전 연료 급등으로 역대급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1년 역대 최대 규모인 5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적자 폭이 무려 32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업계는 한전이 올 1분기에도 약 5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한전은 올 1월 기준으로도 전기를 164.2원/㎾h에 사서 147.0/㎾h에 판매했다. 1㎾h당 17.2원, 운영비를 뺀 원가만으로도 약 12% 밑지고 판매한 셈이다. 이것도 그나마 정부가 전력도매 기준가격(SMP) 상한제를 도입해 민간 발전사들의 이익을 억제한 데 따른 것이고, SMP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은 3월부턴 손실 폭이 더 커진 상황이다. 이대로면 한전이 재작년부터 쌓아 온 적자 규모는 43조8000억원까지 커진다.[이데일리 김정훈 기자]◇빚 내는 것도 한계…곧 상당 폭 인상 결정 전망이는 곧 한전이 빚을 내서도 전력을 사거나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전의 자본·적립금은 재작년 말 46조원이었으나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21조원까지 줄었다. 올 1분기 말에는 10조원대로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법적으로 자본·적립금의 5배 이상(산업장관 승인시 6배)의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만큼 채권 발향 자체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한전은 작년 말 기준 이미 약 72조원의 채권이 쌓여 있다.국회가 작년 말처럼 한전의 법적 채권발행 한도를 추가로 늘려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국내 채권시장에 끼칠 영향 때문에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작년 국내 채권시장은 초우량 채권인 한전채가 자금을 싹쓸이해가는 통에 다른 기업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가스공사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스공사는 법적으로 국내 공급단가에 원가를 보장하게 돼 있어 수치상으론 한전처럼 영업적자를 기록하진 않지만, 실제론 정부의 가격 통제 아래 국내 도시가스 공급사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 형태로 남게 된다. 이 미수금은 재작년 말 1조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말 9조원까지 치솟았고 올 1분기 말엔 1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가스공사 역시 이를 고스란히 채권 발행, 즉 부채를 늘려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당정도 결국은 전기·가스요금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릴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에 동결을 결정하는 대신, 결정을 연기한 것도 결국은 충분한 보완대책을 세운 후 요금 인상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2분기(4~6월)는 냉·난방 수요가 크지 않아 에너지 요금 인상 체감이 낮아 냉방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요금 인상 기회다. 6월 말 진행하는 3분기(7~9월) 요금조정 땐 ‘냉방비 폭탄’ 부담이 더 커진다.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도 결국 정부가 충분한 가격 신호 없이 요금을 갑작스럽게 올리다보니 소비자들이 이에 대비하지 못해 더 커진 측면이 있다”며 “여름을 앞두고는 미리 가격 신호를 충분히 줘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해야 ‘냉방비 폭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월급 206만원’ 저임금 서비스노동자, 고물가에 고통…임금 올려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올해 들어 전기와 가스, 난방비 등 연료 물가가 30% 넘게 오르며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저임금을 받는 서비스직 노동자일수록 타격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마트, 학교 비정규직, 돌봄·요양 노동 등 서비스연맹 소속 노동자들은 민생 대책 마련과 더불어 실질임금의 의미 있는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노동자들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셔비스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 난방비 폭탄, 물가 인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비스연맹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에 걸쳐 총 105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월급은 평균 206만원으로 월소득의 약 9%에 달하는 18만3000원을 평균 난방비로 지출한 걸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은 학교 급식실과 초등 돌봄교실 등 비정규직 노동자, 마트 판매 노동자, 요양보홍사 등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의 월 평균 급여는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201만원과 유사한 수준이다.조사에 응한 답변자 절반(50.2%)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초 난방비 지출이 20~30%가량 늘었다고 답했다. ‘변화가 없다’, ‘줄어들었다’는 답변을 한 이는 3%에 불과했다. 서비스연맹은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난방비 폭등으로 인한 생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공공요금뿐만이 아니라 생필품 물가 인상 역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더 큰 타격이었다. 응답자의 84.3%는 ‘생필품 가격이 올라 다른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물가 인상이 이뤄진 이후 생활비 부담에 가계 대출을 늘린 이는 10명 중 4명(40%)에 달했고, 10명 중 1명은 추가로 일자리를 구했다고 밝혔다.서비스연맹은 “소득 하위 가구일수록 식비 등 기본적인 항목의 비중이 큰데, 물가 인상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 생계에 필수적인 항목을 먼저 줄일 수밖에 없다”며 “소득 하위 가구의 건강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맹 측은 물가인상율을 반영한 실질임금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최저임금은 6.6% 올랐지만, 물가인상률은 7.7%에 달해 실질 최저임금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연맹은 “윤석열 정부는 최저임금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을 내고 있지 않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저임금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나와 직접 발언하기도 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난방비가 올 1월에 22만원, 2월에 21만원이 나와 작년 대비 38% 올랐다”며 “최저임금 인상율은 5%에 불과한데, 아이들에게라도 따뜻한 온기를 누리려면 최저임금 인상이 필수”라고 했다.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도 “37~41%가량 난방비 인상 고지서를 받았지만, 여전히 임금 명세서는 기가 차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 돌봄 노동의 가치 인정 등을 요구한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