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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후부터 혁명가까지..`드루킹` 사태로 본 파워블로거의 세계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017년 8월 기준 네이버에서 있는 블로거는 2400만명이다. 이번에 댓글 조작 사건으로 문제가 된 ‘드루킹’도 네이버에서 활동했던 파워 블로거였다.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업계에선 ‘덕후(어떤 취미에 심취한 사람)’이거나 ‘혁명가’이거나 뭔가 다른 사람들이라 부른다.블로거들은 누구보다 육감적으로 웹마케팅 비결을 알고 포털의 상위게재 알고리즘의 세계도 이해한다.하지만 블로그형 뉴스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면서 ‘가짜뉴스’나 ‘오보’에 대한 책임감이 기존 언론들보다 무겁지 않다는 점은 논란이다.◇대선부터 기업 신제품 홍보까지 좌우하는 파워블로거들자동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해 인터넷 댓글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로 김 모씨, 필명 ‘드루킹’이 17일 기소돼 재판에 넘어간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드루킹’ 김 모씨와 우 모씨 등을 해당 행위자라며 제명했다. 양 모씨는 당적이 확인되지 않아 일단 제명 대상에서 제외됐다.‘드루킹’은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블로그를 운영했다. 2009년과 2010년 네이버 파워블로그를 2년 연속 달성했고, 누적 방문자 수가 985만 5292명에 달할 만큼 사이버 세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드루킹’이 운영했던 네이버 블로그. 그는 2009년, 2010년 2년 연속 네이버 파워 블로그가 됐고, 2017년부터는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매주 월, 수, 금요일에 정치·시사적인 의견을 업로드해 왔다.웬만한 언론사보다 훨씬 큰 사이버 여론 장악력을 가졌던 진보 논객 ‘드루킹’. 어쩌다 여론 조작에까지 나서게 됐을까. 대기업 홍보부서에서 상품 홍보를 위해 2년 정도 블로거들을 관리(?)하며 만났던 A씨는 “블로거 중에서는 겉모습과 달리 사회성이 전혀 없고 오타쿠(덕후)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드루킹이 네이버의 매크로 방어 전선을 뚫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경찰의 브리핑을 들어야 안다”면서도 “블로거들, 특히 일방문자 수 2,3만 명이 족히 되는 파워 블로거들은 사진은 몇 장, 동영상은 몇 개 올리면 네이버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지 안다. 누가 유출한 게 아니라 경험에서 아는 것”이라고 했다.본인의 신념만 옳다고 믿는 자기 과신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도덕적 불감증을 초래했고 여론 조작으로 이어진 셈이다. ▲2014년을 끝으로 2015년분 부터는 ‘파워블로그’를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네이버 공지문 중 일부. 2016. 4. 14. 14:00네이버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파워 블로그’를 선정하지 않고 있다. 당시 네이버는 “2008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달리 블로그가 넓고 깊어져 소수의 블로그를 가려 선정하는 게 의미 없어졌다”고 했지만, 지금도 소수의 블로거들만 인정받고 있다.블로그 마케팅 전문업체와 함께 일하는 B씨는 “휴대폰 등 IT기기나 기저귀 같은 생활용품의 경우 대행사를 통해 파워 블로거를 섭외하고 한 건당 몇 만원 씩 받는다”며 “이들이 올린 글은 네이버나 다음의 상위에 노출된다. 블로거들은 해당 제품을 10만 원이하면 공짜로, 10만 원 이상은 저렴하게 받고 글을 쓴다.글 한 편 당 수십만 원의 원고료도 준다”고 말했다.◇영란법도 언중위도 피해가는 블로거들…네이버 약관으로 규제블로그는 2002년 PC통신 동호회 게시판의 발전 모델로 시작해 참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지만 ‘드루킹’ 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블로거들의 상업적 일탈 행위를 제재한 뒤 정치 분야에선 첫 논란이다. 블로거들은 전문적인 작가나 기자라기보다는 주부, 출판업자, 대학(원)생,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드루킹’씨는 느릅나무 출판사 대표다.따라서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의 기자들이 김영란법을 준수해야 하고 오보를 쓸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되며 민·형사상 처벌을 받는 것과 다르다.하지만 ‘드루킹’ 씨는 본인이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서 “문재인 정권은 예수회 선서를 한 자들만으로 꾸려졌고 그들에겐 로마가 조국”이라고 말하거나, 정봉주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둘러싼 성폭력 폭로 역시 ‘청와대의 기획’이라고 주장하는 등 황당한 주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는 네이버 이용약관과 함께 별도의 운영원칙을 두고 있는데 개인정보 노출이나 지적재산권 침해, 음란성 게시물 등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블로거들이 어떤 범죄 이력이 있는지 등은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어야만 오픈 가능하다”고 말했다.
- 탐사보도 프로, 의욕과잉에 헛발질도…이대로 괜찮나
- 사진=SBS[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하 ‘블랙하우스’)가 정봉주 전 의원을 옹호하다 된서리를 맞았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블랙하우스’ 폐지와 관련된 청원이 10여 건을 넘는다. 지난달 22일 방송에서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면서 사건 당일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편향적 보도를 했다는 게 이유 중 하나다. 진실규명에 혼선을 야기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제작진 교체와 책임자 징계에 나섰지만 비난의 여론이 거세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이어 최근 ‘블랙하우스’ 등이 가세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무조건 근엄하고 진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각종 사안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일각에선 공정성이란 기본적인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흥미 중심→본질 흐리기, 아쉬움으로 대표적인 예가 ‘블랙하우스’다. 기존 해명과 충돌하는 등 특정 사실 확인에 집착했다는 점, 진행자인 김어준이 정 전 의원과 절친이란 것도 문제시됐다. 정 전 의원이 “(사건 당일 신용카드를)결제는 했지만 (의혹은)기억은 안 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면서 ‘블랙하우스’도 난처해졌다. 검증만 철저히 했어도 피할 수 있는 논란이었다.지나친 흥미 위주란 지적도 있다. ‘블랙하우스’ 속 ‘흑터뷰’ 코너에선 개그우먼 강유미가 논란의 인물이나 화제의 현장을 찾는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게 “몇 명이나 꽂아 줬느냐”고 묻고, 태극기 집회를 찾아 “왜 태극기를 드느냐”고 질문하는 등 ‘돌직구’ 멘트가 관전 포인트다. 갑작스러운 카메라에 상대방은 당황한 나머지 표정 관리를 못 한다. 예능으로 본다면 날 것의 재미가 있다. 이와 별도로 상대방에게 반론의 기회를 충분히 줬는지 의문이다.지난달 30일 천안함을 다룬 ‘추적60분’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8년 전 사건에 대해 새로운 팩트는 없었다는 반응이다. 과거 논란을 재탕한 속 빈 강정이란 평가도 있었다. “‘추적 60분’이 아니라 ‘편파 60분’ 같았다”(KBS공영노동조합 성명)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아이템 선정이 지난 정권에만 쏠려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지상파가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과감하게 매스를 들이댈 수 있을 때 정권의 감시·견제 기능을 하는 ‘와치독(Watchdog)’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진=블랙하우스 사과문◇경쟁 부담, 의욕과잉으로 이어졌나 정권 교체 이후 달라진 방송가 분위기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부활로 작용했다. ‘블랙하우스’를 비롯해 MBC ‘스트레이트’ 등 새 프로그램이 론칭됐다. KBS2 ‘추적60분’·MBC ‘PD수첩’·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등 기존 프로그램은 활력을 되찾았다.그 배경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있다. 시사 분야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일부 방송국은 환경의 변화도 겪었다. 지난 정권에서 시사교양국을 해체시켜야 했던 MBC는 최승호 사장 체제가 되면서 시사교양본부를 신설했다. 시사와 예능을 접목시킨 JTBC ‘썰전’이란 성공 사례도 한몫했다. ‘썰전’은 다소 딱딱할 수 있는 현안을 쉽게 풀어내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양으로 압도하는 종편, 보도국 대 시사교양국의 내부 경쟁은 의욕 과잉으로 이어졌다. ‘블랙하우스’의 ‘실수’의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사진=MBC◇순기능, 살릴 수 있어야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는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세상에 알린 보스턴 글로브 내 탐사보도 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집요한 취재로 찾아낸 팩트를 바탕으로 하되 단순 이목 끌기는 지양한다. 대신 구조적인 접근으로 깊이를 더한다. 지난 2월 첫 선을 보인 ‘스트레이트’는 ‘스포트라이트’처럼 정공법을 지향한다. 별도 진행자가 있지만 주된 내용은 MBC 기자들의 리포팅이다. 웃음기를 쫙 뺐다는 점에서 ‘시사예능’ 시대를 역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검사에 외압’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시청률도 4~5%대다. 일요일 오후 11시란 편성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단 3회 만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정통 탐사보도 프로그램는 무겁다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데, 예능적 요소를 접목 시킨 프로그램들은 흥미를 북돋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재미 등을 고려해 표현 방식을 다양하게 할 수 있지만, 내용까지 휘둘리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