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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회의)新브레튼우즈 어디로 향하나
-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지난 주말(현지시간 14~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담은 많은 과제를 뒤로 미뤘다는 평가 속에서도 향후 글로벌 금융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 20개국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감독규제 체계를 개편·강화하는 등의 향후 실천 과제를 담은 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의 바탕이 됐던 브레튼우즈 체제를 대체할 신(新) 브레튼우즈 체제나 초국가적 금융감독기구 창설은 미뤄졌지만, 적어도 이를 위한 첫 걸음을 뗐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다.◇ "G20회의는 新 브레튼우즈로 가는 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회담이 끝난 후 "G20 국가들이 무역과 금융안정, 경제성장에 대해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며 "이는 신 브레튼우즈 체제로 가는 길"이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이날 세계 지도자들의 회동은 지난 1944년 서방 지도자들이 모여 전후 금융질서를 논의했던 브레튼우즈 회담을 연상케 했다. 다만 이번 회담은 서방 국가들만의 모임은 아니었다. 이번 회담에는 아시아 국가들이 참석해 신흥국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옛 냉전시대에 적대적 관계에 있던 서구권과 동구권이 머리를 맞댔다. 반면 세계 대통령을 자처해 온 미국은 자세를 낮췄다.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를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다. 현재 12개 주요 선진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금융감독기구 대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는 금융안정화포럼(FSF)에도 앞으로는 신흥국들이 포함되게 됐다. 아울러 IMF에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력을 반영해 이들 국가의 대표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원칙에도 합의가 이뤄졌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이번 G20 회담은 전세계 경제 및 금융 지배구조의 재편"이라고 평가했다. ◇ G20이 G7 대체할까 그동안 선진 7개국(G7)이 세계 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했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의 입김이 세졌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에서 신흥국의 경제력을 반영해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공동선언문에 반영된 점은 신흥국의 역할 확대를 보여주는 예다. 실천과제안 마련에 영국과 더불어 한국, 브라질이 포함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도 이와 관련, "이번 정상회담은 국제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선진국 뿐 만 아니라 신흥국의 역할도 확인한 자리"라며 "재차 G7 등 선진국 중심으로 해결책을 만들어온 과거로는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G7 국가들은 전세계 경제 활동의 65%를 차지해 왔지만 지금은 52%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G20은 세계 경제 총생산의 90%를 차지한다. 국제 사회에서 G20의 역할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G20이 내년 4월30일 다시 회담을 갖기로 결정함에 따라 G20이 정례화돼 차츰 G7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G22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G20 정례화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흥국들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방향이 잡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일문일답)재정부 "대외의존도 높아 등급전망 조정한 듯"
- [이데일리 박옥희기자]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사가 우리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과 관련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 경기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조정한 것 같다`고 기획재정부가 분석했다. 10일 송인창 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피치사의 신용등급 전망 조정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에 피치사가 평가한 아시아 국가 6개국 중 왜 우리와 말레이시아만 등급 전망이 하향조정 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피치의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생각할 때는 그렇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피치사가 신용등급을 검토한 17개 신흥국가 중 아시아 국가는 한국, 중국, 대만,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 6개국으로 이 중 한국은 등급전망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말레이시아는 `긍정적(Positive)`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기존 등급전망을 유지했다. 다음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과 송인창 국제금융과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피치에서 이같은 결정을 언제 내리고, 우리 측에 통보했나. ▲위원회를 연 것은 홍콩시간 기준 지난 7일(금요일) 오후 6시고, 발표한 것은 오늘 오전 8시였다. 우리 쪽에 통보한 것은 7일 오후 8시쯤이었다. - 왜 우리나라 등급 전망을 바꿨나.▲우리나라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피치가 지난 4일 세계 경기전망을 바꾼데 따른 것이다. 우리 실물경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망을 바꿨다. 등급은 유지됐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전망을 앞으로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국 신용평가 담당인 제임스 맥코맥과 말해 보니 이번에 전망 바꾸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최근 금융불안, 경기하강에 대해 정부가 조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영문 보도자료에 있을 것이다. 그걸 평가해서 등급 전망을 내린 것이 아니다. - 피치가 지난 11월4일에 발표한 글로벌 이코노미 아웃룩의 골자는 무엇인가. ▲미국 경제에 대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고, 세계 경제가 실물경제에 있어 침체가 심각하게 시작돼 그런 것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이다. 3가지 요인을 말하고 있다. 첫째, 선진국 경기 리세션으로 전세계적으로 무역이 위축된다. 둘째, 상품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가계·기업들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다. 셋째,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계속 되면서 이머징마켓으로 위험이 전이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시장의 소비 감소로 시장이 잠식된다. - 이번에 리뷰한 아시아 6개국 중 중국, 대만, 태국, 인도 등은 등급 전망이 유지됐는데 왜 우리와 말레이시아 2개국만 등급 전망이 내려갔나. ▲위원회에서 어떤 사항을 논의했는지 모르지만 미루어볼 때 우리가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피치의 보도자료에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생각할 때는 그렇다는 것이다. 배경이 세계 경기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는데 있기 때문에 그런 데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의 등급 전망이 조정된 것이다. 수출입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나라가 월등히 높다. - 대만도 대외 의존도가 높지 않나. ▲대만은 경제 규모 등이 우리와 차이가 많이 난다. - 전망이 떨어지면 등급도 떨어지나.▲그런 것은 아니다. 확률적으로 내년 연례협의에서 등급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은 지금 상태 유지, 부정적(Negative)은 다음 연례협의 때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계속 오르다가 신평사가 전망을 낮춘 것은 2003년초 북한의 NPT 탈퇴 이후 2003년 3월10일 무디스가 우리 신용등급 전망을 네거티브로 바꾼 적이 있었다. 이후 다시 원위치로 돌렸다. 각 신용평가사마다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다르다. 무디스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에 많은 비중을 두지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그렇지 않다. 피치는 재정건전성에 중점을 둔다. 등급을 부여할 때 한 국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피어(peer) 그룹 리뷰를 같이 한다. 다른 신평사보다 높은 등급 주고 있는 피치사가 전망 바궜다고 해서 영향 안 줄 것이다. 신용등급이 유지됐다는 점도 봐줄 필요가 있다.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헝가리, 루마니아 등 4개 국가는 등급이 하향 조정됐는데 우리는 세계 경기가 어렵고, 세계 경기 변화에 노출돼 있음에도 등급을 유지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현상황에서 등급이 좋아지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급 유지한 것도 긍정적이다. - 만약 피치가 우리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내리는 것인가. ▲그렇다. - 상대평가인가 절대평가인가. ▲절대평가가 비중이 더 크다. -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외환위기 이후 어떻게 해왔는지를 설명하면 될 것 같다. 신용평가사에 맞추기 위해서라기보다 기본적으로 거시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되도록, 성장 유지, 외환보유액 확충, 대외 부분 건전성 유지 등에 힘썼다. 이것이 자동적으로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이 그때보다 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어렵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이런 쪽으로 할 것이다. 은행 지급보증, 외화유동성 공급, 경제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들 그런 쪽으로 실효성 있게 하는게 필요하다.-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면 어떤 영향을 받나.▲신용등급이 올라갈 때 차입비중이 절약된다는 계산을 한 적은 있는데 이번에는 등급은 유지됐기 때문에 계산을 안 했다. 심리적인 영향은 있다. 등급이 변화하면 차입비용은 변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망은 바꼈지만 등급 자체는 유지됐다. - 피치가 등급 전망을 하향한데 따른 다른 신평사 일정이나 움직임이 있나.▲무디스, S&P 등이 10월말에 일단 우리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현재로서 특별한 일정은 없다. - 피치가 최근 우리나라를 평가해 발표한 적이 있는데 20일 정도 사이에 다시 평가한 적이 있나. ▲대개 세계 경제가 안정적일 때는 연례협의를 1년에 한 번하고 발표한다. 최근에 경제 상황 급변하니까 한 것이다. - 연례협의를 한 것인가. ▲피치가 이번에 한 것은 연례협의가 아니고, 지난 4일 세계 경기 전망을 바꾸면서 영향을 받는 17개 국가를 새로 리뷰한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연례협의를 한다. 피치는 올해 4월에 무디스와 같이 했다. S&P는 8월에 했다.
- 재정부 "신용등급 전망 하향, 글로벌 경기둔화 때문"
-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10일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인 피치가 한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과 관련 "개별국가 요인이라기 보다는 세계경기 둔화라는 요인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고 밝혔다.재정부는 등급전망 하향 조정으로 심리적 효과는 우려되지만 외화조달 비용 증가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국장은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개최된 긴급 브리핑에서 "세계경제 전망이 어두워졌는데, 이중 가장 영향을 받는 나라들의 등급 전망이 조정된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수출입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배경을 설명했다.피치는 이날 17개 신흥국가들 중 불가리아 등 동유럽 4개 국가는 신용 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조정했으며, 한국 등 7개 국가는 등급 전망을 한단계씩 하향했다. 이와 관련 송인창 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아시아 국가의 리뷰 대상 6개국 중 말레이시아, 한국은 등급전망이 하향조정됐으며 중국, 대만, 태국, 인도 등 4개 국가는 신용등급과 전망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등급 전망 하향으로 인한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등급 자체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화)차입 코스트가 변화한다는 등의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은 지난 2003년 북핵 위기 당시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꾼 것이 유일하다. 재정부에 따르면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1월초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전망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시 피치는 ▲선진국 경기 침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위축 ▲글로벌 금융 유동성 축소에 따른 이머징시장 위험 전이 등 3가지를 위험 요소로 꼽았다. 최 국장은 S&P, 무디스 등의 신용등급과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각 신용평가사마다 주안점을 두고 있는 사항이 다르다"며 "S&P나 무디스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 주고 있는 피치가 신용등급 전망을 바꾼 것이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IMF 루머`가 증시를 뒤흔든 이유
-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29일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때 1100선을 목전에 두다 오후 들어 900선을 향해 다시 곤두박질쳤다. 장중 등락폭만 157.98포인트에 이른다. 오랜만에 화색이 돌던 장이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은 C&그룹의 워크아웃설이다. 여기에 난데없는 한국 정부의 `IMF(국제통화기금) 지원요청` 루머가 주식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 정부 스탠스 미묘한 변화가 루머로 확산 IMF 지원요청설의 근거는 정부 입장이 사흘새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27일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의 발언이 이날 뒤늦게 시장에 알려지면서, `IMF 지원 요청설`이 메신저를 통해 급속히 시장에 확산됐다. 신 차관보는 당시 IMF 통화스왑 지원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IMF가 마련 중인 안(案)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보는 "그럼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IMF가 상품을 아직 만들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논란이 이어지자 신 차관보는 "현재로서는 한국이 IMF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도 "어떤 조건으로 받는 것인지, 어떤 물건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안 받는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이런 입장은 사흘전인 지난 23일 월스트리저널(WSJ)의 'IMF 지원설`에 대한 정부의 해명과 뉘앙스가 달랐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WSJ 보도에 대해 "우리는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아 IMF프로그램을 신청할 이유가 없다"며 강력 부인했었다. ◇ IMF 유동성 지원요청 없을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는 현재 IMF로부터 통화스왑 지원을 받을 계획이 없다. 앞으로 그럴 가능성도 극히 낮다.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도 IMF으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이 없고, 앞으로도 지원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사흘간 정부 입장이 달라진 것은 `IMF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로 보인다. 현재 G7 선진국은 중앙은행간 통화스왑을 체결해 유동성 경색에 대처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그렇지 못하다. IMF가 현재 마련하고 있는 방안도 개발도상국에게 단기 통화스왑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책은 29일(현지시각) IMF 집행이사회에서 확정된다. 이 프로그램은 IMF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도입하는 제도로 지난 97년 한국이 받았던 IMF 구제금융과는 차이가 크다. IMF 구제금융은 재정, 통화, 외환 등 거시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국가들에게 일정한 조건을 내걸고 유동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새로 도입될 프로그램은 IMF가 각국의 통화를 받고, 단기 달러자금을 빌려주는 대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조건도 없다. 정부 내에서도 IMF가 아무 조건 없이 한국에 이런 유동성을 지원해 준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IMF 트라우마`(큰 충격 후 나타나는 정신적 장애)에 얽매여 실리를 놓칠 필요까진 없다는 의견이다. "상품을 보지도 않고 받는다 안받는다를 미리 결정할 필요는 없다"는 신 차관보의 말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지난 97년 IMF 구제금융의 고통이 생생한 시점에서, 다시 IMF로부터 지원받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정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용이 잘못 알려질 경우 국내 증시와 외환, 채권시장에 미칠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날도 희박한 가능성이 `IMF 지원 요청설`로 둔갑해 증시를 뒤흔들었다. ◇ 당국 오럴리크스가 `화` 키워오늘과 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데는 정부측 책임도 없지 않다. 정부는 IMF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외신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여러 경로로 IMF의 프로그램의 내용을 알게 되자, "먼저 상품 내용을 보겠다"며 득실을 따져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렸다면, 다시 망설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야 했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히 당국자의 발언이 국내 외환, 증권, 채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여전히 말을 하는 당국자와 말의 내용도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위기가 코 앞에 닥쳤는데도, 정부 당국에 여전히 오럴 리스크가 있다는 시장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