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렬
  • 영역
  • 기간
  • 기자명
  • 단어포함
  • 단어제외

뉴스 검색결과 1,367건

6억→44억원…11년만에 7배 이상 뛴 '땡땡이 비너스상'
  • 6억→44억원…11년만에 7배 이상 뛴 '땡땡이 비너스상'[아트&머니]
  • 쿠사마 야요이의 연작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상’(1998) 중 분홍색 버전(왼쪽)과 붉은색 버전. 같은 시기에 제작해 같은 날 발표한 10점 중 색만 다른 동명 연작 두 점은 11년의 시차를 두고 7배 이상 뛴 가격에 거래됐다. 분홍색 버전은 2011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6억원에, 붉은색 버전은 지난 22일 서울옥션 ‘제165회 미술품 경매’에서 44억원에 팔렸다(사진=이데일리DB·서울옥션).[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가 동시에 나서 올해 미술시장에 먼저 불을 붙인 ‘2월 메이저 경매’가 마무리됐다. 지난 22일과 23일 하루 사이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제165회 미술품 경매’와 ‘2월 경매’를 차례로 열었다. 추정가로 예상했던 규모는 275억원대(서울옥션 188억원, 케이옥션 87억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작부터 ‘뭉칫돈’을 끌어들일 블루칩 작가군으로 이우환(86)과 쿠사마 야요이(93), 김환기(1913∼1974) 등이 꼽히면서 관심은 그간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건가에 모였다. 여기에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두 경매사가 집중공략한 아이템이 겹치면서 묘한 경쟁구도를 보이기도 했다. 바로 ‘이우환 대 이우환’과 ‘김환기 대 김환기’였다. 하지만 이들에 앞서 단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한 점 있었으니 서울옥션에서 출품한 쿠사마의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상’(Statue of Venus Obliterated by Infinity Nets·1998)이다. 40억원의 추정가를 달고 나온 이 작품이 과연 팔려나가겠는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옥션·케이옥션 ‘2월 메이저 경매’로 다시 ‘불’일본 현대미술작가로, 국내서 팬덤을 몰고 다니는 외국작가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작가인 쿠사마의 이른바 ‘땡땡이 비너스상’은 44억원에 낙찰됐다. 22일 서울옥션 ‘제165회 미술품 경매’에 나선 이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상’은 시작가 36억원에 출발, 2억원씩 호가를 높여나갔고 최종적으로 44억원을 부른 응찰자의 품에 안겼다. 작품은 1998년 미국 뉴욕 로버트 밀러 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에 선뵀더랬다. 회화와 조각을 결합한 독창적인 형태로 단숨에 주목받았는데. 이른바 ‘그물 시리즈’로 불리는 쿠사마의 대표작 ‘인피니티 넷츠’를 배경으로 동일한 패턴의 비너스 조각을 세웠던 거다. 당시 쿠사마는 각기 다른 색상으로 동명의 연작 10점을 선뵀는데, 이번 출품작은 그중 네 번째인 붉은색 버전이다. 전체적으로 붉게 보이긴 하지만 네트를 만든 점은 검은색이다. 마치 입체조각이 평면캔버스에 빨려들어가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데,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비너스상은 그물망 이미지에 덮여버린 탓에 ‘소멸되고 지워지고’마는 거다. 강박증으로 인한 환각과 착시를 예술로 승화시켜온 쿠사마가 세기의 조각품인 비너스상까지 동원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정점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조각의 크기는 67×76×214.5㎝, 그 조각의 배경이 되는 캔버스의 크기는 227.3×145.5㎝에 달한다. 그런데 단순히 ‘팔렸다’를 넘어선 ‘판매이력’이 눈길을 끄는 거다. 11년 전인 2011년 6월에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쿠사마의 ‘땡땡이 비너스상’이 팔려나간 적이 있다. 10점 중 분홍색 버전인 ‘무한그물에 의해 지워진 비너스상’(1998)이다. 당시 가격은 430만홍콩달러(약 5억 9800만원). 11년 사이에 쿠사마의 ‘땡땡이 비너스상’은 국내 경매사가 주도한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7배 이상 가격이 뛴 셈이다. 물론 동일한 작품은 아니더라도 같은 시기에 제작해 같은 날 발표한, 색만 다른 동명 연작이란 점을 감안할 때 미술시장에서 뻗쳐오르는 쿠사마의 상승세는 충분히 가늠해볼 만하다. 이번 44억원에 팔린 작품과 동일한 작품인 ‘붉은색 버전의 땡땡이 비너스상’도 3년여 전 국내 경매시장에 나왔던 적이 있다. 2018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시작가 30억원을 달고 출품했으나 새 주인을 찾지는 못했다. ◇MZ세대 겨냥한 ‘젊은’ 작품들…내놓는 족족 팔려 또 다른 기대를 모았던 ‘이우환 대 이우환’ ‘김환기 대 김환기’의 대결구도는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서울옥션에서 밀었던 이우환의 150호(227×182㎝) ‘선으로부터’(1982·추정가 15억원)가 유찰되고, 케이옥션이 내놓은 ‘항아리’(1958·추정가 12억∼20억원)가 경매 전 출품이 취소되면서다.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 매치를 형성했던 작품들을 제외하면, 케이옥션에 나선 이우환의 40호(80.3×100㎝) ‘점으로부터’(1975)는 7억원에, 서울옥션에 나선 김환기의 ‘매화와 달과 백자’(1950s)는 8억 6000만원에 각각 새 주인을 만났다. 대신 이우환의 출품작 중 서울옥션에서 이름을 올린, 이번 케이옥션에서 팔린 작품과 상당히 유사한 또 다른 30호(71.8×90.2㎝) ‘점으로부터’(1978)는 5억 7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75).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매시장에서도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있는 이우환의 이 작품은 케이옥션 ‘2월 경매’에서 7억원에 낙찰됐다(사진=케이옥션).김환기의 ‘매화와 달과 백자’(1950s). 서울옥션 ‘제165회 미술품 경매’에서 8억 6000만원에 팔렸다(사진=서울옥션).미술시장 판도를 뒤집은 MZ세대, 그들의 취향을 고려한 ‘못 보던 작품’으로 꼽혔던 미국 출신 작가 캐서린 번하드(47)와 우국원(46)의 작품들도 모두 팔렸다. 케이옥션이 내놓은 번하드의 ‘미국의 ET와 발렌시아가’(2019·152.4×121.9㎝)는 1억 2000만원, 또 서울옥션이 출품한 우국원의 ‘스타팅 오버’(2021·80.0×99.5㎝)는 7100만원을 부른 응찰자를 찾아갔다. 지난해 불현듯 ‘경매스타’로 떠오른 우국원의 작품은 케이옥션에서도 3점이 출품됐는데, ‘본파이어’(2019·60.6×72.7㎝)가 4400만원, ‘코끼리 되기’(2018·100×80.3㎝)가 6200만원, ‘슬립’(2019·130.3×162.2㎝)이 1억 4500만원에 낙찰되며 식지 않은 열기를 내뿜었다. 우국원과 함께 또 한 명의 ‘경매스타’로 부상한 김선우(34)도 싹쓸이 낙찰행렬에 동참했다. 서울옥션이 내놓은 ‘비상하는 세 마리 도도새’(2020·100×80.3㎝)가 5900만원, ‘정글의 기이한 순간’(2020·112.0×145.0㎝)이 4200만원에 팔렸다. 또 케이옥션이 내놓은 ‘관점에 대하여 Ⅲ’(2020·130.3×162.2㎝)는 5000만원, ‘달빛 아래’(2020·130.0×162.2㎝)가 58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따라나섰다. 서울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였던 이번 경매의 낙찰총액은 약 173억원, 낙찰률은 81%였다. 케이옥션에서는 낙찰총액과 낙찰률 등 경매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캐서린 번하드의 ‘미국의 ET와 발렌시아가’(2019).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이 작품은 케이옥션 ‘2월 경매’에서 1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사진=케이옥션).우국원의 ‘스타팅 오버’(2021).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매시장에서도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있는 우국원의 이 작품은 서울옥션 ‘제165회 미술품 경매’에 7100만원을 부른 새 주인을 만났다(사진=서울옥션).
2022.02.28 I 오현주 기자
방송작가 구자형, 블랙핑크 평전 출간
  • 방송작가 구자형, 블랙핑크 평전 출간
  • 구자형[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그룹 블랙핑크의 평전이 출간된다.방송작가이자 음악평론가인 구자형은 내달 14일 ‘레인댄스 2.8_아트&블랙핑크’(RAIN DANCE 2.8_ ART & BLACKPINK)라는 타이틀로 평전 제1권을 출간한다. 구자형은 첫 번째 테마로 세계여성해방운동 음악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여성 팝 스타들을 선정해 소개, 그 대미를 블랙핑크로 장식한다. 올 상반기에 4권까지 순차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구자형은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이 세계음악의 패러다임을 눈물과 비극에서 도전과 꿈의 회복 등 선한 영향력으로 바꿨다면,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6년간의 지난하고도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기적처럼 극복해 냈다”며 “현재 유튜브 구독자수 7240만명으로 전 세계 1위를 성취해내는 등 세계의 블링크(블랙핑크 팬클럽)들과 함께 21세기 지구인으로서 음악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위대한 자유를 쟁취해 냈다”고 밝혔다. 또한 ‘프리티 새비지’, ‘러브식 걸즈’ 같은 곡으로 역동적 시공간을 창조하며, 세계인들에게 6년째 변함없는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고도 했다.블랙핑크 평전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서는 “블랙핑크 데뷔 때부터 아주 특별한 스타성을 감지했고 본능적으로 지난 3년에 걸쳐 블랙핑크 평전을 준비하고 집필했다”며 “계속해서 로제와 조니 미첼 등 세계의 창조적 여성스타들과의 음악성을 비교한 제2권과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등 블랙핑크 4인조 걸그룹의 성공분투기를 다룬 제3권, 이들의 스타성과 주요 히트곡 리뷰를 담은 제4권 등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책의 타이틀 ‘레인댄스’는 코끼리가 건기에서 우기로 바뀔 때 비가 가장 먼저 내릴 곳을 찾아 이동하는 그 장대한 광경을 표현한 말이다. ‘2.8’은 지구상에서 사람의 발길이 전혀 안 닿은 신비로운 천연의 미개발 지역이 북극에만 남아있는데 그 면적이 지구 총면적의 2.8%뿐이라는 데서 착안한 것으로 전해졌다.구자형은 근래 방탄소년단(BTS)과 조용필 평전을 발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K팝 전문 기후행동 ‘매거진 뮤직앤피스’(빛기둥엔터테인먼트)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2022.02.24 I 윤기백 기자
김동연·심상정, 정치 SNS ‘옥소폴리틱스’ 등판
  • 김동연·심상정, 정치 SNS ‘옥소폴리틱스’ 등판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진=옥소폴리틱스사진=옥소폴리틱스정치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옥소)에 김동연 대선 후보와 심상정 대선 후보가 등장했다. 옥소에는 매일 올라오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마다 채굴할 수 있는 ‘옥소코인(oxo)’을 특정 정치인에게 투자하는 폴디들이 존재한다. 각 폴디들이 투자(지지)한 정치인들의 가치는 기업 시가총액처럼 매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옥소코인 시총으로 드러난다. 주로 이대남이 활동 중이다. 옥소폴리틱스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총 5명을 중심으로 정책 및 공약, 응원의 한마디를 사용자들(폴디들)에게 받았고, 각 후보에게 이 질문을 전달했다.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행정고시 폐지, 다양한 인재 채용으로 봐 달라”지난달 21일 새로운물결 당사에서는 김동연 후보와 옥소폴리틱스의 만남이 이뤄졌다. 옥소폴리틱스는 김동연 후보와 정치성향 테스트를 진행하고, 정책 및 공약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옥소폴리틱스의 주요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정치성향 테스트를 직접 해본 김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개혁적 정책이 많아 하마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코끼리가 나왔다”며 “기성 정치인들처럼 평면적인 진보-보수 구분에 갇히기보다는 새로운 범주를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옥소폴리틱스의 정치성향 테스트는 진보에서 보수 정치 성향에 따라 5가지 부족(호랑이, 하마, 코끼리, 공룡, 사자)으로 구분된다. 옥소폴리틱스 플랫폼에서 활동하기 위한 필수 과정 가운데 하나로, 현재까지 약 10만5000명이 테스트를 진행했다.이 밖에도 △대선 후보 인지도 △공약으로서 토지 공개념의 의미 △행정고시 폐지 이유 등의 대화를 나눴으며, 옥소폴리틱스 오늘의 질문 ‘대선 특집 딩동, 김동연 후보의 답장이 도착했어요!’로 상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특히 ‘행정고시 출신임에도 행정고시를 폐지하려는 이유’에 대해 김 후보는 “공직 사회에는 행정고시 출신 중심의 순혈주의가 있다. 행정고시 폐지라는 수단보다 공직사회의 다양한 인재 수용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는 기회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며 “여러 직업을 고를 기회, 공부할 기회, 기업할 기회, 장사할 기회, 연애하고 결혼할 기회 등 수많은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정의당 심상정 후보 “주4일제, 단발적 공약 아냐”지난달 28일에는 옥소폴리틱스의 질문에 대한 심상정 후보의 서면 답변이 도착했다. 옥소폴리틱스는 오늘의 질문 ‘대선 특집 딩동, 심상정 후보의 답장이 도착했어요’를 통해 △남은 대선 기간 심 후보의 역전 스토리 △진정한 성평등을 위한 페미니즘 방향 △n번방 방지법 실효성 △노동 정당으로서 그리는 노동의 미래 등을 공개했다.심 후보는 먼저 대선 역전 스토리에 대해 “심상정을 찍으면 역전할 수 있다”며 “세상은 모두 토끼에만 주목하지만 거북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의 힘을 모아 성큼 추월할 것이다”고 답했다. n번방 방지법에 대해서는 “디지털 성폭력은 초동 대처가 핵심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범죄 수법은 다양해진다.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상설조직으로 만들고, 디테일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라고 밝혔다.끝없이 발전하는 인공지능(AI) 시대, 노동의 미래에 대해서는 “AI 발전은 분명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지만, 인간의 일자리가 빼앗기는 미래는 나아갈 방향이 아니다”,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은 노동 시간을 줄이고, 더 창조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이 돼야 한다”며 주 4일제가 단발성 공약이 아닌 기술 진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현재 김동연 후보, 심상정 후보의 답장은 약 1300개의 OX 응답과 100여개의 댓글이 작성됐다. 옥소폴리틱스는 이재명, 윤석열 양대 후보에게도 질문을 전달해 후속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2022.02.07 I 김현아 기자
더없는 낭만의 무대거나 세상끝 절망의 벽이거나<20>
  • 더없는 낭만의 무대거나 세상끝 절망의 벽이거나[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20>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81년 그린 ‘선상의 오찬’. 르누아르가 대형캔버스 그림에 재미를 붙이던 40세 무렵의 작품이다. 어느 날 절친들을 선상파티에 불러모았는데, 화면에 보이는 14명 중에는 당시 활약하던 화가와 미술상까지 끼어있을 정도로 르누아르의 명성이 높았을 때다. 부드럽고 담백한 색조를 유지하며, 화면의 구성과 스토리에 몰입하던 화풍이 살아있다. 인물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가진 이야기가 읽힌다. 캔버스에 유채, 129.9×172.7㎝, 미국 워싱턴 필립스컬렉션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큐레이터·미술평론가] 노후에 여유가 되면 천천히 바다를 가로지르며 이 나라 저 나라를 둘러보는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생각보다 길어진 감염병이 실제 원인이지만, 심리적으로 바다를 두려워하게 된 이유도 있다. 타이타닉 같은 거대한 배가 침몰하는 것은 먼 과거의 일이라 생각했지만, 불과 수년 전 어린 학생들이 탄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을 실시간 생중계로 목도해야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무력감에 빠져야 했던, 그때의 경험은 배 타는 두려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배 타는 일은 여전히 여가의 일종이다. 물론 생업이 고기잡이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철도나 비행기 같은 더 빠른 수단이 있어도 굳이 강이나 바다 위에 떠서 물빛을 바라보며 목적지로 흘러가는 그 새로운 경험은 즐거움을 위한 것이었다. 여가는 시민혁명 이후 대중의 것이 됐다.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 앉아 있거나 여행을 하고 뱃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과거에는 특수 계층만이 누릴 수 있었지만,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신분에 상관없이,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여가의 취미가 됐다. ◇애완견에 입 맞추고 친구들과 만담…배 위 더 없는 행복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선상의 오찬’(1881)은 물 위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여가를 즐기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찬이 벌어진 장소는 센강 위에 떠 있는 배지만, 실제로는 강변 레스토랑 바로 곁에 정박해 있다. 그림 속에 나오는 이들은 두세 명씩 작은 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다가 레스토랑 옆에 정박하고 큰 발코니 같은 레스토랑의 배 위에 올라 식사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정박한 배라도, 물결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고 강바람이 이들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이들의 앞에는 각종 과일과 술병이 놓여 있다. 잔의 종류로 봤을 때 와인과 샴페인을 두루 겸비해 취향에 따라 원하는 주종을 선택할 수 있을 듯하다. 면면도 다양하다. 그림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의 지인들, 또 다른 화가와 컬렉터, 그들의 연인과 르누아르의 연인에 이르기까지. 화면 왼쪽에, 이후 르누아르의 부인이 될 여인은 작은 강아지를 안고 입을 맞추려는 듯 보이고, 그 여인 앞에 의자를 거꾸로 놓고 앉아 강을 바라보는 이는 동료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다. 카유보트처럼 민소매를 입고 있는 남성들은 노를 저어 온 이들이다. 다양한 포즈로 시간을 즐기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흥겨워 보인다. 해가 좋은 늦여름 즈음에 친구들을 불러 뱃놀이를 즐기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니 누가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배 타는 일은 르누아르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서처럼 평화롭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프랑스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1791∼1842)가 그린 ‘메뒤즈호의 뗏목’(1818∼1819)은 좌초한 프랑스 해군함 메뒤즈호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난파선 뗏목에 몸을 맡기고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해군들 외에도 당시 프랑스 식민지의 관리자 등 400여명이 승선했던 메뒤즈호는 부적절한 항로 선택과 지휘관의 판단 미숙으로 아프리카 북서 해안에서 좌초했는데, 비극은 늘 안전에 대한 불감증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메뒤즈호는 승선인원이 모두 탈 수 있는 구명정을 갖추지 못했고, 구명정에 오르지 못한 150여명은 뗏목을 만들어 탔는데, 구조를 기다리던 대부분은 자살하거나 굶어 죽거나 풍랑으로 바다에 빠져 죽고 최종적으로 구조된 인원은 15명뿐이었다. 제리코의 그림 속 19명 가운데 4명은 이미 사망했거나 곧 사망에 이를 사람들인 것이다. 살아남은 메뒤즈호의 지휘관은 군사법정에까지 갔지만, 이렇게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에 겨우 3년형을 선고받았다.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뒤즈호의 뗏목’(1818∼1819). 30대 초반 낙마사고로 요절하기 전까지 제리코의 작품활동 기간은 12년뿐이다. 하지만 극적인 사건을 대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은 그에게 최고의 명성을 안겼는데, 이 그림은 그중 대표작이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서사시적인 장면을 창조해낸 선구적 작품이란 평가가 따랐다. 캔버스에 유채, 490×716㎝, 프랑스 파리 루브르미술관 소장.◇좌초한 배 위에서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사람들제리코는 이 뗏목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당시 살아남은 생존자 가운데 몇명을 인터뷰했다. 막막한 바다 위에서의 극단적인 경험, 실낱같은 희망과 절망, 살아남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비인간적인 행위 등, 남은 자의 이야기들은 제리코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했다. 제리코가 그린 장면은 뗏목에 있는 사람들이 수평선 먼 너머로 다른 배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파도가 높아 몸을 가누기 힘든 중에도 사람들은 할 수 있는 한 더 높은 곳으로 올라, 멀리 있는 배가 자신들을 발견하도록 옷가지와 찢긴 천을 간절히 흔들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사람과 그가 바다로 떨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단단히 잡은 사람, 포도주 통에 의지해 흰 옷가지를 흔드는 사람을 그림의 가장 위쪽에 배치했다. 그들의 왼쪽 옆에는 저 멀리 배가 보인다고 뒤쪽에 긴급하게 알리는 사람들, 급작스럽게 손을 들고 일어서는 이들을 어떻게라도 단단히 붙들어주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화면 아래쪽 사람들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들 중 몇몇은 이미 죽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붉은 천으로 몸을 감싼 이는 이 와중에도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다. 한 손으로 시신을 지탱하면서 다른 손으로 머리를 괴고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그는 이미 깊은 절망에 빠져 있다. 제리코의 이 그림이 가져온 파장은 컸다. 등신대의 인물들로 그려진 그림을 공개했을 때 모든 관람객을 충격에 빠뜨렸으며, 메뒤즈호 사건을 불멸의 것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인간과 동물을 구원한 최초의 배 ‘노아의 방주’바다는 이렇게 인정사정없는 장소지만, 그럼에도 배는 인간을 그런 바다에서 구하기도 한다. 배가 인간을 구원한 가장 이른 예는 노아의 방주일 것이다. 기독교 성경 창세기에 간단히 기록된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기독교 이외에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각종 설화와 신화에 등장해, 대홍수가 실제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게 했다. 창세기에 따르면 창조주는 타락한 세계에 벌을 주면서도 완전히 절멸시키지 않기 위해 노아의 가족과 각종 동물 한 쌍씩을 배에 타게 했다.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시몬 드 마일(출생·사망 미상)이 그린 ‘노아의 방주’(1570)는 대홍수가 끝난 뒤 동물들이 배에서 내리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이다. 물이 빠진 땅에는 인간이 사용했을 법한 물건, 신발 한 짝과 사다리, 베틀 등이 놓여 있고 사망한 사람과 죽은 동물들도 있어 대홍수가 만든 폐허를 보여주고 있다. 시몬 드 마일의 ‘노아의 방주’(1570). 출생·사망연도를 비롯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마일이 남긴 유일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노아의 방주’란 주제 덕에 끊임없이 회자했다. 노아의 방주에 태운 신화적 생물을 묘사한 중세의 대표작으로도 꼽히는데, 이름도 모르는 동식물을 포함해 수레·바퀴·삽·신발 등 잡동사니까지 그려넣은 디테일이 풍부하다. 나무패널에 유채, 114×142㎝, 개인 소장.하지만 노아의 배는 수많은 동물을 살렸다. 노아의 가족은 물론, 아직 배에 타고 있는 동물, 그 배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동물, 이미 땅에 발을 딛고 흩어지는 동물의 면면이 대단히 이채롭다. 화면 오른쪽 아래 두 여인 곁에는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와 고양이, 닭이 그려져 있다. 모든 동물의 실물을 보지 못했을 화가는 코뿔소를 철갑을 두른 형태로, 하늘을 나는 새 중 일부는 길짐승과 날짐승을 합친 형상으로 그렸고, 낙타와 기린, 코끼리 등 큰 동물 외에도 작은 동물들은 실제와 비슷하게, 혹은 있을 법하게 그려뒀다. 노아의 배는 재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던 구원의 배다. 배는 인간을 구원하기도 파멸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졌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생업이기도, 희망이기도,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포이기도, 절망이기도, 아픔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이윤희 큐레이터는…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2.01.22 I 오현주 기자
‘회색코끼리’ 우려한 고승범, 2금융 칼댈까 “금융업권별 건전성 관리”
  • ‘회색코끼리’ 우려한 고승범, 2금융 칼댈까 “금융업권별 건전성 관리”
  •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올해(2022년도) 금융 여건 변화를 감안해 업무범위 확대 등 금융업권별 제도를 정비하고 금융산업의 디지털·플랫폼화 진전을 위한 제도개선 및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고 위원장은 전날인 13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연구소장 등 민간전문가들과 이 같은 내용의 금융산업 발전방향을 논의했다고 14일 금융위가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건혁 신한지주 미래전략연구소장, 한동환 KB경영연구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본부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윤주 BCG 파트너 등이 참석했다.이건혁 소장은 금융회사 업무 범위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고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시행 △금융지주 계열사간 고객정보 제공 및 이용 활성화 △보험사의 헬스케어 및 요양 서비스 제공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영업자·과잉채무자 등 신용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정중호 소장은 올해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정상화, 이로 인한 증시조정 가능성, 자영업자 부실 현실화 등을 제시했다.권영선 본부장은 금융산업도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해외법인의 출자 관련 제도 합리화 등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한동환 소장은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할 때 그 자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점이나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 문제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역설했다. 빅테크에도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김학균 센터장은 가계금융 규모를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수익률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주식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개인투자자 외 매수기반을 지속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철수 센터장은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BDC 및 목적형 ISA 제도 도입, 퇴직연금 운용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BDC는 혁신기업·비상장기업 대상 자금제공 및 경영지원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투자기구다. 목적형 ISA란 결혼자금이나 대학자금 마련 등 특정한 투자목적을 위한 ISA 계좌다.김윤주 BCG 파트너는 ‘긱 워커(gig worker)’의 급증에 따라 이들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신용평가 및 금융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긱 워커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일회성 또는 단기로 계약을 맺고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를 뜻한다.고 위원장은 민간의 의견을 들은 뒤 △금융산업의 디지털·플랫폼화를 위한 제도개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하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대응 △자본시장 혁신과 투자자 보호의 병행추진 △금융업권별 건전성 관리강화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및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제 추진 등을 약속했다.
2022.01.14 I 김정현 기자
의심받던 팀쿡의 애플이 승승장구하는 비결
  • 의심받던 팀쿡의 애플이 승승장구하는 비결[113]
  • 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교수[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교수]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은 한서(漢書)》의 “조충국전(趙充國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실감형 체험은 일반적인 경험을 고도화시키는 디지털 기술력의 결정체이다. 우리는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마케팅 관점에서 고객과 동료를 참여시키고 정보를 제공하며 수익을 늘리는 데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살펴봄으로써 지속 가능한 제조 경영에 미칠 영향을 탐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 이기 때문이다.얼핏 디지털 툴(tool)만이 눈에 띄기 쉽지만, 미래 산업 경제는 현실(리얼)과 디지털을 연결해 감동 체험을 창출하는 “Emotional Experience”라는 개념으로 고객 체험 가치의 극대화가 목적이다. 그 이유는 업종과 업태가 달라도 메타버스 플랫폼의 MoT(Mobility of Things)와 MoB(Mobility of Behaviors)처럼 제공하고 싶은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꼭 필요한 이유는 지능형 정보통신기술(IICT, Intelligence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해 정보를 빅데이터 관리 기술을 통해 균형 있게 구조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명확한 분류 작업은 디지털화의 기본이자 필수이며, 개념을 분리(separation) 하여 인식하는 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 중 하나다. 자연과 한 덩어리로 존재했던 인간은 이성을 갖게 되면서 자연으로부터 분리됐다. 분리를 통해 자연을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인간은 객관으로 존재하는 자연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분류(categorization)를 시작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한다.디지털은 아날로그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됐고, 그 결과 아날로그 시절에 겪었던 많은 불편이 해소되고 있다. 디지털이 제공하는 대표적인 편익은 기록과 검색이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필요 없는 정보를 그때그때 폐기했다. 만약 그 정보가 훗날 추억으로 되살아난다고 하더라도 그저 왜곡된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어렴풋이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경험을 이야기해왔고, 또한 아날로그 시대엔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그나마 폐기되지 않은 정보와 정보 사이를 무작정 뒤져야 했다. 마치 현미경 없이 사물을 관찰했던 것처럼 늘 그렇게 해왔다. 다시 말해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류가 우선되어야 디지털화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 그러므로 아날로그 기술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이러한 아날로그(analog)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과 같이 디지털 기술 중심적인 사고만으로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출현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물질문명 관점에서 1800년대 까지는 물질의 성장이 약 5배였지만 그 후 산업혁명 등을 통해 약 200년 동안 100배이상 물질이 성장했다고 한다. 인간은 자연을 생명의 유무를 기준으로 생물과 무생물로, 다시 생물을 운동성과 세포벽의 유무 차이를 기준으로 동물과 식물로, 그리고 그 각각을 다시 “종-속-과-목-강-문-계-역” 등으로 분류하여 적극적으로 자연을 이해하였고, 이를 통해 과학 기술의 근간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분류 능력으로 인간 스스로를 인종과 성, 나이 등으로 분리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분류는 객관성을 대상으로 하는 분류와는 다른 개념으로, 차라리 “분열(分裂, division)”에 가깝다고 할 수 있듯이 잘못된 분류는 혼돈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즈니스 관점의 마케팅 전략에 활용된 비즈니스 전략 관점에서는 유용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산업 정책의 괘(掛) 관점에서 ‘디지털 대전환’과 더불어 ‘에너지 대전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는 정책 어젠다(agenda) 이지만 분류 방법에 따라서 실행력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아날로그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디지털이 등장할 수 있었을까?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을 표현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한계에 다다르자 ‘0과 1의 조합으로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디지털이 등장하게 됐다. 그것도 중앙 집중적 정보관리가 대세였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속성(屬性)과 특징 때문에 탈 중앙화(decentralization), 분산화 정보(distributed-intelligence) 관리 시대에 도래했다. 그것 역시 대상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분류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그 까닭은 과학기술의 근원이 분류학의 역량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현재 구분되어 있는 생물종은 300만에서 1000만 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들을 분류해 그룹으로 나누어 분류명을 데이터 베이스(DB) 화 하고, 이 분류를 한층 더 계층적으로 세분화하여, 여러 생물군 간의 관계나 나아가 진화의 계보를 분명히 하는데 쓰인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호모사피엔스’라는 학명을 지닌 뭇 생명의 하나로 처음 객관화(客觀化) 한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e‘)의 시대에는 현미경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형태에 중점을 두게 되었고, 그것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한 생화학이 발달함에 따라 색소 등을 이용해 보다 체계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분류 체계는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발전해 왔다. 따라서 분류학은 각 시대마다 당시까지 판명된 정보에 근거하여 납득할 수 있는 분류 체계를 모색해 왔다. 20세기 말에는 유전자 그 자체를 참조하는 분자유전학의 수법이 수용되면서 많은 분류 군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분류 체계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향후에도 변동 가능할 것이다.기업 경영 전략 관점에서 인터넷 기반 사업을 확장한 구글과 아마존,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한 애플, 삼성, 페이스북 등은 불과 10년에서 20년 사이 전 세계 TOP10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래를 빠르게 내다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고하게 정했을 뿐만 아니라 정확 분류 기준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분류를 통해 사업 기회를 포착한 결과이다. 이처럼 인류의 문명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도 이렇게 분리, 분류, 분열을 통해 발전해 왔다. 가상과 현실처럼 분명한 객체를 인간의 분리 능력으로 마이크로(micro)와 섬세함에 접근할수록 세상은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해지고 뉴 노멀(new normal) 현상이 나타나는 속성을 갖고 있다.아래 그림은 MaaS(Mobility as a Services) 분야의 지적재산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브랜드 가치 1위 미국 기업 아마존 시총이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액보다 약 1000억 달러 높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한 애플이 2022년 새해 주식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약 3579조 원)를 돌파했다. 3조 달러는 일개 기업 가치로는 경이로운 규모다. 국가별 경제로 따지면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이 영국(2조 7642억 달러)을 제쳤고, 독일 GDP(3조 846억 달러)도 넘보는 성과다. 공장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no plant manufacturing) 제조업 나이키와 애플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위 그림에 나타나 있듯이 2010년대 후반부터 애플의 주가는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여 3조 달러에 진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6개월 15일이다. 제조 유통 산업의 실무 경험이 풍부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성과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후계자인 팀 쿡의 자격과 능력을 두고 줄곧 물음표가 뒤따랐다. 그는 정보통신 분야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쿡은 시장의 의문을 놀라움으로 바꿔 놨고 아이폰을 역사상 가장 수익성 좋은 제품으로 만들어 냈고 스마트 폰의 글로벌 시장의 수익 약 80%를 애플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공급망 관리의 전문가로서 팀 쿡은 미국과 유럽, 중국 정부의 규제와 정치적 위협을 막아 내면서 공급망을 관리하고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팀 쿡은 아이폰 매출 의존성을 탈피하기 위해 애플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하고 애플 TV, 피트니스 플러스 등 유료 서비스 플랫폼을 확장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메타버스 플랫폼의 토대를 단단히 수행하기 위해 증강 현실(AR), 가상 현실(VR), 확장 현실(XR) 헤드셋과 자율주행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는 시점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즉 팀 쿡은 애플을 애플이 만든다(made in apple)는 개념에서 벗어나 애플은 세계가 만든다(made in the world)로 기술 주권 중심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산업 관점에서 디지털 대전환은 기업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고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과 사회의 시대적인 요구에 응답하고 그런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업무 자체, 조직, 프로세스, 기업문화·풍토를 지속적으로 혁신하여 경쟁적인 산업 생태계에서 지속 가능한 우위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요컨대, 디지털 대전환이란 산업 혁신, 비즈니스 모델 변혁,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이다. 따라서 지능형, 메타버스 기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은 제조업의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제조 경영전략이자 제조 현장의 아날로그 기술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여 새로운 수익원과 경쟁요소를 개발하는 지속 가능한 제조 활동의 연구(R&D) 정책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감정이 ‘좋다’에서 ‘싫다’로 이동할 때 아날로그는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을 연속적으로 표현하지만, 디지털은 단지 좋다와 싫다로 처리해 기록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디지털도 좋다 와 싫다 사이를 더 정교하게 세분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지의 해상도를 아무리 높여도 결국 디지털 이미지는 픽셀이라는 최소 단위의 조합일 뿐이다. 그래서 픽셀 조각이 튀거나, 선이나 도형의 가장자리가 우둘투둘하고 날카로워지는 계단 현상(일그러짐, Aliasing)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은 Anti-Aliasing이라는 기술을 적용한다. Anti-Aliasing은 튀는 픽셀 조각을 더 작은 픽셀로 뭉개 연속적인 선으로 인식하게 하는 이를테면 디지털식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는 소비 패턴이 개인화 맞춤(bespoke) 뿐만 아니라 소비의 패턴과 순서가 바뀐 새로운 혁신들로 과거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lifestyles)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소비 패턴의 변화는 기존의 제조-도매-소매의 공급망(supply chain)의 틀을 확 바꾸고 있다. 제조업에서 제품을 만들어 고객을 설득해야 할까? 고객을 메타버스 세상에서 만나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빅데이터 관리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과 함께(DIY, Do it Yourself) 제조-수리-장식을 직접 하는 개인화 맞춤 제조를 구현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정보의 팽창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진보는 점점 인간을 코끼리 앞에 놓인 장님 신세로 만들고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경험에 다른 장님의 경험을 통합해 사고하는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만진 부분이 코끼리의 전부라고 주장한다면 코끼리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을까? 분리든, 분류든, 아니면 분열이든 그것은 이해하고자 하는 대상의 “통합적 인지(統合的 認知)”를 전제(前提)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이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진정한 디지털 대전환 아닐까?
2022.01.08 I 류성 기자
이재명, `무한책임 부동산` 네 번째 공약은 `월세`
  • 이재명, `무한책임 부동산` 네 번째 공약은 `월세`
  •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번엔 `월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임인년(壬寅年) 새해 `무한책임 부동산` 네 번째 공약으로 월세 부담을 낮추겠다며 부동산 민심 잡기에 나섰다. △공시가격 관련 제도 전면 재검토 △불합리한 종합부동산세 개선 △실수요자의 취득세 부담 경감 등을 통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이어 청년층을 공략해 2030세대의 표심을 더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이 후보는 이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프로젝트 중 `무한책임 부동산` 4번째 공약을 통해 월세 공제를 늘려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월세는 코끼리지만 공제는 쥐꼬리`라는 글에서 “거주 형태 변화로 월세 비율이 점점 높아지지만 자산이 적고 소득이 낮은 청년층일수록 높은 월세를 따라갈 수가 없다”면서 “월세 부담보다 낮은 은행 이자로 전세를 얻고 싶지만 전세를 구하기도 어렵기에 전세에서 월세 전환은 세입자에게 공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이에 따라 월세를 내고 있는 국민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가장 먼저 최대 5년 전 월세까지 공제받도록 `이월 공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금 소득이 적어 공제 한도를 못 채운다면 기부금 공제처럼 최대 5년 뒤까지 이월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두 달 치 월세를 되돌려 받도록 공제율도 높일 예정이다. 이 후보는 “연 월세액의 10%~12% 공제율을 15%~17%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전했다.아울러 공제 대상 주택가격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세입자들이 월세 공제 혜택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 후보는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던 것을 5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하겠다”면서 “세입자와 청년의 월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2.01.02 I 이상원 기자
이준석 "악몽, 털 깎인 매머드가 쫓아와…복귀 고려 안해"
  • 이준석 "악몽, 털 깎인 매머드가 쫓아와…복귀 고려 안해"
  •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다시 합류할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준석 대책보다 선거 대책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29일 국회에서 취재들과 만난 이 대표는 “선대위 복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더이상 선대위가 ‘이준석 대책위’처럼 돌아가는 건 스스로도 보기 안 좋고 국민 보기에도 안 좋다”고 지적했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연합뉴스)또 그는 “(선대위가) 어떤 개편 과정을 겪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다가 악몽을 많이 꾸는 것이 털 깎인 매머드 하나가 쫓아오는 꿈”이라고 말했다.자신이 빠진 선대위를 ‘털 깎인 매머드’에, 선대위 합류에 대한 압박이 요구되는 상황을 ‘매머드가 쫓아온다’는 것에 비유한 것처럼 보인다.끝으로 그는 선대위를 향해 “이준석 대책위가 아니라면 최근 후보의 하락세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합리적 분석을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잠행이 끝나고 당무에 복귀한 후에 “매머드에서 업그레이드된, 면도 잘된 코끼리 선대위가 이제 민주당을 찢으러 간다”고 밝힌 바 있다.이 대표는 지난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당원과 갈등을 겪은 후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고 현재 대표직만 수행하고 있다.전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윤 후보는 이 대표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부적으로 비공개로 쓴소리하고 건의해야 할 이야기와 공개적으로 할 이야기를 명확하게 가려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반면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이번 주 중 이 대표를 만난다는 계획을 밝히며 “선대위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당의 대표이고, 당의 목표인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1.12.29 I 권혜미 기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단장한 서울대공원...동물에겐 선물도
  •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단장한 서울대공원...동물에겐 선물도
  •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서울대공원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동물원과 공원 곳곳을 크리스마스 장식물로 꾸며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동물원에서는 사육사들이 각종 먹이로 만든 트리로 동물사를 꾸미고 동물들에게 과일과 채소, 상자 등을 이용한 선물을 제공해 보다 특별한 동물행동풍부화를 이끌어 냈다.(사진=서울대공원)행동 풍부화란 동물원, 수족관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이 야생에서와 같은 활발한 먹이활동과 풍부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실시해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맹수사에서는 양말 모양의 선물주머니에 닭고기 등 호랑이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넣고 나무에 매달아 시베리아호랑이들의 행동풍부화를 유도했다. 각종 채소와 과일로 만든 트리와 케이크를 선물 받은 아시아코끼리는 바로 케이크를 한 발로 부수고 안에 든 바나나와 트리까지 맛있게 먹어치우기도 했다. 한규영 사육사는 “겨울철에는 코끼리가 코를 활용하는 빈도수가 다소 적어지기 때문에 코끼리가 좋아하는 과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를 문에 만들고 먹이를 높은 곳에 매달아 코 근육의 사용을 유도했다”라고 설명했다. 제3아프리카관에서는 육식동물 중 가장 빠른 치타가 새 둥지 안에 든 타조알을 선물 받고 알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런드는 상자 안에 든 좋아하는 건초와 과채류를 먹고 상자에 뿔질을 하며 야생 습성을 표현했다. 유럽불곰은 오랫동안 먹이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헌 책 사이사이 넣어둔 땅콩을 열심히 찾아먹는가 하면 상자 안에 넣어둔 지푸라기와 고구마에도 한껏 흥미를 보였다.서울대공원 동물들에게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영상은 유튜브 서울대공원TV채널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또 야외광장에서는 작가 10인이 참여한 ‘제6회 동물원 속 미술관’ 전시회가 내년 2월까지 개최된다. 전 세계에 단 두 마리 남은 북부흰코뿔소의 실물크기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수연 서울대공원 원장은 “서울대공원에서 준비한 각종 행사와 겨울철 아름다운 동·식물의 모습은 대면과 비대면으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서울대공원 말레이곰 모습(사진=서울대공원)
2021.12.22 I 김은비 기자
롯데케미칼, '프로젝트 루프' 확대…플라스틱 소재로 제품 재탄생
  • 롯데케미칼, '프로젝트 루프' 확대…플라스틱 소재로 제품 재탄생
  •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스타트업 등과 함께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신발과 재킷 등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롯데케미칼이 재활용 소재 범위를 페트병 외에도 장난감, 폐어망 등으로 확대한다. 롯데케미칼은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가 지난 2년여의 시범사업을 토대로 재활용 소재 범위를 확대하고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 활동을 본격화한다고 20일 밝혔다.롯데케미칼은 이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Project LOOP 소셜벤처 1기 출범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회사는 2020년 1월부터 폐플라스틱 수거 문화 개선과 재활용을 통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제 구축을 위한 Project LOOP를 추진해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8개 업체가 협약을 맺고 시범사업을 시작하 바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에 Project LOOP는 폐페트병을 수거와 재활용한 친환경 가방과 신발, 재킷, 노트북 파우치를 출시했으며 올해 6월에는 롯데지주, 롯데뮤지엄과도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이 같은 활동들을 통해 Project LOOP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참여기업들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실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출범하는 Project LOOP 소셜벤처 1기는 재활용 소재 범위를 PET 외에 PE, PP, ABS 등 플라스틱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환경과 자원선순환 분야 소셜벤처 발굴 공모전을 지난 10월부터 진행해 참여기업들을 모집했으며 심사를 거쳐 5곳을 선발했다. 롯데케미칼은 앞으로도 소셜벤처를 지속적으로 모집해 자원순환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롯데케미칼은 임팩트스퀘어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코디네이션을 맡아 Project LOOP 1기 참여기업들과 함께 자원선순환 체계 구축 활동을 진행,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는 ‘ESG More&Best Sharing Platform’의 일환으로 법률·경영 자문을 제공하며 롯데벤처스와 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센터는 다양한 펀드를 통해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Project LOOP 소셜벤처 1기 참여 기업 중 △플라스틱 장난감(ABS, PP)을 회수·분쇄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재생소재를 생산하는 ‘코끼리공장’ △폐어망(PE, PP) 탈염과 전처리 플랜트 개발을 통해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포어시스’ △분쇄형 AI 회수기를 제작, 자체 기술을 통해 물질별 분리를 진행하는 ‘우림아이시티’가 폐플라스틱의 수거와 원료화를 맡는다.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한 의류를 생산하는 ‘플러스라이프’와 15c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분쇄해 3D 프린터로 의자와 가구 등을 제작하는 ‘로우리트콜렉티브’는 제품화를 담당한다.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폐플라스틱 이슈는 한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나아가 기업과 지자체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고리가 견고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며 “롯데케미칼은 Project LOOP가 이러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써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Project LOOP 소셜벤처 1기에 참여하게 된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는 “친환경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설비 투자와 기술 지원이 필요했는데, 롯데케미칼에서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이번 행사에는 LAR, 레벨롭, 프로젝트비욘드 등 기존 시범사업 참여기업들도 참석해 지난 활동을 함께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하는 Project LOOP를 응원했다.
2021.12.20 I 함정선 기자
이준석 "'윤핵관'은 대상포진 같아…털 자라면 레이저 제모"
  • 이준석 "'윤핵관'은 대상포진 같아…털 자라면 레이저 제모"
  •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의 핵심 측근을 일컫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해 “건강 상태가 안 좋으면 재발하는 대상포진 같은 느낌”이라고 비유했다.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윤핵관의 위력이 약화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핵관이 한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윤 후보가 어떤 정치적인 세력을 형성하기 전에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한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거리인사에 나서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이어 “대상포진은 완치가 되기보다는 몸 상태에 따라 재발할 수 있다”며 “이번 윤핵관 문제에 대해 우리 후보가 상당히 경각심을 가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잘 제어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털을 깎았는데 또 털이 자라나면 다음번엔 레이저 제모 시키겠다. 진짜”라고 덧붙였다.앞서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선대위를 ‘코끼리 선대위’라 일컬으면서, 선대위 내 불필요한 잡음의 여지를 솎아 냈다는 의미로 “매머드의 털을 깎아냈다”고 비유한 바 있다.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상왕에 비유하며 이재명과 김종인의 대결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은 항상 이기는 장군의 이미지가 있어 민주당이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인사권이나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은 다 후보가 한다”고 덧붙였다.이 대표가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하다’고 말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당원인 고3 김민규 군의 출범식 연설이 우월했다는 표현이었다”며 “그걸 무슨 인종의 우월성, 지지성향의 우월성이라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지적했다. 공동선대위원장 합류를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보였던 이수정 교수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한 반대가 아니고 이 교수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그동안 당이 견지한 것과 달라 지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아울러 그는 여전히 이 교수와 생각이 다른 점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이 교수가 우리 당의 방향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교정할 것”이라면서 “이 교수도 당의 방침에 따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12.10 I 이선영 기자
'2021 코끼리 사운드 힐링 페스티벌', 뮤지션 장재인 앰비언트 사운드 트랙 공개
  • '2021 코끼리 사운드 힐링 페스티벌', 뮤지션 장재인 앰비언트 사운드 트랙 공개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내 대표 명상 앱 코끼리 운영사 ㈜마음수업은 오는 31일까지 음악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운드 힐링 페스티벌’을 랜선으로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코끼리 랜선 사운드힐링 페스티벌 포스터 (사진제공=마음수업)이번 랜선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코끼리’ 앱은 심리, 명상 전문가들이 직접 제작한 명상, 수면, 심리치유 콘텐츠와 힐링 음악 등 언제 어디서든 편안해질 수 있는 총 1,000여편의 힐링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마인드풀룸 곽정은 작가, 꿈꾸는 지구 김수영 작가, 방송인 허윤희 등 전문가들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으며,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코끼리 사운드 힐링 페스티벌에서는 장재인의 앰비언트 사운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틀안의 우월 Framed superiority’을 공개한다. 장재인은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작사, 작사, 편곡한 음악 작업을 이어왔으며 최근 전시음악 작업으로도 관심을 모았다.이 밖에도, 코끼리 창립자이자, K명상을 알리고 있는 큐레이터 다니엘튜더와 토니, DJ 엘리펀트가 강한 에너지를 주는 비트 뮤직과, 영국 감성의 기타 사운드로 마음의 위로를 주는 음악을 소개한다.코끼리 사운드 힐링 페스티벌은 코끼리 앱을 통해 무료로 진행되며,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들을 수 있다.한편, 마음수업은 사운드 힐링 페스티벌 기간 동안 코끼리 인스타그램 인증시 공기청정기, 손거울 등의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2021.12.09 I 이윤정 기자
李 "지금부터 선거운동 1일차"…'코끼리' 이기는 '꿀벌 선대위' 만든다
  • 李 "지금부터 선거운동 1일차"…'코끼리' 이기는 '꿀벌 선대위' 만든다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지금부터가 바로 본격적인 선거운동 1일차”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시·도당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회의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상대 진영도 이제 정비가 됐고, 일대일 구도가 완벽하게 만들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각 시·도당 선대위가 국민의 기대에 맞춰 제대로 구성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선거운동을 진행해 나가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도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당이 국민을 대리하는 일꾼으로서의 모습 갖추길 바란다. 주권자의 의지를 존중하고, 주권자가 원하는 바를 잘 찾아내서 기민하게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국은 대리인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장인 박정 의원은 국민의힘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이 코끼리 선대위를 꾸렸다면 민주당 시도당과 지역위원회는 꿀벌 선대위를 꾸리겠다”며 “그래서 코끼리가 혼비백산해 달아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매머드에서 업그레이드된 면도 잘 된 코끼리 선대위가 이제 더불어민주당을 찢으러 간다”고 밝힌 것에 대해 ‘꿀벌 선대위’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박 의원은 “꿀벌은 초당 230번씩 날개짓을 하고 꿀 한 숟가락을 얻기 위해 4000번을 왕복해야 한다. 우리가 코끼리를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이런 부지런함에 있다”며 “국민 한 분 한 분을 더 부지런히 만나고 경청하며 4기 민주정부 탄생이라는 달콤한 꿀을 국민에게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송영길 대표는 “책임을 영어로 하면 ‘responsibility’인데 둘로 나누면 ‘response’하는 ‘ability’, 즉 ‘반응하는 능력’”이라며 “국민들이 무언가 아픔을 이야기하고 요구를 하면 즉각 즉각 반응하는 신속하고 능력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각 시·도당에서 국민들의 가려운 곳, 아픔 곳, 민원, 선거 방법에 대한 의견, 이런 것들을 즉각 즉각 수렴해서 바로바로 답변을 주고 대응함으로써 ‘이재명 캠프는 무언가 이야기하면 바로 반응이 오는구나’라는 그런 선대위가 되기를 바라겠다”며 “신속한 기동력을 가지고 우리 이재명 후보와 혼연일체가 되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2021.12.07 I 박기주 기자
윤석열, 코끼리 선대위 첫 점검…안철수, 탄소중립 공약 발표
  • 윤석열, 코끼리 선대위 첫 점검…안철수, 탄소중립 공약 발표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야권 대선 후보들은 7일 화요일 저마다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두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전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이어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코끼리 선대위의 전략 및 계획을 진두지휘한다. 특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 선대위 관계자들과 조직적인 선거운동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는 계획이다. 이어 오전 11시에는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서부스마일센터를 방문한 뒤 오후 2시에는 종로구에 있는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을 방문해 치안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초격차 혁신형 SMR로 탄소중립 실현’을 주제로 탄소중립 관련 공약을 발표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안 후보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제3지대 대선 후보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인재영입 1호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김 전 부총리는 최근 거대 양당의 선대위 구성과 양당 후보를 싸잡아 비판해온 만큼 그의 영입 1호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1.12.07 I 박태진 기자
권지웅·서난이 “청년에게 인식된 민주당은 꼰대와 위선”
  • [인터뷰]권지웅·서난이 “청년에게 인식된 민주당은 꼰대와 위선”
  • [이데일리 이상원 배진솔 기자] “‘희망 고문’이 아니라 삶의 개혁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권지웅·서난이 더불어민주당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옳다`는 태도로 변화에 기민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자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권지웅(왼쪽)·서난이(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청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배진솔 기자, 서난이 의원실 제공)이재명 대선 후보와 함께 선두에 서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가장 낮은 곳에서 듣겠다는 이들은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차지했지만 복잡다단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한 채 울타리 안으로 밀어넣으려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청년 세대에게 인식된 민주당은 ‘꼰대’와 ‘위선’이었다”고 비판했다. 쇄신의 일환으로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를 발족했다. 선대위 내에는 ‘꼰대짓 그만해 위원회’도 개설했다. 차기 대선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의 목소리를 날 것 그대로 듣겠다는 취지에서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들은 2030세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리스너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리스너 프로젝트는 300명의 청년들이 다른 시민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데이터를 모아 청년 정책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세우기 위해 시작됐다.이재명 후보의 청년 행보도 적극 독려할 예정이다. ‘표심 얻기’라는 비판이 있을지언정, 청년들에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정책을 설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청년 세대는 다른 시민단체보다 조직력이 떨어지기에 오히려 삶의 경계에 있는 청년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남혐여혐 둘 다 싫어 위원회’도 함께 개설해 이번만큼은 젠더 갈등을 절대로 도외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존과는 다르게 혐오를 강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예정이다. 이들은 성별 간 혐오가 생긴 배경 중 하나로 ‘여유의 부재’를 꼽았다. 삶의 여유가 부족해지면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받게 되자 서로를 배척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성별에 따라 어떤 위협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서로에게 ‘여성이 대체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느냐’ 혹은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무슨 차별을 받느냐’고만 한다면 대화 자체가 안되고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면서 특정한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에 위원회 운영 방향도 자유로운 공론장을 만드는 쪽으로 갈 것”이라 전했다.무엇보다 발상의 전환, 현실에 근거한 정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들은 “결혼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혜택, 다인 가구여야 누릴 수 있는 혜택은 1인 가구가 대부분인 청년에게 좌절을 안겼다”면서 “1인 가구여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정규직 아닌 프리랜서로 일해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미래를 위한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 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브리핑에서 공동위원장으로 발탁된 권지웅(왼쪽 두 번째) 새로운사회를여는주택 사내이사와 서난이(왼쪽 네 번째) 전주시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다음은 권지웅·서난이 공동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중앙당 선대위 산하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서난이(이하 서)/핵심은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선대위는 단계적 검토가 이뤄져 위험 요소를 줄일 수는 있었지만 시의적절하게 의사결정을 못해 많은 문제를 다룰 수 없다. 선대위에 소속돼 있으면 여러 단계를 거쳐 확인·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훨씬 간소화 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부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리스너 프로젝트`와 기자회견까지도 독자적으로 진행해왔다.△권지웅(이하 권)/사회와 제도·법·정치는 똑같은 속도로 변하지 않는다. 보통 한 발짝 느리다. 청년이 변화된 사회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1인 가구의 삶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말이 4인 가구에 사는 사람이 아닌 실제 1인 가구인 사람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청년들의 고충을 청년선대위에서 듣고 세심하게 다루려 한다.- 그간 민주당이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서/(민주당에서) 즉각적인 사과와 반성이 없었다. 사과할 거면 제대로 사과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했어야 하는데 제때 설명하지 못했다. 지금은 후보도 즉각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거나 문제가 있는 지점에서는 적극적으로 사과하는 태도로 바뀐 것 같다. `MZ세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니 당 이미지로 “위선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특정 사건이나 계기 보다는 누적된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쇄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권/ `내 말이 대체로 옳다`라는 태도가 있었다. 여당으로서 어떤 결정을 했을 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제때 하지 못한 것 같다.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왜 틀렸는지 고민해보고 돌이켜야 했다. 노력을 안 했다고는 못하겠지만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면 못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동산 문제부터 시작해 중대재해처벌법도 (법안이) 통과했지만 과정이 더딘 부분이 있었다. - 이를 개선하기 위한 청년선대위의 활동 계획은. △서/ `할 말은 합니다` 라는 키워드로 진행하려 한다. 만약 사과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즉각 사과하고 반응하는 태도를 견지하려 한다. 또한 `리스너 프로젝트`로 그간 대표되지 않는 청년들, 보통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많이 들어보려 한다. 그 목소리들로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청년선대위에서 즉각적으로 바꿀 것이다. 얼마 전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는데,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지켜낼 수 있는 법안이 빠르게 진행돼야 겠다고 생각했다. 법은 시행됐지만 보완 대책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대응하려 한다.권/근본적으로 부동산과 직업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키고 싶다. 현재 한국 사회는 기존 울타리 속에 들어와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결혼을 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청년 세대 대부분은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1인 가구인 채로도 좋아야 한다. 또 정규직이 아닌 상태에서도 혼자 일을 하는 자체로 지위를 부여받고 긍정할 수 있는 사회로 변화시키고 싶다. 프리랜서 혹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안정적인 상태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차기 민주당이 지녀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서/다양한 삶의 ‘존중’이다. 획일화 된 정책으로는 지금 청년 세대들을 포용할 수 없다. 나오는 정책들의 면면을 보면 세밀한 정책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자, 비정형화 노동 등 정말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이나 삶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히 촘촘하게 설계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전주에서 사는 것이 전주를 선택해서 살 수 있어야지 여기서 살아야 해서 사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권/진짜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2017년도에는 ‘좋은’ 대통령이 시대정신이었다. 지금은 변화를 만들어 낼 사람이 정치권력을 쥐었으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지지하는 사람은 다르지만 이번에는 `좋은 말``희망 고문` 말고 진짜 변했으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가 연일 청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 표심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이 있는데.△서/비판이 있어도 무조건 만나야 한다. 만나서 듣지 않고는 변할 수도 없고 정책을 설계할 수도 없다. `탁상 행정`처럼 앉아서 쥐어짠다고 효능감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더 적극적으로 삶의 경계에 있는 청년들을 만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히려 이런 행보는 더 변화해야 한다. 학생회를 하는 청년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현장 중심으로 더 들어가서 만나야 한다. 최근 부양의 문제로 인해 자기 삶이 굉장히 피폐해진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들로 정책이 변화해야 하고 반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비판이 있더라도 계속 만나야 한다. 권/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은 후보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청년들에게 할애한다는 것은 청년들에게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청년에게 일정한 시간을 내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사실 수많은 시민단체가 다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청년 집단은 비(非)조직군이 많다. 흩어져 있는 청년들을 계속 만나겠다는 것은 청년을 통해 이 사회를 바꿀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물을 끓이려면 예열 기간이 필요한 것처럼, 후보가 느끼는 사회와 청년이 꿈꾸는 사회가 조금씩 일치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 후보가 말하는 가난의 이야기가 공감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권/그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현재는 대통령 후보이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그 이전에는 변호사였다. 지금 가난한 사람이 모두 그렇게 될 수는 없다. 그런 지적이나 충분히 공감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는 된다. (이 후보는) 민주당 `아웃 사이드`였을지 모르지만 보통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권한을 가진 사람이다. 그것만으로 시민을 설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만 그래도 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후보가 도지사일 때 올해 첫 일정으로 `먹거리 그냥 드림`코너`를 찾았다. 처지가 어려워 먹을 것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식료품이 쌓여 있는 센터로 그 누구보다 먼저 찾아갔다. 지금도 약자의 입장에서 계속 서려고 하는 사람이다. 무상 교육·성남 의료원 제도도 그런 입장에서 생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후보가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행보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남혐·여혐 둘다 싫어 위원회’를 조직했다. 남녀 혐오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나.△서/혐오는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현재 젠더 이슈는 세대·사회적 환경·경제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돼서 단순화 하기 어렵다. 한 요소가 특정 문제를 발생시키면 그 요소를 제거하면 되는데 젠더 이슈는 단 한 가지 요소의 해결만으로는 풀 수 없다.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면서 특정한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위원회의 방향도 공론장을 만드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권/특정 단어를 듣게 되면 바로 혐오라고 규정짓기 때문에 그 다음 말을 듣지 않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 여유가 사라지면서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위협당한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싶어하지 않게 되자 거기서부터 갈등을 빚게 됐다. 여전히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화장실 가는 것부터, 집으로 가는 길조차 무섭다고 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인데 어떤 성별이 어떤 위협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주장을 여성이 대체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느냐고 한다면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반대로 남자가 사회에서 어떤 차별을 받는다고 말하면 역시 답으로 향하기 어려워진다. 상대가 이야기하는 고충 그대로를 가지고 대화할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최근 이 후보는 젠더갈등이 표현보다는 기회의 부족에 따른 경쟁 문제에서 갈라졌다고 말했다.△서/현재 상황에서는 예를 들어 50대 남성이 2030 정서와 감정을 완벽하게 읽어낼 수 없다. 그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현장을 돌면서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완벽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공감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고 본다. 현재 위치에서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고 그런 노력을 통해서 청년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편 후보와 청년선대위 모두 일상의 문제를 폭넓게 다뤄 혐오가 아닌 공존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서로 일치한다.- 남녀 혐오,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권/“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하면 코끼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혐오를 생각하면 혐오가 떠오르지 않나. 대선 기간 동안 정치에 기대할 만한 것들을 만들어 혐오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하고 싶다. `스토킹 처벌법`이 현재 더딘 상황인데 이재명 후보든 윤석열 후보든 이 문제를 두고 논의한다면 실제로 더 빠른 진척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겪은 사람이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면 더 좋을 것이고 이러한 목소리를 채우는 일에 청년선대위가 동참하고 싶다.- ‘민주당 꼰대짓 그만해 위원회’도 조직했다. △서/(저도 30대지만) 20대에게 꼰대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상황이다. 5060세대가 바라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정서가 존재할 것이고 이를 직접 설명하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꼰대라는 것은 서로가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지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워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권/나이가 젊다고 꼰대짓을 안 하겠나. 저희의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꼰대가 될 것이다. 핵심은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우리에게 와서 말해줄 수 있을 것인가다. 말을 했을 때 들을 것 같다는 믿음을 줘야 사람들이 와서 말해줄 것이다. 때문에 저희는 들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또 노력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청년선대위가 꾸려지고 나서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열심히 듣고 또 들을 테니 믿고 지켜봐 달라.권/평소에 정치에 관심 갖지 않은 사람조차 정치에 관심을 갖는 시기가 도래했다. 여기서 쏟아지는 말과 정책으로 5년이 결정된다. 다채로울수록 더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직접 얘기하면 정부가 더 좋아질 것이다. 매번 옳을 수는 없겠지만 더 다양한 목소리가 전해질 때 확률적으로 덜 틀릴 가능성 있다. 이야기가 쏟아질 때 ‘이번에는 바뀔까’라는 기대라도 생긴다. 말도 못한다면 무엇이 새로워지겠나. 청년선대위가 듣고 말하는 역할을 할 테니 좋은 대선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한다.
2021.12.06 I 이상원 기자
국힘, 울산합의 이후 쾌속질주…'김종인사단' 별동대 띄운다
  • 국힘, 울산합의 이후 쾌속질주…'김종인사단' 별동대 띄운다
  •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지난 3일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울산합의’로 극적인 반전을 꾀한 국민의힘이 선거대책워원회 출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합류를 계기로 조직과 인선을 재편하면서 ‘원팀’ 구성에 힘을 쏟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일명 ‘김종인 사단’이 속속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선거 대응 체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직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 윤석열 대선 후보를 만나고 있다.(사진=국민의힘)김 위원장이 5일 선대위 합류 후 처음으로 당사를 찾아 윤 후보를 만났다. 그는 윤 후보와 국내 현안과 국제 정세, 산업구조 전환 등과 관련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손실보상 50조원 공약에 대해 “작년 4월에 코로나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갈지 모르니 100조원의 예산을 확보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생계를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며 “통상적 사고방식으로는 해결을 못 한다”고 윤 후보의 공약을 지원사격 했다.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합류에 맞춰 이날 중앙선대위의 추가 인사도 단행했다. 노재승 커피편집샵 블랙워터포트 대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공동선대위원장을 추가 내정했다. 노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 유세차량에 올라 ‘비니좌’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총괄상황본부장은 임 전 실장이 맡고, 비서실 내 정책실장으로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내정됐다. 이양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정책본부와 정책실장의 차이점과 관련해 “정책본부는 큰 틀의 정책을 맡아 공약 등을 맡고, 정책실은 후보 메시지, 인터뷰 등을 논의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변호사, 박성훈 부산시 경제특보,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정책위원으로 합류한다.이 수석대변인은 금 전 의원의 합류와 관련해서는 “(합류)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또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김 위원장도 “초기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내가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말해 권 변호사의 합류 여부는 불투명하다.‘경제통’ 윤희숙 전 의원의 합류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윤 전 의원에 대해 “이미 우리와 여러 차례 논의를 통해 합류가 예정된 인물”이라고 말했다.이같은 상황 변화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담판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31일부터 당무 보이콧을 하며 지방순회에 나섰던 이 대표는 3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윤 후보와 만찬 회동을 하며 당무우선권, 소통 강화 등 선대위 및 당 운영 방식을 두고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 간 갈등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지만, 윤 후보가 직접 나서 이를 봉합하면서 리더십의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부산에서 합동유세에 나서면서 ‘원팀’ 선대위의 그림도 그려나가고 있다.이 대표는 새롭게 정비된 선대위를 ‘코끼리 선대위’라 지칭했다. 그는 “후보의 큰 구상인, 누구나 역할이 있는 매머드 선대위의 구상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저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매머드의 털을 좀 깎아내고자 제안한 것”이라며 “면도를 해놓고 보니 그 털 때문에 지금까지 있었던 불필요한 악취나 파리떼가 많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면도가 잘된 코끼리 선대위가 이제 민주당을 찢으러 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경기장 케이스포(KSPO)돔에서 선대위 출범식을 개최한다. 지난달 5일 후보 선출 이후 한 달만이다.
2021.12.05 I 송주오 기자
이준석 "`김종인 합류` 코끼리 선대위, 與 찢으러 간다"
  • 이준석 "`김종인 합류` 코끼리 선대위, 與 찢으러 간다"
  •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선대위 구성을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극적으로 갈등을 봉함한 이준석 대표가 “이제 민주당 찢으러 간다”고 주장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커플 후드티를 입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 대표는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위 울산합의라고 부르는 지난 금요일의 후보와 원내대표, 저의 회동은 선거를 앞두고 우리 당이 지금까지 가졌던 여러 이견을 허심탄회한 대화로 조율해낸 치열한 정치적 소통의 결과물”이라고 이같이 말했다.앞서 당내 소통 문제 및 선대위 인선 등을 두고 윤 후보와 마찰을 빚고 서울을 떠나 `방랑`을 했던 이 대표는 지난 3일 울산을 직접 찾아온 윤 후보를 만나 그간의 오해를 풀고 손을 맞잡았다. 선대위 `마지막 퍼즐`이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도 성공했다.이 대표는 “후보의 큰 구상인, 누구나 역할이 있는 매머드 선대위의 구상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저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매머드의 털을 좀 깎아내고자 제안한 것”이라며 “면도를 해놓고 보니 그 털 때문에 지금까지 있었던 불필요한 악취나 파리떼가 많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이어 “검증된 코끼리 운전수인 김종인 위원장까지 합류했다. 매머드에서 업그레이드 된, 면도가 잘 된 코끼리 선대위가 이제 민주당을 찢으러 간다”면서 “민주당이 아무리 삐딱하게 보려고 해도 국민은 이런 어려운 정치적 조정을 해낸 윤 후보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1.12.05 I 권오석 기자
“코로나에도 10만명 다녀간 ‘두껍상회’ 내년에도 계속”
  • “코로나에도 10만명 다녀간 ‘두껍상회’ 내년에도 계속”
  •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지난 1년 3개월 동안 9개 도시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두껍상회를 다녀가신 분들은 약 10만명입니다. 코로나19로 매장 방문객 수 제한 등 제약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호응입니다. 두껍상회가 있었던 곳의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주변 상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았습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 (사진=김태형 기자)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지난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주류업계 최초의 캐릭터샵 두껍상회의 전국 순회가 당초 기대보다도 더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껍상회는 하이트진로에서 진로의 캐릭터 두꺼비를 본격적으로 캐릭터마케팅으로 활용하면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8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로 첫 선을 보였다. 판촉용으로만 제작하던 두꺼비 굿즈를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이어졌기 때문. 기획 단계만 해도 전국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 외 지역의 소비자들도 두껍상회에 가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지면서 전국 순회 계획을 세웠고,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인천, 강릉, 대전, 창원 등 1년 3개월간 9개 도시를 거치게 됐다. 그리고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에 다시 문을 열었다.오 상무는 “강남에 돌아온 두껍상회의 일 평균 방문자 수는 2000명이나 될 정도 인기가 폭발적이다”라며 “굿즈를 판매하면서도 희소성을 유지한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에서 제작하는 두꺼비 굿즈는 온라인이나 다른 곳을 통해서 판매하지 않는다. 두꺼비가 인기를 끌면서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입점 의뢰도 들어왔지만 하이트진로에서 고사했다. 희소성은 유지하고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 마케팅을 하기 위해 두껍상회를 통해서만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다 보니 리셀러도 등장했다. 오 상무는 “한 지역에서 한달 반 정도 문을 여는 팝업스토어에 못 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대량으로 구매해서 되파는 리셀러로 등장했다”며 “한 사람이 수천만원어치를 사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두껍상회 강남점 전경. 내년 1월23일까지 운영한다.(사진=하이트진로)여러 도시를 순회했지만 두껍상회의 콘셉트는 매번 다르다. 예컨대 전주점은 한옥마을이라는 전주 특색에 맞게 기와, 전통 창호문 등 한옥을 모티브로 인테리어를 하는 식이다. 지역은 지역별 행사와 하이트진로의 지역 공략 전략 등에 맞춰 선정한다.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인구수가 많은 대도시를 우선으로 정한다. 오 상무는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으로 강릉을 꼽았다. 지난 여름휴가 시즌을 겨냥해 7~8월 강릉 안목해변에 두껍상회를 운영했다. 그는 “지역의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3시간씩 대기하다가 다녀가는 분들이 많았다”며 “두껍상회가 이 기간 강릉의 관광코스 자체를 바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2019년 출시한 진로와 함께 시작한 두꺼비 캐릭터 마케팅. 귀여운 두꺼비에 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짓고 굿즈를 구매하는 이 정도의 성공을 오 상무는 기대했을까. 그는 “캐릭터 마케팅의 성공을 어느 정도는 확신했다”며 “2017년 출시한 필라이트의 코끼리 캐릭터에 소비자들이 호응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고 그게 진로에 와서 캐릭터 마케팅으로 더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광고에 제약이 많은 주류업계에서 캐릭터를 모델로 활용하면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모델료 절약 효과도 톡톡히 봤다.두껍상회 강남점 내부 모습(사진=하이트진로)주류업계의 캐릭터로 사랑을 받은 코끼리(필라이트)와 두꺼비(진로) 모두 오 상무의 작품이다. 그는 “캐릭터 마케팅의 장점은 소비자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이라며 “귀엽고 예쁜 캐릭터를 보면 선호가 올라가고 그게 제품에 투영되니까 제품 선호도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매출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뉴트로 콘셉트에 하늘색의 소주병, 전에 없던 캐릭터 마케팅, 16.9도로 낮춰 2019년 출시했던 소주 진로는 현재 소주 점유율 10%를 넘었다. 연간 4억2000만병이 팔렸다. 1초에 13병이 판매되는 수준이며, 음주 가능인구 3000만명으로 계산하면 1인당 연간 14병씩을 마신다는 얘기다. 두꺼비 굿즈는 두껍상회에서만 판매되지만 두꺼비 캐릭터가 들어간 다양한 상품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가까운 편의점만 가보더라도 두꺼비 라면부터 스낵류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이나 마트로 눈을 더 돌리면 차량용품부터 이불까지도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하이트진로가 두꺼비 캐릭터를 사용해 너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오해도 종종 받는다. 오 상무는 “하이트진로에서 하는 굿즈사업은 두껍상회에서 판매하는 품목인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두꺼비를 모델로 쓸 수 있도록 오픈했기 때문에 다양한 두꺼비 활용 상품이 나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엔 모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우리는 두꺼비 노출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껍상회 강남점은 내년 1월23일까지 운영한다. 두꺼비 하우스 콘셉트의 1층은 두꺼비 공부방, 거실, 부엌으로 연출한 포토존과 소맥자격증 발급, 두껍사진관 등 소비자 체험공간으로 꾸며졌다. 2층에서는 140여종의 하이트진로 굿즈를 판매한다. 미성년자는 입장이 불가하다. 내년에도 두껍상회의 전국 순회는 이어진다. 오 상무는 “많은 분들이 두껍상회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역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두껍상회 강남점 내부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2021.12.05 I 김보경 기자
으스러질 듯한 마지막 포옹…무엇을 위한 전쟁인가<12>
  • 으스러질 듯한 마지막 포옹…무엇을 위한 전쟁인가[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12>
  • 케테 콜비츠가 1903년 제작한 판화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 표현주의 영향을 받은 화가면서 20세기 독일 대표 여성 판화가였던 콜비츠는 가난한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비극적이고 사회주의적인 테마의 연작을 많이 발표했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반영한,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대변하는 반전포스터 등을 제작해 전쟁의 광기와 참혹함을 알리고자 했다. 색을 빼버린 채 검고 희거나 회색만으로 남긴 굵고 강렬한 선이 특징. 에칭으로 제작한 작품은 마치 목탄으로 그은 데생 같은 분위기로 아이 잃은 한 어머니의 절절한 슬픔을 전달하고 있다. 종이에 에칭, 42.5×48.6㎝,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학예연구관이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지금도 우리는 전쟁 가운데 있다. 한반도야 말할 것도 없이 긴 휴전 속에서 세계 강대국들의 힘이 보이지 않게 충돌하는 상태고, 가깝고 먼 나라들의 전쟁 소식 역시 끊임없이 들려온다. 디지털미디어의 발달로, 개인의 SNS로 전쟁 현장은 너무도 생생하게 전해지는데, 대부분 군인이 아닌 민간인의 시선이다. 피가 나도록 얻어맞거나 총소리가 난무하는 감당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외부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과 영상을 송출한다. 이토록 어렵게 전한 사진과 영상을 받고도 ‘좋아요’를 누르거나 퍼나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자괴감에, 이조차 관음증이 아닌지, 아니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의심하게도 한다. 사진이나 영상 매체가 발달하기 이전 화가들은 과거 역사 속 전쟁터를 상상해 그리기도 하고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장을 그리기도 했으며, 때로 군인의 신분으로 경험했던 일을 고통스럽게 회상해 그렸다. 세계를 아름답게 보는 것에 익숙한 화가의 시선으로 상상하거나 목격해 그린 전쟁의 장면은 대부분 참혹하고 끔찍하다. 하지만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몰락을 그린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그림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1827)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호한 작품이다. ◇상상으로 그린 전쟁과 현실의 전쟁, 그 간극고대 아시리아의 마지막 왕 사르다나팔루스의 궁은 적에게 포위된 상태다. 이때 왕이 내린 결정은,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서둘러 피하고 나는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제 내 왕국이 멸망하고 나도 죽게 생겼으니 내 곁에 있는 모든 이들을 다 죽이고 좋은 것은 모조리 불살라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들라크루아의 그림 속에서 사르다나팔루스왕은 그림의 왼쪽, 높은 침대 맨 끝에서 반쯤 누운 자세로 팔로 머리를 괸 사람이다. 그림의 크기가 가로 5m 세로 4m에 이르는 대작이기에, 사실 이 그림을 실제로 대하면 첫눈에 사르다나팔루스왕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렵다. 더욱이 컴컴한 위쪽 구석에서 난리가 난 현장을 심심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이란 제목이 무색하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그림에서 가장 밝게 그려진 벌거벗은 두 여인이다. 이 광란의 살해현장에서, 한 여성은 코끼리 머리조각이 있는 왕의 침대에 엎드려 이미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 여인은 그림 아래 오른편에서 근육질 남성에 의해 한팔을 뒤로 잡힌 채 단도에 목을 찔리기 직전이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1827). 낭만주의 회화의 창시자로 불리는 들라크루아의 작품은 역동적 동작과 격정적 표현, 강렬한 색을 입은 인물들이 주도한다. ‘폭발적 상상력’이 만들었다고 평가하는 ‘사르다나팔루스왕’이 대표적. 머리보다 눈을 현혹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주도하며 전쟁마저 감미롭게 바꿔놨다. 피 한 방울 없이 붉은 물감과 꿈틀대는 곡선만으로 잔인한 폭력의 완결판을 보여준다. 캔버스에 유채, 392×496㎝,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소장.그림의 구석구석에는 필사적으로 죽음을 피하려는 사람과 숨어 있는 사람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죽는 자와 죽이는 자가 모두 사르다나팔루스왕의 신하들이란 것이다. 이들은 여인을 죽이고 자신도 그 칼에 죽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평화롭게 지켜보는 왕의 시선은, 혹시 그림을 그린 들라크루아의 시선, 혹은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시선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왕국이 패한 것을 인정하고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왕의 입장이라면 자신이 누리던 그 어떤 것도 적국의 손에 넘겨주기 싫었을 수 있다. 그래서 온갖 보석과 화려한 왕궁을 불태울 수 있겠다. 삶의 마지막 국면에서 허둥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이 광경을 구경할 수도 있겠다. 이 모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왕이 전쟁을 이토록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그린 들라크루아의 회화적 열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니라 아주 먼 고대, 그것도 내 나라가 아니라 이집트 북부 어디쯤에 있는 나라라고 했을 때, 이 전쟁은 처참하지만 흥분되고 격정적인 낭만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전쟁을 몸소 겪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의 ‘1808년 5월 3일’(1814)에서 죽음이 닥친 순간에 대한 묘사는 그 어디서도 낭만적인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1808년은 스페인이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은 해다. 옆 나라 프랑스의 시민혁명에 깊이 공감했던 고야는 궁정화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군의 스페인 주둔이 또 다른 해방의 길인 것으로 착각했다. 당시 스페인 왕 카를로스 4세에 불만이 많았던 스페인인들도 정치적 개선의 과정일 것이란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외세의 침공이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나폴레옹은 곧 자신의 형을 스페인 국왕으로 앉히면서 본색을 드러냈고 스페인인들은 크게 동요했다. 그 동요는 각 지역의 투쟁으로 이어졌고, 그 시작 지점에 고야가 그린 대학살이 있었던 것이다. 1808년 5월 2일과 3일에 걸쳐 프랑스군은 외세에 대항해 들고 일어난 스페인 양민들을 참혹하게 학살했다. 2일에 마드리드 시내에서만 300여명이 총칼에 사망했고, 밤새 또 다음날까지 붙잡힌 스페인 양민 수십명이 차례로 처형당했다. 동트기 전에 행해진 처형 장면을 고야는 마치 직접 눈으로 본 것처럼 그려내고 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1808년 5월 3일’(1814). 왕족 초상화를 주로 그리는 궁정화가 출신인 고야를 변화시킨 건 나폴레옹 군대의 침공이었다. 심한 정신적 충격 탓에 화풍은 절망과 공포가 스민 ‘검은 그림’으로 바뀐다.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고야의 가장 선명한 선전그림으로 꼽힌다. 전쟁의 공포에 떠는 인간의 참혹한 모습을 그림 중앙의 등불에 비춰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나폴레옹전쟁의 진실을 폭로한다. 캔버스에 유채, 266×345㎝,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소장.그림에서는 나무막대기 하나 들지 않은 사람들에게 프랑스 군인 여러 명이 일렬로 서서 총을 겨누고 있다. 이미 총을 맞은 이들은 화면의 왼편 아래에 쓰러져 있다. 중앙에 등불을 밝혔지만 총을 겨눈 이들은 빛을 등지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불빛이 환하게 밝힌 것은 곧 총을 맞고 죽게 될 사람들의 얼굴뿐이다. 특히 양팔을 번쩍 든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는 등불보다 더한 발광체처럼 보인다. 마치 고야는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흰 셔츠의 사람에게 집중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총을 든 자와 아무것도 들지 않은 자가 서로 마주 보고선 이 순간에, 멈춰달라고 말하는 흰 셔츠의 남자는 무고하게 십자가형에 처해진 예수를 연상시킨다. ◇이념과 종교와 민족의 탈을 뒤집어쓴 전쟁의 민낯전쟁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남긴다. 일생을 노동자와 농민의 삶을 주제로 작업했던 독일의 케테 콜비츠(1867∼1945)는 1903년 어린 아들 페터를 안고 거울 앞에 앉아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1903)을 그렸다. 어머니는 죽은 아이의 시신을 온 힘을 다해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있다. 어찌 살아 있는 아들을 모델로 죽은 아이를 그렸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슐레지엔 지방의 직공봉기나 농민전쟁에서 늘 대참사로 이어지곤 하는 약자들의 희생을 일반화해 그린 모자상이었다. 작품은 인류의 탄생 이후 줄기차게 이어져 왔던 세상의 모든 전쟁에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품어 왔던 슬픔인 것이다. 이후 실제로 콜비츠의 아들 페터는 1차대전 발발 직후 불과 열여덟 살에 독일군에 자원입대해 벨기에와의 전투에서 죽음을 맞았다. 콜비츠는 죽는 날까지 자식의 죽음을 잊을 수 없었다. 죽은 아이를 끌어안은 어머니들을 그리고 판화로 새겼으며 조각으로 만들었고, 독일 군인들의 묘지에도 설치했다. 하지만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슬픔은 독일 군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어린 나이에 전쟁에 동원돼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아들을 가진 모든 어머니의 것이었다. 이러한 슬픔을 세상의 무엇에 견줄 것인가. 전쟁에서 자식을 잃은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가 견뎌 온 이 슬픔은 종국에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전쟁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고, 지도를 다시 그리고, 이념과 종교와 민족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넘어선 명분이란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이 작품은 묻고 있다. △이윤희 학예연구관은…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지금은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으로 일한다. 일터에 나가면 미술작품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전시기획을 하고, 글을 쓴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1.11.27 I 오현주 기자
양주 옥정중앙공원에 경기도 최초 'AR동물원' 개장
  • 양주 옥정중앙공원에 경기도 최초 'AR동물원' 개장
  • [양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경기도 최초의 AR(증강현실) 동물원이 양주 옥정중앙공원에 문을 열었다.경기 양주시는 26일 옥정중앙호수공원 야외무대에서 도시공원 내 조성된 AR동물원 개장식을 가졌다고 밝혔다.옥정중앙공원에서 스마트폰 어플을 실행시키면 보이는 동물 모습.(사진=양주시 제공)경기도와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이 주최·주관한 ‘2021 경기 VR·AR 공공서비스 연계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구축한 옥정중앙공원 AR동물원은 도시공원 내에서 다양한 동물을 체험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실감형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했다.옥정중앙공원을 찾는 시민과 방문객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구글의 플레이스토어(Play Store)와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를 통해 ‘옥정중앙공원 ARZOO’ 어플을 내려받아 실제 크기의 다양한 야생동물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공원 내 일정 공간에서 스마트폰으로 AR 동물원 앱을 실행하면 실제 크기의 가상동물을 만나볼 수 있으며 앱에 존재하는 포토 기능을 통해 각 동물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며 즐길 수 있다.AR동물원 콘텐츠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GPS 기반으로 고래와 호랑이, 독수리, 얼룩말, 하마, 악어, 코끼리, 기린 등 동물 8종을 구현했고 디지털로 구현되는 가상의 동물들은 최대한 실제 동물과 유사하게 움직이도록 했다.특히 하늘을 나는 고래는 하늘에 투영해 마치 물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개발했다.양주시는 동물의 디지털 콘텐츠화를 통해 옥정호수공원이 일상 생활권 내에서 시간·공간 제약 없이 동물의 극사실적 시각표현, 움직임 등을 실감 나고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는 융복합 체험학습의 장으로 재탄생하는 동시에 첨단기술과 연계한 새로운 공원문화 인프라 구축으로 공간가치가 확장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김종석 부시장은 “실감형 디지털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구축, 새로운 개념의 도시공원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된 지역문화 발굴을 시도한 점에 있어서 의의가 있다”며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1.11.26 I 정재훈 기자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