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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중립금리'를 찾아라…한은, BOK 국제컨퍼런스 개최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의 중립금리는 얼마일까.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면서 중립금리는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한쪽에선 미국의 노동생산성 향상, 재정확대 정책 등으로 전 세계 중립금리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 영향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안 받았을 리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이 내부에서 측정한 중립금리는 대략적으로 2~3%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다한 가계부채 비율,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중립금리는 더 높아질 유인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이번 주 30일~31일 한은 신축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낼 ‘BOK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BOK 국제 컨퍼런스는 2005년부터 연 1회 개최돼왔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중립금리의 변화와 세계 경제에 대한 함의’다. 중립금리는 경기 과열 또는 침체가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를 말한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3.5%인데 기존 중립금리가 2~3%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위치해있다. 이번 중립금리 논의가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인하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데 어느 정도 수준까지 금리를 내릴 것이냐의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과 팬데믹 이후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해 중립금리를 면밀히 조사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중립금리는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히 제한적인지 여부를 평가하는 중추적인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특히 중립금리는 공공부채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쟁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와 금융안정을 고려하지 않은 중립금리간의 차이도 논의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이 중립금리에 금융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대외 부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를 채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관측이다. 2021년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신용갭’을 고려해 중립금리를 책정하면 4%(테일러준칙 적용)를 상회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성장, 물가 등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한은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인구구조, 안전자산 공급 및 글로벌 자본 이동 등이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 중립금리와 재정과의 관계, 선진국와 신흥국에서의 중립금리 추이 변화 등 중립금리 관련 최신 연구결과 및 정책 사례에 대해 논의하고 시사점을 도출할 예정이다. 30일 컨퍼런스 오프닝 세션에선 토마스 조던 스위스 중앙은행(SNB) 총재의 기조연설과 이창용 한은 총재·조던 총재간 2인 정책 대담이 진행된다. 중립금리가 통화정책의 기준점으로 갖는 의미를 포함, 다양한 정책적 이슈가 논의된다. 오프닝 세션 외에도 각종 논문 발표와 토론이 이뤄지는 4개의 일반 세션, 1개의 특별 세션, 종합토론 등이 예정돼 있다. 조던 총재 외에 피터 카지미르 슬로바키아 중앙은행 총재,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 일라이 레몰로나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 루드거 슈크네흐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등도 참석한다. 수 년 째 BOK컨퍼런스에 참여해 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서전트 뉴욕대 교수를 비롯해 에릭 리퍼 버지니아대 교수,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리스턴대 교수 등 해외 저명학자들도 참석한다. 국내 인사로는 박웅용 서울대 교수, 김윤정 서강대 교수, 최상엽 연세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가 참여하며 장용성 금융통화위원, 이재원 경제연구원장 등도 참여한다.
- [마켓인]40조 선물 보따리 푸는 UAE…“국부펀드 이렇게 많았나”
-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글로벌 국부펀드 자산 규모 상위 10위 안에 2곳이나 이름을 올린 나라.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 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이들 국부펀드가 어느 섹터에 관심이 많은지,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그럼에도 이들 국부펀드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나날이 커지는 등 시장의 분위기는 뜨겁다. UAE 대통령이 오는 28일 방한하는 가운데 국내 투자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우리 쪽과 나눌 전망이기 때문이다. UAE 대통령이 지난해 국내에 UAE 국부펀드 등을 통해 300억달러(약 41조원)를 투자한다고 약속했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리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아부다비 국립전시센터(ADNEC)에서 열린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UAE 국부펀드는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무바달라 투자회사 두 곳 정도다. 국내 대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거나 투자하는 등 언급되는 빈도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탓이다.우선 UAE 대표 국부펀드로 꼽히는 ADIA는 자국 1위 국부펀드이자 세계 3위 자산 규모에 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ADIA는 1976년에 설립된 곳으로 아부다비 정부 산하이지만, 독립적으로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유 수출을 통한 자금확보로 9840억달러(약 1342조원)라는 세계 최대 운용자산(AUM) 규모를 달성한 바 있다. ADIA의 핵심 목표는 다음 세대에 부를 물려주기 위한 장기적인 가치 창출로, 이로인해 UAE 국부펀드 가운데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된다. 비상장주식보다는 환금성이 좋은 채권이나 상장주식 같은 안전 투자를 선호하며, 자국 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대부터 투자를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남산 스테이트타워 인수가 꼽힌다. ADIA는 스테이트타워를 2014년 5030억원에 인수해 2019년 5800억원에 매각했다.UAE 국부펀드의 두 번째 축이라 할 수 있는 무바달라 는 2002년 무바달라 개발 회사라는 명칭으로 설립됐다. 2017년 국제석유투자회사(IPIC)를 합병하고 지금의 명칭이 됐다. 2019년에는 아부다비투자공사(ADIC)를 흡수하기도 했다. 무바달라는 UAE의 산업 다각화 정책에 대한 기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의 경우 에너지, 석유화학, 생명과학, 헬스케어에 집중 투자하고, 자국에서는 스마트 시티, 교육, 금융 분야에 주로 투자한다.국내에는 대기업과의 MOU 체결이나 투자로 비교적 많이 알려진 곳이다. 예컨대 2017년 넥센타이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GS그룹과 컨소시엄 형태로 휴젤을 인수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하기도 했다. SK와는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전담팀을 신설할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구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모주식투자실 부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두바이투자공사(ICD)는 ADIA, 무바달라에 이은 UAE 3대 국부펀드로 꼽힌다. ICD는 두바이 정부의 주요 투자 기관으로 2006년 설립됐다. 우리에게는 2015년 쌍용건설을 인수해 알려진 곳이다. ICD는 이후 2022년 쌍용건설 지배지분을 글로벌세아그룹에 매각했다.아부다비국영지주회사(ADQ)도 주요 국부펀드로 꼽힌다. ADQ는 아부다비 정부의 비석유 GDP 비중을 늘리기 위해 에너지·유틸리티, 의료·생명과학, 농식품, 물류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이처럼 UAE 내 다양한 국부펀드의 지원이 기대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짜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들 UAE 국부펀드들의 목표는 대개 ‘경제 다각화’ 실현이기 때문이다. 업계 다수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를 많이 집행하기는 하지만, 결국 자국 경제의 새로운 부흥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라며 “투자 비용만큼 우리도 리스크를 부담하기 원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KB금융, 국내 최초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한다
-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KB금융그룹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통해 이사회와 함께 ‘KB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올해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4분기 공시에는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 관련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면서, KB금융의 현황, 향후 목표 설정, 계획 수립과 이행 평가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국내 최초의 예고 공시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적용된 첫번째 사례이다.KB금융은 지난 24일 외부 시장 전문가와 함께 한국 은행주의 저평가 원인과 투자자 의견을 공유한 후, 사외이사 및 계열사 대표이사, 지주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장기 자본관리, 자산성장계획, 주주환원 정책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를 나눴다.현재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여력이 높은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손꼽히는 가운데, KB금융이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온 업계 최초 자사주 매입소각, 분기배당 도입,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 발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 도입 등에 대해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KB금융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은 KB금융이 밸류업 대표주에 걸맞는 기업가치 증대 의지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런 결과가 반영돼 주가는 연초 대비 43.5% 상승했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린 만큼, 밸류업 모범생으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효성티앤씨, 中닝샤후이 플랜트 증설 속 견고한 실적…목표가↑-IBK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IBK투자증권은 효성티앤씨(298020)에 대해 “올해 2분기도 견고한 실적 지속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가는 55만원으로 ‘상향’했다.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5월 말 상속세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2분기 실적 또한 영업일수 증가에 따른 물량 증가로 1분기에 이어 견고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효성티앤씨는 지난 5월 중순 중국 스판덱스 닝샤후이 법인에 시설 자금 투자를 공시하였다. 총 958억원의 자금 중 75%는 동사가, 25%는 동사 연결 자회사 터키 스판덱스 법인이 출자할 계획이다. 중국 내신·지방 정부 등에 따르면 동사 중국 닝샤후이 스판덱스 플랜트는 1, 2단계의 신증설을 거쳐 현재 3개의 플랜트를 확보하고 있고, 이번 3단계 증설을 통하여 생산능력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차별화 비중 확대 및 동사 단일 공장 중 가장 큰 생산능력 확보로 타 중국 지역 플랜트 대비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며 “효성티앤씨는 원재료 통합 효과를 고려하여 PTMEG 플랜트도 동시에 건설할 계획이며 스판덱스 플랜트 건설에 특화된 동사의 과거 사례를 고려할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상업 가동되며, 연결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라 내다봤다. 이어 “스판덱스는 중국 인사이드 전략이 동반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효성티앤씨는 인도 내수뿐만 아니라 역외 지역 기저귀용 스판덱스 수요 증가를 대응하기 위하여, 인도·튀르키예 스판덱스 플랜트의 중합 공정 등의 설비를 확충하여 기저귀용 스판덱스 생산량을 1만1000톤 늘릴 계획이다. IBK투자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효성티앤씨가 수익성과 역외 지역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저출산으로 인한 어린이용 기저귀 및 스판덱스 사용 감소에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성인용 요실금 용품 수요 증가 및 신흥국 여성 생리용품의 점진적 보급 등으로 기저귀뿐만 아니라 위생소재용 스판덱스 수요는 높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제품은 유제를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변형에 대한 저항성이 우수하고, 대형 롤로 공급 가능하여 고객사의 생산 효율성 향상에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약물담는 용기도 신약개발의 일부"…한국 웨스트파마슈티컬서비시즈의 조언
-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주사제를 제조하는 미국의 한 바이오텍 A사는 ‘주사제 완제품에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이물질이 없어야 한다’는 미국 약전(USP) 규제 앞에서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워낙 규제가 까다로운 탓에 주사제 자체 연구개발(R&D)과 더불어 선제적으로 주사제 패키징 작업도 진행했다. 의약품 패키징 개발사인 웨스트파마슈티컬서비시즈의 솔루션을 통해 주사제를 막는 고무마개를 바꿈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을 이물질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지난 22일 서울 강남 웨스트파마슈티컬서비시즈(이하 ‘웨스트’) 사무소에서 만난 홍성용 대표이사는 “신약 허가시 주사제 패키징도 각국 의약당국의 허가승인을 좌우하는 요소인데 이를 간과하는 회사들이 너무 많다”며 A사의 사례를 이야기했다.홍성용 한국 웨스트파마슈티컬서비시즈 대표이사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나은경 기자)웨스트는 지난 1923년 미국에서 설립된 의약품 패키징 회사다. 세계에 50개 사업장이 있으며 직원 수만 1만명에 달한다. 한국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19년 민간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제품 유통사인 GIS코리아의 유통사업부문을 인수하고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의약품 패키징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웨스트 한국지사는 올해 또 한번 눈에 띄는 도약기를 맞을 예정이다. 지난 1일 저장용량이 기존의 두 배로 늘어난 새로운 물류창고가 문을 열었다. 지난 22일에는 한국지사의 거점오피스가 경기도 안성에서 서울시 강남구로 바뀌었다.홍 대표는 “물류 운송 속도를 높이고 고객사의 특별요청에 응하기 위해 물류창고를 2배로 늘리고 물류창고의 위치도 경기도 안성에서 화성으로, 서울에 더 인접한 곳으로 이동했다”며 “물류창고의 경우 기존에 1100파레트까지 패키징 완제품을 저장할 수 있었다면 현재 창고는 최대 2300파레트까지 저장할 수 있다. 중간에 늘어나는 물량은 물류 최적화를 통해 커버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도 집행될 것”이라고 했다.지난 2022년 웨스트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는 28년 동안 국내 의약품 산업의 전 주기를 체험한 이 분야 전문가다.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CR) 기기를 한국에 처음으로 도입했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단백질 분리정제 과정이 처음 구성되는 데도 함께했다. 웨스트에 오기 직전에는 임상 데이터 플랫폼 회사인 메디데이터 솔루션즈에서 근무했다.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여러 단계를 경험하면서 회사들이 의약품 패키징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됐다는 홍 대표는 취임 후 신약개발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 회사들에 패키징의 중요성에 대한 지식나눔을 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안성에 있던 거점사무소를 서울로 옮긴 것도 바이오텍 등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군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기 위함이다.특히 미국, 유럽 등이 의약품 패키징과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고, 의약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케미컬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서서히 바뀌어가면서 의약품 패키징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홍 대표는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 제제거나 RNA, DNA가 포함돼 있어서 케미컬의약품이 패키징과 맞닿아 생기는 반응보다도 주변환경, 약의 포뮬레이션 자체에서 생기는 리스크들이 있다”며 “습도와 공기의 통하는 정도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바이오주사제에 쓰이는 패키징에 훨씬 고난도의 기술이 적용된다”고 말했다.한국은 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특이한 구조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과 같은 글로벌 순위의 바이오시밀러 회사들 때문임은 물론,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신약개발사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홍 대표는 “인도의 경우 복제약(제네릭) 생산이 많고 중국은 케미컬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고른데 비해 한국은 유달리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라고 설명했다.이번에 글로벌 본사의 투자가 집행된 것도 이 같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2019년이 처음으로 큰 투자가 집행돼 한국 웨스트의 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 시기라면, 지금은 두 번째 분기점을 맞았다”며 “시설 확장에 방점을 두고 기존 대리점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회사의 정체성을 사업에 구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영하 180도의 온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플라스틱의 일종인 COP(Cyclo Olefin Polymer) 재질로 만들어진 주사제 용기.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잘 깨지지 않고 가볍다는 특징이 있다. 이 재질의 의약품 컨테이너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웨스트를 포함해 세계에 4곳뿐이다. (사진=나은경 기자)홍 대표는 선진시장에서 의약품 패키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많은 신약개발사들이 이를 뒤늦게 알고 너무 늦게 패키징 회사를 찾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주사기가 주사제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패킹의 이물질이 혼입되거나, 주사제가 패킹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화학적으로 변해 약물의 효능을 낮추는 등 변질시킬 수 있다”며 “패키징은 의약품 생산의 가장 마지막 단계지만, 패키징을 고려하는 시점은 약을 컨테이너(용기)에 담는 그 순간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전임상 단계부터 패키징 개발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홍 대표는 “각 의약품에 맞는 패키징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용기에 담았을 때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 약의 품질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데도 짧으면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추적관찰이 필요하므로, 전임상 단계에서부터 패키징을 고민하는 것이 좋다”며 “임상시험을 하려면 용기에 담아 임상환자들에게 주사해야 하는데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뒤 우리를 찾으면 임상 일정이 크게 늦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홍 대표는 이번에 개소한 서울 사무소에서 이 같은 기술적인 노하우를 바이오텍과 공유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의약품에 알맞은 패키징이 신약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의약당국의 신약승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맞춤형 고객에 대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 사무소에 공간을 마련했고, 이를 위해 기술전파를 담당할 기술팀의 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고객이나 잠재 고객에게 모두 기술지원과 노하우를 전파해 K바이오의 기술수출, 의약품 수출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거침없는 엔비디아의 비밀[김현아의 IT세상읽기]
-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지난 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IT 업계의 눈은 다시 한 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비법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 젠슨 황은 1961년 대만 타이난시에서 태어나 9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켄터키로 이주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졸업 후 LSI 로직과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를 담당하다가 1993년에 AI 반도체의 제왕으로 불리는 ‘엔비디아’를 설립했습니다.엔비디아는 지난 22일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이 260억 4000만 달러(약 35조 6227억원)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증권가 예상 매출인 246억 5000만 달러(약 33조 7212억원)를 상회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한 수치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엔비디아의 영업이익률이 65%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제조사로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로, 인터넷 기업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이 17.4%, 통신사 SK텔레콤의 영업이익률이 7.1%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꿈의 숫자’라 할 수 있습니다.역대 최고 실적에 더해, 주식을 10대 1로 액면분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렸고, 지난 23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9.32% 급등한 1037.9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로 인해 젠슨 황 CEO의 재산 가치는 936억 달러(약 128조 448억원)로 상승하며, 전 세계에서 17번째로 부유한 사람이 됐습니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SAP센터에서 열린 ‘GTC 2024’ 컨퍼런스 무대 위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엔비디아. 사진=AFP카니발라이제이션 즐기는 회사그런데 엔비디아의 질주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오픈AI나 구글 등이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는데 필요한 AI 반도체는 엔비디아만 유일하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 반도체 시장(학습과 추론)의 90% 이상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전세계 IT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칩을 만들겠다며 탈(脫)엔비디아를 외치지만 아직은 힘에 부친다는 이야기입니다.AI 반도체 업체 한 사장은 “엔비디아는 잘나가던 A100이 있는데 H100을 출시해 자기 제품끼리 경쟁시킨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회사”라면서 “이처럼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잠식효과)을 즐긴 회사는 거의 없다. 이는 CEO가 창업자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엔비디아는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2에서 H100 GPU를 선보였는데, 이는 A100 GPU의 설계 사상을 이어받으면서도 최대 30배까지 성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A100은 아주 잘 나가는 AI반도체였습니다. 하지만, H100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엔비디아는 A100을 단종시켜버렸습니다. 그래서 AI반도체 업계에서는 A100을 두고 “잘나갈 때 생산을 멈춘 거의 유일한 반도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이런 엔비디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H100이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팔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작 AI 칩 ‘B(블랙웰·Blackwell)100’과 ‘B200’를 공개했습니다. 연내 양산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A100, H100, B100까지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는 혁신이 현재의 위대한 성과를 만든 비결이라는 이야기입니다.젠슨 황을 보고 “돈을 벌려고 하는 플레이어라기 보다는 다른 무엇(이상을 꿈꾸는 창업가 정신)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를 IT혁명의 영웅 일론 머스크와 비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혁명을 만든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라는 이야기겠지요.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와 기념 사진 촬영을 한 모습이다. 사진=최태원 회장 SNS 캡처장사꾼으로서의 치밀함도젠슨 황에 대해 말할 때 그의 장사꾼으로서의 치밀함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GTC 2024에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를 가장 먼저 무대에서 소개한 것이나,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과 만나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도 삼성전자에는 부스에 전시된 최신 HBM3E의 실물을 보고 ‘승인(APPROVED)’ 친필 사인을 남기는데 그친 것이 대표적입니다. 메타는 엔비디아 칩을 가장 많이 사주는 고객이고, SK하이닉스는 AI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사이기 때문입니다.엔비디아의 거침없는 질주는 젠슨 황의 리더십과 혁신 정신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자기 혁신, 그리고 카니발라이제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영 전략이 엔비디아를 오늘의 자리로 이끌었습니다.앞으로도 엔비디아의 놀라운 성장은 계속될 것이며, 젠슨 황의 경영 비법은 IT 업계의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 "섣부른 보조금은 지방소멸에 역효과…특화산업 키워 자생력 길러줘야"[ESF2024]
- [이데일리 최연두 김형욱 기자]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현금성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지원이 아닌,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사회가 특화 산업을 더 잘 키울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하타 다츠오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하타 다츠오 일본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시장 실패가 일어나지 않는 한 정부가 불필요하게 나서서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의 정책 공유를 통해 상호 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AGI를 설립한 그는 오는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 지방소멸 해법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내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PERI)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한·일 정책 연구 교류를 본격화하고 있다.◇“규제 완화로 지역경제 살릴 수 있어”지방소멸에 대응해 현금성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건 일본의 경험에서 나온 그의 경험적 주장이다. 일본은 이미 2006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를 마주했고, 이는 곧 지방소멸로 이어졌다. 일할 청년들이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이들 모두 도심으로 이동하자 아키타현, 시마네현, 고치현 등 무수한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일본 정부는 지역발전을 위해 수조엔(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여전히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소멸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타 이사장은 특히 일본 정부가 현재도 지역 발전을 위해 운용 중인 지방창생추진교부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효과가 미미한데다 엉뚱한 데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교부금은 지역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출되고 있다”면서 “낭비적인 지출의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하타 다츠오 AGI 이사장이 지난 9일 이데일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그는 대신 아베 신조 정부(2012~2020년) 때 시작한 규제 개혁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람직한 정책 사례로 꼽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아베노믹스 전략특구’를 제안, 일본 현지 10여개 지역을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해 기업 투자를 가로막아 온 각종 규제를 풀었다. 이를 통해 농업, 관광, 의료 등 지역별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게 하타 이사장의 설명이다.이는 역시 지방소멸에 직면한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 2000년대 초부터 지역상생발전기금,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 여러 기금을 운영해 왔지만, 그 실효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많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과 지자체가 손잡고 규제 해소를 통해 지역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회발전특구 조성을 시작했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그는 “이러한 실험적 규제 완화는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당시 농업특구로 지정된 효고현 야부시의 사례를 공유했다. 일본은 농업이 핵심 산업인 일부 지역들에서 농업법인 설립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는 외부 기업과의 경쟁을 원치 않았던 일본 각지의 농부들이 배수진을 친 결과다. 야부시가 해당 대표 지역 중 하나다. 과거에는 야부시에 농업법인을 세우려면 기업 출자한도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규제 특구로 선정된 야부시가 직접 나서 농업법인 설립의 장벽을 낮추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의 투자한도를 자본금 총액 기존 ‘50% 미만’으로 끌어올렸다. 또 농사 짓는 사람 한 명을 임원으로 두면 법인 설립이 가능해졌다. 여러 농업법인이 생겼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청년층도 대거 유입됐다. 2020년 기준 야부시에서 운영되는 농업 경영체(농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개인이나 법인)는 총 800개나 된다.◇ “기업들의 정년 연장, 강요 말아야”하타 이사장은 인구 소멸 대응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우려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건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그는 “일본에선 기업이 근로자를 정년까지 해고할 수 없는 종신고용제도가 잘 지켜지고 있지만 이 제도가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방해하고 더 나은 인재를 고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며 “여기서 정년을 더 연장한다면 기업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까지 더 오래 일하도록 만들어 신규 채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일본은 1994년 60세를 법적 정년으로 정하고 기업의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초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이를 늘리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정년 연장보다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리란 게 하타 이사장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일본 기업의 정년은 60세가 대부분(66.4%)이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65세까지 늘린 곳도 23.5%에 이르며 그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하타 이사장은 “정부가 법적 정년을 정해 민간기업에 맞출 것은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정년은 각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고 정부는 각 기업이 스스로 정한 운영 방침을 잘 지키는지 점검하고 확인하는 역할에 그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더 나아가 기업이 자율적으로 근로자를 좀 더 자유롭게 해고하고 채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타 이사장은 “능력이 부족한 임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없는 현 제도 아래에선 기업들은 젊은 층 채용을 늘리려 할 뿐 퇴직자 채용은 꺼릴 것”이라며 “제도를 뜯어고쳐 무능한 퇴직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면 기꺼이 퇴직자를 다시 뽑을 수 있는 유인이 된다”고 말했다. ◇ 하타 이사장은일본 오사카대와 국립정책대학원에서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인 재정 전문가. 1965년 일본 국제기독교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미 존스 홉킨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부 조세 위원회 전문가 위원을 비롯, 주택·토지 위원장, 전기가스 감시위원회 창립 의장 등을 거쳤으며 일본 경제협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