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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1,150건

  • 골드만삭스 차기 CEO에 'IB맨' 솔로몬 낙점
  •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로이드 블랭크파인(63) 골드만삭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으로 데이비드 솔로몬(56)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낙점됐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1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후계구도를 놓고 경합했던 하비 슈워츠(53) 공동대표가 자진 사퇴하면서다.골드만삭스는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슈워츠 공동대표가 다음 달 20일 사임하고, 솔로몬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솔로몬의 낙점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어느 정도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온 솔로몬 COO는 ‘골드만삭스의 2인자’로 꼽혔던 게리 콘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옮기면서 공동대표에 발탁됐다. 솔로몬과 슈워츠는 2016년 12월 공동 COO에 임명된 이후 후계자 자리를 놓고 권력 다툼을 벌여왔으나, 슈워츠가 맡았던 채권트레이딩 부문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솔로몬의 IB 부문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 이사회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랭크파인 회장이 이르면 연말께 사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내년 골드만삭스 창립 150주년을 전후해 물러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블랭크파인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한 말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사임 소식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블랭크파인 회장의 정확한 사임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2018.03.13 I 이준기 기자
'미투' 촉발했던 여감독 "이젠 '위투', 시스템 바꾸자"
  • '미투' 촉발했던 여감독 "이젠 '위투', 시스템 바꾸자"
  •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세계여성의날 시위에 참여한 영화감독 아시아 아르젠토(왼쪽)와 배우 로즈 맥고완. (사진=AFP)[이데일리 e뉴스 장영락 기자] ‘미투’에 이어 ‘위투’ 운동이 제안됐다. 이탈리아 출신 배우 겸 감독 아시아 아르젠토는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행사에서 미투(Me too)에서 한발 나아간 ‘위투(We too)’운동을 제안했다.위투는 ‘나’만이 아닌 ‘우리’를 강조해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제3자도 성범죄 근절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으로, 최근 트위터에도 ‘wetoo’등의 해시태그가 등장했다.아르젠토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초기에 고발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정작 고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유명세를 노리고 폭로를 했다’는 등의 비난을 받아 한동안 이탈리아를 찾지 않았다.그러나 이날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행사가 열리자 고국을 찾아 시위를 주도했다. 로마에서 벌어진 시위 행진에 앞장선 아르젠토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에 맞설 것을 호소하며 ‘위투’(We too) 운동을 제안했다.아르젠토는 현지 라디오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우리 문화에 뿌리 깊은 가부장적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8.03.09 I 장영락 기자
② '왜 거부하지 않았냐' 묻는다면 당신도 이미 가해자
  • [권력 기생 성폭력]② '왜 거부하지 않았냐' 묻는다면 당신도 이미 가해자
  • 여성단체 회원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박미애 기자] 김지은은 살아야 한다.‘미투(Me Too)운동’으로 피해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투 과정에서 실명, 얼굴까지 공개하다 보니 그로 인한 불이익이 우려되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지은 정무비서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는 공감도 이어지고 있다.성폭력은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신체적 학대와 정신적 학대를 동시에 경험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피해자가 받아들이는 고통의 정도에 따라서 제각각이지만 경우의 따라서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래서 여성 관련 단체들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 일컫는다.미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운동이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존자’ 간 공감을 통해서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래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청소년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다. 2017년 10월 불거진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태에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생존자들 당시 기억 떠올리는 것도 고통”전문가들은 미투를 통해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점에 주목, 미투가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동청소년상담센터맑음의 차미숙 상담연구원은 “트라우마를 치료할 때 피해자가 당시의 경험과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게 하는 게 있다”며 “피해자들에게는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피해나 충격의 정도가 클수록 당시를 들여다보고 표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위로 여긴다. 그는 “피해자를 지지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게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미투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지나 연대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노선이 활동가는 “지금까지는 피해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어서 트라우마를 키워온 측면이 있다”고 얘기했다. 성폭력은 수치심을 일으키는 주변과 사회의 편견이 치료를 방해한다. ‘왜 그런 옷을 입었냐’ ‘왜 밀폐된 장소에 따라갔냐’ ‘왜 더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냐’ 등 가해자의 행위를 피해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시선이 그렇다. 특히 권력을 동반한 성폭력은 사회적 약자에게 입을 다물게 하고, 행여 말을 하면 ‘트러블메이커’로 낙인찍고 사회적으로 도태시키는 등 2차 가해로 침묵을 강요해왔다. 노 활동가는 “피해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받고, 그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피해 생존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도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실명 강요 공개, 마녀사냥 매도 멈춰야미투가 성폭력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이 되려면 무엇보다 미투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과 위협 속에 살아왔는지 짐작조차 못 하면서 ‘왜 이제야 얘기하느냐’고 질책하거나 ‘익명의 미투는 미투가 아니다’며 실명 공개를 강요하고, 미투에 ‘마녀사냥’으로 몰아세운다.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일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지금까지 피해 사례를 보면 미투는 누군가를 끌어내리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또는 잘못된 권력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나선 것이다”며 “이를 감정적인 비난의 소용돌이로 만들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노 활동가는 “피해 생존자들이 진작에 말하지 못한 건 그동안의 사회적 시선이나 평가들이 말할 수 없도록 영향을 줬다는 반증일 것”이라며 “언론의 보도도 신중해야 한다. 미투의 본질적인 측면보다 가해자의 행위 또는 피해자의 반응에 초점이 맞춰진 보도는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하고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8.03.07 I 박미애 기자
트럼프에 항변하듯…여성·소수자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 [90th 아카데미]트럼프에 항변하듯…여성·소수자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나는 이민자다. 여러분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곳(할리우드)에서 유럽에서 또 여러 지역에서 살아왔다. 영화가 가장 멋진 부분은 국경을 허문다는 것이다.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5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으로 감독상을 받으면서 감개무량한 소감을 말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멕시코 출신이다. 그의 국적 언급은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항변으로 읽혔다. 현장에 있었던 다양한 국적 출신의 영화인들은 박수로 그의 말에 공감했다.올해 아카데미는 미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영화 시상식답게 작품으로 트럼프 체제 하의 미국 사회에 비판의 시선을 보냈고 저항의 말을 내놨다.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은 감독상뿐 아니라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오스카가 선택한 ‘올해의 영화’가 됐다.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은 언어 장애를 가진 여성과 괴생명체의 판타지 러브스토리다. 이민자 출신 감독이 장애를 가진 여성을 서사의 중심으로 내세워 보편적 가치인 사랑을 말한다. 그 안에서 인종문제, 성소수자문제도 함께 얘기한다. 그래서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의 수상은 현 미국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쓰리 빌보드’도 마찬가지다.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나선 한 여성의 이야기 안에서 흑인 차별 문제를 다룬다. 각본상 수상작 ‘겟 아웃’도 흑인 차별 문제를 공포로 풀어낸 작품이며,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수상작 ‘코코’는 트럼프 정부와 이민자 정책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각색상을 받은 ‘콜 미 바이 더 유어 네임’은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아카데미는 이처럼 여성·장애인·흑인·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각종 차별을 겪고 있는 약자 또는 소수자의 이야기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같은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저격 발언은 없었다. 대신 다양성을 반대하고 독단으로 치닫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은근하게 꼬집었다. 페미니즘도 다양성 차원에서 재조명됐다.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으로 시작된 여성 해방 운동인 ‘미투’ ‘타임즈업’은 아카데미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였다. ‘백인들의 잔치’라는 인종 차별 비판과 함께 여성 영화인에 대한 차별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수상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여성 영화인들이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시대의 변화에 동참했다.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윅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여성이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은 8년 만이다), ‘머드바운드’의 레이첼 모리슨은 여성 최초로 촬영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 엠마 스톤은 “남성 후보 네 명과 그레타 거윅”으로 후보자들을 소개하며 여성 감독의 노미네이트에 의미를 부여했다.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자신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뿐 아니라 부문별 후보에 오른 감독 촬영감독 프로듀서 제작자 등 모든 여성 영화인들을 일으켜세워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이밖에도 시상에 나선 여성 영화인들은 “우리 앞의 여정은 길지만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60년대부터 정치 과학 문화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있었고 지금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등으로 변화를 지지하고 기대했다. 1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많은 여성 배우들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미투’ 운동에 나섰다. 이제 변화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고 받아들인 듯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검은 드레스 대신 남성들의 우월적 지위 독점 시대의 끝을 알리는 캠페인인 ‘타임즈업’(Time's Up) 배지를 걸고 조용히 ‘새 시대’를 맞았다.올해 시상식은 지난해 수상 번복 오점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발견됐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작품상을 발표하면서 수상작을 번복하는 초유의 상태로 논란이 일었다. 이를 의식한 호스트 지미 키멜은 “수상자는 호명되면 바로 일어나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작품상에 호명된 후 봉투의 이름을 재차 확인하는 제스처로 웃음을 자아냈다. 수상자 명단을 적은 봉투도 지난해에 비해 커졌다.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지미 키멜은 이례적으로 지난해 이어 올해 2년 연속으로 아카데미 진행을 맡았다. 재치 있는 입담과 시류에 대한 풍자가 여전했다. 지미 키멜은 시상식에서 “우리는 하비 와인스타인을 쫓아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다”라는 말로 아카데미의 새 장을 예고했다.‘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올해는 90회로 의미를 더했다.
2018.03.06 I 박미애 기자
큰 용기내고서도…그녀들은 왜 익명 뒤에 숨어야 했나
  • 큰 용기내고서도…그녀들은 왜 익명 뒤에 숨어야 했나
  • 지난달 26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한국여성단체 연합 주최로 열린 ‘미투’ 운동 관련 긴급 토론회 현장(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익명으로 올라온 ‘미투’ 글은 믿기 힘들다.” 배우 오달수는 최근 인터넷 기사 댓글 창에 올라온 ‘미투’(MeToo·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글로 성범죄 의혹에 휘말렸다. 처음에는 익명의 댓글만으로는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분위기가 역전된 것은 배우 엄지영이 TV 뉴스를 통해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추가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오달수는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지 한 달이 지났다. 침묵을 깨고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증언은 문화예술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돌아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고발이 익명으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그 근거로 드는 것이 미국의 ‘미투’ 운동이다.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2007년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연대를 위해 처음 시작한 캠페인인 ‘미투’ 운동은 2017년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파문을 폭로하기 위해 유명 배우들이 적극 동참하면서 대중화됐다. 유명인이 자신의 실명으로 성범죄 피해를 폭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과 다른 양상으로 ‘미투’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한 달 동안 드러난 일련의 사태 속에서 정형화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익명으로 자신의 피해를 고발한다. 가해자가 이를 부인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하거나 피해자가 실명을 밝힘으로써 가해자의 사과를 이끌어내고 있다.특히 유명인일수록 이와 비슷한 패턴을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추가 폭로가 나오자 결국 사과를 한 배우 조민기, 조재현이 그러했다. 지난달 28일 전통음악 전공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음악인 남궁연은 또 다른 피해자가 추가로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익명을 취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로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꼽는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은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해도 이를 믿지 않고 오히려 의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실명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익명으로 자신의 피해를 고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2차 가해에 대한 우려도 피해자로 하여금 익명에 숨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조재현은 자신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여러 차례 피해자의 신원을 문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수희 부장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피해자가 더욱 자신의 실명을 밝히기 힘들다”고 설명했다.‘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미투’ 운동을 익명에 숨게 만드는 이유다. 현행 형법 제307조 1항은 허위 사실뿐 아니라 사실을 알린 경우에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최대 2년 징역이나 500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자신의 피해를 고발해도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역고소’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김보람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나 제보자에게는 심리적 압박이 된다”고 말했다.김수희 부장은 “지금의 ‘미투’ 운동에서 익명 고발과 실명 고발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수희 부장은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것이 익명이든 실명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생존권을 걸고 권력자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03.05 I 장병호 기자
“하얀 리본으로 연대”…佛세자르 영화제서도 미투
  • “하얀 리본으로 연대”…佛세자르 영화제서도 미투
  • (사진=AFPBBNews)[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프랑스에서도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운동’이 펼쳐졌다. 2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43회 세자르 영화제(Cesar Awards)에선 다수 참석자들이 하얀 리본을 달고 나와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스캔들에서 비롯된 ‘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인 움직임으로 확산된 결과였다. 공로상을 수상한 페넬로페 크루즈는 파란 드레스에 하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올라 “전 세계가 미투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영화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자신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한 모든 여성들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줄리 가예트, 쥘리에트 비노슈, 소피 마르소 등이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시상식에선 프랑스 영화 ‘120 BPM’이 작품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서 수상, 최다부문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로뱅 캉피요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1980~199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하 에이즈) 운동단체 ‘액트 업’(ACT UP)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앞서 지난 1월 7일 미국에서 열린 제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배우들이 검정 의상으로 미투 운동을 응원했다. 4일 열리는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8.03.04 I 김윤지 기자
8개월만에 내린 국내 LPG 공급가격…가격경쟁력 되찾나
  • 8개월만에 내린 국내 LPG 공급가격…가격경쟁력 되찾나
  • E1 LPG충전소에서 한 차량이 LPG를 충전하고 있다.이데일리DB[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해 7월 이후 동결 및 인상을 반복해왔던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공급가격이 8개월 만인 3월 인하를 결정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동절기 종료가 맞물린 데 따른 것. 이어지는 4월 역시 인하가 유력한 상황으로, 그동안 타 연료 대비 가격경쟁력 악화를 우려해왔던 국내 LPG 공급업체들도 한시름 놓게 됐다.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LPG 공급업체인 SK가스(018670)와 E1(017940)은 프로판(가정·상업용, 산업용) 및 부탄 가격을 각각 1㎏당 55원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SK가스는 3월 가정·상업용 프로판은 923.4원, 산업용 프로판은 930원에 공급한다. 수송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부탄은 1315원으로 공급하게 된다. E1은 가정·상업용 프로판 921.8원, 산업용 프로판 928.4원, 부탄은 1314원으로 인하됐다.앞서 양사는 지난해 7월 32원 인하를 단행한 이후 올해 2월까지 동결과 인상을 반복해왔다. 8월 동결, 9월과 10월 48원 인상, 11월 77원 인상, 12월과 1, 2월 동결되면서 결과적으로 7개월 동안 1㎏당 173원이 인상됐다. 이에 SK가스 가정·상업용 프로판 공급가격의 경우 지난해 7월 805.4원에서 올해 2월 978.4원으로, 산업용 프로판은 812원에서 985원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수송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부탄 역시 1197원에서 1370원으로 오른 바 있다. E1 LPG 공급가격 역시 같은 상승곡선을 그리며 2월 가정·상업용 프로판은 976.8원, 상업용 프로판은 983.4원, 부탄은 1370원까지 가격이 오른 상황이었다.(자료=각사, 업계)국내 LPG 공급가격이 그동안 인상을 거듭해왔던 것은 국제 LPG가격(CP) 인상에 따른 것이다. 국내 LPG 공급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에서 통보한 국제 LPG 가격(CP)을 기반으로 환율과 각종 세금, 유통 비용 등을 반영해 결정된다. 중동지역으로부터 우리나라까지 운송 시간을 고려해 전월 국제 LPG 가격 기준으로 당월 국내 공급가격을 결정한다.실제로 CP는 지난해 7월 1t(톤)당 프로판 345달러, 부탄 365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매달 상승세를 이으며 올해 1월 프로판 590달러, 부탄 570달러로 올랐다. 다만 올해 2월 프로판은 525달러 부탄은 505달러로 각각 65달러 인하되면서 한달이 지난 3월 국내 LPG 공급가격의 인하 결정이 가능했다. 3월 CP 역시 프로판은 45달러 인하된 480달러, 부탄은 40달러 인하된 465달러로 결정되면서 4월 국내 LPG 공급가격 역시 추가 인하가 유력하다.LPG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의 반등 조짐과 함께 동절기 준비를 위한 재고비축 움직임 등으로 LPG수요가 급증하면서 CP 역시 빠르게 올랐다”며 “이에 더해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LPG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이같은 인상흐름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고 그동안 높은 인상폭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동절기 종료와 함께 연초부터 국제유가 하락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CP가격이 하락, 국내 LPG 공급가격도 다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가격이 인하될수록 도시가스 등 타 연료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LPG 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LPG 업계는 올해 수요 확대를 위한 다양한 호재가 예정돼 있는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말 일반 소비자들도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LPG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르면 올해 상반기 LPG신차가 출시될 예정으로, 휘발유 및 경유 대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열병합발전소 및 산업용 연료를 두고 도시가스와 벙커C유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들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다.
매장 구성 확 바꾸는 롯데百, 新매장도 확대
  • 매장 구성 확 바꾸는 롯데百, 新매장도 확대
  • 롯데백화점이 올 상반기 차별화된 매장을 구성하는 ‘롯데다움’ 매장을 선보인다. (사진=롯데백화점)[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롯데백화점이 올해 봄·여름 시즌을 맞아 ‘롯데다움’ 매장이라는 컨셉으로 매장 구성에 나섰다고 1일 밝혔다. ‘롯데다움’이란 롯데백화점이 주도해 선보일 수 있는 차별화된 매장을 구성하거나 상품을 선보인다는 뜻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상반기 매장 구성(MD개편)부터 매장 인테리어까지 직접 주도해 선보인다는 ‘오너십(Ownership)’을 경영 전략으로 선정했다. 이런 전략 아래 ‘롯데다움’ 매장을 만들어 롯데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우선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에 ‘편집매장’을 20여개 늘려 현재 89개 매장에서 1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 ‘SNS 인플루언서(SNS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 편집매장이란 새로운 매장을 확대한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12월 ‘바이미나’, ‘컬러풀DNA’ 등 인플루언서 여성의류 브랜드를 모은 편집매장 ‘아미마켓’을 업계 최초로 개점했다. 이외에도 육아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엄마&아이 옷 브랜드 편집매장 ‘아미마망(Maman)’도 올해 롯데몰 용인점에 입점할 계획이다.또 남성패션 편집매장을 강화한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오는 6일 남성 고급 맞춤옷 브랜드 ‘타카오카 컬렉션’을 개장한다. 타카오카 컬렉션은 롯데백화점과 일본 타카오카가 협업해 선보이는 브랜드이다. 타카오카는 일본 유명 백화점과 맞춤 브랜드에 최고급 원단과 맞춤 정장을 공급하는 130여년 전통 신사복 전문 상사이다. 100% 수입원단을 사용해 고품질의 합리적 가격으로 맞춤 정장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롯데백화점은 고객이 오랫동안 머무르고 다시 방문하고 싶도록 새로운 체험형 매장을 구성했다. 롯데아울렛 광명점은 이달 중 프라모델과 피규어 테마형 커뮤니티 카페인 ‘하비 플레이스 토비즈(TOBBYS)’와 업계 최초 만화책 전문 매장인 ‘마블·DC 코믹 스토어’을 연다. 또 롯데 부산 본점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레전드 히어로즈’ 매장을 들인다.롯데백화점이 주도한 실내장식과 브랜딩이 결합한 매장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다음 달 업계 최초로 세계 유명 아동 서점을 참고해 직접 구성한 체험형 아동 서점 ‘동심 서당’을 연다.정동혁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급변하는 고객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롯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차별화된 매장 구성에 주력했다”라며 “고객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맞춤형으로 제안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만의 매장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03.01 I 성세희 기자
‘체험형’ ‘편집숍 확대’…롯데百 ‘롯데다움’으로 승부수
  • ‘체험형’ ‘편집숍 확대’…롯데百 ‘롯데다움’으로 승부수
  • 롯데백화점 직원이 편집숍 매장을 꾸미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롯데백화점이 봄·여름(S/S) 시즌을 맞이해 3월부터 ‘롯데다움’이라는 콘셉트로 매장 구성에 나섰다. ‘롯데다움’은 롯데백화점이 주도해 선보일 수 있는 차별화된 매장 구성 또는 상품을 선보인다는 뜻이다.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번 상반기 매장 구성(MD개편)부터 매장 인테리어까지 직접 주도해 선보이는 ‘오너십(Ownership)’을 경영전략으로 선정, 롯데다움 매장을 만들어 롯데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롯데백화점은 이번 상반기 매장 구성에서 롯데백화점이 주도적으로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편집매장’을 확대해 올해 상반기에 20 여 개 편집매장을 오픈해 현재 전 점에서 운영 중인 89개의 매장을 1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최신 유행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하고 상품 직매입을 통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상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대표적으로 새로운 롯데백화점만의 편집매장도 선보여 ‘SNS 인플루언서(Influencer, SNS 내 영향력 있는 개인)’ 편집매장을 확대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2월, 본점 2층에 ‘바이미나’, ‘컬러풀DNA’ 등 인플루언서 여성의류 브랜드를 모은 편집매장 ‘아미마켓’을 업계 최초로 입점시켰으며, 향후 부산 본점까지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육아 중인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맘&키즈룩 브랜드 편집매장인 ‘아미마망(Maman, 엄마)’도 올해 롯데몰 용인점에 입점할 계획이다.또 남성패션에서도 편집매장을 강화한다. 오는 3월 6일 잠실점 5층에는 남성 프리미엄 테일러 샵 NPB 브랜드인 타카오카 컬렉션이 입점된다. 타카오카 컬렉션은 롯데백화점과 일본 타카오카사가 협업하여 선보이는 브랜드로 타카오카사는 일본 유명 백화점 및 맞춤 브랜드에 최고급 원단과 맞춤정장을 공급하는 130여년 전통의 신사복 전문 상사다. 새로운 체험형 매장도 구성한다. 문화/오락 등 체험형 컨텐츠를 쇼핑과 접목한 롯데백화점만의 이색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유입을 위한 차별점을 만들 예정이다. 프라모델과 피규어 테마형 커뮤니티 카페인 ‘하비 플레이스 토비즈(TOBBYS)’, 업계 최초 만화책 전문 매장인 ‘마블/DC 코믹 스토어’가 롯데 아울렛 광명점에 입점하고 부산 본점에는 다양한 스포츠(야구, 축구 등)를 즐길 수 있는 ‘레전드 히어로즈’ 매장이 입점한다.인테리어와 브랜딩이 결합된 매장도 선보인다. 세계 유명 아동서점들을 참고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인테리어와 콘셉트로 매장을 직접 구성한 것이 특징인 체험형 아동 서점인 ‘동심 서당’을 4월 잠실점에 업계 최초 오픈한다.정동혁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급변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와 롯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차별화된 매장 구성에 주력했다”며 “고객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맞춤형으로 제안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만의 매장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03.01 I 강신우 기자
  • [미투, 이젠 연대다] 성폭력에 진보·보수 있을 수 없다
  •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인권문제에 여야나 진보·보수는 관련 없다.”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투운동과 관련해 한 말이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 폭로하는 미투운동에 대해 진영논리로 바라보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미투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연극연출가 이윤택, 시인 고은 등은 지난 정권에서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일각에선 이를 미투운동과 결부시켜 ‘좌파 문화권력의 추악한 민낯’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든다.미투운동은 인권문제지 정치문제로 접근하면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방송인 김어준은 24일 DJ로 활동중인 라디오 방송에서 미투운동과 관련해 공작을 운운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그는 26일 “미투를 공작해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 미투를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의 요지는 미투운동에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웠을 때 미투운동의 본질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인데 여론은 곱지 않다. 미투운동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관점에서 바라볼 사안이 아닌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인권문제며 사회문제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돼있어서다.‘괴물’이란 시로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했던 시인 최영미는 “‘괴물’이 우파거나 정치적 색깔이 없는 사람이었더라도 그를 풍자한 시를 쓰고 발표했을 것”이라며 “미투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미투운동은 단순한 고발운동이 아닌 생존의 문제와 연결된다”며 “사람은 육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에 의해서 더 큰, 때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성폭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임을 사회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할리우드 하비 웨인스틴 성추문으로 전 세계로 확산 중인 미투운동은 국내에서 ‘문단계 내 성폭력’ ‘영화계 내 성폭력’과 결부, 사회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고은 이윤택 조민기 조재현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유명 인사들에 대한 고백, 폭로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18.02.27 I 박미애 기자
 미투와 함께하는 위드유·미퍼스트·타임즈업
  • [미투, 이젠 연대다] 미투와 함께하는 위드유·미퍼스트·타임즈업
  • ‘미투’와 ‘위드유’ 해쉬태그를 직접 손바닥에 적어 SNS에 게재한 배우 최희서(사진=최희서 SNS)[이데일리 김윤지 기자]“나도 당했다(Me too)”. ‘미투 운동’이 문화계를 흔들고 있다. 연일 터져나오는 폭로는 충격적이다. 이윤택·윤호진 연출가, 배우 조재현·조민기·최일화, 조근현 감독 등 한때 존경 받던 문화예술인들은 이제 추잡한 성추문의 주인공이 됐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에서 시작됐다. 기네스 팰트로·안젤리나 졸리·로즈 맥고완·셀마 헤이엑 등 수십 명의 여배우가 과거 그에게 당한 성추행을 털어놨다. 이에 소셜 미디어에 ‘metoo’란 해쉬태그로 지지를 보내거나, 여기에 힘을 얻어 비슷한 경험을 고백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미투 운동은 그렇게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이들과 뜻을 함께 하는 캠페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시간이 됐다”는 의미로 성추행·성폭력·성차별 타파 등 모든 여성의 변화를 촉구하는 ‘타임즈 업’(Time’s Up), 성범죄 현장을 목격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알게 된다면 적극 나서자는 취지의 ‘미 퍼스트’(me first) 등 다양하다. 피해자들을 지지한다는 뜻을 지닌 ‘위드 유’(with you)‘도 있다. 김태리·김지우·신소율·최희서 등은 최근 SNS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투 운동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영화 ’아가씨‘(2016)로 정식 데뷔하기 전 극단 생활을 했던 김태리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공감 없이 사태 분석해 안타깝다”면서 피해자 보호와 배려를 강조했다. 연대의 힘은 강했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등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온 성추문의 시작은 당사자 혹은 지인들의 고발이었다.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였던 조민기가 대표적이다. 출발은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었다. 조민기의 사과 없는 변명에 남학생까지 ’미투 운동‘에 참여했다. 급기야 24일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졸업생 38명이 기명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폭로로 끝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속적인 자정 운동과 근본적인 변화는 물론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성가족부는 3월 중 문화예술계의 성희롱·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2018.02.27 I 김윤지 기자
할리우드 종사자 94% "성희롱 경험"… 고발 비율은 25% 그쳐
  • 할리우드 종사자 94% "성희롱 경험"… 고발 비율은 25% 그쳐
  • 성추행 폭로로 명성이 추락한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사진=AFP)[이데일리 e뉴스 장영락 기자] 미국 할리우드 연예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가운데 90% 이상이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전국지 USA투데이가 국립성폭력자료센터(NSVRC), 창작자연합(Creative Coalition), 영화·방송출연여성연대(WFTI)와 함께 할리우드 종사 여성(배우, 작가, 감독, 제작자, 편집자 등) 8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4%가 ‘한 번 이상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성폭력 유형으로는 ‘불쾌한 성적 발언·농담·제스처’, ‘다른 사람의 성폭력 경험을 목격하는 일’,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 ‘다른 사람이 상사와 성적 관계를 통해 지위상승을 하는 것을 목격하는 일’ 등이 포함됐으며, ‘성적 행동을 강요받은 일’이라는 응답도 21%나 됐다.그러나 응답자의 25%만이 이같은 경험을 외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발 후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고 답한 비율은 28%에 그쳤다.다만 USA투데이는 젊은 층에서 성폭력에 대한 보고 비율이 높게 나왔다며, 향후 상황 개선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02.22 I 장영락 기자
조민기發 연예계 미투 확산 움직임
  • 조민기發 연예계 미투 확산 움직임
  • 조민기(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연예계가 심상치 않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배우 조민기를 시작으로 연예계 전반으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배우 A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기사 댓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렸다. 지난 15일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관련 기사에는 “1990년대 부산 소극장. 어린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던 연극배우. 제게는 변태 악마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끔찍한 짓을 당하고 충격으로 20년간 고통 받았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그 뻔뻔함, 반드시 천벌 받았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게재됐다. 나흘 후 또 다른 네티즌은 역시 댓글로 “이윤택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은 할 말 없을 거다. 지금은 유명한 코믹 연기 조연 배우다. 1990년대 초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반바지를 입고 있던 제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어 함부로 휘저은 사람이다. 똑바로 쳐다보면서”라고 주장했다.이에 충무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A씨가 거론됐다. 진위여부를 위해 취재진은 A씨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묵묵부답인 상태다. A씨는 현재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이밖에도 연예계 인사들의 명단이 담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지라시(증권가 정보지)가 SNS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중에는 방영 중인 드라마에 출연 중인 배우도 포함돼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에서 시작됐다. 이후 와인스타인에게 당한 여성들이 “나도 당했다”(Me too)면서 연대의 뜻을 담아 고백에 나섰다. 이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말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이어졌고 얼마 뒤엔 최영미 시인의 성추행 폭로 시 ‘괴물’이 화제가 되면서 문화계로 번졌다.
2018.02.22 I 김윤지 기자
미투 운동이 재계에 주는 메시지는
  • [현장에서]미투 운동이 재계에 주는 메시지는
  •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전 세계로 확산 중인 ‘미투(Me, too) 운동’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과 가해자에 대한 고발을 이어가는 사회적 흐름이다. 10여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지난해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여배우를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고, 이제 국내에서도 재계와 법조계, 문화예술계, 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지금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회사 안에서 당한 여러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이어진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사연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은 결국 ‘권력’의 문제다. 주로 직급이 낮은 여성이 피해를 겪고, 그 이후에도 ‘왜 피해자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냐’는 질책에 ‘네가 잘못한 것 아니냐’는 2차 가해까지, 그 범위는 넓고도 포괄적이다.이런 문제는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같이 풀어야 할 문제지만, 기업인과 재계에도 주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과거의 방식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다는 것. 선배라서, 직속 상사라서, 노조위원장이라서, 어차피 취했으니까… 과거 군사독재의 잔재가 남은 시절에는 이런 것이 너무나도 만연했다. 사무실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업무나 태도를 핑계로 폭력을 가하고, 밤 시간에 일어나는 사건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술자리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발성이라고 가해자들은 항변하지만, 그러기에는 벌어지는 상황이 너무나도 계획적으로 보인다.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상대방을 취급하는 풍토는 모두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물론 그런 문화가 하루 아침에 없어질리 만무하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관행’이 현재의 ‘합법’이 되지는 않는다.결국 해결책은 조직문화에 있다. 지도자가 조직문화를 바꾸려 작정하고 나서면,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실행하면 구성원들은 따라온다. 그게 좋은 조직의 특성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문제가 터진다. 최근 오너의 이상한 행동으로 논란이 된 한 국내 항공사는 여승무원이 근무 중에 꼭 치마만 입도록 강제했었다. 국내 한 완성차 업체의 임원은 온갖 성추문에도 결국 징계가 아닌 계열사 전보로 처분을 마무리했다. 같은 그룹 내 대표이사가 회식 자리에서 성폭력에 해당하는 발언을 잔뜩 뱉은 직후에 함께 전해진 소식이다. 중견 가구업체는 인사 담당자가 2차 가해를 가해 결국 회사 이름에 먹칠을 했다.우리 기업들도 더 늦기 전에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나 외국계 기업을 부러워하기만 할 때가 아니다. 리더가 변하면 조직도 변한다.
2018.02.07 I 이재운 기자
동성 성폭행 파문…영화계로 불붙은 미투운동②
  • 동성 성폭행 파문…영화계로 불붙은 미투운동②
  • 영화계 동성 성폭행 파문[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동성 성폭행 사건으로 국내 영화계로까지 미투(#MeToo)운동이 불붙었다.최근 여성감독 A가 여성감독 B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5일 여성영화인모임과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A 감독의 수상을 취소하고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해당 사건은 B 감독이 자신의 SNS에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B 감독은 해당 글에서 “가해자는 재판 기간 동안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 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까지 받은 가해자의 행보는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란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고 적었다. 여성영화인모임은 A 감독의 수상 취소를 결정하면서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윤희 대표는 “이번 일로 여성운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며 “여성영화인모임은 여성영화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성평등 구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미투운동은 지난해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에서 시작, 최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국내로까지 번졌다. 국내에서 미투운동은 2년전 ‘문단 내 성폭력’ ‘영화계 내 성폭력’ 등 고발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김기덕 사건, 조덕제 사건 등이 영화계 내 성폭력 이슈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여혐 및 페미니즘 논란 등과 함께 젠더 이슈로 확장됐다. 여기에 할리우드발 미투운동이 더해져 국내에서 성폭력 이슈가 더 힘을 받고 대중의 관심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서 검사과 B 감독의 커밍아웃도 단순히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운동 때문이 아니라 몇 해 전부터 성폭력 등 젠더 이슈에 대한 사회 변화의 요구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여성 감독 사건 같은 경우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사람들이 많이 있는 독립영화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안타까운 측면이 있는데 미투운동으로 그간 쉬쉬해온, 밝혀져야 할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투운동이 단순히 ‘이런 일이 있었다’는 폭로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지지해주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며 “벌써 현장에서는 여성영화인들에게 가해졌던 성적인 농담이나 희롱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다.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기로 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오늘, 내일 중 내외부 인사 5인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꾸리는 대로 관련 사건 조사에 착수한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서 관련자는 규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고 전했다.
2018.02.06 I 박미애 기자
여배우에게 "작품 이야기하자"는 PD..주소는 오피스텔이었다
  • 여배우에게 "작품 이야기하자"는 PD..주소는 오피스텔이었다
  • 성추행 사건을 소재로 다룬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편하게 작품 이야기 좀 할까. 매니저한테 말하지 말고.”여자 신인 배우 A씨는 갑작스런 문자에 깜짝 놀랐다. 상대방은 며칠 전 드라마 오디션으로 처음 만난 지상파 방송국 PD B씨였다. B씨는 오디션 내내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A씨는 이번에도 떨어졌다고 낙심했다. 그러던 중 B씨의 연락은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답장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때 B씨가 보낸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방송국 근처 오피스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니저에게 먼저 전화했다. 매니저는 외쳤다. “절대 혼자 가면 안돼.”국내에서 미투(#METOO) 운동이 전개되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연예계다. 현재 전 세계적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게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이었다. 기네스 팰트로·안젤리나 졸리·애슐리 주드·로즈 맥고완·셀마 헤이엑 등 수십명의 여배우들이 과거 그에게 당한 성추행을 털어놨다. 우마 서먼도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웨인스타인에게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연예계도 여성 구성원들의 성추행에 대한 노출 위험은 할리우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다. 또 피해자, 가해자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면면이라는 점도 흡사하다.여배우 C씨는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추행을 당했다며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함께 출연한 배우 조덕제를 고소했다. C씨와 조덕제의 문제는 주장하는 내용에 서로 차이가 있어 향후 재판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 영화 촬영이란 미명 아래 여배우들이 신체적·언어적 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는 종종 있었다. 법적인 대응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었다. 조덕제는 “C씨의 하체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2심에선 조덕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계약직 교사를 성추행하는 교장에게 복수하는 에피소드를 다뤘던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방송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MBC 드라마 PD D씨는 상습 성추행 혐의로 대기발령 상태다. D씨는 지난해 같은 드라마 제작진이었던 편집 PD E씨를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인 F씨는 여사우협회에 이를 제보, D씨는 현재 인사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있다. D씨는 꾸준히 히트작을 연출한 유명 PD다. 익명을 요구한 MBC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D씨의 위치 때문에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다.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최근 시작된 연예계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이는 극히 일부라는 지적도 있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 배우나 여성 스태프 등이 당한 성추행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예계란 배경이 지닌 특수성도 이유 중 하나다. 연예계는 작품에 따라 출연자와 스태프가 뭉치고 흩어진다. 감독이나 PD, 그것도 이름이 알려진 스타 감독 혹은 스타 PD의 권력은 상당하다. 이들의 눈 밖에 나거나 불미스러운 소문이 있으면 피해자임에도 불이익을 당한다는 우려가 만연해 있다. 관계자들은 D씨의 사건에 대해 그나마 피해자가 편집 PD였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게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해 MBC에는 유사한 사건이 또 있었다. 드라마 PD인 H씨는 출연자의 스타일리스트를 성추행해 문제시 됐다. H씨는 여성 스태프 전부를 불러 모아 사과문을 읽었다. 방영 중인 드라마는 종영을 몇 회 남기지 않고 갑자기 PD가 교체됐다. 의아한 상황이었지만 배우들의 사기를 고려해 대외비로 부쳐졌다. 현재 해당 PD는 MBC를 떠났다.성추행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대방을 고소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자신이 성추행으로 피해를 입었음을 증거를 통해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장수혁 가현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음을 입증하는 직접적인 증거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사후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나 통화 기록, 혹은 현장을 목격한 증인 확보 등이 중요하다”면서 “나아가 성범죄 예방을 위한 성희롱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기존 성추행 등 범죄에 대한 양형을 높이는 논의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02.05 I 김윤지 기자
문화계, 한국판 '미투 운동' 번진다
  • 문화계, 한국판 '미투 운동' 번진다
  •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촉구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예술계에서 시작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불붙은 ‘미투(Me Too) 운동’과 결합해 대중적인 사회 운동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한국에서는 2016년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성폭력’이라는 이름의 고발 운동이 있었다. 당시 SNS를 중심으로 ‘문단_내_성폭력’ ‘문화계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문화예술계 각 분야에 대한 성폭행 범죄를 고발하는 폭로가 이어졌다. 소설 ‘은교’를 쓴 소설가 박범신은 여성들을 ‘은교’로 부르며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했다. 시인 배용제는 미성년자 성폭행 및 금품갈취 혐의로 구속돼 지난해 9월 징역 8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형태 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도 재단 직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에 휘말려 해임됐다.연극계와 대중문화계도 동참했다. 연극연출가 구자혜는 지난해 4월 연극 ‘가해자 탐구_부록: 사과문작성가이드’를 통해 성폭력은 권력과 위계에 의해 일어나는 성폭행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계에서는 배우 조덕제의 성추행 파문,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폭행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촬영 현장에서의 성폭행 문제가 공론화됐다. 배우 정려원은 지난 연말 열린 ‘KBS연기대상’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성범죄에 대한 법이 강화돼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더 높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여성계는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이 더 이상 참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최영지 활동가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을 비롯한 부당한 현실을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면서 “이러한 인식 변화 속에서 문화계를 중심으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미투(Me Too) 운동’은 지난해 문화계에서 불거진 데 이어 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45) 검사의 검찰 내 성추문 내부고발이 도화선이 다시 불거졌다. 서 검사의 고발은 현직 검사가 검찰청 내부에서 자신이 직접 당한 성폭력을 폭로한 초유의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metoo’(미투·나도 당했다), ‘withyou’(위드 유·함께 하겠다) 등의 해시태그로 서 검사를 비롯한 성범죄 피해자를 응원하고 있다. 이른바 ‘미투 운동’이다. 미국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스템에서 소외된 유색인종 피해자를 돕기 위해 2007년 처음 시작한 캠페인이다.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피해자들이 동참하면서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전 세계에 퍼져가고 있다.외국에서도 유명인들이 중심이 돼 성폭행에 대한 인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우마 서먼도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웨인스타인에게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8일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여자 배우들이 짙은 검은색 드레스로 ‘검은 물결’ 캠페인을 벌였다. 할리우드의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결성된 단체 ‘타임스 업’(Time’ up·시간은 끝났다)의 활동에 동참한다는 뜻을 담았다. 지난달 28일 있었던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출연자들이 ‘타임스 업’ 운동에 동참하고자 저항의 의미를 지닌 ‘흰 장미’를 달고 등장해 경각심을 일으켰다. 연극 ‘가해자 탐구부록: 사과문작성가이드’의 한 장면(사진=서울문화재단).지난해 8월 열린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현장(사진=이데일리DB).
2018.02.05 I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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