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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 현대 `섭정` 너머 `직할통치`..전망은?
- [edaily 문주용기자] KCC(금강고려(002380)화학)이 현대그룹 경영권 접수를 노골화했다. 그동안 집안 내부간 갈등에 대한 외부 여론을 의식, 외부 세력에 대한 경영권 보호라는 `지원`과 `섭정`의 자세를 보였으나 마침내 경영권을 아예 장악하고, 직할통치에 나설 뜻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정씨 인가, 정씨가 아닌가?
금강고려화학이 현대의 경영권 장악에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세운 현대그룹이 다른 외부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외부세력은 `피부색깔`로 구분하는게 아니라 `정씨인가, 정씨가 아닌가` 라는 혈통이라는 매우 배타적 기준을 따르고 있음이 드러났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그동안 현대에 대한 이같은 집착에 대해 다분히 현대그룹을 위한 충정으로 표현해왔다. 현대가 어려울때마다 스포츠팀을 매입하는등 경제적 지원을 해준 점이나 정주영 창업주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 등을 보이면서 다른 정씨 일가들로 하여금 `그의 진정`을 믿게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측은 이런 진정을 의심케하는 행동으로 현대그룹을 사실상 장악했다.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를 통해 20%가 넘는 지분을 은밀히 사들이는 한편, 현정은 회장측에 외국인들의 공세에 맞서 대항하려 할때는 지분을 사지 못하게 막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삼촌과 조카며느리간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면서 감정까지 험악해지고 있다.
하지만 KCC측은 "그룹 경영권을 맡아달라는 말을 현대 구조조정본부에서 먼저 했다"면서 여전히 순수한 의도를 내세우고 있다.
KCC관계자는 "정몽헌 회장 사후에 현대 구조본 사람들로부터 KCC가 나서서 현대그룹을 맡아 정리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맡아달라는 것은 경영권이 취약한 만큼 혼란한 시기에 그룹을 맡아 이끌어 주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구조정본부는 edaily보도후 "전혀 사실이 아니며 KCC측이 그룹을 흔들기 위해 음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현대 구조본은 "누가 회사를 팔기위해 그런 짓을 하겠는가"라며 "요청한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구조본은 이날 KCC측의 발표와 관련, "오늘 하면 감정적인 대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조만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그룹을 맡아 당분간 위임 관리, 또는 섭정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현정은 회장측이 고 정몽헌 회장 사후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직접 경영에 나설 뜻을 세우면서 상황은 급반전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정은 회장이 상속받을 수 있는 주식자산 가치는 200억원이 채 못되는 반면 정상영 명예회장을 비롯해 범현대가로부터 빌린 돈이 580억원에 달했다는 점, 정몽헌 회장 개인입보가 무려 9800억원에 달했다는 점 등은 범 현대가의 정씨 집안어른들이 현정은 회장으로 그룹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에 쉽사리 찬성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범 현대가의 관계자들은 현재 현대그룹 경영상황이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점, 재도약을 위해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 그동안 경영잘못에 대해 가신들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점 등 지적하면서, "여태껏 경영을 해보지 않은 현정은씨로는 무리가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런 범 현대가의 우려를 안고 정상영 KCC명예회장이 당초 시작때보다는 욕심을 강하게 부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0일 "현 체제를 존중한다"는 KCC입장에 대해 현정은 회장측이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그룹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격앙됐던 것으로 보인다. 세싸움에 대해 우위가 드러났는데도 현 회장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경영권을 고수하겠다며 입지 강화로 나오자 이번 기회에 대주주로서 KCC의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며 숨겼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정은 회장, "할말없다" 두문불출..앞으로 전망은
이날 KCC측의 발표에 대해 현정은 회장은 "할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 회장은 이날 보고를 받고 "내가 할말이 없다"면서 외부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고 회장실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이날 KCC의 발표에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측은 KCC측이 밝힌 `현 체제 존중`입장에 대해 `묻히기` 시도를 통해 그룹회장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대해려 했지만 KCC는 이날 발표에서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일뿐"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 회장에 대한 압박과 함께 현대상선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것을 유추해 볼때 KCC는 현재 두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현정은 회장을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만 인정하고 전체 현대그룹 전반에 대한 관리는 KCC자신이 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현 회장이 등기이사가 아닌만큼 상호간 협의를 통해 상징적인 지위만을 인정해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다른 가능성은 당초 정씨일가와 현씨측에서 논의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계열분리다. 정씨 일가는 현 회장측에 그룹경영권 대신 "엘리베이터+ 알파(α)"를 제안했었다. 때문에 이번에 현대상선에 대해 KCC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지분을 매입한 것은 현정은 회장측에 현대엘리베이터가 떼어준후에 현대그룹을 상선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상선의 경영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관심은 KCC가 이 다음에 현대그룹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KCC측은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KCC 계열로 편입되면 단일 그룹으로 합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같은 완전통합은 다른 범 현대 계열사들이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설사 동일주로서 외형적으로는 한 그룹으로 묶이더라도 실제 경영은 분리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현대내에서는 벌써부터 현대그룹 회장으로 KCC측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KCC의 추가적인 움직임과 이에 대한 정씨 일가의 논의를 거쳐서 장기적으로 현대그룹 경영권의 향방에 대한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씨 일가사이에서는 아직 이부분에 대한 정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KCC측이 이후의 경영권에도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매입 과정에서 문제점 있어..대세 뒤집기는 어려워
한편 현대가 기댈 곳은 금융당국 외에는 없어보인다. KCC측의 무리한 주식 매집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KCC의 지분 매입 사실에 대해 공시규정 위반여부와 의결권 제한대상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한국프랜지측를 통한 이날 지분 공시가 5%룰 위반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경우 기존에 보유한 엘리베이터 주식은 없지만 23.7%(범 현대계열사 16.2% + KCC측 7.5% 추가매입분)를 보유한 한국프랜지의 특별관계자로 돼 있기 때문에 정 명예회장의 사모펀드 12.82%중 5%를 뺀 7.82%가 의결권 제한대상이 아니라 12.82%전체가 의결권 제한대상"이라고 말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은 또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있거나 기존 대주주의 보유주식을 초과하는 경우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KCC측이 뮤추얼펀드를 통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새롭게 확인된 7.81%의 지분도 규정위반 가능성이 있다. 지난 13일 현재잔고 기준으로 만 되어 있어서 5일이내 공시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이부분에 대해서는 KCC측도 어느 정도 자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5%룰 위반에 대해서는 그동안 주의나 경고조치에 그쳐왔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측의 기대도 전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범 현대가의 사람들은 "대세는 이미 기운 것같다"며 "모양새를 생각해서 양측이 원만한 솔루션을 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 현대家 M&A 막전막후.."무슨 일들이"
- [edaily 문주용기자] 현대 M&A의 실체가 확인됐다. `카이저의 것은 카이저에게로`라는 표현처럼 현대그룹의 창업주 가족인 정씨 일가는 자신들의 것으로 귀속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외부 세력의 방어를 위해 범 현대 일가가 공동으로 나서 현대 경영권을 지켰다. 이들이 칭하는 외부세력은 멀리 있는 세력도 아니었다. 고(故)정몽헌 회장의 외가, 다시 말해 장모인 김문희 씨와 그의 딸이자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 현정은씨측이었다.
외가 조차도 그들에게는 외부세력으로 간주됐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정씨 일가는 왜 정 회장의 외가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정상영 KCC명예회장은 사석에서 "현대그룹은 현대가문의 본류"라며 "현대그룹만은 정씨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로 넘어가선 안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를 떼어내 외부에게 주는 한이 있어도.
◇정씨 일가 회의에서 무슨 얘기 오갔나
현대엘리베이(017800)터에 대한 정상영 KCC명예회장을 중심으로 한 정씨 일가와 김문희-현정은 회장측간 보이지않은 경쟁의 첫 출발점은 10월 어느날에 있었던 정씨 일가 회의 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일가 회의에는 고 정회장의 형제들과 삼촌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참석하지 않다. 정주영씨 일가의 장자인 정 회장은 현대그룹 문제에는 줄곧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은 현대가문의 본류"라며 "현대그룹만은 정씨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로 넘어가선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KCC가 정주영 창업주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현대그룹을 돕는 것이 창업주에 대한 보답이라고 굳게 믿던 그였다. 그런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정씨 집안 사람들은 대부분 정 명예회장의 뜻에 대체로 동의했다.
정씨 일가의 이같은 뜻은 외가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씨 일가는 현씨 측에서 원할 경우 경영권을 돌려받는 대신 현대엘리베이터를 그룹에서 떼어내 갖고 나가고, 플러스 알파(α)까지 제시했지만 만족스런 답을 얻지 못했다.
정씨 측은 "그룹 경영을 하려면 경영능력과 함께 전문적인 식견이 있어야 한다"면서 "또 앞으로 그룹 정상화를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씨 일가가 도와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고 한다.
김문희 씨측은 대신 고 정몽헌 회장이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에 대해 이를 상환하며 그룹경영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다는 뜻을 보였으며 그룹경영에도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현정은씨보다는 김문희씨 쪽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가 관계자는 "김문희씨도 명문 집안 사람인 만큼 현대그룹에 개인적인 욕심을 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정 회장의 타계로 갑자기 미망인이 되어 버린 자신의 딸을 위하는 심정으로, 딸이 나서서 뭔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일하길 바랐고, 김씨도 밀어줄려는 생각이었던 것같다"고 전했다.
결국 현정은 씨가 정씨 일가의 상당수 반대를 무릅쓰고 서둘러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취임, 외가의 뜻을 관철시키는데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씨 일가는 "범 현대가문의 본류로서 현대그룹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현 회장 취임 직후 정씨 일가는 위성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모펀드를 구성, 지분 확보에 나섰고 현재 40%가까운 지분을 확보, 지분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했다.
현대측 관계자는 "정상영 명예회장측이 사모펀드를 동원해 주식을 모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현 회장의 경영권을 대놓고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문희씨측, 반격할까
정씨 일가의 움직임에 정통한 범 현대가 관계자는 "지분구조상 이정도면 정씨 집안에서는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사 김문희씨 측의 반발, 추가 지분 매입으로 지분경쟁에 나서더라도 충분히 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는 것.
지분구조로 보면 김문희씨측이 자금을 동원한다 치더라도 지분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일단 정씨 일가가 확보한 지분중 드러나있는 지분 29%(KCC특수관계인 16.2%+사모펀드 12.8%)인 반면 김문희씨측은 18.57% 뿐이다. 외국인 지분은 8.4%다.
여기에 빠져있는 것은 현대증권 4.88%,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 1.75%, 현대중공업 2.14%다. 정씨 일가가 범 현대가의 지원을 받았다면 현대증권, 현대중공업 주식도 정씨 일가 지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KCC는 현대중공업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도 정씨 일가는 36.02%를 갖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우호세력 지분을 합치면 40% 가까이 된다는 게 정씨 일가측 주장이다.
정씨 일가, 김씨, 외국인 지분등을 다 빼고 남은 지분은 35%가량이고 정씨 일가측 지분을 40%로 보면 나머지 유통물량은 30% 정도 밖에 안된다.
김문희씨 측에서 경영권 방어를 하자면 ▲유통물량중에서 사들이는 방법 ▲엘리베이터 자사주 1.75%를 우호세력에 돌려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법 ▲GMO펀드등 외국인 투자자를 우호세력으로 돌리는 방법 ▲정씨 일가의 계열사를 설득, 자신들의 편으로 돌리는 방법등을 모색할 수 있다. 좀 더 수가 낮은 방법으로는 사업적인 관계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컨대 현대상선에 페인트를 공급하는 KCC에 대해 공급선 변경을 시도, 압박을 가하는 것등이다.
현대측 관계자는 "정씨 일가의 의도에 대비, 경영권 방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KCC측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범 현대계열사중 일부는 중립 입장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김문희씨측도 나름대로 우호세력을 확보했음을 시사하기도 했으나 그 비중은 크지 않아 보인다.
관심은 김문희씨측이 진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 매입등의 방법을 동원할 지 여부다. 우선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은 정씨 일가의 지분율이 진짜로 경영권을 요구할 만큼 확고한가 이다. 지분 경쟁의 여지가 있다면 그 다음 차례는 정씨 일가와 일전을 불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김씨로선 외가와 친가가 파국을 맞는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 지분을 사모으기 위한 자금은 그 다음 문제다.
현대측 관계자는 "주가가 워낙 올라있기 때문에 지분 경쟁을 할 만한 돈은 없다"고 말했다.
딸을 위한다는 뜻에서 현대그룹 경영권에 애착을 보인 것이 자칫 현대 정씨 문중과 등을 돌려야 하는 상황을 김문희씨가 자초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정씨 일가측에 정통한 관계자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양측이 고 정 회장의 100탈상이 안돼 아직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 한두차례 경영권에 대한 상대방의 집착 강도를 확인한 후 큰 충돌을 피하고 차분하게 합리적인 솔루션을 찾을 것이며 양측이 그렇게 갈라설 만한 사이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씨 일가, 현대그룹을 어떻게 할까
만일 정씨 일가가 현대그룹을 되찾으려는 시도였다면 도대체 현대그룹 경영권을 어떻게 할 작정일까.
사실 현대그룹 M&A 위기는 지분상 불안정 때문이 아니라 후계 구도가 불명확한데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했다고 볼수 있다. 현재처럼 유지되더라도 결국 현정은 회장이 나중에 현대그룹 경영권을 다시 아들이나 딸들에게 돌려줄 것인가. 반대로 정씨 일가 역시 경영권을 고 정 회장의 상속인에게 다시 돌려줄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다.
범 현대가 관계자는 "고 정회장의 아들이 엑설런트(excellent) 하지 않은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올해 18세인 고 정회장의 아들이 병약하다는 얘기가 있다. 현대상선에 입사한 정몽헌 회장의 딸에 대해선 이 관계자는 "정씨 집안어른으로 볼땐 똑같은 문제"라며 "그녀의 남편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이 김씨, 이씨에게 넘어가면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씨 일가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하기 어렵다. 지배구조에 있어서는 후퇴한다는 인상이 들 수도 있다. 고(故) 정몽헌회장이 생존해 있을때 현대그룹은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된 경영 체제였고 현 회장 역시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씨 일가는 오너십을 강조, 시대 역행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정씨, 현씨, 김씨를 거론하며 경영권 소유를 따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도 음미해볼 대목이다. 호주제 마저 폐지하는 쪽으로 가는 시대적 상황에서 어느 집안이 맡아야 한다, 여자가 경영해선 안된다는 식의 사고는 전근대적인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룹의 한관계자는 "현 회장에게 충분한 기회를 준 뒤에 경영시스템이나 지배구조에 대해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수완도 발휘하기 전에 이처럼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들이 건재하고, 창업주의 아들과 조카들이 각 위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대의 문화, 정씨 일가의 가족 문화는 어쨌든 이런 것을 수용할 수 없는 `구시대의 막대`의 문화다.
정씨 일가가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경영은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후에는 정상영 명예회장등 정씨 일가가 `섭정`하는 시스템이 될 전망이며 그룹을 삼킬 기색은 아니다. 그 다음을 고민할 여유는 지금 정씨 일가나 김문희씨 측 모두 다 없어 보인다.
- 위안화보다 강한 원화, `산업공동화` 가속-삼성硏
- [edaily 최현석기자]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원화가 위안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경우 제조업 공동화(空洞化)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업 입지규제 완화 등 정부 지원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8일 `세계 환율갈등의 배경과 그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위안화 저평가 외에도 낮은 임금과 지가, 거대한 내수시장, 외국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 여러 가지 이점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원화 절상폭 위안화 능가.."제조업 공동화 막아야"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위안화는 3% 정도 평가절상돼 달러당 8위안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 미국측이 요구하는 15~25% 절상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위안화보다는 원화절상폭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위안화 평가절상이 늦어질 경우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저가 가전제품, 섬유, 신발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생산을 중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고기술·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해서는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등 외국기업 유치에 준하는 다각적인 지원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해외이전이 불가피한 산업은 사업전환과 핵심부품 및 기술의 국내 잔류를 유도하는 등 차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자유변동환율제 도입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 100원 하락하면 수출기업 이익 7.3조 감소..적정 엔/원 유지 필요
엔화와 원화간 디커플링(비 동조화) 등 원화 강세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 연구원은 "동아시아 국가들 통화가 소폭 절상돼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5%를 넘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교역 상대국들의 물가상승률과 교역비중을 감안하면 달러의 실질실효환율(95년 기준)은 20% 절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원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수출관련 기업 영업이익은 7조3000억원 감소할 것이나, 엔화절상이 원화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부정적 영향이 상당폭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화강세는 산업별로는 반도체와 가전, 정보통신에 불리하나, 철강과 조선 업종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한-일간 경제상황과 물가상승률 차이, 통화가치 절상 충격 흡수능력 등을 감안할 때 엔/원 환율은 `1000+α`원대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환율 조작국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무리한 외환시장 개입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화강세에 대비한 정부 대응책으로 ▲통상마찰 대비 ▲수출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유망 수출기업 발굴 ▲경기대책과 금융시장 안정대책 강화 등을 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달러/원 평균 환율을 1110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가 다시 부각되지 않을 경우 1100원을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엔/원 환율은 일본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일본에 비해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100엔당 1030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년 이후 지속된 원화와 엔화간 10:1 구도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