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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못난 동생 둔 슬픔
  • [edaily] 요샌 시장에 관해 뭐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참 곤혹스럽습니다. 뉴스에 굶주린 기자 신분도 아니고 그저 시장의 흐름을 타고 돌아다니는 입장이라 시장이 시원찮으면 덩달아 마음까지 가라앉아 영 무엇을 말해볼 기운이 나질 않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시장이란 것은 죄다 이상하게 굴러가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우선은 눈에 보이는 2가지 주제가 온 세상을 흔들어댑니다. 이라크와의 전쟁과 바로 이웃에 위치한 북한의 위협 - 시장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 지정학적 불확실성(geo-political uncertainty)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닥친 문제는 전세계 시장 참여자들이 이라크와 북한을 사실 여부를 떠나 ‘악의 축’이란 표현으로 묶고, 다시 우리나라와 북한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다루는 통에 결국은 엉겹결에 이라크와 우리나라가 한 몸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비극적 현실입니다. 이라크와의 전쟁을 위해 안보리가 소집돼 소련의 거부권 행사와 전 세계적인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3월17일 무장해제 시한과 함께 일단은 미국의 단독전 형태라도 치러지기는 할 모양입니다. 사람들 귀에 이미 못이 박혔을 전쟁이야기에 이제는 pre-war 경제와 post-war 경제의 모습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대부분은 하나의 시나리오에 매달립니다. 전쟁 전의 경기침체와 전쟁 후의 신속한 경기회복!! 아마도 미국의 전쟁의 당위성을 얻기 위한 심리전의 결과일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차라리 빨리 전쟁이나 나고 봐라.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경제가 좀 돌아올 것 아닌가 하는 기대심리를 은근슬쩍 뿌려 놓자는 것이지요. 전쟁의 당사자가 겪는 고통과 비극은 그러한 매몰찬 기대에 묻히기 마련일 테니 말입니다. 미국 증시는 그래서 또 주저 앉았습니다. 일부 정부지원을 받는 담보대출 취급기관(Fannie Mae와 Freddie Mac 등)의 자금부족 가능성이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이래저래 각종 경제지표는 계속 하강 곡선을 긋고 와중에 폴 쿠르그만 교수같은 사람은 미국의 10년내 파산이란 엄청난 단어까지 쏟아 놓았습니다. 지금과 같은 재정적자가 계속되고 경기침체와 노인사회로의 진행이 계속된다면 3조달러의 재정적자로 결국은 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소설인지 독설인지를 내뱉기도 했습니다. UN주재 영국대사의 이라크전 연기발언도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경제에는 도움이 될 턱이 없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해병대가 상륙작전에 투입되어서는 상륙정에 태워서 먼바다에서 수없이 뺑뺑이를 돌리면 배멀미에 거의 미칠 지경이 되어 육지에 내려만 놓으면 죽을둥 살둥 뛰쳐 나간다고 했는데... 요즘 세상이 그 뺑뺑이를 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암튼 일본 주식시장도 죽을 쑵니다. Nikkei가 7862로 끝났으니 1983년 1월 이후 최저랍니다. 달러의 약세는 불보듯 뻔한 이치인데 우리 원화는 달러에 대한 반대편 통화중 엔이나 유로화 방향이 아닌 이라크 통화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비극이자 슬픔입니다. 지정학적인 운명이지요. 못난 동생을 둔 형의 운명인가요? 수출시장에서 호각을 다투던 엔화와의 경쟁은 물건너 가고 아니... 우리가 저만큼 앞서 나가는 건가? 환율 약세를 통한 수출경쟁력이라? 말은 그럴싸한데 느낌은 전혀 그게 아니군요. 참담하달까... 그간 우리나라에 들어와 피땀 빼먹던 돈들이 비좁은 문을 비집고 앞다퉈 나가느라고 환시장이 무너진 것같은 느낌이 마구 듭니다. 어디선가 시작점을 잡아서 좀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분명히 존재하는 시점입니다. 단연코... 어제의 시장분석기사중 Stephan Roach(모건스탠리 수석경제분석가)의 중앙은행의 실책이란 글이 맘에 들었습니다. 점진적인 시장대응이 결국은 경기침체를 가져온 바탕이며, 구닥다리 같은 소비자물가지수에 연연한 인플레이션 지표에 준거한 통화대책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었지요. 현대와 같은 자존자산과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가치가 중요한 사회에서 이들 자산의 가치 하락(recession)과 일반 물가의 등락이 동시에 고려되어야만 올바른 경기판단이 이루어지고 경기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식 등 자본자산 가치의 하락와중에서의 일반물가의 상승현상이 과연 정당한 인플레이션인가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볼 화두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길을 걸어야 할까요? (정해근 산업은행 금융공학실장)
2003.03.11 I 경제부 기자
  • (특파원리포트)"401K"가 아니라 "201K"
  •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401K"가 아니라 "201K". 최근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선 기업연금 "401K"를 일컬어 "201K"라고 부르는 "자조적인 농담"이 유행이다. 직장인들이라면 대부분 가입하고 있는 기업연금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주식시장의 약세로 거의 반토막이 났음을 빗댄 말이다. 올해 미국 주식시장은 60년만에 처음으로 3년 연속 하락장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401K란 미국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고 있는 기업연금 플랜이다. 이 제도의 근거규정이 미국의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 401조 K항에 있기 때문에 401K란 이름이 붙여졌다. 401K는 확정갹출형 연금상품으로 월소득에서 일정 부분(6% 이내로 제한된다)을 떼어내 뮤추얼펀드나 자사주 채권상품 예금상품 보험상품 등에 투자하도록 설계돼 있다. 어떤 상품에 투자하느냐는 가입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회사는 퇴직적립금을 쌓지 않는 대신 근로자들이 붓는 것과 동일한 금액 만큼을 회사 비용으로 출연해준다. 이중 대부분은 자사주다. 연금 플랜이 주식시장과 밀접히 연계돼 있다는 것이 바로 "401K"의 양면이다. 10년 호황장일때 근로자들 대부분은 뮤추얼펀드 상품에 투자했고 회사는 자사주로 회사의 갹출분 만큼을 출연했다. 주식시장이 성장가도를 달리기만 해준다면 10년~20년 후에 받게될 퇴직연금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월급에서 뗀 출연금은 뮤추얼펀드로 이익을 보고, 회사에서 내준 자사주는 회사가 상장이 되면서 수십배의 차익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이 닥친다면? 월급에서 출연한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고 자사주는 휴지조각이 되는 상황 말이다. 실제로 엔론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에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해 해당회사의 근로자들은 연금 한푼 없이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401K"는 후발주자였으나 선배를 추월한 상품이다. 401K가 처음 도입됐던 80년대 초반만 해도 확정급부형 연금이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을 무렵이었으나 당시 주식시장의 활황을 타고 확정갹출형인 "401K"가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해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확정급부형을 앞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현재 확정갹출형의 시장점유율은 미국 퇴직연금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반면 도입 역사가 훨씬 오래된 확정급부형은 25.5%에 불과하다. 1000명 이상 미국 대기업 종업원 가운데 70%가 401K 플랜에 가입돼 있으며 이중 뮤추얼펀드를 선택한 이들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401K"가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넓혔던 가장 큰 이유는 세제혜택이다. "401K"에 출연하는 돈은 해당 근로자의 소득세를 계산할 때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며, 퇴직 이후 연금을 찾아서 쓰는 시점에서 과세 대상이 된다. 따라서 가입자 입장에선 일정한도 내에서 소득공제와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 연금을 개인 퇴직계좌에 적립하고 은퇴 후에는 낮은 소득세율로 인출할 수 있다. 연금을 찾아서 쓰는 시점은 사실상 근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세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어쨌든 401K의 상황이 이처럼 바뀌다보니 미국 사회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우선 퇴직자들의 씀씀이가 줄었다. 60대 퇴직자들이 다시 재취업 전선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퇴직을 2-3년 앞둔 근로자들이 "더블 잡(double job)"을 구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한때 "401K 갑부"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RV차량 뒤에 이동식 침대차를 달고 신나게 달리는 노부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직장을 은퇴한 뒤 겨울엔 따듯한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로, 여름엔 시원한 캐나다로 여행을 다니는 소위 말하는 "401K 갑부"들이다. 퇴직자들의 지갑이 얇아졌으니 그만큼 소비지출도 줄어들 것이며 따라서 소비지출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거의 70%를 민간소비가 차지하고 있다)의 경기회복은 더욱 늦어지게 됐다. 연방정부의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 재정도 늘어나야 한다. 부자 노인들을 겨냥한 실버산업도 타겟층을 바꾸거나 마케팅의 기대수준을 낮추어야 할 지 모른다. 10년 활황장의 거품은 2002년 세밑에도 이처럼 미국인들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가고 있다.
2002.12.30 I 이의철 기자
  • (edaily 리포트)007, 반지의 제왕을 만나다
  •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볼거리 많고 놀거리 많다는 뉴욕에서도 영화는 빼놓을 수 없다는 오락거리 중에 하나인가 봅니다. 저렴한 가격에 실컷 울고 웃고 거기다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이제는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서 절대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게된 "영화"에 대해 뉴욕에서 공동락 기자가 한번 살펴봤습니다. 지난 11월 15일 저는 근처에 있는 동네 영화관에서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아침 9시 첫회 상영이라는 시간표에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게으른(?) 미국인들의 생활 패턴을 감안해 아무리 빠르더라도 12시나 오후 1시가 돼서야 겨우 문을 열던 것을 생각하면 그같이 이른 개봉은 그 시간자체 만으로도 저에게는 놀라움이었습니다. 그날은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 2탄 : 비밀의 방"이 개봉하던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첫편이 상영될 때도 전세계적으로 숱한 화제거리를 만들어냈던 이 영화는 올해도 개봉부터 미국인들의 생활 패턴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며 산뜻하게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해리 포터가 극장가를 강타한 후 불과 1주일. 이번에 또 다른 강자가 나타났습니다. 올해로 20편째인 첩보영화의 고전 "007시리즈"가 개봉된 것입니다. 매년 개봉될때 마다 느끼한(?) 주연 배우에도 불구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화끈한 액션으로 고정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007시리즈는 1주일만에 해리 포터의 마법을 가볍게 풀고 박스오피스를 새로 점령했습니다. 그렇지만 해리 포터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작사인 AOL타임워너의 막대한 보급망을 이용해 1주일 후 일본내 개봉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해리 포터의 바람이 단순히 미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열풍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연말 빅3"로 불리는 작품 중에 하나인 "반지의 제왕"이 개봉하면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작들의 앞서거니와 뒷서거니만 지켜보더라도 실제 영화를 방불케하는 스릴과 재미가 기대됩니다. 어떤 독자분들께서는 영화 몇 편의 흥행을 놓고 너무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실수도 있겠지만 이제 1년 남짓 정도되는 짧은 미국 생활에서도 미국인들과 영화는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어 본의 아니게 흥분하게 됐습니다. 미국 영화, 흔히 말하는 "헐리우드 영화"하면 엄청난 스케일과 대규모 제작비로 물량 공세에 가까운 작품들은 쉽게 연상하실 겁니다.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쥬라기공원 그리고 타이타닉과 같은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관중을 압도하는 그런 느낌 말이죠. 좀 더 쉽게 얘기하면 때려 부수고 터지고 하는 그 화면들을 계속해서 따라가다 보면 "참 그 영화 화끈했다" 혹은 "시원하다" 등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헐리우드 영화=시간때우기"라는 이상한 등식까지 성립할 정도죠. 그러나 실제 미국인들이 보는 영화에 대한 관점은 우리가 흔히 단순한 볼거리나 오락거리로만 생각하는 영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더군요. 우선 미국에서 영화는 그 저변이 대단히 넓고 거의 전 연령층이 즐긴다는 겁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거리낌없이 큰 팝콘 바구니를 들고 막 학교에 입학한 손자벌되는 동네 어린 아이들과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이들의 영화관입니다. 관람석의 대부분이 청소년들이나 학생으로 채워지는 우리 나라의 극장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연령대 확장이라고나 할까요. 경우에 따라 연령별로 구분이 필요한 영화도 있지만 작은 영화관이라고 하더라도 보통 3~4편를 동시에 상영해 자연스럽게 영화를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게 만큰 극장측의 배려로 이 문제가 특별히 부담이 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둘째 영화는 미국의 역사와 함께 해온 일종의 산업이라는 인식입니다. 미국의 언론 매체들은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를 발표합니다. 매체의 성격상 내용이 일부 가감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객관적인 지표인 순위만큼은 반드시 확인합니다. 미국의 영화산업은 지난 1910년대 일부 대형 제작사들의 카르텔과 이를 해체하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현재의 헐리우드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전화산업에서 특정 기업의 시장 지배를 막기 위해 반독점법을 만든 것처럼 영화 산업도 경쟁을 저해하는 제도를 정비하고 개혁하기를 반복해 현재와 같은 디즈니, 타임워너, 바이아콤, 소니 등 메이저 영화사들의 전성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경쟁을 장려하는 시장 환경을 바탕으로 영화사들은 합종연횡을 거듭해 현재는 전세계 영화시장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영화사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수익구조를 개발해 한때 전체 매출에서 75%를 차지하던 극장수입을 현재는 25%까지 떨어뜨리는 뛰어난 수안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즉 단순히 한번 영화를 상영하고 끝내지 않고 캐릭터 상품이나 방송, 게임 판권을 판매해 수익 구조를 다양화시킨 것입니다. 끝으로 미국의 영화는 다른 여가 수단에 비해 저렴한 가격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물가가 비싼 나라 중에 하나이며 특히 인건비를 포함해 서비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영화 입장료 만큼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구밀집 지역인 뉴욕의 맨해턴 지역의 입장료가 10달러 수준인 것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영화 관람료는 4~7달러 정도로 원화 환율로 환산하더라도 우리 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야구나 농구와 같은 프로스포츠 경기의 평균 입장료가 20달러~30달러,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입장료가 최저 30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경쟁력이 있는 가격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배급망과 하루 수차례에 이르는 상영횟수와 같은 편이성을 감안한다면 영화관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숩니다. 물론 헐리우드 영화에 대한 평가가 항상 좋지만은 않습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볼거리만 치우쳐 작품성이 떨어진다", "미국 우월주의를 강조한다" 등등. 그러나 이같은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함께 그리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 하나 없이 명절이나 휴일을 보내야하는 우리들의 현실을 생각할때 부러운 느낌이 드는건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줄 압니다. 오늘 저녁 퇴근하실때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끈한 비디오 한편 빌려가시는건 어떨까요?
2002.12.02 I 공동락 기자
  • "정부, 출산장려 정책 펴야"-통계청세미나
  • [edaily 오상용기자] 우리나라도 프랑스와 일본과 같은 출산장려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혼자사는 가구와 독거 노인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이에 맞는 주택정책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제8회의 통계의 날`을 기념해 11일 발표한 `한국의 인구 및 주택심포지엄` 자료에서 인구·가구·주택 전문가들은 이같이 지적했다. ◇출산장려 정책 펴야 = 김두섭 한양대 교수는 "지금은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대비를 서둘려야 할 시점"이라면서 "출산율이 미국 등 일부 선진국보다도 낮아 출산장려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여성 한명이 가임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낳는 자녀수는 1.51명. 선진국 평균 출산력 1.57에도 못미치며 현재의 인구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체출산력(2.1)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박상태 서강대 교수도 "인구규모와 관련된 기본적인 방향은 연령 및 성구성의 안정에 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출산율을 대체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출산장려 비용, 감소책보다 더 커 = 출산을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에 드는 비용과 노력은 과거 출산억제정책 때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박 교수는 "서구 여러나라에서 출산장려정책을 썼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가지 인센티브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지만, 국민 각자가 적당한 수의 자녀를 갖고 어린에 대해 사회전체가 책임지는 가치관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적으로 저출산 국가에서 고려하고 있는 출산장려정책은 ▲성장한 자녀가 낸 세금의 상당분을 고령 부모에게 돌려주는 방안 ▲자녀수에 비례해 연금액수를 산정하는 방안 ▲20세미만의 자녀의 투표권을 부모가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다. ◇1인가구·노인가구 위한 주택정책 필요 = 혼자사는 가구는 1980년에서 2000년 사이 6배 가량 급증해 전체 일반가구의 15.5%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1인가구 수는 2000년 227만가구에서 2020년엔 389만7000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며 특히 65세이상 독거노인의 수가 전체 1인가구의 40.5%인 157만8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의 윤주현 연구위원은 "노인가구의 주거수준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이들의 경제력도 낮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1인가구와 노인가구를 위한 새로운 주택정책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서울 주택 23% 부족 = 정부의 지속적인 주택공급대책에도 서울은 여전히 주택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1985년 56.2%에서 2000년 77.4%로 높아졌으나 여전히 주택부족률이 23%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시기 전국 주택보급률이 71.7%에서 96.2%로 상승한것과 대조를 보인다. 다만, 변화된 가구와 주택개념을 반영해 수정한 주택보급률을 적용할 경우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기존의 77.4%에서 96%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등 3대 사인 극복시 수명 최고13년 늘어 = 우리나라 사람들의 3대 사망원인인 각종 암과 순화기계질환, 각종사고사 등을 제거한다면 남자의 평균수명(99년기준)은 13.28년 늘어 85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여성은 7.95년 늘어 87.2세로 수명이 늘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해외에 살고 있는 한인사회의 해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조선족 사회는 50년후에는 현재 인구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고, 재일동포의 경우 혼인을 통한 귀화와 그 자녀들의 일본 국적 취득으로 지난 90년이후 감소기로 접어들었다. 한 때 외국인 가운데 재일동포의 비율은 90%를 넘었으나 이제는 50%이하로 떨어졌고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02.09.11 I 오상용 기자
  • 농수산TV, 설날 납골당 판매..홈쇼핑 최초
  • [edaily] 화장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TV홈쇼핑에서 납골당 판매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납골당을 팔겠다고 나선 곳은 농수산TV. 농수산TV(대표 이길재 회장)는 설 전날인 11일 밤11시 ~12일 새벽1시까지 홈쇼핑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납골당을 판매한다. 지난해 4월 CJ39쇼핑이 가족 납골묘를 판매했던 적이 있지만 납골당은 농수산TV가 처음이다. 장묘상품 판매는 집안에 노인이 계실 경우 예부터 효도 차원에서 수의와 장지를 미리미리 준비두던 전통에 따라 기획됐다. 농수산TV 허철무 상품기획3팀장은 "최근 들어 장묘계획을 미리 준비하는 가정이 실제 많이 늘고 있다"며 "장묘는 가족 모두가 논의를 거쳐 준비해야 하는 특성을 감안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설날로 방송날짜를 정했다"고 밝혔다. 농수산TV가 이번에 판매하는 납골당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설문동에 위치한 (주)자유로 청아공원으로 1층과(400만원) 지하 1층을(290만원) 판매한다. 납골당을 모시는 자유로 청아공원은 국내 최초의 사설 추모공원으로 수도권에서 지근거리에 있으며,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 품격이 높고 24시간 무인경비 시스템과 기독교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 특히 고인의 영정, 생전모습 및 육성을 직접 듣고 보면서 제례를 지낼 수 있는 최첨단 멀티미디어 사이버 영상실 겸 제례실도 갖추고 있다. 농수산TV는 이번 방송을 통해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고급 옥유골함과 고급 위패 및 영정사진권 그리고 가족사진 촬영권도 함께 증정한다. 한편 지난해 1월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분묘의 설치기간은 15년으로 제한하며 묘지 면적기준(분묘 10㎡(3평) 개인묘지 30㎡(9평))을 위반하거나 설치기간이 종료된 분묘를 방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등 처벌규정을 강화했다.(문의 080-500-7700)
2002.02.07 I 김희석 기자
  • (edaily리포트)AIG에선 수익과 리스크가 정비례(?)
  • [edaily]객장을 찾아오는 시골 노인한테도 "거래는 자기 책임하에서 하는 것"이라고 주지시키는 시절입니다. 하지만 AIG는 한국정부와 협상을 하면서도 나중에 발생하는 문제도 책임지라고 요구하다가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수익과 리스크는 항상 상반해서 움직인다는 기본적인 투자 원칙까지 무시된 현투증권 협상에 대해 국제팀 공동락 기자가 그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미국의 AIG가 18개월을 끌어오던 현투 인수협상의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의견불일치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고단했던 협상에 종지부를 찍은 것입니다. AIG의 발표와 동시에 금감위도 협상이 결렬됐고 다른 유력한 인수 희망자와 협상을 추진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18개월의 논의는 어떻게 진행됐으며 인수협상 과정에서 의견차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현투를 비롯한 현대그룹 금융 3사에 대한 AIG의 인수협상은 지난 200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0년 4월25일 당시 정부는 투신사 지원방안을 발표합니다.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부실을 안고 있었던 현대투신이 현대그룹 문제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기 때문이죠. 그리고 유상증자와 같은 몇가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AIG는 WL 로스, 캘리포니아연기금센터(CALPERS) 등 6개 투자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투신 인수 협상을 시작합니다. ("2년간 3번의 MOU 그리고 결렬"..고단했던 현투협상 기사 참조) 현투문제가 AIG컨소시엄과 금감위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협상은 이제 일찌기 볼 수 없던 범국가적인 거래로 발전합니다. 정부의 협상 참여로 AIG는 각종 요구사안들을 쏟아 놓습니다. 그 가운데도 AIG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사안은 앞으로 발생할 "잠재적 손실 보전"이었습니다. 이른바 풋백옵션의 요구였죠. AIG의 풋백옵션 요구는 한국에서 작성된 회계처리를 믿을 수 없다는 뿌리 깊은 불신이 담겨져 있기도 했습니다. 대우그룹 사태를 필두로 "한국 회계=분식회계"라는 등식이 외국 기업들에게는 불문률처럼 자리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저는 한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AIG의 요구에는 이른바 투자 기본 원칙이라는 수익과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투자니 원칙이니 하는 용어까지 사용하면 독자들께서는 저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하시겠지만 도박장에서의 사례를 비교하면 문제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도박장에서 판돈이 올라갈수록 참가자들이 승리했을 때 거둬들이는 수익은 커집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패했을 경우 손실은 더 커질수 밖에 없겠죠. 말하자면 이번 인수협상에서 AIG가 현투 인수라는 도박에 참가하면서 나중에 돈을 잃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미리 주최측(?)에 손실금을 물어달라고 요구한 셈이죠. 궁금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AIG는 양해각서(MOU) 체결후에 현대그룹 금융 3사에 대해 2번이나 실사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보험사이자 언더라이팅 기업이 실사를 통해서도 밝히지 못했다는 분식 회계를 누군들 먼저 밝힐 수 있겠습니까? 결국 손실보전 요구는 자신들의 조사조차도 못 믿겠다는 책임회피가 아니라면 손실보전을 감안해 실사를 게을리 하겠다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의 분식회계 관행에 대해 미국 기업들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지 한번 짚고 넘어 갈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엔론 게이트"가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엔론이라는 에너지 기업이 분식회계를 일삼다가 파산과 더불어 이를 둘러싼 문제들이 터져나오면서 권력층에게까지 파문이 미친 사건이죠. 물론 한국의 분식회계를 옹호하거나 지지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분식회계를 찾아내고 먼저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공정한 거래의 방법이지, 협상이 마무리될쯤 리스크까지 책임지라는 요구가 공정한 거래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더구나 분식회계를 한국만의 잘못된 관행이라는 의견까지 들면서 추후에 손실보전을 요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괜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제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AIG의 인수포기 선언후 해외 언론들의 보도 태도입니다. 21일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은 협상결렬의 원인으로 한국의 구조개혁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목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 같은날 역시 협상 결렬과 관련, 문화적인 차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한국에서는 협상에 임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귀책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실패로 끝나고 그 책임을 외국인에게 전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디서도 양측의 상황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중립적인 견해는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AIG의 협상 결렬이 양측의 의견이 상충했기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며 우리 정부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AIG의 협상 결렬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후에 나타난 의견 불일치가 아니라 힘있는 쪽의 일방적인 파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단지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2002.01.21 I 공동락 기자
  • 김대중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전문
  • [edaily] ◀제56주년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 - "개혁과 화합으로 미래를 열어갑시다" - 존경하는 7천만 민족 여러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동포 여러분! 제56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여러분과 함께 이 뜻깊은 날을 마음으로부터 축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과 같이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신 선열들을 추모하며 그 위대한 업적을 높이 찬양하고자 합니다. 또한 살아 계신 모든 광복 유공자와 유가족들에 대해서도 존경과 감사의 뜻을 드리는 바입니다. 우리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빛나는 광복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열들은 일제하의 전 식민지 기간에 걸쳐 하루도 쉬지 않고 무장투쟁을 계속했으며, 3.1운동 이후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지켜냈습니다. 참으로 우리 민족만이 갖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우리에게는 이러한 긍지와 더불어 회한의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지구상에서 냉전이 종식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유일하게 한반도에서만 냉전의 유산이 청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해결하고자 출범과 더불어 햇볕정책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햇볕정책은 확고한 안보의 바탕 위에 북한과 평화공존· 평화교류를 추진해 나가면서 장차 서로가 안심할 수 있을 때 평화통일을 이룩하자는 정책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정책은 우리 국민은 물론 미·일·중·러 등 주변 4대국과 전세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도 작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서 이러한 남북 공생의 대원칙을 수용했습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적 대사건이었습니다. 세계가 이를 지지하고 평화에 대한 큰 희망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뜻하지 않은 정체상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금년 들어 북.미 회담이 열리지 않고 남북회담의 진전도 중단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는 불가피하게 서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재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바랍니다. 또한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준수하고 이미 합의된 사항들에 대한 계속적인 추진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과의 대화재개에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줄 것을 바랍니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현재의 분단상태에서는 물론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절대로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광복절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우리의 생각을 가다듬어야겠습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냉전적 사고방식을 과감히 버리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조급한 통일 지상주의도 버려야 합니다. 지금 이 단계는 남북이 평화공존과 평화교류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단계입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민족적 위업을 달성해야겠습니다. 여야와 전 국민이 여기에 뜻을 모아야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98년 10월 일본을 국빈 방문하여 한.일간의 새로운 관계를 여는 데 일본정부와 합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일본정부는 과거를 반성하고 우리 국민에게 끼친 커다란 손해와 고통에 대해서 공식적 문서를 통해 [사죄]를 했습니다. 그 후 한.일간에는 정부와 국민 양면에서 새로운 관계가 급속히 발전되어 왔습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이제 우리도 일본과 좋은 이웃관계를 갖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뜻밖에도 최근 일본내 일부세력에 의해 역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한.일 관계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역사문제는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요, 미래의 문제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끼친 수많은 가해 사실을 잊거나 무시하려는 사람들과 어떻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미래를 안심하고 같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갖는 심정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또 한편으로 양식있는 많은 일본국민들이 역사왜곡과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국민은 확실한 역사 인식의 토대 위에 양국관계가 올바르게 발전되어 나갈 것을 강력히 바라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국민 여러분께서 오늘의 여야 정치권에 대해 얼마나 실망하고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계신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이자 여당의 총재로서 저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도 통감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오늘날 국민의 정치불신이 이제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정당·선거 등의 정치개혁 문제에 대해서 일대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대로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할 뿐입니다. 하루 속히 결단을 내려야겠습니다. 우선 경제와 민족문제만이라도 서로 합의해서 해결해 나가야겠습니다. 국민은 이러한 대화와 화합의 정치를 목마르게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영수회담을 갖기를 제안합니다. 저는 이총재께서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경제와 민생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한 바에 대해서 이를 적극 환영하는 바입니다. 한편 여권 3당의 협력관계도 계속 굳건히 유지함으로써 정국의 안정에 기여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정부는 국민의 인권과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데 앞으로 추호의 흔들림도 없을 것입니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는 이 나라 역사상 가장 공명정대한 선거가 될 것입니다. 정부는 언론자유에 대해서 우리나라 역사상 이를 최대로 보장해 왔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 동안 진행되어 온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조사는 법과 원칙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습니다. 저는 역사와 국민 앞에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이를 다짐 드리는 바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출범이래 민주인권국가의 실현을 위해서 전력을 다해왔습니다. 모든 노동운동을 합법화시켰습니다. 합법적인 시위, 집회, 파업의 자유도 보장해 왔습니다. 여성의 권리를 전례없이 발전시켰습니다. 선거의 공명성을 충실히 실천해 왔습니다. 인권위원회법을 제정하고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도 제정했습니다. 권위있는 국제인권기구는 이미 한국을 미국과 유럽국가에 버금가는 민주인권국가로 인정, 발표한 바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국민 여러분의 고통과 실망이 얼마나 큰가를 생각할 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미국·일본·EU·동남아 등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가 개혁에 최선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국제경쟁에서 뒤지는 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반은 개혁을 통해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21세기 세계일류국가로 들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힘써온 시기였습니다. 우리는 IMF로부터 지원받았던 195억 달러의 차관을 3년 앞당겨 전액 상환하게 됩니다. 한국은 이제 1000억 달러 가까운 외환을 보유함으로써 세계 5대 외환보유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튼튼한 경제체질을 갖추도록 개혁을 계속 추진하는 것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대안입니다. 수출의 부진을 해결하는 길도 될 것입니다. 공기업이건 사기업이건 기업들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경영이 투명해야 합니다. 기업지배구조도 선진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되고 주식시장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신노사문화의 창출이 절대 필요합니다. 기업은 경영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근로자의 신뢰를 얻고 근로자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영 성과는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노사가 개혁과 협력 속에 상생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금융·기업·공공·노사의 4대 개혁의 추진과 함께 내수시장을 확대하여 우리 경제의 활력을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야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기술개발투자와 설비투자를 촉진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의 설비투자와 수출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관련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OECD는 최근 우리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보급률이 세계 1위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있어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혁에 전력을 다해야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의 수출은 반도체·조선·자동차·철강·섬유 등에 주로 의존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첨단정보통신(IT)·생명산업(BT)·문화컨텐츠(CT)·환경산업(ET)·나노기술(NT) 등 차세대 성장산업을 병행해서 발전시켜가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자동차와 섬유 등은 물론 농어업에 이르기까지 전통산업을 지식기반 경제와 접목하여 높은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간의 협력과 조화로운 발전에도 힘써야 하겠습니다. 지금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시장 속에서 우리의 일류상품수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에 크게 뒤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이 한 발 뛸 때 우리는 두 발 뛰는 노력으로 따라잡아야 합니다. 우리 국민의 지적능력과 저력은 능히 이를 해낼 것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의 중추공항이 될 것입니다. 부산항은 세계 제3의 컨테이너 항구입니다. 여기에 지금 추진 중인 남북간의 철도가 연결되면 한국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물류와 경제활동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한반도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꿈이 아닙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중산층과 서민은 우리 사회의 기둥이며 초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개혁으로 많은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해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경제개혁을 추진하여 우리 경제를 재도약시키자는 것도 중산층과 서민 모두가 같이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정부는 서민과 소외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서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현재 국민연금·고용보험·건강보험·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을 확충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실업·질병·노령·빈곤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선진국 수준의 사회안전망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육여건도 저의 임기 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습니다. 정부는 총 17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우리의 교육여건이 명실공히 세계적 수준이 되도록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3만개의 교실을 증축하고 1200개의 학교를 신설하겠습니다.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내로 대폭 줄이겠습니다. 교원 2만4000명을 늘리겠습니다. 대학교수도 2000명을 증원하여 학생 개개인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중학교의 의무교육을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겠습니다. 유치원의 공교육도 점진적으로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교육내용과 교수·학습방법이 학생 개개인의 창의력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각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또한 지원하겠습니다. 이렇게 공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과외가 줄어들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도 크게 줄어들도록 하겠습니다. 4∼50대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지식정보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확충해 나가겠습니다. 노년층을 위해서도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외환위기로 실업대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실업률은 미국·일본·EU보다 낮은 3%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3년 동안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속적인 고용안정을 기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보건 증진을 계획대로 실현하겠습니다. 그 동안 의약분업문제로 국민들에게 많은 불편과 부담을 끼친 점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통 속에서도 우리는 선진국 수준의 의료제도의 틀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을 연내 마련하여 내년부터 실시해 나가겠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조기 무료 암검진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응급의료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겠습니다. 난치병 환자에 대해서도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노인요양 보험제도의 실시 등 노인 진료제도를 적극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국민건강 증진과 여가활용을 위하여 생활체육시설과 레저시설을 확충해 나가겠습니다. 모든 서민이 집 걱정만은 덜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94.1%인 주택보급률을 2003년까지 100%로 높이겠습니다. 특히, 8조4000억원을 들여서 시중 집세의 절반만 부담하는 국민임대주택을 3년 동안 20만호를 건설하겠습니다. 아울러 무주택 서민들의 소형 주택구입 및 전월세 소요자금도 그 70%를 장기 저리로 지원하겠습니다. 임기 말까지 전자정부를 실현해서 행정의 투명성과 능률화를 이루고, 부정부패의 소지를 제거하겠습니다.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나가겠습니다. 농어민 소득증대에 적극 힘쓰겠습니다. 고품질·고부가가치의 경쟁력 있는 작목을 집중 육성하고 전자상거래와 물류를 원활히 하여 농가소득을 크게 높이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소득공제를 확대하여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을 경감하고, 우리사주제도 등 성과배분제의 확산을 통해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는 신용카드 이용이 늘어나 세원이 크게 양성화된 만큼, 성실 납세자에 대한 세부담 경감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21세기는 문화산업이 중심이 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지금 중국·베트남 등 동아시아에서는 [한류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굴뚝없는 기간산업인 문화산업의 발전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내년 월드컵 축구대회와 부산 아시안게임 준비에 만전을 다하여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민소득의 획기적 향상에 기여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길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과감한 개혁과 국민적 협력입니다.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개혁을 단행하고 대화와 상호이해를 통해 공동승리를 위한 협력의 길을 가야하겠습니다. 우리 국민은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비전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어떤 컨설팅회사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 7대 경제강국에 들어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도 한국이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나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됩니다. 그러나 그 고통도 서로 협력하는 마음만 있다면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개혁과 협력 속에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의 미래를 열어 갑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선열들이 우리를 보살피고 지켜주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1.08.15 I 김상욱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⑦김경록 미래에셋투신 대표(중)
  •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미래에셋투신운용의 김경록 대표입니다.(인터뷰 상편에서 이어짐) 경기회복 쉽지않아, 채권수익률 하락할 것 -채권딜링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의 편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다시 랠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가 금리를 떨어뜨린다고 통화량을 얼마나 많이 늘렸습니까. 그래도 경기회복이 될까말까 하는 상황 아닙니까. 개인적으로 금리를 내린다고 경기회복이 된다는 논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재정부분에 대해 대폭적인 투자를 해줘야 조금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반기말고 올해 전체를 포함해서 재정지출을 많이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그런 상황은 아니니까 기대하는 것은 좀 힘들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경제입니다. 제가 보기에 일본과 우리 경제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노인인구가 워낙 많아서 한국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10~15년 안에 젊은이 1명이 노인 2명을 부양하게 될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그 결과 이미 소비쪽에서는 탄력성이 크게 둔화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6.25 사변으로 인해 인구가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그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이 현재의 노인층이기 때문에 노인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동란이 끝나고 베이비 붐이 일어나서 인구가 다시 크게 증가했는데 지금 35~50세 정도가 바로 그 세대들 아닙니까. 바로 활발한 생산계층들이죠.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경제를 일본과 달리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베이비 붐 세대가 엄청난 금융자본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결국 향후 한국경제는 미국경제의 움직임과 수출경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수출의 경우 뚜렷한 모멘텀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경제의 모멘텀이 재정지출이냐 내수부양이냐고 했을 때 아무래도 후자가 우위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내수를 어떻게 부양시킬 것이냐가 화두로 떠오르게 되죠. 내수를 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라는 항목으로 나눠보죠. 건설은 거의 기대할 부분이 없고, 설비투자는 향후 경기전망이 좋게 나와야만 기업들이 설비투자 하겠다고 나설테고. 소비 쪽은 소득 및 실업률이 받춰줘야 늘어날 겁니다. 내수로 푸쉬를 하긴 해야 하는데 과거 80년대 후반처럼 주택 200만호 건설사업과 같은 정책을 쓸 상황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결론은 “미국경제의 반등에 기댄 수출증가 밖에 없다”라고 나오는 겁니다. 미국경제에 관한 견해는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아요. 곧 좋아진다. 더 나빠진다 등으로 말들이 많더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소비라는 것은 후행지표의 성격이 무척 강합니다. 경기가 급락한다고 해서 소비가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거든요. 또한 소득이 증가한다고 소비가 금방 늘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산업생산이 나빠지면서 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해 실업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은 그제서야 “아 경기가 안 좋구나”라고 생각하고 소비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작년 미국경제는 급작스럽게 나빠졌지만 소비자의 심리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미국경제의 저력이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거기에 놀랄 것이 아니라 원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지금 미국경제에서 그나마 호조를 보이는 것이 소비동향인데 이 소비동향마저 하락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그때는 정말 recession(불황)이 오는 거죠. 물론 소비심리가 하락반전하기 전에 manufacturing(제조업)쪽에서 먼저 반등에 성공해주면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Two sector economy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비심리 쪽은 이상하게 계속 유지가 되고 제조업은 박살이 나는 현상을 지칭하는 거죠. 그린스펀도 소비심리가 하락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제조업쪽에서 하루 빨리 반등을 해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글쎄요.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입니다. -운동을 좋아하신다는데 어떤 운동을 즐겨하십니까? ▲태권도는 대학교시절 4년 정도 해왔고 2단 자격증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도도 좀 합니다. 검도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군대 다녀온 후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검도를 하게 된 이유는 제가 덩치가 작은 편이라 힘으로 하는 운동은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힘으로 안되면 무기를 휘두르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검도를 시작한 것 입니다. 하면 할수록 검도란 운동에 더 빠져들게 되더군요. 아무리 죽도긴 하지만 서로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의 긴장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항상 일대일로 겨룬다는 것도 검도의 묘미 중 하나죠. 온몸의 신경이 모두 곤두서 있을 때의 그 느낌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절대 모를 겁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성격이 무척 차분하고 내성적이신 것 같은데…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성격은 그런 성향이 있습니다만 운동은 원래 치고박고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웃음) 미국 경제 추가하락 가능성 있다 -미국경제가 추가하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특성상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올 겁니다. 경제에 커다란 충격이 왔을 때 그 충격에 대해 여러 군데에서 반응을 보일 거고 그 반응이라는 것 또한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과연 그러한 충격이 일어났을 때 채권시장의 구조가 그걸 잘 받쳐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시장은 아직 경기하향곡선과 물가안정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회사채에 투자해서는 안되겠군요.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그 편이 좋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B급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 말씀은 회사채펀드 출범 당시의 인식이 아직까지 변화가 없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A급이어야 하고 유동성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것에만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채권운용시스템의 문제, 권한의 집중 -아까 여쭤봤던 리포트에 대해서 “대단히 재미있었다. 자기생각을 시원하게 썼다”는 평가도 있었는데요. 그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좀 거칠게 표현하면 “놀란 토끼들처럼 법석떨 필요없다” 뭐 이런 내용 아닙니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은 아주 표면적인 부분이구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운용시스템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큰 규모를 지닌 기관들이 현재의 채권운용 시스템을 더 이상 고수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부연설명을 좀 더 해주시죠. ▲다른 기관의 운용시스템을 제가 이렇다저렇다 말할 견지는 못되고… 저희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비유를 하나 들까요. 전쟁을 하는데 있어서 왜 사단과 연대, 대대, 중대, 소대를 나누겠습니까. 사단에서는 큰 전략을 수립하고 연대에서는 그 큰 전략 중 명령을 하달받은 부분을 처리하고 중대는 또다시 연대에 내려온 명령의 일부분을 하달받고…결국 이런 식으로 차례차례 내려가면 소대에 도달했을 때 소대장이 아는 부분은 그리 크지않게 됩니다. 소대장이 받은 명령은 기껏해야 “저 쪽으로 가서 진지를 탈환하라” 이 정도죠. 그럼 왜 이런 시스템이 이뤄졌을까요. 소대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네가 알아서 다 해봐라”라고 말할 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이 시스템이 리스크관리에 적합하고 각 단계별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운용시스템의 상당부분은 소대장들에게 권력을 다 일임해줬어요. 한마디로 “네가 알아서 전략도 짜고 실제행동도 개시하라” 이거죠. 소대장들의 숫자만 늘리면 위험관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이 소대장들은 시장이 안 좋으면 시장에서 모두 도망갈 수도 있고 또한 한꺼번에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는데 그러한 위험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의 동조화 현상도 자주 일어나고 시장이 움직일 때 안정적인 반응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르르 몰려갔다가 우왕좌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사단-연대-대대-소대로 이뤄지는 짜임새있는 조직에서 채권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소대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 조직에서 채권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당연히 차이가 나지 않겠습니까. 전자의 승률이 높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구요. 물론 “붙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 분도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서양인들이 100년 넘게 금융시장을 운영해오면서 “그래도 이게 낫다”는 시각에서 발전시켜 온 것이 바로 이 시스템이란 말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때도 향후 이런 식으로 운용시스템이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 글의 요지입니다. 펀드매니저, 위험관리인, 투자전략위원회, 리서치 파트의 역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그런 운영조직을 갖출 수 있죠? ▲펀드매니저, 위험관리인, decision making을 하는 투자전략위원회, 리서치 파트가 어떤 식으로 연계돼야 하는가를 말씀드리고 싶군요. 투자전략위원회는 위험관리팀장과 펀드매니저, 스트레티지스트, 채권운용팀장을 모아서 듀레이션이나 yield curve(수익률곡선) 등 큼직큼직한 사항을 결정합니다. 그런 다음 펀드매니저들에게 “듀레이션을 1.5~2.5 정도로 움직여라” 이런 명령을 내리겠죠. 위험관리 측에서는 펀드매니저들이 마켓타이밍 행위 -예를 들면 금리가 오른다고 채권을 막 팔고 내린다고 다시 사들이는 행위들- 에 관해 제재를 가할 겁니다. 듀레이션 범위에 관한 조정은 물론이구요. 이러한 저지는 위험관리팀의 속성이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펀드매니저들의 행동에 대한 헤지의 개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권력을 분립하는 것이 위원회 회의의 핵심입니다. 듀레이션 결정에서부터 다른 팀이 참여하면 펀드매니저들이 권력이 줄어들고 자신의 행동에 관해 좀 더 신중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화”라고나 할까요. 리서치팀에서는 저평가된 채권들을 발굴해서 recommand(추천)를 해주면 됩니다. 그럼 그것을 참고로 펀드매니저들이 그 채권을 사면 되죠. 크레딧의 변동가능성을 지적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기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좁은 범위에서 스펙(speculation, 투기거래)을 하는 거죠. 역사에 관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절대왕권이 설립되기 전에는 봉건영주들이 권력을 잡고 있었습니다. 작은 영지 안에서 자기 좋을대로 모든 권력을 행사했지만 왕권이 설립된 후에는 왕권에 도전해서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물론 절대권력이 쉽게 부패한다고 절대왕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권력이 입법-사법-행정으로 분리된 겁니다. 현재 펀드매니저 일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위험관리의 최소화를 위해 분리시키는 것이 앞에서 말씀드린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썰물이 돼야 노팬티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미래에셋은 그러한 진용을 갖추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저희 수익율을 보여드리면 좀 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텐데…아무튼 위험관리팀의 제어로 인해 수익율이 어떻게 올라갔는지 금방 드러납니다. 저희들이 작년부터 동종업계 내에서 차근차근 순위를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썰물이 돼야 노팬티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그건 위기가 닥쳤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라는 의미일 겁니다. 저는 펀드 역시 하나의 금융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사람으로서 리스크관리는 저희들의 본령이 아니겠습니까. 대형투신의 경우 거의 20조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돈을 굴리고 있고 이중 시가평가만 7조 이상의 금액이 투입돼있는데 이 얼마나 큰 돈이냐는 말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이 시장에서 코끼리처럼 움직이지 않고 토끼처럼 움직인다면 시장역시 토끼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자신이 다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구요. 토끼처럼 움직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많이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절대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금융기관은 고객들에게 꾸준히 소폭의 수익을 가져다 줘야 합니다. 한번에 대박을 안겨주겠다는 생각으로 시장에 접근하면 분명히 패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는 투기적으로 운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펀드매니저가 “5년짜리 저거 될 것 같은데…한 번 실어보자” 라고 하고 시장에 들어갔다고 예상해보죠. 전망과 반대로 가면 그 결과는 참혹합니다. -현재 준비중인 시스템헤지 펀드에 관한 설명을 해주시죠. ▲아직 준비가 완료되지 않아 자신있는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고…3500억 정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의 총 자산이 1조원이고 회사채가 4000억 규모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숫자죠. -MMF(money market fund)의 비중은 어느 정도 됩니까? ▲아직 MMF에는 그다지 집중을 못하고 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약 10%정도 될 겁니다. -회사채 펀드 2개와 시스템헤지 펀드는 시가평가제로 운용되나요. ▲물론입니다. MMF를 장부평가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펀드를 시가평가제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시가평가방식으로 투신사의 순위를 매긴다면 미래에셋의 순위가 좀더 상향조정 될 것입니다. 시스템헤지펀드, 듀레이션 미세조정이 관건 -시스템헤지펀드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무엇인가요. ▲portfolio insurance(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입니다. 이는 시스템에서 나오는 신호대로 따라하는 것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구요. 구사능력이 뛰어나야만 소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헤지의 수단이 확실할때만 위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아까 매일매일 헤지규모를 정하신다고 했는데…어렵지 않습니까.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펀드규모가 클 경우에는 그럴수도 있습니다. 펀드규모가 거대하다면 선물로 하지 않을 겁니다. 헤지라는 것을 반드시 선물로만 해야한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은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선물의 스윙이 현물보다 좀 더 클 따름이지 헤지는 현, 선물 두 가지를 다 가지고 할 수 있어요. 결국 펀드에서의 헤지라는 것은 듀레이션의 미세조정을 뜻하는 거죠. -쉽게 말해서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란 듀레이션의 지속적인 조정이군요. ▲네. 한국선물시장의 변동폭이 크다보니 정확하게 들어맞을 확률이 낮을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방법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선물의 계약 수를 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하 매일매일 헤지비율 정해 -기계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닐텐데요. ▲그래서 제가 아침마다 회의하면서 그 문제를 논의합니다. 그렇지만 기계가 정해주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서도 안되겠죠. 거기서 약간씩 차이나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매도로 나왔는데 매수로 바꾸는 일은 거의 없고 계약 수를 조금씩 조정하는 방식을 사용중입니다. -시장이 안정적이라면 전날 듀레이션 결과를 가지고 오늘 해야할 일이 나올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이 시스템은 금리가 추세를 따라서 움직일 때는 정말 위력적입니다. 상향, 하향 모두 해당되는 것은 당연하구요. 요즘처럼 금리의 변동폭이 클 때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문제점이죠. 그렇지만 대응을 잘 하면 그 문제점을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습니다. 자랑같아서 쑥스럽습니다만 저희 팀은 진용이 잘 갖춰져있어요. 제갈량도 있고 유비도 있고.(웃음) (인터뷰 기사 하편으로 이어짐)
2001.04.20 I 정명수 기자
  • 재계원로가 본 고 정명예회장-신격호 롯데그룹회장
  • [edaily] 21일 별세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은 한국 현대사를 이끈 재계의 거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계원로들이 평소 가졌던 그에 대한 평가를 들어본다. ◇신격호 롯데그룹회장= <아산, 결단력과 추진력의 화신> 지금부터 약 십여 년 전, 골프 약속이 있던 날인데 공교롭게도 눈이 내렸다. 발목이 빠질 정도였으니 오늘 운동은 글렀구나 하는 생각으로 망설이고 있는데, 정 회장이 골프장으로 떠났다는 전갈이 왔다. 날씨도 몹시 추웠다. 나는 내의에 방한복으로 중무장을 했다. 그러나 그때 70을 갓 넘긴 정 회장은 평소의 수수한 차림에 원기 넘치는 환한 표정이었다. 골프장은 흰 눈이 쌓여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그런데 하얀 공이 어디로 날아가서 어디에 떨어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 이런 날 운동이 되겠습니까?”하니 “신 회장, 걱정마시오. 내가 빨간 공을 가져왔소.”하는 것이었다. 나는 골프를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눈 속에서 운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주로 일본에서 사업을 했기 때문인데 눈은 고사하고 비가 좀 내려도 운동약속은 취소되든가 연기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 회장은 달랐다. 눈이 와도 골프를 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날 눈 속의 골프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과 정 회장의 박력 넘치는 플레이가 선명하게 기억되는 유쾌한 하루였다. 70노인의 걷는 모습이 20대 청년같았다. 정 회장의 이런 모습은 우리 롯데월드를 지을 때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때 설계를 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막상 공사기간이 촉박한 터였다. 공사의 절반은 철구조물이었고, 그때까지 한국에서는 그런 대규모의 공사를 한 경험이 없었다. 일본 기술자들도 주저할 정도였다. 그런데 현대가 그것을 해냈다. 특히, ‘롯데월드 어드벤쳐’는 폭 70여미터짜리 호형(弧形) 철구조물을 크레인으로 달아 올려 약 80미터 높이의 천장에 정확하게 장착해야하는 고도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난공사중의 난공사였다. 더구나 이런 구조물이 수십 개나 되는데도 이를 거뜬히 해내 약속된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 주었다. 나는 그때 무서운 추진력과 돌파력을 보았다. 롯데월드를 설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회사 사람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의 사업가들은 대개 신중하다. 공장을 하나 짓더라도 재고 또 재서 아주 사려 깊다. 확실한 것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가 울산에 자동차공장을 지을 때, 그 당시 한국 실정으로 봐서 잘 될는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정 회장은 마침내 울산 벌 넓은 터에 ‘현대시티’를 일구어 낸 것이다. 자동차에다 조선소에다 그에 따른 수많은 부속공장들을 불과 몇 년 사이에 만들어 냈으니 이른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정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과 강력한 추진력의 소산일 터이니 그저 경탄할 따름이다. 가끔 서울이나 동경에서 식사를 했는데 정 회장의 식사는 속도도 빠르고 양도 많았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즐겁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덕담이 튀어 나왔다. “아, 그렇게 잘 드시니 백 살도 넘게 사시겠구려!”하니, 정 회장은 대뜸 “아니 백살이 뭐요, 이백 살은 살아야지.”하며 파안대소를 했다. 정 회장 정도의 일을 성취한 사람이라면 나들이 할 때 좀 화려하더라도 이상한 말할 사람 아무도 없겠건마는 그의 행차는 언제나 단촐했다. 나는 소공동 우리 롯데호텔 로비에서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바쁘게 걸어다니는 정 회장을 여러 번 목격했다. 걸음걸이도 눈 내린 골프장에서처럼 여전히 젊고 활기찼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가 서울에 자주 나오지 못해서 정 회장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언제나 소탈하고 서민적인 정 회장의 풍모가 그립다. *자료= 현대그룹 사이버 박물관
2001.03.22 I 김기성 기자
  • 광복절 경축식 대통령 연설문(전문)
  • ◀ 제55주년 광복절 경축식 대통령 연설문 ▶ - 평화와 도약의 한반도시대를 엽시다 -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광복 55주년이 되는 날이자 새천년 21세기에 처음 맞는 8.15 경축일입니다. 이 뜻깊은 날을 맞아 먼저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위해 희생하신 선열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유가족 여러분에게도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생존해 계시는 독립유공자 여러분에게 충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려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이산가족의 남북간 동시상호방문이 처음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순간입니다. 어찌 감격의 눈물을 금할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55년전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우리 민족에게 다시없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엄청난 비극과 시련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국토의 분단, 동족상잔의 전쟁, 그리고 경제의 황폐화가 이어졌습니다. 반세기 동안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동포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적대와 반목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확고한 안보태세 아래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왔습니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나 경제를 일으켰습니다.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 냈던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독재체제의 삼엄한 탄압과 횡포 아래서도 민주화의 실현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997년 마침내 헌정사상 최초로 국민에 의해 여야간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대업을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국민의 힘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시련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그 순간부터 우리는 IMF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경제위기를 맞이했던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또다시 일어섰습니다. "금 모으기 운동"으로 대표된 바와 같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국가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해냈습니다. 전세계는 또 한번 우리 국민의 놀라운 저력과 불굴의 의지를 확인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위대한 우리 국민에 대하여 한없는 자랑스러움과 감사의 뜻을 밝히고자 하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55주년 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조상들과 선열들의 얼이 깃들어 있는 이 독립기념관에서 그 어느 때보다 떳떳한 심정으로 그분들의 영전에 보고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사에 영원히 남을 대업을 우리가 지금 이룩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달전 우리는 분단 55년만에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습니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을 7천만 민족과 세계 앞에 선포했습니다. 우리 민족 스스로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6.15 남북공동선언이야말로 오늘의 광복절에 대한 최대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는 바입니다. 남과 북은 지금 두 정상의 합의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과 장관급 회담 등 후속조치들을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로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도 이제 2년반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국민과 하나가 되어 짧은 기간동안 많은 일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고 있습니다. 시위·집회·결사의 자유도 보장되고 있습니다. 모든 노동운동이 합법화되었고 노동자의 정치참여가 허용되었습니다. 최루탄이 사라졌습니다. 여성차별 금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이 제정되는 등 여성의 권리도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시민단체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어 국정과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인권국가의 반열에 서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분야에서도 우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급박했던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습니다. 38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가 이제 900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금리·환율·물가가 크게 안정되었습니다. 무역수지와 경제성장도 견실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몇차례씩 제기했던 경제대란설의 우려도 모두 극복해 냈습니다. 우리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바꾸기 위해 금융·기업·공공부문·노사관계의 4대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4대 개혁과 병행해서 지식정보화 혁명을 추진하는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정보 인프라 스트럭쳐의 구축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의 확대, 벤처기업의 육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정보화 국가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외환위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저소득층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해 왔습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정부는 획기적인 결단을 내렸습니다. 새로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4인 가족기준으로 월 92만원까지 생계비가 보장됩니다. 이제 돈이 없어서 밥을 굶거나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자녀를 교육시키지 못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되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보고드리는 바입니다. 시행과정에서 일부 진통도 있었지만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의료보험 등 4대 보험을 모두 실시함으로써 선진 복지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의약분업도 국민에게 일시적인 고통과 불편을 끼치고 있는 것은 가슴아픈 일입니다만, 국민 여러분과 후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시행해 나가야 할 정책인 것입니다. 한편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안보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국군은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을 신뢰하는 가운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미간의 안보협력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국민 여러분이 국정에 대해 많이 염려하고 계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쓰러져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는 참으로 힘이 들었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부단한 노력을 다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4대 개혁의 미완성, 도덕적 해이, 개혁피로 증후군과 집단리기주의, 그리고 정치의 불안정 등 나라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이 많습니다. 이제 개각의 단행과 더불어 국정 제2기로 접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굳은 개혁의지와 투명하고 일관되며 효율적인 정책집행을 통해 시장과 국민을 안심시키고 신뢰와 희망을 갖도록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이미 설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의 3대 국정철학 아래 앞으로의 임기동안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5대 목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인권국가,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데 헌신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평생을 인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몸바쳐 왔습니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인권법]을 시행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공감대 위에 [국가보안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자 합니다. 약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겠습니다. [부패방지법]을 빠른 시일 안에 입법하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인권이 살아 숨쉬는 나라, 부정이 결코 용납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야 말겠습니다. 민주주의는 확고한 법질서의 토대 위에서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와 사회의 기강을 해치는 집단리기주의와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둘째는 4대 개혁과 지식정보화를 통해서 세계 일류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금융·기업·공공부문·노사관계의 4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성시킬 것입니다. 이제는 외적 구조조정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내적 체질개선을 더욱 철저히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취임 직후에 1반 안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국민 여러분께 약속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이제 다시 여러분께 약속드리겠습니다. 내년 2월이면 취임 3년이 됩니다. 저는 그 취임 3년이 되는 날까지 4대 개혁을 마무리지어 새천년 우리 경제의 탄탄한 발전의 터전을 닦아 놓겠습니다. 「정부혁신추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설치해 가동함으로써 공공부문이 다른 분야의 개혁에 모범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우리 당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후손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당장의 고통을 피하려고 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개혁이야말로 국민과 시대가 국민의 정부에게 부여한 역사적 소임이라고 믿고 저는 개혁의 고삐를 결코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4대 개혁에 성공하려면 지식정보화를 촉진시키고 접목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수한 인적자원을 육성하고 발굴하는데 국가차원의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교육립국을 통하여 지식정보강국을 이룩했을 때 한국은 세계 일류국가 대열에 당당히 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고속 통신망 등 정보 인프라를 조기에 건설하고 돈이 있건 없건 정보화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평생학습을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수 벤처기업에 대하여 제도적 개선을 포함한 모든 지원을 확대해서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쌍두마차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기존산업은 물론 정보통신기술산업과 생명산업을 포함하여 국가산업 전체의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시켜 세계 일류의 경제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셋째로 생산적 복지의 정착입니다. 생산적 복지는 국민 각자의 능력을 개발하여 저소득층도 중산층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획기적인 정책인 것입니다. 우선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기초생활은 이미 말한대로 국가가 보장하겠습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정보화 교육 등 자기개발의 기회를 제공해서 자력으로 고소득과 안정된 생활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학생과 농어민, 주부, 군인, 장애인과 노인, 그리고 교도소의 재소자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데 주력해 나갈 것입니다. 문화·관광·스포츠·레저의 확충과 환경의 개선과 보존에 힘쓰겠습니다. 넷째는 국민의 대화합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남북의 화해협력을 이루어가고 있는 우리입니다. 하물며 우리 내부에서 국민화합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화합을 위해 무엇보다 여야간의 화합이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현재의 상태는 국민을 실망과 분노로 이끌고 있습니다. 실로 민망하기 짝이 없는 현실입니다. 여야간의 진지한 대화와 협력이 있어야겠습니다. 저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각 정당의 대표와 만나 국사를 논의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국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회법에 따라 운영해 나가되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룩해 나가는 것이 정치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몰아내고 남북이 평화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해서 민족 상생의 시대를 반드시 이룩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우리 7천만 겨레의 숙원인 평화통일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공동선언에 있는 바와 같이 우리의 남북연합과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는 상당한 공통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평화공존, 평화교류를 확립하는 통일의 제1단계를 실현시켜 나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장관급 회담을 통하여 군사, 경제, 사회·문화의 3개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아울러 남북간의 군사직통전화의 설치, 국방장관급 회담 등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합의서 등 안전하고 효율적인 협력의 길을 마련하겠습니다. 남북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에서의 안정을 이룩하는데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대단히 긴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미·일·중·러 등 주변 4대국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미국·일본과의 긴밀한 공조관계도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는 물론 동북아의 안정에도 매우 긴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동유럽에서 공산위협이 사라진 이후에도 유럽사회의 안정을 위해서 NATO와 미군이 존속하고 있듯이 한반도와 일본에서의 미군의 존속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마지막으로 저는 21세기의 벽두에서 우리 민족이 지켜야 할 역사적 소명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그 소명은 지금까지 말씀드린 5대 과제 중에서 두 가지를 특별히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지식정보강국을 건설해 세계 일류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둘째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실현하고 장차에는 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해야 합니다. 100년전인 19세기말, 우리 민족은 세계사의 큰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 망국의 한을 초래했습니다. 당시의 우리 민족에게 부여된 역사적 소명은 무엇이었습니까? 안으로는 국민이 단합하고 밖으로는 근대화를 추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소명을 도외시한 채 우리는 내부분열로 국력을 소진했고, 쇄국주의를 고집하며 근대화를 거부하다 시대에 뒤쳐지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해방이 되어서도 민족의 분단과 동족간의 전쟁과 총칼에 의한 반세기 동안의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한때의 잘못이 100년간의 앙화를 후손에게 남겨주게 된 것입니다.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의 역사의 소명을 충실히 받들어야 합니다. 하나는 지식정보화의 혁명입니다.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격변기입니다. 그 격변의 중심에는 지식정보화의 대혁명을 이루라는 역사의 요구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산업화의 지난 세기에는 자본과 토지, 인간의 노동력과 같은 눈에 보이는 물질적 요소가 경제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 문화 창조력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창의적인 두뇌가 경쟁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그 어느 민족, 어느 국민보다도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지적기반, 그리고 탁월한 문화창조의 전통과 자질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또한 새로운 정보화 시대에 적응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의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인터넷 이용자수가 금년 말이면 2천만명에 이르고, 2002년이면 3천만명이 될 것입니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장점을 살려 세계 일류의 지식정보강국을 건설해 낼 자신이 있다고 저는 여러분께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남북간의 화해협력이 또 하나의 시대적 소명입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평화와 번영을 기약하는데 절대 필요한 전제조건입니다.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전쟁과 파멸을 가져올 것입니다. 평화공존, 평화교류 속에 남북이 손잡고 민족의 앞날을 열어 나가야 합니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자원이 합쳐진다면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대도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남한만의 무대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남북이 손을 잡으면 한반도 전체로 무대가 확대될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태평양으로 우리의 활동영역이 뻗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 남북은 이미 경의선 철도를 다시 잇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경원선도 연결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두 길을 통해 유럽에 이를 수 있습니다. 두 줄의 「철의 실크로드」가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해양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거점이 되고,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아가는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주변국가가 이제 당당히 세계의 한 중심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한반도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꿈이 아닙니다. 우리가 능히 이룰 수 있는 내일의 모습인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 앞에 역사가 제시하는 길이 분명하게 열려 있습니다. 평화와 도약을 통한 자랑스러운 한반도 시대를 이룩하는데 총력을 다합시다. 오늘 우리의 행복은 물론 내일의 후손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역사의 소명을 충실히 받들고 나아갑시다. 국민 여러분! 한강의 기적, 외환위기의 극복에 이어 다시 한번 세 번째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일어섭시다. 저는 국민과 역사에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해 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2000.08.15 I 이훈 기자
  • 중국 가전-통신시장을 노려라
  • "가전제품과 통신, 실내장식, 자동차, 노인용품 시장을 노려라" 8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 무역관은 중국의 유력신문인 고신기술산업도보(高新技術産業導報)가 유명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중국에서 사업성이 뛰어난 전도유망한 산업"을 조사한 결과 가전제품 판매업, 통신업, 실내장식업, 자동차 판매업, 부동산업, 노인용품판매업, 패스트푸드산업, 여가·문화산업, 여성용품산업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중국의 유망 산업에 대한 시장전망을 요약 정리한다. <> 가전제품 판매업 경제 발전에 따른 국민소득 증대로 카메라, 컴퓨터, VCD 등의 가전제품 소비는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통신업 현재 중국의 전화보급률은 4%로 세계 평균수준인 10%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여지는 그만큼 막대한 것으로 예측된다. <> 실내장식업 최근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및 주택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주거환경 을 개선하려는 주민들의 수요증대로 실내장식업이 갈수록 번성하고 있다. 신규주택 실내장식 수요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의 개보수 수요도 막대하 다. 현재 중국 도시주민의 평균 실내장식비용은 2만위안 내외로 집계되고 있다. <> 가정용차량 관련업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산업은 향후 10년내에 개인용 차량 위주로 재편될 것이며 자동차부품, 수리, 세차업 등의 전도가 유망할 것으 로 전망했다. <> 부동산업 개인주택 구매열기 및 재테크용 구매수요 증가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지원 하에 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주택구매자금 대출제도가 부동산업의 발전을 부추기고 있다. <> 노인용품 판매업 중국의 노인인구는 이미 1억 3천만명에 달해 노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건강식품, 약품, 의류, 돋보기, 보청기 등의 노인용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패스트푸드업 봉급생활자 및 맞벌이 부부 증가, 핵가족화 등의 영향으로 패스트푸드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관련 냉동식품, 인스턴트식품 등의 산업도 더욱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여가·문화산업 생활수준 제고 및 주 5일 근무제의 정착으로 여행업, 스포츠용품업, 각종 위락시설 운영업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여성용품산업 중국여성들의 "美"에 대한 관심 증가로 미용용품 및 화장품의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고 피부미용실, 헬스클럽을 찾는 여성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각종 관련산업의 발전이 확실시 되고 있다.
2000.04.08 I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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