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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약 이어 천식약도 품절...유소아 기본약 공급난은 ‘현재진행중’
-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감기약, 변비약, 고혈압약으로 확대됐던 의약품 수급불안이 천식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로 처방되던 천식약 ‘벤토린’의 품절이 11월 말까지 공식화되면서 연초 어린이해열제 리콜 사태 이후 시작된 어린이의약품 공급난은 최소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GSK “벤토린흡입액, 11월말까지 품절”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코리아는 일선 병·의원에 벤토린 흡입액 품절 안내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벤토린 흡입액 20㎖’의 공급 일정 지연으로 10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일시품절이 예상된다”는 내용이다.GSK코리아는 지난 5일 일선 병·의원에 11월 말까지 ‘벤토린 흡입액 20㎖’ 일시품절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환절기 벤토린과 같은 기관지확장제의 수급 불안정은 매년 나타나는 일이지만 회사가 공문까지 보내며 특정 기간 판매 불가를 알리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의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GSK코리아 관계자는 벤토린 흡입액의 일시 품절 상황에 대해 “수입일정 지연으로 품절이 일어났으며 12월 초 공급이 정상화될 예정이다. 빠른 공급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벤토린은 급성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에 처방되는 제품으로 소아부터 노인까지 전연령층에 두루 쓰인다. 성분은 동일하지만 제형에 따라 △스프레이식 흡입기(MDI) 형태의 ‘벤토린 에보할러’ △주로 병의원에서 처치시 희석해 사용하는 ‘벤토린 흡입액’ △1회분이 개별포장돼 희석없이 환자들이 바로 자신의 네뷸라이저에 주입해 사용할 수 있는 ‘벤토린 네뷸’ 세 종류로 나뉜다.GSK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자사 제품 중 제형이 다른 동일 성분 제품이 공급되고 있고, 시장 내 다른 대체제도 있다”며 “치료제 변경으로 인한 환자와 의료진 분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공급재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문제는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공문에서는 벤토린 흡입액의 품절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벤토린 네뷸 역시 구하기 어렵고, 딱 들어맞는 대체의약품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서울시내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내과전문의는 “일반 병의원에서는 약을 대량으로 사용하는데 벤토린 흡입액 대신 개별 포장된 벤토린 네뷸을 일일이 뜯어서 쓰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벤토린 네뷸도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며 장기화될 경우 결국 다른 제형 벤토린도 품절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또 다른 천식치료제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풀미코트’도 회사측에서는 현재 공급이 정상화되었다고는 하나, 실제 현장에서는 수급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4분기 중 빠르게 물량을 안정화하기 위해 추가 수량을 수입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 일부 약국에서 경험하는 제품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수요가 있는 약국에 제품이 고루 공급될 수 있는 방안을 여러 각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일본, 중국 등 인접국에서도 유사한 품절 이슈가 있어 이른 시일 내 공급량 확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환자 100만인데…복제약 없어 글로벌제약사에 의존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천식 환자 수는 93만명에 달한다. 천식은 완치가 어려워 만성질환처럼 평생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데, 소아 환자의 보호자들은 기존에 쓰던 의약품을 고수하는 경향이 크다.‘벤토린’과 ‘풀미코트’의 수급불안이 지속되자 맘카페를 통해 구입가능한 약국을 알아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자료=네이버 카페 캡쳐)여기에 벤토린과 풀미코트는 복제약이 없거나 극소수에 불과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벤토린의 경우 ‘벤토린흡입액’에 한해 동일 성분의 대한약품(023910)공업의 ‘살부톨흡입액’이 복제약으로 있다.풀미코트와 동일성분, 동일함량인 건일제약의 ‘풀미칸’은 의료현장에서는 풀미코트만큼이나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풀미코트와 성분과 함량이 같은 대한약품공업의 ‘부데코트흡입액’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가 취하됐다.이는 GSK코리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벤토린과 풀미코트의 공급량을 늘리더라도 한번 수급불안을 겪은 환자 및 환자 보호자들이 향후 사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로 풀미코트는 공급지연이 지속되자 일부 도매처나 약국 등에서 재고 확보를 위해 실제 수요보다 많은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 공급재개에도 실제 유통이 원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앞선 내과전문의는 “급성기 천식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벤토린은 복제약이 없어 사실상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은 없다고 봐도 된다”며 “성인 COPD 환자들에게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아트로벤트’가 대신 처방되기도 하지만 벤토린이 더 부작용이 적고 기관지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을 갖고 있어 유소아들에게는 아트로벤트가 거의 처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천식환자 수만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인데도 가장 많이 쓰이는 의약품의 복제약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가 끝나고 독감이 퍼지다보면 폐렴, 천식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것이었는데 이 상황은 정부가 원료수급 리스크 관리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만 들어오고 국내사에서 만드는 복제약이 없다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에서일텐데, 필수의약품에서는 복제약 개발을 독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선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 제약사들의 재무적인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웰컴 소극장]낙원상가·망각 전의 마지막 후회·남자사랑 레즈비언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학로의 여러 소극장을 비롯한 서울 시내 많은 공연장에서 올라가는 연극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웰컴 소극장’은 개막을 앞두거나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중 눈여겨볼 작품을 매주 토요일 소개한다. <편집자 주>연극 ‘낙원상가: 종묘 랩소디’ 포스터. (사진=쏭 기획)◇연극 ‘낙원상(喪)가: 종묘 랩소디’ (11월 2~19일 예그린씨어터 / 쏭 기획)오늘도 탑골공원 한편에서 장기를 두는 기풍과 주식, 만동. 늘 똑같은 일상, 똑같은 풍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변화가 생긴다. 복지관에 왈츠 수업을 받으러 다니던 기풍에게 애인이 생긴 것. 때마침 20년을 젋게 해준다는 신묘약에 대한 소문이 종로 노인들 사이에 번지는데…. 탑골공원 노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작가 정상미의 희곡을 연출가 류성이 무대화한다. 배우 이현순, 고인배, 이태훈, 권범택, 차유경 등이 출연한다.연극 ‘망각, 전의 마지막 후회’ 포스터. (사진=장일수, 둠둠프로젝트)◇연극 ‘망각, 전의 마지막 후회’ (11월 2~12일 여행자극장 / 장일수, 둠둠프로젝트)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40대 중년 피에르가 혼자 살고 있다. 어느 일요일, 과거에 그와 함께 살았던 엘렌느와 폴이 각자 가족을 데리고 피에르를 찾는다. 지붕 한 가운데가 뚫린 채로 남겨진 집. 엘렌느와 폴은 피에르에게 이 집을 처분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피에르에게 이들의 말은 가혹하다. 오래도록 조용했던 집은 사람으로 북적이지만 외롭다. 프랑스 극작가 장 뤽 라가르스의 작품을 연출가 장일수가 국내 초연한다. 배우 이현경, 민병욱, 유성진, 송유준, 김다정 등이 출연한다.연극 ‘남자사랑 레즈비언’ 포스터. (사진=극단 지금아카이브)◇연극 ‘남자사랑 레즈비언’ (11월 3~5일 경기도 일산 갤러리 산수 / 극단 지금아카이브)온라인 라디오 방송 BJ 엘레나의 사과 방송으로 시작하는 1인극이다. BJ 엘레나이자 ‘나’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계기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속에서 ‘여성’스러움에 대한 거부감과 ‘여자’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남자를 미워하는 마음,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2023년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수상한 극단 지금아카이브의 작품. 작가 지구가 극작·연출·출연까지 맡았다.
- 또 멈춘다고?…지하철도, 병원도 줄줄이 총파업 예고 [사사건건]
-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서울 지하철, 그리고 전국의 의료 서비스가 또 다시 멈출 위기에 처했습니다. 노조를 비롯한 이익 단체들이 파업을 예고하면서인데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현실화할 경우 일반 국민들의 일상엔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교통공사 양대 노조 연합 교섭단과 조합원들이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발표 및 투쟁 방침 공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1월 9일` 지하철 1~8호선 파업 초읽기현재 파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곳은 서울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 중인 서울교통공사(공사)의 노동조합입니다. 노조가 예고한 날짜는 다음달 9일입니다. 공사 연합교섭단은 지난 12~16일 이뤄진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73.4%로 파업을 가결했습니다. 이어 1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노사 양측이 최종 조정 회의에 나섰으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파업이 가시화됐죠. 파업까지 이르는 노사의 갈등 상황은 사측이 제시한 인력 감축 계획 때문입니다. 공사는 대규모 적자에 따른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노조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정원 대비 13.5%, 약 2212명을 감축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노조는 신당역 사건과 이태원 참사 1주기 등 최근 이어지는 공공장소 안전 위협 등을 이유로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안전을 위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이와 별개로 만약 파업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시민들의 출퇴근길은 험난해질 전망입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르면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 열차는 정상 운행하고 나머지 시간대의 열차 운행률을 평소 80~85% 수준으로 유지되지만, 출퇴근길 체감되는 혼잡도는 그 이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도 공사 노사는 11월 30일 파업에 돌입했지만 당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지하철 출·퇴근 대란 우려를 막은 바 있습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의대 증원 두고 의사계 반발…총파업 움직임도병원도 파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란의 후폭풍인데요. 정부가 현재 3000여명인 의대의 정원을 많게는 1000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응급의학과나 소아과, 흉부외과 등 꼭 필요하지만 의사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의대 증원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의사협회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합니다. 의사들은 의사의 숫자는 이미 충분한데, 제도적 보완장치가 없기 때문에 기피과목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고, 의료사고 등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줘야 의사들이 응급의학과 등을 피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죠. 만약 의사협회와 논의 없이 정부가 정책을 추진한다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사협회의 반발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아이의 진료를 위해 아침부터 소아과에 ‘오픈런’을 해야 하는 부모들, 응급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하고 ‘뺑뺑이’를 돌고 있는 모습, 지방엔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없어 서울까지 상경해 진료를 받아야 하는 노인들 등으로 대변되는 의료계에 대한 반감이 있기 때문이죠. 의료사고에 따른 환자의 사망, 책임 없는 의사의 모습도 부정적 인식에 한몫 합니다.여기에 의사들이 피부과 시술 등으로 월 수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불만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 익명 커뮤니티에서 ‘변호사는 공급이 늘면서 법률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 의료계는 그런 노력 없이 과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취지의 글이 큰 호응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인식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는 의사협회의 반발 및 의료 파업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우려해 구체적 계획 발표를 늦추고 있는데요.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의료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아가길 바라봅니다.
- 서울성모병원, ‘뇌졸중의 날’ 건강강좌 개최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오는 26일 오전 9시 30분부터 약 두 시간 반 동안 ‘뇌졸중의 날’을 맞아 본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공개강좌를 개최한다.뇌졸중은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발병하는 질환으로, 혈전으로 인하여 뇌에 산소 및 영양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막히는(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병이다. 암과 더불어 국내 주요 사망 원인으로 한번 발병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어 철저한 관리와 예방이 중요하다.이번 건강 강좌는 환우와 보호자, 지역주민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졸중에 대해 이해하고 예방하기 위해 ‘신속한 응급치료 119’라는 주제의 정보를 제공한다.강좌는 신경과 구자성 교수의 인사말에 이어, ‘뇌졸중의 이해’(신경과 이민환 교수), ‘뇌졸중 궁금증 A to Z’(신경과 이한빈 교수), ‘뇌졸중의 수술적 치료’(신경외과 조우철 교수), ‘뇌졸중과 재활’(재활의학과 임성훈 교수), ‘뇌졸중의 영양관리’(영양팀 강지민 영양사), ‘노인장기요양 보험 장애인 진단 및 혜택’(사회사업팀 강나래 사회사업가) 등으로 구성되며 강좌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선착순으로 강좌에 참여한 참석자에게는 소정의 사은품 및 간식을 제공한다.
- 독재자 대역이 된 배우 "위로를 전합니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혹시 우산 필요하지 않으세요?”최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난 배우 강기둥(36)은 대뜸 우산을 꺼내 들어 보였다. 일기예보에 없던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평소 집에서부터 공연장까지 1~2시간 거리를 걸어서 다닌다는 강기둥 또한 갑작스러운 폭우에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한 가게에서 남아 있는 우산을 나눠주는 덕분에 공연장까지 올 수 있었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네불라 역의 배우 강기둥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국립정동극장)예상치 못한 선심은 작지만 소중한 위로가 된다. 강기둥에게 연기가 그렇다. 연기를 시작한지 15년째에 접어든 그는 요즘 들어 더욱 ‘위로’를 전한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그의 꿈은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위로를 받은 것처럼 남들에게도 위로를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인생 캐릭터’로 호평 받아강기둥의 위로를 오는 11월 12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쇼맨’은 가상의 독재국가에서 독재자의 대역 배우로 살았으며, 지금은 놀이공원에서 탈인형을 쓰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노인 네불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등을 통해 ‘한이박 트리오’로 불리며 주목받은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의 창작뮤지컬로 1년 4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강기둥은 지난해 초연에서도 네불라 역을 맡았다. 많은 관객과 관계자들은 강기둥이 연기한 네불라를 그의 ‘인생 캐릭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 또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올해 1월 열린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비롯한 3관왕을 차지했다. 강기둥은 “‘쇼맨’은 배우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작품”이라며 “이번엔 조금 더 사람 냄새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재공연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네불라 역을 맡은 배우 강기둥.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네불라는 흉내 내기를 좋아해 배우를 꿈꿨으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독재자의 대역이 되는 인물이다. 독재자가 저지른 악행을 알게 된 뒤에는 그의 대역으로 악행에 동참했던 과거를 지우려 하지만 그럴 수 없어 고뇌한다. 그야말로 비운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네불라(Nebula)는 라틴어로 ‘아지랑이’라는 뜻.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캐릭터라른 의미도 담겨 있다.강기둥은 네불라를 “실존 인물 같기도 하고, 실체가 없는 느낌도 있고, 괴짜 같으면서 환상 같기도 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네불라는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인물이죠. 그래서 연기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했어요. 네불라를 정말 솔직하게 마주하자는 마음이에요. 관객에게도 네불라를 설득하기보다 네불라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해요. 그만큼 힘든 역할이지만, 연기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어요.”◇“섣부른 판단 이전에 삶 자체 바라봐 주길”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네불라 역의 배우 강기둥(왼쪽)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국립정동극장)네불라와 마찬가지로 강기둥 또한 우연처럼 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 “장난을 좋아하는 모범생”이었던 중학생 시절, 학교 축제를 준비하며 만난 연극 선생님을 통해 연기의 재미를 새로 배웠다. “현실에서는 장난을 치면 혼이 나지만, 무대에선 장난을 쳐도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하하.” 그렇게 배우가 되기 위해 고향인 제주를 떠나 안양예고에 입학했고,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배우로 성장했다. 드라마, 영화 등 대중 매체에도 꾸준히 출연해 온 그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옆 국과수’에서 공명필 역으로 존재감을 남기기도 했다.요즘 세상에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너무 쉽게 내려진다. 작은 말실수나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내 편’인지 ‘네 편’인지 가르는 일도 빈번하다. 이러한 세상에 ‘쇼맨’은 네불라를 통해 섣부른 판단 이전에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이 관객에게 작은 위로를 전한다. 강기둥이 바라는 위로이기도 하다.“‘쇼맨’의 메시지요?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같아요. 네불라의 삶을 다 이해해 달라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네불라의 삶 자체를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네불라 역의 배우 강기둥(가운데)가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사진=국립정동극장)
- ‘고독사 위기’ 5060 세대만의 문제 아니다…‘사각지대’ 없애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서울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이후 몇 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고독사의 대부분이 50~60대, 홀로 사는 남성 위주로 발생한 탓에 이들에 대한 관리가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A씨의 사례처럼 더 어린 연령대나 환경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프로)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달 28일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내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명절을 앞두고 A씨를 찾아온 가족들이 그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경찰은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이전부터 해당 아파트에서는 악취 관련 민원이 거듭 제기돼왔다. 이로 인해 A씨는 숨진 이후 몇 달간 방치돼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학원 수학 강사로 일했으나, 최근 이웃과 왕래가 없었으며 우편함에는 3개월치 카드 우편물 등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독사예방법 제2조에 따르면 고독사는 주변인들과 단절된 채 홀로 임종을 맞고 시간이 흐른 후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A씨의 죽음은 전형적인 고독사인 셈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고독사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2412건이었던 고독사는 2021년 3378건으로, 연평균 8.8%씩 증가했다. 2021년 기준으로 숨진 이 100명 중 1명(전체 사망자 중 1.1%)은 홀로 임종을 맞고, 나중에서야 발견됐다. 고독사는 홀로 사는 5060대 남성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집계돼 서울시는 물론, 전국 지자체들은 노년층뿐만이 아닌 이혼이나 실업, 은퇴 등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위험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5060 외에도 고독사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A씨와 같은 40대 역시 전체의 15%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여겨지는 2030대의 고독사 비중 역시 5년간 꾸준히 5~6%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20대 고독사의 경우 절반 이상인 56.6%가, 30대는 절반에 가까운 40.2%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고려하면 취업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정부는 2020년 처음으로 고독사예방법을 제정한 이후 지난 5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27년까지 전체 고독자 수를 20%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다세대 주택이나 고시원 등 고독사가 잦은 지역을 중심으로 위험자를 미리 발굴하는 것은 물론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5060을 위해서는 각종 생활 지원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노인들에게는 지역 사회에서 돌봄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이러한 고독사 관련 대책이 더욱 촘촘하게 이뤄지는 것은 물론,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고독사 위험군의 경우 소득이 없거나 적어 기초수급을 받는 등 공적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될 수 있지만, A씨와 같은 경우나 아직 노동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2030 세대들 등은 사각지대로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애주기별 특성 등을 고려해 더욱 꼼꼼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정 연령대를 벗어나있거나, 가정 방문 복지 서비스 등을 받지 않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광역 차원의 협의체 구성이나 별도의 전문기관 설치 등이 필요하다”며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과 인식 개선 등 복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노인의 날 다짐 대결?...국힘 “의료 시스템 강화” vs. 민주 “요양시설 확충”
-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제27회 ‘노인의 날’을 맞아 여야가 노후 안정을 위해 관련 정책을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일성을 내놓았다. 국민의힘(국힘)은 의료·복지·요양시스템을 강화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노인요양시설 확충·소득 공백 해소 등을 다짐했다.(제공=게티이미지)2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엇보다 100세 시대를 맞아 어르신들께서 보다 편안하고 건강하게 사시도록 의료·복지·요양시스템을 강화하고 관련 예산을 확대해, 노후가 불편하시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고, 부족함 없도록 잘 챙겨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저와 우리 국민의힘은 어르신 한분, 한분께서 피땀으로 일궈내신 자유와 평화, 경제적 성과를 높이 존중하면서, 이를 폄훼하려는 모든 부당한 시도에 맞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내년도 복지예산을 늘려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역대 최대인 103만 개 공급하고, 일자리 수당을 월 최대 4만원, 기초연금을 월 33만4000원으로 인상하고, 또 거동이 불편한 독거 어르신 5만 7000명을 위한 돌봄서비스도 월 16시간에서 20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소득과 건강을 증진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거들었다.반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우리 사회가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노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며 “고령 사회에 맞는 복지나 시설 등 어르신들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어르신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며 “노인요양시설 확충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관련 사업 예산을 반토막 냈다”고 지적했다.박 대변인은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어르신들의 휴식 장소이었던 경로당이 오히려 외면받고 있다”며 “시설이 열악하고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높다. 어르신들이 안정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 곧 1963년생 은퇴하는데…노인 지원책 1940~1950년생 집중
-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10월 2일은 대한민국 노인의 날이다. 세계 노인의 날은 10월 1일이지만, 국군의 날과 중복돼 그 다음 날인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한 것이다. 전 세계가 이즈음이 되면 노인의 권리와 복지향상을 다시 한 번 고민하는 날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도 벌써 27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노인 삶은 녹록지 않다. ◇ 초고령 사회 눈앞…노인 10명 중 4명 “나는 가난”2일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나 된다.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절반 이상이 노인인구로 편입되는 2025년에는 그 비중이 20.6%로 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2035년 30%, 2050년에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 10명 중 4명이 노인인 노인사회가 되는 셈이다.이런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됐지만, 현실에서 변한 것은 많지 않다. 만 60세가 되면 아무리 좋은 직장이어도 자리에서 물러나 은퇴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현재 63세부터다. 일반 직장의 평균 은퇴시기가 50세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넘게 근로 수익도, 연금소득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가 고령층에 편입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은퇴한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기에 바쁘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취업자는 지난해 기준 36.2%나 된다. 건강상의 이유나 노인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일하지 못하는 노인 등도 63.8%나 되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이 일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4억5364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이 집 한 채가 전부인 경우가 많아 현실엔 집을 소유하긴 했지만, 생활비가 없어 생활고를 겪는 가난한 노인이 여전히 많다. OECD 주요국의 2020년 기준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은 대한민국이 40.4%로 미국(21.5), 이탈리아(10.3), 노르웨이(4.4)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현재 삶이 만족하는 노인은 3명 중 1명을 약간 넘긴 34.3%에 불과하다.◇ 노인인구 10%도 안 되는 일자리…1인가구↑ ‘시한폭탄’정부는 현재 고령자를 위해 노후 소득지원과 취업지원, 의료·요양보호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우선 올해 기준 소득 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월 최대 32만3180원의 기초연금 지급하고 있다. 또 공익활동형 60만8000개, 사회서비스형 8만5000개, 민간형 19만개 등 총 88만3000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노인인구의 9.2%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익활동형의 경우 월소득이 27만원에 불과해 노인의 수익활동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그나마 있는 노인지원책이 1940~1950년생을 타겟으로 하다 보니 이제 노인연령에 진입하는 1960년생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라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노인세대를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늘어나는 노인인구로 의료서비스 요구도 높아지는 것도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 1인가구 증가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현재 고령자 1인가구는 36.3%지만 2045년 40%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뇌졸중 등을 비롯한 심혈관계질환 발생률은 높아진다. 그런데 혼자 사는 사람이 증가하면 증상이 발생했을 때, 늦게 발견돼 ‘골든타임’ 내 초급성기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증화율을 높여 평생 후유장애가 남는 등 사회 경제적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노인 및 1인 가구를 관리하고 돌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 돼야 한다”며 “뇌졸중 초급성기 치료 시기를 놓쳐 후유장애를 갖는 환자들이 늘어난다면 그 부담은 온전히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지금 건강한 초고령 사회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