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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2,689건

  • 오늘의 인사 종합
  •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승진 <부이사관> △운영지원과장 이승희●법무부 ◇전보 <대검 검사급>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신봉수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 박재억 <고검 검사급>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강성용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 윤병준 △대검찰청 반부패2과장 이승형 △대검찰청 마약과장 김보성 △대검찰청 공공수사기획관 김태은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최재훈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 단성한 △대구지검 공공수사부장 서경원 △광주지검 공공수사부장 임삼빈●통일부 ◇승진 <서기관> △홍명화 △강석빈 △최진용 △김지우 △정순원 △박무정●관세청 ◇전보 <과장급> △비서관 신재형 △감찰팀장 강병로 △빅데이터분석팀장 김미정 △해외통관지원팀장 김지현 △서울세관 조사1국장 김창영 △서울세관 조사2국장 최문기●국민일보 ◇승진 <국장대우> △논설위원 라동철 △미술문화재전문기자 손영옥 △종교국장 이명희 <부국장> △종교기획부장 박상원 <부국장대우> △산업1부장 김찬희 △사회2부장 남혁상 △의학전문기자 민태원 △종합편집부 정석진 △종합편집부 권혜숙 △제작팀장 손봉철 <부장대우> △사진부 서영희 △국장석 김나미●카카오엔터프라이즈 ◇선임 <사장> △대표이사 이경진●대한축구협회 ◇선임 △경영본부장 전한진 △마케팅팀장 이정섭●한국체육대학교 ◇선임 △교무처장 조준호 △기획처장 박선영 △대학원장 김진호 △사회체육대학원장 겸 스포츠융복합대학원장 김현남 △훈련학생처장 겸 최고경영자과정원장 김진해 △스포츠과학대학장 겸 산학협력본부장, 산학협력단장 정광채 △생활체육대학장 겸 스포츠문화예술대학장 윤석훈 △학술정보원장 안근아 △생활관장 이영선 △인재개발원장 조욱상 △교수학습개발센터소장 김인수 △체육과학연구소장 박상균 △평생교육원장 강광배 △보건진료소장 오재근 △대학원주임교수 김한별 △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 이제훈 △체육학과장 겸 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 변호진 △경기지도학과장 겸 스포츠융복합 대학원 주임교수 윤지운 △사회체육학과장 육현철 △스포츠청소년지도학과장 겸 사회체육대학원 주임교수 박재명 △특수체육교육과장 겸 장애학생지원센터장 김경진 △스포츠산업학과장 김수잔 △운동건강관리학과장 구정훈 △노인체육복지학과장 김예성 △공연예술학과장 이지원 △태권도학과장 정국현 △교양교직과정부장 김현정 △학보사 주간 겸 방송국 책임지도교수 허진석 △생활관 부관장 임정우
2023.05.17 I 김범준 기자
권경태 등 목원대 출신작가들, 모교·후배 사랑 실천
  • 권경태 등 목원대 출신작가들, 모교·후배 사랑 실천
  • 권경태 작가의 설악산에서. (사진=목원대 제공)[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목원대는 17~22일 미술관에서 미술·디자인대학 동문기획전 ‘목원동행 2023’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목원대 총동문회가 주최하고, 미술·디자인대학 동문회가 주관하는 목원동행 2023은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동문기획전으로 한국화, 서양화, 조각, 디자인, 공예 작품 등 모두 56점을 선보인다. 참여는 민동기·임현빈·안병국·권경태·정황래·박석신·조부연 작가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동문 작가 56명이 자신의 작품 1점씩을 이번 동문기획전에 기증했다. 총동문회 등은 목원동행 2023에서 작품을 판매한 뒤 수익 전액을 목원대 장학재단에 기탁할 예정이다. 조항용 목원대 총동문회장은 “유수의 동문 작가들이 온 힘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장학기금 마련용으로 기증해줘 감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총동문회는 대학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부연 미술·디자인대학 동문회장은 “이번 동문기획전에서 예술가로서 확고한 경지에 도달한 선배들의 작품에서 영기를 느낄 수 있고, 후배들의 작품에서 남다른 패기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술·디자인대학뿐만 아니라 미술계열학과를 대표하는 동문전과 동문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은 “미술디자인대학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동문기획전이 후배들에게 새로운 꿈을 갖게 할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비전과 열정이 가득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총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3.05.16 I 박진환 기자
KT, 20대 위한 팝업 공간 'Y캠퍼스' 연남동에 연다
  • KT, 20대 위한 팝업 공간 'Y캠퍼스' 연남동에 연다
  •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KT는 20대 전용 브랜드 ‘Y’의 팝업 스토어 공간 ‘Y캠퍼스’를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10일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소재한 카페콤마에서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Y는 KT의 20대 전용 브랜드로 ‘있는 그대로 빛나는 Y·Your Own Spotlight’ 라는 슬로건으로, 빛나는 20대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브랜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는 이런 브랜드 철학을 담아 20대들의 진정한 성장을 응원하는 명사 강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명사 강연은 ‘전공 강의’라는 콘셉트로 진행하며 첫날인 19일에는 20대 아티스트 지올팍이 도전을 주제로 Y들과 소통한다. 20일에는 KT롤스터, 21일에는 코미디언 김용명의 강연이 이어지며 댄서 모니카, 크리에이터 너덜트, 숏폼 크리에이터 닛몰캐쉬, 마뗑킴 김다인 대표의 강연도 예정돼 있다.참석 희망자는 KT의 20대 타깃 플랫폼 앱 Y박스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강연별로 50명씩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는 사용자를 위해 KT는 유튜브 Y스튜디오 채널에서 강연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푸어링 아트 클래스(아크릴 물감을 캔버스나 종이에 흘려서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물감의 결을 담아내는 미술 활동), 가드닝 클래스, 캐릭터 그리기, 스마트폰 촬영&보정, 캐릭터 일러스트, 레진 키링 클래스, 조향 클래스(LG생건 연구소) 등 교양 강의도 마련된다. 전공 강의나 교양 강의의 자세한 내용은 Y박스를 통해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다.총 5층 공간으로 구성된 Y캠퍼스는 대학 캠퍼스를 콘셉트로 기존 카페 공간을 재구성했으며 명사 강연이 진행되는 지하 1층은 대학교 강의실로 꾸며졌다. 강연이 없는 시간에는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가 상영되는 OTT 콘텐츠 상영관으로 운영한다. 1층은 잔디광장·입학처, 2층은 과방, 3층은 중앙도서관, 4층 동아리관과 야외테라스관로 꾸몄다.층별로 실제 캠퍼스 생활을 체험 있도록 입학 통지서, 학생증, 졸업 선물, 학위수여식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준비했다. 각 층을 체험하고 미션을 수행하면 Y x 필로소피 콜라보 굿즈 등 다양한 경품도 받을 수 있다.KT Y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브랜드 팝업스토어 Y캠퍼스는 대학생 마케팅 서포터즈 Y퓨처리스트의 생생한 아이디어를 반영했으며 메인 일러스트를 신진 아티스트 그룹 Y아티스트 18인이 각각 제작하해 다채로움을 더한 것도 특징이다. KT는 앞으로 학기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Y캠퍼스를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할 예정이다.구강본 KT 커스터머사업본부장 상무는 “있는 그대로 빛나는 20대를 응원한다는 Y의 브랜드 철학을 담아 20대의 성장을 도우면서 동시에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Y캠퍼스 공간에 담았다”며 “앞으로 Y캠퍼스 프로그램을 매 학기 운영해 20대 고객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5.15 I 함정선 기자
"'녹지' 늘려 국민 행복 공간 확충…용산 개발이 첫 시험대될 것"
  • "'녹지' 늘려 국민 행복 공간 확충…용산 개발이 첫 시험대될 것"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국가와 사회의 문제를 도시건축 공간적 해법으로 풀어나가는 국가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국가 상징공간의 구축,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문제와 기후변화, 정보통신기술(ICT) 등 시대적 변화와 과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실사구시적 위원회 체제를 생각하고 있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제7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권영걸 신임 위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제7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를 이끌게 된 권영걸 신임 위원장은 지난 1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운영 목표를 제시했다.국건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국가 건축 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곳이다. 권 위원장은 지금까지 국건위가 건축문화 진흥과 확산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정부의 건축정책 수립과 이행에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실무적 역량을 강화하겠단 포부를 밝혔다.권 위원장은 7기 위원회의 슬로건을 ‘공원 같은 나라, 정원 같은 도시’로 정하고 용산국가공원과 용산 지역개발이 새로운 슬로건이 담고 있는 이념을 구현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용산 지역 개발이 국건위 출범과 함께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그는 “개발과 성장주의 속에서 양극화, 고립과 단절 등 현대사회의 문제가 도시건축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지만 국민의 ‘녹지 향유권’을 확대하고 전국 도시와 마을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며 “용산 개발이 그 첫 시험대”라고 말했다.다음은 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7기 국건위의 역점 개발 과제와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정부의 경제, 사회, 문화정책을 도시 건축적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워 국정에 힘을 보탤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가상징공간의 조성계획 및 추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예술 기반의 가치창출형 도시건축공간 창출과 기후환경 대응 ’, ‘ICT융복합형 K-도시, K-건축 사업모델 개발과 수출지원’, ‘인구감소·지방소멸·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주택 및 도시재개발계획’ 등 4개 분야의 정책과제를 구상하고 있는데 분과별 회의를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7기 위원회 슬로건을 ‘공원 같은 나라, 정원 같은 도시’로 정한 이유는. △국건위의 목표는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와 건축을 구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성장제일주의의 후과(後果)로 양극화와 갈등, 소외감과 박탈감을 마주하게 됐다. 이런 사회 문제는 건축과 도시환경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공원 같은 나라, 정원 같은 도시’가 이뤄지면 경제·문화적 격차의 문제부터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현안을 일정 부분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용산시대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도 국건위 이념과 맞닿아 있나. △용산국가공원과 용산 지역개발은 새로운 슬로건이 담고 있는 이념을 구현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치는 국민의 실질적인 일상의 삶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실이 과거의 은폐된 공간에서 국민의 삶이 영위될 용산으로 들어온 것은 깊은 의미를 지닌 역사적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도시 건축에서 미학적 수준과 생태적 관점을 도외시해온 그동안의 반문명적 풍토를 반성하고 ‘녹지민주주의’로 국민 녹지 향유권을 확대해야 한다. 전국의 도시와 마을 공동체의 생태 환경적 인프라를 구축해 녹지민주주의의 기반을 조성하면 모든 국민이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녹지환경에서 거주하고 일하며 놀 수 있는 국민 행복 공간을 만들수 있을 것이다.- 국가상징공간 구축에 국건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명목적 형식적 상징적 지위를 가진 존재이기에 대통령실의 이전으로 용산공원과 인근 지역, 인접 거리는 모두 국가상징공간으로 재탄생한다. 국건위는 용산국가공원의 마스터플랜에 관여하고 공원 사방의 인근 지역의 개발계획을 주도할 것이다.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의견, 사가(史家)들과 향토사학자의 판단, 도시건축전문가의 연구를 종합하고 관계 부처와 서울시, 지자체와 공기관 등으로 이뤄진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국가상징공간을 정립하고 개발해 나갈 것이다.-임기가 2년으로 짧다. 도시건축으로 환경 대응과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 ·수출지원까지 이룰 수 있을까. △도시와 건축은 대부분 가시적 변화를 만들어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지만, 단기에 즉시 작동 가능한 프로젝트도 있고 10년, 100년을 내다보는 범국가적 정책을 도출할 수도 있다. 국건위에는 도시, 건축, 조경, 디자인의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예를 들자면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콘크리트 벽면을 외벽만이라도 목조나 친환경 자재로 마감해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발전된 정보기술력과 건축·토목 기술을 결합해 도시 재건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터키 등에 우리의 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다.▶권영걸 국권위 위원장은△1951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응용미술과 학사 △캘리포니아대(UCLA) 디자인학 석사 △고려대 건축공학박사 △서울대 미술대학 14·15대 학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서울대 미술관 관장 △한샘 사장 △계원예술대 총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2023.05.14 I 이윤화 기자
최경주, 재단 창립 15주년 맞아 장학생들과 '행복한 하루' 보내
  • 최경주, 재단 창립 15주년 맞아 장학생들과 '행복한 하루' 보내
  • (사진=최경주재단)[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최경주재단은 창립 15주년을 맞아 재단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행복한 하루’ 행사를 진행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 세계골프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최경주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SKT-최경주 장학생,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 등이 참석해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꿈과 미래, 행복을 주제로 대회를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또 박물관에 전시된 최경주의 우승트로피와 사용 클럽 등을 보며 활약상을 되돌아봤다.행사에 함께한 장학생은 의예, 기초의학, 정치외교, 행정, 음악교육, 사회복지, 디지털애널리틱스, 체육 등의 전공자들이다.슈페리어는 최경주 재단의 탄생과 성장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후원자다.최경주는 “남들보다 배로 노력하며 제곱의 시간을 사용해 살아왔다”라며 “재단의 일이나 재단의 이사장으로서의 일 모두 나의 부나 명예가 아니라 남을 주자고 하는 일이며 앞으로도 정성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SKT-최경주장학생 대학원생 1기 양요셉(경희대 기초약학)은 “최경주 이사장님이 살아온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며 “저도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어떤 자세로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최경주는 오는 18일부터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L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한다.
2023.05.14 I 주영로 기자
"어디 한번 풀어보시오"…뒤엉킨 단서, 꼭꼭 숨긴 암호<30·끝>
  • "어디 한번 풀어보시오"…뒤엉킨 단서, 꼭꼭 숨긴 암호[정하윤의 아트차이나]<30·끝>
  • 왕쯔핑의 ‘강의 맥박’(Pulse of the River·2022). 인물·풍경·건물·문자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지점에서 잘라내 오려붙인 듯한 구성이다. 첫눈엔 단순한 이미지 나열쯤으로 보이지만, 점차 과포화한 문물이나 상품·정보가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를 겨냥한 작가 나름대로의 분석이 읽힌다. 결국 중국 MZ세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세상을 뜯어본 방식이자 보편적인 상징인 셈. 그 의미 하나하나를 풀어내는, 마치 복잡한 암호를 풀어내는 듯한 새로운 감상법을 제안한다. 캔버스에 오일, 100×80㎝, ⓒ왕쯔핑·페레스프로젝트 제공.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네모난 캔버스 안에서 분주히 교차하는 현란한 이미지들. 단박에 알아보기가 힘들다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보는 것이 답이다. 어디 보자. 일단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붉은색으로 쓴 영어와 한자다. 왼쪽의 ‘POC’, 가운데 부분의 ‘奇’(기). 이것으로 단서 하나 수집 완료! 그 옆으론 사람 모습이 보인다. 흰옷을 풀어헤친 남자 몸통 하나(왼쪽)와 회색의 중국식 옷을 입은 (아마도) 여자 한 명(오른쪽). 이로써 두 번째 단서 획득! 배경으로는 뭐가 있으려나. 푸른색 여러 과일과 식물 따위가 복잡하게 엉켜있고, 흰색과 회색의 격자무늬, 예쁜 색 타일 위에 놓인 분홍색 꽃송이들이 보인다. 오른쪽 상단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삭막한 빌딩까지. 이 모두는 작가가 흩트려 놓은 단서들이다. 대충 다 뜯어본 것 같은데. 이상하다. 종합하려니 아직 모르겠다. 보통 이 정도로 자세히 살피면, 대개는 뭔지 감이 오던데, 이 그림은 여전히 아리송하다. ◇마오쩌둥·덩샤오핑 시대 겪지 않은 ‘대륙의 신인류’그렇다면 작가를 알아보자. 이 작품을 그린 미술가는 중국의 라이징 스타 왕쯔핑(王子平·28)이다. 1995년 선양지역에서 태어난 중국의 MZ세대. 채 서른 살이 되지 않은 그녀는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이전의 선배 미술가들과는 전혀 다르다. 마오쩌둥 시대를 겪지도 않았을뿐더러 덩샤오핑의 개방정책도 한참 지난 후에 태어난 ‘신인류’라고나 할까. 중국이 막강한 세계강국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태어났고, 중국이 한창 세계화에 발을 맞추던 시기에 성장했기에 중국의 비약적 발전을 누릴 수 있었으며, 1가구 1정책 아래 태어난 ‘소황제’ 세대기도 하다. 덕분에 왕쯔핑은 2017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2020년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순수미술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도 선양을 기반으로 하되 국제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저런 국제 레지던시에 입주하는 것도, 세계 유수의 굵직굵직한 화랑과 일하는 것도 그녀에게는 꽤나 익숙한 일이다(일단 이 정보만으로도 화면에 영어와 중국어가 교차하는 것이 일단 이해가 간다). 자, 작가를 알았으니 이제 다시 화면으로 돌아가 보자. 심호흡을 하고 한번 더 살펴보면 아는 물체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복잡하게 엉켜 있지만 사실은 우리가 다 아는 것들이니까. 해독하자면 이렇다. 영어 POC는 과자 포키(POCKY)의 앞 세 글자를 딴 거다(포키를 우리 식으로 하면 빼빼로다). 한자 ‘奇’는 포키의 중국식 표기인 百奇(백기)의 두 번째 글자다. 포키 외에도 왕쯔핑의 화면에는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상품의 로고, 제품의 포장지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놓여 있다. 고전예술 작품으로부터 시작해서 인터넷게임의 아이콘까지 말이다. 거기에 더해 왕쯔핑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의 투명한 배경을 연상시키는 흰색과 회색의 격자무늬도 삽입했다. 현대사회의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상품이든 예술작품이든 모두 왕쯔핑의 작품에 출입할 수 있는 것이다. 왕쯔핑의 ‘다라라라’(Dalalala·2002). 외눈박이 문어 한 쌍, 벽지에서나 볼 법한 꽃무늬, 한글 ‘봉’자가 선명한 캔 음료 등 종잡을 수 없는 이미지들로 나름의 질서를 찾는 듯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형체를 식별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작가의 작업에서 그다지 중요치 않다. 파편화한 요소들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역할뿐, 결국 그림을 뜯어보는 각자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나무패널에 오일, 50×40㎝, ⓒ왕쯔핑·페레스프로젝트 제공.◇당국 검열 피하기 위한 ‘중국식 암호’ 그림에 녹여그렇다면 왕쯔핑은 왜 이렇게 많은 이미지를 한 화면에 구겨넣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복잡한 모습이야말로 왕쯔핑이 보는 현대사회의 본모습이기 때문이다. 온갖 상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풍요 또는 과잉의 시대. 이것이 복잡한 화면이 표상하는 바이자 왕쯔핑이 경험한 세상이다. 왕쯔핑의 바로 윗세대 작가만 하더라도 세상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지는 못했을 거다. 선배 중국 작가들에게는 ‘가난’이나 ‘이념’ 같은 단어가 ‘풍요’나 ‘과잉’보다 익숙했을 테니까. 바꿔 말하면 왕쯔핑의 복잡한 화면은 중국의 경제가 극도로 성장하고, 온라인·오프라인 모두에서 세계화가 당연한 시대를 누렸기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왕쯔핑은 뉴욕에 머물면서 경험했던 도시의 전체적인 느낌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총천연색 불빛과 온갖 잡다한 소리가 난무하는,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 세상의 모든 상품과 자본이 집결되는 빅애플. 왕쯔핑은 그곳에서 살던 경험이 자신의 작품을 카오스처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말한다. 왕쯔핑의 작품에서 숨막히는 물질의 압박을 느낀다면, 그것은 거대한 코스모폴리탄 뉴욕의 특성이자 거기서 느꼈던 왕쯔핑의 감정이 전해져 왔기 때문일 거다. 왕쯔핑의 ‘피부 아래서 싹이 트는’(Sprouting Under Your Skin·2022), 캔버스에 오일, 80×60㎝, ⓒ왕쯔핑·페레스프로젝트 제공.만약 왕쯔핑이 여러 상품과 이미지를 단순히 나열하기만 했다면 그저 팝아트의 후예 정도로 머무르고 말았을 거다. 하지만 왕쯔핑은 이미지의 일부만 내보이고 정신없이 교차시키는 편집과정을 거친다. 스스로도 상당히 공들인다는 편집과정에서 왕쯔핑 작품은 유니크해진다. 그 덕분에 관람자들은 찔끔찔끔 남긴 단서를 모으며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신의 한 수’다. 화면에서 단서를 찾아 맞추는 것은 단지 즐거운 감상방법 같지만, 사실 이것은 동시대 중국사회에 대한 은유다. 그간 중국의 행동주의자들은 당국의 검열을 피해 인터넷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 거의 시구에 가까운 방법으로 정치에 대해 논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일례로 ‘민물게’(河蟹)가 인터넷 속어로 ‘검열’을 뜻하듯이 말이다. 중국에서 자신이 인터넷에 포스팅한 글이 검열당하면, 작성자는 “내 포스팅이 검열당했어”가 아니라 “내 포스팅이 민물게 됐어”라고 말한다. 왕쯔핑은 중국에서 자라면서 이런 식의 중국식 암호를 체득했으며 자신의 그림에 녹여냈다. 관람자들 역시 왕쯔핑의 화면 안에 담긴 이미지들을 암호를 풀듯 해석하며 중국식의 ‘암호화된 언어’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왕쯔핑의 작품이 여전히 국제미술계가 동아시아 작가들에게 기대하는 ‘지역성’을 갖고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라 할 수 있을 거다. 겉모습은 분명 뉴욕인데, 한꺼풀 벗겨보니 너무도 중국스러운 것. 물론 왕쯔핑은 선배 작가들보다는 세련되고 영리한 방식을 취했다. 윗세대 중국 미술가들이 마오쩌둥 시대의 복장(예를 들면 장샤오강)이나 한자(예를 들면 쉬빙)처럼 누가 봐도 중국적인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과는 달리 왕쯔핑은 중국성을 작품 뒤로 숨겨 놓은 거다. 익숙한 표면 뒤에 숨긴 낯선 이면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왕쯔핑의 ‘여름비 속에 잠이 들다’(Sleeping Through Summer Rain·2022), 캔버스에 오일, 160×120㎝, ⓒ왕쯔핑·페레스프로젝트 제공.◇복잡한 화면…뉴욕의 혼잡함이거나 서울의 빽빽함이거나 재미있는 점은 또 있다. 감상방법은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과 비슷하지만 왕쯔핑의 작품에는 정답이 없다. 왕쯔핑의 그림을 보는 감상자는 각자가 나름의 과정을 거쳐 각기 다른 이미지들을 다른 순서로 파악하게 되며, 모든 정보를 종합해 내리는 결론 또한 모두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 혼란스러운 화면이 자신의 집안 어느 구석 같아 보일 수도 있고, 오늘 장을 보고 온 슈퍼마켓이나 온라인 마트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자기 머릿속처럼 보일 수도 있다. 왕쯔핑에게는 뉴욕의 혼잡함이었지만, 다른 이에게는 서울의 빽빽함일 수도, 자카르타의 숨막힘일 수도 있다. 어떻게 읽고 받아들여도 상관없다. 정답은 없으니까. 오직 다른 관점만이 존재할 뿐이다. 왕쯔핑은 이렇게 열린 감상을 권함으로써 그 모든 관점을 포용하는 세계를 작품 안에서나마 이루고자 했다. 많은 이들이 중국 미술의 미래를 염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 절대 권력자 아래 단 하나의 답만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앞으로의 날들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왕쯔핑이 작품을 통해 담고 싶었던 세상을 보니,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걸어 보고 싶은 생각이 조심스레 피어오른다. 왕쯔핑의 ‘새벽을 가르는 작은 불빛’(Small Lights through Daybreak·2022), 캔버스에 오일, 100×80㎝, ⓒ왕쯔핑·페레스프로젝트 제공.△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5.12 I 오현주 기자
덕성여대 김서란 학생, 문화콘텐츠 학술대회서 최우수논문상
  • 덕성여대 김서란 학생, 문화콘텐츠 학술대회서 최우수논문상
  •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덕성여대 대학원 미술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서란 학생이 지난달 29일 2023 문화콘텐츠 연합학술대회에서 ‘도심형 폐교의 가능성을 통해 본 커뮤니티 형성 방안에 관한 연구’로 포스터발표 부분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고 덕성여대가 2일 밝혔다.김서란 학생이 지난달 29일 2023 문화콘텐츠 연합학술대회에서 ‘도심형 폐교의 가능성을 통해 본 커뮤니티 형성 방안에 관한 연구’로 포스터발표 부분 최우수논문상을 수상받고 있다. (사진=덕성여대 제공)김서란 학생은 덕성여대가 위치하고 있는 도봉구 소재 도봉고 폐교 문제를 토대로 미술사학과 문화콘텐츠 전공자의 시각으로 구조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당시 학회에 참석한 선배 연구자들은 김서란 학생에게 지속적인 연구를 당부하기도 했다.이번 학술대회는 국내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14개 학술단체가 함께 하는 초대형 행사로 행사참여자만 300여명이 넘는 최고의 학술축제다. 올해는 ‘문화콘텐츠를 통한 지역상생’을 대주제로 전문연구자 발표 분야와 함께 문화콘텐츠 학문후속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신진 연구분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김서란 학생은 이 중 대학원 석·박사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포스터논문 발표 분야에서 수상했다.김서란 학생은 수상소감을 통해 “미술사학 학부과정에서 익힌 인문학적 지식과 사유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적 시각으로 이를 구체화 시키고 실행시켜나가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가능성과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말했다.그의 지도교수인 정수희 교수는 “책 속의 인문학으로서 미술사의 기존 영역을 넘어 실천인문학으로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고자 힘쓰고 있다”며“김서란 학생과 같은 훌륭한 인재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지역과 소통하며 쓸모 있는 연구들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2023.05.02 I 김형환 기자
대학로 빨간벽돌 미술관에 스민 기억, 예술이 되다
  • 대학로 빨간벽돌 미술관에 스민 기억, 예술이 되다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하면 이곳에서 열정적으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던 댄스팀이 생각나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그 당시 마로니에 공원에 오면 시끄러운 음악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젊음의 열기가 넘쳤죠. 그때의 에너지를 작품안에 담고자 했어요.”(박민하 작가)“마로니에 공원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위와 집회의 중심지였고, 희생자들을 추모한 애도의 광장이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은 통창으로 보이는 6점의 파노라마 회화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풍경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안경수 작가)안경수 ‘전야’(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안에 자리 잡은 아르코미술관. 이곳은 옛 서울대학교 문리대가 자리했으며 1960년 4·19 혁명이 시작된 곳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의 미술관으로 1974년 ‘미술회관’ 개관이 첫 출발이었다.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하에 1979년 건물을 신축했다. 이후 붉은 벽돌 건물은 대학로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건축사적으로도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됐다.올해 10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설립 50주년과 내년 3월 아르코미술관의 개관 50주년을 기념한 의미있는 전시가 열린다. 7월 23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주제기획전 ‘기억·공간’이다.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아르코미술관’을 기억해 보는 전시다.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아르코미술관은 이동, 경계, 다양한 종 등 시대의 첨예한 삶의 의제들을 다뤄왔다”며 “미술관이 사회의 변화를 목도하고 시대와 함께 호흡해 나가겠다는 선언적인 전시”라고 설명했다.박민하 ‘터(군중)’(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회화·조각·영상으로 만나는 미술관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퍼포먼스, 영상, 사운드 설치 등 국내외 작가 9명(팀)의 23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을 비롯해 아카이브라운지, 야외 로비, 계단, 통로, 화장실 등 미술관 곳곳에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손뜨개 니트처럼 보이는 작품이 벽에 붙어 있다. 김보경의 ‘양손의 호흡-5mm 왕복 운동으로 만든 반사광2’이다. 아르코미술관을 중심으로 마로니에 공원, 대학로, 낙산 등을 탐색하며 뜨개질로 여러 이미지를 혼합하고 변형해 만들어 낸 작품이다.박민하의 ‘터(군중)’는 미술관 벽돌 사이의 정사각형 창문을 ‘건물의 눈’으로 설정하고, 창문을 통해 바라본 마로니에 공원의 활기를 그림에 담아냈다. 안경수의 ‘전야’는 학생시위의 배경이자 예술가들의 무대, 시민들의 쉼터가 교차했던 마로니에 ‘광장’의 모습을 소환한다. 긴 시간 변화해 온 광장의 모습을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전야’의 풍경으로 표현했다.양승빈의 ‘구니스’는 김수근 건축가가 왜 의자를 디자인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 작가는 김수근 건축가에 대한 사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촬영한 ‘모큐멘터리(페이크 다큐멘터리)’ 영상과 미발표 테라코타 의자 원작을 복원했다. 양승빈 작가는 “김수근 건축가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던 도중에 책에서 단서를 얻게 됐다”며 “그가 의자를 만든 적이 있었고 모종의 이유로 그 의자가 파괴됐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의자를 제작했다”고 말했다.문승현 ‘전시장의 투명한 벽은 시에나 색으로 물든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퍼포먼스 영상 작품인 문승현·김경민 작가의 ‘전시장의 투명한 벽은 시에나 색으로 물든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획자이자 퍼포머, 시인으로 활동 중인 문승현 작가의 퍼포먼스를 미디어아티스트인 김경민 작가가 영상에 담았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문 작가는 로비 바닥을 쓰다듬는 등의 퍼포먼스를 통해 휠체어로 접근이 불가능한 미술관의 공간을 짚어낸다. 김 작가는 30대 초반 유방암 절제술과 항암 치료를 계기로 장애 담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이외에도 다이아거 날써츠 ‘앉히다: 다리가 자유로워질 때-의자 3’, 윤향로 ‘태깅-K’, 이현종 ‘아마데우스 의자’, 황원해 ‘슬러리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지영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요소들을 짚어보면서 공간에 대한 반항같은 시선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기억·공간’ 전시 전경(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05.02 I 이윤정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금리 올려도 안 꺾인다…‘미스터리 물가’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다음은 2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1면-금리 올려도 안 꺾인다…‘미스터리 물가’-“한미 핵협의체, 일본도 들어와야”-‘온플법’ 비판 일자 이름만 바꾼 與-전기요금 당정협의 재개…이르면 주중 조정안 발표-[사설]기사다 총리 방한…한일관계 복원 ‘유종의 미’ 계가 돼야-[사설]청소년 미래 망치는 마약 범죄, 최고 형벌 당연하다△종합-“망자 목소리 되살리고, 성경 낭독해주는 AI…내년 하반기 IPO 준비”-“AI 도입으로 5년간 세계 일자리 1400만개 사라진다”△통화 긴축 안 통하는 ‘미스터리 물가’-기준금리 올려도 물가 안 잡히는 이유 셋-물가 잡기, 후퇴냐 강공이냐 전 세계 중앙은행들 딜레마△종합-소상공인·소비자 보호 좋지만…플랫폼산업 타격 최소화할 절충안 찾아야-수출 7개월째 줄어들었지만…무역적자폭은 10개월 만에 최저-삼성페이, 애플처럼 수수료 만지작…‘주판알 튕기기’ 바빠진 카드업계-美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JP모건체이스 품으로△갈 길 먼 재활용 산업 下 폐배터리-‘하얀 석유’ 리튬 연 2000t 추출…문 열리는 ‘75조 시장’ 공략 첨병-‘재활용기술 선점하라’…합작법인 세우고 지분 투자-“원통형·각형 등 제조사마다 형태 제각각…재활용 ‘표준화’ 절실”△석학이 본 한미 정상회담-“한미 공조 강화 바람직하지만…중·러에 적 아니라는 인식 심어줘야”-“삼성전자·SK하이닉스 美투자 관련 고민 많을 것 정부가 적극 지원 나서야”△정치-간호법, 日 총리 방한…거야 대응 이어 과거사 문제 등 현안 산적-박광온, 원내대표단에 비명계 대거 발탁…계파 균형 이루나-與 김기현,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법’ 취임후 첫 대표 발의-“‘노조=조끼·머리띠’ 고정관념 깨고 다양한 노동자의 얼굴 담아낼 것”△경제-한일 경협 속도 기대…통화스와프 재개는 미지수-K원전 수출에 견제 나선 美 기업-中 여행객 감소에…1분기 해외직접판매액 ‘반토막’-중국 넘자…정부·업계, LEP 배터리 R&D에 4년간 233억 투입△금융-이달말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앞두고…1금융권 갈아타기 확산-1조원 기업구조혁신펀드 자펀드 운용사 모집 개시-2금융권 기업대출 연체율 6년 9개월 만에 최고-소액생계비 대출 한달새 143억…15.9% 고금리에도 취약계층 몰렸다△글로벌-美금리, 이달 베이비스텝 유력…시장 ‘마지막 인상’ 기대-양육비 비싼 국가 한국 1위·중국 2위-‘中·대만 대리전’ 파라과이 대선…親대만 후보 승리-우크라, 크림반도 공격…“반격 본격화”△산업-전기차 수요 쑥쑥, IRA 보조금 쏠쏠…K배터리, 북미 시장 진격 앞으로-다시 뜬 경차 시장 누가 치고 나갈까-美기업 투자·협약 물꼬…최태원 ‘그린 리더십’ 통했다△산업-5G 알뜰폰 통신비 절약…알뜰폰이냐 다이렉트 요금제냐-규제샌드박스 승인기간 대폭 준다-포켓몬처럼…유통가 홀린 ‘티니핑’ 캐릭터-‘CJ 합류’ 10년 대한통운, 매출 3배·영업이익 6배 뛰어△제약·바이오-루닛 ‘2년來 손익분기점 도달’…뷰노 ‘올 매출 2~3매 증가’-프로티움사이언스 안용호 선임 대표 선임-‘케이캡’ 앞세운 HK이노엔 ‘1조 클럽’ 가입하나-이수앱지스, 올해부터 해외매출 본격화…흑자전환 초읽기△증권-5월 코스피 어디로, 외인에게 물어볼까-에코프로 형제, 호재 재충전 개미 이틀간 860억 쓸어담아-581만 개미의 간절한 소망…‘7만전자’까지 조금만 더-무차입 공매도 76건 적발…외국계 투자사 2곳 60.5억 과징금-조선사 흑자 뱃고동…중공업ETF 웃었다△부동산-전세가율 치솟는 지방 대전·광양…전세 포비아 확산-시세보다 20% 싸도 안산다 서울 빌라 경매 낙찰률 ‘뚝’-‘2억 손해배상’ 1인당 아닌 1년 총액 공인중개사 공제보험 무용론 확산-실거주 의무 폐지 아직…괜찮겠지 월세줬다간 큰코다쳐요△문화-학생시위·예술무대·쉼터…대학로 빨간벽돌 미술관에 스민 기억-고려 화엄경부터 비엔날레 조형물까지…종이의 무한변신△스포츠-부진 뚫고 몰아치기 10골…손흥민, 7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롯데, 3949일 만에 1위…‘부산 갈매기’ 부활하나-피나우, 람 제치고 멕시코오픈 우승-‘루키’ 유해란, 막판 이글·버디로 두번째 톱10△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K로봇산업 ‘골든타임’ 3년 남아…서비스 로봇 선점에 미래 달렸다”-“사이버와 현실 연결해주는 로봇이 4차산업혁명 열쇠”△피플-“익숙한 영화음악에 안주하지 않으려 클래식 작곡 도전”-삼성전기, 포항공대 교수·학생 초청 ‘웰컴데이’ 개최-“유전자 가위 기술로 코로나바이러스 핵심 급소 ‘싹둑’”-풀무원생활 대표에 오경림 선임-제주항공, 열린의사회와 필리핀 말라본서 의료봉사활동△오피니언-[이코노믹 View]파생상품엔 있고 전세엔 없는 것-[생생확대경]AI와 일자리 경쟁보다 더 무서운 것-[기자수첩]세수 펑크 딜레마…또 미래세대서 가불할 건가△전국-“환승역 없는 강북구 ‘신강북선’ 만들어 강남까지 30분 추진”-예타 면제기준 완화 논의에 “균형발전” vs “포퓰리즘”-예산 삭감·화성시장 반대에…‘경기국제공항’ 사업 난항△사회-임용 규모·지원자·재원 뚝…교대 ‘삼중고’-‘돈봉투 수사’ 속도 내는 檢 ‘자진출석 카드’ 또 던진 宋-尹정권 첫 노동절…양대노총 8만여명 서울 거리 메워-전세사기 피해자 1800여명…떼인 보증금만 3000억 훌쩍-오세훈 ‘약자가족 지원’ 강화 4년간 예산 336억 추가 투입
2023.05.01 I 박경훈 기자
대학생이 1.5억원 바나나 '꿀꺽'…리움미술관 "새 바나나로 교체"
  • 대학생이 1.5억원 바나나 '꿀꺽'…리움미술관 "새 바나나로 교체"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울 용산구의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바나나 작품을 한 대학생이 먹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해당 작품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으로 1억5000만원 짜리로 알려져 전 세계에 화제가 된 ‘코미디언’이다.28일 리움미술관 측은 “지난 27일 점심쯤 한 남성이 벽에서 바나나를 떼어 먹고 껍질을 붙여놨다”며 “새 바나나를 다시 붙였고, 남성에겐 별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남성은 서울대 미학과에 재학 중인 노모씨로 알려졌다. 바나나를 먹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파서”라고 답했다고 한다.리움미술관에 전시중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사진=리움미술관).‘코미디언’은 지난 1월부터 열리고 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위(WE)’에 전시 중인 작품이다. 흰 벽에 은색 테이프로 바나나를 고정하고, 2~3일에 한 번씩 신선한 바나나로 교체하면서 전시를 유지한다.이 작품의 수난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첫 전시 당시 한 행위예술가도 바나나를 떼어 먹었다. 당시 아트바젤 측도 신선한 새 바나나로 작품을 교체했을 뿐 손해배상을 청구하진 않았다.
2023.04.29 I 이윤정 기자
휴지조각 된 미술사, 다시 시작된 미술사<29>
  • 휴지조각 된 미술사, 다시 시작된 미술사[정하윤의 아트차이나]<29>
  • 황융핑의 ‘중국회화사와 서양예술약사를 세탁기에 2분간 돌리다’(1987). 타이틀 그대로다. 중국의 왕보닌이 쓴 ‘중국회화사’와 서양의 허버트 리드가 쓴 ‘서양미술사’ 번역본 등 두 권의 책을 세탁기에 넣고 2분간 돌려, 흐물흐물 휴지조각이 된 종이뭉치를 작품화했다. 이전 시대 미술사를 부정하고, 나아가 중국이나 서양 그 어디에도 없던 예술을 하겠다는 황융핑의 야망을 ‘다다이즘’으로 녹여낸 작품이다. 2017년 국제예술품감정위원회(ICEWA)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현·당대 예술작품 10점’에 선정되기도 했다. 혼합재료, ⓒ황융핑·탕컨템포러리아트 제공.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혹시 세탁기에서 흐물흐물 찢어진 종이조각을 발견한 적 있는가. 바지 주머니에서 미처 못 꺼냈던 영수증 같은 것 말이다. 축 젖은 채 갈기갈기 찢긴 종이를 보며 난감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황융핑(1954~2019)의 이 작품도 낯설지 않을 거다. 그의 대표작, 이름도 길고 긴 ‘중국회화사와 서양예술약사(簡史)를 세탁기에 2분간 돌리다’(1987) 말이다. 제목에서 친절히 설명하듯, 이 작품은 두 권의 책을 세탁기에 넣고 2분간 돌린 것이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작품인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 작업이 2017년 국제예술품감정위원회(ICEWA)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현·당대 예술작품 10점’에 선정되기도 했다는 사실. 누군가 그만큼 큰 값을 치르고 구매를 했다는 이야기인데.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나온 종이 쪼가리들이 왜 그리 비싸단 말인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으니 한 번 내막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일단 이 황당무계한 작품을 만든 미술가 황융핑에 대해 좀 알아봐야겠다. 그는 1954년 샤먼이란 동네에서 태어나 마오쩌둥의 중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마오의 시대 동안 굳게 닫혔던 대학의 문이 다시 열렸던 1977년, 황융핑은 그 길로 저장미술학원에 입학해 유화를 전공했다. 당시 중국의 미술대학은 여전히 소련식 사실적인 그림을 가르쳤지만, 황융핑은 그밖의 미술에 대해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던 서양미술 개론서나 미술잡지 등을 통해 습득했다. 그리고 이 모두는 범상치 않은 그의 졸업작품에서 빛을 발했다. 마오의 시대부터 인기주제였던 공장 노동자를 다루긴 했지만, 붓과 물감이 아닌 공업용 스프레이를 이용한 것이다. 매체의 변화를 통해 전통적인 방식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던 거다. 황융핑은 이때부터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국에서 가장 급진적인 미술그룹 평가 그런데 웬걸. 중국 정부는 이렇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청년을 고향 샤먼의 중학교 교사로 발령했다(그 무렵 중국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나라에서 직업을 배정해줬다). 혁명적인 미술가를 꿈꾸던 청년에게 교사가 웬말인가. 그것도 미술의 변방 샤먼에서! 이 사건은 황융핑의 반항심을 제대로 자극했고, 그는 1986년 ‘샤먼다다’ 운동을 주창하며 기존 제도와 관습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샤먼지역의 다다’라는 그룹 이름 그대로 황융핑의 고향인 샤먼을 본거지로 삼아 마르셀 뒤샹(1887∼1968) 등이 1910년대 시작했던 반예술운동 ‘다다이즘’을 표방했다. 1980년대 중국에서 우후죽순 생긴 여러 미술 단체 중 가장 급진적인 그룹으로 평가하는 샤먼다다의 멤버들은 그 명성답게 가히 획기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예를 들면 이전에 그린 모든 회화작품을 가져와 불태우는 작업. 황융핑은 이전 작품에 불을 지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예술가에게 작품은 일반인에겐 아편과 같다. 예술이 파괴되기 전에는 삶은 결코 평화롭지 않다.” 뭣이라? 예술이 파괴되어야 한다고? 예술가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예술’은 예술의 전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과거·기존·전통의 예술을 말하는 거다. 그렇게 말한다면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다다이스트들이 전통적인 예술을 거부했던 것처럼 황융핑 또한 예술 그 자체보다는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옛 예술을 부정했던 거다. 이런 혁명적인 미술가가 황융핑이었다. 제작자를 알았으니 이제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보자. ‘중국회화사와 서양예술약사를 세탁기에 2분간 돌리다’를 위해 황융핑은 저장아카데미의 미술사 교수였던 왕보닌이 쓴 ‘중국회화사’와 허버트 리드가 쓴 ‘서양미술사’의 번역본을 넣었다. 명실공히 중국과 서양의 미술사를 대표하는 책 두 권을 세탁기에 돌려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거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가장 먼저는 이전의 미술, 그러니까 미술의 역사를 몽땅 부정하겠다는 거다. 황융핑의 일관된 주제인 ‘전통적인 미술에 대한 거부’란 점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해석이다. 또 다르게는 중국이나 서양 그 어디에도 없던 예술을 하겠단 야망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해 말하자면, 이는 그 무렵 중국의 문화적 홍수에 대한 언급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중반은 그야말로 중국에서 ‘문화 열기’가 가득했던 때다. 마오의 시대 동안 금지됐던 서양의 미술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동시에 역시 접근이 불가능했던 중국의 전통미술에 대한 빗장도 풀린 터였다. 서양의 근현대 철학가들의 번역서와 도가·유가·불교에 대한 서적도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왔다(황융핑은 피에르 카반느이 쓴 ‘마르셀 뒤샹과의 대화’를 직접 번역하기도 했다). 마오쩌둥 어록 외에는 어떤 것도 자유로이 읽을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았던 황융핑 같은 젊은이들은 이 모두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황융핑이 중국과 서양의 미술사 책을 한방에 세탁기로 버무린 것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의 문화 모두를 한꺼번에 흡수하려 했던 시대에 대한 묘사인 거다. ◇‘중국계 프랑스 미술가’로 활동하다 눈감아그런데 사실 황융핑의 이 작품은 서구의 현대미술사를 기준으로 보면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의 미술을 전복시키겠다는 목표나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재료로 사용하는 방식 모두 서구미술에서는 이미 오래된 것이니까. 하지만 ‘더 늦었기 때문’에 ‘가치가 덜하다’는 공식은 성립할 수 없다. 각 지역마다 특수한 역사적·문화적·사회적 배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황융핑의 ‘관음의 100개의 팔’(1997). 철제 구조물에 마네킹의 팔 100개를 매달아 마르셀 뒤샹의 ‘병걸이’(1914)를 패러디했다. 1989년 프랑스로 옮겨가 ‘중국계 프랑스 미술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제작한 ‘동서양 문화가 혼재’된 작품이다. 이로써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의 문화 모두를 한꺼번에 흡수하려 한, 예전 중국과 서양의 미술사 책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던 때의 문제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혼합재료, ⓒ황융핑·탕컨템포러리아트 제공.중국 또한 그만의 독특한 상황이 있었다. 이전 미술을 부정하는 것은 감히 마오의 시대에선 할 수 없었다. 그 살벌한 시대를 겪은 후에야 전복이나 혁신을 논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황융핑이 세탁기에 책을 돌려버린 1980년대였다. 중국에서는 이때야말로 기존의 미술을 부정하는 적기였고, 그 혁명의 신호탄을 강렬하게 쏘아올린 자가 황융핑이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할 때야 비로소 황융핑의 작품이 갖는 미술사적 의의를 이해할 수 있다. 샤먼다다가 뒤샹의 다다보다 반세기 이상 늦었더라도 말이다. 그 의미를 안다면 이 말도 안 되는 빨래 작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10대 작품에 드는 것에 수긍 못할 이유도 없다. 아방가르드 미술가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황융핑은 서른다섯 살이던 1989년, 전시를 계기로 프랑스로 건너가 그 길로 정착해 버렸다. 아무래도 그가 파리에 머물 때 터진 톈안먼사태를 보며 귀국하지 않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황융핑은 도교나 불교 철학에 집중한 작품을 펼치기도 하고, 스케일이 훨씬 더 큰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다다적인 면을 갖고 있는 작품이 많다. 예를 들면 ‘관음의 100개의 팔’(1997). 철제로 된 구조물에 마네킹의 팔 100개가 달린 이 작품은 뒤샹이 제작한 ‘병걸이’(1914)의 패러디이자 동서양 문화가 하나로 혼재된 작품이기도 하다. 사는 지역이 달라졌고, 국제적인 명성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을 때지만 중국과 서양의 미술사 책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던 때의 핵심은 여전하다. 이후 황융핑은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프랑스관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하며 ‘중국계 프랑스 미술가’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2019년 눈을 감았다. 거성의 죽음은 중국미술사의 한 챕터가 닫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서양의 미술사는 모든 것을 부정했던 다다 이후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초현실주의로 이어졌다. 기존 예술을 부정했던 황용핑 이후, 중국의 미술가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나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4.28 I 오현주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비핵화’ 원칙 지키며 ‘핵공유’ 묘수 찾았다
  •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다음은 28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뉴스다.△1면-‘비핵화’ 원칙 지키며 ‘핵공유’ 묘수 찾았다-증권사도 ‘작전세력’ 알았나..금융위, SG사태 전방위 조사-반도체 반전 노리는 삼성...최악 적자 속 최대 투자-거야, 간호법 강행...의료계 갈등 증폭 △종합-창업주 주식 의결권 10배 보장 ‘투자유치·경영권 보호’ 잡았다-‘KG모빌리티’ 상장 유지...오늘부터 거래△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대책-피해자에 경매유예 신청권·공공임대 입주권 부여...공은 국회로-최저금리 1.85% 최대 4억원...낙찰대금 대출 지원-반도체·첨단학과 정원 증원...지방대 1012명, 수도권 817명 △한미 정상회담-대통령실 “사실상 미국과 핵공유”...美 NSC “전례없는 확장억제 약속”-한미일 협력 공감...내달 3국 정상회담 추진-바이든 “거룩한 관계”...尹 “한미는 혈맹”△종합-삼성, 2분기 감산효과 가시화...R&D·인프라 투자로 하반기 반등 노린다-‘한국판 록히드마틴’...아버지의 꿈, 아들이 이룬다-가루쌀 짜장라면·오예스 나온다-SG증권發 ‘매도폭탄’에 나흘째 하한가..작전 시작가까지 내려야 거래 늘 것△정치-野 원내대표 후보에게 묻다..홍익표 의원 “헌신·혁신 통해 국민신뢰 높일 것”, 박광온 의원 “공정한 공천으로 당 통합 이룰 것”-국회 통과한 간호법·의료법·쌍특검...與 “두번째 거부권 건의할 것”-與, 김현아 공천헌금 의혹 조사 착수 △경제-증권사 7곳 물가상승률 전망 설문조사..“4월 물가상승률 3.7% 전망..2분기 2%대 진입 가능성”-고물가에...직장인 월급, 작년보다 11만원 줄었다-남부발전, 美 트럼불 가스복합발전소 첫삽 떴다△금융-1분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4대 금융지주-4대금융, 1분기 충당금만 1.7조 더 쌓았다-저축銀 1분기 600억 적자 전망...“하반기 안정될 것”-全 금융권 참여 PF 대주단 협약 가동..부실 PF사업장 ‘숨통’ 기대감△Global -퍼스트리퍼블릭 주식 ‘휴지조각’ 전락...다시 공포 확산-아르헨도 ‘결제 사용’ 세력 넓히는 위안화-허리띠 졸라맨 메타 ‘깜짝 실적’-英, MS-블리자드 초대형 M&A 제동-“정치적 보복 말라”..디즈니, 디샌티스 제소△산업-가전 끌고 전장 밀고 LG전자 1분기 ‘깜짝 실적’-신동빈-전용진, 인천대전...롯데·신세계 랜드마크 개발 경쟁 -美 진출 ‘속도’ 라인업 ‘다변화’ 삼성SDI 배터리 2분기도 맑음-버스만 한 심장이 3개...LNG·LPG 복합발전 OK△산업-29.7만명 정보유출, 5회 디도스 공격당한 LGU+...원인은 ‘보안 불감증’-근손실은 못 참지...단백질 식음료 ‘전성시대’-살아나는 껌 시장...롯데웰푸드 1분기 매출 전년비 10% 쑥△정하윤의 아트차이나-휴지조각 된 미술사, 다시 시작된 미술사△증권-롤러코스터 탄 4월 증시, 기관은 즐겼다-美 빅테크는 역시 강했다..북미 주식형 펀드 12%↑-“배터리주 유망하다고?” 하락에 베팅한 개미는 웃었다-수익률 1위 배당주펀드도 안 담는다, 박스권 갇힌 고배당주-하늘길 열린 LCC, 가볍게 날아올랐다△부동산-전세거래 한달 새 반토막...역전세 공포 덮친 오피스텔-계약금 5% 정액제, 중도금 전액 무이자..‘힐스테이트 원주’ 분양-서울 강북 ‘국평 아파트’ 전셋값 2억 빠져..세입자도 집주인도 발동동△스포츠-동생아, 마지막이라 떨리는구나 -“김병지 보며 축구 꿈 키웠죠. 이젠 아이들 꿈 키워줄 차례”-악명 높은 바람 잠잠..로컬룰 적용해 공 15cm 옮길 수도 △MICE-서울시, 세계 최대 e스포츠대회 ‘롤드컵’ 유치...S-마이스판 키운다-국내 대학이 베트남 마이스 교육 맡는다-국제 커피행사·기후에너지 산업전..부산세계박람회 ‘마이스 마케팅’ 시동△오피니언-[목멱칼럼]최저임금 이대로는 안된다-[기사수첩]공인중개사, 전세사기 공범 이미지 벗으려면 -[공관에서 온 편지]‘항공우주 강국’ 이탈리아의 재발견△피플-“7~12세 상대 ‘몸캠피싱’..이런 악질 범죄 꼭 잡아야했죠”-박지원 회장, 美 SMR 선도 업체와 연쇄 회동-“네이버 검색하듯..공공서비스, 하나의 사이트서 해결케 할 것”-“매순간 한 발짝씩 나아가..치유의 원천이죠”△사회-저질체력 아이들...운동장 1바퀴도 ‘헉헉’-檢 “송영길 출석 일정 미정, 지금은 돈살포 중점 수사중”-오세훈표 안심소득 2단계..서울시, 3805가구 선정-조윤선, 윤학배 다시 재판 받는다-SKY 정시 합격자 10명 중 7명 서울·경기 출신
2023.04.27 I 하지나 기자
'현대유산' 남산 힐튼호텔…설계자 김종성 건축가가 바라는 개발 그림은
  • '현대유산' 남산 힐튼호텔…설계자 김종성 건축가가 바라는 개발 그림은
  •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서울스퀘어가 지금 23층보다 더 높아져야 해요. 힐튼호텔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여도 문제없어요. 양동 재개발 구역 전체를 볼 때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조화롭게 섞여야 입체적 디자인 구성이 나오거든요. 국제적 대도시 서울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한국 현대건축가 1세대’ 김종성 서울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명예대표는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힐튼호텔)의 내부는 보존하되 서울역 일대 ‘큰 그림’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김종성 건축가 (사진=김태형 기자)◇ “호텔 알루미늄 외벽·아트리움 보존해야…새 건물과 연결”40년간 남산 자락을 지켜온 서울 중구 힐튼호텔. 김 건축가가 처음 설계한 호텔이자 인생에 ‘한 획’을 긋게 한 건물이다. 그는 이 호텔 설계를 의뢰했던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당시를 회고했다. “(김우중 회장이) 나하고 면담 한번 하더니 호텔 지을 생각이 있냐고 하더라고. 그 분은 상대방하고 같이 일하면 될지, 안 될지를 금방 결론내리는 사람이에요. 난 호텔은 해본 적 없었지만 백지에서 시작한 건 아니었지. 지금 부영이 갖고 있는 소공동 땅이 당시 효성 거였거든. 효성이 거기에 호텔을 지을지 계획해달라고 해서 나도 (호텔 설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상태였지.”김 건축가는 미국 일리노이 공대 건축학과 교수 직도 내려놓을 정도로 힐튼호텔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힐튼호텔은 한국 정치사의 굵직한 협상 무대로 활용되면서 역사적·건축적 가치가 높은 건물로 등극했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현대건설과 함께 힐튼호텔을 철거하고 인근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와 시너지가 나게끔 개발할 계획이다. ‘분신’과도 같은 건물이 철거된다는 소식에 김 건축가는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호텔에서 건축·문화적 가치가 있는 부분은 유지하면서도 개발업체의 재산권은 훼손하지 않는 대안이다. 힐튼호텔 (자료=김종성 건축가)김 건축가가 보존을 원한 곳들은 크게 두 곳이다. 첫 번째는 알루미늄 소재로 된 ‘커튼월 외벽’이다. 당시 국내 호텔의 90%는 외벽이 ‘콘크리트 판넬’이었다. 하지만 김 건축가는 국제사회에서 선호되던 알루미늄 외벽을 도입하는 혁신적 시도를 했다. 다른 하나는 브론즈·대리석 등 3~4가지 재료로 마감한 ‘아트리움’ 공간이다. 아트리움이란 현대 건축에서 지붕이나 벽을 유리로 만든 실내 공간을 뜻한다. 건물 내부에 아트리움이 있으면 햇빛이 잘 들어서 옥외 광장에 있는 느낌을 준다. 힐튼호텔의 ‘아트리움’을 보면 당시 지어진 건축물에 비해 천장고가 높다. 아래층 바닥에서 2층 꼭대기까지 높이가 18m에 이른다. “객실 1000실짜리 롯데호텔도 천장이 생각보다 높지 않거든요. 반면 힐튼호텔은 천장이 높아서 답답하지 않고 시원해 보이죠.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니라 대중(퍼블릭)을 위한 공간인 겁니다. 내가 보존을 원하는 ‘내부 공간’을 전부 개방해서 새로 지어질 건축물 로비와 서로 연결하면 됩니다.” 만약 보존된 힐튼호텔 옆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자칫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는 일본 사례를 들며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도쿄 미드타운 업무시설과 리테일 시설은 인접한 건물과 외벽 디자인이 달라도 이질감이 없어요. 메인 로비가 다른 재료로 구성돼도 하나의 도시를 구성하는 표면재료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힐튼호텔 로비를 보존해도) 이질적일 가능성은 ‘제로’예요.”힐튼호텔 내부 (자료=김종성 건축가)◇ “공중권 도입해야…힐튼·메트로·서울로·남산그린 통합개발”김종성 건축가는 이지스자산운용이 힐튼호텔과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 건물을 통합 개발하는 것에 ‘대찬성’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별 건축물 단위로만 개발해선 안 되고 양동 재개발 구역의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 건물 뿐만 아니라 인근 SK남산그린빌딩과 서울스퀘어, 남대문경찰서, 서울역 일대 대로변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유럽 등 외국에서 보편화된 ‘공중권’(air right) 도입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공중권’이란 특정 땅의 용적률이 활용되지 않았을 경우 법규상 허용범위 내 있는 다른 땅 주인이 그 용적률을 매입할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성당은 층수가 1층이고 용적률은 20%밖에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만약 성당이 중심상업지구에 있으면 유럽의 경우 용적률 1200%까지 개발할 수 있는데 성당이라서 용적률을 20%밖에 못 쓴다. 이 경우 나머지 용적률 1180%를 법적 허용범위 내 있는 다른 땅 주인이 매입할 수 있다. 힐튼호텔 인근에 공중권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개별 건물의 면적이 작아서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활용해도 ‘랜드마크’ 건물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로타워, 메트로타워는 허용용적률 800%로 지어도 개발하면 18층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미래의 서울을 생각하면 그 지역은 18층 건물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게 김 건축가의 생각이다.“(힐튼호텔, 서울로타워, 메트로타워를) 통합 개발하는 것에 100% 찬성입니다. 근데 SK남산그린빌딩도 같이 묶어 개발해야 도시설계 관점에서 균형이 맞아요. 그러려면 서울시가 땅 주인의 공중권을 인정해줘야 해요.현재 서울스퀘어는 지상 23층인데, 더 높아져야 합니다. 적어도 30여층은 돼야 해요. 인접한 다른 땅의 공중권을 합리적 가격에 사서 서울스퀘어에 보내는 거죠. 양동지구 안에는 쪽방촌 등 공중권을 팔 만한 부지들이 많이 있어요. 그러면 서울스퀘어는 서울역 앞 관문으로서 36층짜리 손색 없는 건물이 됩니다.”그는 남산·성곽 등 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제한’ 문제도 문화재청이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힐튼호텔 바로 앞에는 한양도성 성곽과 남산이 있다. 사대문 안의 국가지정 문화재 주변 건축물은 높이기준인 앙각(올려다보는 각)을 맞춰야 한다. “역사 문화재를 가리지 않기 위해 ‘앙각’이라는 고도제한이 있는데 이걸 문화재청이 20%까지 완화해준 사례가 있거든요. 힐튼호텔 서쪽에서 서울스퀘어까지 신축되는 부분은 높이 90m 규제가 적용되지만, 20% 완화하면 108m까지 가능해지는 거죠.”◇ “서울역 대로 지하화, 언젠간 해야…양동지구 큰 그림 중요”서울스퀘어가 너무 높아지면 힐튼호텔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 않을까. 그는 이런 우려에 대해 ‘도시 디자인’ 측면에서 문제 없다고 일축했다. “도시 디자인에는 변화, 대조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콘’ 역할을 하는 건물이 있으면 주변에 낮은 건물들도 몇 개 있어야 돼요. 낮은 건물들도 똑같은 높이가 아니라 어디는 높고, 어디는 낮은 식으로 입체적 구성이 돼야 하죠. 도시 디자인 관점에서 균형 잡힌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도록 서울시가 장기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특히 김 건축가는 서울역 앞 대로변 지하화는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 등 국제적 대도시의 철도 종착역 앞은 대부분 도보로 횡단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역도 언젠가는 도로를 지하화해서 지상에 공원부지를 조성하고, 서울스퀘어 4층과 힐튼호텔 로비까지 대중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본 도쿄역 마루노우치 쪽 역사 (사진=도쿄역 페이스북)그는 과학적으로 공사 관리하는 기법이 크게 발전해서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8차선 도로 중 4차선은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4차선을 지하화하는 공사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다. 공사가 끝나면 다시 나머지 4차선 공사를 진행한다.물론 이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초대형 공사가 불가피하고, 교통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서울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봤다.“(지하화로 겪는 교통난은) 다른 세계적 대도시들이 다 한 번씩 겪는 홍역이에요. 뉴욕 펜실베니아역이 새로 탄생하기 위해서 옛날 우체국 건물에 유리 지붕을 씌우고 기차가 아래로 들어오게 했거든. 뉴욕 시내는 한 4년 정도 정체됐지만, 그 4년의 희생 덕분에 지금은 얼마나 자랑거리가 됐는지. 서울역 앞 지하화 공사도 우리 시민들이 몇 년은 겪어야할 고통이 될 거에요. 하지만 누가 해를 입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좋은 사업이에요. 언젠가는 해야 합니다.” 김 건축가는 남대문경찰서가 서울역 앞 전면에 있는 것보다 후암동 뒤쪽에 들어가는 것이 도시계획 관점에서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50년 후 재개발되는 양동지구의 비전을 생각하면 남대문경찰서가 서울역 앞을 차지하는 건 부자연스러워요. 양동 재개발 지구의 다른 곳에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후암동 길이라든지.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요.”◇ “힐튼 외 아끼는 작품, 서린동 SK빌딩과 서울역사박물관”김종성 건축가의 주요 작품은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울시내 건물만 꼽아도 남산 힐튼호텔, 아트선재센터, 서울역사박물관, 서린동 SK빌딩,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서울로타워(구 대우재단 빌딩), 서울대박물관, 우리금융아트홀(구 88올림픽 역도경기장) 등 즐비하다.그에게 힐튼호텔 외에 가장 애착이 가는 건물이 뭘까. 그는 주저없이 ‘SK서린빌딩’과 ‘서울역사박물관’을 꼽았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오피스 빌딩을 하나만 꼽으면 당연 SK서린빌딩이죠. 내가 설계한 18층짜리 오피스 빌딩은 여럿이지만, 36층짜리는 그거 하나밖에 없거든요. 디자인도 제일 자랑스럽구요. 실사용 면적에 비해 부대면적의 효율이 아주 높죠.다른 하나는 서울 역사박물관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경험을 다 담은 땅이죠. 그 자리에는 일제시대 때 일본 정부 관계자 자녀들을 교육하는 경성중학교가 있었는데 역사박물관이 들어선 거에요. 공사 도중에 유구(옛날 토목건축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가 나와서 남겨놓다 보니 건물이 ‘디귿자’가 됐습니다. 규모가 2만㎡인데, 서울시내 그 정도 규모 문화시설은 많지 않죠. 그래서 굉장히 애착이 갑니다.”‘국내 현대건축 1세대’인 김 건축가를 기념하는 건물을 세운다면 어떤 스타일을 원할지 궁금했다. 글로 기억할 수도 있지만 건물로 기억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우리 시대는 기념관을 짓는 시대가 아니다”며 웃음지었다. “내 도면, 작업물들은 과천 현대미술관에 전부 기증했어요. 목천문화재단은 나 포함한 건축가들 인터뷰 기록을 담은 구술집(대화록)을 만들었구요. 그걸로 됐죠. 다만 길 가다 누구나 들를 수 있는 정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술집을 여러 부 갖다놓고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모니터에 띄울 영상도 만들구요. 수익이 생기면 들어온 사람한테 음료도 제공하구요.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김종성 건축가 (사진=김태형 기자)◇ 김종성 건축가 프로필△1935년 출생 △경기고등학교 졸업 △일리노이공과대학 건축학 학사 △일리노이공과대학 대학원 건축학 석사 △미스반데어로에 건축연구소 근무 △일리노이공과대학 건축학, 플래닝 앤 디자인 학장 △서울건축종합건축사 사무소 대표 △한국건축문화대상 입선(아트 선재센터) △한국건축가협회상(SK빌딩) △파라다이스상 심사위원 △제1회 한국건축가협회 골드메달
2023.04.27 I 김성수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전 세계 사회공헌 활동 앞장선다
  • 미래에셋자산운용, 전 세계 사회공헌 활동 앞장선다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며 인재 양성 및 교육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룹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경제 분야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06년 미래에셋은 우리아이펀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리더대장정’을 처음 실시 한 후, 2010년에는 대상을 전국 초등학생들로 확대해 ‘우리아이 스쿨투어’, ‘우리아이 경제교실’ 및 ‘우리아이 경제박사 캠프’를 선보였다.우리아이 스쿨투어는 바쁜 아이들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를 직접 찾아가 전문강사와 함께 진행되는 맞춤형 경제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0년 수도권에서 시작해 지방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보드게임, 퀴즈 등을 통해 경제상식을 넓혀주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건건한 경제관념을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우리아이 경제교실은 다양한 특강과 재미있는 보드 게임을 학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학습형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우리아이 경제박사 캠프(온라인 포함)‘ 및 ’청소년 금융 콘서트‘는 지금까지 각각 4161명, 5292명이 참가하며 다소 낯설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경제, 금융상식과 지식을 높여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국내를 넘어 해외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이 자서전을 통해 “이 땅의 젊은 금융 인재들이 세계로 흩어져 서로 인적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며 글로벌 인재 육성을 강조한 것처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베트남과 인도 등 현지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2018년 1월 설립된 ‘미래에셋재단(인도)’은 학사, 석사, MBA 과정 지원 및 저소득층 지원사업 등 다양한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IIM MBA 및 석사 과정 지원 사업’을 통해 인도 9개 대학교와 연계해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대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고 있다.미래에셋재단(인도)은 우수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사회취약계층 청소년과 아동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식과 경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기관들과 협력해 ’저소득층 청소년 및 아동 학비지원‘, ’장애인 교육 지원‘ 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 낙후된 지역의 교육 환경 향상을 위해 인도 전역에서 9개 교육기관을 선정해 컴퓨터, 태블릿을 지원하는 등 교육 인프라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또 미래에셋그룹의 사회공헌 재단인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2000년 설립 이래로 20여 년간 꾸준하게 인재육성 중심의 사회공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대학생들을 위한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 프로그램이다. 이는 우리나라 젊은 인재들이 폭 넓은 지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코로나 19로 기존 활동 진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모색하였다. 해외탐방캠프 프로그램 운영이 중단되면서 2021년 새롭게 추진한 ‘청소년 문화체험활동 지원’ 프로그램은 아동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활동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세계 문화, 음악미술, 창작활동을 주제로 동영상 강의와 체험이 접목된 키트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총 300여개 아동복지시설이 참여하며 큰 호응을 받았다.‘청소년 비전프로젝트’ 프로그램은 아동복지시설 초등학생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메이커 교육캠프로, 기존 대면 방식의 캠프를 온라인 원격 수업과 방문 수업으로 전환해 진행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들을 선정해 창의적, 융합적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의 비전을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실천한다는 그룹의 핵심 가치에 따라 투명경영을 영위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며 기업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3.04.25 I 이은정 기자
아들 386 컴퓨터서 채굴한 이미지 '창조 데이터'가 되다
  • 아들 386 컴퓨터서 채굴한 이미지 '창조 데이터'가 되다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9년. 코디 최(62) 작가는 유치원생 아들 조이의 386 컴퓨터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들은 컴퓨터 드로잉 프로그램인 ‘3D 컬러링 북’으로 동물의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연필이 아닌 마우스로, 창의력보다는 사전에 제공된 템플릿의 조합으로 가상 세계 이미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데이터의 창조 개념을 고민하던 그는 다가올 21세기에는 상상력이 아닌 데이터가 창작의 자원이 될 것이라 확신하게 됐다.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아들이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해킹해 디지털 이미지를 얻어냈지만 이미지가 너무 작아 쓸 수가 없었다. 이들 이미지의 바이트(Byte)를 증폭시키는 데에만 꼬박 1년을 쏟았다. 어렵사리 얻은 증폭된 이미지들은 수백 개의 이미지 데이터로 발전시켰다. 그는 이를 ‘창조 데이터’라 부른다.디지털 아트의 선구자 코디 최 작가(사진=PKM갤러리).데이터베이스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코디 최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린다. 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코디 최의 개인전 ‘헬로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데이터의 프린트와 전통 회화 기법을 결합한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신작 33점과 2022년에 제작·등록한 NFT 작업 9점을 공개한다.최근 PKM갤러리에서 만난 코디 최는 “데이터베이스 페인팅은 만들때마다 새로운 이미지들이 나오기 때문에 점점 더 진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재밌는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작가는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을,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1990년대 중반 뉴욕 다이치 프로젝트 개인전, 1996년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개관 기념 그룹전 등으로 일찍이 국제적 작가로서 명성을 다졌다. 2017년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그는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로 불린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선구적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작업의 주요 소재로 채택해 왔다. 그의 작품들은 픽셀로 찍은 고양이와 개의 이미지를 더하고, 곱하고, 지우는 식으로 작업한 것이다. 그 위에 적게는 400번에서 수천번 층층이 색을 쌓아올리는 ‘레이어링’ 기법을 더했다. 이같은 그의 작업방식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사슬 형태로 연결하는 블록체인 기법과 흡사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앞선 것이었다.코디 최 ‘Database Painting Animal Totem Hello Kitty A1’(사진=PKM갤러리).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픽셀 이미지 속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숨어있는 추상화처럼 보인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감 속에서 동물들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전시명인 ‘헬로키티’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작가 존 밀러가 붙여준 제목이다. ‘토템’은 원시 사회에서 부족·씨족 구성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식물이나 자연물을 의미하는 말이다. 코디 최는 “헬로키티는 아시아권에서 1974년 처음 등장한 동물 캐릭터”라며 “X세대에게는 마치 미키마우스처럼 상징적”이라고 설명했다.같은 주제를 컴퓨터로만 작업한 NFT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NFT 거래 플랫폼 오픈시(Opensea)에서 약 20이더리움(약 5000만원)에 판매 중인 NFT를 전시용으로 제작했다. 코디 최는 2021년 아트바젤 홍콩에 NFT 작품 ‘애니멀 토템’ 연작을 7만 이더리움(당시 시세로 1900억원 상당)에 내놓으며 주목받은 바 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었지만, 가치와 가격이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 NFT 아트 시장을 꼬집기 위한 것이었다.“지금은 오래된 것이지만 1999년도의 데이터가 저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있어요. 컴퓨터 교육이 거의 처음이던 시기에 데이터로 예술작업을 시도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저만의 물감 팔레트와 같아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이런 작업을 한다면 또 다른 결과물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제 작업을 통해 디지털에 능숙한 젊은 세대가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코디 최 ‘DATABASE PAINTING, ANIMAL TOTEM, PUPPY 2207220322(사진=PKM갤러리).코디 최 개인전 ‘헬로 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 전시 전경(사진=PKM갤러리).
2023.04.25 I 이윤정 기자
‘지구의 날’에 본 환경운동의 힘
  • ‘지구의 날’에 본 환경운동의 힘[플라스틱 넷제로]
  •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지구의 날’ 기념행사에 환경 미술작가와 시민이 함께 흙물감, 흙점토 등을 활용해 지구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 작품이 설치돼 있다. ‘쓰레기를 위한 지구는 없다’란 주제로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청년, 환경단체, 기업 등 총 31개 부스가 참여하는 ‘쓸기로운(쓰레기 없이 이로운) 지구놀이터’와 대학생 서포터즈 ‘지구 수호대’가 탄소중립, 분리배출 등을 주제로 진행하는 시민참여 게임과 친환경을 지향하는 기업이 제품 등을 전시하는 마켓이 운영됐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유엔(UN)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6월 5일)과는 달리 환경운동가 주도의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1970년 4월 22일 미국 위스콘신주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앞서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한 범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구의 날’을 주창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민간운동은 환경 거버넌스의 커다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 거버넌스란 정부, 단체, 기관, 기업체, 주민 등이 자율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선진국은 1960년대부터 고도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되기 시작하면서 환경운동도 본격화됐다. 1962년 출간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폭발적 사회적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자극제가 됐다. 그리고 1968년 개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까지 뒤이어 발간되면서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 기간 한국은 심각한 권위주의가 등장한다. 군사정권이 등장하면서 모든 사회운동은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화운동에 집중됐다. 환경운동 역시 정치경제적 불평등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시작됨으로써 환경운동은 정부의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환경운동과 환경정치가 발전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도 꼽힌다. 단기간에 이룩한 고속성장에 대한 환상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으며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을 잠재적으로 형성시켰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미약했다. 이런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환경보호 주무부서도 탄생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에서는 1980년 환경청이 설립됐다. 즉 성장 이데올로기 역시 군사정권과 뗄 수 없는 만큼 한국 환경정치의 저발전은 한마디로 군사정부로 대변되는 비민주적 정치상황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전쟁 경험 등 비슷한 경제구조와 역사적 단절을 겪었지만 다른 길을 걸은 대표적 국가도 있다. 녹색당이 주류정당으로 자리잡은 유일한 국가이자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국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국토는 남한 면적의 3.6배이며, 인구는 8300만명, 게르만족으로 독일어를 사용하며 오랜 분권 국가 경험으로 시장도 지역 특색에 따라 발달해 있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이며 주된 산업분야는 자동차, 기계, 화학, 첨단 기술 분야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경제대국이다. 세계 제2차 대전으로 황폐화한 환경을 재건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60년대 독일사회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에 저항한 격렬한 사회운동이 가라앉은 후 신사회운동이 시작되고, 대표적인 신사회운동인 환경운동도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이 토대가 되어 녹색당이 결성·연방의회로 진출하면서 환경문제는 연방차원의 정치적 이슈가 됐다. 기존 정당들도 환경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러한 토대위에 설립된 연방환경부는 적극적으로 독일 환경정치를 이끄는 등 환경정치의 발전이 이뤄졌다. 특히 독일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진 배경엔 1986년 체르노빌 사태 등으로 방사능 위험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는 독일에 매우 충격적 사건으로 다가왔다. 라인강이 30톤의 독성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반경 100㎞에 걸쳐 모든 물고기와 작은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그 해 독일 연방 환경자연보호원자력안전부(BMU) 설립됐다. 집단 기억과 시민사회의 발달로 독일과 한국은 전후의 분단과 폐허에서 출발하였다는 유사성은 있지만, 환경정치는 큰 수준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집단기억으로 각인될 만한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천성산 사건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지역적 이슈로 전 국민이 유사한 감정적 경험을 했다고 할만한 사건이 부재하다. 국내 환경운동은 노동, 학생, 민주화, 여성, 농민운동 등의 여타 사회운동에 비해 가장 최근에 등장했으며, 전국민적 생활과 밀접한 운동은 1980년대 후반이후, 전지구적 환경운동과 전국적 환경운동으로의 확산은 1990년대초부터 나타났다(한국사회와 사회운동으로서의 환경운동, 정현석).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여전한 성장제일주의 가치관과 무임승차의식 등으로 대중화 수준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04.23 I 김경은 기자
어린이들, 대학로 모여라…예술위, 22일부터 '예술로 소풍'
  • 어린이들, 대학로 모여라…예술위, 22일부터 '예술로 소풍'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이하 아시테지 코리아)는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오는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어린이 문화예술 기획행사 ‘예술로(路) 소풍’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진행한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로 소풍’.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3년은 어린이·청소년극 100년과 어린이해방선언 100년을 맞는 해다. 100년 전 소파 방정환은 민족의 희망인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린이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극의 문을 열었다. 이를 기념하고자 예술위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예술로 공연’은 어린이를 위한 거리극 및 낭독공연이다. 오는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격주 토요일마다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펼쳐진다. 22일에는 배우 박혜수, 박정미의 ‘4월의 동화’, 극단 문 인형극 ‘제랄다와 거인’이 마로니에공원에서 어린이들을 만난다.‘예술로 후원’은 ‘예술로 공연’과 함께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진행한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부스 ‘우리 아이 생애 첫 기부, 예술나무 심기’ ‘예술나무 키링 만들기’ 등을 마련한다. 어린이들이 문화예술분야 후원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오전 11시부터 5시간 동안 진행할 예정이다.‘예술로 극장’은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상시 운영하는 5미터 높이의 대형 인형 ‘걸리버 인형 전시’와 ‘책 읽는 극장’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예술로 공연’과 ‘예술로 후원’을 진행하는 격주 토요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프로그램 ‘컬러링 엽서 꾸미기’ ‘엽서 전시’를 마련한다.‘예술로 미술관’은 22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시해설 프로그램 ‘어린이 대상 도슨트_주제기획전 기억·공간 전시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격주 토요일에는 설치미술작가들로 구성된 예술기업 스플과 함께 버려지는 커피가루를 재활용해 어린이가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아르코아틀리에_업사이클링 드로잉 워크숍’을 개최한다.이 개최된다. 미술관 프로그램은 사전신청제로 운영한다.5월 이후 ‘예술로 공연’ 프로그램을 비롯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예술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3.04.21 I 장병호 기자
피카소 작품 닮은 이 그림…화가에게 '모방'을 허하라<28>
  • 피카소 작품 닮은 이 그림…화가에게 '모방'을 허하라[정하윤의 아트차이나]<28>
  • 팡간민의 ‘가을의 멜로디’(1933). 프랑스 최고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한 뒤 중국 상하이로 돌아온 팡간민이 입체파 실험을 이어가던 중 그린 작품이다. 파리 유학시절에 접한 다채로운 아방가르드 미술 가운데 유독 입체파의 작업에 매료된 팡강민은 그 화법을 자신의 작품들에 녹여냈다. 날카로운 선으로 쪼개서 조합한 듯한 형상 속에 얼룩덜룩한 색을 채운 이 그림은 입체파 대표 화가 피카소·브라크 등의 작품과 닮아 있다.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원본은 소실되고 사진으로만 전한다. 캔버스에 유채.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네모난 화면 속에 불명확한 형체가 보인다. 팔과 다리, 가슴과 엉덩이가 있는 걸 보니 사람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얼굴은 없다. 몸은 얼룩덜룩 칠해져 어째 멍이 든 것 같기도 하고, 기계처럼 조립된 것처럼도 보인다. 배경 또한 조각이 나서 대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지만, 우측에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나 ‘가을의 멜로디’(1933)라는 제목을 통해 가을 풍경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리송한 이 작품은 중국 화가 팡간민(方幹民·1906∼1984)의 그림이다. 1906년 쩌장지역에서 태어난 팡간민은 항저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그림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식이 높았던 팡간민의 아버지는 아들이 상하이의 상급 미술학교에 진학하는 데 동의해줬다. 상하이는 당시 중국 미술의 중심이었고 ‘오늘 파리에 있으면 내일 상하이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양의 동시대 문물을 급속도로 받아들였던 나름의 코스모폴리탄이었다. 팡간민은 상하이 미술전문학교 2학년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야망 있던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리라!’ 팡간민은 1925년 미술의 메카인 파리로 이동했고, 6개월간 불어를 배운 후 리옹의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스승은 학교 밖에…파리 유수 갤러리서 ‘진짜 미술’ 접해당시로선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성취였지만 그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년 뒤 프랑스의 최고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의 합격증을 따냈다. 상하이 미술전문학교에서 탄탄히 다진 소묘 실력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유서 깊은 파리의 미술학교에서는 아주 사실적인 스타일의 유화를 배웠고, 팡간민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스승은 학교 밖에 있었다. 파리 유수의 갤러리들, 그는 그곳에서 진짜 미술을 접했다. 당시 파리는 그야말로 신미술의 용광로였다. 야수처럼 물감을 처바르던 마티스, 하늘을 둥둥 나는 로맨틱한 회화를 그리는 샤갈, 모든 대상을 입방체로 그리던 피카소 등. 또 이 모두를 전복시켜버리겠다는 다다이스트, 신흥 대세로 떠오르던 초현실주의까지. 수많은 파리의 아방가르드 미술 중 팡간민의 마음을 끈 것은 입체파였다. 사물의 ‘진실’을 그리기 위해 하나의 대상을 앞·뒤·옆에서 보고, 그 모든 모습을 한 화면에 조합하는 입체파의 작품은 팡간민에게 이지적이면서 혁신적으로 느껴졌다. 입체파의 두 거장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가 입체파를 가장 열렬히 탐험했을 때가 1910년대였으니 팡간민이 파리에 있을 때는 이미 거장으로 자리잡은 뒤였다. 신선하면서도 무르익은 입체파의 작품은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안목을 갖춘 팡강민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파리 미술계에서 견문을 넓힌 팡간민은 1929년 중국으로 돌아와 교편을 잡았다. 상하이의 여러 학교에서 서양화를 가르쳤는데 젊고 열정적인, 게다가 파리에서 갓 돌아온 신임 교수는 학생들에게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팡간민은 아카데믹한 그림을 가르치는 한편, 입체파에 대한 실험을 계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그에게 ‘큐브’란 별명을 붙인 것을 보면 말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성 ‘팡’은 큐브를 뜻하는 ‘팡’과 발음이 같다. 본투비 입체파라고나 할까. ‘가을의 멜로디’나 ‘흰 비둘기’(1934)는 이 무렵 팡간민이 그렸던 그림이다. 두 작품 모두 선이 날카롭고 형태가 쪼개져 있으며, 색이 균일하지 못하고 얼룩덜룩하다. 모두 피카소나 브라크의 회화를 참조한 결과다. ◇입체파에 매료돼 자신 작업에 녹여…‘모방은 죄인가’ 문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렇게 팡간민처럼 남의 그림을 많이 참조한 화가도 과연 ‘좋은 미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 미술에는 ‘독창성’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남이 창안한 스타일을 보고 베낀 거라면 그것은 그냥 ‘아류’가 아닐까. 이런 질문은 근대 중국 화가가 그린 서양화에 항상 따라붙는다.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의 근대미술도 이 질문을 피해 갈 수 없다. 아무래도 20세기 초, 아시아는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쪽이었고, 미술 특히 서양화는 서구를 늘 따라가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아시아 화가들이 서양 사람들이 하던 것을 몇십년이나 뒤처져 모방한 2류, 그것도 제대로 베끼지도 못한 3류라고 흉을 본다. 팡간민의 경우로 말하자면, 피카소가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그린 지 10년이나 지나서 겨우 형태를 분절한 것도 우스운데, ‘대상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피카소의 의도도 파악하지 못한 거라는 비난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단언컨대 다른 미술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는 작가는 없다. 피카소 또한 세잔의 형태적 실험과 색채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미술가도 인간인데 어떻게 외부의 영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겠는가. 선배 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자신의 작품을 시도하는 게 전혀 흠 잡힐 만한 일이 아닌 거다. 물론 피카소의 경우는 ‘대상의 진실을 파악한다’는 세잔의 목적까지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팡간민의 경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평가절하 당한다면 억울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팡간민의 ‘흰 비둘기’(1934). 여인의 인체를 입체파적인 기법으로 그렸다. 하나의 대상을 앞·뒤·옆에서 보고 모든 모습을 한 화면에 조합해 사물의 진실에 다가간다는 입체파의 작업은, 팡간민에게 이지적이면서 혁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팡간민은 모든 대상의 형체를 분절하고 입방체로 보이게 한 입체파의 주요 특징을 자신의 작업에 반영했다. 캔버스에 유채.하나는 일단 문화적으로 팡간민이 피카소의 목표를 완벽히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거다. 대상을 완벽히 이해하겠다며 형태를 분해해서 보는 것은 중국인이었던 팡간민에게는 충분히 공감되지 않았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미술가가 꼭 원본의 의도를 간파해 그것까지 적용해야 하느냐는 거다. 아니다. 그냥 눈으로 봤을 때 흥미로워서 형태나 색채, 구도 같은 형식적 요소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으니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모네나 반 고흐가 일본의 미술에서 영향을 받았을 때, 또는 피카소가 아프리카 원시조각에서 영감을 받았을 때, 원래의 의도와 목적과 의미를 모두 파악해서 적용했던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아시아 미술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진 않았으면 좋겠고, 혹 서양의 것을 그대로 (그것도 뒤늦게) 베낀 미술이란 콤플렉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로부터도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문화대혁명 때 ‘우파’로 몰려 치욕 당하기도안타깝게도 팡간민의 입체파스러운 작품에는 무시무시한 평가가 뒤따랐다. 마오쩌둥의 시대, 그와 그의 작품은 무사하지 못했다. 문화대혁명 때 팡간민은 ‘우파’로 몰려 치욕을 당했다. 근무하던 항저우 미술학교 주변을 걸으며 구경거리가 됐던 거다. ‘퍼레이드’라고 불린 이 행위는 문화대혁명 시기 우파로 찍힌 이들에게 죄명이 씌인 명패를 목에 두르고 행진하게 했던 일종의 벌인데, 팡간민의 경우는 행진할 때 군중으로부터 날아온 먹과 물감을 맞았으며, 폭력과 욕설까지 당했다. 나아가 팡간민은 홍위병에 의해 들어간 감옥에 오랜기간 갇혀 있기까지 했다. ‘가을의 멜로디’를 포함해 팡간민의 작품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이 시기에 상당수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의 사망과 함께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세상이 변하자 팡간민도 이젤 앞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일흔의 팡간민은 젊은 시절 열심을 다했던 입체파스러운 작품으로는 돌아가지 않았다. 1980년대에 팡간민은 마치 중국의 수묵산수화와 서양의 풍경화가 접목된 것처럼 보이는 편안한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화가는 생의 말년, 혁신보다는 안정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4.21 I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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