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렬
  • 영역
  • 기간
  • 기자명
  • 단어포함
  • 단어제외

뉴스 검색결과 9,292건

월가 커리어 우먼의 `드레스 코드`는
  • 월가 커리어 우먼의 `드레스 코드`는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다크 블루의 아크리스 정장. 쇄골이 보이면서도 너무 깊게 파이지 않은 상의.  아우레우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캐런 파이어스톤 사장(사진)이 프로필 사진에서 입고 있는 옷차림이다. 이것이 바로 금융계에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전형적인 드레스 코드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옷차림도 훨씬 자유로워졌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암묵적인 규정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남성이 카키색의 비즈니스 캐주얼을 즐겨 있는 반면 월가의 여성들은 대부분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늘 정장차림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옷차림에 대해 얘기조차 꺼내려 하지 않는다. 패션에 대한 얘기는 업무보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인상을 주거나 경박스런 느낌을 심어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아우레우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타인 파이어스톤은 "공개석상에 나올 때마다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의상에 대해 얘기하면 회사의 성과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리사 테임스는 최근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여성 동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캐주얼을 입고 참석하는 자리이기는 했지만 녹색의 딱 붙는 카프리 팬츠(길이가 종아리까지 오는 바지)를 입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반응은 아직 월가의 여성들이 남자들에 비해 정장을 갖춰 입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80년대에는 남성들이 넥타이를 매듯 여성들은 실크 나비 넥타이를 하고 다녔고 90년대에는 스타일이 다소 여성스러워졌지만 여전히 정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89년 살로몬 브라더스에서 리서치 어소시에이츠로 일을 시작한 헤서 헤이 머렌은 어느날 두줄로 단추가 달린 정장에 목까지 오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했다가 여성인 직장 상사에게 `한소리` 들었다. 목이 좀 낮은 셔츠를 입어야 살로몬의 영업 전력에 피해가 없을 것이란 지적을 받은 것. 머렌은 "사람들이 내 옷차림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월가 `커리어 우먼`의 드레스 코드를 대표하는 파이어스톤 회장은 종종 드레스를 입기도 하지만 장식이 많이 달렸거나 소녀같은 스타일은 피한다. 소매가 없는 옷을 입을 때에도 고객들을 만날 경우를 대비해 꼭 자켓을 걸친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2007.03.23 I 권소현 기자
(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런웨이 위의 아시안 모델들
  • (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런웨이 위의 아시안 모델들
  •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동양 모델 붐이 이번 시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2007·2008 가을/겨울 세계 4대 컬렉션에서도 한국과 일본, 중국 출신의 모델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아이 토미나가섹시한 브라질 봄셸, 창백한 러시안 뷰티들에 이어 이젠 아시아 소녀들에게 트렌드가 옮겨진 모습이다. 독특한 마스크의 동양 모델들은 이전에도 아시아의 복식에서 영감을 얻은 에스닉 컬렉션에는 종종 캐스팅돼 왔다. 시베리아 출신의 이리나 판타에바와 말레이시아의 링탄이 90년대를 이끌었고, 데본 아오키의 경우 일본인 아버지와 영국, 독일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순수 동양 모델이라곤 할 수 없지만 일본 키치 인형과 같은 이미지로 독창적인 영상을 지향하는 포토그래퍼들에게 어필했다. 그 뒤를 이은 일본 출신의 톱모델 아이 토미나가는 큰 키의 늘씬한 바디라인에서 전해지는 모던한 감각과 카리스마로 캣워크를 장악했는데, 결혼과 출산으로 토미나가가 잠시 런웨이를 떠난 사이 그 자리를 대신한 뉴페이스가 바로 한국계 모델 혜박.  귀여운 미소가 매력적인 혜박은 2005년 가을 시즌 뉴욕 패션위크에서부터 세계 패션계의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중국 모델 두 주안의 도전이 거세어지는 가운데 국내 패션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한혜진이 등장하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의 모델이 설 자리가 한정되다보니 가장 대중적인 룩을 지닌 한 명만이 거의 모든 무대를 독점하는 경향이 지속되어 왔는데, 영화 '와호장룡', '게이샤의 추억'의 성공 때문일까, 최근엔 여러 명의 동양 모델들이 함께 서는 무대가 늘어나는 추세. 하지만 그렇다 해도 국내 모델이 해외 패션계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기회가 적을 뿐 아니라 문화와 언어 차이로 인한 트러블도 무시할 수 없어, 굳은 결심으로 도전하더라도 몇 시즌을 이어가며 자리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혜진과 혜박당차게 해외 진출을 해냈던 노선미 이후, 변정수와 송경아도 뉴욕 패션위크에 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파리 프레타포르테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쇼에 참가했던 장윤주도 사실 웨스트우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인연이 닿아 파리 무대에도 올랐던 케이스. 'Han Jin'이라는 영문 이름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혜진이 해외 진출에 도전한 국내 모델 가운데는 가장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어린 시절 미국 유타로 이주한 혜박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춰 상대적으로 쉽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일본 모델의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일본이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을 많이 보유한 만큼 이로부터 어드밴티지를 얻고 있고, 두 주안을 비롯한 중국 모델들은 시대의 조류를 잘 탔다고 하겠다. ▲김원경신흥 소비 시장인 중국을 향한 명품 브랜드들의 러쉬가 이어지는 시점에서 2005년 9월 보그 차이나까지 창간되자 전 세계 패션피플의 이목이 자연스럽게 중국을 향했고, 특히 두 주안은 보그 차이나의 표지 촬영을 계기로 프렌치 보그의 표지까지 장식하며 단숨에 톱모델 반열에 오른 것. 두 주안처럼 거대한 마켓의 힘을 등에 업지 않았다면 자신만의 매력을 표출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지난 가을 안토니오 베라르디의 컬렉션에서 한혜진이 아시아 모델로서 유일하게 캐스팅되었어도, 일본 가부키풍의 메이크업으로 나섰던 것과 같이 서구의 디자이너들이 봤을 땐 그저 찢어진 눈의 동양 모델로만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 다시 복귀한 아이 토미나가를 비롯해, 일본의 명배우 켄 와타나베의 딸인 앤 그리고 중국모델 소니 등이 가세하면서 아시안 모델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지만, 혜박, 한혜진, 그리고 새롭게 해외 진출을 이룬 김원경까지 세 모델이 함께 캣워크를 선보인 이번 D&G컬렉션에서처럼, 앞으로도 서로 다른 개성을 표출하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
2007.03.12 I 김서나 기자
"일본서 제작도 안될 얘기, 한국선 대작 영화로 만들더라"
  • "일본서 제작도 안될 얘기, 한국선 대작 영화로 만들더라"
  • [한국일보 제공] 영화 ‘훌라걸스’로 올 일본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휩쓸며 일본 영화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떠오른 재일 영화인 이상일 감독이 자신의 신작 영화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20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훌라걸스’의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이상일 감독은 “영화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려 했다”며 영화의 연출 동기를 밝혔다. 오는 3월 1일 개봉될 ‘’는 일본 후쿠시마의 유명 휴양지 하와이안즈가 과거 탄광촌이었다는 실제 사실을 근거로 한 탄광촌 소녀들의 훌라댄서 거듭나기 이야기. 이상일 감독은 “이제 실제 탄광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촬영 장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면서도 “탄광촌에 ‘하와이’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는 너무 흥미로웠다”며 독특한 스토리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스윙걸즈’ 등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다른 일본 영화와 비교해 “자기 혼자만의 삶을 바꾸는 젊은이의 모습이 아니라 짊어진 것들이 많은 청춘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다룬 영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이상일 감독은 “제도나 법으로는 한인 영화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제도가 인간의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부 차별의 시선을 가진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존재 한다”고 일부 시선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내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인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따로 설명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에 대한 느낌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이상일 감독은 “일본에서라면 기획조차 되지 못할 이야기들도 한국에서는 대작 오락영화를 만들어 낸다”며 “그런 면에서는 한국의 영화가 강점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美 1달러짜리 ''대통령 동전'' 공개
  • 美 1달러짜리 ''대통령 동전'' 공개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미국 역대 대통령의 초상을 담은 새로운 1달러짜리 동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조폐국은 20일(현지시간) 내년에 발행되는 4가지 1달러 동전 시안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디자인에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부터 존 애덤스, 토마스 제퍼슨, 제임스 메디슨(사진)의 초상이 담겨져 있다. 뒷면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새겨져 있다. 조폐국은 일단 내년 2월 중순 대통령의 날에 조지 워싱턴 대통령 동전을 발행한 뒤 나머지 3개 디자인은 3개월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유통시킬 계획이다. 이어 앞으로 2016년까지 매년 4차례씩 임기순으로 역대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1달러 동전을 발행한다. 이번 1달러 동전의 색깔과 크기, 재질은 기존 1달러짜리 동전인 '사카가웨어(Sacagawea)'와 같지만 새로운 방법의 변색 방지 처리로 광택 지속성은 높아졌다. 사카가웨어는 1800년대 서부개척시대 탐험가들을 안내했던 15세의 인디언 소녀를 모델로 2000년에 발행됐다.조폐국의 에드문드 C. 모이 이사는 "1달러 동전은 동전에 그려진 대통령이 얼마나 유명했는지와는 상관 없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예측한 수요에 따라 찍어낼 것"이라며 "이같은 대통령 동전 발행으로 그동안 덜 알려졌던 대통령들의 르네상스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1달러짜리 주화가 만들어졌다. 첫번째는 1971년에 34대 대통령인 아이젠아워를 모델로 채택했는데, 너무 크고 무거워 제대로 유통되지 못했다. 두번째는 1979년에 발행된 것으로 도안은 여성의 투표권 등의 획득을 위해 힘쓴 여성 운동가 수잔 안소니를 채택했다.
2006.11.21 I 권소현 기자
소녀들이 사라진 곳, 바람만이 홀로 세월을 여닫는다
  • [세계영화기행]소녀들이 사라진 곳, 바람만이 홀로 세월을 여닫는다
  • ▲ `행잉록의 소풍`에서 여학생들이 억압적인 교육을 받는 학교로 등장했던 마틴데일 홀. 여기서의 하룻밤은 어둠과 적막이 뼈에 스며드는 듯한 경험이다.[애들레이드(호주)=조선일보 제공] 소녀들이 사라졌다. 하늘과 땅 사이. 희박한 대기 속으로. 아무 흔적도 없이. 1900년 2월 14일의 오후. 행잉록이란 산에 소풍 갔던 길이었다. 호주의 아득한 산과 들판 그리고 고택(古宅). 그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행잉록의 소풍’엔 마력 같은 게 있었다. 신비만 남겨두고 설명은 거세한 영화. 실종의 모티브가 그 영화의 전부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강력히 사로잡혔다. 다 보고 나니 꼭 촬영지에 가고 싶었다. 기회는 십수년 만에 찾아왔다. 호주를 생각하니 그 영화가 떠올랐다. 지도를 샅샅이 뒤졌다. 여러 차례 전화도 걸고 이메일도 썼다. 어서 신비의 공간에 발을 딛고 싶었다. 호주 남쪽 해안 도시 애들레이드. 공항에서 예약해둔 차에 올랐다. 첫 목적지는 마틴데일 홀. 애들레이드 북쪽 160㎞ 지점에 있었다. 잔뜩 흐렸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도시를 벗어나자 폭우까지 쏟아졌다. 거센 바람이 비를 포말로 갈아 날렸다. 뿌연 세상 속 구비구비 끝없이 이어진 길. 현실감이 사라졌다. 달릴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것 같았다. 차를 몰던 토니가 씩 웃었다. “으스스하죠?” 그렇긴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이건 몽환적인 세계로 가는 여정이니까. 극중 학교로 나온 마틴데일 홀에 닿았다. 2층 석조 건물이 솟구치듯 나타났다. 반경 5㎞ 안에 인가라곤 없었다. 여학생들이 유폐되듯 기숙했던 곳. 여기서 교육은 억압의 동의어였다. 현관에 매달린 종을 흔들었다. 집 관리인 트레이시가 웃으며 맞았다. 대저택은 우아했다. 그리고 왠지 스산했다. 홀을 가로질러 정면의 계단을 올랐다. 하필 모두 열세 개.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인상적이었다. 2층에서 아래층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마틴데일 홀은 1880년에 건립됐다. 호기롭게 지은 사람은 스물한 살 청년.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직후였다. 그러나 왕자 같은 생활은 딱 10년이었다. 서른을 넘기자마자 사치로 파산했다. 흔히 서구의 고택들은 관람객만 받는다. 그러나 이곳은 운영방식이 독특했다. 옛 모습 그대로인 방에서 묵을 수 있었다. 객실은 모두 10개. 예약한 대로 ‘화이트룸’으로 갔다. 이 영화 첫 장면을 찍은 곳. 바로 극중 주인공 미란다의 방이었다. 높은 천장과 빛 바랜 벽지. 라디에이터 외엔 모두 낡은 고가구였다. 세월을 느끼는 감각은 후각이었다. 1층에 틀어놓은 음악이 갑자기 멈췄다. 어느새 비도 그쳤다. 열린 창문으로 긴 그림자가 넘어왔다. 천장에서 전등이 목 매듯 달려 흔들렸다. 늦은 오후였고 기이한 정적이었다. 아래에서 징이 울렸다. 적막 속 징소리는 원을 그리며 퍼졌다. 그리곤 벽에 부딪쳐 허물어졌다. 저녁이 준비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트레이시가 요리한 저녁을 먹었다. 부부인 수지와 스티븐 그리고 나. 손님은 딱 셋이었다. 부부는 자상한 얼굴로 말을 붙여왔다. 그러면서 그들끼리는 종종 쏘아붙였다. 영락없이 오래 산 부부의 모습이었다. 식사는 훌륭했다. 대화도 즐거웠다. 하지만 말은 가끔씩 끊어졌다. 그러면 침묵이 바로 목덜미를 눌렀다. 일을 마친 트레이시는 바깥 별채로 갔다. 스티븐 부부가 피곤하다며 일어섰다. 혼자 남아 커피를 마셨다. 잔에 담긴 그늘이 목구멍으로 흘러갔다. 넓은 실내엔 조명이 거의 없었다. 계단 위 작은 전등 하나가 고작이었다. 어둡지 않은 침묵은 감미롭다. 수다스런 어둠은 즐겁다. 허나 침묵과 손잡은 어둠은 전혀 달랐다. 그림자처럼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내 발자국 소리가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복도에 걸린 초상화들이 눈을 굴렸다. 옥상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을 올랐다. 미란다의 친구 사라가 최후를 맞은 곳. 칠흑 속 계단 끝을 손으로 더듬었다. 차가운 자물쇠가 만져졌다. 사라는 함께 실종되지 못해 절망했다. 증발하지 못한 그녀는 추락을 택했다. 닫힌 세계 저 너머에서. 침실로 돌아와 누웠다. 낡은 나무 문은 닫히지 않았다. 대신 내내 삐걱대며 세월을 여닫았다. 날이 밝으면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아침 해가 다시 떠오르긴 할까. 잠들지 않고도 수십차례 꿈을 꿨다. 좁은 폐곡선 위에서 영원히 맴도는 느낌. 아래층 괘종시계가 무겁게 네 번 울렸다. ▲ 1.아래에서 올려다 본 행잉록은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위압적이었다. 2.낮에도 괴괴한 분위기가 감도는 마틴데일 홀. 3. `행잉록의 소풍` 에서 사라진 소녀들.멜버른을 벗어나 북쪽으로 달리길 한 시간. 우드엔드 근처에 행잉록이 있었다. 입구의 바위엔 작은 글귀가 새겨졌다. “미스터리를 체험하세요.” 호주에서 ‘행잉록의 소풍’은 고전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은 30여년 전. 허나 사람들은 여전히 행잉록을 찾았다. 매점에서 스콘(Scone)과 라임 주스를 챙겼다. 영화 사진을 곁들인 원작 소설도 샀다. 그렇게 ‘소풍’ 준비를 마쳤다. 행잉록은 사실 그리 높지 않았다. 해발 711m였으니까. 그러나 바위로만 이뤄져 위압적이었다. 이름대로 바위가 곳곳에 매달려 있었다. 온통 세상으로 쏟아질 듯 주저하며. 화산활동이 빚은 조면암이 산을 이뤘다. 암석들은 엉겨붙어 굴과 길을 만들었다. 바위 사이를 누비다 보면 곧 길을 잃었다. 주위가 금세 어두워졌다. 빛을 가리기엔 구름 한 점으로 충분하다. 정상에 우뚝 선 바위에 올랐다. 저 멀리 작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적막은 비명(悲鳴)까지 삼킬 것 같았다. 극중 이곳을 찾은 청년의 외침을 삼켰듯. 그 모든 사건과 세상사의 비밀까지. 침묵은 거기서 가능한 단 하나 일이었다. 산 아래에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정상엔 아무도 없었다. 날씨는 을씨년스럽고 바위는 차가웠다. 암석에 누우니 폐 대신 피부가 호흡했다. 산에선 촉각이 시각을 지배했다. 가끔 새가 날았다. 바람이 불면 작은 숲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러나 돌은 내내 침묵했다. 돌은 무심했다. 스콘을 먹고 주스를 마셨다. 책도 꺼내 이리저리 들췄다. 할 일은 금방 바닥났다. 소풍은 끝났다. 그렇지만 내려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출구는 다른 곳의 입구이다. 우리는 꿈꾸는 것이 아니라 꿈꾸어진다. 증발의 유혹은 질겼다. 나누고 또 나눈 삶을 대기에 흩뜨리고 싶은. 먼저 사라진 소녀들 생각은 더 이상 없었다. 삶이라는 신비. 무(無)라는 신비. 무엇일까. 어딜까. 그저. 또. ‘행잉록의 소풍’(Picnic At Hanging Rock·1975)은… 많은 영화 마니아들이 전율로 기억하는 걸작이다. ‘트루먼 쇼’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한 호주 출신 피터 위어 감독은 서른한살 때 45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이 시대극을 신비롭고 우아하게 연출해 호주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국민영화로 만들었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지만 내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으스스한 긴장을 잃지 않는 개성 넘치는 스릴러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적 환경 속에서 신부 수업을 받아오던 여학생들이 모처럼 행잉록이란 곳으로 소풍을 간다. 떠날 때부터 이상한 조짐을 보였던 미란다를 비롯해 세 소녀가 흔적도 없이 실종되고 찾아나선 여교사까지 없어진다. 함께 소풍을 갔던 소녀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지만 도무지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여행수첩= ‘행잉록의 소풍’ 주요 촬영지는 극중 학교로 나온 마틴데일 홀과 행잉록 국립공원을 들 수 있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외진 곳에 있는 마틴데일 홀에 가려면 사전에 인터넷 홈페이지(martindalehall.com)를 통해 미리 교통-숙박 정보를 파악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126년된 이 우아한 대저택에서 숙박까지 하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마틴데일 홀에 가기 전 애들레이드와 캥거루 섬에서 2-3일 관광을 겸할 수 있다. 행잉록 국립공원은 멜버른에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우드엔드 근처에 있다. 영화를 보고 찾아가면 독특한 풍광으로 극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교육과 문화의 도시 멜버른 구경을 마치면 절경의 해안길이 이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꼭 한 번 들러볼 만 하다.
  • ''음란 공무원 전성시대?'' 10대 소녀들에 음란전화 · 성폭행까지
  • [노컷뉴스 제공] 10대 소녀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성폭행 설문조사'를 빙자해 음란전화를 일삼은 공무원들이 잇따라 경찰에 적발됐다. △ 군청 공무원이 채팅 소녀 개인정보 이용해 성폭행 현직 공무원이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10대 소녀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오다 경찰에 붙잡혔다.경찰에 붙잡힌 김모씨(34)는 올해로 16년차의 7급 공무원이자 두 자녀를 둔 어엿한 가장이다.하지만 두 얼굴의 김씨는 밤이면 채팅에 몰두하며 10대 소녀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파렴치범임이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우연히 알게 된 이모양(12)을 성폭행한 뒤 이양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가입했다.채팅이 무르익게 되면 김씨는 본색을 드러내며 지금 당장 만나주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고 나온 청소년들은 대부분 김씨의 차 안에서 폭력을 견디다 못해 순결을 빼앗기고 말았다.김씨는 또 탈선 청소년들에게는 성매매를 조건으로 접근했다.하지만 이마저도 성관계 뒤에는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나버리는 등 치졸한 행동을 보여 왔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13명에 이른다.경찰은 그러나 김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에 청소년들과 통화한 내역만 1만여 건에 이르는 점에 주목하고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김씨는 지난 2004년에도 10대 청소년과 성매매를 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은바 있다.하지만 해임되지 않고 또 다시 읍사무소 전산실에 근무하면서 주민들의 신상정보를 범행에 악용한 것으로 밝혀져 솜방망이 처분이 화를 키우고 말았다.△ '성교육 설문조사'라며 공무원이 10대 소녀들에 음란전화 10대 소녀들에게 음란전화를 하고 성추행을 한 공무원이 경찰에 붙잡혔다.충북 괴산경찰서는 서울시 모 구청 기능직 9급 공무원 김 모(48)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긴급체포했다.김 씨는 지난 5월 27일 오후 1시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이 모(11)양이 전화를 받자 성교육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속여 음란전화를 한 뒤, 문화상품권을 주겠다고 불러내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괴산군의 한 농로에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은 또 김 씨가 이와같은 수법으로 10대 소녀 수십여명에게 음란전화를 한 단서를 잡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홋카이도에서 만난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 홋카이도에서 만난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 [조선일보 제공] “홋카이도는 여름에 가야 한다”고 말해 준 사람은 가오루였다. 북해도(北海道)의 눈과 겨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게, 도쿄에서 직장을 다니는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가 봐요. 겨울은 오직 겨울 뿐이지만, 홋카이도의 여름은 여름만이 아니야. 새하얀 눈과 연보라 라벤더꽃, 그리고 봄·가을이 함께 있는 곳이 여름의 홋카이도니까.” 홋카이도 최대의 관광지, 도오야(洞爺) 호수는 여름이었다. 도 남서부에 위치한 둘레 43㎞의 칼데라호. 백두산의 천지처럼, 화산활동으로 생긴 호수다. 호수라기보다는 작은 바다에 가까운 거대함. 코발트블루 수면에서 남프랑스의 여름 해변이 떠올랐다. ▲ 도오야 호수.▲ 사랑 전설을 가진 계수나무 신목(神木).오전 9시에 출발하는 유람선 에스푸아르(espoir·희망)에 올랐던 건, 호수가 품은 낭만적 전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호수 중앙의 무인도 오오시마. 초입에는 ‘신목’(神木)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뿌리 두 그루의 아름드리 계수나무가 자웅동체처럼 서로를 포개고 있었다. 500년 전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절, 전쟁에서 다리 하나를 잃고 고향 도오야로 돌아온 사내는 “죽었다”고 거짓 소문을 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을 잊고, 몸 성한 남자 만나 결혼하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여자는 삶의 희망을 잃고, 호수 아래로 몸을 던졌다. 밤낮으로 울던 사내가 뒤따라 몸을 던진 것은 며칠 뒤. 마을 사람들이 건져 올린 건, 시신이 아니라 가락지 한 쌍이었다. 사람들은 섬 초입에 가락지를 묻었고, 그 자리에서 계수나무가 솟아 올랐다. 500년 뒤 그들은 섬 위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겨우 자동차로 30분 지척인데, 무로란(室蘭)의 지큐미사키(地球岬)는 겨울이었다.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홋카이도 남쪽 말단. 살을 에는 듯 된바람이 불어왔다. 체감온도는 이미 영하였다. 멀리 양의 발굽을 닮았다는 요오테이잔(羊蹄山)의 만년설이 보였다. “지구의 끝”이라는 별명의 이 곶(岬) 전망대에서, 수평선은 신기하게도 직선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이었다. 홋카이도가 자랑하는 이 특이한 지형에서 자신의 몸을 360도 회전하면, 수평선도 따라 원의 궤적을 그렸다. 전망대 한 쪽에는 지구의(地球儀)를 본 딴 ‘행복의 종’이 설치되어 있었다. 치는 사람에게 행복이 찾아온다는 행운의 종. 반신반의하며 종을 울리려다, 실수로 발을 헛디뎠다. 무릇 믿는 자에게 복 있을진저. ▲ 자큐미사키의 `행복의 종`.도오야에서 도(道) 북쪽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후라노(富良野)다. 일본의 북유럽으로 불리는 홋카이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지역. 봄의 따뜻함과 가을의 풍성함을 더불어 느낄 수 있는 은총의 마을이다. 도로 양쪽으로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덤블링할 것 같은 초원이 끝없이 이어졌다. 후라노에서 가장 이름난 관광지 중 하나는 라벤더꽃 농원인 팜 토미타(Farm Tomita·www.farm-tomita.co.jp). 6월 중순의 라벤더는 아직 시시했다. 7, 8월이 정점이라고 했다. 대신 250엔(약 2100원)을 주고 연보라빛 강렬한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입술까지 보라색이 되어 버렸다. 사계를 하루에 왕복하는 홋카이도 특유의 체험은, 도오야호 텐쇼(天翔)파크 호텔의 온천에서도 반복됐다. 호수 전경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투명 유리창을 제외하면, 사실 한국의 실내 온천과 시설 면에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열탕 냉탕 온탕을 가로지르며, 피로를 풀고 피부를 달랜다. 구태여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탄산, 수소, 황산 등의 혼합천으로 피로회복과 피부질환에 좋다”는 안내문이 아니더라도,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편안해졌다. 푸근한 탕 속에서 의식을 잃고 있다가, 뒤늦게 나선형으로 되어있는 실내 계단을 발견했다. 9층 옥상 야외 온천에 이르는 통로다. 계단을 따라 오르다, 반 투명 출입문 앞에서 멈췄다. “35m야외 풀과 실외 온천탕. 수영복 착용 요망. 밤 9시까지 운영”이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8시30분. 하지만 수영복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유리창 밖의 어둠은 짙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질주를 시작했다. 호수의 짙은 물안개가 부끄러움을 덮었다. 여행수첩 ●홋카이도, 넓다. 인구 560만에, 대략 강원도 뺀 대한민국 전체와 비슷한 규모의 땅덩이. 덕분에 인구 제1, 2의 도시인 삿포로(180만)와 아사히카와(36만)를 제외하면, 사람과 자동차 둘 다 만나기 힘들다. 6월부터 아시아나가 아사히카와 공항에, 대한항공이 하코다테에 주 3회 정기 취항을 시작했다. 도오야 호수, 지큐미사키, 후라노 등을 포함하는 북해도 패키지상품을 모두투어에서 판매한다. www. modetour.co.kr (02)755-1844 ●도(道) 중앙에 자리잡은 소도시 유바리에서 이 곳 특산품 메론에 두 번 놀랐다. 최상품이라지만, 겨우 작은 수박만한 메론 한 개에 무려 8000엔(6만8000원)을 받고 팔고 있었던 것. 하지만 마지막날 숙박지였던 유바리 마운트레이시 호텔에서 안도의 한숨. 저녁 부페식사에서 그 값비싼 유바리 메론을 무한대로 리필하고 있었다. 비결은 인근 메론 농장에서 표면에 흠집이 있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것. 하지만 맛은 시식할 때 먹어본 최상품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달았다. (모두투어 패키지상품에 포함된 숙소). www.yubari-wv.com/stay /racy/index.html. (81)0123-52-2211.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놓칠 수 없다. 2년 전 개관한 이 맥주박물관은 홋카이도 도민 전체의 보물을 의미하는 ‘홋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됐다. 메이지(明治)시대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벽돌 건물 안에는 붉은 별을 상징으로 1876년 시작한 이 맥주회사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론 120엔(약 1000원)에 시음할 수 있는 삿포로 맥주가 더 반갑기는 하지만. 입장은 무료다. www.sapporobeer.jp (81)0123-32-5811. ●홋카이도의 호텔 온천은 매일 새벽 2시~3시쯤 남탕과 여탕을 뒤바꾼다. 서로 다른 양식으로 지어 놓은 내부 구조를 골고루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다. 도오야호 텐쇼파크호텔. 잠에 취한 새벽, 전날 밤 이용했던 남탕 탈의실로 들어갔다가 경악해서 뛰어나왔다. 여자들이 유카타를 벗고 있었다. www. toyatensyo.co.jp/top (0142)75-4343
日학교 ‘저항國歌’ 유행
  • 日학교 ‘저항國歌’ 유행
  • [조선일보 제공] 일본 국왕의 영원한 통치를 기원하는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종군위안부의 사무친 한(恨)과 진실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바꾼 저항가요가 일본 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 29일 보도했다. 국가 제창을 강요하는 데 대한 학교현장의 ‘새로운 사보타주(소극적 거부) 수단’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미가요’는 ‘천황의 통치가 천년 만년 이어질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는데, 메이지시대 이후 군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 국가로 사용됐다. 1945년 태평양전쟁 패전 후 폐지됐으나 1999년 일본 정부는 국기국가법을 제정해 ‘기미가요’를 국가로 다시 부활시켰다. 이후 일본 학교들이 졸업·입학식에서 ‘기미가요’ 제창을 실시해 “일왕을 위한 죽음을 강요하는 군국시대 발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개작곡의 제목은 ‘Kiss me(나에게 키스를)’. 영문 가사로 ‘기미가요’의 일본 발음을 교묘하게 흉내냈다. 예를 들어 ‘천황의 치세는’을 뜻하는 ‘기미가요와’는 ‘Ki(ss) Me, girl, your old one’. 일본 사람들은 이 영어 가사를 ‘키(스)미가(루)유아(오루도완)’이라고 발음한다. ‘천대에서 팔천대까지’를 뜻하는 ‘치요니야치요니’는 ‘Till you’re near, it is years till you’re near’. 일본식 발음은 ‘칠유아니아(이토이즈이아스)칠유아니(아)’다. 괄호 부분만 작게 노래해 얼핏 들으면 ‘기미가요’를 부르는 듯하지만, 사실은 종군위안부의 한을 노래하는 내용〈표 참조〉이란 얘기다. 이 신문은 “이 가요가 지난 2월 졸업식 시기부터 인터넷 블로그와 게시판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 제창을 반대하는 그룹이 인터넷을 통해 이 노래를 “기미가요 개사곡의 걸작” “부득이 하게 ‘기미가요’를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마음 속 저항을 지탱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영문 가사의 의미는 난해하지만 일본 소녀가 일본 정부에 배상청구를 제기한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죽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생각한다는 설정”이라며 “황실에 대한 경모(敬慕)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애국심 교육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나도 바가지 머리 한번 해볼까
  • 나도 바가지 머리 한번 해볼까
  • [조선일보 제공] 이마를 가득 덮는 아치형 앞머리, 일명 ‘바가지 머리’ 머리가 드라마 ‘간난이’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바가지’ 머리는 1983년 드라마 ‘간난이’의 열풍으로 잠시 인기를 끌었으나, ‘촌스럽다’는 일반인들의 의식을 바꾸어 놓지 못한 채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나마 개그콘서트의 ‘집으로’의 홍인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행님아’의 김신영 등 개그맨들이 원단 ‘바가지’ 머리의 ‘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예쁜’ 연예인들이 바가지 머리 열풍을 선도하면서 일반인들에까지 유행이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연예인은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 출연하고 있는 손예진. 청순함의 상징으로 여성스런 스타일을 고수해왔던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 털털한 이혼녀로 변신하면서 머리 모양을 과감히 바꿨다. 같은 드라마에서 손예진의 엉뚱한 동생으로 나오는 이하나도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의 닮은 스타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MBC 드라마 ‘닥터 깽’에서 의사로 나오는 한가인도 앞머리를 수북이 내려 청순한 분위기에서 활달한 이미지로 변신했다. 얼마 전 출산해 ‘엄마’가 된 김남주도 바가지 머리로 집 전화 ‘안(ann)’ 광고에 등장했다. ‘손예진 머리’로 불려지면서 30~40대 여성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헤어스타일의 특징은 정수리를 꼭짓점으로 해서 양 이마 끝까지 삼각형 형태로 앞머리를 자르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앞으로 많이 쏟아지고, 머리 양 옆이 동그랗게 솟아 보인다. 때문에 마치 동그란 오토바이용 헬멧을 뒤집어 쓴 것 같아 ‘하이바 머리’ ‘헬멧 머리’로도 불린다. ‘헬멧 머리’가 호응을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동안(童顔) 신드롬’ 때문. 이 스타일을 일찌감치 선보인 이희헤어앤메이크업의 스타일리스트 황지해씨는 “바가지 머리 스타일을 전문용어로 ‘할로 스타일’이라 하는데, 이 스타일은 때로는 말괄량이 소녀 같고, 때론 소년 느낌도 나서 한층 어려 보인다. 얼굴이 작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손예진 스타일’로 해달라는 40대 아줌마 고객이 부쩍 많아졌다고. 실제로 ‘안’ 광고의 김남주 헤어스타일은 이 같은 트렌드를 마케팅적으로 접근한 사례다. 광고 제작사인 ‘웰콤’ 관계자는 “가정은 물론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족을 구매층으로 삼기 위해 일부러 김남주의 머리를 아줌마 같지 않게 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가 거의 없어 선머슴처럼 보이는 ‘오리지널 헬멧’ 스타일의 경우, 강남과 강북의 ‘반응’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이 머리 스타일을 한 이들의 경험담. ‘첨단’이라면 무조건 지지하는 청담동 일대에서는 ‘레트로하면서도 에지가 있다(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됐다)’는 평을 듣는 반면, 세련되고 모던한 것을 좋아하는 강북에서는 여전히 ‘촌스럽다’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유행에도 ‘시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 LG 4개사, 구미 등 수도권외 사업장에 1.7조 투자
  •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LG전자(066570), LG마이크론(016990), LG이노텍, LG화학(051910) 등 LG 4개사는 내년 수도권외 전국 지방사업장에 권역별로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중이라고 4일 밝혔다.LG그룹의 투자는 구체적으로 ▲경북 구미의 디스플레이 분야에 8000억원 ▲충북 청주 및 오창의 디스플레이소재 및 정보전자소재 분야에 4200억원 ▲경남 창원 및 울산, 온산의 디지털가전 및 산업재 분야에 2500억원 ▲전남 여수와 나주, 광주의 석유화학 및 디스플레이 재료 분야에 2300억원 등이다또한 LG는 지역균형발전 및 지방화시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업과 지역사회의 동반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는 물론 산학협력과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키로 했다.이를 통해 LG는 중점육성 사업분야에서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과 선행투자를 통해 시장지위를 확대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해 기업과 지역사회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LG는 이를 위해 현재 전국 30여개 지방대학과 협력해 20여개의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 진행과 연구시설 건립 및 장학사업 등에 120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역대학 특성에 맞는 산학협력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또한 LG는 지역 협력회사에 대한 투자자금 1000억원 운영 등 ▲자금지원 ▲우수인력 채용지원 ▲IT구축 지원 ▲6시그마 컨설팅 ▲안정적 수요 제공 등 협력회사 6대 지원방안을 확대 적용한다. 또 신기술개발 및 부품국산화 지원을 위해 250억원의 협력펀드를 조성하는 등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한편 지방사업장별로 LG는 노사합동 사회봉사단을 구성해 소년소녀가장돕기, 사회복지관 도서지원, 등 소외계층 봉사 및 복지사업과 사업장별 1산1하천 가꾸기 운동 등 환경보호 및 재해복구활동 등의 20여개 분야에 30여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역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LG관계자는 "글로벌 경영체제에서 국내사업장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첨단 소재 및 부품에 대한 연구개발과 생산의 중심인 허브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국내 지방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LG가 지역사회와 함께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05.11.04 I 박호식 기자
(필름 인 뉴욕)`너 어느 별에서 왔니?`..다코타 패닝
  • (필름 인 뉴욕)`너 어느 별에서 왔니?`..다코타 패닝
  •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흔히 아이같이 않은 아이를 두고 애어른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이 소녀에게는 애어른이라는 표현도 너무 온순한 것처럼 느껴진다. `요물` 정도는 돼야 이 소녀가 가진 능력과 잠재력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깜찍한 외모를 지녔지만, 소름끼칠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성인 배우들을 압도하는 11살의 소녀 요물. 바로 다코타 패닝이다. 다코타 패닝의 신작 `드리머(The dreamer)`는 2주 전 개봉해 박스오피스에서 순항하고 있다. 개봉 첫 주 2위를 차지했고 지난 주말에는 순위가 조금 밀려 4위로 내려왔다. 로버트 드 니로와 공연했던 `숨바꼭질`, 덴젤 워싱턴과 공연했던 `맨 온 파이어` 등 과거 작품이 모두 개봉 첫 주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다 다코타 패닝이 나오기 때문이다. `드리머`는 전형적인 미국 중서부 백인들을 위한 가족 영화다. 경마 조련사 벤 크레인(커트 러셀) 은 부인 릴리(엘리자베스 슈)와 딸 케일(다코타 패닝)과 함께 켄터키 주의 한 농장에 살고 있다. 자신만의 조련 방식을 고집해 농장 주인과 사사건건 충돌을 빚는 고집불통 카우보이인 벤은 어느 날 부상당한 말을 구하게 된다. 벤이 영특하고 명민한 딸 케일과 함께 다친 명마를 회복시켜 대회 출전에 성공한다는 미국식 영웅담과 가족주의가 영화를 지배하고 있다. 극적인 반전도 없고, 소재가 독특한 것도 아니다. 줄거리 전개나 인물들의 성격도 매우 상투적이다. 그나마 말의 이름을 `골디`라고 붙인 점이 특색있다고나 할까. 누구나 알고 있듯 커트 러셀의 부인이자 케이트 허드슨의 어머니인 골디 혼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영화는 그저 그렇지만 다코타 패닝은 역시 대단하다. 말과 교감을 나누고, 이를 통해 반목 관계에 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패닝의 모습을 보노라면 연기 신동, 연기 기계라는 말이 실감난다. 당초 말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부자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던 이 영화가 다코타 패닝의 합류로 부녀가 주인공으로 바뀌었다는 사실 역시 영화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있는 지 알려준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다코타 패닝에게 아역 배우 운운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다. 다코타 패닝은 아이의 얼굴을 빌려 쓴 어른이다. 특히 패닝은 매컬리 컬킨도 아니며, 문근영도 아니다. 오늘날의 다코타 패닝을 있게 한 영화 `아이 앰 샘`의 한 장면. 지능이 낮은 장애인 아버지를 둔 꼬마 루시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아버지에게 양육 부적합 판정을 내리자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다. 아버지와 잠시라도 떨어져선 살 수 없는 루시는 "이렇게 행복한데 왜 같이 살 수 없어?"라고 읇조린다. 아무리 상투적이라고 해도 이 영화를 본 사람치고 이 장면에서 눈물 훔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바로 다코타 패닝의 힘이다. 이제껏 공연한 상대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11살짜리 요물의 연기력이 더욱 돋보인다. `아이 앰 샘`의 아버지는 숀 펜, `숨바꼭질`의 아버지는 로버트 드 니로, `우주전쟁`의 아버지는 톰 크루즈, `맨 온 파이어`의 유사 아버지는 덴젤 워싱턴이다. 그러나 패닝의 연기는 이 유명한 배우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으며 오히려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를 능가한다. 같이 공연하면서 대배우들의 에너지와 재능은 물론, 그 영혼까지 모두 빨아들인 것 아닐까 싶을 정도다. 관객 동원력은 연기력 못지 않다. 잘 알려진대로 최근 할리웃에서 영화 흥행수입 성적이 가장 좋은 배우는 줄리아 로버츠도 아닌, 니콜 키드만도 아닌 바로 다코타 패닝이다. 패닝은 지난 4년간 `아이 엠 샘`, `우주전쟁`, `숨바꼭질` 등 총 12편의 영화에 출연해 모두 6억473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흥행 수입을 올렸다. 9편에 출연해 5억8550만달러를 끌어모은 줄리아 로버츠나 11편에 출연해 4억9690만달러의 흥행성적을 거둔 니콜 키드만도 앞질렀으니 말 다 했다. 이런 다코타 패닝에게 일찍 성공한 아역 배우들이 흔히 겪는 슬럼프, 마약중독 등등을 거론하는 것조차 불경한 일이 될 것 같다. 그보다 이제부터 할리웃의 탑 스타들이 모두 아버지나 보디가드 역할로 다코타 패닝과 호흡을 맞추게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든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파란 눈동자, 가냘픈 금발, 혈관이 비쳐나도록 창백한 피부를 지닌 이 꼬마를 만난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
2005.11.01 I 하정민 기자
  • "5월은 푸르구나"..어린이날 행사 `풍성`
  • [edaily 김춘동기자] 어린이날인 5일 전국에서는 다채롭고 풍성한 축하행사가 열렸다. 주요 공원과 놀이동산 등은 하루종일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맑고 화창한 5월 하늘도 어린이날을 함께 축하했다.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는 청계천 그림그리기와 철사공예 배우기 등 어린이들이 직접 참가할 수 행사가 준비돼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더운 날씨 탓인지 분수대 근처에 모여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는 3만여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민간 항공클럽과 육해공군 항공대가 참가한 가운데 하늘축제가 열렸다. 항공기 30여대와 스카이다이버 10여명이 곡예비행과 함께 연막비행, 스카이다이빙 등 에어쇼를 펼쳐 탄성을 자아냈다. 서울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에서는 외국인노동자 자녀와 한국 어린이들이 함께 하는 `무지개 축제`가 열렸으며, 능동 어린이대공원과 잠실 롯데월드 등 공원과 놀이동산에서도 `러시아 유로댄스`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서울과 대전 광주 등 8개 도시에서는 아름다운가게 주최로 경제상식과 함께 환경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 벼룩시장인 `병아리떼 쫑쫑쫑`이 열려 어린이들이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장애아동과 소년소녀가장, 울릉도 어린이 등 45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주먹밥 만들기와 줄다리기 등의 행사를 함께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지역 특색에 맞는 행사들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세계 도자기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이천과 광주, 여주에도 10만여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도자기인형 뮤지컬과 어린이 난타공연 등이 펼쳐졌다. 전북에서는 `1000인분 어린이 비빔밥 큰 잔치`와 `전통문화 사랑 어린이 사생대회`, `춘향골 어린이 민속 큰잔치`, 야외 무료 영화상영 등의 행사가 마련됐다. 제주도 제주민속촌에서는 민속놀이 체험전이, 경남 낙동강 하구 을숙도 대운동장에서는 신석기시대 조개목걸이 만들기와 낙동강 환경사진전 등이 열렸다. 전국 대부분의 박물관과 전시관, 기념관 등에서는 이날 하루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문을 열었다. 한편 이날 고속도로를 비롯해 행사장과 놀이공원 주변에서는 하루종일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서울 상암동 올림픽 공원주변과 어린이대공원 주변이 차량과 인파들로 혼잡을 빚은 것을 비롯해 용인 에버랜드로 입장하는 영동고속도로 마성 나들목과 국제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고양 한국국제전시장 주변 서울외곽순환도로 역시 차량들로 넘쳐났다.
2005.05.05 I 김춘동 기자
  • `꽃`의 시인 김춘수씨 타계.."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 [edaily 경제부] 한국시단의 원로 모더니스트, 대여(大餘) 김춘수 시인이 29일 오전 9시께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82세. 김 시인은 지난 8월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분당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투병생활을 해왔다. 경남 통영 출신인 김 시인은 일제시대에 일본에 유학, 니혼대학 예술학과 3학년에 재학중 중퇴하고 귀국후 중·고교 교사를 거쳐 경북대 교수와 영남대 문리대 학장을 지냈다. 81년부터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해왔으며 제 11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작품으로는 `구름과 장미`(48년)에 이어 `꽃의 소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처용단장` `쉰한편의 비가`등 25권의 시집이 있다. 부인 명숙경씨와는 5년전 사별했으며 유족으로는 영희, 영애, 용묵, 용욱, 용삼 등 3남2녀.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고 발인은 12월1일 오전10시. 02)3410-6905(29일). 0203410-6915(30일)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2004.11.29 I 경제부 기자
  • (전문)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사보인터뷰
  • [edaily 조진형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 연초에 사보 기자들과 동숭동 현대엘리베이터 사옥에서 인터뷰한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일년이 되다니 오래된 일 같은데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났네요. 작년 11월에 정몽헌 회장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일선에 나섰을 때는 막막함과 절박함 뿐이었습니다. 남들은 평생에 한번도 겪기 힘든 일을 짧은 시간에 다 겪었거든요. 하지만 현대그룹 전 임직원들이 일심동체 되어 열심히 일해주고 뛰어주신 덕분에 오늘 이 자리를 다시 갖게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자리를 빌어 현대그룹 전 임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경영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입니까? - 최근 몇해 동안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실추되었던 현대그룹의 용기와 자부심을 다시 일깨우는 일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경영권 안정화를 이뤄냈고, 그 바탕위에 현대그룹 임직원들은 단합하고 결속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해낸 일 중에 가장 보람을 느끼고 있는 점입니다. 이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현대그룹 신입사원 수련대회도 부활시키고,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0년 현대그룹 중장기 미래비전’을 발표하는 자리도 가졌습니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국내외 직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그룹의 비전을 공유하도록 한게 다소 아쉬운 점입니다. 앞으로 수익위주의 내실경영을 통해 그룹의 규모와 위상을 재계 10위권내로 진입시키면 8천여명의 전 임직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현대그룹의 새로운 핵심가치와 비전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현대그룹 전 임직원들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현대 특유의 용기와 자부심의 불꽃을 피우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8월 현대그룹 비전 선포식에서 현대그룹의 용기와 자부심을 강조하셨습니다. 현대그룹의 용기와 자부심과 현대그룹 경영이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현대그룹은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발전사와 그 성장을 같이해온 대한민국 대표기업입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현대그룹의 창업주이신 정주영 명예회장과 그 뜻을 이어받은 정몽헌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창업정신으로 기업을 일구어 오셨습니다.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주저했을 때 항상 멀리보고 크게 생각하면서 누구보다도 먼저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했고,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500원짜리 지폐 한 장과 미포만 지도만 달랑 들고 그리스 선주사와 영국의 투자자를 설득시켜 배들 만들기 시작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지요. 뿐만 아니라 분단 반세기만에 소떼몰이 방북을 통해 남북화해와 협력의 경제협력을 활성화 시킨 것도 현대그룹만이 할 수 있었던 큰 업적들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 현대그룹은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내는 저력있는 기업입니다. 현대그룹의 창조적 예지, 적극의지, 강인한 추진력이라는 무형의 정신적 가치기준을 바탕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 유형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현대그룹 특유의 진정한 용기이며 자부심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60년간 쌓아온 현대그룹의 용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꿈과 희망을 향한 도전과 창조적 예지로 풍요로운 내일을 창조한다"라는 경영이념을 제시한 것입니다. 현대그룹의 꿈과 희망은 지난 60년 동안 이어온 한국경제발전사를 이끌어온 현대그룹의 용기와 자부심을 계승 발전시켜 지속적인 이윤창출을 실현시키면서 온 국민이 다 함께 잘 사는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현대그룹의 경영비전은? - 올해의 경영실적은 전 계열사가 매우 양호한 편입니다. 해운경기 호조에 따라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에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2,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시켰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는 각각 215억원, 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었습니다. 현대아산의 경우 남북경협사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직까지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지만, 금강산 육로관광으로 관광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개성사업(개성공단사업, 개성관광 등)도 단계적으로 구체화되고 있어 점차적으로 사업의 수익성을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또 현대증권의 경우는 일임형랩 등 자산관리 상품 개발로, 현대경제연구원의 다양한 경영컨설팅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잘 될 때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미래의 성장동력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대는 2005년부터 2010년까는 총 6조7000억원을 신성장사업 육성에 투자하고, 2010년에는 매출액을 20조로 확대해 재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경영비전을 정하고 현대그룹이21세기형 첨단제조 및 서비스기업으로 세계정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룹의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을 겪으면서 언론에서 회장님을 여장부라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무척 힘드셨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 저도 제 자신에게 속배짱이 있다는 것을 지난해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침착하다는 얘기를 듣는 편이지요. 특히 지난해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순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아직도 중요 사안에 대해 최종결정을 내릴 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럴때마다 제가 정몽헌 회장의 빈자리를 제대로 메꾸고 있는지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회장님 취임후 각사별로 기업문화가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연초에 사보인터뷰때 말씀하신 대로 신바람나는 일터를 만들어 가려고 각사가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룹의 기업문화 활성화에 대한 회장님의 견해는? - 현대그룹은 각사의 독립경영과 책임경영 체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룹의 정신적 가치기준과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각 계열사 임직원들이 함께 모여 어울리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신바람나는 일터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형식적인 모임이 아니라 축구, 농구, 볼링 등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각 계열사의 동아리 연합모임을 만들어 그룹의 기업문화를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또 그룹내 동아리 커뮤니티를 온라인상에 만들어 각 계열사 임직원들이 on-off 상에서 쉽게 자주 만나 단합하고, 서로의 정보교환을 나누는 장을 육성해 나가는 것을 그룹차원에서 적극 독려해 나갈 것입니다. 각사별 경영상황이 좀더 좋아지면 그룹차원의 체육대회도 부활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향후 현대그룹 경영권 문제는 어려움이 없나요? -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 했고, 주력사인 현대상선(011200)의 지분도 우호세력에게 매각했기 때문에 지분구조상 경영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가 여전히 KCC이고, 현대撰굼?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져 M&A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경영진들은 임직원 모두가 경영 외적인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경영권 안정화에 만전의 준비를 해 놓고 있는 만큼 임직원들은 안심하시고 기업활동에 전념하시면 됩니다.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은? - 정주영 명예회장님과 정몽헌 회장을 가장 존경합니다. 일부에서는 명예회장님을 저돌적이라고 표현하지만 명예회장님께서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고민하셨습니다. 일단 결정하신 사항에 대해서는 강하게 추진해 나가셨지요.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명예회장님께서는 모든 일을 추진하실 때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셨습니다. 또 저의 남편인 정몽헌 회장은 실무진들의 권한과 책임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합리적인 경영인이셨습니다. 최고경영자로서 중대사항을 결정하다 보면 가끔 전문경영인들과 의견이 틀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 정몽헌회장은 밀어부치기식의 권위적인 지시 보다는, 전문경영인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절차를 이끌어 내셨다는 이야기를 주변분들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철두철미한 분석력, 창조적인 아이디어, 강인한 추진력과 정몽헌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경영스타일이 잘 어울어 지면 훌륭한 기업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대그룹의 인재상은? - 올 8월 현대그룹 신입사원수련대회때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던 신입사원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신입사원들의 젊은과 투지가 담긴 눈빛을 보면서 저는 현대그룹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꼈답니다. 현대그룹을 이끌어갈 인재라면 창조적 정신과 강인한 추진력을 지녔으면 합니다.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에 잘 적용시켜 실천해 나가는 뛰어난 인재를 의미하지요. 또 도덕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사회,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시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현대그룹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열심히 생활하며 절실히 원하거나 기도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임직원들께서도 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항상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해 여러분들의 뜻을 펼쳐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가정의 건강과 사랑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현대그룹 신입사원 수련대회때 신입사원들과 어울려 산행과 배구도 하시고, 여흥시간에는 노래와 춤까지 보여주셨는데 평소 건강관리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어떤게 있으신가요? - 친구 혹은 자녀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에 학교 운동장 같은 곳을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엔 업무로 인해 많은 분들과 저녁약속을 하다보니 걸을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어 아쉽습니다. 최근엔 아이들이 몸관리도 하라고 난리입니다. 특별히 건강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골프를 권하고 있는데 아직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 8시 30분쯤 출근해 신문스크랩을 보면서 사회적 이슈를 체크하고, 9시부터 오전까지는 사장단회의, 영업본부장회의, 재무본부장 중역회의 등을 주재합니다. 오후엔 주로 외부 손님들을 만나고 저녁 6-7시 사이에 퇴근합니다. ◇세계경영연구원에서 공부하고 계시다는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지요? - 세계경영연구원에서는 GE의 강석진회장, 국제변호사 출신인 전성철 이사장 등이 주요 강사진이기 때문에 경영이론 보다는 기업 경영에 대한 다양한 실무 경험에 대한 강의를 주로 듣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읽으신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 최근에는 책이 손에 잡히질 않아서 머리를 식힐 겸 집에 있는 시집을 읽습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덴브라운의 ‘다빈치코드’와 법정스님의 ‘혼자사는 즐거움’ 을 읽을 생각입니다. ◇정몽헌 회장님을 어떻게 만나셨나요? - 저의 부친께서 현대상선 사장으로 계실 때 배 명명식을 위해 울산 현대중공업에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주영 명예회장님을 만났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명예회장께서 저를 먼저 선 보신거라고 하시더군요. 저와 정몽헌 회장의 중매자가 바로 정주영 명예회장님이십니다. ◇좌우명은? - 늘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자”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또 그러한 실수를 통해 하나씩 더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그 순간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의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종교는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어디서 정신적인 도움을 받으시나요? - 종교는 없는데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종교에 대한 선입견 없이 교회, 절, 성당 등을 찾을때가 있는데 언제 어디에서든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종교는 없지만 저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늘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교육관은? -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작은 봉사라도 직접 실천하는 자세를 갖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취미는? - 그림·영화(유럽영화) 감상, 사진찍기, 스포츠댄스, 기체조 등 입니다. ◇문화생활을 하시나요? 주로 누구랑 같이 가시나요? - 그동안 너무 바뻐서 문화생활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다 최근에 공연을 몇편 봤습니다. 터어키 밸리댄싱, 영화 ‘연인’과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를 재밌게 봤습니다. 정몽헌 회장이 영화를 좋아해서 부부동반으로 영사모란 모임을 갖고 있었어요. 회장님이 돌아간신후 혼자서 참여하기 힘들었는데 최근엔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같이 영화를 보러갑니다. ◇제일 아끼는 소장품은? - 종교는 없지만 외할아버지께서 주신 불상을 침대 옆에 두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소장해서 그런지 그 불상이 저를 지켜 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될때가 많습니다. ◇제일 잘 만드는 요리는? - 스파게티, 샤브샤브, 치즈퐁듀를 잘 만들어요. 정몽헌 회장이 살아생전에 한식만 좋아하셔서 이런 요리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애창곡은? - wax의 ‘여정’,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전윤아의 ‘너를 사랑하고도’, 윤도현의 ‘사랑II’. 집에서 아이들이 음악을 많이 틀어놓으니까 자연스럽게 배운 노래입니다. 최신곡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젊은 감각의 노래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주량은? - 와인 1잔 정도 ◇여성 지도자 중에 존경하는 분은? - 남편을 갑자기 잃고 사업을 이어받아 기업을 훌륭하게 발전시켜 나가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세계적인 권위지인 위싱턴포스트지의 고 캐서린그레이엄 여사, 애경의 장영신 회장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한 여성CEO로 서기까지 그분들의 삶을 통해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경영포럼에서 대한전선의 양귀애 회장을 만나서 친해졌는데 배울점이 많은 좋은 분이십니다. ◇현대그룹은 사업구조상 남성적이고 보수적이란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여성회장님으로서 여직원들에게 당부해 주고 싶은 말은? - 예전엔 여직원들이 시집가기 전에 직장생활을 한다고 생각을 스스로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여성들도 확고한 직업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 일에서 성공할 수 있고, CEO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봐도 여성 국회의원도 많아지고, 능력있는 여성들의 사회진출도 다양하게 이루어져 여성들의 역할이 다양한 방면에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그룹도 여성회장이 나왔으니까 앞으로 많이 변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2004.10.29 I 조진형 기자
  • (전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국회 연설문
  • [edaily 공희정기자] 다음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 전문이다. 이제 정쟁을 끝내고 민생을 살려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저는 지금 백척간두에 선 위태로운 이 나라를 생각하며 단상에 올랐습니다. 실업자들의 피맺힌 절규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농어민들의 절망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지난 7월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여야가 함께 노력해서 국론을 통합하고 국가발전에 나서자고 건의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그때 지적한 것이 하나도 고쳐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오늘 또 다시 정부의 국정운영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다는 것이 저로서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비록 듣기 불편하시더라도 나라가 위태롭고, 국민이 그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평범한 우리 국민들의 삶을 민생이라고 합니다. 바로 그 민생이 지금 무너지고 있습니다. 민생이 무너지는 것은 나라의 기둥이 무너지는 것과 같습니다. 민생파탄으로 분노하는 민심은 폭발 직전입니다. 이 절망의 상황이 너무나 위태롭지 않습니까? 돌이켜 보면 어렵던 지난 시절에도 꿈은 있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꼭 올 거라는 그런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국민들이 흘린 땀이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소중한 대한민국이 꿈이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희망이 없다” 국민의 70%가 이런 절망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국민의 희망을 빼앗아 가버린 것입니까? 우리는 그것을 찾아내서 국민을 고통 속에서 구해내야 합니다. 국민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국정의 우선순위부터 바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수도이전,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신문법, 사립학교법 등 때문에 민생경제를 살리는 정치 본연의 역할이 실종되고 있습니다. 국민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먹고사는 문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수도이전이나 4대 법안이 어떻게 국정의 우선순위가 될 수 있으며, 분열과 후퇴를 가져오는 법안이 어떻게 개혁입법이라는 말입니까? 개혁이 무엇입니까? 역사의 진보를 가져오는 것이 개혁입니다. 발전과 통합을 가져오는 것이 개혁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21세기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개혁입니다. 국민의 안보불안, 체제불안을 해소하고 법치를 확립해서 국민을 편하게 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것이 바로 개혁입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반동안 현 정부의 소위 ‘개혁’ 정책을 체험했습니다. 그 체험은 한마디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개혁이 아니었습니다. 국민들은 두 편으로 갈렸고, 극렬한 편 가르기의 폭풍우 속에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쓰라린 증오의 상처밖에 없습니다. 나라가 가야 할 길이 있는데 정권이 그 길을 외면할 때, 야당에게는 이를 바로잡아야 할 분명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 정권이 민생을 외면한 채 고집스럽게 매달리고 있는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한나라당은 나라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비장한 각오로 대응할 것입니다. 정부 여당이 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먼저 정부 여당은 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더 이상의 논쟁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는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입니다. 누구보다 헌법을 존중해야 할 대통령이 “헌재 결정으로 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되었다, 앞으로 국회의 입법권이 헌재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질서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 하신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께 묻겠습니다. 국회의 헌법상 권능을 그토록 존중한다면, 지난 3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계신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을 때, 공정한 재판이라고 칭송하신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제 와서 수도이전 위헌결정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입니다. 수도이전 문제로 인한 혼란은 한나라당에도 책임이 있지만, 더 큰 책임은 정략적으로 수도이전을 무모하게 밀어붙인 대통령과 현 정권에게 있습니다. 야당과 언론이 국민공감대 형성과 타당성 검토 후에 추진할 것을 그렇게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이전을 강행해서 엄청난 예산낭비와 공무원 동원 등 국가자원을 낭비하면서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국력을 소비했습니다. 이번 일은 국민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국민 앞에 다짐해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회에 &65378;국가균형발전과 지방살리기 특별위원회&65379;를 만들어 원점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계기로 정부 여당은 지난 1년 반의 국정운영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현 정권의 이념과잉, 정치과잉은 지난 1년 반 동안 실패했습니다. 국가를 발전시키지도 못했고, 경제를 살리지도 못했고, 국론을 모으지도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을 확인했을 때는 고칠 줄 알아야 합니다. 계속 잘못을 반복해서 완전한 파탄으로 갈 것인가, 잘못을 인정하고 나라를 살리는 길로 갈 것인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현 정권이 옳은 길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올바른 결단을 내리면 국민은 비난보다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역사의 평가도 클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현 정권이 추진하려는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법, 신문법, 사립학교법 등 4대 법안은 국민을 편가르기하고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 법들이 도대체 민생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상관이 없을 뿐더러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의 체제까지 무너뜨리면 민생을 살리는 일은 더욱 불가능합니다. 여당의 주장대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거리 거리에 인공기가 날려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주체사상을 가르쳐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돈을 받고 친북활동을 해도 죄가 되지 않습니다. 목숨을 바쳐 지켜온 이 나라인데, 지금도 60만 국군이 피와 땀으로 지키고 있는 이 강토인데, 어떻게 이런 일들을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이 정권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한다면, 우리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저는 당의 대표로서 그 결연한 투쟁의 선봉에 서 있을 것입니다. 여당이 제출한 신문법, 사립학교법, 과거사법도 국민을 분열시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언론개혁은 표현의 자유가 신장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보호받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여당 안은 공정거래법까지 무시하면서 일부 신문에 대해서만 핍박을 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신문을 저주하고 탄압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권력의 지시를 따르겠습니까? 사립학교 일부의 문제를 마치 전체의 문제인 양 과장하면서, 학교를 이념교육의 장으로 몰아가려는 사립학교법도 철회되어야 합니다. 사립학교의 운영은 건학이념에 충실하도록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사립학교에 부조리가 있다면 그것을 방지하는 제도적 보완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여당이 지금 제안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편향적이고 위험한 요소가 많아서 찬성할 수 없습니다. 과거사 문제 역시 정치적인 목적으로 재단해서는 안됩니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의해서 공정하게 조사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후세에 엄청난 책임과 혹독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서민들이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민생을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살리는 것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제 국민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살리는 데 역행하는 모든 일들은 다 중단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듯한 모든 정책과 법안은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이 정권에게 분열과 갈등의 4대 법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 후에 국민대화합으로 민생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와 야, 노와 사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양보할 것을 양보하고, 국민대화합과 국가경쟁력을 위해 전 국민이 참여하여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는 ‘국민대협약’ 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금 여야가 함께 이런 것을 논의해야 합니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모든 행위를 일체 중단하고, 정치권은 국민의 세금부담과 기업규제를 파격적으로 줄이는데 힘을 모으고,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최대한 힘써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기업가정신과 근로정신에 불을 붙여야 합니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무너져 내리는 국민을 살리고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모두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나라가 잘못된 후에 누구를 탓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 모든 것이 대통령과 여당이 선택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올바른 선택을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지난 1년만에 18위에서 29위로 추락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세계 경쟁국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기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성장잠재력은 그 추락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1980년대까지 7~8%였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 수가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민생파탄을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성장이 없고 일자리가 없고 소득이 없는데, 분배와 복지를 위해 쓸 돈을 어디서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처럼 정부가 매년 적자를 감수하고 빚을 내어 돈을 써본들, 그런 방법으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잃어버린 10년’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의 아픈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저와 한나라당은 경제와 교육과 안보 -- 이 세 가지에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근본적이고 실용적인 國家改造에 나설 것입니다. 경제와 교육과 안보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안보와 교육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경제가 살아야 안보와 교육이 삽니다. 그리고 그 최종의 목표는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 일은 정파와 이념, 그리고 정권의 임기를 떠나 ‘위대한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국가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 高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무엇보다 우리 경제를 고성장의 길로 방향전환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문제를 넘어 심리적인 좌절로까지 악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합니다. 우리 경제가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는 정부당국자의 지적처럼,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하지 않고, 자본과 설비는 해외로 도망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자유를 확대하는 길뿐입니다. 지금처럼 이대로 가면 모두가 가난해 지는 날만이 우리를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65378;작은 정부, 큰 시장&65379;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모든 정책의 초점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취직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 데 맞춰져야 합니다. 외형의 성장이 아니라 내실의 성장을 위해, 핵심기술, 핵심제품, 핵심기업을 최대한 길러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 모두가 절실히 원하는 ‘성장과 분배의 善순환’ 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복지와 분배를 경시하고 노동의 기본권을 억압하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고성장을 달성하여 국민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최대한 만들어 드리는 것이야말로 경제적 약자를 돕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경제의 초석은 역시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의 몇몇 기업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왔습니다. 세계 일등의 기술과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제 위치를 잘 지켜나가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기업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하고 있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출자총액과 같은 규제를 그냥 두고 규제완화란 목청만 높이니 누가 믿겠습니까? 기업규제, 수도권규제, 서비스규제 등 모든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합니다. 정부조직을 과감하게 줄여야 불합리한 규제가 줄어듭니다. 방만한 정부행정조직을 수술하여 규제를 줄이는 것이 정부혁신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책임도 없이 정책혼선만 야기하는 각종 위원회를 대폭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도탄에 빠진 국민들의 생계를 도와주고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과감하게 세금을 낮춰야 합니다.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해야 합니다. 택시, 장애인용 LPG 특소세와 가정용 프로판가스의 특소세를 없애야 합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소득세, 법인세와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3년간 면제해야 합니다. 소득세, 법인세도 추가적으로, 단계적으로 더 낮춰야 합니다. 부동산정책도 당연히 재검토해야 합니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거래세는 낮춰야 합니다. 시장의 정상적인 거래마저 없애버린 부동산정책은 더 이상 정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국가의 재정도 일대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이번 결산심사와 국정감사를 통하여 우리는 정부와 산하기관, 그리고 공기업들의 극에 달한 도덕적 해이와 엄청난 예산낭비를 확인했습니다. 국민 혈세를 철저히 감시하고 국민의 예산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재정제도의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조세법률주의, 지출법률주의, 통합예산,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회주도의 독립된 감사 등의 원칙을 확립하여 행정부의 예산편성과 집행을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선진국 수준으로 국회의 재정통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국가건전재정법’을 제출할 것입니다. 이 법으로 불요불급한 예산낭비, 정부와 산하단체의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통제하여 국민의 세부담을 줄이겠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예산주권을 되찾기 위해서 국회의 예결특위를 상임위원회로 만드는 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 예산만 보더라도 정부는 6조 8천억원의 적자국채를 계획하고 있는데,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7년째 통하지 않는 정책입니다. 정부 여당이 생각하는 한국판 뉴딜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만 바꿔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마약과 같이 일시적 효과만 있고 국가재정을 멍들게 합니다. 2005년 예산은 ‘작은 정부, 경제 살리기, 그리고 국민부담 감소’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회가 철저히 심의해야 합니다. 중기재정계획도 이 원칙에 맞추어 다시 작성할 것을 정부에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중소기업의 대량도산사태를 막는 것이 매우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은 수도 없이 문을 닫고 있는데, 금년 8월까지 약 8조원의 기업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산업공동화방지법을 제정해서 중소기업들의 해외도피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극심한 내수부진 때문에 도산하지 않도록 중소기업 금융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내 부품과 소재산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가능합니다. 핵심부품과 소재산업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는 부품소재산업정책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우리 경제가 ‘연기금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봅니다. 정부는 국민재산인 연기금이나 산업은행의 공적 자금을 주식과 부동산투자에 동원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면서 정작 국가 자신은 공공자금으로 금융과 기업을 지배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거대한 국가독점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민생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의 문제는 일거에 해결하기 힘든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금융시장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대한 유인시책을 써야 합니다. 카드대란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카드대란에 대한 국정조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저소득층의 생계유지가 너무나 힘든 상황입니다. 실업과 빚, 그리고 가족해체 때문에 파탄상태에 이른 한계가정과 소년소녀가장의 생계를 도울 수 있는 복지예산을 확보하겠습니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기초생활보호대상자를 확대하고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합니다. 요금체납 때문에 겨울철에 전기, 수도가 끊기는 가구에 대해서는 정부가 해당공기업과 협의해서 한시적인 지원시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하여 기업에게 세금감면과 장려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기업에게 고용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시장개방을 앞두고 시름만 깊어가는 농어촌을 위해 정부는 직불제 확대, 농어촌의 복지&8231;의료&8231;교육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을 용돈제도로 만들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상,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나누어 모든 국민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1인 1연금 제도를 도입해서 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습니다. 국민연금을 납부해온 신용불량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장기저리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반환일시금 제도’ 를 개선함으로써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고 이 분들이 재기의 희망을 갖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런 정책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정권의 국정철학입니다. 그것이 바뀌지 않으면 경제는 결코 살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외국 언론에서도 지적했듯이, 현 정권이 4대 입법과 같은 좌파적인 노선을 철회하지 않는 한 경제회복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지적에 대해 반성보다는 신경질적인 반응만 보인다면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되기만 할 것입니다. ▲ 교실붕괴를 막고 공교육을 살려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날 우리 교육은 (1)하향평준화 (2) 정치와 이념의 과잉, 그리고 (3) 교육자율을 가로 막는 관치교육이라는 세 가지 중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해결하지 않고는 교육의 미래도, 국가발전의 미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향평준화’를 ‘상향평준화’로 바꾸어야 합니다. 잘하려는 학교와 대학을 끌어 내릴 것이 아니라 마음껏 잘 하도록 자유와 자율을 대폭 허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대학의 학생선발권과 대학운영권을 대폭 자율화해야 합니다. 또한 자립형 사립학교와 자립형 공립학교도 대대적으로 허용하여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낙후된 교육부문을 위하여 ‘교육안전망’을 구축해야합니다. 낙후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투자가 시급합니다. 저소득, 저학력 학생들을 지금처럼 방치해서는 학력의 세습과 빈곤의 악순환을 막을 수 없습니다. 교육에서 ‘정치과잉과 이념의 거품’을 걷어내야 합니다. 지난 역사교과서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의 장이 편향된 이념과 역사관을 심어주는 데 이용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교육문제를 빈부대결로, 역사문제를 외세와의 대결로 몰아가는 편향적 시각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교원단체와 교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더욱 엄격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교육정책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데 정책의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학생중심의 교육’을 목표로 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입시를 위한 ‘학생들 간의 경쟁’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학교들 간의 경쟁’과 ‘교사들 간의 경쟁’이 일어나야 합니다.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한 교육경쟁이 일어나게 하려면 정부가 교육현장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규제하는 ‘관치교육’부터 철폐하여야 합니다. 관치교육 때문에 현장에서 학생중심의 교육을 위한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혁신과 변화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관치교육 하에서는 학교간, 교사간 교육경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해결할 문제가 산적한데 교육부와 학교는 변화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입시제도만 수시로 바꾸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2005년도 입시안도 시행해보기 전에 2008년의 입시안을 졸속적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교육현장의 갈등을 조장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등 3不정책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오늘의 교육 고통을 해결할 정책다운 정책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도대체 내신 성적 부풀리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대학입시의 정상화가 되겠습니까? 연좌제 같은 고교등급제는 문제이지만 객관적 평가에 의한 학생 개개인의 학력격차까지도 은폐한다면 어떻게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학생선발을 할 수 있겠습니까? 대학에 학생선발권의 자유를 주고 그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토록 하는 방법이외에 어떠한 대안이 있겠습니까? 21세기 교육선진화와 상향평준화를 위하여, 그리고 교육자율의 대폭적 확대와 책무성 강화를 위하여 큰 결단들을 내려야 합니다. ▲ 안보에 대한 국민불안을 해소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한나라당은 남북문제가 잘 풀려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간에 교류협력이 원활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국민의 생존이 걸린 국가안보가 비상사태입니다. 한반도 평화의 사활이 걸린 북한 핵문제는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의 대량살상 위협도 매우 심각합니다. 휴전선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와 방사포의 군사적 위협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의 군사력은 과소평가하고, 우리의 방어능력은 과대평가하면서 자주국방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근거없는 낙관론과 안이한 대응, 그리고 이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보불감증입니다. 국가안보는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1%가 아니라 0.1%의 위험도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국가안보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입니다. 북핵문제를 해결한 후에야 비로소 북한의 연착륙과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북핵문제가 구조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대통령의 안이한 생각에 저희 한나라당은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데 실질적인 결실을 맺는 회담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튼튼한 한미동맹은 필수조건입니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 더 이상 감상적인 친북반미감정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면서 손상된 한미신뢰관계를 이성적으로 복원하는 새로운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 대선이 끝나는 대로 한미 양국은 &65378;한미 新안보선언&65379;을 채택해서 양국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안보를 위한 공동보조를 약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테러에 대비하고, 반테러 국제협력에 동참하는 것도 안보를 위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무차별적인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재외국민과 해외파병장병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정부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테러관련 업무를 통합하면서 테러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북한주민의 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인 접근을 해야 합니다. 미국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주민의 인권개선과 인도적 지원에 그 목표가 있는 것으로서, 우리 국회가 먼저 했어야 할 일입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주민의 인권 신장과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하여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정치권은 국민 여러분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그리고 저희 한나라당은 국민 여러분께 많은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사과하는 정치, 잘못된 정치를 하지 않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서 비바람 속에서도 피어나는 들꽃처럼,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워 주십시오. 숱한 고난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내는 우리의 아버지&8228;어머니처럼, 소중한 시장경제를 지켜주십시오. 그래서 건강하고 풍요로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어우러진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넘겨주십시오. 저와 한나라당이 언제나 맨 앞에서 두려움 없이 서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터로 향하는 국민 여러분의 발걸음에 역동과 활력이 넘치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10.27 I 공희정 기자
  • (가판분석)7월23일자 조간신문 주요기사
  • [edaily 김윤경기자] ◇헤드라인 -조선: 美하원, 北 인권법 만장일치 통과 -동아: 1000만원이상 세금 체납자 국세청 계좌추적 추진 논란 -한국: `국가 정체성` 충돌 -한겨레: 한국도 `무더위 사망` 위험지대 -경향: 도시민 농지소유 내년 무제한 허용 -한경: 집 2채 이상 보유 17민8천명..내년 재산세 446% 오른다 -매경: 수도권 다주택보유자 17만명..재산세 내년 3배이상 증가 -서경: 집 富者 세금 30% 이상 는다 주요기사 -종합토지세 누진구조 강화..조세硏 `부동산 소유세 개편안`(전 조간) -한국경제 `양극화` 전방위 확산..한은 보고서(전 조간) -"한국, 한미은행등 줄줄이 파업..동북아 금융허브는 꿈"-AWSJ(조선) -신용불량자 첫 실질 감소(전 조간) -국민銀, 신용따라 대출금리 차등화(전 조간) -DTV 구입자금 대출 적금상품 내달 선뵈(전 조간) -스위스식 비밀계좌 서비스 인기(서경) -하나銀, 지주사 설립행보 가속(서경) -위조지폐 갈수록 급증..5년새 10배로(매경, 한겨레) -인터넷 쇼핑몰서 계좌이체로 물건사도 내년부터 소득공제 혜택(전 조간) -삼성 향후 22개월간 출자총액제한 제외(전 조간) -삼성전자-SK텔레콤 `냉기류`..애니콜 신모델 잇달아 KTF에 먼저 공급(전 조간) -"세금 줄이고 경영권 승계" 눈총..주가 낮은 틈 이용, 주식상속·증여 3배(한국) -CEO 보수 매년 공개 추진(전 조간) -단체수의계약제 폐지(전 조간) -"한노총·민노총 가입자 11.6%가 `과보호` 요구` ..박용성 상의회장 "기업 규제완화 목마르다"(서경) -포스코, 열연강판값 인상 `초읽기`..내달께 톤당 500~550弗(서경) -GM대우 임단협 타결..쌍용차는 총파업 돌입(전 조간) -개인정보피해 갈수록 늘어난다(서경) -CJ 생활용품사업 판다..日 라인온사와 최종협상(매경) -최태원 회장 SK(주) 지분확대 추진(매경, 동아) -코오롱 한달째 파업..피해 `눈덩이`(한경) -진로매각 우선협상자 메릴린치증권(전 경제지) -한국 주가수익률 `최하 수준`(전 조간) -소로스 연봉 8700억원..월가 최고(한국 등) -클린턴, 경제성적 1위..포브스 전후 美 대통령 조사 WH부시 꼴찌(서경) -세계 휴대전화시장 `춘추전국시대`(동아) -가출소녀 토막살해 후 불태운 일당 7명 10년만에 잡혀(전 조간) -유영철 "20대 여성 한 명 더 살해"(전 조간) -정치 패러디 네티즌 첫 유죄(전 조간) -`에이즈·간염 혈액` 유통 충격(전 조간)
2004.07.22 I 김윤경 기자
  • 조갑제, "김정일 추종세력과는 타협 불가능"
  • [오마이뉴스 제공] "남북한 무장 대치상황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양식과 선과 악을 놓고 다투는 타협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다." 대표적인 극우논객으로 불리는 조갑제 <월간조선> 발행인 겸 편집장의 행동논리를 결정하는 상황인식이다. 조 편집장은 2일 발행된 <조선노보>에서 김정일 추종세력과의 타협 불가능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또 "기자는 대부분 사안에서 관찰자여야 하지만 김정일 세력에 대해서는 관찰자로서만 남아있을 특권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국 언론은 위기의 본질을 직시할 안목과 용기를 잃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정확한 말쓰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신념이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조 편집장의 이같은 주장은 김성현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가 지난 3월 19일자 <조선노보>에 조 편집장의 지나친 선동가적 행태를 비판하자 반박성 답글을 실으면서 이뤄졌다. 그는 김성현 기자의 비판과 관련, 상당부분 자신이 한국 상황을 본질적으로 인식하고 정확한 용어로써 전달하려고 하는데 대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그는 "언론자유는 기자 개개인이 지켜내는 것"이라는 안병훈 조선일보 전 부사장의 퇴임사를 인용한 뒤 "기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그는 "處變不驚"(처변불경:상황이 변해도 놀라지 않음)을 강조하고 "놀라지 말고 겁먹지 말고 눈감지 말고 우리도 사실의 무기를 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자는 관찰자"라는 평소 지론과 관련, 김정일 추종세력에게는 예외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월간조선의 두 기자가 탈북해 중국에 숨어지내던 납북어부들을 관찰(취재)하다가 그들을 아예 조국으로 데려와버렸다"며 언론의 정수를 보여준 것이라고 칭송했다. 또 자신이 "시민운동가"로 비쳐지도록 한 글들은 거의 전부가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에 대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신념이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기자도 이념으로 무장해야 좌익선동 실체 읽을 수 있다" "조선일보-월간조선의 기자됨은 고통이자 영광이고 행운"임을 전제한 그는 조선일보가 민족지임을 강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85년간 같은 역사적 업적을 남긴 예가 세계 언론사상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를 잃었던 일제시대 조선 동아가 우리의 정부였다"며 "이승만에서 전두환까지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조선 동아가 굴종했다는 식으로 비난한 것만큼 천박한 사실왜곡은 없다"고까지 비유했다. 또 그는 현재 언론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선 6.29선언 이전 기자들이 독자들과 함께 싸워서 얻어낸 언론자유를 선동기관으로 전락한 어용방송·친북언론들이 공짜로 누리면서 공동체 파괴에 쓰고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반민족-수구세력인 김정일과 추종자들을 "진보"로 추켜주고, 한국의 정통주류세력을 "수구-보수"로 격하하는 언론의 용어선택을 다음 과오로 제시했다. 그는 기자들의 정확한 용어선택은 독자들이 상황을 직시하도록 해주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말과 글로써 먹고사는 기자들이 좌파 선동가들의 말장난에 넘어가 正名(정명)의 문법을 버림으로써 국민들 판단력을 흐려버린 과오는 "천황만세!"보다 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기자도 이념으로 무장해야 좌익선동의 실체를 읽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엄중한 충고이다. ◆다음은 조갑제 편집장이 <조선노보> 2일자에 쓴 반론 전문이다. 김성현 기자의 글을 유럽 여행 중에 읽었습니다. 고마운 글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을 헌책방에서까지 찾아내 꼼꼼히 읽어주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선일보-월간조선 기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민과 불안들을 핵심적으로 제기한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성현 기자는 제가 1980년대에 썼던 기사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라고 좋게 말해주었고, 최근 개인 사이트에 올린 저의 글들을 "완고한 기성세대의 이미지"라고 비판하면서 "기자는 관찰자"여야 하고 "소위 개혁이나 진보에 대해서 더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살고있는 저의 행동논리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인식의 바탕은 이러합니다. "남북한 무장대치상황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樣式(양식)과 선과 악을 놓고 다투는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이다." 국가공동체는 主敵(주적)을 공유하는 관계입니다. 국민의 자격을 갖고 살기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과 그 추종세력을 敵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무를 집니다. 기자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관찰자여야 하지만 김정일 세력에 대해서는 관찰자로서만 남아 있을 특권이 없습니다. 월간조선의 두 기자(金容三-金演光)는 탈북하여 중국에서 숨어지내던 세 명의 납북어부들을 관찰(취재)하다가 그들을 아예 조국으로 데려와버렸습니다. 두 기자의 행동은 언론의 正道(정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언론의 精髓(정수)를 보여준 것입니다. 김성현 기자의 눈에 제가 "완고한 시민 운동가"로 비쳐지도록 한 글들은 거의 전부가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에 대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이 경우에도 저는 "신념이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李穗根(이수근)은 간첩이 아니었다"는 기사를 비롯하여 제가 썼던 많은 용공조작 폭로 기사가 그런 사례일 것입니다. 오늘날 조선일보-월간조선의 기자됨은 고통이자 영광이고 행운입니다. 세계 언론사상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난 85년간 해왔던 것과 같은 비중의 역사적 업적을 남긴 예는 없을 것입니다. 나라를 잃었던 일제시대 조선 동아가 우리의 정부였습니다. 정부가 민족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두 신문이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민족지인 것입니다. 민족의 고민을 조선일보의 고민으로 끌어안고 민족과 함께 상처 받고 민족과 함께 일어섰다는 점에서 민족지인 것입니다. 李承晩(이승만)에서 全斗煥(전두환)까지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조선 동아가 굴종했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만큼 천박한 사실왜곡은 없습니다. 김성현 기자를 비롯한 젊은 기자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언론자유는 1987년 6·29 선언 이전에 일했던 기자들이 독자들과 함께 싸워서 얻어낸 것입니다. 그렇게 쟁취한 언론자유를 공짜로, 그것도 공동체를 파괴하는 데 쓰고 있는 것이 선동기관으로 전락한 지금의 어용방송·친북언론들입니다. 조선일보·월간조선, 그리고 저는 현존 권력과는 긴장관계를, 지나간 현대사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을 늘 유지해왔습니다. 국가공동체의 가치관인 자유민주주의와 민족문화를 수호·계승·발전시키고 조선일보의 언론정신을 이어가는 것-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이러한 민족사적 짐의 무게 때문입니다. 저는 김성현 기자의 글에서 "소위 "개혁"이나 "진보""라고 표기한 것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한국의 언론이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과오는 反民族-守舊(반민족-수구)세력인 김정일과 그 추종자들을 "진보"라고 추켜주고, 세계사적인 진보를 이룩한 한국의 정통주류세력을 "守舊-보수"라고 격하하는 용어선택일 것입니다. 기자들은 그들을 "친북", "좌익"이라고 정확하게 규정할 용기가 없으니 그들이 불러달라는대로 김정일의 전위대 한총련까지도 "진보"라고 표기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피아식별 기능을 마비시킨 기회주의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습니다. 언론이 씌워준 "진보"라는 탈 뒤에 숨어서 前근대-守舊-親김정일 세력들이 벌이고 있는 불법소요는 이제는 "진보적 행동"이 되어 법망까지 피해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성현 기자의 사려 깊은 표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단체가 "반역혐의자"를 "민주인사"라 미화하고 그에게 "안중근 상"을 줄 수 있었던 것도 언론이 이들을 "진보"라고 격려해왔기 때문입니다. 기자의 정확한 용어 선택은 독자들이 상황을 직시하도록 해주는 핵심입니다. 청와대와 국회까지 옮기는 遷都(천도)를 盧武鉉(노무현) 측이 주문하는대로 "행정수도 이전"이라고 써주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수도이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과 글로써 먹고사는 기자들이 좌파 선동가들의 말장난에 넘어가 正名(정명)의 문법을 버림으로써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려버린 과오는 강제된 "천황만세!"보다도 더한 것입니다. 기자도 이념으로 무장해야 좌익 선동의 실체를 읽을 수 있습니다. 理念(이념)이란 "이론화된 신념"이니까요. 김성현 기자는 예술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저질 코미디인 <황산벌>에 대한 저의 영화평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계백과 관창의 황산벌 전투 이야기는 민족의 유산입니다. 195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저 또래의 소년소녀들은 그 비장한 이야기를 통해서 애국심에 눈을 떴습니다. 국민 교육의 소재이기도 한 민족사의 소중한 추억을 우스개 소재로 써먹은 것을 비판한 단 한 사람의 기자가 저라면 쓸쓸한 역사입니다. 신라가 당시의 세계최강제국(唐)을 한반도에서 밀어내고 달성한 삼국통일을 제가 옹호하는 것은, 최초의 민족통일국가 건설과 최초의 국민국가 건설은 같은 민족사적 정통성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통일의 부정은 대한민국 부정으로 直進(직진)하기 십상입니다. 대한민국 건국을 분열정권 수립으로 보는 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2월말 기자 회견에서 "남북한이 지방정부가 되는 국가연합 방식으로 통일하되 수도는 개성으로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 헌법이 규정한 영토조항과 통일방안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사실상 북한정권의 연방제 적화통일방안의 핵심 내용을 수용한 놀라운 발언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月刊朝鮮 이외의 어느 언론도 대통령의 이 反헌법-反국가적 발언을 진지하게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한국 언론은 위기의 본질을 직시할 안목과 용기를 잃고 있습니다. 盧정권이 계급적 증오심까지 드러내면서 국민을 분열시켜 법치국가를 해체 위기로까지 몰아가고 있는 그 본질적 위험성을 언론은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야당도 선거법 위반 정도의 피상적 문제의식으로써 탄핵의결을 관철했다가 "사소한 것으로 대통령을 밀어내려 한다"는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김성현 기자의 비판 중 상당 부분은 제가 한국의 상황을 본질적으로 인식하고 정확한 용어로써 전달하려고 하는 데 대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시민운동가 같다고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운동"은 "정확한 말쓰기"일 뿐입니다. 저는 安秉勳 부사장이 퇴임사에서 한 말을 기억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기자 개개인이 지켜내는 것이다", "2+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선동적 권력으로부터 위협당할 때 기자는 폭력적 권력 앞에서 그러했듯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處變不驚(처변불경)-놀라지 말고 겁먹지 말고 눈감지 말고 우리도 무기를 듭시다. 사실의 무기를! / 趙甲濟·月刊朝鮮 편집장
  • (한국영화의 과제①)제작비보다 스토리를 찾아라
  • [edaily 전설리기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예상대로 관객 100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영화계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있다. `실미도`에 이어 연거푸 두차례니 잔치집 분위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게다가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두 영화는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며 수출 역군으로 데뷔할 채비도 하고 있다. 영화계는 "이제 할리우드의 웬만한 영화가 부럽지 않다"며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러나 `관객 1000만명`이라는 양적 이데올로기에 빠져 마냥 기뻐할 때는 아니다.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더욱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 영화산업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연이은 성공을 계기로 한국 영화산업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전제조건..`제작비` 보다 `탄탄한 스토리` 영화 `실미도`(플레너스(037150)·한맥영화 공동 제작, 시네마서비스 배급)와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필름 제작·쇼박스 배급)는 잇따라 1000만명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 `실미도`와 `태극기휘날리며`의 총 제작비는 각각 110억원과 170억원으로 일반적인 투자비인 40억원의 3~4배에 달한다. 지난 2년동안 `무사`(싸이더스 제작·CJ엔터테인(049370)먼트 배급)와 `2009 로스트메모리즈`(인디컴 제작·CJ엔터테인(049370)먼트 배급),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기획시대 제작·CJ엔터테인(049370)먼트 배급)이 흥행에 완전 참패하면서 99년 `쉬리`가 열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불씨를 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희망의 팡파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는 것은 금물.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성공의 전제 조건을 검토하고 도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한국형 블록버스터 성공의 전제 조건은 무엇일까. 한국영화가 늘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열등감을 갖게 했던 제작비일까. 전문가들은 제작비보다는 탄탄한 스토리, 즉 드라마를 한국형 블록버스터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꼽는다. `실미도` 제작사인 한맥영화 김형준 사장은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도 탄탄한 스토리가 아니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영화가 발전하면서 돈을 많이 들인 영화, 스케일과 특수효과 등 비주얼이 뛰어난 영화를 블록버스터의 요인으로 꼽고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자칫 스토리를 무시하고 특수효과 등의 비주얼만 신경쓰면서 시장 규모에 적절하지 않은 과대한 제작비 경쟁으로만 치닫는다면 할리우드 영화의 덩치에 밀려 자멸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지만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제작비 규모에서 차원이 다르다. 지난 93년 `쥬라기공원` 당시 6300만달러(730억원)였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제작비는 지난해 `터미네이터3`로 오면서 1억7000만달러(1900억원)로 뛰어올랐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제작비인 148억원과는 단위 자체가 틀리다. <순수제작비 100억원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흥행에 참패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블록버스터 신드롬 `위험`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작품이 잇달아 한국 영화계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해서 자칫 생겨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신드롬`도 한국 영화의 성장을 위해 경계해야 할 요인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식하면서 저예산 영화들을 밀어낸다면 우리 영화계는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벌써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필요한 것은 1000만명 관객 영화 한 편이 아니라 100만명 영화 10편"이라며 "흥행에 성공한 `블록버스터` 신화가 영화의 다양성을 짓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스크린을 대거 점령하자 다른 영화들은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에 비해 제작비나 마케팅비 측면에서 상대가 안되는 저예산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빛도 못보고 사장될 수 있는 실정이다. 최근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쇼이스트 투자·배급)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에 밀리면서 개봉 첫 주인 지난주말 예매점유율 4.5%(맥스무비 집계)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음에도 흥행성이 떨어지는 작가주의 영화라는 이유로 스크린 확보와 관객몰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국제영화제에서 우리영화의 위상을 높여주는 `사마리아`와 같은 작품들이 `블록버스터` 신드롬에 밀려난다면 한국영화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영화산업 독과점구조` 경계해야 한국 영화산업의 발달을 위해 경계해야 할 또한가지는 영화산업의 독과점이다. 최근 극장유통사업만 하던 롯데가 투자·배급사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면서 국내 영화업계는 투자와 배급, 극장유통망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는 CJ그룹과 오리온(001800)그룹의 양강 구도에서 3강구도로 재편됐다. 업계는 양질의 대기업 자본이 영화산업으로 유입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들이 자칫 한국 영화산업을 독과점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통사업권을 쥐고 있는 이들이 자사가 제작한 영화 간판만을 내걸 경우 한국영화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메이저 스튜디오들인 워너브라더스나 유니버셜, 소니 등이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극장 유통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막아 영화제작에 자본을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할리우드 영화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은 송죽, 동보 등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극장 유통망을 동시에 가진 독과점 체제를 이루면서 자국 영화 시장의 부흥에 실패했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롯데시네마와 CJ엔터테인(049370)먼트(CGV운영), 오리온(메가박스 운영)이 투자 및 배급 사업과 극장 유통사업을 철저히 분리 경영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싸이더스 노종윤 이사는 "한국 영화 발전을 주도하는 리딩컴퍼니들이 모범적인 면모를 갖춰야 할 것"이라며 "이들이 투자 및 배급 사업과 극장 유통사업을 분리 운영하고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만 가져가려고 하는 싸움에 주력하지 말아야 하며 삼성이나 현대가 예전에 그랬듯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맥영화 김사장도 "극장 유통망을 쥐고 있는 업체들이 자사가 투자하고 배급한 영화의 관수를 늘리고 상영 기간을 늘리면서 다른 영화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문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극장 유통업체들이 절대적인 경제 논리만을 주장하며 공공적인 마인드를 잊고 관객들의 볼거리를 제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4.03.11 I 전설리 기자
  • (전문)조순형 대표, 국회 대표연설
  • [edaily 김진석기자]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채 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1년도 되기 전에, 국가 전체를 혼돈에 빠뜨려 놓았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대로 4년을 더 가도 좋다는 국민의 믿음이 깨어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이대로 4년을 더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마저 절반 가량이 지지를 후회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를 공천하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정당의 대표로서, 노무현 후보를 위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일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실패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통합과 개혁’을 내걸고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통합했고, 무엇을 개혁했습니까? 노대통령은 온 국민을 ‘우리들’과 ‘그들’로 나누고, ‘그들’에 대한 ‘우리들’의 ‘혁명’을 선동했습니다. 과연 ‘우리들’은 누구이고, ‘그들’은 누구입니까? 국민을 이렇게 갈라놓고 서로 적대하게 만드는 것이 통합입니까? 이것이 개혁입니까? 노대통령은 “구 세력의 뿌리를 떠나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한 터를 잡기 위해 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구 세력은 누구이고, 국가를 지배할 새 세력은 누구입니까? 서울과 수도권이 구세력의 뿌리입니까? 국민을 이렇게 편가르기하는 것이 통합입니까? 이것이 개혁입니까? 혹시 미륵을 자처했던 궁예 흉내라도 내겠다는 겁니까? 심지어 노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세력마저 둘로 쪼개 놓고, 지지자들에게 상처와 모욕을 주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지지정당을 아예 말살하려 들고 있습니다. 이런 배신과 분열과 파괴가 통합입니까? 이것이 개혁입니까? 노대통령과 일부 추종세력이 소속정당을 깨고 이 당 저 당의 탈당자들과 함께 신당을 만들더니, 그 신당이 ‘집권당’처럼 행세하고 있습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민은 대통령선거에서 이긴 정당에게 집권당의 자격을 줍니다. 어떤 국민이 신당에게 권력을 주었습니까? 정부는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을 여당으로 본다고 하는데, 그것은 무슨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까? 만약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입당한다면 한나라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입니까? 지금 노대통령은 아무 정당에도 입당하지 않았는데, 특정 정당이 여당 행세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제멋대로 헌정을 짓밟고 민의에 도전하면서 권력을 참칭하는 것, 이것이 개혁입니까? 노무현 정부는 처음부터 통합의 철학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증오와 적대의 세계관이나, 분열과 파괴의 충동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분열과 파괴의 정치로는 통합을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노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비리 등과 관련해 노대통령의 측근 16명이 줄줄이 구속되었습니다. 노대통령의 사돈은 신용불량자이면서도 2개월만에 무려 653억원을 긁어모았습니다. 이렇게 부패한 세력이 어떻게 개혁을 말하고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정부의 개혁은 이미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더러운 손으로는 개혁을 주도할 수 없습니다. 부패한 집단이 사회를 개혁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분열과 배신과 파괴의 통치로 개혁에 성공한 정권은 역사상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참으로 심각한 또 하나의 걱정은, 아무도 노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뿐만이 아닙니다. 우방들도, 외국인 투자자도 노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노대통령은 여기서는 이 말 하고, 저기 가서는 저 말해서 ‘거짓말 대통령’이 되어버렸습니다. 노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중심을 경제회생에 두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들이 날마다 ‘총선 징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부 장˙차관들은 벌써부터 표밭을 갈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장관은 노대통령의 밀사로서, 저희 당 한화갑 전 대표를 방문해 민주당 탈당과 신당 합류를 권유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우리는 그 사람을 밝혀내서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노무현정권은 다른 당 국회의원만 흔들어대는 것이 아닙니다. 웬만한 광역자치단체장은 거의 모두 소속정당 탈당과 신당 참여를 회유 받고 있습니다. 협박도 받고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부산시장은 ‘함께 하자’는 권유를 노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각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도 총선용 선심정책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정책을 추진할 재원도, 준비도, 의지도 없고, 효과마저 불투명한 선심정책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열린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 선포식’은 또 무엇입니까?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대선 때 재미 좀 봤다”는 노대통령의 말처럼, 총선에서 다시 한번 재미 좀 보려는 심산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오죽했으면 김수환 추기경께서 한 마디 하셨겠습니까? 추기경께서는 “선거에 행정력을 동원한다는 의심이 생기면, 과반수 정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 안의 갈등은 계속 남고, 새로운 정치개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추기경의 말씀을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됩니다. 이 시대 양심의 소리이자, 국민을 대변하는 충고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권위인 추기경의 말씀도 무참하게 공격을 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실패와 측근비리·불법대선자금 등 총체적인 난국을 호도하기 위해 총선승리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노골적인 관권선거와 ‘민주당 죽이기 공작정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저희 민주당은 불법을 비호하거나, 법의 집행을 방해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법은 지켜야 합니다. 공권력의 권위는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법과 공권력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자금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노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경선자금을 받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전체 경선자금 규모를 시사하는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대통령은 작년 7월 기자회견에서 “도저히 합법적인 틀 속에서 경선을 할 수 없었다. 경선자금 관련 자료를 다 파기했다”, 이렇게 자신의 범죄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당내 경선을 한 화갑 전 대표보다 훨씬 더 길게, 훨씬 더 자주 치른 정치인도 계십니다. 그런데 왜 한화갑 전 대표의 경선자금만 문제 삼았습니까? 탈당과 입당 회유를 거부했기 때문입니까? 이렇게 하고서도 공정한 수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겁니까? 검찰은 노대통령과 다른 정치인들의 경선자금도 차별없이 수사해야 합니다. 검찰이 노대통령과 다른 정치인들의 경선자금을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정식으로 밝힌다면, 한화갑 전 대표는 즉각 검찰에 출두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노대통령은 자신의 대선자금·경선자금 등 불법 정치자금의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른바 ‘10분의 1’ 발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끔하게 밝혀야 마땅합니다. 둘째, 경선자금을 포함한 모든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습니다. 검찰이 편파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공정하고 공평하게 수사하도록 노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해야 합니다. 셋째, 노대통령은 노사모 모임에서의 시민혁명 사주발언, 지배세력 교체를 위한 천도 발언 등 국민분열을 조장한 모든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민주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매도한 왜곡발언도 당연히 취소하고 사과해야 옳습니다. 넷째, 노대통령이 주도하고, 청와대와 내각, 시도지사와 국회의원까지 총동원되는 ‘총선 올인 공작’과 불법 관권선거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저희 민주당의 이러한 요구가 묵살된다면, 앞으로도 노대통령이 국민분열을 부추기고 ‘민주당 죽이기’와 불법 관권선거를 계속한다면, 노대통령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만약 그러한 사태가 온다면, 저희 민주당이 앞장서서 국민과 함께 전면적인 총력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제가 그 총력투쟁의 선두에 나설 것입니다. 자유당 치하의 3·15부정선거는 4·19혁명을 불렀습니다. 노대통령은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선거는 심판입니다. 이번 4·15총선은 세 가지에 대한 심판입니다. 첫째, 4·15 총선은 신·구 부패세력에 대한 심판입니다. 노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은 구악을 뺨치는 새로운 부패집단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래된 부패세력도 정치권에 아직 온존하고 있습니다. 4·15 총선은 이들에 대한 심판입니다. 이들을 철저하게 심판해서, 다시는 이 땅에서 부패세력이 행세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개혁을 실천하려는 저희 민주당의 의지는 단호합니다. 민주당은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해 “중앙당도 기업의 돈을 받지 않겠다”고 국민 여러분 앞에 맨 먼저 선언했습니다. 또한 비리 정치인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함부로 사면복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저희 당 소속의 모든 국회의원은 분기별로 외부 감사기관에 의뢰해, 개인 정치자금도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당 소속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도 이에 동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4·15 총선은 실패한 개혁, 실패한 국정에 대한 심판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에도, 국정에도 이미 실패하고 있습니다. 총체적 국정실패로 국가경제를 거덜 낸 정치집단도 있습니다. 이렇게 실패했거나 실패하고 있는 세력에게는 표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이런 식으로 4년을 더 갈 수는 없습니다. 셋째, 4·15 총선은 분열과 배신에 대한 심판입니다. 무현 정권은 온 나라, 온 국민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습니다. 이념·지역·계층·세대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키웠습니다. 심지어 지지 세력을 분열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지지정당을 말살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열과 배신의 정치는 영원히 추방되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심판을 믿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경제와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교육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외교 안보가 불안합니다. 국가의 내일을 위한 준비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 민주당은 다음과 같은 열 가지 사항에 특별히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민주당은 IMF사태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제를 세계 12위권으로 도약시킨 ‘경제정당’입니다. 노무현 정부 1년의 경제정책은 실패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3.9%, 중국이 8~9%의 고도성장을 기록하는 등 세계경제가 뚜렷하게 회복세를 보였지만, 우리는 2%대의 성장에 그쳤습니다. 매년 7%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던 노무현대통령의 공언은 취임 첫해부터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전체 실업률은 3.6%, 청년실업률은 8.6%나 됩니다. 고용실태를 보더라도 임시직·일용직 등 비정규직 비중이 무려 70%에 달합니다. 김대중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일자리를 19만개나 창출했으나, 노무현 정부는 일자리를 4만개나 줄게 만들었습니다. 작년 말 신용불량자는 4백만명에 육박했습니다. 지난 한 해만도 1백10만 명이나 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20~30대의 신용불량자가 50%를 차지합니다. 이것은 경제 문제를 넘어 범죄와 가정파탄 등 우리 사회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 인프라와 우수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외기업과 투자자들은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노사문제와 행정규제만 없어진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말합니다. 저희 민주당은 정책이 일관성을 잃지 않도록 늘 감시하고 비판하겠습니다. 규제를 과감히 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입법조치를 취하는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과격한 노동운동을 지양하도록 설득하고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합리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자금난 기술난을 덜기 위해 금융 및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작업환경의 개선을 적극 돕겠습니다. 중소기업들의 활로로 주목받는 개성공단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둘째, 민생안정에 당력을 집중하겠습니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에 차상위 계층을 포함시켜 그 범위를 확대하겠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를 더욱 확충하고 그 지위를 향상시키겠습니다. 이것은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 권익보호를 주도한 데서 더 나아가,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편의시설 확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서민임대주택 건설을 대폭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공공 및 민간건설 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도록 추진하겠습니다. 특히 아파트 투기를 막고,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돕기 위해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추진하겠습니다. 저희 민주당은 중앙당 후원금의 3%를 적립해 장애인·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에게 지원하는 ‘나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나눔 운동’이 국민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셋째, 임박한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겠습니다. 조만간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가 됩니다. 이제 노인복지도 양로원 중심에서 ‘노동으로의 복귀(return to work)’로 바뀌어야 합니다. 고령자들의 안정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도울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마련하도록 꼼꼼하게 준비하겠습니다. 고령자들의 일과 건강, 복지와 문화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실버산업을 육성하고, 암과 치매 등 노인 및 성인병 치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여 나가도록 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가족과 사회와 국가의 3위 일체 지원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고령자 정책을 종합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저희 민주당은 고령사회대책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문화·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국민은 5000년의 문화역사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문화·지식강국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1조 4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1.5%로 세계 10위권 수준입니다. 앞으로 세계 3위권으로 진입해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5%이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오는 2008년에는 약 10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얻게 됩니다. 관광산업은 선진국이 GDP대비 10.7%, 우리나라는 4.0%로 ‘고성장 산업’입니다. 관광산업이 2002년에는 270만명을 고용했지만,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한다면 2008년에는 400만명의 고용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문화·관광산업은 당면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산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섯째,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 세계는 지금 교육혁명 중입니다. 교육소비자들의 선택을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종래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입시제도는 학력·특기적성·수능, 이 세 가지 모두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가중되고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산업사회의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현행 ‘단선형 학제’에서,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개방적인 ‘다선형 학제’로의 개편과 實事求是的 직업교육의 강화가 적극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공계 살리기’도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기술 분야의 지적 재산권을 강화하고, 직무발명에 대해서는 그 수익의 30% 이상을 보상하도록 법제화해야 합니다. 이공계에 대한 연구기술투자비를 당년 예산제도의 틀에 묶어 놓지 말고, 중장기적 지원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런 일에 저희 민주당이 앞장서겠습니다. 여섯째, 양성이 평등한 사회를 앞당기겠습니다. 남녀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용·해고·교육·승진·임금 등에서의 차별을 해소해야 합니다. 보육시설의 확충을 통해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우선 국회의 정치개혁 협상에서 저희 민주당이 제안한 여성전용 선거구제부터 받아들여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여성부를 신설한 민주당이 앞으로도 미래지향적인 여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것입니다. 일곱째, 농정의 신뢰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조류독감 광우병 브루셀라 등으로 축산농업의 현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면한 현안도 해결하지 못하는 농정을 누가 신뢰하겠습니까? 농업예산을 정부 일반회계 예산의 10%이상으로 하겠다는 노대통령의 공약이나, 아무런 구체적 계획도 없이 119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누가 믿겠습니까? 정부는 추상적인 정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 농산물이 국제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육성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먹거리의 안전과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친환경 농업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위한 환경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여덟째,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행정수도 이전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혼란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행정수도를 이전한다는 것인지, 아예 수도를 통째로 바꾸는 천도를 한다는 것인지, 뒤죽박죽입니다. 이러니까 수도권도, 충청권도 불안한 것입니다. 저희 민주당은 순수한 의미의 행정수도 이전이 차질없이 실행되도록 성실히 돕겠습니다. 그러나 그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천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아홉째,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열매만 따먹고 있을 뿐, 아무런 창조적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 논의과정에서도 북한과 미국의 이견과 이를 조종하려는 중국의 역할이 부각될 뿐, 한국의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남북관계의 지속적 개선과 확대를 위해 훨씬 더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도 훨씬 더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마땅합니다. 저희 민주당이 챙기겠습니다. 열째, 외국의 신뢰를 받는 외교를 펼치도록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겠습니다. 외교의 경험과 철학이 부족한 노무현대통령의 잇따른 부적절한 언동으로 우방을 비롯한 외국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외국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신중하고 묵직한 외교를 전개해야 합니다. 예컨대, 자주외교도 좋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자주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자주’를 떠들다가 자주적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것은 외교도 아닙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대통령의 사돈만 되어도 두 달 사이에 653억원을 모을 수 있는 권력문화를, 우리는 아직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국민이 얼마나 고통스러워지는지, 우리는 아프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폐단들이 권력구조의 문제와 유관하다면, 저희 민주당은 4·15 총선 이후 국민의사를 광범하게 수렴해서 권력구조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할 생각입니다. 만약 개헌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원내 발언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비리 정치인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에도 일정한 제약을 가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민주당은 건국 이래 50년 동안 민주주의·시장경제·평화통일의 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왔고, 그런 노선을 국정으로 실천한 유일한 정당입니다. 저희 민주당은 선배들의 그런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정통민주정당으로 다시 도약할 것을 국민 여러분 앞에 약속드립니다. 우리 국민은 나라가 어려울 때, 단합된 힘과 지혜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내는 무서운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5000년 민족사의 당당한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저력 때문입니다. 저희 민주당은 국민 여러분과 함께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여 모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천년 민주당 대표 조 순 형
2004.02.05 I 김진석 기자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