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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적 책 읽을권리…장하준·마광수, 금서 다시 읽는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인 경제학자 중 베스트셀러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한때 ‘금서(禁書·출판·판매가 금지된 책) 작가’로 불렸다. 장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년 부키)이 2008년 7월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서적’ 목록에 오르면서다. 이유는 ‘반정부·반미’ 도서라는 것. 책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했을 뿐,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은 당시 출판계 반발과 함께 판매량 급증을 불러왔다.지금도 금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일부 보수성향 단체들이 도서관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특정 책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도서관협회는 매해 9월 마지막 주를 ‘금서주간’(Banned Books Week)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공공도서관·서점·학교·출판사가 참여해 금서를 읽고 토론하는 행사다. 표현의 자유, 독서 및 도서관의 자유를 확대하고 열린 사회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미국이 급격히 보수화로 기울기 시작한 1982년 출발한 이 운동 덕분에 도서관이나 학교, 서점에서 쫓겨날 뻔한 많은 양서가 구제됐다.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금서 읽기 주간을 열고 있다. 도서관·출판 관련 61개 단체가 모인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독서문화시민연대)는 독서의 달인 9월 첫째 주(1~7일)를 ‘금서읽기주간’으로 지정하고, 9회째 시행 중이다.도서관의 날인 지난 4월12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실에서 도서관 사서가 책을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시스).◇빨간 책 ‘금서’ 어떤 책들 있었나금서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할만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몽실언니’, ‘순이삼촌’, ‘지상에 숟가락 하나’, ‘데카메론’ 등. 교사·작가·평론가 등 전문가들이 추천한 총 46권의 금서 목록을 보면, 후대에 ‘고전’,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대표적이다. 1744년 펴낸 이 책은 한때 금서였다. 이 소설을 읽고 주인공 ‘베르테르’를 모방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실제 목숨을 끊는 젊은이들이 속출하면서다. 결국 당시 독일 라이프치히 의회에서는 책이 자살을 부추긴다며 금서로 지정했고, 이후 이탈리아와 덴마크 등에서 금서 딱지가 붙였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특정 인물을 따라 자살을 시도하는 이런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명명했다.만화 ‘아기공룡 둘리’는 아이들의 버릇을 나빠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불량 만화로 낙인 찍혔다.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같은 세계적 걸작도 아이들에게 해로운 책이라는 이력을 얻었다.지금은 베스트셀러로 꼽히지만 시대·정권에 따라 이념서적으로 분류됐던 책들이다. 왼쪽부터 마광수 작가의 ‘즐거운 사라’, 경제학자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권정생 작가의 ‘몽실언니’, 김지하 시인의 ‘오적’.100만부 이상 팔린 권정생의 동화 ‘몽실 언니’는 용공 낙인이 찍혔던 책이다.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는 “작품을 잡지에 연재했던 1980년대 문교부에서는 학교도서관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며 “그러나 실제 동화를 읽은 사람은 세상에 대한 이해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그런 시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한다”고 추천했다.장병들이 읽어서는 안 될 2008년 국방부 불온도서 목록(23권)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에 묶이거나 반미·반정부·반자본주의와 관련된 책이 대부분이다. 2007년 나온 경제학자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국방부 금서목록에 올라 유명해진 책이다. 반미, 반정부 사상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대국 위주의 세계경제에 휩쓸리지 말고, 한국 상황에 맞는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책이 당시 금서로 찍혔다는 사실에 실소가 나올 수 있다.1992년 발간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즐거운 사라’는 외설로 찍힌 사례다. 자유로운 여대생 사라가 쾌락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음란문서에 속한다는 이유로 강의 도중 검찰에 연행됐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대한 논쟁을 할 때 단골 예시로 나오는 사건이 됐다. ◇금서 지정은 현재진행형금서 지정은 진행형이다. 금서하면 국가기관에서 압수, 소각, 판매금지 등의 조치를 한 책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 범위는 더 넓다. 출판을 막지는 않지만, 읽지 못하게 하려는 유·무형의 압력은 여전하다. 출판계에 따르면 한 사회의 특정 세력이나 단체, 이익집단 등이 특정 도서를 지목해 읽지 못하도록 애쓰는 경우, 이 문제적 도서도 금서에 포함한다. 지난 5월부터 충남지역 일부 보수성향의 단체들은 도서관에 수시로 민원을 넣어 특정 성교육·성평등(걸스토크 등) 책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민원에 시달린 충남 일부 공공도서관들은 이들 특정 도서의 열람을 제한했다. 6월에는 국회의원이 전국 고등학교 도서관에 공문을 보내 특정 인물(김대중, 노무현 등) 관련 책 보유 현황 제출을 요구한 바 있으며, 7월엔 서울시의원이 학교도서관 목록에 있는 성교육 책 17권에 대한 현황을 요구해 검열 논란이 일었다.이다 작가의 ‘걸스토크’시민연대는 “이는 사서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자유, 독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서관인, 출판인, 작가, 독자들과 함께 도서관 검열에 반대하고 금서읽기를 실천함으로써 도서관의 자유, 독서의 자유를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시민연대에 따르면, 도서관은 정보와 사상을 위한 광장으로서 민주주주의 보루다. 시민들은 각자 한 사람의 독자로서 온갖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해 자기 생각과 판단, 견해를 형성할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이 단체는 “독서·도서관의 자유가 없다면 정권 입맛에 맞는 여론만 형성돼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며 “흑역사를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했다.
- ‘점자편지’ 송유미 시인 별세…향년 69세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송유미 시인이 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9세.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2021년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말하거나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작년 말 루게릭증후군으로 최종진단을 받아 투병해왔다.고인은 1989년 시 전문지 ‘심상’에서 신인상을 받고 이후 부산일보(1993)와 동아일보(1997) 신춘문예에서 시조 부문, 경향신문(2002) 신춘문예에서 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송유미 시인(사진=유족/연합뉴스 제공).시집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를 비롯해 ‘검은 옥수수밭의 동화’, ‘당신, 아프지마’, ‘점자편지’ 등을 펴냈다. 마지막 시집이 된 ‘점자편지’는 주변에 투병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병상에서 집필, 출간한 책으로 제43회 이주홍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계간 ‘시와 사상’, ‘예술부산’, ‘게릴라-관점21’의 창간 편집장을 역임했다.유족은 남편 김찬순씨와 아들 김선준씨, 딸 김다연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부산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 101호실이다. 발인은 7일 오전 11시, 장지는 부산추모공원이다.
- 와이브레인, “마인드스팀 美 임상서 우울증 증상 개선 확인”
-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와이브레인은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 미국 임상에서 즉각적인 우울증 증상 개선에 대한 유효성을 도출했다고 6일 밝혔다.임상결과 마인드스팀을 우울증 환자에 1회만 적용해도 우울증으로 인한 부정적 주의편향에 대한 개선을 보였다. 또 임상에 참여한 우울증 환자들은 치료 후 우울감은 감소하고 행복감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이번 임상은 미국 내 신경과 1위 병원인 뉴욕대 랭곤 병원 신경과에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간 진행했다. 좌측 전두엽에 tDCS 적용 전과 후의 즉각적인 안면 표정 인식 변화에 대한 인지 반응 속도와 감정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경증 및 중등도의 우울증이 있는 여성 20명과 건강한 대조군 여성 21명을 비교해 진행했다.임상 연구는 안면 표정 인식 변화에 따른 인지반응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별도 개발된 온라인 인지 테스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됐다. 임상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동안 웹 화면에 제시된 슬픈 표정, 중립적인 표정, 슬픔과 중립이 혼합된 표정의 얼굴 이미지를 식별해 알맞게 배열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 작업은 tDCS를 적용하기 전과 후에 반복 진행됐으며, tDCS가 표정 인식 속도와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와이브레인 미국 우울증 주의편향 임상 결과 데이터.(자료=와이브레인)임상 결과 tDCS 자극 전, 우울증 그룹은 슬픈 표정에서만 인식 속도가 대조 그룹보다 더 빨랐으나(표준 점수 -0.66±0.27 점 차이, p = 0.022) 정확도의 높은 오류(우울증 그룹 4.4% vs 대조 그룹1.8%, p=0.039)를 보였다. 이는 우울증 환자들이 부정적 자극을 더 빠르게 인지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지는 집중력의 저하가 동시에 발생함을 보여주었다.tDCS 적용 후, 우울증 그룹은 세 표정 모두에서 인식 작업의 속도가 대조 그룹 대비 더 빨라졌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산만한 상태를 의미하는 혼합 표정 인식에서 나타났다. (tDCS 전 vs 후: -0.45±0.65 vs -0.85±0.65, p=0.009) 이는 tDCS 적용 후 우울증 그룹의 부정적인 주의편향이 감소함과 동시에 올바른 인지처리 속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tDCS 적용 전후 즉각적인 감정변화를 관찰했을 때 우울증 그룹은 자가 평가에서 슬프고 불안한 기분이 감소된 반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행복감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조군에서는 유의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이기원 와이브레인의 대표는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을 통해 세계 최초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의 우울증 주의편향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 효과를 세계 무대에 제시할 수 이어 매우 고무적이다”며 “이번 임상에 활용된 안면 인식 시각 검색 작업은 마인드스팀의 우울증 치료 효과측정의 훌륭한 지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한편 뉴욕대 랭곤병원 신경과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지난 8월 국제 학술지 뉴로모듈레이션에 ‘우울증과 관련된 감정 자극에 대한 즉각적이고 차별화된 반응: 시각 검색 작업 실험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번 임상을 진행한 뉴욕대 랭곤병원 신경과는 전 세계 대학순위 평가기관인 US뉴스앤월드리포트가 지난해 선정한 우수 대학병원 평가에서 미국 내 신경과 분야 1위, 랭곤병원은 미국 전체 병원 중 3위를 기록했다.
- 조희연 "9·4 교사 징계 않을 것"…교육부에 징계 방침 철회 요구
-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연가·병가 등 방식으로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이주호 부총리를 향해 촉구했다.9월 4일 오후 서울 서이초에서 열린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제에서 (오른쪽부터) 조희연 서울교육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태희 경기교육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학년 6반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조 교육감은 4일 입장문을 내 “저는 선생님들의 연가와 병가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없다. 결재를 앞두고 계신 학교장님들에 대한 징계도 내릴 수 없다”며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밝혔다.그는 “부총리님께서도 선생님이 교실에서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를 강력히 지지하고 계신다”며 “불안과 공포는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선생님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교권을 옹호한다면, 열정적인 선생님들을 징계할 수 없다. 우리 선생님들께 지금 필요한 것은 징계가 아니라 자율과 토론”이라고 덧붙였다.아울러 “여의도에선 지금도 수만 명의 선생님들께서 모여 계신다”며 “깊은 슬픔을 딛고 무수히 상처 난 교육적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선생님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이 되면 학교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서이초 선생님을 기억하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선생님들의 뜻있는 행동이 징계의 덫에 빠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교육부는 추모 집회 참석 등을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사나 임시휴업을 강행한 교장의 징계와 관련 “기존 원칙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은 추모를 위한 날이기 때문에 징계 관련 발언은 삼가겠다”면서도 “기존 원칙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교사·교장을 대상으로 징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날 이 부총리도 교사들에게 학교 현장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냈다. 이 부총리는 “상처받은 교권을 신속히 회복해 선생님들께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교육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더욱 노력하겠다”며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 곁에서 학교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한편 이날 임시휴업을 실시한 학교는 이날 오후5시 기준 38개교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2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세종 8곳 △광주·충남 7곳 △인천 3곳 △울산 1곳 순이다. 부산·대구·대전·경기·강원·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등 11개 시·도는 임시휴업한 학교가 없다. 서울에서는 서이초·신목초가 이날 임시 휴업을 했다.다음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입장문 전문이다.교육부는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해 주십시오.오늘 서이초 선생님의 49재 추모제가 있었습니다.추모제에 이주호 교육부총리님과 임태희 경기교육감님, 여야 원내대표님까지 함께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여의도에선 지금도 수만 명의 선생님들께서 모여 계십니다. 깊은 슬픔을 딛고, 무수히 상처 난 교육적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선생님들입니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학교는 거대한 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일이 되면 학교는 다시 혼란에 빠집니다. 서이초 선생님을 기억하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선생님들의 뜻있는 행동이 징계의 덫에 빠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저는 앞서 상처 입은 선생님들이 비를 피하는 우산이 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동료의 비극에 함께 아파하는 선생님들과 상주의 마음으로 손을 맞잡겠다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가장 열정적인 선생님이 가장 먼저 다치는 학교 현실을 더는 끊어내겠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의 연가와 병가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없습니다. 결재를 앞두고 계신 학교장님들에 대한 징계도 내릴 수 없습니다.이주호 교육부총리님께 요청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해 주십시오.우리 선생님들의 간절한 염원에 상처를 내지 말아주십시오.부총리님께서도 선생님이 교실에서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를 강력히 지지하고 계십니다. 불안과 공포는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교권을 옹호한다면, 열정적인 선생님들을 징계할 수 없습니다. 우리 선생님들께 지금 필요한 것은 징계가 아니라 자율과 토론입니다. 부총리님께서 현명한 결단을 내리시리라 믿습니다.
-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 어머니의 호소 “지금도 매일 지옥”
-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지난해 12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이동원 군(당시 9세)의 어머니가 관련 재판 항소심에서 “음주운전을 가벼이 여기는 이유는 형벌이 믿을 수 없이 가볍기 때문”이라며 엄벌을 탄원했다.지난 3일 동원 군의 어머니는 자신의 SNS에 “엊그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읽은 피해자 측 진술 전문을 올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동원 군의 어머니는 지난 1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 심리로 열린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 재판 항소심 2차 공판기일에서 준비해온 글을 직접 낭독했는데, 이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동원 군의 어머니는 “동원이는 세상에 궁금한 것들이 참 많았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랬던 아이의 꿈들은 2022년 12월 2일 오후 4시 57분, 학교 교문 바로 앞에서 음주운전자가 운행하는 차량에 처참하게 짓밟혀 산산조각이 났다”며 “지난 4월, 대전에서는 여덟 살 배승아양이 또 다른 음주운전자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다.이어 “최근 3년간 음주 운전자에 의한 사망상해사고 100건을 조사해 봤을 때, 그 중 단 11%만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0%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누군가에게는 유희로 시작된 음주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 살인 행위로 변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이 죽음을 맞게 되었다”며 “저는 지난 21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도 음주 운전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술자리 회식 후에 조금 기다렸다가 술 깨고, 물 좀 마신 다음 운전하고 가겠다고 한다. 그들은 왜 음주운전을 그토록 가벼이 여길까. 음주운전 범죄자들에게 지워지는 형벌이 믿을 수 없이 가볍기 때문”이라고 전했다.또 “동원이의 엄마인 제 마음은 지금도 수만 갈래로 갈갈이 찢겨진 상태로 매일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저와 남편, 그리고 저희 딸은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다”며 “그러나 저는 저의 슬픔과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저희 가족의 삶은 철저하게 파괴되었지만, 부디 다른 시민들의 삶은 지켜 주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A씨(39)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초등학생인 동원 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이상 수준이었다. 앞서 지난 5월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A씨에 징역 7년이 선고된 바 있다.
- "서울백병원 사랑해주셔서 감사"…80년만에 역사 뒤안길로
-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마지막까지 서울백병원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지난달 31일 오후 5시 서울백병원이 마지막 진료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몇몇 환자들이 진료를 본 것 외에는 특별할 거 없는 폐원이었다. 백병원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 의사진료가 필요치 않은 의무기록 사본 등의 발급 업무는 당분간 이어갈 예정”이라며 “서울백병원에서의 진료는 완전히 종료됐다”고 설명했다.서울백병원 진료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의료진 등 교직원들이 폐원 전 마지막 기념촬영을 마친 뒤 슬픔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뉴스1)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현재 서울 중구 저동에서 문을 열었다. 1972년 3158㎡(955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12층으로 지어졌다. 1975년에는 서울 도심의 유일한 종합병원이 됐고 1992년에는 국내 최초로 성인 간암 환자 간이식에 성공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서울백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몇몇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서울에 이어 상계동과 부산, 일산 등에 분원을 내며 성장했지만, 2004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년간 쌓아온 만성적자만 1745억원에 이른다. 형제병원의 수익을 메꿔가며 서울 모병원을 지키려고 애썼지만, 이미 줄어든 환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백병원은 만성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의료·공공분야 전문 컨설팅 회사인 엘리오앤컴퍼니에 경영 진단을 의뢰했지만, 사실상 회생 불가판정을 받았다. 의료 관련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3가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 요양원으로서도 이대론 유지가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건물을 다시 새로 30~40층 규모로 지을 경우는 15년 이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조언도 받았다. 하지만 병원을 모두 비우고 다시 짓기까지도 시간과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가운데 형제병원인 상계백병원도 적자 상황으로 전환된 상황이어서 폐원 수순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병원측 설명이다.여기에 백병원 3㎞ 반경 내에 대형병원이 5개이나 되는 것도 병원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병원 1820병상, 강북삼성병원 723병상, 국립중앙의료원은 505병상, 서울적십자 292병상, 세란병원 221병상 등으로 백병원보다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한남동에 위치한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도 대학병원도 백병원과 같은 2차 대학병원이지만 700병상을 확보 중이다. 하지만 백병원의 허가 병상은 158병상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폐원 의결 전 가동병상은 122병상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재단은 회생불가 판단을 수용해 간판을 떼기로 한 것이다. 뒤에서 바라본 서울백병원 전경(사진=이지현 기자)서울 심장부에서 대형 병원이 문을 닫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83년 명동성당과 함께 명동지역에 자리잡고 있던 명동성모병원은 여의도로 일찌감치 옮겼다. 당시 부지엔 가톨릭회관이 자리잡고 있다. 인근 을지로에 있던 을지대병원은 노원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옮겼다. 종로6가에 위치했던 이대부속 동대문병원은 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은 2011년, 제일병원은 2021년에 폐원했다. 도심지역에 상주하는 인구는 많지만, 거주하는 인구는 해마다 빠르게 감소하며 대형병원들의 존립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서울백병원 상황을 인구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사례가 더 나오기 전에 인구위기 타개를 위해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한편 백병원 직원 298명(의사 제외)은 이날로 인력배치가 완료됐다. 서울로 100명이, 부산으로 156명이 배치됐다. 남은 42명은 휴직 또는 의료정보실로 발령나 폐원 마무리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백병원 관계자는 “의사들은 이달 중에 발령이 날 예정”이라며 “수련인턴은 다른 수련병원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 하이키, 홍지상·영케이 손잡고 '서울' 정주행 노린다
- 그룹 하이키의 옐과 휘서, 서이, 리이나가 3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가진 두 번째 미니 앨범 ‘서울 드리밍’ 발매 쇼케이스에서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사진=뉴스1)[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음악방송에서 1위도 하고 싶고, 팬미팅도 하고 싶어요. 단독콘서트도, 월드투어도 하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건사피장’(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으로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그룹 하이키(H1-KEY)가 신곡 ‘서울’을 통해 정주행을 이뤄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가수 꿈을 키우고 이뤄낸 도시인 서울을 노래한 만큼, ‘서울’을 통해서는 정주행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하고 싶다는 각오도 밝혔다.하이키 휘서는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 미니 2집 ‘서울 드리밍’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솔직히 정주행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새 앨범 ‘서울 드리밍’과 타이틀곡 ‘서울’을 통해 하이키란 아티스트의 색깔을 확실히 하고 싶고, 그동안 꿈꿔온 것들도 하나둘 실현하고 싶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하이키를 단숨에 대세 아티스트로 만들어준 ‘건사피장’에 대한 소회도 들어봤다. 멤버들 모두 ‘건사피장’에 대한 애착과 감흥이 남달라 보였다.서이는 “‘건사피장’을 준비하면서 노랫말을 리스너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하이키 멤버들도 감정이입을 깊게 하면서 ‘악착 같이 살아가자’, ‘버텨나가자’는 생각을 했었다”며 “이런 각오와 다짐이 우리를 레벨업시킨 것 같다. 덕분에 ‘서울 드리밍’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그룹 하이키(H1-KEY)의 옐(왼쪽부터)과 휘서, 서예, 리이나 3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가진 두 번째 미니 앨범 ‘서울 드리밍’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리이나는 “‘건사피장’을 많이 사랑해주신 덕에 이번에도 위로를 드리는 노래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며 “음악을 통한 위로가 통한다는 걸 ‘건사피장’을 통해 알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하이키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사피장’에는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메시지가 담겼다면, 이번 신곡 ‘서울’엔 많은 분과 함께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가자는 희망찬 이야기를 담았다”며 “조금은 다른 희망의 메시지인 만큼, 또 다른 위로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하이키 멤버들은 신곡 ‘서울’에 대한 만족감이 대단해 보였다. 하이키 멤버들조차 이 곡을 듣고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며 리스너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했다.휘서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는데 멜로디와 노랫말이 아련하게 들렸다”며 “음악으로 외로받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서이는 “출퇴근할 때 이 노래를 들었는데, 노랫말 중 ‘서치 어 뷰티풀 시티’라는 파트가 너무 와닿았다”며 “특히 한강 다리를 건널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서울이 참 아름답다는 걸 체감하곤 했다”고 전했다.리이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서울에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타지적인 환상이 든다”며 “정말 내가 꿈꾸는 일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끝으로 서이는 “‘건사피장’이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흥행에 대한 부담보단,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색다른 느낌의 하이키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휘서는 “더블 타이틀곡을 준비한 만큼 두 배로 열심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건사피장’을 만들어 주신 홍지상 작곡가님과 영케이 선배님이 이번에도 함께해 주셨다. 한 번 더 믿고 듣는 하이키의 명곡이 탄생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그룹 하이키(H1-KEY)의 옐(왼쪽부터)과 휘서, 서예, 리이나 3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가진 두 번째 미니 앨범 ‘서울 드리밍’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하이키(서이·리이나·휘서·옐)는 30일 오후 6시 각종 음악 사이트를 통해 미니 2집 ‘서울 드리밍’을 발매한다.‘서울 드리밍’은 지난 1월 미니 1집 ‘로즈 블러썸’ 이후 약 7개월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다. ‘내면의 건강함’을 표현한 두 번째 시리즈로 슬프지만 아름답고, 위태롭지만 찬란한 우리들의 꿈을 노래한다. 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서울’과 ‘불빛을 꺼뜨리지 마’를 포함해 총 7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서울’은 현재까지도 음원차트에서 롱런 중인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의 홍지상과 데이식스 영케이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곡이다.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기회의 도시 서울에서 위태롭지만 아름다운 꿈을 꾸는 하이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지난 23일 선공개한 또 다른 타이틀곡 ‘불빛을 꺼뜨리지 마’(이하 ‘불꺼마’)는 홍지상 작곡가의 곡이다. ‘계속 꿈꾸는 한 우리의 불빛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