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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투자지원 더 늘리고 中과 ‘세일즈 외교’…수출 조기반등 모색
-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기업의 국내투자와 해외수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과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친다. 글로벌 반도체 시황 악화 속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째 마이너스(전년대비 감소)를 기록 중인 수출 부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확정·발표했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정부는 수출 부진이 이어지던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수출전략회의에서 하반기 수출 반등을 통해 올해 전체 수출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6838억달러)보다 많은 6850억달러를 기록한다는 목표 아래 범정부 수출확대 전략을 추진해 왔다.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1~8월 수출액은 4093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2.4% 감소 흐름이다. 원유·가스 국제시세 하락에 6월 이후 무역수지 적자 상황에선 벗어났지만, 수출 반등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기업 투자지원 추가 확대정부는 우선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투자지원을 추가 확대한다.지난 7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예고한 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의 국내복귀(유턴) 기업에 대한 투자금 대비 보조금 지원비율을 현 29%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중국 등 외국 현지 경영 여건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국내 복귀 투자를 지원하고자 2014년부터 유턴기업지원법을 시행했으나 지난해까지 126개사가 참여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2019년 지원 대상과 규모를 확대한 데 따라 최근 늘어난 것이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8월17일 국내복귀(유턴) 반도체장비 부품 기업 케이엔제이 충남 아산공장을 찾아 이곳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산업부)경기도 용인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필요한 공공기관의 각종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부와 삼성전자 등 산업계가 시스템반도체를 키우기 위해 2043년까지 300조원 이상을 들여 조성키로 한 곳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전력공사나 발전 공기업 같은 공공기관의 빠른 전력·용수 공급 인프라 가 필요한 만큼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이차전지나 바이오, 디스플레이 같은 다른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해서도 미래기술 연구개발(R&D)와 우수 인재 양성, 현장애로 해소 지원에 나선다. 또 철강 부문에선 유럽연합(EU)이 올 10월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 무역장벽 대응하고, 조선 부문에선 조선사의 선박 건조 수주에 필수적인 선수금 환급보증(RG) 정책금융 2000억원 추가공급과 현장인력 지원책을 내놓는 등 주요 산업별 수출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수출 유망 품목인 K-콘텐츠·미디어를 육성하고자 내년부터 대형 프로젝트나 대기업 프로젝트를 위한 한 1조원 규모 K-콘텐츠 전략 펀드도 조성키로 했다. 내년 중 6000억원을 조성하고 2028년까지 4000억원을 추가 조성해 운용할 계획이다.우리 기업의 온라인 수출을 위한 현지 국가 디지털 플랫폼 입점 지원대상을 미국·중국에서 중동·인도 등 신시장으로 넓히고, 농수산 전용 수출바우처(수출에 필요한 각종 물품·서비스 구매 지원) 규모를 올해 44억원에서 내년 328억원으로 7배 이상 늘린다. 전력 공기업이 해외 발전사업에 참여할 때 국산 기자재를 사용하면 이를 해당 공기업의 정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공기업을 매개로 한 국내 전력 기자재 수출 확대를 유도한다. 체코·폴란드 등 신규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는 국가에 대한 맞춤형 세일즈 활동도 계속 추진한다.◇대중국 ‘세일즈 외교’ 본격화중국을 상대로 한 ‘세일즈 외교’도 본격 추진한다. 정부는 연내 한·중 경제장관회의와 한·중 경제협력교류회를 차례로 열어 경제협력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8월25일 인도 자이푸르 램바 팰리스호텔에서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 상대국이지만, 2017년 우리의 사드 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경제 교류에 차질을 빚어 왔다. 우리의 현지 진출기업이 어려움을 겪는가하면, 우리 문화·콘텐츠의 정식 수출길이 제한됐다. 정부가 또 지난해부터 한미일 협력 외교 방침을 강화하면서 한·중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최근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중 경제장관회의까지 열린다면 문화·콘텐츠 교류 복원 등 적잖은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우리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모색하고자 화상협의 등을 통한 교류를 이어간다. 지난 연말연시 정상 간 외교 행사를 진행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파라과이 등을 신전략시장으로 보고 국가별 맞춤형 협업 사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민간·정책금융기관이 함께 무역·수출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연말까지 최대 181조4000억원의 금융 지원을 펼친다. 정부는 연초 올 한해 총 364조7000억원의 무역금융을 지원키로 하고 8월까지 이중 약 57%인 206조1000억원을 지원했는데, 남은 158조6000억원에 신수출판로개척 지원을 명목으로 17조4000억원의 수출금융을 추가 공급기로 했다.우리 기업의 해외 전시회 참여 지원 규모도 늘린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기업당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액을 1260만원에서 1510만원으로, 지원기업 수도 5478개에서 5646개로 늘리는 안을 확정하고 국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수출 실적이 없어 해외전시회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신기술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 기회도 만든다. 수출바우처 지원규모도 올해 1441억원(3473개사)에서 내년 1679억원(3984개사)로 늘리는 안을 추진 중이다.◇각종 지원에도…하반기 반등 ‘미지수’정부가 이처럼 다양한 추가 방안을 내놨으나 수출 하반기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둔화가 길어지고 있고,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글로벌 시황도 아직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1~8월 수출액이 전년대비 12.4% 줄어든 가운데, 남은 4개월 동안 정부가 연초 목표한 지난해 이상의 연간 수출 실적을 기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출 감소세가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만큼 반도체 업황 개선과 맞물려 10월 이후 월간 수출이 반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현 글로벌 경기 흐름을 고려했을 때 ‘V자 반등’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전망이다.정부의 이번 추가방안 역시 긴축재정 기조 아래 현 글로벌 경제 상황을 만회할 만한 파격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핵심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기업의 투자 유도와 외교·통상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정책 효과가 실제 수출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1년, 많게는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정부는 다만 이번 추가 방안이 수출기업의 애로 해소를 통해 수출 반등 시점을 앞당기고,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구조적인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롯데건설, 코드 쿤스트X우원재와 컬래버레이션 신곡 공개
-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롯데건설이 코드 쿤스트, 우원재와의 컬래버레이션 신곡 ‘LIVE CLASSIC(with 롯데캐슬)’의 뮤직비디오를 18일 오후 6시, 롯데캐슬 공식 유튜브 채널 ‘오케롯캐’를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코드 쿤스트, 우원재와의 컬래버레이션 신곡 ‘LIVE CLASSIC(with 롯데캐슬)’의 뮤직비디오 썸네일 이미지 (사진=롯데건설)이 음원은 롯데캐슬의 브랜드 컨셉인 ‘LIVE CLASSIC’(라이브 클래식)을 테마로 제작됐다. 코드 쿤스트가 작곡과 연주를, 우원재가 작사와 랩을 맡았으며, 국내외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코드 쿤스트와 우원재는 이번 콘텐츠 공개에 앞서 지난달 26일 청음회 형식의 ‘Live Session(라이브 세션)’을 개최하고, 신곡 ‘LIVE CLASSIC’의 무대를 라이브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라이브 세션에서 코드 쿤스트는 “멜로디에 저만의 음악적 색깔을 담았고, 우원재의 개성과 해석이 담긴 가사가 더해져 완성도 높은 곡이 탄생했다”며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이 ‘라이브 클래식’ 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원재는 “죽도록 연습하고, 즐기면서 해나가는 사람들이 멋있고, 그런 모습이 라이브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저마다의 삶, 저마다의 모습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가사에 담았다”고 덧붙였다.롯데캐슬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트렌드를 선도해 왔다. ‘부캐열풍’이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때 개그맨 이창호와의 웹 예능 콘텐츠부터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우승팀 홀리뱅과의 아트 필름, 가수 이무진과 함께한 ‘아파트2022’ 리메이크 뮤직비디오, 집의 본질적인 가치를 전달한 ‘뮤직 드라마’까지 기존 건설사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힙합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티스트 코드 쿤스트와 우원재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어떤 색다른 매력과 케미스트리를 발휘해 고객들의 귀를 사로잡을지 관심이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유익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선보여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 벤처기업협회, 2023년도 우수벤처기업 선정·발표
-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벤처기업협회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총 7개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와 혁신성을 갖춘 98개사(부문 중복수상 포함 137개사) 벤처기업을 ‘2023년도 우수벤처기업’으로 최종 선정·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왼쪽부터) 김성훈 GSB솔루션 부사장, 신현섭 우원기술 본부장, 최경희 도우인시스 상무, 강지훈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조선주 에이씨케이 대표, 김병훈 스페이스에프 대표(사진=벤처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우수벤처 선정사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주체인 벤처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선정기업의 지속성장을 지원하고자 진행했다.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각 분야별 신청·접수를 받아 최근 3년간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혁신성과 성장성, 고용창출 등을 종합 심사해 최종 선정했다. 올해 우수벤처로 선정된 98개사 중 ‘지속성장 부문’에는 총 43개사가 선정됐다. 평균 매출액 231억원, 평균 매출액 증가율 90.6%, 평균 영업이익율 11.6% 등 성과를 보였다. 이 중 최우수기업으로는 도우인시스가 선정됐다.도우인시스는 폴더블용 스마트폰의 핵심소재인 초박막 강화 글라스(UTG)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한 디스플레이 부품 전문기업이다. 스마트기기의 슬림화·대형화·폼팩터(Form Factor) 다양화 및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 가능한 종합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자리 부문’에는 총 33개사가 선정됐다. 평균 고용규모 71.6명 및 평균 고용증가율 63.6% 등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달성했다. 최우수기업으로는 ‘우원기술’이 선정됐다. 우원기술은 2차전지 자동화 설비 시장을 선도하는 벤처기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Z-스태킹 설비 개발을 통해 이차전지 생산의 핵심공정 중 하나인 스태킹 공정 생산성을 2배 이상 향상시킴으로써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글로벌 부문’에는 총 10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평균 수출규모 95억원 및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 78.6%를 나타냈다. 최우수기업으로는 ‘힐룩스’가 선정됐다.힐룩스는 ‘iThread’ 리프팅실을 주력으로 레이저 의료기기와 코스메틱 제품까지 토탈 안티에이징 솔루션 제공을 모토로 브라질을 주요 국가로 수출의 기반을 다졌다. 연구개발(R&D) 개발과 독자적인 생산 라인의 구축으로 전세계 피부 전문가들과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을 구현하고자 하는 강소기업이다.‘연구개발 부문’에는 총 19개사가 선정됐다. 평균 보유 산업재산권 26개 및 매출액대비 연구개발 비중 31.7%를 나타냈다. 최우수기업으로는 ‘GSB솔루션 주식회사’가 뽑혔다.GSB솔루션은 스마트공장 ICT 솔루션 및 AI 머신비전시스템을 활용하여 자동차·산업·항공·방산용 볼트 및 중공형 파이프 로드 등 산업 전반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부스터 배관 T포밍 NET 신기술 개발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스타트업 부문’에는 창업 3년 미만(2020년 이후 창업) 총 8개사가 선정됐다. 평균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평균 4개의 산업재산권을 보유했다. 최우수기업으로는 ‘스페이스에프’가 선정됐다.스페이스에프는 조직공학기술을 활용하여 줄기세포를 체외 배양 및 육류로 생산하는 배양육 개발 전문기업이다.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산업를 생산하기 위해 우수한 기술력과 연구진을 바탕으로 세포농업기술 발전에 힘쓰고 있다.‘일·생활균형 부문’에는 총 6개사가 선정됐다.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수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상 및 리프레시 휴가를 제공하고 점심시간을 연장하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했다. 최우수기업에는 ‘에이씨케이’가 선정됐다.에이씨케이는 검체검사솔루션, 진단검사정보시스템(LIS), 진단장비연동 의료기기 EMR연동기술 등 의료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전국 200곳 이상의 병원에 솔루션을 구축·공급하며 의료전산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우수벤처 부문’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 벤처기업의 참여 확대와 지역벤처 선정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지역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가 크고 우수한 성과를 낸 우수기업을 협회 지회에서 1차 심사·추천해 최종 18개사를 선정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우수벤처 98개사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각 부문별로 우수한 성과를 냄으로써 벤처기업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임을 보여줬다”며 “이들 벤처기업이 꿈과 비전을 실현하며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협회도 다양한 지원사업과 정책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단죄’ 못한 전두환…손자 전우원의 ‘대리 사과’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3월31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 씨가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전 씨는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라면서, 5·18 유족·피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대신 거듭 사과했다. 전두환 일가가 5·18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43년 만에 사과를 들은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최근 논픽션 평전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사이드웨이)을 펴낸 소설가 정아은(48) 작가는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5·18유족에게 용서를 빈 ‘손자’ 전 씨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지금이 뭔가 (한국사회가) 변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정 작가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리 사죄는 가능하지 않다는 일각의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법과 시스템은 아니지만, 정신과 마음, 변화의 움직임에는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전 씨의 등장으로, 5·18 신군부 세력에 대한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역사 진전의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사죄도 단죄도 없었던 ‘전두환’에 주목책은 인간 전두환의 대통령직 퇴임 이후 33년간의 생애를 다룬 논픽션이다. 사죄도 단죄도 없었던 전임 대통령 ‘전두환’에 주목했다.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한 1988년부터 사망한 2021년까지 33년 동안 정치적 논란은 많았지만 학술적으로 분석한 책은 별로 없었어요. 왜 객관적 평가가 안 됐는지 궁금했습니다.”정아은|400쪽|사이드웨이정 작가가 참고한 문헌만 해도 100여 권. 육군사관학교 출신 등 전두환 관련 인물들을 수소문해 인터뷰했다. 전두환을 영웅으로 미화하거나 악마화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했다고 했다. 그의 영광(1931년~1980년)과 모순(1981년~1987년), 몰락(1988년~2021년), 그리고 그런 인물을 탄생시킨 대한민국 현대사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시민 학살의 책임자이면서 다정한 가장이기도 했던 복잡한 인물로 촘촘히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무데뽀 지도자’ 전두환은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이 아니다. 작가는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서든 우격다짐으로 했던 시대였다. 추구하는 방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도 초월해 바로 행동하는 인물을 요구해 온 시대적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이고, 한국 남성들에게 요구되는 가치이기도 했다”면서도 “이런 것이 자기성찰 능력이 극도로 결여된 사람들에게 발현되면 (전두환의 경우처럼)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진상규명 시급…근현대사 제대로 교육해야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대한민국이 왜 퇴임한 학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는가’이다. 전두환을 지난간 역사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바라보는 작업이 왜 중요하고, 우리사회에 간절히 요구되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정 작가는 “국가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은 합법적 폭력을 독점해 사적 복수를 막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전두환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은 채 그가 사망한 일은 국가 존재 의미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일”이라고 했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의 저자 정아은 작가(사진=연합뉴스).정 작가에 따르면 그를 단죄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11·12대 전직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해 4월 대법원판결을 통해 12·12쿠데타, 광주학살, 뇌물 착복 등의 혐의로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2년 만에 풀려났다. ‘영·호남의 해묵은 지역감정을 해소하자’는 이유로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사면을 요청한 것. 작가는 “전두환의 처벌을 시스템과 법치가 아닌 지도자 개인의 정치적 손익에 따라 이용한 대표적 예”라면서 “정치인이 줄기차게 전두환 단죄를 주장하고, 국회가 이를 위한 입법에 나서고, 검사가 이를 집요하게 추적해 바른 판결을 내렸다면 전두환은 제대로 벌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일각에선 “그래도 전두환 시절이 살기 좋았다”, “경제는 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가의 우려는 여기에 있다. 이제라도 전두환을 역사의 제 위치에 놓지 않으면 또 다른 변종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전씨의 사과를 두고 아직도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 상황은 이 책의 주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면서 “우리가 왜 전두환을 단죄하지 못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각성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책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전두환 사후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 작가는 진상규명을 당면과제로 지목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진상규명입니다. 시스템과 법치로 전우원 씨의 행보를 뒷받침하는 것, 그래서 아직도 막대한 재력을 누리는 사람들을 죗값받게 하는 것이 가장 당연하고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해요. 그런 맥락에서 나와 관련된 가장 밀접한 근·현대사도 제대로 교육해야 합니다.”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지난 3월31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10층에서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전일빌딩245에서는 지난 2016년 5·18 당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탄흔 245개가 발견되면서 관련 조사 결과 계엄군 헬기에서 전일빌딩을 향한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