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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 356명 제일기획 광고출연 거부 선언
- [오마이뉴스 제공] "연예인 X파일"과 관련, 45개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 356명이 제일기획이 추진하는 모든 광고에 일절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24일 이후 제일기획을 통한 모든 광고출연 섭외도 거부된다.
45개 연예기획사로 구성된 "연예인 신상정보 유출사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제일기획에서 기획·제작하는 광고에는 일절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 21일 법무법인 "한결"을 통해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 대표이사 등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따라서 이번 비대위의 결정은 "연예인 X파일" 제작·유포에 대한 두 번째 구체적 집단행동으로 향후 사태가 주목된다.
비대위는 "연예인 이미지가 상품화 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인격 자체가 상품인 것은 아니다"며 "제일기획은 광고주의 위험을 최소화하려 했을 뿐, 관련 당사자인 연예인들에 대한 입장과 인권은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또한 비대위는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는 근거 없는 정보들을 수집해 사실확인 절차 없이 내외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해 연예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일기획측 사과와 관련, "이 사건에 대한 경위와 자신들의 책임, 대책에 대한 언급 없이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용해 의례적 사과만 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비대위는 "이번 사건은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개인정보 침해 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문제해결을 위해 끝까지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예인들이 집단으로 특정 기획사 광고출연을 일절 거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은 광고시장 17%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광고대행업계 1위 회사다.
다음은 비대위 보도자료 전문.
안녕하십니까. 연예인 허위문서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입니다. "비대위"는 허위문서와 관련한 해당 연예인과 연예기획사가 모여 결성한 것이며, 연예인들을 비롯한 개인의 명예와 인격훼손 및 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1월 17일, 연예인 99명의 허위 신상정보가 담긴 "광고모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사회전문가 심층 인터뷰 결과 보고서"라는 문서가 인터넷에 유출되었습니다.
이 허위문서는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최적의 광고모델 선정 및 광고주의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동서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하나, 이는 상업적 이익을 위하여 본인의 동의 없이 개인신상에 대한 불분명한 자료를 수집, 사용한 것입니다.
또한 제일기획은 상업적 이익에 앞서 광고주의 위험을 최소화하려 했을 뿐, 관련 당사자인 연예인들에 대한 입장과 인권은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문서는 연예인을 인격체가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만 평가하고 있습니다. 연예인의 이미지가 상품화 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인격 자체가 상품인 것은 아니며 또한 해당 연예인에 관한 확인되지도 않은 루머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사실정보와 동일한 비중으로 기록해 해당 연예인의 명예와 이미지 훼손은 물론 공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인권을 침해하고 인격을 훼손하였습니다.
이에 비대위는 2005년 1월 21일, 법정대리인 법무법인 "한결"을 통해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 양 사의 대표이사와 이 사건의 허위자료 제작, 유포에 관련된 담당자들에 대해 형사고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
비대위는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가 근거 없는 정보들을 수집해 사실확인 절차 없이 회사 내외의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했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개인 신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 사용해 연예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는 본 사건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연예산업의 발전과 질적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연예인들의 명예와 노력이 국제적으로 훼손됨은 물론 한류열풍을 비롯하여 해외에 수출되는 국내 스타 컨텐츠에 커다란 오명을 남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아가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문화 컨텐츠를 통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악영향을 주었습니다.
비대위 소속의 45개 연예기획사와 허위문서 해당 연예인을 포함한 연예인 356명은 2005년 1월 24일 이후로 이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제일기획에서 기획·제작하는 광고에는 일체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지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개인정보 침해 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며 비대위는 이를 위해 끝까지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이에 비대위는 2005년 1월 24일 이후로 제일기획을 통한 모든 광고물 섭외를 거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제일기획은 상업적 이익을 위하여 본인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개인 신상에 대한 불분명한 자료를 수집하였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마치 사실정보와 동일한 비중으로 기록, 이를 회사내외의 불특정다수에게 유포했으며 미확인 정보가 다수에게 공유될 때 발생할 개인적 인권 침해에 대한 부분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서유출이 급속도로 확산되었음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때문에 공인으로서의 재기 불가능한 악성루머들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한 제일기획은 사과문을 발표하였으나 이 사건에 대한 경위와 자신들의 책임, 구체적인 대책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용해 의례적인 사과만을 했을 뿐입니다.
현재 허위문서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 많은 대중들이 이 문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에서 리서치 전문 업체에게 조사를 의뢰한 것이고 또한 리서치 업체는 정확한 기준도 없이 "전문가 심층 인터뷰"라는 타이틀로 기자와 방송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10명은 연예계 종사자이긴 하나 전문인이라고 하기엔 정확한 기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일기획이라는 대표기업과 "리서치 전문"이라는 기관,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이 자료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신빙성 있는 자료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비대위 소속의 45개 연예기획사와 허위문서 해당 연예인을 포함한 연예인 356명은 2005년 1월 24일 이후로 이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제일기획에서 기획·제작하는 광고에는 일체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지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개인정보 침해 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며 비대위는 이를 위해 끝까지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 정통부 "정보화기금 관련 산하기관 부서장도 재산등록"
- [edaily 박호식기자] 정보통신부는 정보화촉진기금 운용관련 비상장사의 미등록 주식 취득 등 비위관련자를 엄중문책하기로 했다. 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 6개 기금운용기관의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재산등록 기관장에서 부서장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와 함께 3년 주기의 일몰제를 도입해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지원을 중단하고, 기금운용의 외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위원 중심으로 운영하던 기금운용심의회를 민간위원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정보통신부는 2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정보화촉진기금 운용방식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우선, 감사원 감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비상장회사의 미등록 주식을 취득한 정통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직원에 대해 엄중문책하고, `정보통신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산하기관까지 확대적용할 예정이다.
또 `클린행정 서약` 및 `사후민원 A/S제`를 실시하고, 부패방지 가이드를 제작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금운영기관인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전산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재산등록 대상을 기관장에서 부서장(48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기금운용과 관련해서는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동일기업에 대한 출연지원총량제를 도입해 벤처비리 발생소지를 차단키로 했다. 또 관례적이고 답습하는 기금지원 방지를 위해 3년 주기의 일몰제를 도입해 성과가 부진한사업은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또 운용성과를 높이기 위해 IT839전략 등 정책목표와 직접 연계된 과제를 중점 지원키로 했다.
기금운용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기금운용심의회를 개편, 그동안 정부위원이 73%를 차지하던 것을 민간위원이 70%를 차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기금운용계획, 추진현황, 결산, 연차보고서 등 주요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다.
정통부는 이외 에도 감사원이 정보통신대학교에 대한 기금지원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한데 대해 "정통부장관이 이사장직을 겸직하지 않도록 하고, 정보통신대학교 감사 외부 전문가 선임 및 정통부내 정보화촉진기금 업무를 기금관리업무와 사업집행업무로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보화촉진기금에서 출자한 IT전문투자조합이 본래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2000년 이후 결성된 투자조합은 비IT기업, 상장주식 취득을 금지시켰으며 이를 위반해 발생하는 손실은 보전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Workaholic②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미국 CBS 방송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무대로 범죄 현장의 자잘한 증거를 수집, 과학적으로 분석, 범인을 잡아내는 `CSI`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높은 인기 덕에 방송 광고가 급신장하기도 했다.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을 보도, 부시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장본인도 CBS의 유명한 시사고발 프로 `60 Minutes`다. CBS의 간판 앵커 단 래더는 이라크 전쟁 직전 후세인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식 축구 대회 `수퍼볼`에서 가수 자넷 잭슨의 가슴 노출 사건을 일으킨 방송국도 다름 아닌 CBS다.
CBS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철저하게 상업적이면서도, 미국의 양심을 얘기하는 수준 높은 보도 프로그램도 많다. CBS의 자아분열적인 모습을 대변하듯이 멜 카마진 사장과 섬너 레드스톤 회장은 물과 기름처럼 갈라져 융합하지 못했다.
◇CBS와 바이아컴의 만남
CBS를 장악한 카마진 사장은 경쟁사인 NBC나 ABC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카마진은 70년대 한몸이기도 했던 바이아컴에 추파를 던졌다. 방법은 이전에 그가 써먹었던 수법과 비슷했다. 바이아컴의 UPN 방송과 CBS의 케이블 방송을 맞교환하자며 레드스톤 회장을 꼬드겼다.
월가에서는 방송과 영화 컨텐츠의 결합을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우선 경기 방어 능력이 극대화된다. 통상 경기가 하강하면 방송 광고 매출은 떨어지게 된다. 반면 영화 극장의 티켓 수입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방송 미디어와 영화 컨텐츠는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면 방송을 통해 집중적으로 광고를 한다. 성공한 영화는 TV를 통해 몇번이고 방송, 재활용할 수도 있다.
1999년 8월 카마진은 레드스톤의 사무실 문을 두들긴다. 레드스톤은 그러나 3번이나 카마진과의 약속을 취소한다. 이유는 다른 일로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레드스톤은 CBS를 그저 그런 방송사로만 생각했다. CBS의 강력한 방송 네트워크와 라디오 기지국, 옥외 광고판, 하워드 스턴같은 인적 자산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나중에야 인식하게 됐다.
CBS는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사다. 바이아컴은 헐리우드 영화 스튜디오와 MTV를 기반으로 국제적인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둘이 합친다면 당장이라도 미디어 제국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카마진은 카마진대로 노림수가 있었다. 레드스톤 회장은 뚜렷한 후계자가 없다. 카마진은 "시간은 자신의 편"이기 때문에 어쩌면 CBS를 손아귀에 넣은 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바이아컴의 CEO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마진과 레드스톤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다른 칼라를 가지고 있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일주일 내내 일한다는 것이다.
CBS와 바이아컴은 700억달러 규모의 합병을 선언한다. 레드스톤이 CEO를, 카마진은 COO 역할을 맡기로 했다. 카마진의 특기인 라디오 부문은 그의 지휘를 직접 받게 됐다. 카마진은 레드스톤이 물러나면 자연스럽게 CEO가 된다. 더구나 18명의 이사중 14명의 동의를 받아야만 해고가 가능했다. 카마진은 이사 8명을 자신의 손으로 뽑을 수 있는 권리도 가지고 있다.
레드스톤은 카마진이 요구한 계약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카마진이 인피니티를 CBS에 팔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바이아컴이 CBS를 인수하는 것이지만, 카마진은 당당하게 `차기`를 보장받았다.
카마진은 양사가 합병한 후 매년 모든 사업 부문이 20% 씩 성장해야만한다고 강조했다. 카마진이 바이아컴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레드스톤은 무슨 생각으로 카마진의 요구를 다 들어준 것일까. 레드스톤은 합병 직후 "바이아컴을 위해 CBS를 프리미엄없이 인수했고, CEO로서의 지위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드스톤은 합병 바이아컴의 최대주주다. 레드스톤은 카마진이 CEO 자리에 올라서려면 어쨌든 나를 넘어야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시너지
CBS는 토요일 아침 시간 바이아컴 소유의 어린이 채널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스 클루`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CBS는 2살짜리부터 11살짜리 어린이 시청자를 새롭게 확보하게 됐다. 이 시간대 광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아이가 사달라고 조르는 물건을 끝내 사주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다.
카마진의 스포츠 집중 전략도 계속됐다. 그는 경쟁사인 USA네트워크로부터 월드레스링페더레이션(WWF) 방송 중계권을 빼앗아온다.
카마진은 디즈니 소유의 ABC 방송이 수퍼볼 하프타임에 화려한 쇼를 준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을 보고는, "CBS가 수퍼볼 중계를 할 때 MTV도 이런 쇼를 만들면 근사할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카마진의 구상대로 CBS는 수퍼볼 중계권을 따냈고, MTV는 하프타임 쇼를 제작했다. MTV 제작진은 지난해 수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의도적으로 자넷 잭슨의 가슴을 노출시켜, 미국 시청자들을 경악케했다.
이런 식으로 사업을 확장한 카마진은 합병 첫해인 2000년 바이아컴의 매출을 56% 신장시킨다. 세전이익도 39%나 늘어났다.
카마진은 광고 전략에서도 공세를 취했다. 경기가 하강하면서 광고 단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통상 전체 광고의 80% 정도를 입도선매 형식으로 광고 대행사에 싼 값으로 팔아버린다. 카마진은 "바이아컴은 경기후퇴를 모른다"며 관례를 깨고, 전체 광고의 55~60%만 대행사에 넘기는 승부수를 던진다. 만약 나머지 광고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CBS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카마진은 스스로 광고 세일즈를 자극할 동기가 필요했다. 동시에 광고주들에게도 CBS 광고는 덤핑이 없다는 것을 각인시켜야했다. 카마진은 `모 아니면 도` 식의 위험한 전략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만만한 카마진은 "사업은 한사람이 해야만 한다. 우리가 합병했을 때 그 한사람은 바로 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레드스톤이 카마진의 이런 말을 즐겁게 생각할 리가 없다.
◇제국의 운명
카마진이 바이아컴의 간판으로 부상하면 할 수록 레드스톤은 그를 경계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레드스톤이 아니라 카마진을 찾았다.
"투자자들은 레드스톤이 아니라 멜을 선호했어요. 멜은 그들에게 사업과 관련된 팩트들을 던져줍니다. 이것이 두 사람 사이에 긴장을 초래한 것이 틀림 없습니다."
바이아컴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번은 투자은행이 주선한 미디어 그룹 연례 회의에 레드스톤이 카마진을 대동하지 않고 참석하기도 했다. 레드스톤이 카마진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었다.
바이아컴 사정이 악화되면서 두사람 사이는 돌려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이아컴은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한다. 경쟁사인 타임워너는 24%, 디즈니는 26%에 불과하다. 경기가 위축되고 광고 시장이 약해지면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월가는 바이아컴을 방송과 영화 컨텐츠의 이상적이 합병이라고 치켜세웠지만, 불황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회사 실적이 악화되면서 두 사람 간의 충돌이 더욱 자주 일어났다. `카리스마`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레드스톤은 은퇴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카마진을 후계자로 인정하려 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 중 한명은 반드시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카마진 진영에서는 의도적으로 이사회에서의 논쟁을 언론에 흘렸다. 레드스톤이 젊은 카마진을 핍박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려했다.
두 사람 사이의 싸움이 심해질수록 바이아컴의 주가는 하강 곡선을 그렸다. 참다 못한 이사회는 두 사람이 모두 자중하고,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레드스톤은 카마진을 잘라버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이사진 18명 중 14명을 포섭해야하는데 8명은 이미 카마진 쪽 사람이 아닌가. 레드스톤도 카마진을 눈엣 가시처럼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레드스톤과 카마진 사이의 싸움은 지난해 카마진의 고용 계약이 새롭게 경신되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듯했다. 그러나 바이아컴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뒤였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카마진과 레드스톤을 신뢰하지 않았다. 바이아컴은 경기 회복으로 미디어 관련주 주가가 모두 오름세를 나타내는데도 거북이 걸음을 계속했다.
특히 카마진이 책임지고 있는 CBS 라디오 부문 실적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광고 의존도가 높은 체질을 바꿀 장기적인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 미국 미디어 업계는 기술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PVRs(Personal Video Recorders)라는 기술이 보급되면서 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PVRs는 비디오 플레이어를 대체할 새로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원래 이 기술은 폐쇄회로TV에 쓰이던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 객장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찍은 화면은 분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보통 비디오 녹화기로는 이를 처리할 수 없다.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서 대용량 저장 장치에 저장해야한다. 이때 쓰이는 기술이 PVRs다. 이것을 가정용으로 바꾼 상품이 이미 시판되기 시작했다.
PVRs를 이용하면 공중파 방송을 한 쪽에서는 녹화하면서 동시에 재생해 볼 수 있다.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녹화했다가,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볼 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방송 중간중간에 나가게 되는 광고를 건너뛰게 된다. PVRs 기술이 일반화되면 5년래 바이아컴의 현금흐름이 9%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와있다. 광고 의존도가 높은 바이아컴으로서는 PVRs는 치명적인 발명품이다.
카마진은 이같은 미디어 업계 변화에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카마진은 투자자들 앞에서 "면목이 없다. 우리 회사 주가는 레드스톤 회장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성적이 좋지 않다"고 실토해야했다.
그는 "바이아컴의 성공적인 운영실적이 주가로 연결되지 못해 실망한 투자자들이 많다"며 "미래의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때 그의 이름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했던 기억이 생생한 카마진에게 바이아컴 주가 하락은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레드스톤과의 기싸움으로 정력을 소비한 카마진은 투자자들로부터도 외면 당하자 회사내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결국 레드스톤 이후를 꿈꾸던 카마진은 스스로 바이아컴을 물러나게 된다.
레드스톤은 카마진이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자신도 3년내에 CEO 자리에서 물러날 것임을 공언했다. 레드스톤은 카마진을 물리쳤다. 그에게는 후계자가 필요없었다. 미디어 업계의 가장 낮은 곳에서 최정상의 자리까지 줄기차게 올라온 카마진 조차도 레드스톤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바이아컴은 다시 늙은 레드스톤의 손에 온전히 맡겨졌다. 첨단 미디어 제국, 바이아컴을 이끌기에 81세의 레드스톤은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닐까. 어쩌겠는가. 그것이 바이아컴의 운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