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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조사 일양약품, 코로나19 치료제 허술한 공시 의혹
-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일양약품(007570)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 결과 공시가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충실히 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양약품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파이프라인 효과를 왜곡 발표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상시험 등록번호도 없는 공시 2021년 3월 4일 일양약품의 코로나19 치료제 라토티닙의 임상 3상 실패 공시. (자료=금감원)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해 3월 4일 라도티닙(Radotinib) 코로나19, 러시아 알팜(R-PHARM)社 임상 3상 결과’라는 제목의 공시를 게시했다. 라도티닙은 일양약품이 자체 개발한 2세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이며, 제품명은 슈펙트다. 일양약품 측은 공시에서 “라도티닙의 코로나19 임상 3상을 러시아 알팜이 진행했으나, 표준 권장 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에 러시아 알팜은 러시아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라도티닙(Radotinib) 마케팅 승인 신청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공시는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내용은 단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는 2020년 2월 유가증권시장은 2020년 11월 ‘제약·바이오기업을 위한 포괄 공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코스피 제약회사인 일양약품은 공시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을 위한 포괄 공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임상 3상의 성공과 실패와 상관없이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상장법인의 자체적인 판단만 기재하는 것은 지양하고, 임상수탁기관(CRO)에서 분석한 1차지표(주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 등 통계값을 담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특히 임상시험 관련 공시는 기본적으로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정보(대상 적응증, 시행방법, 임상시험 등록번호, 작용기전 등)를 상세하게 기재해야 한다. 임상시험 등록번호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NCT 번호(ClinicalTrials에 등록), 국내 임상은 CRIS 번호(질병관리본부 임상연구정보서비스(CRIS)에 등록) 등 각 규제 기관으로부터 부여받은 고유식별정보다. 일양약품의 공시에서는 실패했다는 사실 이외에 제약·바이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정보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임상 시험 모집 환자 규모, 어떤 1차지표를 사용해서 코로나19 치료제 효능을 평가했는지, 1차지표 및 2차지표(부지표)의 통계값, 임상시험 등록번호, 임상승인기관, 임상시험기관 등이 누락됐다. ◇개인투자자 이미 손실, 뒷북 수사 비판일양약품은 라도티닙 효능을 부풀려 발표해 주가를 띄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업계 최초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 인비트로 실험(동물실험)에서 라도티닙이 대조군에 비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70%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뒤이어 2020년 5월 “코로나19 적응증으로 러시아 임상 3상을 실시하며, 국내 최초로 해외 임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테마주로 부상한 일양약품의 주가는 순식간에 요동쳤고, 2020년 1월 2만원에서 2020년 7월 9만7000원까지 급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든 사이 일양약품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들은 고점에서 주식을 내다팔았다.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의 친인척 등은 2020년 3월부터 7월까지 약 6만주를 매도하며 차익을 시현했다. 그러다 2021년 3월 거래소 공시를 통해 임상 3상 실패를 발표했고, 주가는 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 바이오회사 IR팀 임원은 “이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 수시공시는 2021년 3월 4일이 유일하다”며 “2020년 상반기 임상 이벤트로 오너 일가의 특수관계인이 고점에 매도한 시점에 일찌감치 거래소가 수시공시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바이오회사 대표는 “거래소에서 받은 임상 3상 결과 수시공시도 가이드라인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독기관에서 다시 한번 국내 바이오섹터의 시장 교란과 관련해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바이오 공시 철저히 검토하겠다”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의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임상 결과 공시. (자료=거래소, 금융위)거래소는 일양약품의 공시가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사항을 충실히 담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단 일양약품의 라도티닙 임상 3상은 러시아 알팜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공시 의무 사항은 아니었다. 다만 임상 실패에 대한 풍문이 시장에 돌았고, 거래소에서 먼저 회사 측에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자율공시를 한 것”이라며 “급하게 실패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면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여러가지가 누락된 채로 나갔다”고 말했다.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바이오 상장사의 공시 검토를 더 세심히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측은 “자율공시라도 임상 결과에 대한 공시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객관적인 정보를 담았어야 하는 건 맞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있을 경우 상장법인에게 최소한의 기재사항은 지키라고 요청하고 검토도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양약품은 의무공시도 아니며, 거래소에서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라도티닙 코로나19 임상 3상은 메이드인 코리아가 아니라 메이드인 러시아다. 알팜사에 라이선스 아웃을 했기 때문에 모든 권리는 러시아 알팜이 갖고 있다”며 “알팜이 러시아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임상을 실행했으며, 법적으로 한국거래소에 공시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알팜사가 새벽 3시에 임상 실패를 했다는 연락을 했다. 우리는 알팜이 보내주는 자료 이외에는 임상디자인에 대해서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공시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먼저 거래소에 자율공시라도 하겠다고 해서 수시공시를 하게 된 것”이라며 “일양약품이 러시아에서 직접 임상을 했다면 가이드라인에 따라 하는 게 맞는데, 모든 권리를 알팜에 넘겼으므로 공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사실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회사 경영진의 주식 매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양약품 측은 “실제로 대주주를 포함해서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경영진의 주식은 한 주도 매도가 안 됐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6촌까지 혈족을 묶어서 공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 경영과 전혀 관계없는 친인척이 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배경은 손실을 입은 일부 주주들이 2021년 5월 고소장을 접수한 건이다. 이에 일양약품은 연구 결과를 다르게 발표한 사실이 없음을 수사 기관을 통해 소명했다”고 전했다.
- CBC 인수설 휴젤, 한국 본사 경영 GS의 선택은
-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스 1위 휴젤(145020)이 인수합병(M&A)이 체결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매각설에 휩싸였다. 휴젤 한국 본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GS(078930)는 보유 지분 향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오산업 첫 진출이라는 타이틀 속에 GS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휴젤 최대주주 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APHRODITE ACQUISITION HOLDINGS LLC) 지배 구조. (자료=금감원)지난 12일 블룸버그 통신은 사모펀드 CBC그룹이 휴젤의 비상장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금 조달을 모색하기 위해 고문들과 예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에서 휴젤 재상장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 분기보고서 기준 CBC그룹과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다발라 연합, GS와 IMM인베스트먼트 연합은 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APHRODITE ACQUISITION HOLDINGS LLC)를 통해 휴젤 지분 43.24%를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 다음 날 휴젤 측은 풍문에 대한 해명 공시를 냈지만,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 휴젤은 “최대주주(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는 당사의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와 관련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거나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CBC그룹은 휴젤에 대해 큰 욕심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중국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본사가 싱가포르에 위치한 CBC그룹은 중국의 의료 부문에 중점을 둔 상하이 기반 사모펀드 회사다. 휴젤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정식으로 중국 판매 허가를 획득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25년까지 약 1조75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 유럽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꼽힌다.휴젤 인수전에 CBC그룹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당시 특수목적법인(SPC) 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가 휴젤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 설립은 CBC그룹이 주도했다. CBC그룹은 휴젤 인수를 위해 무다발라와 함께 SPC 씨브릿지 브이 인베스트먼트(C-Bridge V Investment Six Pte. Ltd.)를 설립, 씨브릿지 브이 인베스트먼트 명의로 또다른 SPC 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를 세운 것이다. 당초 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 지분은 씨브릿지 브이 인베스트먼트가 72.7%, GS와 IMM인베스트먼트 연합이 27.3%를 취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휴젤의 M&A 승인을 심사하게 되면서 CBC그룹의 계획에 변동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보툴리눔 독소를 생산하는 균주 포함)이 국가핵심기술이다.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산자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휴젤의 전 소유자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은 M&A 전문 변호사들을 투입했고, 그 과정에서 씨브릿지 브이 인베스트먼트의 참여 지분은 대폭 낮아졌다. 최종적으로 아프로디테 에퀴지션 홀딩스 지분율은 씨브릿지 브이 인베스트먼트 42.105%, GS와 IMM인베스트 연합 42.105%, 무바달라 15.790%다. 이 중 CBC그룹과 휴젤 인수전 초기부터 함께한 무바달라의 지분은 사실상 CBC그룹의 우호지분으로 보고 있다. 휴젤의 이사진에는 CBC그룹과 GS 임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료=금감원)14일 기준 휴젤의 주가는 12만원대를 횡보 중이다. 지난해 8월 CBC그룹이 인수한다고 발표할 때 주가인 22만대보다 45% 폭락한 상태다. CBC그룹이 장내매수 또는 휴젤 2대주주인 Massachusetts Financial Services Company(7.06%)와의 블록딜을 통해 충분히 단독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CBC그룹은 지난달 류준수씨를 영입하며, 휴젤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CBC그룹이 서울지사 운영파트너를 고용한 건 최초다. 류준수씨는 한화그룹 바이오사업부, 한국IMS컨설팅그룹, 먼디파마(한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 GS녹십자 사업개발본부 고위직을 역임하는 등 20년 넘는 한국 제약산업에 종사했다. 휴젤의 이사진에는 CBC그룹과 GS 임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CBC그룹 대표이사 웨이 후(Wei Fu), CBC그룹 한국·북미대표(Managing Director) 마이클 경(Michael Keyoung, 경한수), GS그룹 허서홍 부사장(GS 미래사업팀장)과 이태형 전무(GS CFO) 등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휴젤의 경영은 GS그룹이 이끌고 있으며, 허 부사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허 부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이다. 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로 GS 오너 4세다. GS그룹의 휴젤 경영은 바이오 첫 진출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보툴리눔 톡신은 신약개발 리스크 없이 단일 제품으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전문의약품보다 규제도 복잡하지 않아 대기업이 바이오를 시작하기에 가장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GS는 휴젤 보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GS그룹 측은 “당사가 보유하고 있는 휴젤 지분의 매각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