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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KAIST·한양대, AI반도체대학원 신규 선정…총 164억 지원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AI반도체대학원 신규 선정 대학 3곳 지원개요. 출처=과기정통부AI반도체대학원 신규선정 3곳 인재양성 계획. 출처=과기정통부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가 인공지능 반도체(AI반도체)분야 석·박사 고급 인재양성을 위한 AI반도체 대학원으로 새롭게 선정됐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이 같은 결과를 밝히면서, 선정된 대학(원)에 대학당 연 30억원 수준, 총 164억원(’23~’28년)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선정된 대학들은, 석·박사생들의 AI반도체 칩 설계 및 제작 관련 실전 역량 제고를 위해 기업 참여형 프로젝트, 기업 인턴십, 팹리스 창업 등 산학협력 교육과 함께, 글로벌 역량을 갖춘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유수의 대학 등과 공동 연구 및 교육을 하게 된다.서울대학교는 아키텍쳐(입력값에서 원하는 출력값을 얻기 위한 논리적인 기능체계) ,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알고리즘, 반도체 회로 설계 등 특화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방학기간을 활용한 팹리스 기업 등에 학점연계 현장실습, 인공지능 반도체 전공트랙을 신설하여 인공지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전문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KAIST는 AI 알고리즘ㆍ회로ㆍ칩 설계 등의 다양한 실용화 연구 및 산학 공동 프로젝트와 함께, 학문분야를 초월한 융합교육ㆍ연구를 위해 복수 지도제를 도입하며, 미국ㆍ유럽 내 유수 대학들과 PIM 반도체 등 차세대 분야 전략적 글로벌 협력 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다. PIM(Processing-In-Memory) 반도체는 하나의 칩 내부에 메모리와 프로세서 연산기를 집적한 차세대반도체다. 기존 컴퓨팅 구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병목현상 및 과다한 전력소모 문제를 해결한다. 한양대학교는, 초저전력ㆍ뉴로모픽 등의 핵심기술 연구와 함께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산업혁신형, 수요지향형, 국제협력형 등 3개 트랙의 산학 프로그램을 필수과정으로 구성하고, 기업 현장 문제해결 및 자기주도적 창의자율 연구를 통해 전문지식과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뉴로모픽 반도체는 뇌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회로를 구성하여 전력 소모, 연산속도 등을 효율화한 반도체다.전영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초거대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확산됨에 따라 AI 연산에 특화된 인공지능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면서 “고성능ㆍ저전력 AI반도체 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인재양성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이를 통해 K-클라우드 확산 등 미래 유망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尹, 하버드대 대담…“워싱턴선언, 핵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종합)
- [보스턴=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과 관련,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토식 핵공유’엔 “1대1로 맺어 더 실효”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이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 대담에서 “북핵 위험이 눈앞에 온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도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며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도 “핵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윤 대통령은 또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 의무만이 들어간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존중하는 의무가 있다”며 “워싱턴 선언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나토식 핵공유’와 비교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워싱턴 선언은) 확장 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특정 국가와의 문서로 정리된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워싱턴 선언’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할지 묻는 나이 교수에게 “늘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좋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이어 “워싱턴 선언은 북한 핵 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결의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이 협조를 좀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핵 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됐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도 함께 노출돼 있기에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 지원을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는 “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전황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또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거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한민국의 독자적 정책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조정해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尹 “소프트파워, 규제 푸는 국가가 키워”…나이 교수 “A학점 답변”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국민 간에 과거 식민시절과 관련해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의 협력이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 간 감정적인 문제, 인식의 문제들을 많이 고쳐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부연했다.그러면서 “오늘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다시 전격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청중석에 있던 한 일본인 학생의 한일관계 관련 질문에도 “변화가 이뤄지고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정권이 변한다 하더라도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미 국민들한테는 변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한국의 ‘소프트 파워’ 강화 방안을 묻는 나이 교의 질문에는 BTS와 블랙핑크,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도와준 것이 거의 없다. 순수한 민간과 시장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소프트 파워’는 나이 교수가 창안한 개념이다. 한 국가가 문화적 매력 등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을 지칭하는 말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상징되는 ‘하드파워’와 대비되는 용어다.윤 대통령은 “전세계 마켓을 단일 마켓으로 만들 수 있게 개별 국가에서 규제를 먼저 풀어가는 쪽이 소프트파워를 키울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이에 나이 교수는 “정말 완벽한 답변을 해주셨다. 케네디스쿨 재학생이라면 A학점이 바로 수여될 정도로 훌륭한 답변”이라고 농담을 해 폭소를 자아냈다.대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국제사회는 용기 있고 결연한 연대로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하버드대 재학 중 28세에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하버드인’ 윌리엄 해밀턴 쇼 대위 이야기를 꺼내며, 쇼 대위 손자와 며느리가 함께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윤 대통령은 연설 도중 연단에서 내려가 두 사람과 악수하며 영어로 “감사하다. 우리는 당신의 가족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메모리얼 처치’를 방문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하버드 동문을 추모하기도 했다.
- 허허벌판에서 인구 30만 중형도시로…17년째 변하고 있는 세종
- 정부세종청사 전경[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인 것으로 나타났다.26일 행복청에 따르면 2012년말 정부세종청사 이전과 함께 본격적인 인구유입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젊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행복도시 세종의 2023년 3월말 기준 평균연령은 35.3세로 전국 평균 44.4세를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허허벌판에서 첫 삽을 뜬 행복도시 건설은 올해 햇수로 17년째로 지난 3월말 행복도시 세종 21개 법정동 인구수는 30만 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당초 충남 연기군 일대 전원지역에서 시작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젊은 인구비율 전국 1위, 합계출산율과 다자녀비율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행복도시 건설을 총괄하는 행복청이 묵묵히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주거환경 만족도 전국 1위,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행복도시 세종에 사는 사람들의 거주 연령대는 40대 22%, 30대 17%, 10대 14%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30만 명 가운데 50세 미만이 77%를 차지해 젊은 층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통계개발원이 작성한 ‘국민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2020년, 2021년 지역별 주거환경 만족도’에서 행복도시를 포함한 세종시가 9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녹지환경 만족도’에서는 강원과 전남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69.0%를 기록했다. 통계수치만 봐도 쾌적하고 깨끗한 도시이미지를 유추할 수 있다. 복합스포츠시설과 테마숲을 갖춘 중앙공원, 사계절 볼거리를 제공하는 호수공원,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 속 정원인 국립세종수목원 등 행복도시 세종 전체 면적의 52.4%가 푸르른 녹색으로 채워지고 있다.뿐만이 아니라 1071석의 세종 예술의전당, 도시구조를 상징하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춘 금강보행교 등 다채로운 문화시설들이 차례로 마련되면서 ‘소확행’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세종 중앙공원(들국화 정원)◇아름다운 도시미관과 편리한 대중교통 ‘으뜸’행복도시 세종에는 소위 ‘성냥갑 아파트’로 불리는 심심하고 획일적인 건물이 많지 않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공모를 통해 혁신적인 설계와 디자인을 발굴했고 순환산책로, 통합 커뮤니티 같은 다양한 특화요소를 적용했다. 단독주택도 마찬가지다. 한옥마을, 창조문화마을 등 고유한 테마로 구성된 주택단지가 빼어난 주변경관과 어우러지며 특별한 정취를 자아낸다. 행복도시 세종은 또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건강한’ 도시이기도 하다. 332km에 이르는 자전거도로가 도시의 곳곳을 잇는다. 공영자전거 ‘어울링’도 최근 5년간 연평균 76%의 이용증가세를 보이며 도시를 대표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BRT(간선급행체계버스)를 이용하면 행복도시 세종 어디든 2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행복청은 대중교통분담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첨단 BRT 정류장 구축, 자율주행차 실증, 수소충전소 확충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한국형 ‘아이비리그’, ‘옥스퍼드’ 꿈꾼다 자녀를 둔 부부에게 행복도시 세종의 수준 높은 교육환경은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2012년 이전까지 행복도시 예정지에 학교라고는 1개뿐이었지만 올해 3월말 기준 벌써 117개교가 문을 열었다. 20명 남짓의 학급당 학생 수는 OECD나 EU 평균에 가깝다. 또 국제고, 과학영재고, 예술고 등 특수목적학교도 밀집되어 창의적인 인재가 자라날 토양이 되고 있다. 2025년 3월에는 전국 최초로 학점제 기반 ‘캠퍼스 고등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다.내년부터 서울대 등이 차례로 입주하는 ‘공동캠퍼스’도 세계적인 교육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다. 기숙사, 학생회관, 강당 등 기초시설부터 스포츠컨벤션홀, 학술문화지원센터에 이르기까지 각종 시설을 입주대학과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인적 교류와 학문간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되는 신개념 캠퍼스다. 이미 서울대, KDI국제정책대학원 등 6개 대학이 입주를 확정지었고, 올해 2월에는 고려대가 2차 입주승인을 받았다. 한편 각종 교육지원시설도 착착 구축되는 중이다. 청소년 진로상담과 탐색 등을 위한 ‘창의진로교육원’은 하반기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평생교육원’은 취업교육과 직업체험 등 다양한 강의와 실습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행복청은 과학문화체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문화센터’ 건립도 기획 중에 있다. 세종 호수공원◇다양한 산업 유치·기업 생태계 조성, 자족도시 완성행복도시 세종은 지금도 성장 중인 도시다.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자족기능 확보가 언제나 중요한 화두였다. 행복청은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와 유네스코 세계유산해석국제센터 등 약 350여개의 중견·벤처기업을 유치해 도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복지와 미디어를 주제로 한 특화 공간 조성도 추진 중이다. 생활밀착형 기반시설 또한 건립이 한창이다. 주민센터 및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모인 ‘복합커뮤티니센터’는 15개소가 문을 열어 주민공동체 구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역복지지원센터’는 6곳 중 3개소가 완공되어 운영 중에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행복도시 세종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과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도 확정되어 향후 입법과 행정 간 긴밀한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실질적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로드맵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 같은 국정기조에 맞춰 행복도시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상래 행복청장은 “지난 1년, ‘실질적 행정수도 행복도시 세종’이라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모멘텀을 맞아 국가위상에 걸맞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짧은 기간 인구 30만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이어 “젊음이란 가능성이자 열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행복도시 세종은 그만큼 성장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뜻”이라며 “앞으로도 행복도시 세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목멱칼럼]열려라, 대학!
-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완화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는 국가 프로젝트, 즉 ‘고등교육을 통한 지역혁신체제(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로 지방 소재 대학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중앙정부의 일률적 평가에 의한 대학 재정지원방식을 탈피해 해당 지자체에 평가와 재정 배분 권한을 대폭 위임함으로써 대학이 지역 내 지식과 산업, 일자리 생태계의 중심적, 혁신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이다. 최근 지방 국공립대 간의 캠퍼스 통합과 연합, 공유 논의가 활발해진 것도 이러한 추세와 무관치 않다. 개별 캠퍼스로 운영되던 대학들이 빅뱅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대중적인 고품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버넌스 혁신을 이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전통적인 유럽의 명문 대학들은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공형이 특징이다. 특히 프랑스의 다학제 고등·평생 교육기관 CNAM(Conservatoire National des Arts et Metiers)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794년 설립된 이 대학은 직역하면 ‘국립예술공예대학’이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2년제 전문학사, 학사, 석박사 과정은 물론 직업교육 훈련과정까지 제공하는 ‘국립예술산업 종합대학’으로 약 11만 명의 등록생이 재학 중이다. ‘우리는 누구든지 어디서나 가르친다’라는 교육이념처럼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 150여 개의 CNAM 센터를 갖고 있으며, 주말 과정이나 원격교육 등을 통해 대중에게 열려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이 대학은 대중적인 평생교육 못지않게 연구역량 또한 탁월하다. 파리에 소재한 CNAM에는 많은 교수와 연구진, 박사과정 학생들이 22개의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학과 과학, 응용예술 등 7개 분야에 걸쳐 3000여 점이 넘는 발명품과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에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과학기술의 진화와 역사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창의적 발명품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미국의 명문 대학들에서도 ‘다양하고 차별화된 고객’을 조화롭게 수용하는 고등·평생 교육모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최고의 대학 하버드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개방된 학사 프로그램 ‘익스텐션 스쿨’ 운영도 활발하다. 2019년 17세의 캔자스주 율리시즈 고교 졸업생이 졸업한 지 열하루 만에 하버드 대학 졸업장을 받게 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주인공인 브릭스턴 모럴이 익스텐션 스쿨에 입학한 것은 열한 살 때였다. 입학 자격을 따지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 수업을 듣고 일부 강의는 온라인으로, 일부 과목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여름학기에서 강의를 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내 지평을 정말로 넓혀줬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것들과 내가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미국 서부의 명문 UC 버클리는 1891년 설립된 UC 버클리 익스텐션 스쿨을 통해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익스텐션은 현재 온라인 과정을 포함해 매년 2000여 개의 과정과 70개 이상의 전문 수료 및 특별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수료 후 학생들이 취득한 학점은 각자의 본교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들 대학은 세계 최고 명문 대학의 자원을 활용해 누구에게나 열린 강좌를 제공함으로써 평생에 걸친 학습과 체험의 연결성에 주력한다.이제 대학은 지역사회와 혁신적 가치공유를 통해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핵심 주체로 앞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초거대 AI와 생애 전주기 사이클을 고려한 맞춤형 학습콘텐츠는 교육 서비스의 ‘초개인화’ 시대를 열어가며 전통적인 울타리를 허물고 있다. 지역 내 대학들이 과감히 학제의 칸막이를 허물고, 새로운 거버넌스 혁신으로 글로벌 수준의 고등·평생 모델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