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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금융의 첨병들)김왕경 산업은행 국제금융부문 이사
- [edaily 유용훈 국제전문기자] "지금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을 정확히 알릴 수 있는 `국가IR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국제금융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왕경 이사는 최근 자금시장 내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지만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최근 보인 변동성 장세의 원인으로 ▲이라크 전쟁과 ▲북 핵 문제와 같은 한국만의 컨추리 리스크 상존, ▲SK글로벌 분식회계로 다시 불거진 기업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 문제, ▲카드사의 부실채권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김 이사는 여기에 국제 투자은행(IB)들이 유동성을 갖기 위해 자금을 단기로 운용한 것도 한몫 한 것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상반기까지 유동성을 가져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현재 IB들의 관심은 `한국경제에 대한 대내외의 신뢰도`라고 밝히고, 지금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정보를 업데이트해 줄 `국가 IR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이어 작년 이후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오르면서 단기 차입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국제금융시장의 현실은 차주은행인 산업은행도 해외차입이 쉽지않은 상태"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나 위기 수준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IMF위기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외환보유고가 1200억 달러에 달해 헤지펀드의 공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나 금융 기관들이 위기 관리 대처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이사는 다만 "지난 외환위기의 주범이었던 단기 차입한 자금을 중.장기로 운용하는 `미스매칭`의 위험성이 다시 재발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서는 시장금리에 기초한 공정한 경쟁의 룰을 지켜야 하며 만약 마켓의 기본을 흔들게 되면 공멸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광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와 73년부터 산업은행과 인연을 맺기 시작해 30년간을 `정통 산업은행 맨`으로 지내온 김 이사는 사내에서는 `왕(王)이사`로 통한다. 투자부에서 출발해 뉴욕현지법인 한국연합금융 파견, 종합기획부, 토론토사무소, 중소기업본부 영업기획팀, 국제금융실장과 영업본부장, 국제금융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1월부터는 국제금융 부문을 총괄해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현안을 묻는 질문에는 중장기 비젼인 아시아 선도은행으로 자리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밝힌 김 이사는 이를 위해 전문인력의 양성과 국제금융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작년부터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1인 주재원제도를 도입, 현재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 7곳에 설치 운명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네트워크 구축의 1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영업활동 확대 단계인 2단계에 진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금융전문가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국가신용등급의 중요성을 들었다. "국가신용등급에 있어 `A등급`과 `B등급`과의 격차는 투자자의 격이 달라지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힘들게 회복한 우리의 신용등급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 정부는 정부대로, 은행은 은행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 (edaily 리포트)은행장 간담회, "부담스러워"
- [edaily]종이매체에서 실시간 뉴스매체로 직장을 옮긴후 예전에 즐거웠던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기사부담 때문인데, 최근 빈번한 은행장들과 기자단과의 간담회도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00행장(1보), -**행장(상보) 등으로 시장과 독자에게 전달되는 기사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이 과정에서 맛난 음식이 모래알같고 식사후에는 여지없이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실시간 뉴스매체 기자들의 애환을 조용만 기자가 전합니다.
금융권 출입기자들과 은행장들은 일년에 한번 정도, 연말이나 연초에 만남의 자리를 갖습니다. 점심식사를 겸해 은행 돌아가는 얘기나 현안들에 대해 자연스레 얘기를 나누고 상호간에 인사도 겸하는, 관례적으로 이어져온 자리입니다.
올해는 연말에 행장들과의 간담회가 줄줄이 마련됐는데 은행마다 합병이다 부실기업 처리다 해서 걸린 현안들이 적지 않은 만큼 기자들은 단순히 인사뿐 아니라 이 자리를 고급 취재원과 공식적으로 취재를 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적잖은 관심을 보입니다. 금융권에 적을 두고 있는 기자 30~40명 정도가 참석하는데 과거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외신기자까지 속속 가세하는 건 이 행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반증합니다.
기자들의 관심, 즉 은행장에게 던질 질문은 대개 비슷합니다. 이번주에는 외환은행장과 하나은행장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외환은행장에 대해서는 하이닉스 후속처리와 협상문제를, 하나은행장에 대해서는 제일은행과의 합병문제가 최대의 관심사였습니다. 산업은행의 경우라면 대우차나 대우증권 매각, 조흥은행의 경우 자회사 매각이나 지주회사 설립 같은 게 되겠죠.
행장들의 생각은 좀 다른데, 이런 현안보다는 그동안의 영업성과나 부실여신 처리실적, 향후 주가상승을 위한 노력 등을 열심히 홍보하려고 합니다.
간담회는 대개 널찍한 방이나 테이블이 있는 한식집, 일식집, 호텔 등에서 열립니다. 가격이 비싸 은행에 부담을 주는 측면은 있지만 은행본점이 밀집한 명동근처에서 30~40명이 들어갈 조용한 공간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어떤 종류의 식당이건 맛있고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의 음식이 나옵니다.
간담회는 대개 행장의 인사로 시작합니다. 스타일은 각각인데 지난해의 성과나 향후 계획 등으로 말문을 여는 게 통상적인 경우고, 어떤 행장은 처음부터 공세적(?)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 간담회를 가진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합병에 대해 궁금하신 게 많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얘기가 많다고 합병이 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입을 딱 봉해버리는 거죠.
문제나 현안이 없는 조직은 없고, 식사도중 이에 관한 숱한 질문과 대답이 오갑니다. 실시간 매체를 포함한 기자들이 바빠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포도주나 맥주 한 잔을 홀짝 거리면서 행장들의 발언을 빠트리지 않고 적어야 합니다. 적는 순간, 이 발언은 어느 정도의 뉴스가치가 있는지도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코스에 따라 착착 테이블에 놓이는 음식들도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경우, 너무 많은 접시때문에 취재수첩을 놓을 자리가 없어지는 게 짜증날 때도 있죠. 지난번 제일은행장처럼 테이블에 앉아서, 하나씩 제공되는 요리를 먹으면서 마이크와 통역을 통해 전달되는 행장의 멘트를 받아 적는 것은 정말 손쉬운 일입니다.
한상 차려놓은 상밑에 수첩을 놓고 몇 자리 건너앉은 행장의 육성을, 기자들과 은행임원들의 잡음속에서 귀기울여 받아적는 건 간단치 않습니다. 행장발언을 적어놓은 수첩위로 누군가 던져놓은 물수건..글자가 번져버리고 기억마저 어슴푸레한 상황이면 더욱 `깝깝`해집니다.
먹는둥 마는둥 식사를 마치고 나면 정작 일은 그때부터입니다. "담에 뵙겠습니다" 행장과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기자실로 들어와 기사를 작성하거나 급한 경우 휴대전화로 기사를 불러야 합니다.
일단 시간경쟁이죠. 몇 개월전 하이닉스 처리를 놓고 지원여부와 법정관리 가능성이 쟁점이 됐을 당시입니다. 제일은행 호리에 전 행장과의 간담회에서 "하이닉스가 회생가능성이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외국계은행의 행장이 하이닉스를 지원한다는 건 당시 큰 호재였고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하이닉스는 한때 상한가를 쳤습니다. 시간에서 지면 내용에서 이겨도 찝찝한 게 `불쌍한` 실시간 뉴스매체 기자들의 생립니다.
어떤 때는 경쟁매체가 식사가 대충 끝날 무렵 밖으로 나가 기사를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나 동료로부터 전화가 오죠. "기사 나왔는데..."라고. 약간 미안한 웃음을 띠면서 자리를 일어나 뒤늦게 기사를 부르는 기분은 씁쓸합니다. 식사가 끝날무렵에 들려오는 전화벨은 그래서 늘 불안합니다.
우린들 왜 이같은 일이 지겹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즐거운 식사시간인데.
어떤 경우에는 뉴스밸류를 판단하고 기사 정리할 시간을 갖자는 이유를 대고 실시간 뉴스매체 기자들이 보도시점을 정하기도 합니다. 식사를 끝내고 2시이후부터 기사를 내보내자는 식이죠. 그런데 담합이 늘 기대대로 되는 것만도 아닙니다.
오늘도 이런 경우였는데 식사를 마치고, 조금은 느긋하게 기자실로 들어와서 기사를 작성하다가 한 기자가 외신에 하나은행장 발언이 뜬 걸 발견했습니다. 이 때부터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상황은 또 불난 호떡집으로 변합니다. 정리하던 기사를 적당히 끊어서 단발로 처리하고 상보를 낼 때까지 30분, 1시간이 쏜살같이 가버립니다. 남들이 한창 일과에 바쁜 시간에 뒤늦게 칫솔을 들고 화장실로 갑니다. 산해진미인들 어찌 달기만 하겠습니까.
내일은 서울은행장과의 간담회입니다. 강정원 행장은 뉴스의 초점에 있습니다. 국내 기업 컨소시엄과 은행들, 해외투자가까지, 수많은 인수희망자들이 신문지상에 등장했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입장을 피력하는 가운데 강 행장은 접촉도 힘들고, 만나도 제대로 된 얘기는 듣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여러 상황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기업 컨소시엄 한 곳은 오늘부터 실사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내일은 틀림없이 서울은행 처리문제와 이에 대한 강 행장의 입장이 초미의 관심사일 것입니다.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저녁 밥맛이 달아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