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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만에 광장 나온 인천퀴어축제…충돌 없이 평온하게
- 성소수자 부모모임 관계자들이 15일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열린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못한 인천퀴어문화축제를 3년 만에 다시 광장에서 열게 돼 행복합니다.”15일 오후 2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열린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는 성소수자, 외국인, 청소년 등 수백명의 참가자(경찰 추산 200명)가 몰렸다.행사장에서는 성소수자단체, 부모단체, 시민단체 등이 30여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기념사진 촬영, 굿즈 판매, 설문조사 등을 하며 성소수자의 인권·자유 보장의 필요성을 알렸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즐거움이 가득했다.◇성소수자들, 평등한 인천·대한민국 기대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무지개 인천 다시 광장에서’라는 슬로건에 맞춰 기획했다.주최측은 환영사를 통해 “축제로 우리는 다시 광장에서 만났다”며 “대한민국의 현실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판을 치고 있지만 우리가 있는 이 공간은 어떠한 혐오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이어 “오히려 마음껏 드러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며 “우리는 오늘 같은 날이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될 때까지 평등한 도시 인천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15일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열린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레츠피스’가 연주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임신규 인천퀴어문화축제 공동집행위원장은 행사장에서 인터뷰를 통해 “1·2회 인천퀴어축제를 연 뒤 2020~2021년 코로나 때문에 3·4회 축제를 온라인으로 했다”며 “이번 5회 축제는 다시 광장에서 열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그는 “인천지역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연대단체, 시민을 중심으로 인천에서 퀴어축제를 연 것은 인권차별 해소와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목소리를 다시 낸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성소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 있다”며 “지역에서부터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행사장 중앙무대에서는 주최측이 준비한 ‘레츠피스’의 연주 공연, ‘허리케인 김치와 친구들’의 노래·퍼포먼스 등이 진행되며 축제의 흥을 돋웠다. ◇성소수자 부모·청소년 등 다양한 시민 참여행사장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 관련 책·굿즈 판매 등을 하며 퀴어축제의 의미를 알렸다. 이 모임의 대표인 하늘(66·여·서울 거주·별명)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인천퀴어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날씨도 좋고 여러 참가자들이 함께해 즐겁다”고 말했다.그는 “퀴어축제를 통해 인천시민 중에 성소수자가 많다는 것을 알리고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하늘의 아들(40대 초반)은 게이이다. 하늘은 아들의 성정체성을 15년 전에 알게 됐고 아들이 차별받지 않게 하려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늘은 2014년 2월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창립했고 매달 여러 부모들과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하늘은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은 차별이 우려돼 커밍아웃을 안했다”며 “성소수자들이 성정체성을 드러내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빨리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예전과 비교하면 시민들이 성소수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15일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열린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한 참가자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서울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고 있는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도 부스를 운영하며 청소년 상담 등을 진행했다. 띵동 관계자는 “이번 축제에서 많은 성소수자 청소년을 만났다”며 “더 많은 축제가 열려 청소년들이 성정체성을 드러내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아이’도 참여해 기독교단체의 성소수자 인권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체의 대표인 이동환(41) 경기 수원영광제일교회 목사는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자녀로 생각하고 축복해야 한다”며 “동성애 찬성·동조를 금지하는 감리교 재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부평에서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의 축복식에 참여했다가 같은해 10월15일 감리교로부터 정직 2년 징계를 받았다. 그는 감리교 재판 결과를 반박하며 항소했다. 오는 20일 감리교 재판국의 2심 결과가 나온다. 15일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열린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활동가가 청소년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성소수자 인권보호 지원을 위해 행사장에 나온 한필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인천지부 사무처장은 “3년 만에 다시 열린 인천퀴어축제는 평화와 공존의 상징이다”며 “참가자들이 차별을 딛고 평화롭게 인천에서 인권의 가치를 드높인 것이 이번 축제의 성과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경찰은 이날 축제 참가자의 안전보호를 위해 행사장 주변에 펜스를 치고 경비활동을 벌였다. 일부 기독교단체측이 행사장 주변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였지만 물리적인 총돌 없이 평화롭게 축제가 진행됐다. 축제를 반대하는 보수성향의 기독교단체는 구월동 중앙공원 하트분수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기독교측 집회에는 교회 목사, 신자 등 수백명(경찰 추산 300명)이 참여했다.
- 코리안리, 고액 사고 이어져…부진한 실적 전망-NH
-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NH투자증권은 14일 코리안리(003690)에 대해 고액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서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봤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가는 1만300원을 유지했다.설용진 연구원은 “코리안리는 국내외 대형 자연재해로 인해 다소 부진한 실적 기록할 전망”이라면서 “다만 하드마켓과 공동재보험에 기반한 구조적 성장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며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고 말했다.하반기는 계절적으로 태풍 등 자연재해 빈도가 높아 재보험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3분기에도 국내외 대형 자연재해 발생에 따른 손실 인식 불가피할 전망이며 최근 가파른 인플레이션 압력도 손실 증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다만 손해액 증가는 코리안리만의 이슈가 아닌 글로벌 공통 이슈다. 지속되는 손실 누적으로 재보험 수요 확대된 상황이다. 요율 상승 장기화 전망하며 해외수재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며, 장기적으로 손해율 안정화 및 마진이 개선될 전망이다.설 연구원은 “지속되는 금리 상승에 따라 공동재보험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대안으로서 가치 부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성장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는 분석이다.코리안리의 3분기 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비 51% 감소한 283억원을 기록할 것을 봤다. 합산비율은 총 102.8%(전년비 2.7%p 상승, 환영향 제외)를 예상했다. 국내 언더라이팅은 기업성 94.0%(전년비 4.5%p 상승, 환영향 제외), 가계성 100.1%(전년비 0.9%p 감소)를 전망했다.설 연구원은 “8월 수도권 폭우, 9월 태풍 힌남노 등에 따른 침수 관련 손실로 기업성, 자동차보험 실적 악화를 예상하지만 실손 위험손해율 개선 등 장기보험의 양호한 흐름은 긍정적”이라면서 “해외수재 합산비율은 112.7%p(전년비 9.3%p 상승, 환영향 제외)를 예상한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프랑스 우박, 브라질 가뭄, 대서양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손실을 모두 반영한 보수적 가정을 적용한 수치며 코로나19 관련 손실 감소는 긍정적”이라면서 “투자영업이익은 전년비 0.6% 늘어난 758억원, 투자수익률은 전년비 0.6%포인트 감소한 3.8%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분기 높은 투자이익 기저효과에도 양호한 대체투자 수익 등으로 전년 수준의 실적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 [딴소리]새끼
-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기자란 직업은 ‘형 먹기’가 참 좋다. 무슨 말인고 하니, 기자-취재원 사이에는 조금의 허물만 벗으면 “형”이란 표현을 스스럼 없이 쓰는 경우가 많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친밀함의 표현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으나.작년 이 맘 때 쯤 TV를 보던 지인이 혀를 끌끌 찼다. S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유력 대선주자였던 윤석열 후보가 나오고 있었다. “형님이라고 불러.” 윤 후보는 본인과 20~30살 가까이 차이나는 이승기, 양세형, 김동현, 유수빈 등 출연자들과 형을 먹는 중이었다.(사진=MBC 방송 화면 갈무리)누가 봐도 초면인 이들 사이에 형을 빙자한 반말 말씨는 거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작 말을 놓고 있는 윤 후보 스스로도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대선 전에 이르러 ‘찍을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던 지인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었다.워낙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하다보니 처음부터 다짜고짜 말을 놓는 취재원이 생각보다 꽤 많다. 초년병 때야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이제는 맞춰주는 공력 정도는 쌓았다. 다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2. 윤 후보가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면서 그의 주변에 닿았던 사람들로부터 그에 대한 성향을 여러 차례 들었다. 술을 좋아하고, 스킨십이 거침없으며, 그립감이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 말 그대로 ‘형님 리더십’이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연출된 공간 내에서 행동을 삼가는 문 전 대통령은, 기사 작성에 있어 꽤 친절한 대통령이었다. 사전에 원고를 꼼꼼히 확인할지언정 돌발 상황을 잘 만들지 않았다. 그래도 때로는 연설문은 치워두고 속내를 드러내던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날 것’의 메시지를 듣고 싶기도 했다. 윤 후보라면 거침 없이 속시원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도어스태핑에 나선 결기도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다.대통령이 된 이후 외교 무대에서 비속어 논란이 빚어지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평소 윤 대통령의 태도에서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 평소에도 시원시원한 언행을 즐겼다는 것이다.오마이뉴스가 지난 2021년 6월에 보도한 ‘2년 전 윤석열 “앙꼬 없는 한국당 놈들, 문 정부 내성만 키워”’ 기사에도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이 기사에는 ‘새끼’라는 표현이 두 차례 등장한다.3.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새끼’는 본래 시아우를 가리키던 ‘시아기’였다고 한다. 남편의 아우인 시동생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시아기’에서 ‘새기’로 그리고 ‘새끼’로 소리가 변하면서 본래의 뜻 대신 전혀 다른 뜻으로 활용되고 있다.의미가 변했다지만 원래 시동생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니, ‘욕’의 정도가 강한 편은 아니다. 남자 무리에서는 친근함을 담은 비속어로도 자주 활용되고 접두사로 쓰게 될 경우에는 욕의 의미가 전혀 없어지기도 한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내 새끼”로 부르는 것도 ‘새끼’가 갖는 비속어나 욕설로서의 정도를 옅게 만든다. 다양한 활용성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motherfucker’로 번역하기 어렵단 의미다.윤 대통령 스스로는 기억이 없다고 하고 대통령실은 새끼가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비록 새끼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거친 언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4. 이 발언이 열흘이 넘게 대한민국의 정계를 들쑤셔 놓아야 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인가. 첫 보도를 한 MBC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여당이나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안까지 결의한 야당이나 소모적 논쟁이란 인상이 짙다.안 보이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공식 석상에서 비공식 석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잡힌 것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카메라 앞에서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 윤 대통령의 경솔함은 아쉽다. 언론 보도에 앞서 대통령실이 비보도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욕설로 구설에 올랐다. 허리케인 피해 지역인 미국 플로리다주를 방문하던 중 바이든 대통령이 ‘누구도 내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No one fxxx with Biden”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에도 기자에게 비속어를 썼던 바이든 대통령은 사과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한국 정치는 ‘바이든’과 ‘날리면’으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둘 중 하나는 맞는 말일 것이다. 진나라 간신배 조고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 지록위마는 간신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고사다. 21세기 한국에도 역사에 남을 간신이 만들어지고 있다.
- 허리케인 '이언' 휩쓸고 간 美플로리다…"마치 전쟁터 같아"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플로리다를 덮친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이 세력을 되찾아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조지아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이언이 빠져나간 플로리다에선 피해 상황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주거지와 도로가 무너져 내리거나 물에 잠기는 등 상당한 인적·물적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이언 상륙을 앞둔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허리케인 이안이 휩쓸고간지 하루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의 파손된 가옥과 잔해들의 모습. (사진=AP)29일(현지시간)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등급 허리케인 상태로 미국에 상륙했던 이언은 플로리다를 지나며 1등급으로 약화했다가, 이날 사우스 캐롤라이나 상륙을 앞두고 바다를 지나며 다시 허리케인 급으로 강화했다. 이에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플로리다 북동부와 조지아,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안 전역에 폭풍 해일 경보를 발령했다. NHC에 따르면 현재 이언의 풍속이 최대시속 120km로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향해 북진하고 있다.이언 상륙을 앞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선 긴장감이 돌고 있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우리는 무엇이 올지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 강풍이나 폭우 강도가 다소 변동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사람들의 대응이다.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는 실수, 그것이 진정한 위험”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저지대 주민들에게 이동을 권고했다.이언이 휩쓸고 간 플로리다에선 피해 상황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CNN은 최소 17명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고가 진행될수록 사상자 규모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물적 피해도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 전체에 12시간~24시간 동안 약 30㎝의 비가 쏟아진 것으로 관측되 가운데, 일부 지역은 1000년에 한번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준의 폭우가 내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플로리다 전역에서 가로수나 표지판, 신호등 등이 뿌리째 뽑히거나 쓰러졌고, 상당수 지역에서 주택 등 건물 지붕이 뜯겨나가거나 외벽이 무너져 붕괴했다. 거리엔 차량이 부서진 잔해들 속에 파묻혔다. 도로가 무너져 내려 끊긴 곳도 다수 발생했다. 새니벨 섬의 경우 플로리다 본토를 잇는 유일한 다리 일부가 무너졌고, 섬의 항구엔 보트가 부서진채 뒤엉켜 쌓였다. 케빈 앤더슨 포트 마이어스 시장은 CNN에 “우리 지역에서는 극심한 홍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전쟁터처럼 보인다”고 묘사했다. 대규모 해일이 발생한 일부 지역은 아직도 많은 곳이 바닷물이 빠지지 않아 여전히 침수된 상태다. 플로리다 구조당국은 홍수나 건축물 붕괴 등으로 갇힌 주민들에 대한 구조 및 복구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인 론 드산티스는 지금까지 최소 700명이 구조됐고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플로리다 전역에선 260만명 이상이 아직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식수 시스템도 차단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강우량이 10% 가량 늘어 피해가 더 컸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며 “아직 수치가 정확하진 않지만,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하나의 팀, 하나의 미국으로 플로리다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여건이 되는대로 (피해지역을) 방문하겠다”며 연방 정부 차원의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허리케인 이안이 휩쓸고간지 하루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의 항구 모습. (사진=AFP)
- [뉴욕증시]빅테크마저 휩쓴 시장 공포…S&P 또 연중 최저
-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큰 폭 하락했다. 하루 전 모처럼 랠리를 펼쳤지만, 산적한 악재들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특히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같은 주요 빅테크들이 흔들리면서 시장 전반의 투심이 악화했다.(사진=AFP 제공)◇하루 만에 다시 공격 긴축 공포2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4% 하락한 2만9225.61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11% 내린 3640.47을 기록했다. 연중 최저치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84% 급락한 1만737.51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35% 떨어진 1674.93을 기록했다.3대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약세를 보였다. 개장 전 나온 노동 지표가 공격 긴축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6000건 감소한 19만3000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말 이후 최저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35만건으로 2만9000건 급감했다. 그만큼 노동시장이 양호하다는 의미다.블룸버그는 “이번 수치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춘 연준의 큰 폭 금리 인상에도 노동 수요가 탄탄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와 만나 “기준금리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 아니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이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공격 긴축을 시사하는 강경 발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후 현재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75bp(1bp=0.01%포인트) 금리를 올릴 확률(3.00~3.25%→3.75~4.00%)을 61.1%로 보고 있다. 전날 영국 영란은행(BOE)의 전격 시장 개입 이후 연준의 피봇(완화 쪽으로 정책 전환·Pivot)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이언트스텝에서 빅스텝 쪽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이에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240%까지 치솟으며 주식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글로발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868%까지 상승했다. UBS 글로벌자산운용의 마크 헤펠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날 시장의 차분했던 분위기가 변동성 장세가 끝났다는 것에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애플·구글·페북 일제히 ‘흔들’특히 주요 빅테크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날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하고 목표 주가는 185달러에서 160달러로 25달러 내리면서다. 이에 애플 주가는 4.91% 폭락했다. 애플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월가는 근래 들어 애플마저 경기 침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는 기류다.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이 올해 하반기 아이폰14 주문량을 추가로 최대 600만대까지 늘리고자 했으나 관련 계획을 접었다는 소식을 최근 공급업체들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애플뿐만 아니다. 구글은 이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스타디아(Stadia)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스타디아는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스타디아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단하기 시작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이번 조치는 구글이 비용 절감을 꾸준히 거론한 이후 이뤄진 첫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감원 등의 조치를 통해 회사의 효율성을 20%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이날 2.63% 하락했다. 알파벳은 애플, 아람코,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세계 시총 4위다.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직원들과 질의응답에서 “지금쯤이면 경제가 확실하게 안정되기를 바랐지만 아직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며 “다소 보수적인 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본격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메타 주가는 3.67% 떨어졌다.이외에 마이크로소프트(-1.48%), 아마존(-2.72%), 테슬라(-6.81%), 엔비디아(-4.05%) 등의 주가 역시 큰 폭 내렸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 지수 내 기업 가운데 거의 5분의1이 이날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썼다.◇침체 공포에 빅테크들 주가 하락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잠정치와 똑같은 -0.6%로 최종 집계됐다. 상무부 집계를 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전기 대비 연율 기준)는 -0.6%로 나타났다. 미국은 성장률을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나눠서 발표한다. 미국 경제는 1분기(-1.6%)에 이어 2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일각에서는 3분기마저 역성장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가에서는 이미 경기 침체가 경제를 덮쳤다는 견해가 많아졌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며 세계 경기가 큰 폭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미국 성장률은 제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봤다. 앞서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번달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1.7%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유럽의 주요국 증시는 하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71%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53% 하락했다.국제유가는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12% 하락한 배럴당 81.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 등 위험자산 회피 여파를 받은 것으로 읽힌다. 원유시장은 이와 함께 미룰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리서치 매니저는 “경기 침체 공포감이 향후 원유 수요 전망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는 최근 미국 등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AFP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