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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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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이션 이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정말 올까[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10.15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는 매일 숨 가쁘게 돌아갑니다. 그날그날 주요 금융사 실무진들이 쏟아내는 각종 보고서와 투자 노트를 읽는 것만으로 시간이 부족합니다. 월가를 이끄는 리더들의 ‘큰 그림’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기자는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닷새 일정으로 개최한 연례 멤버십 총회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비롯해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HSBC, UBS, BNP 파리바 등 주요 기관들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같은 석학들도 대거 나왔습니다. 한국 최고의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역시 모습을 드러냈고요. 기자가 11일 아침부터 대부분 세션을 지켜보며 놀란 게 있는데요. 거의 모든 월가 수장들이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는 겁니다. 의심의 여지 없는 화두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견은 약간 갈렸습니다. 브라이언 모이니헌 BoA 최고경영자(CEO), 찰스 샤프 웰스파고 CEO, 마크 터커 HSBC 회장 같은 인사는 인플레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나머지 상당수는 예상보다 우려의 정도가 컸습니다. 얼추 3대7 정도의 비율로 보였습니다. 인플레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컨센서스인 겁니다. 크게 세 가지 포인트로 이를 다뤄보겠습니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12일 오후 12시5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브라이언 모이니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가 12일 오후 12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①공급망 문제 심각하다이번 IIF 총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공급망’입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33년째 이끌고 있는 래리 핑크 회장은 “일부 기업들이 심각한 구인난을 겪으면서 임금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미국 사람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한 한국 대기업 제조사 고위인사는 “공장을 지을 인부들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해당 주(州)가 내건 인센티브가 ‘현장 인부들을 주정부가 구해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내 주요 항만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하역 절차가 늦어지고 있고요. 배에서 내려진 짐을 육상 허브로 옮길 트럭 운전기사가 없는 실정입니다. 핑크 회장이 딱 지적한 지점입니다.세계 최대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는 미국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이런 이케아에서 상품을 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재고 없음’ 문구만 떠있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이케아가 14일 로이터통신과 만났는데, 그 요지가 “가장 큰 문제는 이케아 제품의 4분의1을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없어서 물건을 제대로 실어나를 수 없다는 겁니다. 이케아 매장을 관리하는 지주회사인 잉카그룹의 제스퍼 브로딘 CEO는 “이케아의 그 누구도 이같은 공급망 붕괴를 예견하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할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습니다.핑크 회장뿐만 아닙니다. 매해 노벨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최근 물가 급등은 공급망 충격 속에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출처=로이터)②인플레 더 장기화한다공급망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서 단순히 돈만 푼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물류 대란을 해소한답시고 “주7일 24시간 풀가동”을 외쳤겠습니까. 이렇게 일할 인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심각한 공급망 붕괴는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그래서 많은 월가 수장들은 이번 인플레가 짧게 끝날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이끄는 존 월드런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이미 기대인플레가 높아진 상태”라며 “완화하려면 1년 혹은 2년, 어쩌면 그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월드런 대표는 “기대인플레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고착화할 경우 그만큼 (정책 목표치인 2.0%로 다시 안정화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인플레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여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최대 관심사”라고 했습니다.뉴욕 연방준비은행 집계를 보면,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는 8월 5.2%입니다. 2013년 기대인플레 집계를 내놓은 이래 가장 높습니다.이케아 얘기를 다시 해보지요. 브로딘 CEO는 “이번 퍼펙트 스톰이 지나가면 또 많은 걸 배우게 될 것”이라면서도 “내년까지는 공급망 붕괴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인플레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지요.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던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미묘한 변화가 있습니다. 올해 IIF 총회에 나온 ‘연준 2인자’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최근 인플레 흐름은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동료들 대부분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은 전형적인 비용 상승 인플레(cost-push inflation) 국면입니다. 수요가 높아서 생기는 수요 견인 인플레(demand-pull inflation)는 연준이 돈을 빨아들이는 식으로 정책 대응을 할 여지가 있는데요. 비용이 상승하면 연준은 난감해집니다. 긴축에 나서자니 가뜩이나 물류 대란에 꽉 막힌 경제가 둔화할까 두렵고, 돈을 추가로 풀자니 안 그래도 높은 인플레를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갔던 오일 쇼크 역시 정책당국이 손 쓰기 어려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케인스 학파의 총수요 관리 정책으로는 설명이 어렵다는 겁니다.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대표가 13일 오전 9시3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제스 스테일리 바클레이즈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오후 12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③정책당국 믿기 어렵다그 연장선상에서 당국을 믿기 어렵다는 견해도 더러 나왔습니다. 또다른 금융계 리더인 데이비드 매케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CEO는 “일부 경영자들은 ‘현재 높은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중앙은행 인사들의 확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중앙은행과 기업은) 다소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8월3일자 월가서 고개 드는 연준 통화정책 ‘실기론’[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기사 참조>이번 사태를 몇 달 전부터 예견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정책 당국자들이 1970년대 이후 인플레의 위험에 너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질타했습니다. 시장은 1970년대 초인플레가 온 이후 30~40년간 물가가 떨어지는데 익숙해져 있는데, 예기치 못한 인플레가 덮칠 경우 충격은 클 수 있다는 핑크 회장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입니다. 시장이든 당국이든 인플레 리스크를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겁니다.서머스 교수는 그러면서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가 닥쳤을 때 취해야 할 (통화 긴축의) 조치들에 대해 투자자들을 준비시키지 않고 있다”며 “금융시장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3일 오후 3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리처드 클라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이 12일 오전 11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스태그플레이션 정말 올까그래서 근래 월가에서 나오는 화두가 ‘딴 세상 얘기’처럼 여겨졌던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올해 IIF 총회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주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았습니다. 핑크 회장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정도입니다.현재 국면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5.6%, 4.0%로 제시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한참 뛰어넘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볼 때 경제 회복의 지속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침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는 겁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는 1974년과 1975년을 볼까요. 당시 성장률은 각각 -0.5%, -0.2%였습니다. 1982년의 경우 -1.8%까지 떨어졌습니다.하지만 주목할 게 있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반응은 조금씩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월가 일부에서 나오는 말이 채권수익률곡선의 평탄화(커브 플래트닝)입니다. 근래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이 눕는 걸 경기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 겁니다. 일드커브는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익률의 변동을 나타냅니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 곡선은 편평한 형태(커브 플래트닝)를 띠지요.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게 자연스러운데, 그 차이가 작아진다는 건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 집니다. 반대의 경우 가파른 형태(커브 스티프닝)를 보입니다.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빠르게 오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날만 해도 주로 1.5% 초반대에서 움직였습니다. 최근 1.6%를 넘었다가 되려 하락하는 기류마저 보입니다. 미국의 7년물, 10년물, 20년물, 30년물 장기국채금리는 모두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 수요는 언제든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국채가격 상승·국채금리 하락), 너무 낮아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반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최근 0.4%대를 넘어섰습니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인플레로 인해 연준의 긴축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겁니다.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갑자기 뛰는 단기금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면서도 “커브가 평탄화하는 건 스태그플레이션이 아예 먼 얘기는 아니라는 정도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이 14일 오전 8시1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
  • 파월이 틀렸나…현실화하는 전방위 인플레 공포[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28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으로 끝날까요, 아니면 계속 이어질까요. 최근 몇 달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이 갑론을박을 벌였던 화두입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주도해 시장 분위기를 만들었지요.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의견에 월가 다수 인사들이 쏠려 있던 게 사실입니다. ‘일시적’이라는 게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략 올해 안에는 인플레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일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생활 물가로 신음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기본은 중장기 기대인플레를 연 2.0%에 고정 시키는(anchor) 겁니다. 기대인플레는 기업과 가계가 갖고 있는 정보를 통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는 8월 기준 5.2%에 달합니다. 역대 최고입니다. 3년 기대인플레(4.0%) 역시 가장 높습니다. 높은 기대인플레는 물가 폭등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물가 판단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간 언급했던 뉘앙스와는 약간 달랐습니다.물가 폭등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너무 많습니다. 이번 <월가브리핑>에서는 인플레가 왜 일시적이지 않은지를 중심으로 따져보겠습니다.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추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파란선)과 3년 기대인플레이션율(빨간선). (출처=뉴욕 연방준비은행)①사상 초유의 공급망 대란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기존 주당 4300달러에서 4100달러로 내렸습니다. 그나마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은 유지했습니다.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아마존은 팬데믹 이후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9월 초 12만5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했고요. 최저임금을 시간당 18달러로 인상했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번 임금 인상으로 아마존은 올해 4분기부터 1년간 총 인건비가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임금 인상은 아마존 같은 ‘공룡’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진단입니다. 브라이언 노왁 애널리스트는 “임금 인상은 모든 기업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아마존 같은 규모의 회사들도 이를 곧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모든 기업들이 인건비 인상 압박에 직면해 있고, 이는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인건비 상승은 구인난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는 실제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한국계 헤드헌팅업체 HRCap의 김성수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팬데믹 이후 직장인들이 대대적으로 퇴사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며 “직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역대급’ 구인난이 인건비만 끌어올리는 게 아닙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공급망 대혼란의 주범 역시 구인난입니다. 요즘 아시아산(産) 수입품들이 통과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항구에는 화물선 수십척이 바다 위에 둥둥 떠있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그 모습은 장관인데요, 물건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를 항구에 내리지 못하는 항해사들의 심정은 얼마나 타들어 가겠습니까. 기름값 등을 그냥 바다에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이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며 수입 수요는 늘고 있는데, 물류 하역 처리는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전체 수입품의 4분의1 이상이 들어오는 LA항과 롱비치항은 아시아와 달리 연중 무휴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에는 평일에 몇 시간씩 문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노동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폐해입니다. 독일 해운업체 하파그-로이드의 북미지역 사장 우페 오스터가드는 “두 항구는 전체 수용 능력의 60~70%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아시아 공장에서 만든 나이키 신발이 미국에 도착하는데 80일이나 걸리는 게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두 배나 늘었습니다.해상무역은 전세계 무역의 70%를 차지합니다. 화물의 크기와 단위 무게당 운송비 등을 고려할 때 항공 같은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당분간 공급망 대란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배로 실어온 상품을 차로 옮기는 것은 더 심각합니다. 반도체 부족으로 화물 트럭 자체가 부족한 데다 구인난 탓에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탓입니다. 이를테면 올해 LA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양은 지난해보다 약 30% 늘었는데요. 화물 트럭의 경우 8%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트럭·창고 공급업체 퀵 픽 익스프레스의 톰 보일 최고경영자(CEO)는 “(물류 대란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 부족”이라고 했습니다.IHS마킷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의 공급업체 배송시간 지수(Suppliers Delivery Times Index)는 2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준치(50)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30포인트 이상 급락했습니다. 그만큼 해상 운송 비용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국제금융센터 분석을 보면, 치솟은 해상운송 비용은 6~12개월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됩니다. 이 증가분을 소비자에 전가한다면 물가는 약 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인 수요까지 더해지면 기대인플레는 더 높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내년 이후 지금보다 더한 인플레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사진=AFP 제공)②폭발하는 주택값·임대료공급망 대란 못지 않게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게 부동산입니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서입니다.기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테너플라이는 매물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1년 전만 해도 차고 2개가 있는 싱글하우스를 월 4000달러 안팎이면 계약을 맺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 정도 가격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월 5000달러 가까이는 줘야 하는 듯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입니다. 인근 동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계약하려는 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 아무리 비싸도 그냥 계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미국에서 렌트 계약은 통상 1년 단위입니다. 기자처럼 사정상 2+1년(3년)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습니다. 뉴욕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한 번 오른 렌트값은 또다른 계약의 기준이 된다”며 “단기간 내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최소 몇 년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뜻입니다.‘월가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최근 화상 대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가 끝난 후 수개월 안에 임대료는 추가로 급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팬데믹발(發) 경제 봉쇄 탓에 임대료를 내지 못한 세입자들을 강제로 퇴거 시킬 수 없도록 유예 조치를 시행해 왔습니다. 올해 7월 조치가 끝나자 다시 10월까지 연장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또 지속할 수 있을 지는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입니다. 언제까지나 임대인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탓입니다. 이 임대인들은 당연히 높은 가격에 렌트 매물을 내놓겠지요.뉴욕 연은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이션 내에서 주택 임대료의 경우 무려 10.0% 상승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들락은 임대료 폭등 등을 이유로 들면서 “이번 인플레는 일시적이지 않다”며 “일시적이라는 건 처음 거론된 2~3개월이 아니라 더 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자사의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한국 미디어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담에 참석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블랙록 “국채금리 하한 접근”인플레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총수요가 넘치는 경우와 총공급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수요 견인 인플레(demand-push inflation)는 차라리 낫습니다. 재정·통화 완화를 줄이는 식으로 총수요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임금, 임대료 등으로 생산 비용이 올라서 발생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cost-push inflation)는 정책으로 바로 잡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연준의 긴축 전환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월가 내에서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만큼 ‘딴 세상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517%까지 상승했습니다. 석달 만의 최고치입니다. 30년물의 경우 2.045%까지 뛰었습니다. 월가 금융사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이번에 나온 연준 점도표상 2023년과 2024년의 기준금리 전망을 두고 FOMC 내에서 격론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2024년 2% 안팎 기준금리 예상이 과반을 넘는다는 건 현재 장기국채금리 레벨이 너무 낮다는 걸 일깨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상보다 인플레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국채금리가 뛰면 뉴욕 증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이날 시장이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2% 떨어졌습니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날 4분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채의 ‘비중 축소’ 의견을 냈습니다. 국채금리가 더 오를 것이니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겁니다. 블랙록은 “국채금리가 하한선(lower bound)에 근접했다”며 “특히 갈수록 불어나는 부채가 초저금리에 주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출처=블랙록)
  • &quot;미 증시 더 오른다&quot;…UBS의 투자 조언 들어보니[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22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월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뉴욕 증시는 불과 한 달 전인 8월 같았으면 강세로 마감했을 법한 상황에서 맥없이 주저앉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21일(현지시간)까지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9월 한 달간 4.07% 내렸습니다.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겁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73% 떨어졌고요,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3.36% 떨어졌습니다. 특히 S&P 지수는 무려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월가브리핑>에서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기자는 월가 인사들의 취재를 종합해 ①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부쩍 늘었다 ②역사적인 기업 호실적 정점 지났다 ③긴축의 순간 예상보다 빠르게 온다 등을 최근 약세장의 이유로 꼽았습니다.뉴욕타임스는 19일 일요일자 신문 비즈니스 섹션에서 무려 7개 면을 털어 미국 경제의 완전한 재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기사와 사진을 실었는데요. 그게 딱 지금 미국의 모습입니다. 여름만 해도 맨해튼 거리에는 마스크 쓴 이들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적어도 3~4명 중 1명꼴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델타 변이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지요.근래 들어서는 워싱턴DC에서 미국 민주당의 증세 드라이브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헝다(恒大·Evergrande) 파산설이 몰아치며 금융시장 전반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얘기가 실감 나는 9월입니다.지난 19일(현지시간) 일요일자 뉴욕타임스 신문 비즈니스 섹션 1면. (사진=김정남 특파원)◇미국 증시 강세장 지속 점치는 UBS기자는 다만 “또 한편에서는 잇단 악재를 뚫고 강세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고 동시에 소개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점에 있다고 해서 버블이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약세장의 공포에 대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지만, 그와 함께 강세장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게 똑같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 대표적인 월가 기관 중 한 곳이 UBS입니다.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끄는 조직이 얼마 전 기자에게 보낸 올해 4분기 시장 전망과 투자 조언은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 자세히 소개합니다. 이번 <월가브리핑>에서는 UBS의 강세장 지속 논리를 살펴보겠습니다.UBS의 거시경제 전망부터 보겠습니다. “우리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6.2%, 내년 5.2%로 단기적으로 볼 때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일 겁니다. 올해 4분기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테이퍼링은 지표를 봐가며 할 것이고 테이퍼링의 시작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할 겁니다.”UBS는 “이런 환경이 주식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에너지주, 금융주처럼 성장의 시기에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주식의 매수를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넘는 경제 성장세는 이어질 것인데, 연준은 신중하게 긴축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해펠레 CIO는 이미 올해 말 S&P 지수 4600, 내년 말 5000을 각각 점쳤지요. UBS는 “사상 최고점에 있는 주가 지수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것이고 연준의 신중한 관리에도 세계 경제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의 논란은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리스크를 언급했지만, 이와 동시에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이익을 적극 추구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출처=UBS)◇“에너지, 헬스케어, 사이버보안 추천”UBS가 그러면서 내놓은 투자 조언은 총 6가지입니다.①경기 성장 수혜주를 사라“미국 경제성장률만 보면 (성장세는) 정점을 지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 지출, 소매 재고, 통화·재정 완화 덕에 인플레이션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견인할 겁니다. 우리는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이 4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은 9%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식 전반, 특히 에너지 섹터, 금융 섹터, 중간 규모의 기업, 경제 재개방에 민감한 기업 등에 호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부동산 섹터, 필수소비재(consumer staples) 섹터 등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겁니다.”②국채로 돈 벌 기회 지났다“올해 국채금리가 너무 떨어졌습니다(국채가격이 너무 올랐습니다). 또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금리-국채 금리)의 압박으로 국공채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습니다. (ICE BofA 미국 하이일드 인덱스 옵션 조정 스프레드 지수는 지난 17일 기준 2.86%포인트로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습니다. 올해 내내 3%포인트 안팎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이는 회사채 가격이 많이 올라서 투자 기회가 적어졌다는 뜻입니다.) 현금 혹은 전통적인 채권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추가 수익을 내려면 (국채금리 변동성 등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액티브 채권, 부동산 직접 투자 등 대체 수단을 고려해야 합니다.”③대체투자를 다양화하라“채권 수익률이 낮아진 와중에 주가가 사상 최고점에 올라 있는 현재 포트폴리오 다양화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같은 전통적인 상품이 아니라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원자재, 선박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걸 말합니다. 예컨대 대체 ETF는 이같은 대체투자 상품을 주로 펀드에 편입하는 걸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을 모두 검토해야 합니다.”④헬스케어에서 기회 찾아라“우리는 수요가 비탄력적인(inelastic) 특징 등으로 헬스케어 섹터는 경기 방어적인 특성이 있고 장기 성장의 수혜를 준다고 봅니다. 특히 헬스케어주는 경기가 정점을 찍은 후 실적이 아웃퍼폼(outperform·특정 주식의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것)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약주는 이 섹터 내에서 가장 방어적인 종목이고, 메드테크(medtech·의료에 AI, IoT, VR, AR 등의 기술을 접목한 것) 관련주는 코로나19 이후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전자 치료 등과 같은 종목들은 보다 더 장기적인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헬스케어와 관련한 모두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한다고 봅니다.”⑤탄소 제로 전환에 투자하라“글로벌 금융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구의 기온은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주목하고 있고, 탄소 제로 시대로 전환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린테크(greentech) 관련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투자(sustainable investing)로의 광범위한 전환의 일환입니다.⑥디지털 혁신에 초점 맞추라“헬스케어뿐 아니라 제조업, 금융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 모빌리티와 자동화, 디지털 자산 등의 성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을 주목합니다. 아울러 디지털화의 핵심 요소인 사이버 보안에서 특히 수익 기회를 포착하고 있습니다.”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유명한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 (출처=CNBC)◇강세론자들 “지금은 저가 매수 기회”UBS의 논리에 동의하시나요. 기자가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수차례 소개했던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가 최근 CNBC와 했던 인터뷰 역시 비슷한 논리입니다. 그는 기업 실적 호조가 지속할 가능성을 들어 “지금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이후 증시가 폭등했기 때문에 그 정도 강세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연말 S&P 지수는 5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에 조금씩 균열이 가는 듯한 조짐입니다. 월가 내에서 15% 안팎 증시 조정을 점치는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약세장의 도래 가능성에 대비하되, ‘소수의견’의 논리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글로벌경제부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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