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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K워치]한은, '양적완화' 아닌데 작년 국채도 매입하고 돈도 덜 흡수..왜?
    한은, '양적완화' 아닌데 작년 국채도 매입하고 돈도 덜 흡수..왜?
    최정희 기자 2021.03.31
    (출처: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작년 11조원의 국채를 매입했습니다. 역대 최대치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렸고 그냥 두면 국채 금리가 오를 게 뻔하니 이를 사들인 것이죠. 한은은 국채를 매입할 때마다 ‘양적완화’라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국채를 사서 달러를 찍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원화를 풀어대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한은은 국채를 산 만큼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채)을 발행해 유동성을 흡수하기 때문에 ‘양적완화’는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엔 국채 매입액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는데도 한은의 세 가지 유동성 흡수 규모는 감소했습니다. 한은은 통안채 발행·RP매각·통화안정계정 등 세 가지 빨대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데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늘린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을 덜 흡수했다는 얘기죠. 왜 그럴까요? 답은 집안으로 기어들어간 현금에 있습니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은행끼리 초단기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콜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에 가깝게 맞추도록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집안으로 들어간 현금은 콜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유동성 빨대를 크게 휘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한은은 이런 덕분에 작년 사상 최대치 이익을 냈습니다. ‘양적완화’를 둘러싼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오해를 풀어봅시다. (출처: 한국은행)◇ ‘집안 금고에 쌓인 현금’..한은, 유동성 빨대 크기 줄어들어 한은 통화정책 목표의 대명제는 은행간 콜금리를 기준금리 연 0.5%에 맞추는 것입니다. 은행끼리 돈이 남아돌거나 부족할 때 서로 빌려주거나 꿔주는 데 1일 동안 쓸 돈에 대한 값이 콜금리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콜금리는 0.59%까지 오르기도 하고 0.45%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대체로 0.5%선 안팎에서 움직였습니다. 유동성 빨대가 언제 얼만큼 필요한지는 이 콜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달려 있죠. 작년엔 정부가 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살린다고 가계에 재난지원금을 쥐여주면서 나라 빚(국채)을 많이 냈습니다. 국채를 사줄 사람은 한정돼 있는데 국채가 한꺼번에 많이 발행되니 한은이 구원투수로 나서 국채를 사줬습니다. 한은이 국채를 사게 되면 한은 자산엔 국채가 추가되는 대신 시중에 원화가 풀리죠. 이대로 놔둔다면 ‘콜금리’가 0.5%보다 떨어질지 모릅니다. 은행은 남아도는 돈을 그냥 두지 않고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내 돈 좀 빌려가. 내가 더 싸게 빌려줄게’하면서 하루 짜리 이자놀이를 하려 들테고 콜금리는 쭉쭉 떨어질지 모릅니다. 그냥 둔다면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한 기준금리 0.5%를 무시하는 행위가 되죠. 그래서 한은은 ‘그 돈 나한테 줘’라며 통안채 발행·RP매각·통안계정 예치라는 빨대로 유동성을 쏙 빨아들입니다. 그런데 유동성 빨대 크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마찬가지였죠. 통안채 발행·RP매각·통안계정 예치 합산액은 작년 722조2000억원(월 평균잔액 기준)으로 2019년(749조원)보다 감소했습니다. 작년에 이례적으로 국채를 11조원이나 샀으면서 왜 유동성 빨대 크기도 줄어든 것일까요?풀린 돈이 어디로 갔는지 봐야 합니다. 집안 금고로 들어갔습니다. 작년 현금 통화(평균잔액)는 125조46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5% 늘어났습니다. 2016년(16.2%)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죠.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기준금리에 코로나19 위기는 현금 지폐를 움켜쥐고 싶은 심리를 부추겼습니다. 5만원짜리의 보관 용이성, 높은 상속·증여세율 부담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돈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콜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도 급증했습니다. 1년 넣어봤자 1%도 이자를 주지 않는 예금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졌죠. 언제든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예금이 무려 189조3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정기예금은 14조4000억원 줄었는데 말이죠. 수시입출식예금은 지급준비금(은행이 고객의 자금 인출에 대비해 한국은행에 쌓아놓는 돈) 적립률이 7%입니다. 저축성 예금이 2%인 것에 비해 높은 편이죠. 수시입출식예금으로 돈이 이동하면 필요 지준이 증가,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이유가 줄어들게 됩니다. 국채를 11조원이나 매입한 만큼 유동성 흡수 빨대를 크게 휘두를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한은은 상반기 최대 7조원의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고 이달 9일 2조원 어치를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2·3년물 등 단기 채권 금리가 뛰자 1·2년 통안채 발행 규모를 50% 축소키로 했습니다. 통안채는 3월 156조3000억원 발행(월 평균잔액 기준), 전달(154조1000억원)보다 늘어났으나 계획 대비로는 1조4000억원 줄어든 것입니다. 통안채 발행을 줄인 대신 RP매각과 통안계정은 증가했습니다. RP매각은 1월, 2월 각각 14조5000억원(월 평균잔액 기준), 13조7000억원을 기록했으나 3월엔 16조7000억원 늘어났고 통안계정도 10조8000억원으로 전달(9조6000억원)보다 늘어났습니다. 이달 콜금리는 평균 0.48%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 한은, 짭짤한 이익 냈지만..풀린 돈이 경제 살릴까는 의문 한은이 작년 세전 순이익 10조원을 돌파,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도 이런 흐름과 연결됩니다. 국채를 많이 사서 국채 보유에 따른 이자를 받았고, 외환보유액을 통해 투자한 미국 국채 등도 금리 하락에 국채 값이 오르면서 매매차익이 늘어났습니다. 반면 통안채 발행, RP매각, 통화안정계정은 감소, 여기에 투자하는 은행 등에 줘야 할 이자는 줄어들었습니다. 집안 금고에 현금이 쌓여있고 은행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올해도 나타난다면 한은은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입니다. 1%에 가까운 통안채 2년물 발행을 줄이고 0.5%로 RP를 매각하는 것도 이자지급액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인데 정작 현금은 집안 금고에 쌓이고 은행으론 들락날락하는 돈만 늘어난다면 과연 경제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요? 물론 이 돈이 소비나 투자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작년처럼 주식으로 우르르 몰려가면 ‘버블’ 만들기 딱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한은이 돈 벌기 좋아진 것은 알겠는데 그게 경제에 좋은 지는 좀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죠. 한은이 번 돈의 70%는 정부에 귀속돼 재난지원금을 주는데 쪼끔 보탬이 되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1년 예산의 1%도 안 될 것입니다.
  • [BOK워치]'2011년 데자뷔' 가보지 않은 길 걷는 연준…한은의 선택은?
    '2011년 데자뷔' 가보지 않은 길 걷는 연준…한은의 선택은?
    최정희 기자 2021.03.25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3일 오후(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은 어떤 측면에선 2011년과 닮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10년 11월 양적완화(QE)2를 시작했다. 얼어붙은 고용, 낮은 물가 등이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6개월도 안 돼 국제유가는 물론, 전 세계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으니 말 다했다. 곧바로 연준에 비난이 쏟아졌다. 양적완화가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경고 메시지가 잇따랐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추가 실시해 돈을 더 풀겠다는 데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외려 국채 금리는 올랐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2010년 10월초 2.527%였는데 2011년 2월초 3.555%로 불과 5개월 만에 1%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2년물 금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0.358%에서 0.772%로 0.4%포인트 넘게 뛰었다. 연준이 돈을 더 풀겠다는 데도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연준의 판단을 의심했다. 이는 지금의 상황과 비슷하다. 다행히 당시엔 연준의 판단이 옳았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2011년 5월 이후 서서히 하락했다. 그 뒤 연준이 고민한 것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목표제’였다. 고정된 물가안정목표 대신 물가와 실물경제에 동일한 가중치를 두고 사전에 정해진 명목GDP를 따라가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다. 물가안정목표보다 성장에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준이 이런 고민을 한 것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더라도 연준이 추가적인 자산 매입을 계속할 의도가 있다고 믿는다면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경제성장을 계속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2011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명목GDP 목표제를 논의했으나 결국 도입은 포기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자신의 자서전 ‘행동하는 용기’에서 “명목GDP 목표제가 효과를 보려면 신뢰성이 있어야 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안간힘을 쓰면서 1980년대, 1990년대의 대부분을 소비한 연준이 갑자기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지속될 지 모르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기로 방침을 바꾸었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미래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 전략이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용기와 능력이 있으리라고 국민들이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고 당시 고민을 밝혔다.그러나 10년이 더 지난 후의 연준은 이와 유사한 방안을 꺼냈다. 작년 8월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AIT)가 그것이다. 일시적으로 연 2%를 넘는 물가상승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망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보고 통화정책을 움직이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내걸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버냉키 전 의장의 예상대로 시장은 연준을 의심하고 있고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 당시엔 연준의 판단이 옳았지만 지금도 그때와 같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연준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이를 바라보는 신흥국들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주요 현안에 대한 서면 질의응답을 통해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통화당국으로서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준의 가보지 않은 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수년 간 2%의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 달성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통화정책 프레임은 예측에 따라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실제 데이터를 보고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관행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연준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4%로 내다봤다. 물가목표치 2.0%를 넘어서는 수치다. 2022년, 2023년에도 각각 2.0%, 2.1% 물가가 올라 전망치대로라면 목표치를 달성한다. 그럼에도 숫자를 확인해 후행적으로 통화정책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끌어올려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시장은 2011년 때보다 더 심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연준의 무기 외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정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에선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이 통과된 데 이어 3조달러의 인프라 투자 부양책이 추진되고 있다. 부양책이 얼마나 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지는 사실 알기 어렵다. 상반기는 작년 마이너스 유가를 고려하면 기저효과만으로도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하반기까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인지다. 인플레이션을 보고도 연준이 이를 용인하고, 새로운 통화정책 프레임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경각심’ 키우는 신흥국..韓도 예외 아냐 연준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신흥국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를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서도 일정 수준의 이자가 나오는데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4.25%→4.50%), 터키(17.00%→19.00%), 브라질(2.00%→2.75%)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코로나19 속에 경기는 안 좋지만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을 우려한 결정이다. 이 과정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나치 아그발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는 등의 소동도 벌어졌다.우리나라는 이런 취약국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연준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이상 금융시장이 언제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 외국인은 2월에도 채권을 9조원 가까이 순투자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1133.60원으로 연초 이후 무려 47.3원이나 올랐다. 그 만큼 원화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했다는 얘기다. 이주열 총재는 “시장참가자들은 성장과 물가의 상방리스크 확대를 이유로 자산매입 축소나 금리 인상 시기가 연준이 시사하는 것보다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상존한다”며 “앞으로 발표되는 여러 경제지표의 향방에 따라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수시로 조정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통화당국으로서 경각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헤게머니가 더욱 더 복잡해지고 있는 셈이다. 금리 인상 주판알을 튕길 만큼 얼마나 성장과 물가가 좋아지느냐가 관건인데 그 시기가 빨라진다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준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총재는 “물가 전망에 기초해 보면 지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성장과 물가 여건이 개선되면 ‘질서 있는 정상화’를 미리 준비하는 것을 1년 남은 임기내 중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아져야 할까. 2016년 2%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한 이후 한은은 2017년 11월, 2018년 11월에 금리를 올렸는데 당시 물가 전망(당시 10월에 나온 전망치)은 각각 2.0%, 1.6%였다. 성장률 전망은 3.0%, 2.7%였다. 코로나 이전 한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2019~2020년)은 2.5%이고, 코로나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과거 데이터를 비교하면 2% 초중반대 성장률, 1% 후반대 물가상승률은 금리를 만질 만한 필요조건은 되는 셈이다. 물론 작년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5월 수정 경제전망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 [BOK워치]한은까지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국회…이주열의 선택은?
    한은까지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국회…이주열의 선택은?
    이윤화 기자 2021.01.27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데일리DB)[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자영업 손실 보상법 등 정치권에선 올해 예산이 본격적으로 집행도 되기 전부터 열심히 돈을 쓸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필요한 재원 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자영업자 매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많게는 수백조원이 필요합니다, 올해 국세수입 예상액이 282조8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2007년 이후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입 규모. (자료=한국은행)들어올 돈은 한정돼 있는데 지출을 늘리면 결국 빚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채무는 올해 956조원, 내년에는 1070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돈을 빌리려면 정부가 국채를 더 찍어야 합니다.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금리는 올라갑니다(채권값 하락).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지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한 것이죠. 국채발행이 늘어나면 유동성은 떨어지고 시장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됩니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5%,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으로 내리고 열심히 돈을 풀었는데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금리도 따라 상승해 부채비율이 높은 가계 살림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은이 작년에 이례적으로 발권력을 동원해 사상최대인 11조원에 달하는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기 부양 재원 마련 위해 국회가 한은 발권력 통제 시도 올해도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한은의 고민도 더 깊어졌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마구 국채를 사들일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나마 기획재정부가 찍어내는 국채를 매입 해야 할 상황입니다. 올해 기획재정부는 176조4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찍을 예정입니다. 한은도 국채 발행이 너무 많아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이 오면 국채 매입을 늘리고 필요하면 매입 시기나 규모 등을 사전에 미국처럼 공표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선제적으로 장기금리를 억눌러야 할 수준은 아니라며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마구 쏟아내는 경기 부양책 탓에 난감한 처지입니다. 한은으로선 금융 시장 안정도 신경 써야 하고, 동시에 국채 매입 정례화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자영업 손실보상법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말을 보태고 나섰으니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거론될 수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특히 정치권에선 한은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특별법으로 발의해 법제화하려는 상황입니다. 자영업자를 돕는 일명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 법안’에 따르면 자영업자에게 손실 입은 매출액의 70%를 최대 보상하되,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발행한 한은이 이를 직매입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채 매입은 한은이 통화정책 수단 중 하나로 채권 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매입 시기와 규모를 정하고 운용해왔던 것인데, 독립된 중앙은행의 수단을 법제화한다는 것이 생소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딱 한 번 쌀, 보리 수급 조절 위한 양곡증권 매입이 있었을 뿐이었죠. 채권 시장이 발전하지 않았던 21년 전과 아시아에서 채권시장 2위로 성장한 지금과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자체가 다릅니다. 한은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이나 국채 시장이 없는 나라들은 몰라도 중앙은행의 적자 국채 직접 매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8월부터 중앙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되는 국채를 직매입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나 부채 규모 등이 다르다”면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일본은행도 국채 직접 매입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한은의 발권력을 국회나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은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동조 현상 등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발의된 특별법 등 국고채 발행 증가 우려에 대한 영향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면서 “남미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경기 상황이 아주 나쁜 경우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매입 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상황은 한은의 국고채 매입에 대한 것을 법으로 규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빚내서 경기부양하려다 자산시장 버블 키울 수도 한은은 아직까지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일단 연기금, 보험사 등 각종 기관투자자들이 우선 매입한 뒤 그래도 물량이 넘쳐 시장금리까지 올라갈 것 같은 상황이라면 그때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손실보상법은 정치인의 ‘표퓰리즘’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자영업 손실보상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국채 금리가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곧바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5일 전 거래일보다 0.013%포인트 오른 1.006%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이는 지난해 4월 29일 1% 대를 넘긴 이후 최고치입니다. 5년물, 10년물, 20년물 등 장기물 국채 금리 모두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이상 올랐습니다. 국고채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죠.그동안 채권 시장에선 정부의 국채 발행이 증가할 조짐을 보일 때마다 한은에 국채 매입 계획을 묻는 질문에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은은 국채 매입을 정례화하거나 그 계획을 미리 밝힐 만큼 시장 금리가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진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 금리 상승에 대한 질문에 “경기 개선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자영업 손실보상법 논의가 무르익고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이 봇물 터지듯 나온다면 한은이 “필요한 때 알아서 하겠다”라고만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를 더 내리긴 어렵고 국채 발행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은 막아야 하고, 결국 한은의 국채 매입 규모, 이에 따른 한은의 의사소통 방식은 앞으로는 더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이런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 한 금통위원은 작년 10월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 수단이 없어진 후 양적완화를 취하기 전 어떻게 국고채 매입을 해왔는지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은 내부에선 국고채 매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 등이 혹여나 시장에 유동성을 더 풀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런 유동성이 가뜩이나 고공 행진해 버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주식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정부가 빚을 내고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그 빚을 떠안아주는 방식으로 풀려나간 돈이 서민 경제를 살리기보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옮겨가고 버블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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